KinoDAY2025-03-26 20:42:37
백설공주 | 디즈니 성을 벗어나지 못한 재구성의 한계
<백설공주>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겨울밤 태어난 '백설공주'(레이첼 제글러). 그녀는 딸을 사랑하듯이 백성을 아낀 부모님처럼 왕국의 백성 모두를 아낄 줄 아는 모범적인 공주로 자라난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망한 직후 등장한 '여왕'(갤 가돗) 때문에 백설공주의 삶은 역경으로 가득해진다. 백설공주의 아버지와 결혼한 여왕은 흑마법을 부려 왕위와 왕국을 찬탈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위협하는 백설공주마저 죽이려 든다.
이에 백설공주는 성을 떠나 마법의 숲으로 도망치고, 숲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신비로운 일곱 광부와 여왕의 통치에 저항하는 도적 떼의 우두머리인 '조나단'(앤드류 버납)의 도움을 받아 경비대의 추격을 따돌린 백설공주. 그 과정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 숨은 용기를 발견한 백설공주는 빼앗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여왕에 맞서기로 결심하고, 여왕 또한 눈엣가시인 백설공주를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 독사과를 준비한다.
재구성과 실사화 사이에서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그리고 <정글북>을 연달아 제작하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팬층이 두터운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재활용해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현대화였다. 동화에 충실했던 과거 애니메이션을 현대 사회의 변화에 맞게 각색하여 고전에 생동감을 불어넣고자 했다.
문제는 두 목적이 근본적으로 상충된다는 것. 전자의 목적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기존 팬덤이 새로운 실사영화를 소비해야만 이룰 수 있다. 그런데 후자의 목적은 기존 팬들을 영화관으로 데려가지 못한다. 그들은 더 화려해진 볼거리로 원작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 하는 반면, 재해석된 실사영화는 원작의 감흥을 새로운 경험으로 대체하려 하기 때문이다. <알라딘>은 호평받고, <인어공주>는 혹평받은 이유다.
1937년에 개봉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한 <백설공주>도 같은 함정에 빠졌다. 새로운 <백설공주>는 원작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한다. 현대 사회의 분열을 지적하고, 공동체의 통합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려 한다. 이를 위해 백설공주, 여왕, 독사과와 난쟁이와 같은 상징도 재구성했다. 캐릭터의 이미지는 유지하되, 사회적 약자나 기득권, 혁명가와 같은 의미를 새로이 부여한 셈이다.
문제는 그 의도가 스크린 위에 구현되지 못했다는 것. 강조하려는 현대적 맥락은 여전히 중세 왕국의 공주가 주인공인 고전적인 설정 앞에서 의미를 잃는다. 자연히 상징의 의미와 맥락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시도도 기존 이미지와 융화되지 못한다. 이에 더해 기대 이하의 볼거리와 완성도도 몰입을 방해한다. 그 결과 <백설공주>는 원작의 재구성이라 하기에는 애매하고, 원작의 실사화라고 보기에는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아름다움'으로 풀어낸 현대 사회의 문제
<백설공주>는 '아름다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여왕과 백설공주가 각자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차이를 부각한다. 여왕은 외모와 같이 외적으로 드러나고, 타고난 자에게만 허락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반면에 백설공주는 따뜻한 심성과 같은 내적이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정을 추구한다. 이 차이점 위에서 <백설공주>는 양극화된 현대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는 고전의 재구성을 시도한다.
여왕은 아름다움에 집착하지만, 단순히 미모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타고난 외모'를 갈고닦아 '부와 권력'을 추구한다. 그녀가 장미가 아닌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만 예찬하는 이유다. 또 여왕은 갈취한 권력과 재물을 외모와 같은 능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여기고, 가난하고 힘이 없는 이들을 멸시한다. 백설공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사냥꾼이 의문을 표하자 그를 인간적으로 모욕하는 여왕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여왕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현대 사회, 특히 능력주의 사회의 많은 엘리트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때때로 '타고난 재능'을 갈고닦아 '성공'을 추구한다. 재능을 뒷받침한 사회와 환경의 역할을 간과한 채 자기 노력과 그 대가만을 강조한다. 그렇게 그들은 오만해지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자를 멸시하며, 성과를 나누지 않는다.
승자의 오만은 패자에게 굴욕감을 주고, 자존심에 상처가 난 패자는 반발한다. 명령을 내릴 때 누구 덕에 먹고살 수 있냐며 굴욕감을 주자 여왕의 명령을 어기고 백설공주를 살려준 사냥꾼이 대표적이다. 왕자와 일곱 난쟁이를 도적 떼의 대장과 일곱 광부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수록 무시당하는, 러스트 벨트 주민 같은 노동자들이나 경쟁에서 밀려나 굴욕감을 느끼는 이들을 대변하는 각색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과와 독사과
<백설공주>는 사회적 문제만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해결책과 비전도 보여주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백설공주가 있다. 그녀는 여왕의 안티테제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그간 여왕과 같은 승자가 갖추지 않은 친절과 실질적 도움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실제로 그녀는 순전히 운이 좋아서 공주로 태어났지만, 여왕과는 달리 평민과 눈을 맞추고, 가진 것을 베풀고,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백설공주와 여왕의 대비는 사과라는 상징에 함축되어 있다. 백설공주의 사과는 사회적 존중을 뜻한다. 일례로 그녀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만 해도 사과 파이를 만들어 성 안의 모든 백성과 나누었다. 사과에 담긴 존중과 친절은 사회적 연대로 이어진다. 여왕에게 모욕당했던 사냥꾼에게 백설공주가 사과를 건네자 그의 마음이 흔들리고, 그가 끝내 암살 명령을 어기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여왕은 독사과로 백설공주를 암살한다. 이는 단순히 백설공주의 미모를 질투한다는 뜻을 넘어서서,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회적 약자도 보듬어 달라는 백설공주의 간청을 끝내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녀가 상징하는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변화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백설공주의 죽음을 확신한 여왕이 모든 백성을 불러 모아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백설공주의 호명
그러나 백설공주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여왕에게 대적한다. 이때 그녀는 여왕의 경비대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면서 그들을 설득한다. 얼핏 보면 그저 백설공주의 착한 성품과 선한 내면을 강조하는 장면 같다. 여왕의 통치에 담긴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면 그녀의 호명은 보다 진취적으로 느껴진다. 구체적으로는 근래에 간과됐던 사회적 존중과 연대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백설공주의 호명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을 무능력자나 패배자로 낙인찍는 대신 그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사냥꾼에게 사과를 건넬 때처럼 서로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는 새로운 시작점인 셈이다. 그렇게 백설공주는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비엘리트로 양극화된 사회에 필요한 변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에서 갑옷 입고 기병대를 지휘한 백설공주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공동체의 연대감을 회복하자는 호명의 메시지는 여러 방식으로 변주된다. 백설공주는 광부들의 다툼을 중재하고, 말을 못 하는 덜렁이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알려주면서 친구가 되어간다. 여왕의 경비대에게 추격당하는 백설공주를 조나단과 도적 떼가 구해주고, 그들이 경비대에게 포위되자 이번에는 백설공주가 그들을 도와주면서 동료가 되어간다. 공주와 도적의 로맨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펼쳐진다.
디즈니 성을 벗어나지 못하다
문제는 <백설공주>가 원작의 메시지와 서사만 재구성했을 뿐, 이미지와 형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 디즈니의 첫 번째 프린세스라는 상징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백설공주>는 고전적이고 원형적인 틀을 가급적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메시지와 형식 간의 괴리만 부각되고, 현대 사회의 문제와 모순을 지적하려는 의도 또한 희석되고 만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와 여왕의 갈등은 결국 왕국의 정통성을 둘러싼 봉건적 투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애초에 능력주의의 폐해와 해결책까지 녹여낼 수 있는 서사가 아닌 셈이다. 그렇기에 <백설공주>는 지배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촉구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담아내지 못한다. 그 결과 부와 권력을 탐하는 여왕과 돈이나 보석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적 가치를 옹호하는 백설공주 간의 평면적인 대립과 교훈만 부각된다.
각색의 문제도 유사하다. '아름다움'의 의미를 재해석하면서 거울을 존치시킨 결정이 모순을 만들어 낸다. 처음에는 심성의 아름다움만 언급하는 듯하나, 후반부로 갈수록 외모와 내면을 구분하지 않는 듯한 묘사가 등장한다. 이는 여왕과 백설공주의 관계를 헷갈리게 만든다. 애초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지 않아서 백설공주의 신념을 적대하고 경계하는 여왕이 마치 백설공주를 질투해서 죽이려는 묘사되기 때문이다.
피부색 논란도 다르지 않다. 라틴계 배우인 레이첼 제글러의 백설공주 캐스팅은 디즈니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으니 틀의 색깔을 바꿔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설공주의 피부색만 바꿨을 뿐, 조나단도, 여왕도, 심지어 백설공주의 부모님도 모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한 나머지 이 역시 유효한 변화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백설공주>의 현대적 메시지는 디즈니 성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다
완성도도 메시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여왕의 등장씬이나 광부들이 마법을 사용해 보석을 채굴하는 뮤지컬 시퀀스 자체는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다룰 플롯에 비해 분량이 짧다 보니 각각의 시퀀스가 갑작스럽게 전환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 각 캐릭터의 서사가 얕아진 결과, 사과 같은 상징 간의 연결고리 또한 잘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억지스럽거나 뜬금없게 보일 수밖에 없다.
디즈니라는 대형 스튜디오의 작품치고는 소소한 볼거리도 아쉬움을 키운다. 경비대와 조나단의 도적들이 대치하는 대목, 백설공주가 성 내 백성들과 함께 여왕의 궁전으로 행진하는 장면에서는 등장하는 인원수가 적어서 긴박감이나 규모가 와닿지 않는다. 이에 더해 광부들의 집과 궁전처럼 한정된 배경만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스케일이 더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백설공주>는 어떤 관객도 온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듯하다. 새로운 각색을 기대한 관객 입장에서는 디즈니라는 틀을 유지하는 소극적인 변화가 성에 차지 않을 것이고, 원작의 감흥을 느끼고 싶은 관객이 보기에는 급격하게 달라진 메시지와 부족한 볼거리가 불만족스러울 테니까. 이처럼 원작의 재구성과 실사화 사이에서 길을 잃은 나머지 <백설공주>의 의도 또한 스크린 너머로 온전히 전해지지는 못했다.
Poor 형편없음
착공은 했지만 완공은 못 한 디즈니 성 리모델링
Relative contents
-
- 들리지 않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다, 영화 <코다>
지인의 적극적인 추천을 본 영화 <코다>. 라라랜드 감독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솔직히 영화 <라라랜드>는 그렇게까지 나에게 엄청난 인상을 준 작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코다>는 내 기준으로 영화 <라라랜드>보다 훨씬 잘 만든 작품이었다.
영화 <코다> 시놉시스음악의 마법에 빠질 시간!
가장 조용한 세상에서 시작된 여름의 노래!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인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코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코다의 의미를 알다사실 코다의 의미를 몰랐다. Children Of Deaf Audlt. 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자녀들을 이르는 말이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코다가 뭘까? 주인공 이름이 코다인가? 아닌데,,, 하며 세상 무지함을 뽐내며 영화를 봤다. 주변에 청각장애인이 없어서 그들의 삶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삶과 그들을 부모로 둔 비장애인의 삶이 어떠한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특히, 나는 비장애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비장애인인 루비에게 감정이입이 될 수밖에 없었다. 루비에게 너는 우리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부담을 주는 엄마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고, 어떻게 자식에게 저렇게 부담을 안길까 솔직히 불편했는데 영화 후반부에서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엄마의 입장에서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조화와 공존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나름 생각할 수 있는 거리를 전해주고 있어서 좋았다.
음향연출이 너무 좋았던 순간
사실 청각장애와 음악영화 이 모순적인 조합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의아스러웠다. 음악의 지배적인 감각이 바로 청각이기 때문인다. 물론 음악을 소화하는 이는 비장애인인 루비이긴 햇지만 그 소재를 청각장애인 가족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요소 때문에 그리고 오히려 청각을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더 큰 감동이 몰려왔다. 바로 루비의 합창 발표회에서 듀엣으로 부르는 노래를 연출한 장면이었다.
초반부 노래를 들려주다 어느 순간 정적이 찾아온다. 관객 역시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태로 그저 행복하게 공연하는 루비와 그런 루비의 목소리에 감동한 듯 쳐다보는 관객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잠깐이나마 모든 이가 듣지만 나는 들을 수 없는 상황이 마련되면서 음악영화지만 멜로디 하나 없이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출을 한 그 짧은 순간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영화 <코다>의 주제는 자립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였다. 사실 비장애인인 루비가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와 아빠, 오빠는 청각장애인이었지만 나름대로 세상에서 자신의 일을 하며 잘 살아왔다. 하지만 비장애인인 루비가 태어나면서 세상과 더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며 루비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루비 역시 가족에게 얽메이면서 스스로도 가족없이는 결정을 내려본적이 없는 양쪽 다 서로에게 의존적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루비가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대학이라는 꿈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간 가족간에서 의존해왔던 자신의 모습과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글렇게 영화 속에서는 의존적이었던 가족간의 관계에서 ‘의지’를 할 수 있는 관계로 점차 변화한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청각장애인인 가족들이 그동안 겉돌다 어떻게 사람들과 화합하기 시작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그려주고 있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수화를 배우게 하고 먼저 다가가는 등의 노력을 했다 정보만 보여줄 뿐이다. 혹자는 그 과정을 너무 아름답게 편집했다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장애인인 자신들끼리만 있기보다 세상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함으로써 의존적이지 않고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한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영화 <코다>는 음악영화답게 감미로운 노래들과 드라마,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조화, 마지막으로 존재의 자립이라는 주제까지 적절하게 버무린 작품이었다.
-
- [30th BIFF 데일리] 삶을 담은 여행, 낯선 풍경에서 나를 찾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여행하는 일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익숙한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된다. 영화 <여행과 나날>은 바로 그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조금은 추상적 이게 다가올지도 모를 낭만적인 여행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일본 거장 만화가 츠게 요시하루의 단편 「해변의 서경」과 「혼야라동의 벤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줄거리는 명확하지 않지만, 고독과 허무, 스쳐가는 풍경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비춘다. 영화는 이 두 편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변주해, 슬럼프에 빠진 한 각본가가 낯선 땅을 여행하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배우 심은경이다. 일본 영화계에서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낯선 풍경 속에 서 있는 한국인으로 존재한다. 단순히 ‘배우’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향을 떠난 개인의 정체성과 불안, 그리고 자신을 지탱하는 언어를 온전히 품어내며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그 모습은 마치 창작자로서의 작가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과도 겹쳐 보인다.
<여행과 나날이>는 사건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설원의 풍경, 인물의 뒷모습, 스쳐 지나가는 대화 같은 미묘한 장면들 속에 ‘삶’의 흔적을 담아낸다. 관객은 누군가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는 대신 타자로서 그 거리를 유지하며 바라보게 된다. 바로 그 거리감 속에서 ‘여행이란 무엇이며 내 삶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번 작품은 특히 차세대 일본 감독 미야케 쇼와 심은경의 첫만남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원작의 고독과 허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스크린에 옮겨내며 낯선 풍경과 인물의 내면이 밀접하게 연결한다. 낯설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여행만을 담아내지 않았다. 삶을 담은 여행, 그리고 낯선 풍경에서 펼쳐지는 허허벌판에서 비로소 나를 찾게 되는 여정이다.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일상 역시 낯설게 바라보는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상영 스케줄
09-19 12:10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09-20 12:30 영화의전당 소극장
09-24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
- 나는 스크린을 찢어.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배우 최현욱
[필모그래피]
CINEPICK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
CINEPICK
겉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 상위 1% 모범생 연시은이 타고난 두뇌와 분석력으로 학교 안팎의 폭력에 대항해가는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
CINEPICK
1998년, 시대에게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청량 청춘 케미스트리
CINEPICK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CINEPICK
열여섯 소년소녀들의 유기농 깨발랄 성장기
[차기작]
-
- 다시 오지 않을 봄
이 글은 [넷플릭스] 보고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역대급으로 짧은 리뷰가 될 예정입니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이야기의 얼개는 매우 단순하다.
밑도 끝도 없이 망한 집안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 수중에 남아있는 단 하나. 바로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 걸고 인생 역전을 꿈꾸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러닝타임 내내 보여준다.
망하게 된 계기가 IMF라는 점에서 외국까지 날아가게 한 이유를 납득하게 하고. 도피한(?) 나라가 콜롬비아의 보고타라는 데서는 낯섦을 강조하려고 한 점 까지도 이해는 간다.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윗 문장을 설명할 수 있는 단 몇 장면을 제외하면. 안타깝지만 영화의 나머지 모든 시간과 장면들은 그저 필터를 씌운 것만 같이 때깔 좋은 영상물에 가깝다..
모든 것이 낡아빠졌다. 게다가 엉망이기까지 하다. 영화 속 그 어떤 인물과 장치에도 정을 붙일 수가 없다. 눈앞에서 바람보다 가볍게 영상이 흘러가도 아깝다거나 뭘 알아내야겠다는 의지조차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 것이 내가 이 영상물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자 문장이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웬만하면 영화를 보고 리뷰를 적을 때 연기자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리적으로(?) 연기 자체를 해 본 경력이 짧을 수도 있고. 맡은 역할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연기자가 해석한 캐릭터와 내가 기대한 캐릭터가 다를 수도 있으며. 내가 싫다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싫은 배우는 아닐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주연 배우인 송중기의 연기력은 질타를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꾸러기 표정밖에 지을 줄 모르는 철 모르던 아이가. 한 조직의 최상위까지 올라간 사람이 되었을 때의 위엄이나 대범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자신의 연기하는 모습에 취한 것 같은 모습이 보여 고개를 젓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처럼 어쩌면 그에게는 이 영화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의 TMI]
1. 딸기 너무 비싸ㅠ
2. 춥다 추워
3. 휴지 사는 거 계속 까먹어서 지금 신문지로 어?
다음 리뷰 예고
-2/9(일):[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2/13(목):브루탈리스트(주변 영화관에서 맞는 시간대가 수요일에 있어서 본다는 가정 하에)
마블 쳐돌이 었지만 마블 영화가 후순위로 밀린 이유는.... 마블에는 더 이상의 희망이 남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디즈니 플러스에서 드라마 챙겨 볼 열정조차 없음.
-
-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대만 드라마 속 역사 이슈
동명 게임으로부터 확장된 스토리에 흥미가 있다면, 그리고 학교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원작 게임으로부터 30년 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원작보다 스토리에 힘이 떨어지는 면이 있기 때문에
게임상의 스토리만 기억하기를 원한다면, 비추한다!또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예고편을 보고 기대한 '호러/공포' 장르에서 멀어진다.
따라서, 공포물을 기대한다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대만의 아픈 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
아픈 역사는 오래 기억된다. 보통의 사람을 등장인물로 내세워도 '어쩔 수 없는 시대상'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적이며, 그 역사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녹아들어 있다.
<반교:디텐션>은 자국의 아픈 역사를 소재로 대만이 만든 게임을 원작으로 하며, 게임이 흥행에 성공했고, 이후 영화에 이어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었다.
<반교:디텐션>의 줄거리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소녀 '팡루이신'의 원혼 덕분(때문)이다.
원작 게임과 이 드라마를 연결하는 주인공, 팡루이신이 생전에 추이화 학교를 다니던 때는 1960년대로, 당시 대만은 중국 국공내전에서 밀린 국민당이 이주해와서는 대만을 압박 통제하던 시기였다.
이 전에 있었던 2.28사건으로부터 국민당의 계엄령 시기까지는 대만의 아픈 역사로 남아있다.
드라마와 게임 실황을 보다 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6.25 전쟁, 여러 민주화운동들, 제주 4.3 사건 등을 소재로 만든 콘텐츠를 볼 때와 유사한 기분이 든다.
아마 외국인이 영화 <1987>을 본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이토록 끔찍한 이야기가 나온 시대적 배경, 역사를 더 알고 싶게 만든다.대학 재학 중, 중국 천안문 사태를 소재로 한 연극 <차이메리카>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당시 연극 홍보 페이스북에서 본인이 중국인 유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의 인상 깊은 댓글이 있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현재, 중국의 어린 세대들은 천안문 사태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런 연극을 중국인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드라마 <반교 디텐션>을 보면서 궁금증이 일었다. 중국은 이 콘텐츠를 차단했을까, 아니면 '역시 공산당이 더 낫다'며 시청을 권했을까?
현재 국제사회에서 파급력을 갖는 대만과의 수교 이슈
드라마 감상 후, 호기심이 생겨 조금 조사를 해보니, 대만과 중국의 갈등은 '역사 속 이야기'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며 대만은 하나의 나라가 아닌 중국에 속한 구역으로 인식했다.
다른 나라, 예를 들어 미국도 이를 받아들이며 1978년에 대만과 단교를 선언했고, 1979년 1월부터 중국과 공식 수교를 하기도 했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4025306, 중앙일보, 2021.4.1, 서유진 기자) 그러나, 이 기사에서는 대만과 미국의 외교 상황이 다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미국 NASA 홈페이지에서 대만이 독립국가로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이 전에는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식에, 단교 42년 만에 대만 대표가 초청받아 참석하기도 했다.(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10121074200009?input=1195m, 연합뉴스, 2021.1.21)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행보도 보인다. KOTRA의 2018년 뉴스를 보면, 중미 국가들이 대만과 단교 후 중국과 교류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한다.
*이 후 별다른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여전히 친중 행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또한, 이는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중 전선을 구축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4월 3일에 한중 외교회담을 진행했다. 4월3일 이전, 이 회담에 대해 보도한 기사에 웃픈 표현이 나와 있다.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훈수를 듣고 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회담 참석자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을 외교 안보에서 중요한 동맹국으로, 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최대 교역국으로 칭하며 '우리가 선택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출처: https://www.sedaily.com/NewsView/22K0TIBZR9, 서울경제, 2021.3.31, 강동효 기자)
선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선택 '하지 못하는'상황에 처한 우리나라 상황이 안타깝다.
조사하다 보니, 타국의 과거 역사 못지않게 우리나라가 현재 처한 외교상황의 문제도 난감하다.
OSMU, 원 소스 멀티 유즈
세계적으로 OSMU(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로 뻗어나가는 방식. 웹툰의 영화화와 완구 제작 등이 대표적이다)가 활발하다. 영화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웹툰을 기반으로 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이 활발한 편이다. 그 예로 애니메이션 <신의 탑>,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 <미생> 등이 있다.
웹툰 활용 활성화를 계기로, 일진 미화가 아닌 다양하고 매력적인 소재의 이야기가 작품화되고, 웹툰 시장에서도 주류 장르의 변화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
- [BIFAN 데일리] 호수, 유리창, 거울로 그려낸 데칼코마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카롤린 링 Karoline Lyngbye
출연] 미켈 폴스라르 Mikkel Boe FØLSGAARD, 마리 바크 한센 Marie BACH HANSEN
시놉시스
스틴과 타이트는 어린 아들 네모와 함께 코펜하겐의 도시 생활을 떠나 스웨덴의 한 고립된 숲으로 향하고, 그곳에서의 삶을 팟캐스트 녹음을 통해 기록하며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자 한다. 그러던 중 자신들과 똑같은 모습의 커플을 호수 건너편에서 발견하고, 곧 원한과 이기심, 욕망으로 뒤덮인 자신들의 자아와 마주하게 된다.
도플갱어를 마주한다면?
독일에서 기원한 미신 '도플갱어(Doppelgänger)'.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며, 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은 죽는다는 내용으로 유명하다. 괴테도 자기랑 똑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전승이 있지만, 핵심은 도플갱어를 만나는 게 악운의 전조라는 점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도플갱어는 존재할 수 없다. 생김새부터 DNA까지 전부 같은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0.1%가 채 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본다 하더라도 이는 정신 질환 증상이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도플갱어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존재할 수 없는 존재를 봤다는 공포와 내가 미쳐버린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나를 감쌀 테니.
카롤린 링비의 장편영화 데뷔작 <수퍼포지션>은 그 공포와 두려움을 물고 늘어진다. 이 감정을 철저히 해부한다. '나와 똑같은 사람, 내 남편과 똑같은 남자, 내 아들과 똑같은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이라는 오싹한 상상을 원동력 삼아 굳건히 나아간다. 이 접근법은 생각보다 신선하다. 원초적인 감정에 충실히 몰두할 뿐, 좀처럼 딴 길로 새지 않기 때문이다.
호수가 두려운 이유
<수퍼포지션>의 지향점은 첫 장면부터 드러난다.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작한다. 북유럽 특유의 길고 가는 삼림이 둘러싼 호수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호수를 보는 듯한데 모양이 평소와 다르다. 파란 하늘이 왼쪽, 호수가 오른쪽에 있다. 위아래가 아니라. 화면은 마치 데칼코마니 같다. 잔잔한 호수에 하늘이 비치면서 좌우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호수의 역할이 흥미롭다. 첫 장면 이후 호수는 한동안 아무 일도 안 한다. 스틴과 타이트가 지내는 집의 예쁜 배경을 할 뿐이다. 그러나 스틴이 호수 건너편에서 자기 가족 외의 다른 사람을 발견하자 호수에게는 새로운 역할이 생긴다. 도플갱어가 있다는 의심. 곧 두려움이다.
이에 더해 영화는 호수를 다른 이미지로 끊임없이 바꿔낸다. 유리창이 대표적이다. 일가족이 숲 속 집에 들어설 때, 그들이 집 안에서 요리하거나 글을 쓸 때, 싸우는 순간까지. 카메라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반사되어 비치는 모습을 같이 중심에 둔다. 그 덕분에 알 수 없는 호수의 두려움은 손쉽게 영화 전반으로 전염된다. 이는 도플갱어의 존재를 인지하기까지 초중반부의 흐름이 상당히 강한 흡인력을 자랑하는 이유다.
도플갱어의 진짜 의미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 때문에 두려울 수 있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두려운 걸까? 영화는 호수가 잠시 역할을 하지 않는 사이에 그 답을 미리 일러준다. 영화 전반을 사로잡은 두려움은 단순히 도플갱어 때문이 아니다. 도플갱어를 만나 알 수도 있는 답 때문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 관한 진실이다.
첫 팟캐스트 녹음 때부터 스틴과 타이트는 계속해서 갈등을 빚는다. 이번 기회에 서로에게 솔직해지자는 부부. 그러나 그 솔직함의 의미가 다르다. 스틴은 알몸을 보여주듯이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반대로 타이트는 필요한 일에 한해서만 솔직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 갈등은 점점 커지고, 서로를 비난한다. 서로 무책임한 남편과 아내라고.
이때 도플갱어의 등장은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지금 자기 모습이 어떤지, 부부 관계는 어떠한지,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인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다. 처음에 서로를 경계하던 도플갱어 부부가 싸우는 대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인생을 공유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자기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꾼 사람과 자기 모습을 고집하는 사람의 운명이 갈리는 이유다. 거울을 보고 진짜 솔직해질 수 있는지, 아니면 그 거울에 비친 모습까지도 왜곡하며 외면할지. 자기 과오와 결점까지도 끌어안고 살아갈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 <수퍼포지션>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다.
다소 빛이 바랜 도전
아쉽게도 <수퍼포지션>은 초중반부의 흡입력을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이유는 두 개다.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우선 소재와 접근법의 참신함이 빛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물론 도플갱어와 거울의 이미지를 활용해 주인공의 심리를 파헤친다는 접근 자체는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문제는 최근 들어 멀티버스 소재를 꺼내든 영화가 너무 많다는 것. 멀티버스 영화도 대부분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을 통해 주인공의 인생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퍼포지션>의 도플갱어 이야기가 자기만의 한 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굳이 설명을 덧대는 약간의 욕심도 아쉽다. 영화는 도플갱어끼리 만난 이후에 상황을 해석하려 한다. 타이트는 자기가 미친 거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하나의 답이 도출된다. '중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제목 '수퍼포지션'이다. 평행세계가 겹쳐진 결과 도플갱어끼리 만나는 상황이 생겼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 설정 때문에 영화의 개성은 희석된다. <수퍼포지션>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일반적인 멀티버스 영화와는 달리 스릴러 내지 호러 영화의 분위기를 끌고 간다는 점이다. 명확한 설명 없이 도플갱어를 일종의 미스터리로 남겨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북유럽, 그것도 숲 속을 배경으로 삼다 보니 유달리 스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일종의 설명, 특히나 SF적인 설정이 붙어 버리니 본래 분위기나 색깔은 약해지고 만다.
Acceptable 무난함
고요한 호수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나와 나의 싸움
상영 일정
7/2 17:00 - 18:45 CGV소풍 9관
7/6 19:30 - 21:15 부천시청 어울마당
-
- ? 18th #JIMFF 박영광 감독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낮은목소리 의 박영광 감독님 본격 탐구! ?♀️ #하이스트레인저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낮은 목소리]의 박영광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8월 25일 대개봉!! ??
? 씨네픽쳐(스틸컷 퀴즈)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큐큐(Quote Quiz) 절찬리 진행중!! ?
? 씨네픽 숏-퀴즈 절찬리 진행중!! ?
아이폰 다운로드 https://apps.apple.com/kr/app/%EC%94%...
안드로이드 다운로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
#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
-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4] 나를 위로하는 나의 영화 (with. 민가람 & 심석우 감독)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00:00 인트로 03:07 [시네도키, 뉴욕]에 관한 짧은 이야기 05:37 자전적인 이야기에 관해 13:54 연출로서의 영화 21:20 추천 영화 [결혼 이야기] 28:41 [참가상] 이야기 30:05 다시 이 영화들을 찍는다면? 32:51 [내가 사랑하는 나의 자존감 도둑] 이야기 37:07 딸과 엄마의 관계 43:19 그가 재미없는 이유 48:48 마무리
-
- 영화 <65> 티저 예고편
- 2023년 가장 압도적인 서바이벌 액션 블록버스터 6,500만년 전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하다!? [65] 티저 예고편 대공개!
-
-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메인 예고편
👊악마도 때려잡는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메인 예고편 공개! 4월 30일 극장 대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