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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샤2025-03-30 20:09:53

홋카이도의 봄을 가로지르는 진심과 결심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 리뷰

 

 기후 위기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인 모양이다. 3월 초만 해도 예년보다 빨리 봄이 오는가 싶더니 봄은 갑작스레 훌쩍 멀어졌고 3월 마지막 주말에는 때아닌 눈까지 휘날렸다. 그래도 기어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순식간에 여름에 자리를 내줄지라도 봄은 봄의 흔적을 남긴다. 마음은 왠지 몽글몽글해진다.  

   4월 2일(수)에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봄의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1977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덕분에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의 봄이 또렷한 총천연색으로 재현되었다.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일본의 홋카이도는 영화 <러브 레터>의 겨울 설경으로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관왕을 달성한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홋카이도의 봄 풍경을 충실히 담아내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미감을 선사하는 로드 무비다.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어 버리고자 여행길에 오른 두 젊은 남녀 하나다 킨야(타케다 테츠야)와 오가와 아케미(모모이 가오리)는 로드 무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조합이어서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가 밋밋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갓 출소한 시마 유사쿠(다카쿠라 켄)가 두 청춘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흥미로워진다(시마 역을 맡은 다카쿠라 켄은 영화 팬들에게 영화 <철도원>의 주인공으로 익숙하다.) 과묵한 시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적지를 자꾸 변경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시마가 마침내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과거를 체념적 어조로 토로하자 하나다와 오가와는 시마의 진심에 완전히 공감해 자신의 일인 것처럼 시마를 도와준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갈팡질팡하던 시마는 하나다와 오가와의 응원에 힘입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진심을 받아주었는지 확인하러 가겠다고 결심한다. 홋카이도의 봄은 푸른 생기를 잔뜩 내뿜으며 시마의 진심과 결심을 뒷받침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갱생, 구원, 사랑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경칩에 개구리가 깨어나듯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사랑의 감정이 돌연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행복의 노란 손수건>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 스샤

출처 . https://brunch.co.kr/@starshines/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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