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31 11:55:36
3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제이슨 스타뎀 주연 <어 워킹 맨> 예상외 선전으로 1위 등극

제이슨 스타뎀의 <어 워킹 맨>이 디즈니의 <백설공주>를 밀어내고 박스오피 1위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데이비드 에이어가 공동 집필한 이 작품은 은퇴 후 조용히 살아갔던 요원이
인신매매 조직이 상사의 딸을 납치하자 다시 싸움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다루며, 척 딕슨의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했습니다.
그에 반해 <백설공주>는 지난주에 비해 약 66% 폭락하며 1,42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더구나, <마인크래프트: 더 무비>가 오는 4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어,
가족 관객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 흥행 전망은 어두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수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더 초츤>의 5번째 시즌 일부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인
<더 초즌: 라스트 서퍼 - 파트 1>이 주말 수익 1,129만 달러로 3위에 오르며 신앙 영화의 여전한 강세를 증명했습니다.

국내 박스오피스 역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입니다.
주연 배우의 이슈로 인해 흥행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승부>가 주말 관객 수 54만 명, 누적 관객 수 70만 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영화의 준수한 완성도로 인한 호평이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기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극장판인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역시 지난주에 이어 2위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누적 관객 수 53만 명을 돌파하며, 그 인기를 실감시키고 있습니다.
3위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가 차지하였으나,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의 벽을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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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전 세대가 사랑하는 레전드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개봉부터
드림웍스 인기 캐릭터 쿵푸팬더의 새로운 시리즈 공개까지!!
그럼 7월 둘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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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엘비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59분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오스틴 버틀러, 톰 행크스 등
개봉: 2022.07.13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주)
줄거리
미국 남부 멤피스에서 트럭을 몰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19살의 무명 가수 ‘엘비스’.
지역 라디오의 작은 무대에 서게 된 ‘엘비스’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과 퍼포먼스로 무대를 압도하고,
그에게 매료된 관객들에게 뜨거운 환호성을 받는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일하던 ‘톰 파커’는 이를 목격하고‘엘비스’에게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자신이 자라난 동네에서 보고 들은 흑인음악을 접목시킨 독특한 음색과 리듬, 강렬한 퍼포먼스, 화려한 패션까지
그의 모든 것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엘비스’는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 나간 치명적이고 반항적인 존재감은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과 갈등을 빚게 되고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압박하는 ‘톰 파커’까지 가세해 ‘엘비스’는 그의 뜻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평생을 함께한 매니저 ‘톰 파커’와의 관계도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영화는 시대를 뒤흔든 아이콘이자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신예 '오스틴 버틀러'와 미국의 국민 배우 톰 행크스의 만남으로 이 둘이 어떠한 시너지를 낼지 주목되고 있다.
수많은 명곡과 비주얼적인 부분에 감각이 뛰어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져 눈과 귀 모두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다.
명탐정 코난: 할로윈의 신부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10분
감독: 미츠나카 스스무
출연: 타카야마 미나미, 야마자키 와카나, 코야마 리키야 등
개봉: 2022.07.13
배급: CJ ENM
줄거리
극악무도한 폭파범 ‘플라먀’에 의해 교묘한 함정에 빠진 아무로 토오루!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진 ‘플라먀’,
유일한 단서는 아무로 토오루가 그의 경찰 동기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하루.
이와 동시에 결혼식의 신부가 된 경시청의 사토 형사는 불길한 예감을 감출 수 없는데…관전 포인트
꾸준하게 인기를 누린 최고의 추리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의 25번째 극장판이 개봉한다.
이번 극장판은 서스펜스 넘치는 추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역대 최대 흥행작인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을 제친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으며,
일본에서 누적 관객 수 64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00분
감독: 알렉스 가랜드
출연: 제시 버클리, 로리 키니어 등
개봉: 2022.07.13
배급: 판씨네마(주)
줄거리
남편의 죽음 이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평화롭고 아름다운 영국 시골 마을을 찾은 '하퍼'
어느 순간부터 집 주변의 숲에서 온 정체 모를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그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공포에 질린 '하퍼'는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경찰관, 목사, 바텐더, 심지어 어린 소년까지
그들 모두 기묘한 반응을 보이는데…관전 포인트
<엑스 마키나>의 알렉스 가랜드 감독과 <유전> <미드소마>의 A24가 제작을 하며 공포 대작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뉴욕 프리미어에 참석한 이들은 광기 서린 공포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에 찬사를 보냈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95분
감독: 최재훈
출연: 장혁, 브루스 칸, 이서영 등
개봉: 2022.07.13
배급: 아이에이치큐, 영화사 륙
줄거리
은퇴 후 성공적인 재테크로 호화롭게 생활하는 전설의 킬러 ‘의강’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고생 ‘윤지’를 떠맡게 된다.
단기간 보호자 역할만 하면 될 거라고 가볍게 여긴 순간 ‘윤지’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관전 포인트
제24회 우디네 극동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동시에 해외 48개국에서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룬 작품이다.
대한민국 대표 액션 장인 배우 장혁과 베테랑 액션 배우 브루스 칸이 만나며 뛰어난 액션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뒤틀린 집
ⓒ 네이버 영화
개요: 공포 | 한국 | 91분
감독: 강동헌
출연: 서영희, 김보민, 김민재 등
개봉: 2022.07.13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줄거리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딴집에 이사 오게 된 가족. 엄마 ‘명혜’는 이사 온 첫 날부터 이 집이 뒤틀렸다고 전하는 이웃집 여자의 경고와
창고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로 인해 밤잠을 설친다. 아빠 ‘현민’은 그런 ‘명혜’를 신경쇠약으로만 여기고,
둘째 딸 ‘희우’는 가족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마주하지만 그 사실을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잠겨 있던 창고문을 열고 만 명혜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전건우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뒤틀린 집>.
풍수지리 괴담과 한국 현대 가족상을 바탕으로 제작하며 한국 전통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게다가 다수의 히트곡을 제작한 작곡가 윤상이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써 데뷔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체리마호: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 네이버 영화
개요: 판타지 | 일본 | 104분
감독: 카자마 히로키
출연: 아카소 에이지, 마치다 케이타, 유타로 등
개봉: 2022.07.13
배급: (주)영화사 그램
줄거리
30살까지 ‘동정’이라는 이유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마법사가 된 ‘아다치’와
이로 인해 7년 짝사랑의 진심을 들켜버린 ‘쿠로사와’는 그 누구보다 달달한 사내 연애 중이다.
하지만 비밀스럽고도 행복한 시간도 잠시, ‘아다치’의 갑작스러운 전근으로 장거리 커플이 된 둘은
연애 최대 위기를 맞게 되고, 서로가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관전 포인트
5주 연속 오리콘 드라마 만족도 1위를 차지했으며 전국에 '체리마호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의 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배우들의 완벽한 케미와 함께 애드리브가 더해지며 영화에 더욱더 자연스럽게 빠져 들게 만든다.
로스트 도터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22분
감독: 매기 질렌할
출연: 올리비아 콜맨,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등
개봉: 2022.07.14
배급: (주)영화특별시 SMC
줄거리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 대학 교수 레다는 딸을 가진 젊은 여자 니나를 보고 단번에 시선을 빼앗긴다.
매일 같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갑자기 니나의 딸이 사라지고 레다는 옛 기억을 떠올리는데…관전 포인트
영화는 베스트셀러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사랑]을 원작으로 한다.
아카데미 수상 배우 올리비아 콜맨, 세계적인 인기 스타 다코타 존슨, 신예 제시 버클리가 만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또한, 배우 메기 질렌할의 감독으로써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고, 후보에 오르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OTT 공개 예정작
쿵푸팬더: 용의 기사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감독: 피터 해스팅스 등
출연: 잭 블랙, 리타 오라 등
공개: 2022.07.14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엘리트 영국 기사와 파트너가 된 전설의 전사 포. 마법의 무기를 찾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악당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라!
관전 포인트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드림웍스의 <쿵푸팬더> 시리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자막과 더빙 두 가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번 작품에는 이전 시리즈부터 '포'의 목소리를 맡았던 '잭 블랙'와 '엄상현'이 참여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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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이상한 세계로 말려들다
블루 벨벳 (Blue Velvet, 1986)
“이상한 세계로 말려들다”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러닝타임 : 120분
감독 : 데이빗 린치
출연 : 카일 맥라클란, 이사벨라 로셀리니, 데니스 호퍼, 로라 던
개인적인 평점 : 4/5
블루 벨벳 줄거리
미국 작은 도시에 사는 순수한 남학생 제프리(카일 맥라클란)는 산책 중 잘린 귀 한쪽을 발견하고 윌리엄 형사(조지 디커슨)에게 사건을 신고한다. ‘블루 벨벳’을 노래하는 매력적인 여가수 도로시(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자 제프리는 묘한 끌림과 호기심으로 그녀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들어가지만 곧 들키고 만다. 그때, 갑자기 정체불명의 남자 프랭크(데니스 호퍼)가 들이닥쳐 옷장에 숨게 되고 이내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엿보게 되는데...
2022년 제23회 전주 국제영화제는 22회에 이어 올해도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을 진행했습니다.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영화인이 직접 몇 영화를 선정해 하나의 섹션을 꾸며나가는 프로젝트이며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경계를 허물며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준 ‘연상호 감독님’이 선정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은 상영작으로 데이빗 린치 감독님의 <블루 벨벳>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큐어>, 가타야마 신조 감독님의 <실종>을 선정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연상호 감독님이 <큐어>를 상영작으로 선정해주신 덕분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이 한국, 그것도 전주에서 관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렇게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어메이징한 JIFF. 언젠가 꼭 한번 와보시길, 틈새 영업을 해봅니다.
올해의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은 연상호 감독님이 추천하신 세 작품과 연상호 감독님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과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을 포함해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은 좋은 기억으로 남은 영화이면서도 젊은 씨네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 그리고 감독님 자신도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없어 꼭 영화관에서 한 번 보고 싶었던 영화를 기준으로 상영작을 선정했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연상호 감독님의 어둡거나 다소 이상한 세계를 그려내는, 그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감독님이 추천하신 이 작품들이 대부분 마음에 드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대로 취향 저격을 당했거든요.
사심대로라면 당연히 모든 작품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저는 시간 관계상 <부산행>을 제외하고 <돼지의 왕>, <큐어>, <실종>, <블루 벨벳> 총 4편을 감상하게 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제대로 감독님께 영업당한 영화 <블루 벨벳>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블루 벨벳>은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보통의, 평범한 세계와 공존하기 힘든 ‘이상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걸 즐기는 컬트의 대가 데이빗 린치 감독의 전성기를 열어준 영화로 심히 도전적이고 강렬하며 이상한 부분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용감함을 가졌습니다. 데이빗 린치 감독님의 많은 작품이 그러하듯 <블루 벨벳>은 간혹 당위성을 뒤로 미뤄버리는 느낌을 주지만, 그 순간 떠오르는 물음표들이 만들어내는 질문이 결국 이 영화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한 세계
<블루 벨벳>은 평소엔 보지 못하는 이상한 세계와 완전한 악인과 선인. 그리고 그 세계를 만나기 위해 넘어선 안 되는 선을 당당히 넘어가는 악인이자 선인인 주인공의 모습을 그립니다.
눈에 띄게 잘 사는 사람도, 못 사는 사람도 없고, 커다란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 경찰들도 방심할듯한 평화로운 마을 림버튼. 어느 날 림버튼에선 마을의 분위기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발견됩니다. 그건 바로 사람의 귀. 산책 중 잘린 귀를 발견한 주인공 제프리는 귀를 주워 들고 형사 윌리엄에게로 향합니다. 제프리는 바에서 공연을 하는 여가수 도로시가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게 되자 그녀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 들어가기 위해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너무 헐거웠던 계획은 곧장 실패로 이어지고, 옷장에 숨어있던 제프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엿보게 됩니다.
모든 요소들이 각자의 자리에 알맞게 들어차 있는 작은 마을. 마을은 여느 때처럼 평화롭게 굴러가지만 잘린 귀가 발견된 후, 마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적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주인공 제프리는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지금껏 본적 없던 것(잘린 귀)을 보며 그것과 얽혀있을 새로운 이야기를 탐색할 생각에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그는 “만약 그녀(도로시)가 범인이라면!?”하는 가정하에 혼자만의 수사 계획을 펼쳐나갑니다.
이상한 사람들
영화가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예쁜 빨간색이네”였습니다. <블루 벨벳>이라는 제목과 다르게 영화가 시작한 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색은 빨간색입니다. 주로 열정과 열망, 욕정과 집착을 상징하는 그 색깔.
제프리는 흰 울타리와 초록 잔디 같은 정갈하고 깔끔한 색들 사이에 숨어있는 빨간색처럼 평범한 일상에선 들여다볼 일이 없었던, 마음 이면에 숨어있던 비정상적인 궁금증과 욕정을 느끼고 사건에 접근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이런 사건을 접해본 적 없는 제프리는 아주 쉽게 발각되고, 한순간에 이상한 세계와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죠. 역하게 느껴질 만큼 질이 안 좋은 범죄자 프랭크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여가수 도로시까지. 보통의 경우라면 학을 떼며 도망을 가야 정상이겠지만 제프리는 그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결정합니다.
누가 봐도 대학생 한 명이 해결하는건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제프리는 도로시와의 밀회를 즐기며 자신의 욕정을 풀어가고 그 와중에 동급생인 샌디와의 만남을 이어갑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프랭크가 정말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미친 인물로 비치는 것에 반해, 제프리는 흐린 눈으로 앞을 보고 있는 이상할 만큼 안일한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용의자라는 한 마디에 여가수의 집에 침입하고 그녀를 지켜보고, 위험한 걸 알면서도 호기심에 이끌려 행동하고.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큰 역할을 하는 완벽한 선인도 악인도 아닌 제프리. 그의 존재가 상당히 이상하게 다가옵니다.
풀지 못한 미스터리가 남은 진짜 미스터리 영화. 과연 이 이야기는 끝난 걸까?
<블루 벨벳>의 장르는 미스터리입니다. 이 영화는 장르의 이름 그대로, 여러 개의 미스터리를 남깁니다.옐로우 맨이라 불리는 사람의 정체는 언더커버 경찰이었던 건지, 범죄 조직의 끄나풀이었던 것인지. 제프리가 도로시를 보며 느꼈던 감정은 정확히 무엇이었을지. 애정이 맞긴 한 건지. 이 상황이 정말 끝난 게 맞는 것인지, 어색한 움직임의 개똥지빠귀는 무슨 의미인지 등등 되새겨봐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욕망과 폭력, 선인과 악인.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이상한 인물, 이상한 상황, 이상한 세계. <블루 벨벳>은 정말 이상한데, 이상하게도 관심을 끄는 영화였습니다.
만일 내가 제프리처럼 일상 속에 숨어있던, 일상과 어울리지 않는 귀를 만나게 된다면?… 그냥 바로 제 3자에게 신고하겠다는 후줄근한 답변을 내놓으며, 길게 이어진 궁금증을 정리해봅니다.
당사자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일상 밑에 숨겨진 끔찍한 폭력과 그 근처에서 불태운 욕정 가득한 상상을 대담하게 풀어놓은 영화 <블루 벨벳>. 추가로 만약 이 영화의 포스터’만’ 보고 관람을 결정하신다면, 포스터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세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작은 경고를 함께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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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으로 가득한 비현실적인 세상
-비전문가의 개인적인 감상 및 해석
-영화 <무드 인디고> 스포일러 포함 / 기억에 의지해 쓰느라 실제 영화와 다른 부분이 존재할 가능성 있음.치즈 (CHEEZE) - 무드 인디고 (Mood Indigo)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인만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무드 인디고는 색감과 독특한 연출로 감정을 전달한다. 알록달록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가득하던 나날이 흑백으로 변해버린다거나. 뭐 그런. 내 기준에서 이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무드 인디고의 세상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존재한다. 스케이트를 타다 간단한 이벤트에서 우승하기 위해 몸이 풍선인형처럼 길어져도, 말하는 새가 이벤트를 담당해도, 음악을 틀어놓으니 방이 둥글게 변해도, 어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다리가 고무마냥 길어져 마음대로 움직여도, 다리 달린 자명종이 사방을 기어다녀도 신경 쓰지 않는다. 보는 이들의 비현실이 곧 그들의 현실이기 때문에. 그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우리의 자명종이 움직이지 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팔과 다리가 마구잡이로 길어지지 않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라서다.
무드 인디고는 낭만을 이야기한다. 인연의 시작과 슬픈 끝까지 그토록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수가 없어서 오히려 끝맛이 씁쓸하다.
폐에 핀 수련. 수련을 죽이기 위해 필요한 꽃들. 몸에 대고 있는 것만으로 시들어버리는. 수련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 콜랭이 불량품을 만들어낸 일자리까지. 영화의 후반부에는 온갖 비현실적인 것들이 가득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나는 콜랭의 옆에 서 있었다. 어떤 영화는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보는 이를 내쫓는다. 개인적으로 무드 인디고는 그렇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 콜랭의 곁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영화였다. 콜랭과 클로에, 시크 그리고 나. 나는 인물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나의 내면을 살펴본다. 어떤 영화는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클로에와의 첫만남에서 콜랭은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공감성 수치를 느끼다 못해 영화를 중간중간 멈추면서 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 이끌렸고, 다음날 데이트를 했다. 어딘가 이상하면서도 낭만적인 데이트를. 공사 현장에서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둘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현실과 가장 동떨어져있으면서 인물들의 행복을 잘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들이 구름 모양의 무언가를 탄다는 걸 알았기에, 이 장면을 봤을 때는 가장 먼저 반가웠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두 번째.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고민하는 게 마지막. 나는 영화의 끝까지 무드 인디고의 독특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영상미에 시선이 빼앗겨 홀린 것처럼 영화를 보다가도 의미를 찾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 그렇게 했는데도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도 많다.
실제로 초중반부는 꽤 지루하다. 영화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면서 봤고, 또 이야기가 이렇게 됐는데 이 정도가 남았다고? 라는 생각도 종종 했다. 그러나 색을 잃은 후반부는 나름 몰입하면서 봤다. 내가 콜랭이 된 것처럼 찌푸려진 미간이 펴질 생각을 않더라.
시크와 알리즈에 대해서도 몇 마디 얹자면 보는 내내 시크는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우상을 좇느라 현실을 뒤로 하고, 그 현실에 속한 알리즈는 상처 받고. 그럼에도 둘은 사랑을 했다. 시크의 우선순위가 우상이었을 뿐. 알리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싶은 건지 뭔지 돈이 생기면 있는 족족 그 우상한테 부어버리는데 어떻게 계속 만났지?
시크가 죽는 장면... 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돌려봤다. 총을 맞은 시크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꽃과 비슷한 무언가가 되는 연출이 좋았다. 알리즈는 자신을 위해 파르트르를 죽이고, 시크는 파르트르에 의해 죽는다. 딱 봤을 때는 죽은 줄 알았던 파르트르가 튀어나와 의문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자아의 실존성'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알리즈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시크의 죽음 이후 알리즈는 어떻게 살았을까. 감옥에 들어갔을까? 아니면 시크의 뒤를 따라갔을까. 그것도 아니면 지금 알리즈는 무엇을 하고 살까.
영화를 다 보고 일상을 살아가던 중 문득 책에서 본 구절이 생각났다. 내가 처음으로 책에 밑줄을 그은 문장이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문장. 무드 인디고와 결이 비슷한, 사랑에 대한 프레드릭 베크만의 정의. 솔직히 이 책과 맞지 않아 읽다 관뒀는데, 다시금 문장을 곱씹으니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나면 처음부터 도전해봐야겠다.
생각이 나는 대로 막 쓰다보니 가독성도 떨어지고 내용도 별로인 리뷰가 되어버렸다. 세상 어딘가에는 이런 리뷰도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다음에 볼 영화를 찾아야겠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싶은데 보다가 울 거 같아서 고민 중.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中-
에디터 : 고삼_한국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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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악무도한 범죄자 추적, 프로파일링 영화 8선
끔찍한 범죄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는 요즘. 이런 극악무도한짓을 하는 범죄자들의 심리는 뭘까요? 도무지이해할 수 없는 살인을 벌이는 범죄자들을 좇는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완벽한 범죄란 없다!CINEPICK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 작가의 2005년작 소설과 그를 원작으로 한 코엔형제 감독의 2007년의 미국 영화입니다. 제목에서의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를 뜻하며 지성인이 예측할 수 있을정도로 쉬운 나라는 없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사이코패스인 ‘안톤 쉬거’는 영화속에서 리얼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기보다 재앙, 그 자체를 의인화한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빌런 중 하나로 꼽히며 관객의 입장에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톤쉬거 본인은 영화속에서 나름대로 철저한 질서와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그점이 관객을 더 혼란스럽고 소름끼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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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소재로 2004년 ‘왕건이파’로 활동했던 14명의 중국 조선족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한 사건과 2007년 4월 가리봉동 일대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조직된 연변 조직 ‘흑사파’7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입건한 사건을 섞어서 각색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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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로 역대 최고의 범죄 스릴러 중 하나입니다,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칙칙하고 음침한 영상미가 일품이며, 훌륭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들, 그리고 스릴러의 구성요소를 훌륭히 갖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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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은 브램 스토커상을 받을 만큼의 명작으로, 영화도 스릴러물의 걸작을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작품이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것로 유명합니다. 안소니 홉킨스가 맡은 ‘한니발 렉터’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로서 명성이 자자했지만, 식인종 한니발이란 무시무시한 이명으로 불리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입니다. 안소니 홉킨스, 조디 포스터의 섬세한 연기가 일품이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호러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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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센스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반전 영화로 꼽히는 영화이며 무명이었던 케빈 스페이시가 이 영화를 통해서 일약 스타가 되었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명성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복잡한 플롯과 반전, 그리고 액션씬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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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조디악>은 첫 번째 살인사건이 발발한 1966년 이후 41년이 지난 현재까지 끝내 검거되지 않은 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영구 미결 사건입니다. 1969년 8월 1일 신문사에 처음 자신의 살인행각을 담은 편지를 보낸 이후 1978년 4월 25일 마지막 편지까지 암호만 던진 채 잡히지 않고 미국 전역을 공포로 밀어 넣은 살인마 ‘조디악 킬러’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해당 시대를 최대한 재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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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인 불면증은 알 파치노가 겪게 되는 증상으로 거의 일주일 가까이를 잠을 못 잔 것으로 묘사되는데, 잠을 못 자서 얼굴이 초췌하고 파리한 알 파치노의 연기가 워낙 리얼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 덩달아 피곤함을 느낄 정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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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과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하정우, 피해자 김미진을 연기한 서영희 등 배우들의 연기도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하정우는 일반인 이상의 지적 능력 및 냉철함을 가진 사이코패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습니다. 극 중 하정우가 연기한 지영민은 유영철이 모티부인 인물이지만,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유영철 보다는 강호순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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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긴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초기 무성영화
필자가 영화지만 영화로 취급하기 싫은 영화가 몇가지 있다. 이 중에는 마블 영화, 에로 영화 등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뮤지컬 & 오케스트라 실황이다. 왜냐하면 본질을 따져보면, 단순히 기록의 성격이 컸던 1890~1910년대 무성영화들과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초기 무성영화가 현재에 와서도 가치가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바로 당시의 기술력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기에, 현대 영화의 기틀이 되는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똑같이 카메라로 기차가 도착하는 것을 찍는다고, 1896년의 "열차의 도착"과 똑같은 평을 받을 수 있진 않을 것이다. 본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음악과 중간에 실제 성우가 출연해 작품을 훑어보는 듯한 연출도 오케스트라의 연출일 뿐, 본 영화의 연출은 아니다. 원론적으로 따져보면 단순히 열차가 역에 도착하는 것을 찍은 "열차의 도착"이랑 다를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단순히 필자가 노래방에서 노래부르는 것을 찍어 상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말 그대로 기록해서 트는 것 뿐이니! 여기에 소리와 컬러가 추가된 것일 뿐. 다만 그나마 나은 점은, 화질이 일부 노이즈가 존재하지만, 사운드는 잘 기록되어 기록 영상으로서의 가치는 있는 편이다. 이 영화의 최대 가치는 바로 "기록" 이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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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과 관음의 경계에서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무척 좋아하는 저는 실제로 벌어진 사건·사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사건의 개요, 증거, 검거 과정 등 공개된 자료를 샅샅이 읽어보기를 즐겨 하지요. 그런데 가끔 그런 제 모습이 섬찟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려고 인터넷 세상을 뒤지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실제 사건들을 단순한 재미와 흥미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가 그렇습니다. 그럴 때면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관심도 한순간에 관음으로 변할 수 있음에 몸서리치며, 서둘러 인터넷 창을 닫곤 합니다.
<레드 룸스>는 누구든 관심과 관음의 경계에 설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둘 사이를 넘나들며 극악무도한 살인 용의자를 주시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살인, 납치, 스너프 필름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자극을 최대한 줄이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레드 룸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레드 룸스>는 2024년 10월 9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레드 룸스
Red Rooms
Summary
10대 소녀 3명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생중계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슈발리에’ 그리고 슈발리에의 재판을 매회 방청하는 모델 겸 해커 ‘켈리앤’. 심증만 있을 뿐, 물증 없는 재판이 길어지는 가운데 슈발리에를 추종하는 팬들과 희생자 가족이 대립한다. 한편, 존재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던 마지막 희생자 영상이 다크 웹에 등장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파스칼 플란테
출연: 줄리엣 가리에피, 로리 바빈, 맥스웰 맥카비-로코스
무언의 방식으로 경계를 흔들다
영화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스펜스를 만듭니다. 스릴러 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관객이 아는 사실을 주인공만 모르게 하거나, 여러 시점을 교차하며 조금씩 사실을 드러내는 등의 방식으로 긴장감을 조성하죠.
<레드 룸스>는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만듭니다. 관객이 주인공 '켈리앤'에 관해 아는 내용은 극히 적습니다. 그가 컴퓨터에 꽤 해박한 것으로 보이며, 모델 일을 겸하고 있다는 정도지요. '켈리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목적이 있는지 관객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여백은 살인 용의자의 재판에 참석하고자 밤을 새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행동을 수상쩍게 만듭니다. 더불어 '켈리앤'이 선인인가, 악인인가에 관한 의문도 유발하죠. 이 사람의 행동을 관심으로 볼 것인가, 관음으로 볼 것인가? 그가 추구하는 것은 정의인가, 흥미인가? 의구심은 계속해서 커져만 갑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소리를 긴박하거나 과격하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느리고 묵직한 움직임, 적시에 최소한으로 사용된 음악과 효과음으로 한없이 강렬한 장면들을 만들어내죠. 그 무엇도 명료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관객은 저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러한 연출력은 영화 초반부의 법정 신에서 빛을 발합니다. 초점을 두는 대상을 바꾸어 가며 촬영한 롱테이크로 지루함 없이 사건의 개요를 전달하고, 프레임 안에서 서로 어긋나는 시선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며 관객의 주목도를 높이죠. 이러한 시선의 교차는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몇 차례 더 등장하는데요. 발화하지 않고 오직 영화적 기술만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레드 룸스>의 특별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클레멘타인'이라는 인물을 영리하게 사용해 '켈리앤'의 모호함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켈리앤'과 '클레멘타인'은 모두 노숙해서라도 살인 용의자 '슈발리에' 재판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입니다. 언론 매체는 그들을 모두 광팬으로 명명하죠. '클레멘타인'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켈리앤'과 달리 열정적으로 '슈발리에'를 옹호하는 전형적인 하이브리스토필리아(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끌림을 느낌) 성향의 광팬입니다. 그렇다면 '클레멘타인'과 같은 행동(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노숙하기)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켈리앤'도 같은 성향이 있는 사람일까요? 대중이 미치광이라 부르는 '클레멘타인'마저도 진실을 목도하고 재판장을 떠나갔는데, 그 이후에도 노숙을 이어가는 '켈리앤'은 그보다 더 미치광이인 걸까요? 이렇듯 인물을 사용한 교묘한 연출은 관객의 생각을 쥐고 흔들며, 중후반부의 긴장감을 계속해서 고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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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세계 속 산재한 공포
'켈리앤'이 인터넷 세상에서 사용하는 아이디 '샬롯의 여인'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샬럿의 여인은 성안에서 오직 거울로만 세상을 바라보다가,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성밖으로 나가는 아서왕 이야기 속 인물입니다. 이때, 샬럿의 여인이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남성의 연인이 바로 극 중 '켈리앤'이 사용하는 인공지능 비서의 이름인 '기네비어'이기도 하죠.
현실에서는 언제나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세상의 면면을 속속들이 바라보는 '켈리앤'은마치 샬럿의 여인과도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가 아카이빙되어 있는 그의 메모장을 보면, '켈리앤'이 방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관음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켈리앤'과 샬럿의 여인을 동일시하여 바라본다면, 과감한 종국의 선택이 성 밖으로 나선 샬럿의 여인의 결단과 다를 바 없이 보입니다. 재판을 통해 디지털 세상 밖에서 처음으로 진짜('슈발리에')를 목격하고, 운명에 해가 되더라도 용감한 선택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결말에 당도해 '켈리앤'이 저지르는 행동은 정의롭지만, 사실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타자 몇 번, 클릭 몇 번에 손쉽게 각종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파악해 버리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 다크웹 '레드 룸스'에서 가상화폐로 스너프 필름을 구매하는 과정이 말입니다. 우리의 디지털 일상이 얼마나 두려운 연결과 공유로 가득한지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공포 영화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이 세상은 달리 말하면 스마트폰에만 침투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세상입니다. 모든 것을 알 수 있음은 강력한 권능입니다. 어쩌면 정보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신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지요. 앞으로 우리가 필히 마주하게 될 범죄, <레드 룸스>의 이야기보다도 더 잔혹하고 낯설 디지털 세상의 개인정보 범죄가 더 두려워집니다.
One-Liner
계산된 여백과 영리한 연출로 만들어낸 강력한 저감도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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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보다 별로라고? / 여전히 기발한 연출의 병맛 영화 / 웹툰 암살요원 준 시즌 2 / 권상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히트맨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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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B컷> 메인 예고편
은밀하고도 치명적인 대선후보의 비밀! 살아남기 위해 공개하라! [B컷] 3월 잠금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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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풀카운트> 티저 예고편
10개 구단 선수들의 우승을 향한 뜨거운 질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디즈니+ 오리지널 다큐 시리즈 [풀카운트] 4월 26일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