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to2025-04-02 14:54:27
목적지가 없으니까 로드무비
<행복의 노란 손수건>
아무 대책 없이 빨간 차를 사들인 주인공은 길을 나선다. 미국의 외곽 도로를 달리는 로드무비를 흉내라도 내는 듯, 주인공은 카우보이 모자를 덮어 썼다. 그러나 영화는 그가 기차역 주차장에서 새 차를 내보이면서 여자들을 꾀어내려 애쓰는 것을 보여 준다.
플롯은 단순하다. 한 소녀가 별 생각 없이 조수석에 타고, 두 사람은 역 앞에서 만난 남자를 목적지까지 태워 주는 친절을 베풀기로 한다. 여행하는 동안 그의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이야기의 중심은 그에게로 이동한다. 자신의 과오로 사랑을 잃고 갈 곳 없는 그를 돕기로 하면서 세 사람의 목적지는 계속 변한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그렇게 영화의 제목, 진짜 주인공을 환히 드러낸다. 길을 가며 만난 불운, 그 불운을 몰아내는 것을 도와주는 아주 작은 선의를 통과해 그들은 여행한다. 영화는 해피엔딩을 향해 달리고, 한 뼘 자란 젊은 커플의 사랑은 그제야 새로 시작된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보여 주는 로드무비인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신파에 기대지 않고 싶은 젊은 사랑과, 사랑을 돌보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난 중년을 한 차에 태우고 달린다. 관계에 서툰 남자를 설명하는 데에 강간이 사용되는 장면들처럼, 폭력에 다소 관대하기까지 한 이 20세기 영화는 자동차를 굴려 목적지로 향하면서 자아를 찾아 나설 시간과 여유가 없는 21세기 관객에게 이미 다 지난 세계에 대한 향수를 안겨 준다. 동시에 뜨겁지는 않아도 마침내 이루어지는 로맨스를 선물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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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존재를 통해 정상의 의미를 모색한 영화 《가위손》
어렸을 적 OCN에서 방영해주는 영화 《가위손》을 몇 번 본적이 있었는데 크게 와닿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대학원 과제로 영화 《가위손》을 분석해야 했고, 과거에 큰 감흥이 없던 영화로 기억을 해서 미루고 미루다 봤었는데 굉장히 생각보다 재밌고 교훈적인 작품이어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가위손》 시놉시스
다가설수록 아픈, 그래서 더 애틋한 가위손
화장품 외판원 펙은 마을 언덕 외딴 성에서 상처투성이 창백한 얼굴과 날카로운 가위손 때문에 외롭게 살고 있는 애드워드를 만나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평범한 일상에 무료해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된 애드워드, 펙의 딸 킴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남자친구 질투와 이웃들의 편견으로 도둑으로 몰리며 더 큰 오해에 빠지게 된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가위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화려한 색감과 무채색의 의미
영화 가위손을 색채대비를 굉장히 강하게 쓰는 작품 중 하나다. 영화의 시작 장면부터 굉장히 다채로운 지붕 색들을 가진 마을을 보여주다가 애드워드가 살아가는 성은 검정색 그 자체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애드워드가 마을에 내려와 입는 옷들은 무채색인 반면에 마을 사람들은 그와 대비되는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고 있었다.
처음 볼 때는 다양한 색감이 일반적인 것이 무채색을 벗어나지 못하는 애드워드가 외로움과 우울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계속 보다보니 오히려 그 반대를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혼자 살아왔고, 아버지라 믿었던 박사와 자신이 사랑한 킴으로부터 완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외로움과 우울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애드워드와 애써 자신들의 욕망과 부족한 점을 화려한 색감으로 감추려 드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을 할 수 없는 애드워드
감출 수 없다는 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장면은 바로 애드워드가 화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펙의 말이었다. “왜 화장이 하나도 먹질 않는거지...!” 마을에 있느 사람들은 화장품 외판원인 펙의 화장품을 구입해 화장을 하며 자신을 꾸미고 자신을 감춘다. 하지만 애드워드는 얼굴에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다. 이에 펙이 그 상처를 화장을 통해 감춰주고자 하지만 화장품은 애드워드의 얼굴에 스며들지 않고 계속 들뜰 뿐이었다.
이 장면에서 필자는 애써 상처들을 감추고 사회가 정의한 정상의 범주에 머무르려는 마을사람들과 그러지 않는 애드워드를 보면서 과연 어느 쪽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다름과 정상의 차이
어렸을 때 영화 가위손을 봤을 때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 사회를 떠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보면서 오히려 정반대의 주제로 다가왔다.
애드워드가 과연 정상의 범주가 아닌 것인지,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꽁꽁 감추고 있는 것이 정상인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 작품이었다. 우리가 정상적이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를 통해 그것은 정상이 아니라 그저 암묵적인 룰일 뿐이라는 것을 꼬집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영화 《가위손》을 그저 동화같은 이야기로 생각했었는데, 정상이라는 것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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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4주 차 개봉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날이 풀린 듯~ 했다가 또 추워져서 몸이 저절로 웅크려지는 날씨네요 :-(
오늘은 우울한 기분을 환기시켜 줄 2월 넷째 주 개봉 예정작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제95회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기대감을 높인 <TAR 타르>부터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스포츠 드라마 영화 <카운트>까지!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은 이번 주, 어떤 영화들이 개봉하는지 지금부터 알아볼까요?
TAR 타르
TAR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58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메를랑, 니나 호스 등
개봉: 2023.02.22.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이자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로 커리어의 정점에 서 있는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 말러 교향곡 녹음 음반 발매와 자서전 발간을 동시에 앞두고 있는 그에게 자신이 설립한 아코디언 재단의 회원이었던 크리스타로부터 이상한 이메일이 도착하고, 이후 크리스타의 자살 소식을 접한 그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CINE PICK!
영화 <TAR 타르>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션 발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된 기대작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린 시절의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그것을 이뤄낸 후 그 꿈이 악몽으로 변하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했다.” 토드 필드 감독은 영화의 시작에 대해 이같이 전하며, 영화를 통해 무대 위와 아래 모두에 존재하는 권력 구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음악 감독이기도 한 '존 모세리'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만들었고, 실제 독일 오케스트라 단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들이 겪은 일들을 조사하기도 했다네요. 특히 이번 작품까지 해서 아카데미에 8차례나 노미네이트 된 케이트 블란쳇은 <TAR 타르>에서의 완벽한 연기로 베니스영화제,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독일을 대표하는 여배우 니나 호스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노에미 메를랑이 각각 '타르'의 아내 '샤론', 어시스턴트 '프란체스카' 역할을 맡아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카운트
Count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09분
감독: 권혁재
출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등
개봉: 2023.02.22.
배급: CJ ENM
시놉시스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1998년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인 ‘시헌’(진선규). 선수 생활 은퇴 후 남은 건 고집뿐, 모두를 킹 받게 하는 마이웨이 행보로 주변 사람들의 속을 썩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알게 된 ‘시헌’은 복싱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내 ‘일선’(오나라)의 열렬한 반대와, ‘교장’(고창석)의 끈질긴 만류도 무시한 채, ‘시헌’은 독기만 남은 유망주 ‘윤우’와 영문도 모른 채 레이더망에 걸린 ‘환주’(장동주), ‘복안’(김민호)을 데리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하는데...! 쓰리, 투, 원! 긍정 파워 풀충전! 그들만의 가장 유쾌한 카운트가 시작된다.
CINE PICK!
영화 <카운트>는 권혁재 감독의 드라마 영화로, 전 복싱 선수인 '박시헌'을 모티브로 한 영화입니다.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마이웨이 선생 '시헌'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하는데요, 어제 오전 한국 영화 예매율 1위에 오르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진선규는 출연 이유에 관하여 "고향인 진해가 배경이고, 배우 이전에 꿈꿨던 체육 선생 역할이었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는데, 현재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박시헌 감독은 영화 관람 이후에 진선규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영화 속 '시헌'의 성향과 모든 행동들이 자신과 정말 똑같아서 좋았다는 말과 함께 88 올림픽의 아픔, 비화를 영화 <카운트>가 모두 씻어 내려주는 개운함을 느꼈다며 진심이 가득 담긴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카운트>는 스포츠 영화의 문법을 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배우들의 열연과 복싱 경기만큼이나 빠른 템포로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며,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프로 스포츠 승부조작'에 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서치 2
Missing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11분
감독: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
출연: 스톰 레이드, 켄 렁, 다니엘 헤니 등
개봉: 2023.02.22.
배급: 소니픽쳐스코리아
시놉시스
여행을 끝내고 월요일 귀국을 알린 엄마의 영상통화, 그리고 마중 나간 딸. 그러나 엄마가 사라졌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들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딸 ‘준’은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엄마가 방문한 호텔의 CCTV, 같이 간 지인의 SNS, 거리뷰 지도까지 온라인에 남아있는 모든 흔적을 검색하는데… 이번에는 딸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검색하다!
CINE PICK!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 2>는 2018년 선보인 1편의 새로운 주인공과 이야기로 잇는 속편입니다. 대학생 딸이 최첨단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매체를 이용해 여행 중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는데요, 전작이 국내에서 흥행을 했던 만큼 2편에 대한 기대도 뜨거운 편입니다. 또한, 한국계 미국 배우 다니엘 헤니가 주인공을 돕는 FBI 수사관 역할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1편에서 호응을 얻었던 편집 방식을 계승해 노트북,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CCTV 등 주인공 '준'이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 화면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 덕에 추적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전편에서 연출을 맡았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각본을 썼고, 반대로 편집을 맡았던 '윌 메릭'과 '니콜라스 D. 존슨'이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10대를 주인공으로 했기에 휴대전화의 세로 화면, 스마트워치 정사각형 화면 비율까지 등장해 트렌디한 감성 또한 놓치지 않았으며, 촘촘하게 짜인 스토리와 계속되는 반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입니다.
살수
The Assassin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대한민국 | 101분
감독: 곽정덕
출연: 신현준, 이문식, 김민경 등
개봉: 2023.02.22.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시놉시스
조선 팔도 제일의 살수 '이난'(신현준). 병마가 그를 위협하고, 점점 가까워지는 죽음에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한 마을에 의탁한다. 탐관오리의 횡포와 울부짖는 백성들의 비명으로 점철된 살아있는 지옥…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 마침내 그가 깨어난다!
CINE PICK!
배우 신현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살수>가 22일 개봉하는데요, 영화 <백두산>의 각본과 <끝까지 간다>의 각색을 맡아 뛰어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은 바 있는 곽정덕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혼돈의 조선을 배경으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앞에 놓인 조선 최고의 살수 '이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부상 투혼 속 '1:80' 대규모 액션신 등의 볼거리로 신현준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출연과 관련하여 신현준은 <살수>를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영화로 꼽으며, 리허설 훈련 때부터 얻은 부상을 안고 촬영해야 했던 것과 촬영지였던 문경에서 추위와 싸워야 했던 것들을 회상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탑건>의 톰 크루즈나 <테이큰>의 리암 니슨처럼 나이를 뛰어넘는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는 기회가 되었음에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마루이 비디오
Marui Video
ⓒ 네이버 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대한민국 | 87분
감독: 윤준형
출연: 서현우, 조민경 등
개봉: 2023.02.22.
배급: CJ CGV, kt알파
시놉시스
국내에서 일어난 사건 영상 중 그 수위가 높아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영상물 '마루이 비디오'. 검찰청 지하 보관소에 봉인된 비디오에 대한 소문을 들은 김수찬 PD는 이를 입수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하는데… 영상 속에 담긴 1992년 동성장 여관방 살인사건과 1987년 아미동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CINE PICK!
오랜만에 들려온 한국 공포영화의 개봉 소식입니다.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 장르의 공포영화 <마루이 비디오>가 그 주인공인데요,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된 비디오를 가리키는 은어인 '마루이 비디오'는 '극비'를 뜻하는 일본어 '마루히'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합니다. 연출을 맡은 윤준형 감독은 국내에서 원조 파운드 푸티지 작품으로 불리는 전작 <목두기 비디오>를 연출한 적이 있습니다. 감독은 "살인 사건 자료를 쌓아 놓았던 방이 검은곰팡이로 가득 차 있었다"는 살인 사건 전담 기자의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아 해당 작품을 기획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에 새로 개봉하는 <마루이 비디오>가 바로 <목두기 비디오>에 살을 붙여 완성한 장편영화입니다. CCTV, 블랙박스, 핸드폰 영상, 노트북 웹캠, 보디 캠, 뉴스 화면 등 다양한 형태의 편집된 영상을 교차시키는 추적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진행되어 사실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일반적인 파운드 푸티지 장르 영화와의 차별점으로 공포 자체보다는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 차근차근 서사를 전개시켜 결말부에 이르렀을 때 관객이 소름과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합니다. CGV에서 단독 개봉 예정입니다.
컨버세이션
Conversation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김덕중
출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등
개봉: 2023.02.23.
배급: 필름다빈
시놉시스
"남자 셋 & 여자 셋, 이들의 시시껄렁한 대화와 뼈 있는 농담!" 20대 후반 파리에서 함께 유학했던 은영, 명숙, 다혜. 오랜만에 불어로 대화를 시도하며 장난스레 추억을 끄집어내지만 현재 30대 후반이 된 이들은 사실 서로 다른 각자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바쁘다. 한편 승진, 필재는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며 빙빙 돈다. 과거를 물고 늘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현재에 닿지 못하고 겉돌기만 할 뿐이다. 진실과 거짓말, 그리고 게임을 통한 티키타카 대화의 향연! 핑퐁 같은 이들의 대화는 늘 의도와 다른 결말을 향해 가는데…
CINE PICK!
전작 <에듀케이션>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김덕중 감독의 신작 <컨버세이션>이 23일 개봉합니다. 영화 <컨버세이션>은 제목 그대로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인데요, 3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 혹은 그중 2명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가 영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전작에서 불편한 관계를 조명했던 김덕중 감독이 이번에는 6명의 주인공들이 현재와 과거, 결혼과 가정, 유학 생활, 인간관계, 자존심, 현실, 미래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생겨나는 미묘한 순간들을 포착했습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3회 부산독립영화제,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등 국내 대표 영화제들을 휩쓸며 극찬받았던 작품으로, '대화' 자체가 주는 묘한 분위기와 생동감이 매력이며, 조은지, 박종환, 곽민규, 김소이, 송은지, 곽진무 등 독립영화계 대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시몬
Simone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로맨스, 스릴러 | 푸에르토리코 | 113분
감독: 베티 카플란
출연: 에사이 모랄, 쿤쥐에 리 등
개봉: 2023.02.23
배급: (주)콘텐트마인
시놉시스
이혼 후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남자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지켜보고 있다'라는 쪽지를 받게 되고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머지않아 그 정체가 자신의 제자, 동양인 '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짧은 순간 서로 깊이 탐닉한다. 그러나 뜨거웠던 순간도 잠시! '리'의 모호한 태도 속에 교수는 혼란에 빠지고 마는데…
CINE PICK!
로물로 가예고스 상 수상작인 에두아드로 랄로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작가가 각본에 함께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TV 시리즈 연출 경력을 가진 베네수엘라계 미국인 감독 베티 카플란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동양인 여성과 서양인 교수의 사랑을 통해 푸에르토리코 자국의 현실을 투영한 영화로서도 화제를 모았으며, 주인공을 맡은 배우 '쿤쥐에 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미녀와 야수: 마법에 걸린 왕자
My Sweet Monster
ⓒ 네이버 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모험, 판타지 | 러시아 연방 | 98분
감독: 빅토르 글루쿠신
출연: 박시윤, 김용, 정성원 등
개봉: 2023.02.22.
배급: 인터파크,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주)띵크
시놉시스
용감하게 세상을 구하는 ‘에드워드’ 왕자와 비밀스럽게 사랑을 키워 나가는 공주 ‘바바라’. 교활한 ‘조이스’의 계략으로 아버지인 왕이 ‘조이스’와 결혼을 시키려 하자 왕궁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바바라’는 숲에서 길을 잃고 험상궂은 몬스터 ‘보기’와 말하는 토끼 ‘버니’를 만나게 된다. ‘조이스’는 군대를 이끌고 숲으로 향하고 ‘바바라’는 둘의 도움으로 마침내 꿈에 그리던 ‘에드워드’ 왕자를 만나러 찾아가는데… 꿈에도 그리던 ‘에드워드’ 왕자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마법의 물을 훔치려는 ‘조이스’의 음모에 맞서 ‘바바라’는 숲과 왕국을 지켜내고 자신만의 진짜 왕자님을 찾아낼 수 있을까?!
CINE PICK!
처음 왕궁 밖 신비로운 숲으로 발을 내딛은 ‘바바라’ 공주의 버라이어티한 모험을 유쾌한 재미로 그린 <미녀와 야수: 마법에 걸린 왕자>는 사랑스럽고 당당한 ‘바바라’ 공주를 비롯해 용맹한 몬스터 ‘보기’, 말하는 토끼 ‘버니’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시너지로 웃음을 유발한다는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름다운 멜로디의 OST가 적재적소에서 캐릭터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하고, 스펙터클한 액션과 자연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까지 더해져 봄방학 극장가에 꼭 알맞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영화가 개봉하는 이번 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영화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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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디 에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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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끝까지 다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저서 <인간은 모두 혼자다>와 <그러나 혼자만은 아니다>라는 두 책의 제목이었다. 이 역설적인 두 제목을 합쳐보면, 영화 <인 디 에어>의 역설적인 이야기와 삶의 모순을 담고 있는 이 영화의 주제가 쉽게 드러난다. 물론, 좋은 작품이 언제나 하나의 주제만을 말하고 있지 않듯이, 이 영화 역시 인간의 고독과 삶의 의미 뿐만아니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2009)가 덮친 미국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본주의의 비정함과 우리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고용자의 퇴직 이후의 보장되지 않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때문에 다양한 주제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시사점이 많은 영화지만, 자본주의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당분야의 전문가의 몫으로 넘기고, 이 글에선 인간의 오래된 고독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인간은 결국 홀로 남겨진다
<인 디 에어>는 해고 전문가 라이언 빙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라이언은 미국 각지를 비행기로 돌아다니며(그래서 제목이 업 인 디 에어인 것), 다른 회사의 직원들에게 그 회사의 경영진 대신 해고 사실을 통보하는 베테랑 해고 전문가다. 어려서부터 노인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결국 사람은 혼자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이언은 누군가와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삶을 꺼려한다. 그때문에, 가족인 누나와 동생과도 자주 연락하지 않고 1년중 집에 있는 날이 고작 43시간밖에 되지 않는 자신의 일과 삶에 편안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렇듯 영화 <인 디 에어>속에서 보여지는 라이언의 행동들을 통해 그의 생각을 추적해가는 일은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어차피 홀로 남겨질 삶이라면, 누구와 이별하는 아픔도 없이 혼자 살다가 조용히 떠나자, 인연이란 어떤 의미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굴레일 수도 있다” 라이언은 대략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 것이 아닐까. 그의 말은 어떤 면에선 타당해보인다.
그의 확고해보이는 생각과는 다르게, 라이언은 인간은 결국 혼자 남겨지게 되고, 때문에 홀로 떠나는 일이 자신에게 훨씬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고독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작중 초반에 오랜만에 만난 이웃과 저녁 약속을 제안하는 부분이나, 알렉스와의 첫 만남에서 그녀를 대하는 그의 태도, 거추장스러운 후배라고 생각했던 나탈리를 떨쳐내지 못하고 신경쓰는 부분들, 그리고 결국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오는 모습, 결정적으로 업무적인 관계에 불과한 수많은 해고자들에게 신경쓰는 부분들로 보아 감정과 공감능력이 풍부한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선택을 하는데, 아마도 그건 그가 여지껏 숱하게 겪어온 이별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수많은 고용자들을 만나서 해고 사실을 수없이 통보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과 어느 한 곳에 오래 정착할 수 없는 여건 탓이리라고 예상된다.
어차피 홀로 남겨질 운명이라면.
넓다면 넓고 작다면 작고,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또 짧은 이 세상속에서 우리는 언젠가 누군가와 만나고, 그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언젠가는 이별한다. 만남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이별은 분명하게 정해져있다. 그리고 만남은 행복하고 이별의 때에는 언제나 슬프고 아픔을 동반한다. 그러니, 애초에 누군가와 만나지 않는다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이별로 인한 아픔과 슬픔을 겪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또한 어차피 헤어질 상대와의 만남이라면 나 자신에게 더욱 많은 시간을 쏟고 나의 삶에 충실한 편이 낫지 않을까. <인 디 에어>의 라이언은 바로 그런 입장에 서있다. 그는 공항수색대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환산하여 최대한 경제적으로 시간을 쓰는 한편, 마일리지를 꾸준히 적립하고 아껴서 항공사로부터 최고 등급의 회원이 되고자 한다. 그의 시간속에는 그 어디에도 타인이 끼어들 틈이 없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으로 가득하다.
그런 라이언의 앞에 나타난 두 사람으로 인해서, 라이언은 변하게 된다. 먼저 알렉스와의 만남을 통해서 라이언은 외로움과 고독감을 채워간다. 단순히 외로움과 고독을 해소하기 위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만남을 유지하려 했으나, 라이언은 알렉스에게 빠져들고, 알렉스 역시 라이언에게 빠져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라이언 자신은 본인은 이제껏 사랑으로 충만한 마음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알렉스를 만나기 이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라이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져가면서 그와 함께하는 여생을 그려본다. 처음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그토록 부정적이었던 라이언이었지만, 이제 라이언은 알렉스를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그의 집을 찾아갈 정도로 마음을 열었다.
라이언이 알렉스와 관계가 깊어진 것은 서로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빠져들어간 것도 있으나, 무엇보다 나타샤의 영향이 컸다. 당돌한 신입사원 나타샤는 유능하고 똑똑한 직원이지만, 아직 실무경험이 부족한 라이언의 후배 직원이다. 영화 <인 디 에어>속 라이언은 자신의 오랜 실무 경험을 토대로 신입사원인 나타샤를 교육하고 이끌며, 수많은 일상속 문제들속에서도 나타샤를 이끌지만, 반대로 사랑의 문제 앞에서는 나타샤에게 배워야하는 입장이었다. 나타샤는 알렉스에 대한 마음을 라이언에게 묻고, 라이언은 그저 가벼운 사이라고 대답한다. 나타샤는 가벼운 사이라는 말에 분노하며 라이언에게 왜 상대방을 격하시키냐고 따져 묻는다. 이 순간이 라이언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타샤가 이때 강조한 진심(real)은 후에 라이언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고, 알렉스를 진심으로 대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알렉스의 진심(real)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코 혼자만은 아니다.
라이언은 그런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로를 속박하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반감과 가족마저도 등지고 싶어하는 그 마음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서로의 진심과 진실을 알 수 없다는 데에 인간관계에는 불완전한 요소가 있다. 결국 인간관계도 자신이 가진 시간과 기회비용으로 일종의 투자를 하는 셈인데, 깊이있게 투자하기 전까지는 상대방의 정확한 진심을 알 수 없고, 때로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 없을 때도 많다. 인간관계란 우선 비용을 지불하고 그 가치를 알아가는 투자방식인데, 주식 투자를 이렇게 한다면 분명 주변에선 미쳤냐고 물어볼 것이다. 라이언의 경우를 보더라도 알렉스에게 자신의 진심과 기회비용을 투자했음에도 알렉스의 진실은 전혀 엉뚱한 곳에 있지 않았나. 때문에, “어차피 홀로 남겨질 삶이라면, 누구와 이별하는 아픔도 없이 혼자 살다가 조용히 떠나자, 인연이란 어떤 의미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굴레일 수도 있다”는 나름대로 라이언을 표현한 문장이 일견 타당해보일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선 그의 말은 옳지 않다. 인간은 홀로 남겨지게 된다는 말은 옳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평생을 혼자 사는 편이 낫다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인간은 어느순간 홀로 남겨지기 때문에, 함께라는 이유로 행복했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어야만, 후에 찾아올 긴 고독의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사회적 동물로 태생적으로 고독을 좋아할 수는 있어도, 수많은 인간관계의 바깥에서 고립되어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절대다수의 인간들에겐 힘든 일이다. 영화 <인디에어>는 라이언의 입을 통해서 인간은 결국 혼자라고 말하는 한편으로 이 영화는 라이언, 알렉스, 나타샤 모두가 결국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로 그려내고 있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연애를 하고(나타샤), 잠깐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목적없이 만나고(라이언), 불륜 생활을 이어가며(알렉스),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달래며 긴 고독의 시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특히나 라이언은 자기 입으로 인간은 결국 홀로 죽게된다고, 낯선 비행기와 기내식이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깊은 고독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역설적으로 라이언은 고독을 자처하고 있는 한편으로 영화 전반에서 자신이 자처한 고독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이언은 해고 사실을 전달하는 베테랑 해고 담당자로 누구보다도 스스로의 감정을 잘 관리하고 있는 강인한 사람일 것 같고, 실제로 나름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이지만, 강인한 그 역시도 고독앞에서 수없이 무너져내리고 갈팡질팡한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영화속에서 해고된 직원들의 마지막 인터뷰 장면을 빌려서 대답하자면, 인간은 결국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은 홀로 죽는다는 라이언의 가정이 옳다고 치자. 하지만, 그 짧은 마지막 순간에만 사람은 홀로 남겨지며, 우리는 삶속 대다수의 시간들을 서로 교류를 맺으며 살아간다. 물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별과 죽음을 앞둔 순간은 분명 길고 슬프다. 하지만, 우리 삶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이별의 순간과 죽음을 앞둔 순간은 얼마나 짧은 찰나와 같은 순간인가를 생각해본다면, 그 짧은 순간을 피하고자 삶 전체를 고독하고 칙칙하게만 살아가겠다는 계산은 누가보아도 손해다. 애초에 수지가 맞질 않는다. 또한, 이별의 순간과 죽음을 앞둔 짧은 순간, 아주 힘겨운 시기를 지나가는 순간에, 힘이 되어주는 것은 사회적 고립이 아니다. 누군가가 뻗어준 손을 잡아야만 일어날 수 있는 순간도 있고, 몸은 노쇠해져 초라하게 홀로 남겨지는 순간에, 그대로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충만하게 보낸 어느 한 시절의 기억들 덕분일 것이다.
나만의 별을 찾아서
영화속 라이언은 그 의미를 아주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실무 경력은 라이언에 비할바가 못되지만, 누군가와 열렬하게 사랑해보고, 미친듯이 울어보기도 한 나타샤는 라이언보다 먼저 그 의미를 깨닫고, 라이언에게 진실된 마음과 삶의 의미를 알려준다. 똑똑하고 젊은 여성인 나타샤는 첫 직장생활도 실패했고, 첫사랑도 실패했지만, 왠지 그녀는 그 실패를 딛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갈 것만 같다. 라이언은 여전히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밟고, 기약없는 비행편에 올라탄다. 그의 목적지는 정해져있지 않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의 마음이 비로소 열리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가족과도 연을 끊고, 직장 동료들과의 연결도 최소한으로 하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하는 일은 더더욱 싫었던 그였지만, 그는 이제 결혼한 동생 부부를 위해 자신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양도하고, 나탈리를 위해 추천서를 써주고, 알렉스를 향한 마음으로 그녀의 집앞까지 찾아간다.
그가 탄 비행기는 미국 전역을 떠돌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언제쯤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의 마음만은 아무런 정처없이 떠돌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가족에게로 되돌아오고, 사랑에 실패도 해보고, 한참 어린 후배에게 철 좀 들라고 한 소리도 들어본 라이언은 이제 이전과는 다르다. 라이언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누나와 동생의 가정도 그의 마음이 머무를 목적지일 수도 있을테고, 아니면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헤매고 다닐지도 모르겠지만,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제 그의 여행은 정처없는 비행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별을 찾아 헤메는 비행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날아 오르기를, Up in the air
영화 <인디에어>는 21세기에 들어서 경제적으로 가장 곤란한 시기에 직면한 미국 내부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어려움을 견딜수 있는 힘이란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하는 영화로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수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머지 않은 곳에 있고, 언젠가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해고 통보를 아웃소싱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해고 절차마저도 비용의 문제로 간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비정함도 엿보이는데, 이렇듯 엿보이는 자본주의의 비정함이 주제의식을 더 강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회가 그렇게나 비정하기 때문에 비정한 사회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마음이 머무를 곳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만들어지고, 개봉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날아오르기를 권유하고 있는 영화 <인디에어>였다.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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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는 소설의 기본, 갈등은 최고의 소재"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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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는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가까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나는 브로맨스(라 칭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에 크게 동하는 편이 아니었다. 반면 <윤희에게>나 <캐롤>과 같은 영화는 겨울이면 생각난다. 그건 아마도 내가 여성이기에 여성-남성, 여성-여성의 감정선은 따라갈 수 있으나 남성-남성의 감정선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일 거라 짐작한다.
<장르만 로맨스>는 별안간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여, 지금 왓챠 오리지널로 핫하다는 <시멘틱 에러>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 재미있는 걸 왜 여태...
아무튼, <장르만 로맨스>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극중 김현(류승룡 분)의 말처럼, "관계는 소설의 기본, 갈등은 최고의 소재"임을 충실히 살렸다.
출처: 네이버 영화
"사랑 맞아요. 제가 알아요."
중첩된 관계들이 서로의 바깥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김현-미애-성경 가족, 김현의 새 가족, 김현-남진-유진, 김현-순모-미애 등 이들은 태엽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관계의 중심에는 김현이 있고, 영화는 김현을 중심으로 주변인들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이 관계들 중 속편한 쪽은 어디에도 없다. 잘나가는 소설가이지만 7년째 작품을 내지 못하는 김현과 그런 김현만 보고 사는 출판사 대표 순모. 순모는 김현의 전 부인 미애와 비밀리에 연애 중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운 아들 성경은 이상한 관계에 빠진다. 김현은 친구였던 남진과 절연했는데, 술 취해 찾아간 남진의 집에서 유진을 만난다. 남진은 유진을 사랑하고, 유진은 김현을 사랑한다. 정말 단 하나의 관계도 편치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이 영화의 매력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거나 중상모략을 꾸미거나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리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확하게 사랑한다고 말할 뿐이다.
김현을 찾아온 유진은 다짜고짜 사랑을 고백한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랑. 그래서 상처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랑이다. 그렇게 김현의 집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다음 날 학교 강의에서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만 유진은 숨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강의를 듣고, 김현이 앉은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다.
사랑한다고 해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당신이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망가졌다는 식으로 피해자가 되어 죄책감을 전가하지도 않는다. 유진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유진의 마음은 문학적 동경일 거라고 재단하는 김현에게 안겨 유진은 말한다. "사랑 맞아요. 제가 알아요."
오히려 일상이 무너진 건 미애 쪽이다. 십 년 전에 김현과 이혼했는데도 김현에게 애인이 생긴 것 같다는 순모의 말에 날카로워진다. 결국 아들까지 속여가며 강원도 여행을 갔는데도 머릿속에는 김현 생각뿐이다. 바람나 헤어진 전남편에게 애인이 또 생긴다는 것은 충분히 예민할 만한 일이다. 그런 미애를 보며 순모가 불만을 가지는 것또한 그럴 만하다.
김현 때문에 서로 예민해지는 바람에 여행을 망친 미애-순모 커플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가 난다. 보험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동승자 신상까지 조사를 해야 하기에 미애는 택시를 잡아 탄다. 30년지기 친구의 전처와, 전남편의 30년지기 친구가 연애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 때문이다.
순모는 연락이 닿지 않는 미애 때문에 운다. 모든 것이 다 까발려지고 난 뒤에도 운다. 결국 김현에게도 고백한다. "내가 먼저 미애 좋아했어." 미애 앞에서 우는 순모에게 미애는 역시 말한다. 사랑한다고. 화를 내면서도 미애가 타고 떠난 택시의 번호판을 열심히 찍고, 여행일정이 마음에 안 들어도 최선을 다하고, 우는 모습도 좋다고 말하는, 그게 사랑 맞지, 달리 뭐가 사랑일까.
상처받은 사람의 뒷모습은 거의 다 똑같다
김현-미애의 아들 성경을 보자. 성경은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청소년이다. 성경은 가뜩이나 여자친구가 임신을 한 바람에 헤어졌는데 이혼한 부모의 부적절한 행위까지 목격한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쟤 왜 저러나' 싶은 인물이더라도 우리는 성경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게다가 엄마는 눈에 다 보이는 거짓말로, 아빠의 절친과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세상에 내던져진 성경이라는 존재는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 거리를 배회한다.
떠돌이 강아지가 된 성경에게 나타난 정원. 정원은 옆집 이웃이다. 집 나온 성경을 보살펴주고, 같이 놀아주는 정원의 마음을 성경은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정원도 사랑일 수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우선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사랑은 범죄다. 어른은 어리숙한 미성년자를 사랑할 것이 아니라, 잘 돌봐주어야 한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을 사랑하는 학생의 마음은 정상, 그런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교사는 비정상인 것처럼. 그러나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갈 수 없는 성경은 정원에게 빠진다. 정원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여자'라는 환영을 사랑한다.
정원의 남편이 돌아왔을 때 성경은 남편을 패버리고 경찰서에 가는데, 정원의 남편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성인 남자의 눈에 성경은 미성년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대도 안 되는 놈'일 뿐이다.
집으로 돌아온 성경은 엉엉 울어버린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운다. 표면적으로는 정원의 거절 때문이겠지만, 그동안의 외로움과 서러움, 혼자 남은 아이의 불안과 공포가 내재되었을 것이다. 결국은 성경은 사랑의 경험으로 성경은 성장할 것이다. 이성의 사랑과 찌질하게 우는 자신을 도닥여주는 부모의 사랑.
사실 아들이 거리를 떠돌며 사랑을 갈구할 때, 아버지 김현은 유진의 집에 있었다. 유진의 소설 때문이었다. 학부생의 습작이라고 무시했던 작품을 출판사에서 호평하자, 김현도 작품을 읽어 보고는 7년만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김현과 유진이 같이 작업하여 장편 하나를 완성해낸다.
예술계의 사정과 젊은이의 재능을 이용하는... 뭐 그런 이야기들은 일단 차치하도록 하자. 그들은 같이 쓴다. 쓰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술 마시고, 또 쓴다. 왕가위의 <아비정전>을 조그만 TV로 보며, 유진은 자신이 아비(장국영 분)와 닮았다고 말한다. "상처받은 사람의 뒷모습은 거의 다 똑같거든요."
급기야 술에 취한 김현은 골목에서 유진의 뒷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데... (나 이런 거 좋아했네, 라는 말을 이해했다.)
유진은 게이라는 이유로 학과 내에서 조롱받고, 남진의 질투심으로 김현과 유진이 연인관계라고 소문이 퍼져 김현이 두문불출하고 있을 때, 스스로 뉴스에 출연해서 자신이 김현을 사랑하는 건 맞지만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일축한다. 이토록 정확하고 성실한 사랑을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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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만우절 딱 하루에만 존재하는 나라가 있다. 리투아니아 내에 있는 '우주피스 공화국'이다. 면적 0.6제곱킬로미터로, 공원 크기의 나라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정식 국가라고. 김현은 유진의 집에서 우주피스 공화국의 사진을 본다.
뉴스를 보고 찾아간 유진이 집을 내놓고 사라지고 자신에게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김현은 베낭을 메고 리투아니아로 향한다. 그리고 기적처럼(예상되기는 해도) 그곳에서 유진을 다시 만난다. 유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김현에게 유진은 다시 외친다. 사랑한다고. 어쨌든 만우절이고, 만우절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날이다.
어디에선가 어려운 사랑을 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황인찬, <무화과 숲>)이라는 시가 떠오르는 이야기.
관람 포인트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런 장르에 홀린 것 같다. 이렇게 영화 속 인물들이 잘 되길 빌어본 게 얼마만인지... 추천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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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가 가진 '진짜' 마법의 비밀
우리는 종종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할 때, <구체적으로 바뀌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무엇이 바뀌어야'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인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완결편, <해리포터 : 죽음의 성물>에서, 해리포터는 볼드모트를 무찌르고 드디어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성공한다.
해리는 어떻게 볼드모트를 무찌를 수 있었을까. 해리가 가진 그 어마어마한 힘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나.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해리포터의 '진짜 마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부활의 돌'을 어떻게 깨웠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부활의 돌'이 담긴 '스니치'
부활의 돌은 세 가지 죽음의 성물 가운데 하나이다.
1) 천하무적 지팡이, 2) 투명망토, 그리고 3) 부활의 돌,
이 세가지 성물을 가진 자가 가장 막강한 마법의 힘을 갖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지팡이나 투명망토는 일단 얻기만 하면 사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지팡이는 휘두르면 되고, 망토는 뒤집어 쓰면 된다.
그런데 부활의 돌은 다르다.
부활의 돌이 '작동'이 되려면, '나는 끝에서 열린다(I open at the close)'라는 말을 이해해야만 한다.
나름 작동설명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동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해 해리포터는 오랫동안 부활의 돌을 작동시키지 못하고 스니치 안에 보관만 하고 있었다.
해리포터 힘이 완성되는 핵심 키는 바로 이 부활의 돌을 깨우는 것이다.
세 가지 성물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가장 강력한 마법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팡이, 투명망토의 사용은 쉽지만, 부활의 돌의 사용은 가장 까다롭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활의 돌을 깨우는 것이 해리포터 마법의 완성에 가장 핵심 열쇠가 되는 것이다!!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 해리포터는 드디어 부활의 돌을 작동시킨다!
해리가 '나는 끝에서 열린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기 직전, 무슨 일이 있었나.
해리포터는 어느 지점에서 이 까다로운 부활의 돌 작동 설명서를 이해하게 되었나.
죽기 직전 해리포터에게 자신의 '눈물'을 담아가게 하는 '스네이프'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와 오랜 원수지간이었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있었다.
볼드모트에 의해 스네이프가 죽게 되는 장면을 지켜보던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소원대로 죽어가는 스네이프의 눈에서 눈물을 담아간다.
스네이프의 '눈물'을 '펜시브'에 넣어 스네이프의 '기억'을 보게 되는 해리포터
해리포터는 원수같은 스네이프지만, 죽어가는 스네이프의 마지막 부탁을 모른척 하지 않는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눈물을 펜시브에 넣어, <스네이프 관점의 이야기>를 오롯이 체험하게 된다.
(*펜시브 : 특정 사람의 기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도구,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직접 추출한 기억이나 눈물 등을 넣으면, 그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해리포터의 엄마 릴리를 진심으로 사랑한 스네이프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체험하게 되면서,
스네이프가 자신의 엄마 릴리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자신이 절대 선이라고 믿고 있던 아빠 제임스가 스네이프와의 관계에서는 악당이었다는 것,
스네이프가 자신의 엄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가장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었다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리포터를 항상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해리는 자신이 지금까지 진실을 왜곡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보이는 것만을 전부라고 믿으며 그 속에 감춰진 또 다른 진실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금껏 스네이프와의 관계에서 고수하고 있던 '관계에 대한 이해 체계'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스네이프와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 체계에 '왜곡'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리고, 그 왜곡을 '수정'했을때, 비로소 자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된다.
부활의 돌을 깨우고, 볼드모트에게 자발적으로 '죽임'을 당하러 가는 해리포터
해리포터의 죽으려는 결심, 스스로 볼드모트 앞에 나아가겠다는 결심은 ‘좌절'이나 ‘절망'이 아니었다.
그 길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고,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임을 증명하는 일인 것이다.
해리포터는 스네이프의 기억을 통해,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이 볼드모트를 무찌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게 된다.
해리포터가 그토록 미워하고 증오하던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통해,
볼드모트를 무찌르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진짜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진실'을 알아볼 수 있는 힘,
더이상 진실을 왜곡하지 않을 힘,
진실을 감당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해리포터가 가진 진짜 힘의 비밀, 바로 '원수라 여기는 사람의 이야기를 왜곡없이 온전히 이해하고,
그 관계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진짜 사랑"이다.
해리포터와 덤블도어
언젠가 덤블도어는 해리포터에게 말했었다.
너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그것이 너와 볼드모트의 결정적 차이라고.
해리포터는 실망했었다. '무슨 사랑이 나의 가장 큰 힘이란 말인가'. 어떻게 사랑으로 볼드모트를 무찌른단 말인가.
해리포터는 아직 몰랐었다. '진짜 사랑'이 얼마나 하기 어려운 것인지!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근본 힘이 된다는 것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호감가는 사람, 나와 문제가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나는 얼마든지 그 사람의 사정, 그 사람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문제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다. 내가 비호감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이야기는 듣기 싫다. 관심도 가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다. 입을 떼기도 전에 비하하고 싶다. 의심하고 싶다. 평가절하하고 싶다.
왜곡시키고 싶다. 어떻게든 나쁜놈으로 몰고가고 싶다.
보이는 것만 보아서는 '진짜 사랑'할 수 없다.
내 눈에 보고 싶은 것만 보아서는 '진짜 사랑'할 수 없다.
내 눈에 보이지 않던 것, 내가 보고 싶지 않던 것, 내가 외면하던 것,
그것을 볼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진짜 사랑'도 가능해 진다.
부정적인 측면을 넘어서 새로운 경지를 볼 수 있을 때,
관계 속 '부활의 돌'을 작동시킬 수 있을 때,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세계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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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에 올라갔어야만 했다
봄에 피어나는 벚꽃만큼이나 극장을 자주 드나드는 관객들에게 이 시기는 대작들이 개봉하는 여름 극장가 부럽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는 "아카데미"에 이름이 올라간 영화들 때문입니다.
대개, 시상식에 이름이 올라간 이유에는 그만한 기준에 충족했기에 올라간 것이라는데 관객들은 이 영화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왜, 이 영화가 올라갔지?"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서 극장으로 가 봄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오게 됩니다. 이런 진부한 패턴이 영화 <모리타니안>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작년이라면, 이미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는커녕 결과까지 나왔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모든 일정들이 연기되며 이제서야 "골든글로브"가 끝났습니다.
아시다시피, <미나리>의 작품상 후보 지명 불발이 가장 큰 논란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나리>의 "윤여정"분의 후보 지명 불발도 화제였습니다. 다른 시상식에서는 다 휩쓰는데,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면서, 관객들에게는 자연스레 "윤여정"분이 빠진 "여우조연상"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렸고 이는 오늘 소개할 <모리타니안>의 "조디 포스터"분이 수상했습니다. 이에 일부 팬들은 "호랑이가 없는 곳에 늑대가 왕이다"라고 하지만, 이미 <피고인1989>과 <양들의 침묵1992>로 여우주연상만 2번 받은 분이라 늑대로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특히, 이를 30대 이전에 다 받으신 거라...)
이외에도 여기에 출연하는 "타히르 라힘"은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려 무슨 영화인지는 몰라도 연기 보는 맛은 쏠쏠하거라 생각했습니다.
'과연, <모리타니안>은 어떤 영화이었는지?' -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때는 9·11테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집안에 경찰이 오자 "슬라히"는 어머니에게 '잠깐만 다녀오겠다'라는 말로 진정시킨 후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인권 변호사 "낸시"는 지난 3년간 재판도 없이 "콴타나모 수용소"에 구금된 "슬라히"에게 관심이 생깁니다. 아무리 중한 범죄라고 해도 재판 없이 감옥에 수감된 것에 궁금한 "낸시"는 그의 변호를 맡게 되고, 숨겨져 있던 사실에 충격을 받는데...
낯선 영화에 익숙한 배우들이 나온 이유는?
1. 클리셰를 깨버리는 이 과감함, 뭐지?
영화 <모리타니안>은 제목만 봐서는 어떤 영화인지 좀체 감이 잡히지가 않습니다.
출연하는 배우들에 "베네딕트 컴버배치", "조디 포스터", "쉐일린 우들리", 그리고 <샤잠!>의 "제커리 레비"를 보아도 역시, 감이 안 잡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포스터에도 있듯이 "재판"이라는 단어로 낯선 영화에게 "법정극"이라는 갈피가 잡히는데요. 근데, 영화 <모리타니안>에게 법정에서 주고받는 증언에 증언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은 "법정"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해도 되나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재판"이라는 단어로 "법정극"이라는 갈피가 잡힌 <모리타니안>의 초반 전개는 이와 비슷하게 흘러나갑니다. 마치 변호하는 "낸시"는 선역, 그에게 사형을 내리려는 "스투"는 악역으로 보이는 <모리타니안>의 시작은 뻔하게 흘러갑니다. 근데, 영화는 여기서 하나의 변곡점을 제시하는데 그게 "플래시백"입니다. 대개, "플래시백"은 직접 짜 맞추는 것과 다르게 해당 캐릭터의 시점에서 흘러가 설명보다는 감정을 먼저 제시합니다. 특히, "법정극"이라는 장르가 논리와 논리의 상충이 주되기에 이런 방법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데요. 근데, 영화는 "클리셰"와 같은 규칙을 깸으로 오히려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냅니다.
2. 이러니까,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라가겠지.
앞서 말했듯이 영화 <모리타니안>은 이야기의 중간마다 "플래시백"을 삽입함으로 해당 캐릭터의 감정에 이입해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외에도 부족한 설명을 채워주는 역할도 하지만 가장 큰 역할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죠. 근데, 영화는 굳이 이런 몰입을 깨버립니다.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좋은 "물아일체"의 상태를 깨기까지 한 영화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감정에 치우치면 본질이 흐려지는 것도 있지만, 두 번째 <모리타니안>이 법정극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야심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영화는 '반전'이라는 카드로 위장하여 보여주기도 하고요.
옳고 그름을 떠나...
아무리, "플래시백"을 경계한다고 해도 관객들에게 "슬라히"는 속내를 모르는 대상이 아닌 그저, 불쌍한 대상으로 보입니다. 근데, 텍스트로 적혀진 보고서에는 이런 설명들을 부정하니 관객들에게 인지부조화가 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진짜 틀린가?'라는 마음으로 1차적인 반전을 일으켰다면, 영화는 곧장 2차적인 반전을 연쇄적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잠시, 영화를 떠나 글을 쓰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객관적인 자료로 주관적인 감정으로 끝을 짓는 것입니다. 근데, 순서를 바꿔 주관적인 감정을 객관적인 표현으로 정리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데요.
비슷한 재료인데도 순서가 틀리면, 완전히 달라지는 영화 <모리타니안>은 1차 반전으로 '전자', 2차 반전은 '후자'로 보여주여 더 깊게 빠지게 만듭니다.
3. 방법은 틀린 것이 없다. 쓰는 이에 달라질 뿐.
보통 "피해"를 입은 캐릭터를 소개하는데, 가장 기피해야 하는 것은 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그 장면 자체만으로도 "고문 포르노"와 별반, 다르지가 않거든요. 그렇기에 <아이 캔 스피크2017>에서는 이를 재현하기보다는 연설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몸에 새겨진 낙서와 같은 문신으로 이를 관객들의 상상에 맡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모리타니안>은 세련된 방법은 아닌데도 이에 대한 충격을 받은 이유에는 이를 쌓아올린 누적된 설명들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구식과 클래식이 나눠진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낸시"는 선역, "스투"는 악역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낸시"가 "테리"에게 "슬라히"의 감정에 휩쓸리지 말라는 말을 남겼듯이 "스투"에게도 이런 모습이 보입니다. 영화는 "낸시"에게 "슬라히"의 편지를 읽음으로 그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면, "스투"는 관객들에게 그가 어떤 곳에 있었는지를 직접 가서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낸시"가 주관적인 감정이라면, "스투"는 객관적인 관찰인데,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나 영화는 이를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데요. 그리고 극과 극에 서있던 "낸시"와 "스투"가 "슬라히"가 보여주는 재연으로 합쳐지니 "고문 포르노"였던 방법은 "현실 고발"이라는 있어 보이는 방법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죠.
4. 옳고 그름이 아닌 모두를 아우르는 메시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영화 <모리타니안>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예상했던 "법정극"으로 생각하기에는 대상자의 감정에 좌지우지하는 전개는 장르를 제외하더라도 그리 좋지만은 않고요.
그럼에도 <모리타니안>은 앞서 말한 "아카데미 영화"를 보는 삼단 논법의 마지막 단계, 고개를 끄덕이며 나오는 결과에는 문제없이 도출되는 영화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말하려는 '법은 상황에 맞게 짜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적용되어야만 한다'라는 메시지는 극히, 이성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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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드나이트 후기 / 진기주 주연 / 역대급 답답함 / 답답한거 못참는 사람은 티빙으로 볼 것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미드나이트”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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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이 영화를 공개합니다. 전세계 언론이 극찬한 영화.[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헌터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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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도터> 어워즈 예고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주연 [로스트 도터] 어워즈 예고편 최초 공개! 전 세계 37관왕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 아카데미시상식 각색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 "이 영화는 대단한 업적이다" 극찬에 극찬을 이어가는 걸작 [로스트 도터] 7월 14일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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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D.P.> 티저 예고편
[2021년 8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탈영병을 잡는다. 이등병 준호에게 떨어진 새로운 임무.
그는 탈영병들을 추적하며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한다.
그릭 아무리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