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2025-05-07 19:38:56
[JEONJU IFF 데일리]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방법, 우리들이 듣는 방법
시네마 천국 <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 리뷰
감독
애덤 웡 (Adam WONG)
영화 정보
Hong Kong /2024 /133min /DCP /Color/Fiction/전체관람가/Korean Premiere
리뷰
홍콩 아담 웡 감독의 2024년 작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원제: The Way We Talk, 看我今天怎麼說)은 세 명의 청각장애인 주인공을 통해 그들이 세상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다양한 방식과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단순한 재현을 넘어, 청각장애인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혁신적인 사운드 디자인과 그들의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 어린 시선이 빛나는 영화다.
첫 오프닝의 시기는 2005년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농인들은 수어가 아닌 '말하기' 교육을 강요 받았다. 정책적으로 수어를 언어로 인정하고, 농인들의 수어 선택을 존중한 것은 불과 2010년부터 였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도달하려는 노력은 인공와우로 비유된다. 인공와우로 농인은 청인처럼 들을 수 있고, 말하며 의사소통도 가능해졌다. 더이상 수어가 아닌 말하는 방식으로 비장애인과 함께 어우릴 수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영화는 장애를 '극복'하려는 대상이며, 인공와우로 비장애인에 '근접'한 농인들을 '배려의 대상자'로 여겨지며, 농인이 꿈을 꿀 수 있는 자격과 환경이 장애로 인해 박탈되는 현실을 보여주며, 비장애인과 장애인, 농인과 청인의 간극을 보여준다.
영화는 각기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세 명의 젊은 청각장애인 울프, 앨런, 소피의 삶을 교차하며 그들의 내면으로 관객을 이끈다. 태어날 때부터 농인 가족에게서 자라 수어를 자신의 첫 번째 언어로 여기며 자부심을 느끼는 울프,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구화와 수어를 함께 사용하며 세상과 소통하려는 앨런, 그리고 청인 사회에 통합되기를 바라며 인공와우에 의지했던 소피가 점차 농인 문화와 수어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우정을 나누며, 사회의 편견과 무지에 맞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사회와 사람들이 이들에게 좌절과 상처를 줘도, 언제나 딛고, 꿈을 이루는 방법을 모색하며,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주체적인 개인으로서 발돋움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취는 단연 사운드 디자인이다. 영화는 청각장애인이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소리를 듣지 못하는지에 대한 세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도적인 뮤트(무음), 인공와우 착용 시 들릴 수 있는 왜곡된 노이즈, 먹먹하게 처리된 음향 등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청인 관객은 청각장애인의 청각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며, 그들이 느끼는 감각의 간극을 좁히고 소통 방식의 다양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시도를 넘어, 공감의 깊이를 더하고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핵심적인 영화적 장치로 기능한다.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언급했듯, 이 영화는 청각장애인들이 단순히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수어)를 가진 존재임을 강조한다. 수어를 모국어로 여기며, 청인이 되기를 반드시 바라지 않는 그들의 선택은 청인 중심의 사회에서는 다소 낯설거나 아리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시선이야말로 우리가 넘어서야 할 편견임을 이야기한다. 인공와우를 통해 청인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농인이 있는가 하면, 수어와 농인 공동체의 언어적, 문화적 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농인이 있으며, 이 두 가지 모습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관계와 성장을 통해 농인 사회 내부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히 청각장애인 배우 마르코 응(Marco Ng)의 참여와 주연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으며, 각 캐릭터가 마주하는 도전과 선택의 무게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은 청각장애인의 삶을 대상화하거나 동정적으로 그리는 대신, 그들의 주체적인 선택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들에게는 혁신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감각적 차원에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더 나아가 소수자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보편적인 존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소통의 본질과 다양성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상영스케줄
2025.05.02 CGV전주고사 8관 17:00 (상영코드 249)
2025.05.07 CGV전주고사 8관 13:30 (상영코드 709)
2025.05.08 CGV전주고사 5관 17:30 (상영코드 823)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4.30 -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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