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M2025-04-03 03:28:09
"당신은 노마드가 아니세요..;" 열화청춘 리마스터링
열화청춘 리마스터링 간략 리뷰
루이스(장국영)와 그의 사촌 캐시(하문석), 토마토(엽동), 아퐁(탕진업) 네 사람은 자유로운 사랑과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캐시의 전 남자친구 신스케가 홍콩으로 돌아오며 위험에 처하는데...
오늘 큰 결심하고 영화관에서 열화청춘을 보고 왔다.
(tmi. 요즘 영화값이 비싸서 정말 큰 결심해야함)
정말 취두부같은 영화.
그런데 썩을대로 썩어서 감칠맛조차 나지 않는 영화 되시겠다.
물론, 장국영의 어린시절을 보기 위해 오직 팬심으로 향한 영화관이지만 이정도로 안좋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단 본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겉멋만 들은 속 빈 강정이다.
하고싶은 말이 뭔지도 모르겠고, 왜 넣었는지 정말 끝까지 알 수 없었던 장면들과 설정들이 많았다.
문제 1. 이게.. NOMAD...?
NOMAD를 계속 강조하는데 감독이 생각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이거라면, 나는 그냥 유교걸할래요.
감독이 생각하는 청춘
= 폴리아모리
= 금사빠
= 풍기문란
이게 자유의 심볼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 홍콩은 대체 어땠길래.. 하는 생각이 수천번 들었다.
내가 그 당시 홍콩을 몰라서 그래..
라며 내 마음을 어르고 달래보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야!!!!
문제 2. 산으로 가는 전개
청춘을 보여주실거면 청춘만 보여주시지.. 우리 감독님께서는 또 어느정도의 스릴을 즐기고 싶으셨나봐요..
갑자기 등장한 일본인 전남친과 그를 죽이러 온 자객...
영화 후반부터 할복, 할복 하는데...
갑자기 분위기 사무라이...
아니 이게 뭐야 진짜...
더 할 말도 없음.
그냥 진짜 영화가 뜬금없음.
감독님이 일뽕이 좀 있으신지 영화 내내 일본을 이야기하시다가
마지막 엔딩에서는...
"자유를 찾아 아라비아로 간다..."
어쩔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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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며 '무슨 리뷰가 이래...' 하시겠지만..
정!말! 영화가 그저 말라비트러진 취두부 같아서 할 말이 없어요!
정!말! 영화 자체가 이 글과 같습니다.
제 말이 의심스러우시면 한 번 감상해보시는 것을 조심스럽게 추천드려요.
덕분에 며칠전 본 영화 '인턴쉽'이 명작같이 느껴지네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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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데드 다루는 법 - 죽음을 거스른 내 사랑, 그대는 구원인가
살아있는 시체로 돌아온 나의 사랑이여! 그대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손자이자 아들 '엘리아스'를 잃고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할아버지 '말러'와 엄마 '안나', 아내 '에바'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소식을 듣고 슬픔에 오열하는 남편 '데이빗', 반려자 '엘리자베트'의 장례식을 마치고 텅 빈 집에 돌아온 노부인 '토라'. 원인불명의 정전이 오슬로 전역을 덮친 이후, 죽은 이들이 다시 깨어나 사랑하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무덤에 묻혔던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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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플레이 <안나> 메인 예고편
"남들이 나를 두려워했으면 좋겠어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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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티저 예고편
지금까지 마블과는 전혀 다른 세계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 👦 👦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7월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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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
프란시스와 레이디 버드
처음으로 <프란시스 하>를 본 건 입시 준비를 하던 여름이었다. 계속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프란시스를 보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같은 해, <레이디 버드>를 본 후에는 영화 말미에 대학에 들어가는 크리스틴이 참 부러웠다. 수능 성적이 좋은 것도, 방과 후에 연극을 하고, 줄리와 대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전부 대단해 보였다. 스물 한 살이 되어 당시에 느꼈던 무력감과 긴장감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새로운 고민이 생긴 후 두 작품을 다시 봤을 때 비로소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레이디 버드가 새크라멘토를 그리워하듯, 프란시스가 방황하던 시간을 지나 ‘자기만의 방’을 찾듯 그레타 거윅이 그린 성장은 단순히 귀감이 되기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지나온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We were in one parking lot and we went to another parking lot."
레이디 버드’는 고등학생인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직접 붙인 이름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크리스틴이라고 부르면 반드시 고쳐 부르게 하고, 명단에 쓰인 이름은 새로 쓴 후 밑줄까지 그어 둔다. 반듯하게 인쇄된 글자 아래 적힌 손글씨는 어디서든 '개인’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레이디 버드를 소개하는 듯하다. <레이디 버드>는 수십 벌의 예쁜 의상과 함께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 ‘하이틴’ 영화에서 벗어나 그 이미지를 보고 자란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깊이가 각기 다른 수많은 고민, 견뎌내야만 하는 상황, 결코 설명하지 못할 결정들, <레이디 버드>가 주인공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모녀의 이야기라는 점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관객에게도 호소력을 지닌다.
그레타 거윅이 공동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하>는 꼭 <레이디 버드>의 다음 이야기처럼 보인다. 프란시스는 여러 모로 불안정하다. 현대무용가가 되고 싶어하고, 뉴욕에 살며, 함께 살던 친구가 떠나며 갈 곳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어진다. 영화는 색조차 빼앗아 가며 복잡한 감정과 걱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레이디 버드처럼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원동력을 절실히 원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프란시스가 자신의 이름을 줄여 쓰지 않고 반 접어 우편함에 끼워 넣은 것처럼, <프란시스 하>는 때때로 한 발자국 물러나거나 타협하는 것이 결코 최악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화려한 스토리와 미장센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프란시스 하>는 불완전한 삶과 끝나지 않은 성장으로 위로를 준다.
레이디 버드는 “우리 주차장에서 출발했는데 또 다른 주차장에 왔네.”라고 말한다. 주차장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출발해야 하는 장소이다. 스치듯 읊조린 대사지만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 하>의 정서를 모두 설명하는 것만 같다. 두 작품은 떠난 후에야 사랑하게 되는 것들, 다시 말해 과거의 경험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성장을 담았기에 특별하다.
그레타 거윅이 그린 여성의 성장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 하>가 유독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두 이야기를 충분히 내면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 프란시스와는 공통점보다 다른 점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집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없고 무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며, 태어난 연도와 사용하는 언어조차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서 위로를 받거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나를 위한 영화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레타 거윅의 캐릭터들이 여성으로 살아온 경험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는 섹슈얼한 관계를 쟁취하지 않는다. 단지 자연스러운 욕망과 꼬이고 풀어지는 관계들, 보편적이고 사소한 고민을 보여준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모녀 관계와 친구 관계 또한 위와 같은 감상에 큰 영향을 준다.
<굿 윌 헌팅>, <죽은 시인의 사회>, <길버트 그레이프>, <바스켓볼 다이어리> 등은 모두 다양한 감상과 감동을 주는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영화와 소통하고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자라면서 수도 없이 돌려 본 <금발이 너무해>, <클루리스>, <하이 스쿨 뮤지컬> 같은 작품들은 여성 제작자의 손을 거치거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것임에도 아름다우면서 유능한 캐릭터를 모델로 제시한다. 이러한 영화들을 수없이 본 경험 이후에 그레타 거윅이 참여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 여성 제작자로서 그레타 거윅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이야기와 연출이 좋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나 다른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내면화하고, 다시 새로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개인의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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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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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송중기, 영화 <화란> 긍정 검토
ⓒ 하이스토리 디앤씨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 출연을 제안 받고 긍정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위태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느와르 영화이다.
CGV, 어른들을 위한 장르 영화 기획전 개최
ⓒ CGV
CGV에서 6월 30일부터 7월 20일까지 3주간 어른들을 위한 장르 영화 기획전 'Cinema Adult Vacation'을 연다고 한다.
<레베카>, <펄프 픽션>, <레 드 로켓> 등 국내 미개봉작을 포함한 총 1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제 1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 국내 최초 OTT 콘텐츠 시상식
ⓒ 청룡시리즈어워즈
국내 최초로 OTT 시리즈 콘텐츠 시상식인 청룡시리즈어워즈가 내달 19일 개최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시즌, 왓챠, 티빙 등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다.
작품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예능인상 등 총 13개 부문에서 시상이 열린다.
마녀2, 11일만에 손익분기점 넘기다
ⓒ 네이버 영화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2>가 개봉 11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7일 기준, <마녀2>의 누적 관객 수는 224만 1,52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디즈니 + 진심 하우스, 체험형 팝업 하우스 오픈
ⓒ 디즈니+ 진심 하우스
디즈니+ 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팝업 하우스를 홍대에 오픈했습니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고르면 아이패드와 헤드셋을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해외
엘비스, 3050만 달러 돌파
ⓒ 네이버 영화
오스틴 버틀러 주연의 영화 <엘비스>가 북미 주말 매출액을 3050만 달러(한화 약 392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엘비스는> 7월 13일에 국내 개봉 예정이다.
기묘한 이야기,윌 생일 변경 검토 중
ⓒ 넷플릭스
시즌 2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윌의 생일로 시즌 4의 특정 장면이 다르게 해석되자,
더퍼 형제는 윌의 생일을 배우 입 모양에 맞춰 3월 22일에서 5월 22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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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타쿠 콜렉션] 이토록 황당하고 찬란한 우리의 삶을
2025년쯤 되면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하늘을 뒤덮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닥쳐보니, 우린 여전히 축축한 길을 걸으며 불평하고 있습니다. 걸으며 우린 여전히 오늘 하루 먹고 살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인터넷 창을 10개씩 띄워둔 것처럼 병렬로 염려합니다. 말끔히 끝맺지 못한 문제들과 새로이 피어나는 일들은 생경합니다. 해가 바뀔 때 다졌던 마음은 그새 조금 닳았습니다.
이 복잡하고도 허망한 시기, 우리는 무엇으로 이 혼란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내 모든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내 주변 사람들도 이런 후회를 할까?”
아직 밤이 긴 계절, 도저히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들이 줄을 잇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날이 밝을 때까지 천장에 그간 했던 모든 선택을 쏟아놓는 당신을 위한 영화입니다. 혼란스럽고 화려한, 분주하고 반짝이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입니다.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도 기나긴 이 영화는, 1인분을 하며 살기에도 버거운 주인공 에블린이 다중우주의 운명을 짊어진 알파 세계의 남편 웨이먼드와 만나며 시작됩니다. 빨래방을 운영하던 에블린은 한순간에 무수히 많은 다중우주를 거대한 악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되죠. 에블린은 자신이 일생동안 했던 선택들로부터 수많은 다중우주가 파생되었으며, 각 우주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선택하고, 후회합니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일을 맡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에블린 역시 이러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죠. 에블린은 이혼 서류를 내미는 남편, 멀어져가는 딸, 압류 직전의 빨래방으로 구성된 자신의 세계를 위태롭게 움켜쥐고 있습니다. 분명 매순간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 에블린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법을 가장 먼저 깨달은 우주인 알파버스의 웨이먼드, 즉 알파 웨이먼드는 에블린에게 ‘당신은 내가 여태 본 수천 명의 에블린 중 최악의 에블린으로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들은 에블린이 어째서 자신이 최악이냐고 되묻자, ‘당신은 이 우주에서 마치지 못한 목표, 이루지 못한 꿈이 너무 많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우주 중 바로 이 우주에서의 우리는 어쩌면 최악의 선택지만을 골라왔을지도 모릅니다. 비가 올 날에 우산을 챙겨 나가지 않았던 것, 뚜껑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물병을 가방에 집어넣었던 것, 한 잔 더 마셔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던 것부터, 어떤 갈림길에서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를 결심한 것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최악이기에 괜찮습니다. 우리가 될 수 있었던 그 어떤 존재들처럼 판단하고 결정해도 됩니다.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고, 가져본 적 없는 시각으로 세상을 보아도 됩니다. 내민 적 없는 손으로 누군가를 붙들고, 끌어안아도 됩니다. 지금의 내가 최악이라면, 모든 우주를 뒤져도 이곳의 나보다 큰 잠재력을 가진 존재는 찾을 수 없을 테니까요.
에블린이 수많은 우주의 자신과 조우하고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한편, 모든 우주를 집어삼키려 하는 거대한 악, 조부 투바키는 이미 판단을 내렸습니다. Nothings matter. 아무것도 중요치 않다는 것이죠. 조부는 알파버스에서 받은 과도한 차원 이동 훈련으로 인해 분열되어 하나의 존재인 동시에 모든 존재가 되었고, 모든 우주의 힘을 지니게 되어 도덕적 기준조차 잃고 말았습니다. 조부가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아등바등 살려고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으니, ‘베이글’ 안으로 들어가자는 것이죠.
조부가 발견한 진리, ‘베이글’은 모든 것을 빨아들입니다. 그 안에선 어떠한 기준도, 성취도 필요치 않습니다. 조부는 무수히 많은 우주를 넘나들며, ‘허무’를 경험했습니다. 삶은 결국 무엇을 위한 것도 아니며,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조부 세력과의 전투 속에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던 에블린 역시 이에 반박할 수 없었고, 조부의 논리에 수긍합니다. 이때 남편인 웨이먼드가 에블린을 붙듭니다. Please be kind! 이해할 수 없는 웨이먼드의 말을 통해 에블린은 깨닫습니다. 늘 실없고 바보같았던 남편, 에블린 없이는 꼼짝없이 굶어죽었을 것만 같은 남편 웨이먼드는 놀랍게도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투쟁하고 있었다는 점을요. 손님의 빨랫감에 장난스레 붙여놓던 장난감 눈알, 에블린이 타박하던 그의 순진하고 물러터진 성정은 실상 세계를 끌어안는 가장 강한 힘이었으며 세상과의 기나긴 사투를 승리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제 3의 눈이었던 것입니다.
Nothings matter. 웨이먼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에도, 아무것도 중요치 않습니다. 여태 어떤 일을 망쳤든,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든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과 진심을 나누며 살아가면 됩니다. 그게 각자의 생에서 단단히 지켜낼 수 있는 가치이고, 삶이 가지는 의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 세상에게 더 친절해짐으로써 길지 않은 일평생을 더 나은 선택으로 꾸려갈 수 있다고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삶과 허무, 선택과 사랑이라는 굵직한 주제를 관객에게 쥐어줌과 동시에, 영화는 온갖 패러디와 농담으로 러닝타임을 가득 채웁니다. 어쩌면 이가 ‘인생에 대한 고민은 그리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다 본 후의 당신이, 우리가 마주친 이 우주의 사랑스러운 점을 가득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1년에 세상에 처음 나온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국내 팬들의 꾸준한 성원에 힘입어 지난 2월 14일에 재개봉했습니다. 3월 1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도 했죠. 이 영화를 언제든 접할 수 있는 우주에 살고 계신 점을 축하드려요.
기회가 되실 때, 에블린의 멀미 나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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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나를 사랑한 과거의 너에게
나는 중국의 주동우 배우의 팬이다. '소년시절의너'를 보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돌아다니면서도 이 영화가 주동우 배우의 출연 때문인지 눈에 띄었지만 결국 관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아무래도 로맨스인데다가 신파일 것만 같은 편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볼 게 너무 없다고 느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국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이 영화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결국 볼 거면서 오래도 돌아간다, 나도 참.
1. 사랑의 맹점
보다보니 흡입력 있고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로맨스 영화가 흥하려면 결국 인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지만 일반 대중은 캐릭터의 매력으로 모이곤 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여기 두 주인공은 서로의 입장이 너무 이해가 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남자와 여자의 동상이몽이란 이런 건가 했다. 남자는 외면적인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것에 몰두하다 보니, 여자의 마음을 놓쳤고, 여자는 조건을 본다고 주장하면서도 사실 마음 속 깊은 속에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건 따지던 여자도 그 모든 조건들이 필요없어지며 사람 하나만을 바라본다. 하지만 여자의 조건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남자는 여자를 위해 자신이 되어야하는 이상향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건에 맞기만 하면 여자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로의 타이밍이 이렇게 안맞는 것이다.
여자의 조건에 맞추고자 했던 남자의 노력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그 순간 여자는 그렇게 따지던 조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남자의 진실된 애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남자에게 그런 추상적인 말은 이해가 될 리가 없다. 자신의 사랑이 상대의 조건을 맞춰주는 것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멘붕이 오는 것이다.
남자는 외적인 요소를 채워주는 것이 중요했고 여자는 남자의 애정이 중요했던 것인데 남자는 여자의 마음 깊이 숨겨진 진짜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잘 모르는 것이 인간 관계이고, 사랑하는 관계로 규정지을 수록 오히려 그걸 더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너는 나를 알아야지'라는 그 말이 결국 그들의 관계의 함정이 되어 버리는 것만 같다.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서로를 전혀 모르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현타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2. 만약은 없다. 그것이 운명인 것이니
현재 시점이 되어 남자가 수많은 만일의 가능성을 논하며 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에 대해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만일 내가 그 곳에 갔다면, 내가 그러지 않않다면, 등등 과거에 다른 선택을 하면 헤어지지 않았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론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했던 행동의 반대를 행하면 현재와는 정확히 반대의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장담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지하철 앞에서 헤어졌지만 지하철을 탔다고 한들 결코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여자를 상실해 남자는 미친듯이 게임을 만들었고 그가 성공하는 것을 보며 그녀도 자신의 삶을 다시 꾸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상실은 서로의 인생에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일종의 팔자라고 생각한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결정하고 그 선택이 곧 운명인 것이다. 그러니 과거에 다른 선택을 어떻게 하는 것이 현재에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것은 결국 과거를 후회한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 후회가 결국 인생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보면 그 후회는 결국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을 거다.
그 후회를 했기 때문에 그도 더 열심히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그 상실이 없었다면 그는 어느것도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삶에서 꼭 필요한 삶의 부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나는 여자의 입장에 동감한다. 헤어질 팔자였기 때문에 꼭 그 순간이 아니었더라도 결론은 헤어짐이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헤어짐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필수였으니까.
총평 주저리주저리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인생의 귀인은 맞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먼 훗날 서로 만나게 되었을 때 잘 살고 있는 모습으로 만나기 위해서 그렇게 악착같이 베이징에서 버틴 것 같았다. 뭐랄까 두 사람의 애틋함은 아주 깊은 사랑을 했던 나 자신의 풋풋한 청춘을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결혼을 하여 자녀가 있는 남자에게는 그 시절이 가난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만큼 자유로웠던 시절이 없다고 생각할 테고, 여자 또한 그만큼 진득하게 사랑한 경험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해 다시 교제한다고 해도 결국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이유도 과거와 같지만 헤어지게 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왜인지 더 찬란했던 나의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 순간에 언제나 함께 했었던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포인트는 사람이 아니라 순간인데 말이다. '그 순간'을 함께한 '서로'가 아니라 '서로' 함께 해쳐나갔던 '그 순간'을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시기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다시 그 순간으로 간다면 더 잘 대해줄 자신이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말은 오류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의 마음가짐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가면 나는 또다시 그 철없고 무모했던 시절의 마음가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과거에 철없는 나 자신에서 변화한 모습이기에 과거로 돌아가면 더 나은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철없던 과거의 내가 없으면 현재의 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삶의 궤적과 같아서 내가 한 만큼 되어 있고, 견딘 만큼 평화가 오는 게 인생이다. 그들의 현재도 서로를 상실해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의 현재는 과거 서로를 많이 사랑했고 대가 없이 사랑했던 기억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의 현재 시점에서의 만남은 후회로 남아있던 서로의 관계 속에서의 감정들을 갈무리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기회였던 것 같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다음 phase를 밟을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두 사람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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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탄광 속 다이아몬드
왓챠 이용자로서 계속 추천 영화로 소개되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그전부터 이 영화의 정체는 알고 있었지만, 봐야겠다는 동기가 없었는데 이번에 시도하게 되었다. 발레 음악으로 등장하는 클래식으로 귀를 즐겁게 만든다. 한편, 빌리(제이미 벨)가 꿈을 이루기 위한 시련과 도전들을 그린 영화지만 빌리 아버지 제키 엘리어트(게리 루이스)의 시점이 더 눈길이 가는 영화였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 스틸컷
뮤지컬
영화가 가진 큰 틀이 '발레'라서 빌리(제이미 벨)가 발레를 하는 장면마다 발레 음악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는 빌리가 발레 할 때뿐만 아니라 빌리 인생에 음악이 녹아드는 듯 음악 사용을 확장했다. 즉, 빌리(제이미 벨)가 움직이는 동작에 따라 발레 음악이 따라간다. 덕분에 빌리가 하는 동작마다 각각 다른 분위기와 느낌을 내게 한다. 체육관에서 안무를 배울 때 등장하는 발레 음악과 체육관에서 아버지 앞에 발레를 출 때 나오는 음악은 빌리가 발레를 배우면서 느끼는 재미와 열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다음 씬으로 전환할 때 나오는 가벼운 분위기의 팝송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한편, 빌리가 추는 탭댄스 후반부 장면과 아버지와 형이 다시 광산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은 아무런 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처럼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뮤지컬의 특성을 많이 가진다. 캐릭터의 움직임과 장면 전환에 사용되는 음악, 등장인물들의 독백과 그들의 뚜렷한 개성은 영화의 재미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2005년 실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만들어 내는 요인이다.
헌신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빌리의 꿈을 위해 아버지 제키 엘리어트(게리 루이스)의 헌신이 희생당한다. 에버링텀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본 적도 없는 제키는 빌리의 발레를 위해 처음으로 런던으로 가고, 탄광 파업을 하며 탄광에 가는 이들을 배신자, 짐승 취급을 했던 자신이 빌리를 위해 그 길을 선택하려 하고, 죽은 아내의 유품을 팔아 빌리의 발레 학교 학비를 마련한다. 제키의 헌신은 그동안 자식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자신과 같은 생을 빌리에게 반복하고 싶지 않으려 하는 강한 각오를 보여준다. 끝내 빌리가 발레 학교에 합격했지만, 노동조합의 굴복으로 탄광 파업은 실패가 된 상황에서 제키는 웃는다. 그 웃음은 아쉬움이 남아 있는 웃음이 아니고 자식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거라는 안도와 다행의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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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원작 영화 '영웅' 정성화의 열연이 대단하다!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웅
(2022.12.21 개봉)
감독: 윤제균
출연: 정성화, 김고은 등
3년 전 개봉하려다가 밀렸다는 영화 '영웅'!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저는 뮤지컬 영웅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고, 부끄럽지만 역사에 무지한 사람인데요 ㅠㅠ
한 영화 홍보 채널에서 정성화 님 노래 부르시는 거 듣고 홀딱 반해서 바로 보러 달려간,, 그런 케이스랍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쿠키 없고요. 돈 내고 다시 보러 가라면 또 볼 거 같은 영화입니다
고민 중이던 분들 바로 예매창으로 가십시오!
알고 계시겠지만 '영웅'은 안중근 의사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뮤지컬 '영웅'을 각색했다고 하는데,
뮤지컬을 안 봐서 얼마나 똑같고 다른진 모르겠어요... 한 작품으로 바라봤을 때는 배우님들의 열연이 아주 뛰어났다! 하지만 연출은 꽝이었다 ;; 싶은 정도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너무나 올드한 연출이었어요. 아무리 3년 전 개봉작이었다고 하지만
뭐 3년... 얼마나 길다고 그 감성 차이일 거 같진 않고요. 윤제균 감독님 성향 때문인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감독님의 작품 분위기를 그닥 좋아하진 않습니다.국제시장 해운대 두사부일체 등...
웃긴 장면을 보여 주는데도 분위기가 쳐지는 느낌이랄까요?물론 '영웅'의 소재가 가벼운 분위기는 아니지만요. 대놓고 코미디를 노린 씬이 굉장히 많았음에도 무거운 분위기만 이어지더라고요.
'뮤지컬 영화'인 만큼 조금 더 통통 튀는 색다른 연출을 바랐는데 말이죠. 뮤지컬 영화는 당분간 디즈니만 하는 거로 ^_^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은 정말 더할 나위 없어요. 특히 정성화 님 나올 때는 뮤지컬을 화면으로 보는 줄 알았을 만큼... 전율이 엄청나고 몰입도도 굉장하고요!
아 나문희 님이 노래를 하실 줄은 몰랐는데 진짜...... 여기서 대오열했잖아요 ㅠㅠ;
역시 원로 배우신 만큼 울림이...... 짱짱!!!!!' 영웅'의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했다고 하는데 나문희 님 파트가 가장 라이브 같았어요. 연기력까지 합쳐져서 더 좋았던 듯요
김고은 님도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시는 줄은 몰랐는데, 설희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셨다고 생각해요.
디즈니에서 심청이 만든다면 김고은 님이 실사판 여주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근데 이것 역시 연출의 문제긴 하겠다만...! 설희가 파티에서 노래 부르는 씬이 있는데요.
모든 사람이 스탑되고 설희 혼자 노래를 부르거든요. 그거 완전 자스민 speechless... 인 줄 알았어요...
감독님이 감명 깊어서 참고를 많이 하셨나 하하. 구도도 비슷, 이토 히로부미 사라지는 연출도 비슷...
어쨌든!사운드 빵빵한 곳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요.
감독이 좀 더 젊은 감성 가진 감독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있네요 ㅠㅠ
이렇게 완벽한 배우들을 다시는 못 모을 거 같아서,,
(근데 28번 정도 울었단 게... 하핫)
그래도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인 만큼 안중근 의사에 대해 좀 더 알리기 위해 만든 거잖아요.
재미만을 추구하는 상업 영화가 아니니 참고해 주시고!
여러분도 한 번씩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역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시간이었어요~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재관람 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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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데드 다루는 법 - 죽음을 거스른 내 사랑, 그대는 구원인가
살아있는 시체로 돌아온 나의 사랑이여! 그대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손자이자 아들 '엘리아스'를 잃고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할아버지 '말러'와 엄마 '안나', 아내 '에바'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소식을 듣고 슬픔에 오열하는 남편 '데이빗', 반려자 '엘리자베트'의 장례식을 마치고 텅 빈 집에 돌아온 노부인 '토라'. 원인불명의 정전이 오슬로 전역을 덮친 이후, 죽은 이들이 다시 깨어나 사랑하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무덤에 묻혔던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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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플레이 <안나> 메인 예고편
"남들이 나를 두려워했으면 좋겠어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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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티저 예고편
지금까지 마블과는 전혀 다른 세계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 👦 👦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7월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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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
프란시스와 레이디 버드
처음으로 <프란시스 하>를 본 건 입시 준비를 하던 여름이었다. 계속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프란시스를 보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같은 해, <레이디 버드>를 본 후에는 영화 말미에 대학에 들어가는 크리스틴이 참 부러웠다. 수능 성적이 좋은 것도, 방과 후에 연극을 하고, 줄리와 대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전부 대단해 보였다. 스물 한 살이 되어 당시에 느꼈던 무력감과 긴장감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새로운 고민이 생긴 후 두 작품을 다시 봤을 때 비로소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레이디 버드가 새크라멘토를 그리워하듯, 프란시스가 방황하던 시간을 지나 ‘자기만의 방’을 찾듯 그레타 거윅이 그린 성장은 단순히 귀감이 되기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지나온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We were in one parking lot and we went to another parking lot."
레이디 버드’는 고등학생인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직접 붙인 이름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크리스틴이라고 부르면 반드시 고쳐 부르게 하고, 명단에 쓰인 이름은 새로 쓴 후 밑줄까지 그어 둔다. 반듯하게 인쇄된 글자 아래 적힌 손글씨는 어디서든 '개인’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레이디 버드를 소개하는 듯하다. <레이디 버드>는 수십 벌의 예쁜 의상과 함께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 ‘하이틴’ 영화에서 벗어나 그 이미지를 보고 자란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깊이가 각기 다른 수많은 고민, 견뎌내야만 하는 상황, 결코 설명하지 못할 결정들, <레이디 버드>가 주인공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모녀의 이야기라는 점은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관객에게도 호소력을 지닌다.
그레타 거윅이 공동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하>는 꼭 <레이디 버드>의 다음 이야기처럼 보인다. 프란시스는 여러 모로 불안정하다. 현대무용가가 되고 싶어하고, 뉴욕에 살며, 함께 살던 친구가 떠나며 갈 곳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어진다. 영화는 색조차 빼앗아 가며 복잡한 감정과 걱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레이디 버드처럼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원동력을 절실히 원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프란시스가 자신의 이름을 줄여 쓰지 않고 반 접어 우편함에 끼워 넣은 것처럼, <프란시스 하>는 때때로 한 발자국 물러나거나 타협하는 것이 결코 최악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말해준다. 화려한 스토리와 미장센으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프란시스 하>는 불완전한 삶과 끝나지 않은 성장으로 위로를 준다.
레이디 버드는 “우리 주차장에서 출발했는데 또 다른 주차장에 왔네.”라고 말한다. 주차장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출발해야 하는 장소이다. 스치듯 읊조린 대사지만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 하>의 정서를 모두 설명하는 것만 같다. 두 작품은 떠난 후에야 사랑하게 되는 것들, 다시 말해 과거의 경험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성장을 담았기에 특별하다.
그레타 거윅이 그린 여성의 성장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 하>가 유독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두 이야기를 충분히 내면화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 프란시스와는 공통점보다 다른 점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집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적도 없고 무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며, 태어난 연도와 사용하는 언어조차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에서 위로를 받거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나를 위한 영화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레타 거윅의 캐릭터들이 여성으로 살아온 경험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와 프란시스는 섹슈얼한 관계를 쟁취하지 않는다. 단지 자연스러운 욕망과 꼬이고 풀어지는 관계들, 보편적이고 사소한 고민을 보여준다. 현실적이고 솔직한 모녀 관계와 친구 관계 또한 위와 같은 감상에 큰 영향을 준다.
<굿 윌 헌팅>, <죽은 시인의 사회>, <길버트 그레이프>, <바스켓볼 다이어리> 등은 모두 다양한 감상과 감동을 주는 훌륭한 작품들이지만, 영화와 소통하고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자라면서 수도 없이 돌려 본 <금발이 너무해>, <클루리스>, <하이 스쿨 뮤지컬> 같은 작품들은 여성 제작자의 손을 거치거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것임에도 아름다우면서 유능한 캐릭터를 모델로 제시한다. 이러한 영화들을 수없이 본 경험 이후에 그레타 거윅이 참여한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 여성 제작자로서 그레타 거윅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이야기와 연출이 좋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나 다른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내면화하고, 다시 새로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개인의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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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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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송중기, 영화 <화란> 긍정 검토
ⓒ 하이스토리 디앤씨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 출연을 제안 받고 긍정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위태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느와르 영화이다.
CGV, 어른들을 위한 장르 영화 기획전 개최
ⓒ CGV
CGV에서 6월 30일부터 7월 20일까지 3주간 어른들을 위한 장르 영화 기획전 'Cinema Adult Vacation'을 연다고 한다.
<레베카>, <펄프 픽션>, <레 드 로켓> 등 국내 미개봉작을 포함한 총 1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제 1회 청룡 시리즈 어워즈, 국내 최초 OTT 콘텐츠 시상식
ⓒ 청룡시리즈어워즈
국내 최초로 OTT 시리즈 콘텐츠 시상식인 청룡시리즈어워즈가 내달 19일 개최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시즌, 왓챠, 티빙 등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다.
작품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예능인상 등 총 13개 부문에서 시상이 열린다.
마녀2, 11일만에 손익분기점 넘기다
ⓒ 네이버 영화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2>가 개봉 11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27일 기준, <마녀2>의 누적 관객 수는 224만 1,52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디즈니 + 진심 하우스, 체험형 팝업 하우스 오픈
ⓒ 디즈니+ 진심 하우스
디즈니+ 콘텐츠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팝업 하우스를 홍대에 오픈했습니다.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고르면 아이패드와 헤드셋을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해외
엘비스, 3050만 달러 돌파
ⓒ 네이버 영화
오스틴 버틀러 주연의 영화 <엘비스>가 북미 주말 매출액을 3050만 달러(한화 약 392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엘비스는> 7월 13일에 국내 개봉 예정이다.
기묘한 이야기,윌 생일 변경 검토 중
ⓒ 넷플릭스
시즌 2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윌의 생일로 시즌 4의 특정 장면이 다르게 해석되자,
더퍼 형제는 윌의 생일을 배우 입 모양에 맞춰 3월 22일에서 5월 22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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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타쿠 콜렉션] 이토록 황당하고 찬란한 우리의 삶을
2025년쯤 되면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하늘을 뒤덮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닥쳐보니, 우린 여전히 축축한 길을 걸으며 불평하고 있습니다. 걸으며 우린 여전히 오늘 하루 먹고 살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인터넷 창을 10개씩 띄워둔 것처럼 병렬로 염려합니다. 말끔히 끝맺지 못한 문제들과 새로이 피어나는 일들은 생경합니다. 해가 바뀔 때 다졌던 마음은 그새 조금 닳았습니다.
이 복잡하고도 허망한 시기, 우리는 무엇으로 이 혼란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내 모든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내 주변 사람들도 이런 후회를 할까?”
아직 밤이 긴 계절, 도저히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들이 줄을 잇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날이 밝을 때까지 천장에 그간 했던 모든 선택을 쏟아놓는 당신을 위한 영화입니다. 혼란스럽고 화려한, 분주하고 반짝이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입니다.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도 기나긴 이 영화는, 1인분을 하며 살기에도 버거운 주인공 에블린이 다중우주의 운명을 짊어진 알파 세계의 남편 웨이먼드와 만나며 시작됩니다. 빨래방을 운영하던 에블린은 한순간에 무수히 많은 다중우주를 거대한 악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되죠. 에블린은 자신이 일생동안 했던 선택들로부터 수많은 다중우주가 파생되었으며, 각 우주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선택하고, 후회합니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일을 맡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에블린 역시 이러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죠. 에블린은 이혼 서류를 내미는 남편, 멀어져가는 딸, 압류 직전의 빨래방으로 구성된 자신의 세계를 위태롭게 움켜쥐고 있습니다. 분명 매순간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 에블린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법을 가장 먼저 깨달은 우주인 알파버스의 웨이먼드, 즉 알파 웨이먼드는 에블린에게 ‘당신은 내가 여태 본 수천 명의 에블린 중 최악의 에블린으로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들은 에블린이 어째서 자신이 최악이냐고 되묻자, ‘당신은 이 우주에서 마치지 못한 목표, 이루지 못한 꿈이 너무 많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우주 중 바로 이 우주에서의 우리는 어쩌면 최악의 선택지만을 골라왔을지도 모릅니다. 비가 올 날에 우산을 챙겨 나가지 않았던 것, 뚜껑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물병을 가방에 집어넣었던 것, 한 잔 더 마셔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던 것부터, 어떤 갈림길에서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를 결심한 것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최악이기에 괜찮습니다. 우리가 될 수 있었던 그 어떤 존재들처럼 판단하고 결정해도 됩니다.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고, 가져본 적 없는 시각으로 세상을 보아도 됩니다. 내민 적 없는 손으로 누군가를 붙들고, 끌어안아도 됩니다. 지금의 내가 최악이라면, 모든 우주를 뒤져도 이곳의 나보다 큰 잠재력을 가진 존재는 찾을 수 없을 테니까요.
에블린이 수많은 우주의 자신과 조우하고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한편, 모든 우주를 집어삼키려 하는 거대한 악, 조부 투바키는 이미 판단을 내렸습니다. Nothings matter. 아무것도 중요치 않다는 것이죠. 조부는 알파버스에서 받은 과도한 차원 이동 훈련으로 인해 분열되어 하나의 존재인 동시에 모든 존재가 되었고, 모든 우주의 힘을 지니게 되어 도덕적 기준조차 잃고 말았습니다. 조부가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아등바등 살려고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으니, ‘베이글’ 안으로 들어가자는 것이죠.
조부가 발견한 진리, ‘베이글’은 모든 것을 빨아들입니다. 그 안에선 어떠한 기준도, 성취도 필요치 않습니다. 조부는 무수히 많은 우주를 넘나들며, ‘허무’를 경험했습니다. 삶은 결국 무엇을 위한 것도 아니며,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조부 세력과의 전투 속에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던 에블린 역시 이에 반박할 수 없었고, 조부의 논리에 수긍합니다. 이때 남편인 웨이먼드가 에블린을 붙듭니다. Please be kind! 이해할 수 없는 웨이먼드의 말을 통해 에블린은 깨닫습니다. 늘 실없고 바보같았던 남편, 에블린 없이는 꼼짝없이 굶어죽었을 것만 같은 남편 웨이먼드는 놀랍게도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투쟁하고 있었다는 점을요. 손님의 빨랫감에 장난스레 붙여놓던 장난감 눈알, 에블린이 타박하던 그의 순진하고 물러터진 성정은 실상 세계를 끌어안는 가장 강한 힘이었으며 세상과의 기나긴 사투를 승리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제 3의 눈이었던 것입니다.
Nothings matter. 웨이먼드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에도, 아무것도 중요치 않습니다. 여태 어떤 일을 망쳤든,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든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과 진심을 나누며 살아가면 됩니다. 그게 각자의 생에서 단단히 지켜낼 수 있는 가치이고, 삶이 가지는 의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 세상에게 더 친절해짐으로써 길지 않은 일평생을 더 나은 선택으로 꾸려갈 수 있다고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삶과 허무, 선택과 사랑이라는 굵직한 주제를 관객에게 쥐어줌과 동시에, 영화는 온갖 패러디와 농담으로 러닝타임을 가득 채웁니다. 어쩌면 이가 ‘인생에 대한 고민은 그리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다 본 후의 당신이, 우리가 마주친 이 우주의 사랑스러운 점을 가득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1년에 세상에 처음 나온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국내 팬들의 꾸준한 성원에 힘입어 지난 2월 14일에 재개봉했습니다. 3월 1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도 했죠. 이 영화를 언제든 접할 수 있는 우주에 살고 계신 점을 축하드려요.
기회가 되실 때, 에블린의 멀미 나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길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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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나를 사랑한 과거의 너에게
나는 중국의 주동우 배우의 팬이다. '소년시절의너'를 보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돌아다니면서도 이 영화가 주동우 배우의 출연 때문인지 눈에 띄었지만 결국 관람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아무래도 로맨스인데다가 신파일 것만 같은 편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볼 게 너무 없다고 느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결국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이 영화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결국 볼 거면서 오래도 돌아간다, 나도 참.
1. 사랑의 맹점
보다보니 흡입력 있고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로맨스 영화가 흥하려면 결국 인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지만 일반 대중은 캐릭터의 매력으로 모이곤 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여기 두 주인공은 서로의 입장이 너무 이해가 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남자와 여자의 동상이몽이란 이런 건가 했다. 남자는 외면적인 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것에 몰두하다 보니, 여자의 마음을 놓쳤고, 여자는 조건을 본다고 주장하면서도 사실 마음 속 깊은 속에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조건 따지던 여자도 그 모든 조건들이 필요없어지며 사람 하나만을 바라본다. 하지만 여자의 조건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남자는 여자를 위해 자신이 되어야하는 이상향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건에 맞기만 하면 여자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로의 타이밍이 이렇게 안맞는 것이다.
여자의 조건에 맞추고자 했던 남자의 노력이 이루어지려고 하는 그 순간 여자는 그렇게 따지던 조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남자의 진실된 애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남자에게 그런 추상적인 말은 이해가 될 리가 없다. 자신의 사랑이 상대의 조건을 맞춰주는 것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멘붕이 오는 것이다.
남자는 외적인 요소를 채워주는 것이 중요했고 여자는 남자의 애정이 중요했던 것인데 남자는 여자의 마음 깊이 숨겨진 진짜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잘 모르는 것이 인간 관계이고, 사랑하는 관계로 규정지을 수록 오히려 그걸 더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너는 나를 알아야지'라는 그 말이 결국 그들의 관계의 함정이 되어 버리는 것만 같다.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서로를 전혀 모르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현타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2. 만약은 없다. 그것이 운명인 것이니
현재 시점이 되어 남자가 수많은 만일의 가능성을 논하며 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에 대해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만일 내가 그 곳에 갔다면, 내가 그러지 않않다면, 등등 과거에 다른 선택을 하면 헤어지지 않았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의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론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했던 행동의 반대를 행하면 현재와는 정확히 반대의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장담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지하철 앞에서 헤어졌지만 지하철을 탔다고 한들 결코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여자를 상실해 남자는 미친듯이 게임을 만들었고 그가 성공하는 것을 보며 그녀도 자신의 삶을 다시 꾸려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상실은 서로의 인생에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일종의 팔자라고 생각한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결정하고 그 선택이 곧 운명인 것이다. 그러니 과거에 다른 선택을 어떻게 하는 것이 현재에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것은 결국 과거를 후회한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 후회가 결국 인생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보면 그 후회는 결국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을 거다.
그 후회를 했기 때문에 그도 더 열심히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그 상실이 없었다면 그는 어느것도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삶에서 꼭 필요한 삶의 부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나는 여자의 입장에 동감한다. 헤어질 팔자였기 때문에 꼭 그 순간이 아니었더라도 결론은 헤어짐이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헤어짐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필수였으니까.
총평 주저리주저리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인생의 귀인은 맞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먼 훗날 서로 만나게 되었을 때 잘 살고 있는 모습으로 만나기 위해서 그렇게 악착같이 베이징에서 버틴 것 같았다. 뭐랄까 두 사람의 애틋함은 아주 깊은 사랑을 했던 나 자신의 풋풋한 청춘을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결혼을 하여 자녀가 있는 남자에게는 그 시절이 가난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만큼 자유로웠던 시절이 없다고 생각할 테고, 여자 또한 그만큼 진득하게 사랑한 경험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다시 재회해 다시 교제한다고 해도 결국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이유도 과거와 같지만 헤어지게 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난했지만 왜인지 더 찬란했던 나의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 순간에 언제나 함께 했었던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포인트는 사람이 아니라 순간인데 말이다. '그 순간'을 함께한 '서로'가 아니라 '서로' 함께 해쳐나갔던 '그 순간'을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시기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다시 그 순간으로 간다면 더 잘 대해줄 자신이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말은 오류라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의 마음가짐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가면 나는 또다시 그 철없고 무모했던 시절의 마음가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과거에 철없는 나 자신에서 변화한 모습이기에 과거로 돌아가면 더 나은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철없던 과거의 내가 없으면 현재의 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삶의 궤적과 같아서 내가 한 만큼 되어 있고, 견딘 만큼 평화가 오는 게 인생이다. 그들의 현재도 서로를 상실해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의 현재는 과거 서로를 많이 사랑했고 대가 없이 사랑했던 기억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의 현재 시점에서의 만남은 후회로 남아있던 서로의 관계 속에서의 감정들을 갈무리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일종의 기회였던 것 같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다음 phase를 밟을 수 있지 않을까. 나 또한 두 사람 모두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