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5-04-17 12:46:12
제로콜라는 살 안 찐다며
영화 [야당] 리뷰
이 글은 영화 [야당]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재주가 없는 자의 영화 리뷰 쓰는 법은 제법 처절하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들 중 제일 큰 골자를 추려내야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해를 돕기 위한 모티프도 찾아내야 한다. 거기까지만으로도 이미 힘에 부치고도 남는데 그 두 가지를 엮어서 글을 쓰다 보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엉엉.
그렇다고 모티브나 레퍼런스가 쉽게 찾아지는 영화가 편한 것도 아니다. 바꿔 말하면 뻔하다는 뜻이니 그 단조로움을 뚫고 무언가를 써내려야 하는 고통(?)도 만만치만은 않다. 이번에 리뷰를 쓸 영화인 [야당]은 후자의 경우였다. 영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과 닮아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으려 애쓰고. 익숙하다라던가 아는 맛이라는 표현들을 빼고 쓰려니 아주 고역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비루한 실력의 영화 리뷰어는 이 작품에 제로 콜라의 개념을 차용하기로 했다. 영화 자체도 빼야 할 것은 빼면서도, 기대하고 있는 어느 정도 수준의 쾌감은 주었으니까.
우선 영화는 이런 류의 작품에서 가장 관객을 해롭게 하는 설탕 같은 존재인 현실적인 참혹함이나 처참함을 덜어냈다. 덕분에 사회고발 성격을 띤 작품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무거움과 찝찝함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영화는 훨씬 유쾌하며 가벼웠지만, 자칫 잘못하면 펄럭거리면서 바람에 도망 다니기 바쁠 수도 있었던 흐름을 적당한 속도감으로 못 박아 고정시켰다. 이 덕에 영화는 매끄럽고 부드럽게 눈에 읽혀 들어가고, 관객들은 가벼운 마음과 자세로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제로 콜라임을 인지하고 마시는 것처럼. 영화에서도 관객들이 애초에 어느 정도 감안한 채 접고 들어가는 부분도 존재한다. 몇몇 등장인물들은 소모성에 가까울 것이라는 사실과, 반전의 힌트가 언제나 코앞에 있다는 사실이다. 적정 수준의 통쾌함은 보장받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는 예상 앞에서 마냥 쾌재를 부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부터 제로콜라의 안전성 혹은 의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콜라의 대안으로 제로음료를 찾는다. PH2 정도 되는 산도(Acidity)를 숨기기 위해 때려 넣은 무지막지한 설탕에서 오는 모든 성인병을 비롯한 그 외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나 과연 제로 음료가 완벽한 대체제, 혹은 건강한 음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당연히 아니오 혹은 대답을 유보하는 것에 가깝다.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제로 음료가 장내 미생물의 질서에 혼란을 주는 것은 물론. 일부 설탕 대체제들의 경우는 설탕만큼은 아니라 해도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참고 1)
그리고 근원적으로. 제아무리 제로 음료라 할지라도 단맛이라는 감각에 대한 중독까지는 뿌리 뽑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또한 여기에 있다.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모티프들을 그러모아 만들어진 이런 영화가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과연 이에 기대 만들어진 앞으로의 후속 작품들이 과연 한국 영화 자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잘은 모르겠다. 는 답변을 내뱉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깡패 영화가 만들어질 때가 있었다. 그 시대를 거치며 얻은 결론이라고는 자가복제에 지쳐 씁쓸해진 관객들의 입맛뿐이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는 맛은 이렇게 무섭고, 제로 콜라도 길고 넓게 보면 비만에 동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참고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설탕 대체제들과 함께 포함되어 있는 요소들도 혈당을 올릴 수 있음. 몇십 캔을 먹어야 설탕이랑 비슷하다는 둥의 말하지 마라. 애초에 가장 위험한 것은 단맛에 대한 중독성 그 자체임.
[이 글의 TMI]
1. 하이퍼 나이프 리뷰도 써야 하는데...
2. 보물섬 리뷰도 써야 하는데...
3. 회사 가기도 귀찮은 휴먼이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야당 #황병국 #강하늘 #유해진 #박해진 #한국영화 #범죄영화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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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6월 4주 개봉영화!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 , 2021
톰 크루즈가 돌아왔다!
영화 "탑건: 매버릭"은 교관으로 컴백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톰 크루즈는 36년 전 자신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에 제작자와 주연으로 나섰는데요.
다양한 항공 액션도 모두 스턴트 없이 직접 톰 크루즈가 소화했다고 합니다.
또한 톰 크루즈가 생애 열 번째 내한이 확정되어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항공 액션의 리얼리티 끝을 보여주는 영화!
첫번째 추천영화 "탑건: 매버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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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쉐어링 My Perfect Roommate , 2021
나문희X최우성
영화 "룸 쉐어링"은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과 흙수저 대학생 '지웅'의 한집살이 프로젝트를 그린 영화입니다.
나이부터 성격, 가치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생애 처음 '룸 쉐어링'을 시작하는 과정을 통해 유쾌한 웃음을 전하는데요.
이순성 감독은 영화의 출발점에 대해 "노원의 한 도서관에서 룸 쉐어링과 관련한 팜플릿을 봤다.
할머니랑 젊은 대학생이 함께 살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룸 쉐어링의 두 주인공은 베테랑 나문희와 신예 최우성인데요
세대를 초월한 호흡이 기대가 됩니다.
혼자 사는 노인과 대학생이 하나의 가족이 되는 감동스토리
두번째 추천영화 "룸 쉐어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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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주의보 2021
다시 돌아온 홍수아
영화 "감동주의보"는 큰 감동을 받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감동병을 앓고 있는 보영이 착한 시골청년 철기를 만나 꿈과 사랑을 이루어 내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입니다.
홍수아가 5년 만에 국내 관객을 만나는데요 "감동주의보"로 전화점을 맞을지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남자주인공으로는 최웅으로 스크린 첫 데뷔인데요 항상 드라마에서 봤던 최웅을 스크린에서 만날수 있어 기대가 됩니다.
감동받으면 죽는다는 희귀질환인 감동병을 앓는 컬링 천재 보영,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시골청년 철기의 로맨스주의보
세번째 추천영화 "감동주의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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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윌벤져스 : 수상한 캠핑 대소동 2022
‘'윌리엄&벤틀리'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윌벤져스: 수상한 캠핑대소동"은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대한민국 대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500편 이상 기획,제작하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게일의 새로운 프로젝트입니다.
2020년 코로나 예방 캠페인으로 제작된 윌벤져스 애니메이션 공익 영상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자
"윌벤져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따뜻한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팬들의 많은 호응이 있을 것 같다"라는
신창환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특히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는 샘 해밍턴이 아빠 샘 캐릭터로 등장해 직접 본인 캐릭터 목소리 더빙을 했는데요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일 예정입니다.
동물과 대화하고 공룡 힘을 내는 초능력 가진 '윌벤져스'!
네번째 추천영화 "감동주의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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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굴 Please Make Me Look Pretty , 2020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은혜씨
영화 "니얼굴"은 발달장애인 은혜씨가 양평의 문호리리버마켓 셀러가 되어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핑크 팰리스', '두물머리' ,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를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은혜씨의 아버지인 서동일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운증후군 화가들이 많지만, 정은혜 작가는 7년이 넘는 꾸준한 활동으로 4천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완성하면서 작품의 가치 또한 뛰어나는데요
'천명의 얼굴'을 시작으로 북한산 우이역 공공예술 프로젝트 '달리는 미술관-2' 등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크레아에서 '같이 잇는 가치'문화예술 포럼의 아티스트 3인 중 한 명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은혜씨의 예술 가득한 사랑스러운 일상을 담은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니얼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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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경계'에 의문을 던지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못생긴 게 재수없게 말 섞지 말아야지 "
출입국 세관 직원 티나는 남들과 유난히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티나의 외모를 못생겼다거나, 이질적이라고 느끼며 신기하게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그런 티나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수치심, 죄책감, 분노와 같은 인간의 감정을 냄새로 감지할 수 있는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 덕분에 티나는 아동 포르노범을 검거하는 데 큰 기여를 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닮은 외모를 지녔고 정체불명의 냄새를 풍기는 인물 ‘보레’가 나타난다. 티나는 그의 냄새를 계속 맡아보지만, 쉽사리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다.
얼마 뒤, 출입국 수속장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 두 사람.
티나는 직감적으로 보레에게 뭔가 있다고 느껴 동료에게 몸수색을 부탁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는 보레가 과학적으로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다며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점점 가까워진다. 자연스레 보레는 티나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 남들과 다르다며, 기형이라며 "
티나는 오랫동안 자신을 염색체에 결함이 있는 ‘못난 인간’이라 여겨왔다.
어릴 적부터 외모로 인해 차별받고 살아온 티나는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보레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티나는 점점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이들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여성의 외형을 가진 티나는 남성의 성기와 비슷한 것을, 남성의 외형을 가진 보레는 여성의 성기와 비슷한 것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성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 난 누굴까요?
티나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쭉 의문을 품고 살아왔던 듯하다.
이에 보레는 티나에게 자신들의 정체가 인간이 아닌 '트롤'이라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찾고선 티나는 보레와 함께 숲 속을 알몸으로 달리며 소리를 지른다. 단순한 해방감이 아닌, 수십 년간 품어왔던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난 티나의 기쁨의 포효처럼 느껴졌다.
한편, 보레에게는 어릴 적 부모님이 인간에게 의학 실험과 고문을 당한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그 끔찍한 기억은 그에게 인간에 대한 지독한 증오와 적대감을 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보레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기생충처럼 지구의 모든 걸 써먹어요. 자기만 즐거우면 그만이죠.", "인류 전체가 병폐에요."
하지만 티나는 이를 부정한다. "모든 인간이 악마는 아니에요."
이후, 티나는 보레가 냉장고 안에 숨겨둔 히시트(신생아와 비슷한 생김새의 월경과 비슷한 원리의 것)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정황을 통해 보레가 전에 검거했던 아동 포르노 범인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레는 인간 아이들을 훔쳐 팔아넘기며, 자신만큼 인간들도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복수심에 가득 찬 논리를 펼친다. 티나는 그의 행동을 역겨운 짓으로 여기지만, 보레는 스스로 해치게 돕는 것이라며 합리화한다.
티나는 보레를 마음이 병든 이로 바라본다. 티나와 보레 모두 인간에게 고통받은 과거를 가졌지만, 그 상처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극명하게 다름을 보여준다.
이후, 보레는 여객선에서 만나자는 내용의 편지를 남겨두고 티나의 집을 떠난다. 보레는 다시 만난 자리에서 티나에게 종족을 이어나가기 위해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티나는 거절하며 답한다.
" 악마가 되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
그러자 보레는 티나에게 묻는다.
" 인간이 되려고 하는 거에요? "
티나는 대답한다.
" 누구도 해치기 싫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인가요? "
잠시 후, 경찰들이 등장하지만 보레는 바다로 뛰어들며 사라진다.
티나는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 하나를 발견한다. 상자 안에는 울고 있는 아기가 있었고, 트롤임을 알려주는 꼬리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함께 들어 있던 카드에는 '핀란드에 잘 오셧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마도 보레는 트롤 무리들과 합류한 뒤, 아이를 낳아 티나에게 보낸 듯하다.
과연 앞으로 티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이 트롤아이와 함께 인간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 카드에 적힌 대로 핀란드의 트롤 무리에 합류하게 될 것인지
영화는 의문을 남긴 채 막을 내린다.
단지 남들과 다른 생김새로 인해, 어릴 적부터 수없이 괴로워했을 티나.
그녀가 끊임없이 보여주는 자기비하적인 태도는 그간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아왔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인간에게 받은 상처가 큰 만큼, 티나 역시 보레처럼 동족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녀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보레에게 분명한 선을 그으며, 끝까지 인간성을 지키고자 한다.
특이한 외모에 인간이 아닌 티나는 경계 밖에 있으면서도 인간다움을 지키는 존재이고, 멀끔한 외모에 인간인 아동 포르노범은 경계 안에 있으면서도 인간다움에서 가장 멀어진 존재이다. 극 중 인물에서 드러나는 극명한 대비는 과연 ‘경계’란 것이 정말 의미 있는가를 되묻게 한다.
<경계선>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다양한 ‘경계선’를 허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을 되짚어보게 한다.
영화 초반, 티나의 외모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은 사회가 ‘외모’를 기준으로 경계선을 긋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경계에서 밀려난 티나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세상과 경계선을 긋고 살아간다.
그 후 영화는 트롤이라는 존재를 통해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티나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서게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잠시 영화 바깥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인종’이라는 또 다른 경계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감독인 알리 압바시는 이란 출신으로, 현재까지 오랜 시간 북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아랍계로서 유럽 사회에서 겪었을 수많은 인종 차별과 문화적 경계선을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러한 감독의 배경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으며, 알리 압바시 감독이 본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
외모, 성, 인종, 장애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경계선’으로는 더 이상 누군가를 규정할 수 없다.
<경계선>은 단지 기괴한 트롤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삶 속 수많은 경계선의 허상을 드러내며, 그 경계가 만들어낸 차별과 편견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할 때, 조금이나마 그 경계선을 허물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이미지 : 네이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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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메인 스틸은 지브리 신작 소식에 달려가는 우리들의 미래 모습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번복작! 10년만의 복귀!
지브리 역사상 최대 수준의 제작비! 이 소식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지는데요.
큰 스케일과는 반대로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영화를 꽁꽁 숨기는것만 같은 지브리. 더욱더 영화가 궁금해지는건 저뿐인가요? 지브리 신작 소식과 함께 개봉하는 킬러 두편의 영화와 조현철 배우의 감독 대변신까지 같이 만나보아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The Boy and the Her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4분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
개봉: 2023.10.25.
배급: 메가박스중앙㈜
시놉시스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11살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마히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토’는 사라져버린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탑으로 들어가고, 왜가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세계(異世界)의 문을 통과하는데…!
CINE PICK!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 이후 10년 만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은퇴 번복작품으로 스튜디오 지브리 사상 전례가 없는 최장의 제작 기간과 최대 수준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작품입니다.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기존 할리우드 영화와는 반대로 신비주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더 킬러
THE KILLER
ⓒ 네이버영화
개요: 스릴러 | 미국 | 118분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스 하워드 , 찰스 파넬, 틸다 스윈튼 등
개봉: 2023.10.25.
배급: CJ CGV
시놉시스
자신을 철저히 통제하며 오직 계획하에 움직이는 냉철한 킬러가 단 한 번의 실수로 타깃을 놓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누아르 스릴러
CINE PICK!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로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며, 영화 <세븐>의 각본을 쓴 앤드류 워커 작가가 집필했습니다. 2007년부터 이 작품을 연출하려했던 감독은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넷플릭스 배급, 스트리밍 공개까지 확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용감한 시민
Brave Citizen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2분
감독: 박진표
출연: 신혜선, 이준영 등
개봉: 2023.10.25.
배급: ㈜마인드마크
시놉시스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먹고 살기 위해 조용히 살아 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 법도 경찰도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안하무인 절대권력 '한수강'의 선을 넘는 행동을 목격하게 된다. 그의 계속되는 악행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그녀, 정체를 숨긴 채 통쾌한 한 방을 날리기로 마음 먹는데… "선은 네가 먼저 넘었다 말이 안 통하면 혼나야지!"
CINE PICK!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용감한 시민>은 낮에는 연약해 보이는 교사, 밤에는 가면 쓴 다크 히어로인 반전 캐릭터의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신혜선의 첫 액션 도전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너와 나
The Dream Song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8분
감독: 조현철
출연: 박혜수, 김시은 등
개봉: 2023.10.25.
배급: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주)
시놉시스
“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 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CINE PICK!
영화 <차이나타운> <D.P.> <구경이>로 이름을 알린 조현철 배우가 영화 <너와 나>로 장편 영화 연출에 도전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삼는 영화는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날 두 여고생이 자신의 마음을 다해 진심을 꺼내 보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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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해빠진 데자뷔
이 글은 넷플릭스 [광장]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할 말 많음 주의.
사진출처:다음 영화/윌스미스 씨 그동안 괴롭혀서 미안해요
원작 살리기 진흥회가 있다면 나 같은 인간은 상무 정도는 했을 거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매번 최악의 작품이라며 언급되는 작품은 안타깝게도 책과 동명의 영화인 [나는 전설이다]. 다행스러운 건, 원작이 책이건 웹툰이건 상관없이 2차 창작물인 영화가 만들어질 때마다 고통받아야 했던 이 작품에게도 마침내 대관식(?)을 치를 때가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인 것은 이 불명예스러운 행사에 참석해 버린 내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는 점에 있겠지. 어휴, 신이시여.
당당하다 못해 윌스미스가 왕관을 씌워 주기도 전에 그의 손에서 냅다 왕관을 낚아채 머리에 얹어버린 넷플릭스발 작품 [광장]은, [나는 전설이다]가 답습한 두 가지 분노 포인트를 정확하게 표방(?)하고 있다. 하나는 원작의 이름과 모티프를 빌려가 놓고 완벽하게 다른 작품으로 해석해 버렸다는 점과. 원작을 안 보았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결과물이 “그저 그런”수준에 머무르는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는 원작을 본 사람이건 안 본 사람이건 가릴 것 없이 화나게 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가격 비교 사이트에 빠져버린 인간처럼 몇 번이고 원작과의 차이점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데 특효약이 아닐 수 없다. 참내.
사진출처:넷플릭스 공식채널
그렇다면 [광장] 이 첫 번째 분노 버튼인 “어떻게 원작을 본 사람들을 괴롭혔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원작이 가진 많은 임팩트의 지분은 사실 거의 맨 마지막 장면에 있다. 이 점은 이제 어엿한 패배자가 되어 버린(?) 원작소설 [나는 전설이다]도 그러하다. 무려 이 장대한 이야기의 제목을 할애한(혹은 부여한) 마지막 대사(장면)를 위해서. 처음부터 죽자 사자 달리며 쌓아두었던 모든 것들이, 마지막에 가서야 기폭버튼을 누르자 연쇄 다발적으로 터지는 지뢰처럼 사정없이 폭발하고 몰려와서 소위 카타르시스라고 부르는 감정을 맛보게 한다.
이런 경험이, 바로 작품의 제목만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마를 탁 치며 아 명작이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포인트이다. 그것은 액션신만 훌륭해서도, 몸값이 엄청난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뿐만 아니라 터뜨려야 하는 지점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미친(positive)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다. [광장]은 실패한 각색과 디렉팅의 결과 한가득한 작품이며 원작에서 기대했던 그 어떤 것도(남기석 미모 제외) 눈앞에 가져오지 못한다.
사진출처:넷플릭스/남기석 씨.. 아 아니 아니 이준혁 씨 고맙습니다.
인물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웹툰의 첫 회만 보더라도 기준(소지섭)의 분위기가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챌 것은 분명하며, 앞서 말한 기석을 제외하고서는 그다지 마음에 와닿을 만큼 닮았다고 느낄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안타깝게도 기석은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페이지에도 특별출연이라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아주 잠깐만 등장하는 인물에게 극의 포커스마저 빼앗기게 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또한 김 선생(차영도, 차승원)의 등장에 대해 짚어보자면. 원작에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아님), 최근 차승원이라는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너무 겹치는 점이 많아서. 광장의 어느 한 장면에서라도 흐음... 서영락 대리.라고 말한다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분명 배우의 입장에서는 제2의 가능성을 타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임에는 틀림없으나, 잘 묻어난다거나 연기를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연달아 이런 캐릭터로 출연하는 작품들을 접하다 보니 그다지 차별점이 느껴지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사진 출처:보그 코리아
그렇다면 원작을 감상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과연 이 작품이 좋은 작품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당연히 나의 대답은 아니오. 에 가깝다.. 가 아니라 그 대답 밖에 할 수가 없다.
우선 장르적 특성에 대해 생각해 보면. 은퇴한 실력자와 관련된 모든 것, 그러니까 가족이라던가 옆집 꼬마라던가 강아지나 차 기타 등등, 을 건드리는 바람에 줄초상이 나는 영화는 이미 여러 버전으로, 게다가 유니버스 구축까지 잘 되어 있는 상태이며, 그마저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화려한 총격전으로 가득하다.
그런 쪽으로 이길 수 없다면 스토리의 진행이라도 긴박해야 할 텐데 금쪽이 구준모(공명)가 시리즈중반부에서 생을 마감한 후에는. 긴장감의 급격한 감소는 물론, 김 선생과 금손(추영우)의 지분 싸움으로 파워게임의 시프트가 이뤄진다. 그로 인해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처럼 미간 사이에 주름만 잡은 채 겨우 걸어 다니는 듯한 기준(소지섭)의 존재감은 그의 빛났던 명성에 비해 너무도 하찮게 뒤켠으로 밀린다.
그 결과 기준이 한껏 폼을 잡으며 자기가 시작한 일이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마다 자의식 과잉이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은 물론, 진부하지 않은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었던 마지막 회에서는 내가 이 시리즈에 줄 수 있는 마지막 관심은 끊이지 않는 헛웃음뿐이었다.
사진 출처:보그 코리아/허준호 배우 만세
영화가 원작과 전혀 다른 작품이 되어 버렸다면, 애초에 원작과 같은 제목(까지는 봐준다 치고)이나 모티프를 쓸 이유가 없다. 그러나 원작에 대한 집착을 떼어놓고 작품을 만든다 하더라도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지. 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 남는다.
제작자는 그 두 가지 계약에 대한 약속을 모두 지키지 못했고. 그 결과 나는 흔해빠진 데자뷔로 잔뜩 점철된 시리즈 한 편을 눈앞에 둔 채 감흥 없이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이 글의 TMI]
1. 게다가 소지섭은 그렇게 얻어맞고 찔리고 심지어 총알 세례(?)까지 받는데 죽지도 않음.
2. 그리고 그렇게 목을 찔리면... 말을 못..... 기도(air way)가 식도보다 앞에 있어....
3. 놀랍게도 나는 가톨릭 신자다. 안 믿기겠지만 어쩔 수 없지(나도 안 믿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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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적 세계에서 몸부림치는 실존, <파닥파닥>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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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부터 이어집니다.)
그 고등어가 재수 없는 이유
<장면 5>
“빨리 우리들처럼 죽은 척 해. 이렇게 해야 살 수 있어요.”
수조 속 물고기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가장하는 것이다. 살아있을수록, 더 싱싱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죽은 척하기.’ 그들은 배를 까뒤집고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겨우겨우 삶을 부지한다. <장면 5>, 고등어의 1인칭 시점 카메라로 본 수조 속 물고기들의 생존법은 기괴하다. 고등어가 노래한 OST ‘악몽’의 가사 일부는 아래와 같다.
“그들이 나를 데려간 그곳엔
많은 이들이 죽어있었어, 아니 살아있었어.”
그들은 살아있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철학자 야스퍼스로 바라본 벗어날 수 없는 수조 안, 그리고 곧이어 들이닥칠 죽음의 예고는 수조 안 생선들이 맞닥뜨린 한계상황이다. 죽음의 순간을 잠시 미루는 것에 불과한 ‘죽은 척하기’ 생존법으로는 그들을 둘러싼 한계상황을 근본적으로 타파할 수 없다. 이 한계상황에서의 대처방식을 두고 고등어와 다른 수조 속 물고기들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야스퍼스 실존주의의 관점에서 수조 속 물고기들과 고등어가 추구하려는 삶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장의 배고픔과 죽음의 위기를 모면하는 데 급급한 수조 속 물고기들. 이들의 생존법은 오히려 죽음을 안일하게 망각하는 회피적인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의 상황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주하는, 비(非)본래적인 삶에 그쳐 있는 것이다.
“살아남으면, 그 다음은요?”
이들에게는 다음이 없다. 잠깐 죽음을 피해봤자 그뿐. 그들은 여전히 수조라는 절망적인 한계상황에 머물러 있다.
반면 수조를 벗어나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무작정 몸을 불사르는 고등어, 고등어에게 바다가 아닌 수조 속에서의 삶은 다른 의미로 진정한 삶이 아니다. 그에게 유리벽에 가로막혀 바다를 포기하고 죽은 척하며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영화 ‘파닥파닥’에서 고등어가 그토록 염원하는 바다는 자유이자, 본래적 삶이자, 존재의 의미를 찾아내려는 실존 그 자체를 상징한다. 고등어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실존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이러한 삶의 본래적인 가치를 수조 속 물고기들에게도 계몽시키고자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계몽이라는 작업은 마음만큼 쉽지 않다. 당장 눈앞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우선인 물고기들에게 고등어는 언제나 붕 뜬소리만 해대는 눈엣가시다. 자꾸만 이룰 수 없는 목표에 몰두하고 도전하려는 고등어의 모습이 다른 물고기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비본래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에만 매몰된 그들에게, 고등어가 본래적 삶의 가치를 계몽하려는 시도는 안주하고 있던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라고 채찍질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장면 6>
그러나 이토록 바다를 갈망하던 고등어의 희망찬 탈출은 좌절되고 말았다. 말끔히 손질되어 접시에 오른 고등어. <장면 6>의 카메라 앵글은 인간의 시점에서 여러 밑반찬과 함께 식탁에 오른 고등어를 내려다보며 그가 더 이상 실존을 외치던 존재 ‘고등어’가 아닌, 그저 ‘고등어 회’라는 섭취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비극의 정서를 심화시킨다. OST ‘용서해요’ 뮤지컬 시퀀스 직후, 음악 없이 식탁에 접시를 올리는 ‘달그락’ 효과음으로 시작되는 <장면 6>은 직전의 시퀀스에서 고등어와 올드넙치가 죽음의 순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장면과 대조적으로 매정한 현실의 상황을 부각시킨다. 인간의 기호와 즉흥적인 선택으로 뒤바뀐 올드넙치와 고등어의 생사의 갈림길. 장난삼아 그 입에 담배를 물리는 남자는 눈앞의 생선이 얼마나 자유를 부르짖으며 몸부림치다 죽어버렸는지 알 턱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강압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고등어의 죽음은 진정한 삶을 향한 실존의 추구가 종종 극복할 수 없는 숙명과 권력 아래 무참히 짓밟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도 몸부림쳐야 삶이지
영화 ‘파닥파닥’은 횟집 수조 속 생선이라는 독특한 화자의 시선을 빌려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삶의 불평등, 그리고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을 조명하고 있다. 여기서 바다를 갈망하던 고등어의 죽음을 통해 영화 ‘파닥파닥’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제 포기하고, 저항하지 말고, 늘 그랬듯 수조 속에서의 삶에 안주하라는 회유일까?
<장면 7> <장면 8>
여기서 영화의 마지막, 올드넙치의 탈출이 가지는 상징성에 주목해야 한다. 올드넙치의 탈출에서 ‘모형 칼’은 중요한 모티프다. <장면 7>에서 인간 병사 장식품의 손에 들려 있던 모형 칼은 저항하는 고등어를 찌르며 상처 입힌다. 이는 인간의 막강한 권력이자, 실존의 추구를 좌절시키려는 불평등한 현실의 제약이다. 그러나 고등어의 몸에 박힌 칼은 이제껏 죽음을 회피하며 숨기에 급급했던 올드넙치에게로 전달된다. 탈출하기 직전 인간의 손아귀에 붙잡힌 절망적인 상황, <장면 8>에서 올드넙치는 숨기고 있던 모형 칼을 인간을 향해 날리며 마침내 자유를 손에 얻는다. 고등어로부터 전해져 올드넙치를 바다로 이끌어준 모형 칼은 곧 자유를 향한 갈망이자 저항의 상징이다. 작은 모형 칼은 결코 인간을 해칠 수 있는 대단한 도구가 못 된다. 생선에게 인간은 언제나 압도적인 포식자이자 뒤집을 수 없는 서열. 그럼에도 그는 고등어로부터 이어진 그 칼을 인간에게 겨눔으로써 비로소 죽음의 수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인간과 생선의 서열이 뒤바뀌는 이변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들 사이의 극복할 수 없는 불평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저항을 통해 올드넙치의 삶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언젠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찾아온다고 해도, 올드넙치의 삶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변화했다는 것이다.
“운명이 짓궂은 장난을 치네요, 바보처럼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해낼 수 있어요…내가 항상 같이 할 테니.”
<장면 9> <장면 10>
OST ‘용서해요’의 뮤지컬 시퀀스 속. 좁은 정육면체에 갇혀 있던 <장면 9>에서 그것이 해체되며 자유로워지는 <장면 10>으로의 이행은, 비단 올드넙치뿐만 아니라 고등어 또한 탈출에서 정신적 주체로서 함께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고등어는 육체적으로는 죽음을 맞이했으나, 결국 그 죽음이 누구보다 비관적이고 비본래적인 삶에 매몰되었던 올드넙치를 변화시켰다. 올드넙치와 고등어는 정신적인 동반의 관계를 맺어 함께 바다로 나아간다. 자유를 향한 의지를 이어받은 올드넙치의 탈출은 고등어가 지향했던 실존적인 삶의 추구를 계승한다. 바다를 향해, 진정한 삶을 향해 저항하고 몸부림치는 그 과정 자체가 실존이다. 그 점에서 고등어는 이미 실존을 완수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개인이 처한 절망적인 현실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필연적인 숙명이라는 한계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해야 하며, 그러한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외친다. 언뜻 비극적으로 보였던 고등어의 죽음은 올드넙치의 탈출을 통해 그 의지를 계승하며, 충분히 우리가 우리의 삶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제 ‘파닥파닥’은 단순한 의태어가 아니다. 온갖 불평등과 극복할 수 없는 숙명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그럼에도’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삶을 소망하는 실존적인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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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1958년 ‘별하나’의 포스터 ©영희야 놀자
이 다큐멘터리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위태로움이었다. 여성국극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나는 여성국극을 하는 이들이 마주쳐야하는 냉정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슬픔을 느꼈다.
전통 예술의 맥을 이어가려는 두 주연 박수빈씨와 황지영씨는 분명 열심이었지만 그들의 노력이 외면당하는 현실은 냉정하게 느껴졌다. 그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조영숙 명창의 존재마저도 그녀의 90세라는 나이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압박감과 안타까움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었고 ‘역할이 맞는지’, ‘여성국극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그녀들의 불안은 여성국극의 얼마 남지 않은 수명처럼 느껴졌다.
이 끊어질 듯한 여성국극의 슬픈 운명은 공연 현장에서 더 뚜렷해졌다. 전통의 맥을 잇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궁에서 열린 공연은 조촐했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명창의 무대 앞에서 지루한 듯 등을 돌렸다. 짧은 관심 속에서 전통 예술은 외면당하고 있었고 그런 현장을 지켜보며 냉소적인 시선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문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낯선 가락, 느린 호흡 그리고 현대적이지 못한 공연 방식과 마케팅. 관객과의 거리감은 명확했고 나 역시 슬슬 지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관광지 한복판에서 열린 공연은 조촐했고 어설픈 홍보 속에서 누군가에겐 평생의 무대가 관광객에겐 그저 잠시 스쳐 가는 볼거리로 전락하는 듯해 씁쓸했다.
일본 신사에서의 전통 의식을 1시간 가까이 열심히 촬영하던 외국인들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한국의 궁에서는 우리의 예술이 외면당하고 있었다. 여성국극의 현주소는 그렇게 묘한 공허함을 안겼다. 명창이 직접 무대에 올랐음에도 사람들은 짧은흥미를 보이다 곧 자리를 떠났고, 그 장면은 어쩌면 여성국극의 끊어질듯한 현재를 상징하는 장면 같았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탁월한 지점은 바로 이 위태로운 현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냉담한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이어가려는 명창과 후계자들의 용기와 고집은 마치 춘향의 굴하지 않는 강인함처럼 느껴졌다. 나 또한 점차 이들의 고군분투에 몰입하게 되었다. 수빈씨는 조영숙 명창이 살아 있을 때 반드시 한 번 더 큰 무대를 올리고자 투자처를 찾아다니며 사력을 다했고 그 간절함은 여성국극이라는 예술의 정신으로 확장되었다. 투자처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졌고, 여성국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무지와 편견도 존재했다. 수빈씨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끈기와 진심은 이 다큐의 긴장감을 이끌어갔다.
이옥천, 이소자 등 명창들을 찾아가며 레전드 춘향전을 다시 만들려는 과정에서, 나는 그들이 겪어온 세월을 담담히 말하는 장면에서 그들이 그 속에서 지켜낸 여성국극의 정신을 마주했다. 오랜 시간 흩어졌던 이들이 모여 무대를 준비하는 장면은 단순한 공연 준비가 아닌 어떤 "정신의 복원"처럼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난 먼 친척을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듯한 어색함은 잠시, 그들은 여성국극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손을 맞잡는다. 그들이 걸어온 길 그리고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성국극은 오랫동안 편견 속에 있었다. 여성이 남성 역할을 하고 또 여성을 사랑하는 서사를 연기하는 것. 과거에는 작품이 쏟아지고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외면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낯선 예술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며 오히려 그 섬세함과 감성 그리고 여성 특유의 디테일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명창들은 지금도 굳은 발성과 강인함 동시에 섬세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작은 체구와 노인의 몸으로 춘향과의 사랑을 연기하며 오히려 남성보다 더 단단한 힘을 느꼈고 그 무대는 단순한 전통의 계승이 아닌 살아 있는 예술이었다.
이 다큐에 등장하는 명창들은 모두 노인이며 여성이다. 후계자들 또한 여성이다. 우리는 종종 그것만으로 그들을 연약하게 바라본다. 남성의 굵직한 발성이 없는 무대, 노인의 느릿한 몸짓. 그러나 이들이 보여준 여성국극에 대한 열정과 혼 그리고 전통을 지키려는 강인한 우직함은 그런 편견을 단숨에 깨트린다. 굵직함 대신 섬세함과 강인함으로, 젊음 대신 세월의 깊이와 노련함으로, 그들은 무대를 채우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히려 그런 섬세함과 단단함이 이 예술의 진짜 매력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그들이 전통을 지키는 방식이었다. 유행을 좇기보다 쑥대머리의 마무리 가락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가다듬는 조영숙 명창의 모습에서 나는 그들의 고집과 신념을 보았다. 이 정도면 됐지가 아니라 이건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단호함. 그것이야말로 전통의 힘이었고, 그 디테일을 지켜내는 정신이 곧 여성국극의 생명력이었다. 클래식 음악처럼,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깊이는 단숨에 다가오는 법이 아니다. 어느새 나도 여성국극의 운율과 말투 그리고 섬세한 표현 속에서 전율을 느꼈고 그 예술성에 감탄하고 있었다.
여성국극에 대해 전혀 몰랐던 나는 어느새 정년이라는 드라마를 찾아보고 여성국극의 지난해 공연 예매 창을 뒤적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건 어쩌면 다시 타오를 준비가 되었음을 스스로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성국극 그 연약한 듯 강인하고 타오르는 예술과 전통. 그리고 이 다큐로 목격한 과정과 공연을 본 뒤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성국극은, 이 아름다운 전통예술은, 끊어질 듯 하나 이어지고 사라질 듯 하지만 영원할 것이다.
다시 여성국극이 화려하게 부활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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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찌 가문의 문제점을 파헤친 여자의 이야기!
하우스 오브 구찌가 개봉했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20년전에 원작의 판권을 사놓았다가 구찌 가문의 반대로 영화화를 못하다가 드디어 만들어지게 된거에요.
러닝타임이 길지만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합니다 .
특히나 레이디 가가의 연기가 정말 훌륭하죠.
이 영화에 자레드 레토도 등장을 하는데요. 엄청난 연기변신을 보여줍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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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의 파국을 담은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가 개봉했어요.
항상 괴물이 등장했던 그의 영화에 이번에는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데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한 인간의 욕망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겼기때문에
보이지 않는 괴물을 담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참 아름답고 몰입감있는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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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베이맥스!> 공식 예고편
. 안녕하...??? 안녕하세요! 전 베이맥스예요 (●—●)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베이맥스!] 7월 Coming soon, 막대사탕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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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니피그를 좋아하세요> 메인 예고편
만화가가 꿈이었던 료타. 꿈을 이어가던 중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우연히 동물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많은 일을 배우며 동물들과 교감하고, 동물원에서 운좋게 만화도 그리면서 좋은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료타가 맡았던 기니피그가 죽게 되고, 료타는 허탈함과 정말감에 빠진다. 료타와 동물원 사람들은 동물원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