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usmesentez2025-04-21 15:56:35
복수는 정말 달콤할까?
1. 복수의 아이러니 - 복수는 상처의 처방전?
가장 완벽한 복수는 무엇일까. 똑같이 되갚아주는 것? 보란듯이 잘 사는 것? 아무래도 받은만큼 돌려주는 쪽에 마음이 동한다. 내가 아팠던만큼 상대도 아파야 평등한 것이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사람의 팔을 부러뜨린 자는 팔을 부러뜨리고, 눈을 멀게한 자는 눈을 멀게 한다는 동태(同態)복수 원칙을 명시했다. 암 역시 그렇고 말고. 그렇지만 이 원칙이 개인적 복수의 당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복수를 끝마친 피해자는 다시 가해자로 법 앞에 서서 심판을 받게 될 테니까. 가장 정의로운 방식처럼 보이지만, 본인이 다시 복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안타깝게도, 복수는 위임된 권력이 대신 행할 때에만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복수의 칼날은 제자신에게 돌아온다. 복수는 달콤한만큼 유독하다.
복수의 유독성이 가장 강력하게 분출하는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복수가 성공하는(혹은 성공했다고 믿는) 순간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복수의 이중성을 잘 담고있다. 복수라는 덫에 갇혀 허우적대는 두 남자의 이야기. 한 남자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파멸했고, 다른 한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멈췄지만 영원히 구속된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사는 남자 '오대수'가 평생 수습하지 못할 과오를 저지르며 벌어지는 복수극이다.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15년 간 그를 감금했다. 오대수가 함부로 혀를 놀렸기 때문이다. 오대수는 이수애(이우진의 누나)와 이우진이 관계를 가지는 것을 목격했고, 친구에게 소문을 퍼뜨렸다. 이수애는 학교에서 깨끗하지 못한 여자로 소문이 났고,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때문에 이우진은 오대수를 몹시 증오했다. 그래서 좁은 골방에 가두고는 군만두만 먹였다. 심지어는 오대수의 부인을 살해하고 그가 범인인 것처럼 꾸미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이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평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우진은 최면을 걸어 오대수와 미도가 서로 사랑에 빠지도록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두 사람이 부녀관계였음을 폭로한다. 오대수가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이우진의 복수는 평등해졌다. 이우진은 자살함으로써 한 발 더 나아간다. 오대수는 홀로 덩그러니 남은 채 혀를 자름으로써 인과응보를 받아들인다.
"누나하고 난 서로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이우진이 오대수를 15년 간 감금한 것은 더 '잘' 복수하기 위해서다. 오대수를 죽이거나 그의 딸 미도를 해코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오대수와 미도가 사랑에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두 사람이 부녀 관계임을 밝힘으로써 마주하게 될 죄책감과 수치심을 온전히 느끼기 바랐기 때문이다. 오대수가 이우진을 일찍이 죽이지 않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감금한 이유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복수의 명분을 밝히기 위해서 게임에 끝까지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복수가 완성되는 순간 붕괴는 시작된다. 오대수가 감금의 이유를 알아내고 의기양양하게 이우진을 몰아붙이는 순간, 알고보니 모든 재앙이 스스로 몰고 온 것임을 인식한다. 오대수가 혀를 잘라냄과 동시에 이우진은 일생의 후련함을 느끼지만, 이내 삶의 이유를 상실하고 자살한다. 복수가 달콤함 뒤에 숨겨둔 독이빨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두 사람은 모두 복수의 피해자다.
이우진은 멈출 수 없었다. 누나를 잃은 뒤로 삶은 피폐해졌고 오직 복수만이 구원이라고 믿었다. 복수에 중독되고부터 어쩌면 누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자결로써 복수를 완성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대수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15년의 세월을 빼앗아 간 이우진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대수는 복수의 대상을 잃었고, 삶의 추동을 상실한 채 방황하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그토록 증오했던 이우진이 죽음으로써 살 이유가 사라졌다. 다만 그에게 남은 것은 불편한 진실을 감내하는 일 뿐이다.
복수에서 승자는 없다. 복수에 성공했지만 삶을 멈추게 된 이우진도, 목숨을 부지했지만 복수에 실패한 오대수도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복수의 달콤함은 끝내 두 사람에게 독이 됐다. 복수는 상처의 처방전이 될 수 없다. 상처의 근본적 해결은 환부를 치료하는 것이지, 남에게 똑같이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다.
복수를 멈추고 용서를 한 자만이 자유롭다. 용서만이 구원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과연 그 자유는 정말 행복할까? 다음 편에서는 용서라는 덫에 빠진 한 여인, 이신애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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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다는 것
무비채널에서 영화리뷰를 보다가 티저 영상에 박형식이 “싫어여!!! 모르게쒀여~~” 이 대사를 치는 부분이 너무 귀여어서 저것은 봐야한다 생각했던 영화 <배심원들>. 귀여웠던 티저에 반해 내용은 법정물이어서, 게다가 다루는 범죄는 살인죄여서 무겁게 흘러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법에 대한 무거움과 스릴, 재미라는 선을 잘 탄 작품이었다.
영화 <배심원들> 시놉시스2008년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 모두에게 그날은 처음이었다!
국민이 참여하는 역사상 최초의 재판이 열리는 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8명의 보통 사람들이 배심원단으로 선정된다. 대한민국 첫 배심원이 된 그들 앞에 놓인 사건은 증거, 증언, 자백도 확실한 살해 사건. 양형 결정만 남아있던 재판이었지만 피고인이 갑자기 혐의를 부인하며 배심원들은 예정에 없던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
생애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배심원들과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과 재판을 함께해야 하는 재판부. 모두가 난감한 상황 속 원칙주의자인 재판장 ‘준겸’(문소리)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끌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끈질기게 질문과 문제 제기를 일삼는 8번 배심원 ‘남우’(박형식)를 비롯한 배심원들의 돌발 행동에 재판은 점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처음이라 더 잘하고 싶었던 보통 사람들의 가장 특별한 재판이 시작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르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배심원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그렇다,, 박형식은 귀여웠다,,
귀여운 박형식을 보고 싶어서 보기 시작한 영화였는데 영화 <배심원들>은 그 매력을 아주 다채롭게 풀어낸다. “싫어요!!! 모르겠어요!!” 이 대사를 직접 들으니 정말 답답한데 귀여웠다. 하지말라는 짓은 꼭하고, 그 행동 덕분에 피고인을 만나고 무죄의 가능성을 생각해내고 약간 또라이 같은 기질이 있어서 보는 내내 피식피식 웃을 수 있었다. 박형식에게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입은 듯 연기가 뜨지 않았고 꽤나 잘해서 보는 내내 부담이 없었던 작품이었다.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법이란 굉장히 강제적이고 규율이 심한,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역사 속 지도자들은 법을 이용해 공포정치를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배심원들을 뽑는 면접 자리에서 재판장 김준겸은 “법은 사람을 처벌하기 않기 위해 있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머리 한 대를 맞은 듯 ‘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저 말은 그저 처벌을 내리려고 했던 김준겸이 배심원들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을 바꾸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저 기계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다가 올바른 판사로 돌아오게끔 움직이는 대사여서 영화 <배심원들>을 관통하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
배심원들은 초반 박형식을 제외화고 대부분 재판부의 뜻대로 움직인다. 자신들이 아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잘 모른다는 이유로, 처음이라는 이유로 재판부가 넌지시 제시하는 흐름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타협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비서실장 최영재다. 그룹의 비서실장이기에 얼른 이 배심원을 끝내고 회장님을 모시러 가야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자꾸 상황 진행에 태클을 거는 권남우(박형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 따위는 없다며 세상의 생각이, 자기 윗사람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이라 최면을 걸며 살아가지만 결국에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의견을 재판장에게 제시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낸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비서실장을 꼽을 것 같다. 가장 입체적으로 보였고, 본인 인생을 살기 급급한 일반적인 사람들을 대표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 있었던 첫 국민참여재판을 다룬 영화 <배심원들>. 국민참여재판을 활용해 자신의 목소리를 누군가에게 당당히 낼 수 있다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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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난 강박증이 있다. 이 덕에 일상생활에서 애먹는 부분이 많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10년 전 고등학생 친구의 이름을 기억한다던가. 친구의 전 근무지를 기억하고있다던가. 주변인들 반려동물 이름 기억하는건 일도 아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무언가를 기억했을때 따라오는 단점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 기억하기 싫은 것들도 강박이 되어 계속해서 생각난다는것이다. 필요할때 무언가에 집중을 못하는건 되게 귀찮은 일이다. 사람들과 말하다가도, 비행기를 타더라도, 맛있는걸 먹을때도 내 시간을 오롯이 못쓴다. 두번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 고3때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에 대해 일일이 다 기억했다가 한꺼번에 '선생님은 멋져요'라고 말한 적 있다. 그러고 나서 크게 혼났다. 누군가의 자그마한 사실이라도 다 기억하고 있거나 알려고 한다는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한다는걸 그때야 알았다. 얼핏들으면 사생활의 모든걸 알려고 든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굳이 이런 사람이란 인식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내 머릿속은 내 삶을 바꿔놨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머릿속에서 음성이 들린다거나 했던 적은 없다. 요즘에서야 강박증에 대해 주변에 말한다.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니까. 내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이걸 앓는게 아니잖아?
되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땐 선을 지켜야한다. 생각이 많아질때의 나를 설명하면 이해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다행히도 요즘은 그런 편견이 많이 없어져서 강박증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적다. 요즘 공황장애라던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유명인들이 많아져서도 좋은 영향인 것 같다. 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는 경우가 많이 줄어서인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물론 몇년 전에는 주변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도 있었다. 이 때 생각하면 굉장히 부끄럽다. 그래도 나는 이 병 때문에 삶에 엄청나게 지장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이 덕에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쉬워졌다. 어차피 인생사가 맘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나처럼 자기 의지랑은 상관없이 머릿속이 복잡해질때가 사람에게 언젠간 온다. 그럴 때를 알아서인지 가끔 지나가다 인터넷에 뜨는 사연들이 남 이야기 같지 않다. 내 기억의 어느 순간을 꺼내오는 것 같았다. 저 사람도 저러고 싶지 않았을텐데. 뭐 그런 기분이 먼저 든다.
<더 파더>는 나와 비슷하면서도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안소니 홉킨스가 주인공 '안소니'로, 올리비아 콜먼이 딸 역할로 출연한다. 플롯은 간단하다.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일수도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내는 돌아가신 것으로 보이고, 작은딸은 왠지 집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안소니는 거의 대부분 혼자다. 아버지로서의 삶을 보냈던 주인공은 딸이 없다면 기댈 곳이 없다. 사람이 외로울 때 말 걸면 별의 별 이야기를 다 한다. 작은 딸 루시의 이야기부터 간호인에 대해 '나는 돌볼 곳이 없다'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주고 또 입어가며 병마와 싸운다. 영화는 타인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다른 작품들과 다른 지점이 있다.
영화는 플롯을 비튼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치매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진다. 내 딸이 딸인건 맞나. 딸의 남편이 사별하지 않았나. 이런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영화에 담긴다. 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두명으로 배치한다. 또 있다. 초입부 시계를 잃어버렸다고는 말하지만 뭐 하다 놓쳤는지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왜? 안소니는 어차피 시계를 잃어버린 기억 자체가 없거든. 안소니가 시계를 잃어버린걸 장면으로 보여주면 '이래서 잃어버린 것 아니냐'를 보여주는 셈이 되어 그에게 책임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안소니가 겪는 일들이 병으로 인한 현상 자체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을거다. 이 점에서 내가 뽑은 각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없다'라는 기억을 관객들에게 와닿게 하고 싶어서였을거라고 생각한다. 안소니에게 없는 기억이 이것만일까? 딸이 누군지. 작은 딸은 어떻게 지내는지. 딸이 이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뭐 그런 것들이 아버지 안소니에겐 중요했을거다. 분명한 사실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는 후반부의 이야기다. 초중반부는 무엇이 정답인지를 ?치고 미스터리로 극을 끌고간다. 어차피 감독은 관객에게 무엇이 사실인지를 말해주고 싶은 의도가 없었을거다. 치매 환자들에게 중요한건 '기억하고 싶은건 잊어버리고, 기억하기 싫은건 머리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이런 치매의 성격으로 인한 머릿속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연출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플롯이 혼란스러운 이유만큼이나 치매환자들과 주변인들이 왜 더 존중받아야하는지가 분명해진다. 어쩔 수 없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는 것일테니까.
세상에 존중받지 말아야 할 인간은 없다. 심한 건 아니었지만 나도 강박증으로 특이한 행동을 해봤어서 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며 어느 순간의 내가 생각났다. 또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져야한다는걸 느꼈다. 이런 기분이 든 <더 파더>는 참 좋은 영화다. 주인공 안소니 홉킨스가 '양들의 침묵'보다 더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이유가 있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생각나는 연기였다. 엔딩신이 주는 묵직함이 어마어마한데, 나는 이 영화를 보려고 기대중인 분들에게 끝부분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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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나의 조국은 홀로코스트의 방관자
어느 유대인의 삶
A Jewish Life
Cast
감독: 롤란트 슈로트호퍼, 크리스티안 케머, 플로리안 위겐세이머, 크리스티안 크로네스
출연: 마르코 파인골드
Synopsis
<어느 유대인의 삶>은 마르코 파인골드의 삶에서 일어난 사건과 우여곡절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대를 살았던 그의 생존을 묘사했다. 마르코 파인골드가 나치 정권 때 겪었던 모든 경험은 현재 그의 존재를 정의하고, 영화는 파인골드가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 및 그 인식이 현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린 작품이다. (출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Review
2016년, <어느 독일인의 삶>이라는 작품으로 105세 할머니 브룬힐데 홈셀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던 네 명의 영화감독이 이번에는 105세 할아버지 마르코 파인골드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평범하신 분들이 아닙니다. 홈셀 할머니는 나치 선전장관의 개인 비서였고, 파인골드 할아버지는 홀로코스트의 생존 유대인이죠. <어느 유대인의 삶>은 전작과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졌으나, 절대 같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마르코 파인골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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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그리고 나의 조국을 고발합니다
마르코 파인골드는 히틀러와 나치를 고발하며 한평생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의 화살은 오직 히틀러와 나치만을 향하지 않습니다. 그가 분노의 화살을 겨눈 또 다른 과녁은 바로 그의 조국 오스트리아입니다.
마르코 파인골드는 수많은 오스트리아 빈의 시민들이 히틀러와 나치 군인을 환대하려고 헬덴 광장에 모인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오랜 타국 생활로 유대인의 티를 감출 수 있었던 그는 광장 한복판에서 믿지 못할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죠. 그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국의 유대인 척결에 앞장섰다고 비판합니다. 히틀러가 오스트리아에 발 들인지 고작 하루 만에 존경받는 의사는 더러운 유대인이 되었고, 유대인과 결혼한 비유대인은 가정을 깨버렸죠. 마르코 파인골드는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네 곳의 수용소를 거쳐 기적적으로 해방을 맞이했으나, 두 번 다시 오스트리아 빈에 발 붙이지 못했습니다. 입국을 거부 당했거든요. 이러한 치욕적인 대접은 7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마르코 파인골드를 분노하게 했습니다.
합병의 과정에서도, 탈나치화의 과정에서도 조국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대인들. 마르코 파인골드는 주름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침묵을 택한 조국의 민낯을 밝힙니다. 105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그는 매우 정정합니다. 아직 이생을 떠나기엔 이르다는 듯이 말이죠. 그는 지금도 과거를 미화하고 부인하는 사람들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습니다. 진실을 오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마르코 파인골드는 생을 끝마칠 수 없습니다. 매일 과거와 만나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그는 끊임없이 이야기할 것입니다.
당시 오스트리아의 상황은 벼랑 끝에 내몰린 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실업률은 하늘을 찌르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넘쳐났죠.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일자리와 음식을 약속했다고는 하나, 어떻게 같은 나라 사람을 한순간에 배신할 수 있을까요? 이런 비극적 역사의 속살이 드러날 때면, 분노가 차오르면서도 ‘과연 나라면 달랐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에 다다라 슬퍼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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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화면 속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
<어느 유대인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르코 파인골드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연극배우의 독백 같기도,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 같기도 하죠. 깊은 주름을 강조하는 흑백의 화면은 세월을 시각화하고, 카메라는 지난날을 떠올리는 그를 있는 그대로 담아냅니다. 정면에서, 측면에서, 가까이서, 멀리서. 변주되는 것은 오직 촬영 구도뿐입니다. 관객은 비극을 떠안고 살아온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죠.
파인골드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에는 ‘비극’으로 뭉뚱그려지는 역사를 직접 겪은 한 인간이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고통들이 묻어있습니다. 독백 사이사이에 삽입된 뉴스 자료, 현장 영상 등의 아카이브 푸티지는 마르코 파인골드 개인의 이야기가 역사의 일면이라는 걸 알려주지만, 슬프게도 역사의 이면에는 결국 개인만이 남습니다.
생사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가족의 소식을 이야기하며, 그는 없음(nothing)과 함께하는 고통 속에 산다고 고백합니다. 굶주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수단인지도 담담하게 이야기하죠. 수용소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던 날들의 절망도 털어놓습니다. <어느 유대인의 삶>의 촬영 방식은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의 격동성과는 달리 한없이 고요합니다. 이야기에 힘을 더하기 위해 연출진이 선택한 독특한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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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방관자였습니다. 히틀러에게 협조하며 홀로코스트라는 살인 사업에 동조했고, 고국으로의 복귀를 막아버림으로써 생존자를 방치했죠. 21세기지만, 여전히 전쟁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휴전국이고요. 파인골드 할아버지는 시민적 용기가 조직되었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유대인의 삶>을 통해 시대의 풍파 속에서도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하는, 더욱더 용기 있는 시민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겨봅니다.
Schedule in DMZ docs
2022.09.23(금)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101호 10:30
2022.09.27(화) 메가박스 백석점 2관 13:30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2일 - 0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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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 공포영화? 이별영화?
사교(邪教)를 통해 보여준 예술과 종교의 존재에 대한 사유
눈부시게 아름다울수록 공포와 두려움은 커지고 기이한 오컬트 속에서 왠지 모를 위로가 느껴진다. 개봉 전부터 로튼 토마토에서 고득점을 하며 많은 관심을 받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 <유전>과 <미드소마> 모두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지만 <미드소마>는 <유전>과 달리 주인공을 불안과 어둠으로 둘러싸인 한 가정에서 개인으로 옮겨 귀신이나 신이나 초자연적 현상과 같은 요소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여주며 화려하고 이색적인 풍경에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기이함에 놓여 방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영화이다. 전작 <유전>으로도 큰 호응을 얻은 것도 한몫했겠지만, <미드소마>가 로튼 토마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수많은 걸작의 탄탄한 레퍼런스와 실제 연출을 위한 감독의 섬세한 연구 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미드소마>는 감독이 연인과 싸우고 쓴 각본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영화에서 연인의 관계, 결혼, 이별, 이혼 들을 통한 의존적 관계에 대해 고심한 감독의 노력이 다방면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국내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의 팬임을 밝히고 할리우드판 리메이크 작의 제작까지 참여 예정인 아리 애스터는 이 외에도 다수의 작품을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이미 여러 번 인터뷰에서 밝혔다. 시나리오 레퍼런스로 <결혼의 풍경(1973)>, <결혼과 이혼 사이(1981)>, 미장센 레퍼런스로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1964)>, <석류의 빛깔(1969)>,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2000)> 등 치밀하게 준비한 덕에 1970년대의 <위커맨(1973)>의 뒤를 이을 2019년의 포크 호러작 <미드소마>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이 돋보이는 미장센의 대표적인 예로, 영화의 초반부인 대니의 집의 벽에 걸린 축제를 벌이는 듯한 기이한 그림의 액자 등과 같이 많은 이스터 에그들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 사원이나 제물이 불에 타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감독은 버림받은 주인공이 과거와 연관된 물건들을 태우고 나서야 그 관계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처럼, 관계의 파탄을 보여줄 수 있는 전형적인 방식을 차용하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는 대니가 가족을 잃으며 시작하여 새로운 가족(공동체)을 얻으며 끝나는 시나리오와도 맞닿아있다.
아리 애스터의 또 다른 두드러진 연출로는, 다른 대중적인 호러물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남성 제작가의 시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릴러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부터 다수의 호러물, 스릴러에서 관객의 몰입도와 교감 신경 자극을 위하여 성적 긴장감을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미드소마>의 경우 ‘일반적인’ 성적 긴장감을 조성할만한 요소들이 다수 있으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수동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러한 감독의 시각의 영향으로 감독의 성장 배경 및 개인사를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이성애와 권력의 관계를 뒤집어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전 단편작 <The Strange Thing About The Johnsons>에서도 보이듯 동성애와 종교적으로 받은 억압이 감독의 시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종종 삐뚤어진 소망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감독은 관객들이 밝고 화려한 호르가 구성원들의 의식에 함께 빠져들기를 바랐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자 감독이 정말로 전하고자 했던 장면은 바로 대니가 울자 함께 더 크게 울어주는 호르가 구성원들의 장면일 것이다. 주인공 대니가 겪은 어려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대니의 상실에 공감해주지 못하는 남자친구와 대니의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지만 울고 있는 대니의 옆에서 함께 울어주는 호르가 구성원들 중 후자를 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또한 주인공을 철저하게 상실로 인한 결핍 속에 배치한 뒤 서서히 권력을 부여하며 주인공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이한 오컬트 영화로 포장했지만 속은 대니의 이별 영화인 셈이다. 예술이라는 기술이 하는 능력은 소외와 결핍을 공감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가진 또 다른 것이 종교이다. 기이한 행위들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그들의 사이엔 유대가 생기고 공감을 자아내 서로의 결핍을 채워준다. 따라서 영화라는 예술을 이용하여 종교의 능력을 보여준 것 자체가 예술로써의 역할까지 완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과 종교가 사회에서 유지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사유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장센적인 측면에서, 장르적 특성에서, 컬트 영화사의 한 작품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대니와 함께 울어주는 호르가 구성원들의 장면이다. 다양한 흥미로운 요소들로 꾸며진, 속은 제대로 된 알맹이 덕에 영화는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평을 받을 수 있었다. 단순한 오컬트 영화 이상으로 결핍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를 보여준 예술이라 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작품에서 보여줄 감독의 시선이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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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같은 일은 사실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편
쫑알쫑알
쫑알쫑알. 주인공 잭의 집에는 소음이 잦아들지 않는다. 말 겁나 많다. 수다 떠는 아이들. 잭에겐 아이들이 세 명 있다. 부인까지 다섯 명인 가족. 남편의 직업은 대학교수다. 히틀러를 연구하고 있는 아버지 잭. 학교에 출근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내는 전업주부로 별다른 직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자인 아버지를 둔 때문인가. 잭의 가족은 사이가 다들 좋지만 대화할 때마다 ‘왜?’에 집착하며 말꼬리를 잡고 있다. 이 ‘왜?’라는 질문은 거의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아마 답을 정해놓고 서로 질문을 하고 때문은 아닐까. 인생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그런데 항상 부정적인 일은 내가 생각한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잭의 가족은 항상 ‘왜?’를 물으며 산다.
그날은 다른 날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아버지 잭은 동료 교수의 부탁을 받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열변을 토하고 집에 온 날이었다. 가족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만약에? 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며 살고 있었다. 갑자기 사고가 일어난다. 독극성 물질이 탄 차량에 추돌사고가 일어나 미국이 위험에 빠졌다. 당황하는 사람들. 공기에 길게 노출되면 생명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도망쳐야 할 것 같다. 끔찍한 재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잭 가족이 위축되는 것이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만약에?'의 가능성이 현실이 된 지금 잭 가족은 처해있는 문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잭은 과연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불안함에 맞대응할 수 있을까?
제목 값 톡톡히
영화에서 귀가 트였던 건 소음 연출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소음을 묘사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단어는 '만약에' 그러니까 불안이다. 또 군중이라는 키워드다. 둘의 종속관계를 이야기해보면 '불안하기 때문에 군중이 된다'라는 의미와 상통한다. 일단 주인공 잭에게 의미가 있는 세팅은 두 인물이다. 히틀러를 연구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이라는 설정이다. 전자는 나치라는 군중을 이끌어 전 세계를 비극에 몰아넣었던 인물이다. 후자는 자기를 지지하는 군중으로 만든 인물이다. 이 둘 아니어도 군중을 만들 수 있는 집단은 계속해서 묘사된다. 일단 영화에서 언론이 굉장히 중요하게 묘사된다. 자동차로 가득 찬 도로를 봐도 군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생들도 군중이다. 이 인물들은 불안하지 않기 위해서 함께 모인 것으로 보인다.
또 불안이라는 소재는 극에서 노아 바움백의 창의성이 부여된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부부터 끝까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초반부 그레타 거윅이 맡은 '바바'는 불안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냥 아무 일도 없이, 권태로 지속되는 삶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바. 바바는 이 주인공 가족 중에서 가장 불안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겉으로 드러내는 빈도수는 적지만 이를 연출이나 연기에서 힘을 주는 지점이 있다. 바바가 불안함에 떠는 방식은 능동적인 불안이라고 칭할 수 있다. 불안하기 때문에 직접 행동으로 옮겨서 해소하려고 하는 문제 해결 방식이 극에서 반복된다. 이는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핵심 소재와 가장 큰 관련이 있다. 또 빈도수가 가장 많은 불안에 떠는 인물은 잭과 바바의 아이들이다. 정말 하루도 쉴 틈 없이 계속 같은 패턴의 이야기만 반복한다. 이는 영화에서 두 부부와 관련된 기저에 깔린 불안을 묘사하는데 효과적이다. 아이들 캐릭터가 하는 말을 들으면 되게 말장난 같아도 어느 정도는 기괴한 이미지를 풍기던 것이 이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두 인물과는 다르게 잭이 겪는 불안은 지식인형 불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편으로는 이성에 근거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불안함의 실체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이에 대한 인물의 이중적인 태도를 묘사하려고 한 시도가 보인다. 환영 연출이 그에 대한 근거라고 생각한다.
소재가 갖는 힘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소재가 갖는 힘이다. 영화에서 주제를 나타내는 키워드로 불안과 군중이 뽑혔다면 이야기 전개를 위한 소도구로는 역시 '알약'과 '죽음'을 꼽고 싶다. 전자 알약은 영화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주원인이 된다. 알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엄마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의심하는 아이들. 아닌 척 하지만 이런 아이들을 지켜보며 아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의심하는 남편. 그리고 왜 아내가 알약을 먹을 수 없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까지. 후반부에는 남편이 이 알약을 왜 얻고 싶어 했는지를 묘사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 이는 알약이라는 소재에 대한 이해도와 상상력을 적절하게 잘 구현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영화의 강점이라 생각이 든다.
또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이중적인 느낌이 있다. 죽음이 뭘까? 여러분도 알고 글쓴이도 알다시피 사람의 삶을 마감하는 일이다. 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좋을 리가 없다. 아직 우리 삶엔 남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인물의 속성은 극에서 서스펜스가 되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제시한다. 또 반대로 코미디로 작동하는 부분도 있다. 극에서 인물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왜? 이는 독성 물질이 공기 중에서 떠다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혹시나'가 실제가 되어버린 상황. 이 덕에 부정적인 생각이 그대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인물들이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글쓴이 입장에선 재밌었다. '너도 저 입장에 처하면 저렇지 않을까요?' 아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이 인물들이 겪고 있는 불안이 과연 이 상황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 환경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이 인물들은 그냥 원래부터 그런 변화에 예민한 사람인 것이다.
섬세한 손길
극에서 좋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영화의 섬세한 연출 덕이었다. 영화 초반부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잭이 동료 교수의 초대를 받고 강의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때 촬영이나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이나 엘비스 프레슬리와 히틀러의 공통점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연출이 돋보였다. 두 인물이 각기 다른 갈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이 둘의 차이점이 군중들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또 영화 전반적으로 인물의 의사소통 방식이 '만약에'를 전제로 깔고 있다는 것은 각본가의 집중력이 나타나는 부분이었다. 시각적인 묘사가 아니더라도 인물들의 대사로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뚝심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섬세한 연출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바 캐릭터의 묘사 방식이다. 바바라는 캐릭터는 마음씨가 약한 캐릭터다. 사실 마음 약한 캐릭터는 길거리에 나가도 흔히 찾을 수 있는 인물의 특성이다. 그러나 왜 이 인물이 마음씨가 약하나? 와 영화의 핵심 소재를 흡착한 방식은 확실히 색다르다. 정말 엉뚱하지만 철저하게 인물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그레타 거윅의 역량이 돋보인다. 감독 출신이라 그런가? 그러나 섬세한 터치가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잭 캐릭터다. 잭의 감정선이 극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마무리된다고 생각들 기도 했다. 아주 조금의 설명이라도 더 붙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극에서 아이러니를 다루는 방식도 좋았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이러니는 여러 종류가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러니, 가족관계에 대한 아이러니, 재난을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러니, 군중의 속성에 대한 아이러니까지. 영화에서 끝없이 제시되는 아이러니는 이야기에서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아마 여기일 것으로 보인다. 이 역설을 '작위적이다' 혹은 '자연스럽다'라고 느낄지가 극 관람에 주요 포인트가 생각해본다. 작위적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영화의 감상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서히 쌓아 올린 아이러니는 극후 반부의 특정 장면을 통해 해소된다. 아이러니가 겹겹이 쌓여있는 것을 영화에서 반복되는 한 소재로 주파한 것이다. 이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섯 명의 얼굴이 기억나는 이유기도 하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태어난 이상 사람들은 다 죽게 되어있다. 예외는 없다. 영원한 건 없으니까. 걱정이 많은 우리. 어떤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삶이 허무해진다. 어차피 다 죽을텐데. 그런데 영화는 이 허무한 명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긍정한다. 그 반대로 이 두려움과 허무함에 대응하는, 우리 일상의 한 구석을 확대해서 묘사한다. 일상은 프라이드 치킨같은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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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2024 갑진년의 새해 1월 1주차의 개봉예정작입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외계+인 2부
Alienoid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22분
감독: 최동훈
출연: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개봉: 2024.01.10.
배급: CJ ENM
시놉시스
인간의 몸속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으려다 과거에 갇혀버린 ‘이안’은 우여곡절 끝에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신검’을 되찾고, ‘썬더’를 찾아 자신이 떠나온 미래로 돌아가려고 한다. 한편 현대에서는, 탈옥한 외계인 죄수 ‘설계자’가 폭발 시킨 외계물질 ‘하바’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CINE PICK!
1,2부를 만드는데 총 7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 <외계+인 2부>는 1부의 씁쓸한 성적으로 재편집을 거치면서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1부의 손익 분기점 730만 명, 2부의 손익분기점이 800만 명으로 1부에서는 200만도 넘지 못한 성적을 기록해 2부에 흥행 역시 비관적인 상황입니다.
노 베어스
NO BEAR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이란 | 107분
감독: 자파르 파나히
출연: 자파르 파나히
개봉: 2024.01.10.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시놉시스
권력의 감시를 피해 시골로 간 영화감독과 미신, 전통으로 억압받는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CINE PICK!
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뉴욕 타임즈 선정 최고의 영화 순위에 들어간 <노 베어스>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으로 이란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이지만, 자국에서 반정부 활동을 이유로 2010년 6년의 징역형과 20년간 영화 제작을 금지하는 처벌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자파르 파나히가 구금되기 전에 완성한 영화로 한 국경 마을에 머물며 원격으로 영화 촬영을 진행하면서 마을을 뒤흔드는 사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립세의 사계
The Peasants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드라마 | 폴란드,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 115분
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출연: -
재개봉: 2024.01.10.
배급: (주)디스테이션
시놉시스
1,800년대 말, 폴란드의 평화로운 작은 마을 립세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야그나’는 어머니의 강요로 마을 최고 부유한 농민 ‘보리나’와 결혼하게 된다. ‘보리나’와 결혼했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야그나’, 땅을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인 ‘보리나’와 다투는 ‘안테크’, 그리고 땅을 지키기 위해 지주와의 싸움을 시작한 마을 사람들까지. 립세의 사계절이 흐르는 동안, 모두의 욕망이 점차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CINE PICK!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의 대하소설 [농민]을 스크린으로 구현한 애니메이션으로, 수만 개의 프레임에 일일이 색칠을 더해 19세기 폴란드 마을 ‘립세’의 사계절 풍경을 담았으며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부문 폴란드 출품작입니다.
인투 더 월드
Migrati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91분
감독: 벤자민 레너
출연: -
개봉: 2024.01.10.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가족을 과잉보호하는 아빠 ‘맥’ 때문에 평생을 작은 연못에서 안전하게 살아온 말러드 가족.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남매 ‘댁스’와 ‘그웬’을 위해 새로운 세상을 모험하고 싶은 엄마 ‘팸’의 설득으로 가족들은 항상 꿈꿔온 자메이카로 생애 첫 가족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설렘 넘치는 시작과 달리 태풍을 만나 길을 잃고, 낯선 친구들을 만나고, 위험 가득한 뉴욕에 불시착하게 되는데!
CINE PICK!
<미니언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일루미네이션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연출은 <빅 배드 폭스> 로 제43회 세자르영화제 애니메이션상, 제42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프랑스장편상을 받은 감독 벤자민 러너가 맡았고, 여기에 쿠마일 난지아니, 엘리자베스 뱅크스, 아콰피나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할리우드 톱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에 참여하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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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수란잔 Bes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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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수란잔 BEST 10
(1 ~ 10위)
1. 새벽의 모든 (2024) - 미야케 쇼
2. 가여운 것들 (2024) - 요르고스 란티모스
3.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2024) - 하마구치 류스케
4. 추락의 해부 (2024) - 쥐스틴 트리에
5. 독립시대 (1994) - 에드워드 양
6. 안티크라이스트 (2009) - 라스 폰 트리에
7. 우나기 (1997) - 이마무라 쇼헤이
8. 노 베어스 (2024) - 자파르 파나히
9. 나의 올드 오크 (2024) - 켄 로치
10. 시빌 워: 분열의 시대 (2024) - 알렉스 가랜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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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실화라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보시면 압니다.[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헌팅 오브 힐하우스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배급사)의 사용 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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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여름날 우리> 30초 예고편
처음이었다, 사랑이 싹트는 기분
너에게 풍덩 빠져버렸던 17살의 여름.
너를 두고 아무 것도 할수 없었던 21살의 여름.
그리고 몇 번의 여름이 지나고 다시 만난 너,
이젠 놓치지 않을 거야.
"널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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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스토리 예고편
진짜 마술사가 있다고 생각해? 네가 어렸을 땐 믿었잖아. 《안나라수마나라》 5월 6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