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4-21 19:43:17
야당 | 도구로 버려지기 싫었던 야당의 복수극
<야당>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익숙함 속 틀린 그림 찾기
한국 범죄 영화에는 익숙한 그림이 있다. 검사와 경찰은 항상 싸우기 마련이다. 검사의 일방적인 수사 명령에 끌려다니는 경찰은 한탄을 멈추지 않는다. 과거 시점이라면 검사가 경찰의 횡포에 짜증 내는 정반대 상황도 볼 수 있다. 정치인, 검사, 언론인의 회동도 빠지지 않는 광경이다.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가려주고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위해 끌어주는 이 그림은 <내부자들>을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근래에 유독 핫한 그림도 있다. 마약이다. 버닝썬 게이트 전후로 한국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마약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마약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도 대동소이하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마약 투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재벌 및 유력 정치인 자제와의 연관성을 찾아내고, 마약 수사는 부패 사건 수사로 전환되는 식이다. <베테랑>, <더 킹>, <모범택시> 등 많은 작품이 정형화된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얼핏 보기에는 <야당>도 익숙한 그림으로 가득하다. 정치인, 검사, 언론, 마약 조직의 연계와 부패, 비리를 고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수사기관 간의 갈등, 연예인 가십 등도 빠지지 않고 활용된다. 그런데 보다 보면 <야당>은 뭔가 다르다. 익숙한 그림 구석구석에 틀린 그림이 숨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사건이 아닌 인물, 특히 같은 듯 다른 두 '야당'이 대조되는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수단과 목적 사이
야당은 마약사범들 중 경찰이나 검찰 등의 수사 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범죄자들을 일컫는 은어다. 수사 기관과 범죄 조직 양쪽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일종의 이중첩자인 셈이다. 자연히 그들의 성격도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에게 그들은 수단이자 동시에 목적이다. 기본적으로는 수사를 위한 도구이지만, 그들에게 인간적인 신뢰감을 불어넣어 주지 못하는 한 그들은 도구로써 기능하지 않으니까.
<야당>의 오프닝과 초반부는 수단과 목적 사이에서 줄을 타는 야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강수는 경찰에게 마약 조직 정보를 주고, 검거에도 참여한다. 경찰은 강수의 조력을 받아 실적을 올리고, 강수는 체포된 마약 사범의 형량 거래에 참여해 수수료를 받아간다. 둘 모두 서로 이익이 맞으니까 협력하는 경찰과 야당은 꼭 악어와 악어새를 보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악어와 악어새의 우정도 보여준다. 과거 마약 판매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강수. 관희는 그에게 자신의 야당이 되라고 제안한다. 마약 조직에 잠입해 정보를 알아내면 감형해 주겠다는 것. 강수의 노력 덕분에 마약 조직을 소탕한 관희는 승진 가도를 달리고, 강수는 출소 후에도 야당 일을 하면서 떼돈을 번다. 그렇게 관희의 수단이었던 강수는 그의 목적이 된다. 커플 시계를 나눠 끼는 의형제로 발전할 정도로.
수단과 목적이 전복되다
바로 이 대목에서 <야당>은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다. <야당>은 수단과 목적의 관계를 전복하면서 예기치 못한 감정적 동요를 선사한다. 마약 파티 현장을 급습한 관희와 강수. 그런데 대통령 후보 아들 '조훈'(류경수)이 파티에서 발견된 순간, 그들의 관계는 급반전된다. 관희는 권력을 위해 강수를 내친다. 관희의 목적이 된 줄 알았던 강수는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해서 중독자가 되고, 다리에도 화상을 입은 채 도구로서 버려진다.
또 다른 야당과의 대조를 이루면서 강수의 비참한 처지는 더 강조된다. 상재는 마약 수사 중 입건된 '엄수진'(채원빈)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마약 공급책, 마약 파티 일시와 장소를 알려주면 풀어주겠다고. 하지만 거래는 수포로 돌아간다. 상재가 쫓던 용의자를 관희와 강수가 가로챈 것. 결국 수진은 마약 사범이 되고, 상재는 검찰과의 갈등으로 인해 소송에 시달리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는 끝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상재와 수진의 관계는 강수와 관희와는 달랐다. 관희에게 복수하려는 강수가 도움을 요청하자 상재와 수진은 복수심 외의 감정 때문에 그에게 협력한다. 상재는 수진과의 약속을 못 지켰다는 자책감에, 수진은 죄책감을 못 떨치는 상재에 대한 연민 때문에. 도구로서 만났지만 진정으로 아껴주는 목적이 되어주는 관계성의 변화는 수진에게 역경이 닥쳐도 상재가 끝까지 관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의외의 특별함
그래서 <야당>은 의외로 감정적이다. 배신당하고 버려진 이의 복수, 서로를 지켜주지 못했던 약자들의 연대에 집중한 덕분이다. 그저 주인공 직업이 검사나 경찰이라서 정치권 및 재계와 엮일 뿐이지, 사회비판적 메시지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사람을 목적으로 다루지 않고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과 한탄이 사회적, 정치적 교훈보다 중요하게 전달될 수 있다.
이는 관희와 조훈의 관계와 피해자 세 명이 이루는 대조가 흥미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권력욕으로만 뭉친 관희와 조훈은 서로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조훈의 마약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지거나 관희가 상재가 강수를 통제하지 못할 때마다 그들은 갈등을 빚기 일쑤다. 이처럼 불협화음이 가득한 관계성 덕분에 배신당하고 버려진 자들의 연대는 더욱 빛날 수 있다.
주인공들의 관계성에 집중한 덕분에 <야당>은 덜 작위적이기도 하다. 정의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형사, 맹목적으로 돈과 권력을 탐하는 검사나 정치인 같은 캐릭터는 없다. 대부분의 인물은 적당히 탐욕스럽고, 정의롭다. 이 양면성 덕분에 수단과 목적의 관계가 뒤바뀌는 순간도 자연스럽다. 관희가 한순간에 강수를 내치는 결단을 내려도, 악연으로 만난 강수와 상재의 관계가 동료로 전환되는 과정도 편의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실화를 패러디하는 연출도 연장선상에 있어서 자연스럽다. 사회 비판을 위해 실화 사건을 어설프게 풍자하는 한국 영화의 고질병은 답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반전을 주는 장치로써 평연하게 활용한다. 강수는 '우병우 황제 조사 논란'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관희에게 복수한다. 정치 권력과 검찰 권력의 유착 관계를 폭로하는 이 장면은 예측과는 달라서 유효한 반전이고, 그렇기에 억지스럽지 않은 풍자라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관성을 뛰어넘는 재미
다만 <야당>은 한계도 명확하다. 관성적이라는 인상은 떨쳐내지 못했다. 캐릭터 활용법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수진은 더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녀는 다른 범죄 영화에서 단순히 마약 범죄 피해자로 등장하는 여성 연예인 역할 이상의 존재감을 뽐낸다.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려고 직접 움직이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그런데 <야당>은 그녀를 다른 캐릭터를 각성시키기 위한 장치로만 소비하고 말았다.
야당이라는 소재에 집중하기 위해 사회 구조적 측면을 깊이 건드리지 않은 선택 또한 한계로 볼 수 있다. <야당>은 관희와 조훈의 최후만 보여준다. 그들과 결탁한 다른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눈에 보이는 바퀴벌레만 잡을 뿐, 근원적인 문제까지는 굳이 건들지 않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야당>의 사회 비판은 자칫 얄팍한 인상 비평처럼 느껴질 여지가 충분하다.
그렇지만 <야당>은 여전히 거절하기 힘든 영화다. 익숙한 그림을 차별화시킬 줄 안다는 점에서는 잘 끓인 김치찌개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기시감이 짙더라도 먹다 보면 의외의 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마약 사건의 자극성이나 사회비판적 메시지에 경도되지 않은 채 소재의 특성에만 집중한 스토리텔링이 되짚을수록 영리하고, 인상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Acceptable 무난함
익숙한 프레임에서 틀린 그림 찾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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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본 것'과 '있어 보이는 것'들의 조악한 조합
어느 날의 대한민국. 진샤(판빙빙)는 인천 보안검색대에서 근무 중이다. 어느 날 초록머리의 여자(이주영)가 등장한다. 소심한 진샤. 이상한 눈빛을 보내는 초록머리 여자가 마냥 싫지는 않다. 운명처럼 이끌리는 둘. 티격태격 다투다 둘은 진샤의 집으로 간다. 초록머리 여자는 스스로를 ‘남자친구의 마약 밀수를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직장 상사에게 “초록머리 여자 이상하다”라고 알리는 진샤. 하지만 진샤의 마음은 냉담한 시선을 거부하고 있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이 서로에게 끌린다. 위험한 사건까지 휘말리는 둘. 이제 둘은 눈앞에 들이닥친 상황을 돌이킬 수 없다.
당황스럽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우연에 의존하고 있다. 진샤가 ‘어쩌다 보니’ 초록머리 여자를 만나거나, ‘하필이면 거기에’ 어떤 물건이나 누군가가 있다. 영화적 허용이라기엔 그 우연이 내포하는 바가 무엇인지 노골적으로 드러나있다. 그렇다고 로맨스/여성/범죄영화로서 장르적인 장점을 잘 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녹야>에서 로맨스는 두 사람의 키스신 말고는 잘 느껴지지 않고, 범죄영화로 보기엔 공권력의 집행이 모호하며, 여성영화로 보기엔 노골적이고 작위적인 화법이 아쉽다. 각본이 독특하지도 않다. 이 영화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이 <델마와 루이스>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수많은 단점들 중에서 빛을 반짝이는 것은 한국 도시들의 황량함이다. 인천항의 건조함이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에 깔려있는 그림자들이 인물의 고립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주영 배우의 팬들에게도 이 영화를 추천하긴 어렵다. 이 배우가 갖고 있는 고유한 개성인 중성적인 매력이 톡톡 튀는 방식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극을 산만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이주영, 김영호 배우의 연기는 연극적이면서 판빙빙은 과잉된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야구소녀>와 <메기>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던 그녀의 매력이 영화와 어울리던 것과 정반대다. 하지만 판빙빙과 이주영이라는 신선한 조합이 영화 외적으로 충분한 이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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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할 수 없는 어딘가에 갇혀있는 사람들
'여름에 공포 영화를 보자'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냈을까? 난 특히 여름에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다. 공포 영화는 라면 같은 존재다. 어느 순간에든 보기 좋은 그런 장르다. 그리고 공포 영화라고 해서 특히 여름에 개봉하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 같다. 로맨스 영화라고 봄에만 개봉하라는 법 있나? <이터널 선샤인> 같은 영화도 겨울이 주요 소재인 영화인걸? 사실 계절에 특화된 장르라고 하는 건 없을 것이다. 그냥 잘 만들면 모두가 행복하다.
그렇게 잘 만든 영화는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충분하다. 그런데 어떤 영화는 세상이 알아봐 주지 않아서 혼자서 불행하다. 왠지 많이 언급된 것 같은 영화 <소름>, 초중반부의 잔잔함과 쉽지 않은 이미지도 없어 '뭐가 무서운가'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일단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고 있지 않다. 어찌 보면 '뭐야 재미없을 것 같은데?' 어림짐작하기 쉽고 손도 안 갈 것이다. 네이버에 들어가서 일일이 1200원 주고 결제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리뷰어들과 평론가들, 또 팬들이 '왜 우리 호러영화의 클래식 중 하나'라고 언급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 <소름>은 갑툭튀 점프 스케어 없이, 잔인한 비주얼 없이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는 공포영화다. 은근히 많이 못 본 영화 <소름>. 집에서 연인 혹은 가족, 친구들과 불 끄고 태블릿(모바일)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2001년 낡아 무너질 것 같은 금화 시민아파트로 가보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방인
낡은 아파트에 새로운 입주자가 생겼다. 미금 아파트 504호에 새로 들어온 남자의 이름은 용현이다. 504호에는 끔찍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용현이 입주하기 전에 소설가 광태가 불에 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집주인은 사람이 죽었다는 부정적인 에피소드에도 불구하고 사후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않았다. 같은 5층에는 선영이라는 여자가 살고 있다. 선영은 아이를 잃어버리고 남편에게 맞고 산다. 남편은 이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매일 도박에 빠져 선영을 때리고 있다.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도 다 뺏어가는 나쁜 놈이다. 용현의 이웃사촌으로는 출판사 하다 망한 남자가 살고 있다. 이 남자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공포소설을 쓰고 있다. 선영의 이웃에는 동네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강사 은수가 살고 있다. 이 은수는 화재로 사망한 작가를 사랑하던 여자였다. 선영과 은수는 금세 친해지게 된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용현은 선영에게 관심이 있다. 내면이 상처 투성이인 선영. 용현을 그냥 무시하지만 보유 중인 택시로 선영을 데려다준 일을 계기로 어느 정도의 친분이 쌓이게 된다. 근데 남편은 세상 둘도 없는 찌질이다. 이를 보고 선영을 구타하는 남편. 이 폭력사태는 가라앉을 틈을 주지 않는다. 점점 더 심하게 맞는 선영. 선영은 참다못해 남편을 살해하게 된다. 선영과 용현은 남편의 사체를 유기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선영과 용현은 예견조차 하지 못했던 운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장 무서울 법한 것
작년에 <랑종>을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호불호가 강력하게 갈렸던 이 영화. 나는 극장에서 나가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는데 싫어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영화가 무서웠던 이유는 '설마 이렇게 될 것 같아'가 죄다 맞아떨어져 서다. 그리고 그 예상이 점점 수위를 높이면서 커졌으니 눈을 질끈 감고 봤다. 이 <소름>이 견지하고 있는 공포도 이와 유사하다. 모두의 인생에 있어 가장 무서운 일이 뭘까? '설마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만약에의 공포일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태도로 이 '만약에의 위기'를 벗어나곤 한다. 근데 이 위치에 한번 쳐해 보면 삶을 살아가면서 이 기억이 계속해서 든다. 또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저 사람처럼 되면 어떡하지. 이 두려움과 함께 인생의 과제들을 이겨낸다. 그게 나를 포함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인생일 것이다. 영화는 우리 내면에 있을법한 구멍을 포착해서 촘촘하게 그물을 짜 놓았다. 이 영화가 호러 분위기를 만드는 설정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고 짐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게 짜여 있는 소설처럼 이 영화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얼핏 던져졌던 키워들이 하나하나씩 모여 광폭하게 폭주한다. 이 폭주하는 이야기는 '왜 예견하지 못했음에도 이 운명에 기시감이 드는가'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아파트의 안과 밖
아리 애스터의 <유전>이 생각난다. 이 <유전>에서 중요했던 설정 중 하나는 네 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 집은 애니가 구현했다. 애니는 디오라마 아티스트다. 애니는 이 집을 디오라마로 묘사했다. 이 '집과 인물'사이의 관계는 이 영화의 키워드와도 어울린다. 세상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애니의 맘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공간인 '집'과 애니의 직업이 공포를 만드는 소재로 쓰인 것이다. 이와 별개로 오두막이라는 공간은 또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사용된다. 누가 여기서 어떤 행동을 하는가, 와 같은 사소한 포인트 하나하나가 엔딩신을 향해 달려가는 디딤돌이니 아리 애스터가 설정한 공간적 배경은 영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이렇게 공포영화에 있어 공간 세팅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는 우리나라 공포영화 <불신지옥>에서도 재현됐다. 아파트라는 공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 <소름> 역시 앞 두 영화처럼 아파트라는 공간 세팅이 중요하다. 일단 분위기를 만드는 미술의 비주얼이 눈에 띈다. 당시 금화 시민아파트의 외관에서 오는 낡은 비주얼은 낡았기 때문에 압도적이다. '저주가 걸린 집'의 개연성을 주는 듯한 공간 설정이었다. 또 이 아파트 안에 깔려있는 수많은 유사 쓰레기들, 듬성듬성 붙어있는 벽지, 누리끼리한 아파트의 색감까지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는 아파트라는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 아파트만큼이나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는 공간은 '아파트 밖'이라는 설정이다.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서서히 조여드는 압박감과 패배감이다. 근데 영화 전반적인 줄거리가 '이렇게 될 것 같아서 발버둥 치는 내용'이라 '이렇게 했기 때문에 저렇게 대응함'식의 반복이라면 이 영화 하이라이트에 집중되는 압박감이 살짝 퇴색될 수도 있다. 영화는 해야 할 말에 힘을 빡 주고 있기 때문에 선영과 용현이 아파트 밖에서 행복한 모습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고 간다. 이 두 사람이 느꼈던 행복까지 누군가가 설계한 공간 아래에 놓아있는 사람처럼, 영화는 두 인물을 그렇게 묘사한다. 공간마다 임팩트를 주는 윤종찬 감독의 연출이 빛을 발현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명민, 장진영 배우다. 지금 2022년 김명민 배우는 드라마 판에서 슈퍼스타다. 그와 반대로 영화 출연작들은 죄다 시원찮다. 솔직히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근데 이 <소름>은 김명민 배우의 영화 출연 이력 중 가장 빛나는 영화가 아닐지 생각이 든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차가운 연기와는 정반대의 퍼포먼스를 소화한다. 비극적인 성장 서사를 갖고 있는 탓에 폭발하는 분노, 선영에게 의존하는 내면, 이기적인 성격, 또 후반부 특정 신의 표정연기까지 파릇파릇한 김명민 배우의 높은 잠재력이 느껴지는 영화다. 또 지금은 별이 된 장진영 배우도 굉장히 뛰어났다. 이 영화에는 베드신이 있다. 또. 남편에게 맞는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어 리액션 연기를 이끌고 가야 한다. 내가 배우라면 '이런 역할 해보고 싶다'라고 행복 회로를 굴릴 법한 역이었다. 장진영 배우는 이를 서릿발같이 차갑게 소화하며 영화의 분위기를 잘 이끈다.
앞의 이 두 배우의 연기도 탁월했지만 기억에 남는 건 기주봉 배우다. 홍상수 영화에서 '사랑이 최고야' 외치는 아저씨로 자주 봤던 기주봉 배우. 이 영화에서의 기주봉 배우는 '아런 역할일 것 같아' 예상하지만 그 외의 방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사 치는 톤, 표정, 인상, 심지어 글 쓸 때의 자세까지 홍상수 영화에서 봤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테크니컬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엇을 절제하고 있는가'라는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멋진 연기였다.
맨 위의 위로
많은 분들이 모를법한 영화다. 실제로 관객 수가 10만 명도 되지 않았으니 구체적인 수치도 근거로 들 수 있을 정도다.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도 윤종찬 감독이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분이고 넷플릭스나 왓챠에 서비스하고 있는 영화도 아니다 보니 접근성이 그렇게 높진 않다(그 대신 네이버에서 12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 나도 이를 통해서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공포는 우리나라 호러 영화 중 위에 있는 이유를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장진영 배우의 파리한 비주얼, 소리 지르는 톤, 김명민 배우의 뜨겁게 폭발하는 광기, 낡은 아파트, 깜빡깜빡거리는 조명, 귀가 아픈 빗소리, 어두운 색감 등 이미지에 의한 공포-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도 챙기면서 서서히 내면을 잠식시키는 공포를 많은 분들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곡성>과 함께 우리나라의 호러 영화 중 가장 돋보이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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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골육수처럼 진한 세 사람의 두터운 우정 이야기. 게다가 실화?!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눈물을 쏙 빼앗아가는 감동 실화 영화를 소개해드리려 왔답니닷!!
일단, 이 영화를 소개하기에 앞서
제 주관적인 소견이 들어간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는 꼭 봐야한다는 겁니다..!!!!
제가 줄곧 보면서, 그리고 끝나는 순간까지 느꼈던 건,
이 영화를 보길 잘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까지 꼭 추천해주고 싶었던..
다시 한번 또 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었던 뜻깊은 영화였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거든요,,,
저 역시 누가 볼세라 눈물 훔치기 바빴습니다..ㅠㅠㅋㅋ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이냐구요??????
지금 소개해드릴게요!!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는,
2023년 11월 22일에 개봉하는
아워 프렌드
라는 영화랍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출연했던 '다코타 존슨',
<오펜하이머>에 출연했던 '케이시 애플렉'
등등
익숙한 배우들이기도 하죠!
그럼 이제 영화 <아워 프렌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간단히 살펴볼게요~
간단한 줄거리
앞서 영화 <아워 프렌드>는 간단히 요약하여 말하자면,
주요 인물인 '니콜'과 '맷', '데인' 세 남녀의 깊고도 진한 우정을 담은 이야기인데요.
여기에서 '니콜'과 '맷'은 부부 사이이기도 하고요.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그들에게
갑작스럽게 '니콜'이 말기 암 진단을 받으면서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죠.
그러한 상황에서 서로 도와가며 친구의 우정이 무엇인지 강렬히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의 시작은
분위기가 다운되면서 심상치 않은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남편인 '맷'의 움직임과 표정에 초점을 맞춰 아내인 '니콜'과 현재 어떤 상황인 것인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죠.
이제는 말해야할 것 같다고.
미리 쓴 편지의 내용대로 당신이 말해주면 좋겠다고.
아이들을 불러오라고.
'니콜'은 말합니다.
그런데 반해, 집 밖의 상황은 집안의 분위기에 비해 다소 밝은데요.
어딘가 복잡미묘한 모습인 그들의 친구 '데인'과 맷과 니콜의 두 딸이 그려내는 천진난만함은 왠지 모르게 구슬픈 짠함을 자아냅니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시간의 흐름대로 영화의 내용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암 진단을 받기 전에,
암 진단을 받은 후의 모습을
서로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있어요.
처음엔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전 오히려 이렇게 진행되는 전개가 인물들 각각의 스토리와 감정선에 더욱더 집중하면서 볼 수 있도록 해주어서 몰입감이 뛰어났답니다.
앞뒤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보게 되니 눈물이 더 날 수밖에 없었던 듯 합니다..
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영화 장면 곳곳에서 보여지는 각자의 상황이 더 돋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간단히 살펴보자면
먼저 남편 '맷'은 기자를 직업으로 삼은 인물로서, 기사를 잘 써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족보다는 일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아내인 '니콜'은 그러한 남편으로 인해 외로움을 많이 타게 됩니다.
미혼모처럼 사는 것과 별 다를 게 없지 않냐고.
그렇게 살기 싫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니콜'은 뮤지컬 배우이면서 '맷'과 결혼하여 두 딸을 두고 있는 인물이죠.
말기 암에 걸리게 되면서 그 이후로 점차 변화하게 되는 인생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는 인물이에요~
앞서 말했듯이 '니콜'은 남편의 빈자리로 인해 외로움을 타는데, 친구인 '데인'에게 자신의 서러움을 토로할 정도로 말이죠.
결국엔 남편과 자식을 두고 잠시 잘못된 선택을 하긴 하지만요..
그들의 친구인 '데인'은 코미디언의 길을 꿈을 꾸지만 잘 되지 못하여 할인 매장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에요.
굉장히 의리 있고, 니콜&맷 부부와 두 딸까지 지극정성으로 살피죠.
거기에다가 유머 센스까지 있어서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는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과거에 말 못할 사정이 있었죠..
(전 '데인'의 센스 있는 입담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칫 슬프게만 흘러갈 수 있던 영화가 데인으로 인해 중간중간 풀어지기도 하고 웃겨서 마치 단짠단짠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니콜은 갑작스럽게 암 판정을 받게 되고, 맷은 아내를 간호하며, 데인은 그러한 자신의 친구들을 보살펴주며
이로써 세 사람 간의 찐한 우정, 관계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위기가 세 사람의 관계를 더욱 두텁게 만들어준 것이지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의문을 가지고 봤던 인물이 바로
'데인'이었어요.
왜 데인은 친구들에게 그토록 헌신적인가?
자신의 애인보다도 더 큰 우선순위였죠.
어쩔 땐 남편 맷보다도 더 잘 챙겨주어서 왜 그는 자신의 삶보다 친구들의 삶을 더 보살피는 것일까 하고 항상 의문점을 갖고 영화를 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데인이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죠.
데인은 과거 코미디언 쪽으로 길을 가고자 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그래서 데인은 혼자 짐을 싸서 사람이 없는 자연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중년의 여자를 만나며 위로를 얻고,
오랜만에 연락 온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맷과 니콜, 그의 딸들이 남긴 메세지를 여러 번 들어보며 웁니다.
아마도 이렇게 자신을 생각해준 맷과 니콜에게 고마워서, 큰 힘이 되어줘서 이를 계기로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데인 자신이 힘들었을 때 그들이 위로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데인도 그렇게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한편, '니콜'은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며 버킷리스트를 이루고자 노력합니다.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하여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편지들.
자신이 좋아하는 책 마저 읽기.
파란 색깔로 머리 염색하기.
무대 다시 서서 노래부르기.
등등.
니콜은 버킷리스트를 차차 이루며 자신에게 다가올 변화에 맞섭니다.
특히 니콜은 암 판정을 받은 이후의 삶을 굴곡적으로 입체감 있게 너무나도 잘 표현합니다.
그렇게 서서히 조용히 자신을 내려놓게 되죠..
느낀 점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세 사람의 우정 관계는 정말 끈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런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정말 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말이죠.
특히 데인이 친구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니콜과 맷도 마찬가지이구요.
얼마나 서로를 의지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 관계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였어요.
어려움이 생겼을 때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는 건 엄청난 든든함이잖아요.
데인이 어려울 때 맷과 니콜이 안부를 남기며 위로해주고,
반대로 니콜과 맷이 어려울 때 니콜을 보살펴준다던가,
맷을 데리고 자신이 했던 방식대로 산으로 데려가 기분전환을 해주며 위로해주는 방식이
영화에서 너무 깊게 다가왔고 저의 마음을 울렸답니다.
그리고 전 다코타 존슨의 연기에 너무나도 매료되었습니다....
어찌나 그렇게 절절하게 나타낼 수 있는지...
자신이 맡은 인물을 정말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암환자가 된 이후로 점점 변화하게 되는 상황과 행동들을 실감나게 표현하여서 감정이입이 잘 되었어요.
흡입력도 강했고요!
가족에 대해, 친구에 대해 여러 생각과 다짐을 하게 만드는 영화 <아워 프렌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충격적이었던 건...
전 이게 실화인 줄 모르고 봤었어요...
마지막에 실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니까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찡하게 다가오더라구요..ㅠㅠ
이로 인해 여운이 더 짙게 남았답니다..
여러분께 강력 추천합니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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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차박은 위험할 수도 있다?
시놉시스
수원과 미유는 결혼 1주년을 맞은 부부이다. 둘은 결혼 기념 여행으로 산으로 가서 차박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차박을 하려고 할 때 이상한 사람들만 자꾸 나타나고 차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차박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실종 사고가 발생했다는 아까 만난 의문의 남자의 말이 떠오른다. 한편 미유는 수원에게 아까 그 실종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토막 살인범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수원은 산 높은 곳까지 올 리가 없다며 다독인다. 그러나 차 안에서 잠든 사이에 미유는 수원이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큰 걱정을 하는 미유가 수원을 찾기로 하는데 그녀의 앞에 가면 쓴 살인마가 나타나 죽이려고 한다. 과연 차박을 한 곳에서 수원과 미유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유에게는 수원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아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수원은 자신만의 계획을 짜서 미유와 함께 차박을 하는 것을 유도하고 가면 쓴 살인마와 미유가 아는 남자를 불러 사건을 일으켰다. 둘의 사랑은 변함없는 사랑이지만 어긋나버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아내의 외도를 바라본 남편의 관점에서 복수심이 불타오른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에서는 차박이라는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일들을 담아서 공포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의 형인혁 감독은 로맨스와 스릴러를 합친 영화라고 한다. 근데 스릴러보단 로맨스의 비중에 조금 더 두었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밝혔다.
딱히 완전히 스릴러 장르라고 보기는 어렵고 로맨스물이 첨가된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미유 역을 맡은 김민채 배우는 포틀랜드 호려 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김민채 배우가 선보이는 호러 연기와 수원 역을 맡은 데니 안 배우의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도 볼 수 있다.
또한 의문의 남자 역을 맡은 홍경인 배우의 스산한 모습도 이 영화를 보는데 매력을 더한다.
차박 - 살인과 낭만의 밤은 대형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저예산으로 만든 스릴러 영화이다. 그래서 만약 9월 영화 중에 연인끼리 스릴러와 로맨스물을 결합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차박을 이용한 스릴러+로맨스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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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
모든 존재는 태어난 이상 삶을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주 품곤 한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모호한 문제다. 때로는 그 질문을 깊게 고민하면서 존재론적인 문제에 매달리기도 하고, 때론 이 고민이 답답하고 불편해 외부로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들은 철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뚜렷한 답을 찾기 어렵다. 우리는 그저 삶의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불쑥 솟아오르는 의문들을 마주할 뿐이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순간들은 특별히 예측할 수 없다. 연애, 결혼, 아이의 탄생,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과 같은 중요한 사건들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인간 존재의 사이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특히 죽음은 삶의 끝을 알리는 동시에, 그 자체로 큰 고통을 동반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삶의 고통과 죽음을 연결해 우울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사춘기는 이러한 생각들이 더욱 예민해지는 시기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이 더욱 깊어지고, 많은 청소년들이 불안과 혼란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이 성장의 시기에는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 깊어진다. 청소년들은 자주 자신이 세상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 삶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철저히 질문하게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혼란을 동반하는데, 이 혼란을 잘 견뎌내는 것만이 삶의 복잡성을 받아들이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죽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적인 화두로 등장한다.
[첫번째 감정] 리디아의 혼란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리디아(위노나 라이더)는 삶 전체가 혼란스러운 인물이다. 그녀는 과거 <비틀쥬스> 1편에서 이미 사춘기를 겪으며 죽음을 동경하던 청소년이었다. 당시 리디아는 세상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과 죽음에 대한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의 설정에 따르면, 죽은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존재할 수 있으며, 죽음 이후에도 일종의 시스템 안에서 살아간다고 묘사된다. 그래서 리디아는 죽음이 곧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빠지며, 죽은 사람들조차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리디아는 죽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그녀에게 삶의 불편함과 혼란스러움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죽음이 곧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리디아는 죽음을 동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비틀쥬스(마이클 키튼)라는 혼돈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실제로 죽음이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삶 역시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죽음도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1편에서 리디아는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삶을 이어가는 힘을 얻었다.
이번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리디아는 중년이 되어 등장한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 리디아는 사춘기 시절과는 또 다른 혼란에 직면한다.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와의 관계는 원활하지 않으며, 결혼 생활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 그녀는 여전히 삶의 혼란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 리디아는 자신이 청소년 시절에 가졌던 의문들을 다시 꺼내어 묻는다. 이번에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딸에게 자신이 겪었던 혼란을 물려주고 싶지 않지만, 딸은 엄마를 부끄러워하고 그들 사이의 소통은 단절된다. 어쩌면 리디아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비슷한 시기에 혼란과 방황을 겪고, 그 답을 찾으려 애썼으니까.
[두번째 감정] 아스트리드의 혼란
리디아의 딸 아스트리드 또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어머니와의 소통 문제,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겹쳐 그녀는 끊임없이 불안감을 느낀다. 아스트리드는 어머니처럼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거나 유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이는 그녀가 아직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스트리드는 죽음이란 것이 그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가족의 죽음, 특히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연이어 세상을 떠나며 겪는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테마는 아스트리드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팀 버튼의 세계관에서는 죽음은 그저 자연스러운 일처럼 묘사된다. 죽음은 삶의 일부일 뿐이며, 죽음 자체는 슬픔의 대상이 아니다. 아스트리드는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결국 어머니 리디아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스트리드가 죽음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삶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 곁에 늘 있었음을 깨닫고,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죽음은 한편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묘사된다. 팀 버튼이 창조한 이 세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희미하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죽음조차 비극으로 다뤄지지 않으며, 그저 일상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이는 죽음이 곧 삶의 일부이며, 둘은 별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삶과 죽음이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번째 감정] 비틀쥬스의 혼란
비틀쥬스는 그 자체로 혼란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그의 존재는 리디아와 아스트리드가 겪는 혼란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비틀쥬스는 스스로 혼란을 일으키는 존재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가 아무 때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누군가 그의 이름을 세 번 불러야 소환된다는 것이다. 이는 혼란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촉발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리디아나 아스트리드가 겪는 혼란이 결국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는 설정은, 우리가 삶에서 겪는 혼란이 결국 외부의 영향과 내부의 불안이 결합해 터져 나오는 방식과 유사하다.
비틀쥬스는 단순히 악당이나 장난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그는 리디아와 아스트리드,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혼란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그가 끊임없이 일으키는 혼란은 마치 우리 삶의 불확실성과도 같다. 비틀쥬스는 우리가 직면한 혼돈을 극대화시키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인물들처럼, 관객들 또한 그 혼란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팀 버튼 감독은 독특한 상상력과 기괴한 미학으로 유명하다. <비틀쥬스> 1편은 80년대 당시에도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을 받았고, 이번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그 후속편으로서 팀 버튼다운 세계관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그가 30년 만에 이 시리즈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아마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한 번 탐구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적 고민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1편이 내포했던 혼란과 유머, 그리고 기괴함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2편에서는 중년의 리디아를 통해 성숙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이러한 복잡한 감정들을 잘 전달한다. 위노나 라이더는 리디아로서의 혼란과 방황을 탁월하게 표현했고, 제나 오르테가는 신세대 캐릭터인 아스트리드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삶과 죽음을 탐구한다. 비틀쥬스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 역시 특유의 괴짜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혼란스러운 본질을 완벽하게 살려낸다.
결국 이 영화는 혼란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영화 속 리디아나 아스트리드는 자신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따뜻함과 사랑을 영화 말미에서야 발견한다. 그것이 곧 삶의 의미이자 살아가야할 이유다. 또한 영화의 맨 마지막, 리디아의 새엄마인 딜리아(캐서린 오하라)이 죽음 이후 아무렇지 않게 저 세상 열차를 타는 모습은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3QpAc6i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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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음 속 숨겨둔 비밀의 언덕
우리 모두는 저마다 어릴 적의 비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지금보다 더 욕망에 충실했고 그렇기에 결핍이 많았던 유년기의 많은 거짓말들과 비밀들. 다시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씁쓸하기도, 또는 소중하기도 한 아득한 기억들을 스스로 마주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성장을 경험한다. 영화 <비밀의 언덕>은 이렇듯 나 자신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명은은 또래보다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다. 한참 동안 공들여 고른 선물의 리본 색깔 하나에도 온 신경을 기울이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하며, 같은 반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곳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을 우리는 영화의 초반에서부터 발견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명은은 인정받고자 하고, 누구보다 잘하고자 하는 욕망이 큰 아이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고,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고 싶으며, 무엇보다 부모님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이런 명은이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가장 숨기고 싶은 것은 바로 가족이다. 게으르고 무능력한 아버지와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존재는 명은을 자꾸만 작아지게 만든다.
명은이 가진 섬세한 관찰력과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이내 결핍과 질투를 만들어낸다. 이를 동력으로 명은은 자신이 떠올리는 이상적인 모습의 ‘가짜 가족’을 만들어 내고, ‘진짜 가족’의 존재는 점점 지워낸다. 아버지는 성실한 회사원, 어머니는 다정한 가정주부임을 친구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거짓말과 위조까지 서슴지 않으며 위태로운 거짓의 삶을 이어나간다.
한편 명은이 글을 쓰는 동력 역시도 섬세한 감수성과 인정욕에서부터 비롯된다. 결핍과 질투를 힘으로 써 내려간 명은의 글이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할수록, 명은의 마음속에서 ‘진짜 명은’과 ‘가짜 명은’의 위치는 전복된다. 그러나 어느 날 전학생 ‘혜진’이 전학 오면서, 가짜 명은의 일상은 균열을 맞는다. 자신과는 달리 말하기 부끄러운 이야기를 의연하게 내뱉는 혜진을 보며 명은은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이내 명은은 ‘솔직하게 쓰면 된다’는 혜진의 말을 따라 처음으로 자신의 진심을 담은 글을 써 시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출품하고 대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자신의 진심이 세상에 공개되면 가족이 상처받게 될 것과 비밀이 모두 알려지게 될 것이 두려웠던 명은은 결국 대상 수상을 포기한다. 돌려받은 원고지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흙과 풀 사이 조심스럽게 비밀을 묻는 명은. 우리는 모두 그 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렇기에 우리는 명은의 거짓말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고, 그 속에서 상처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짐작하며 마음 아파한다.
극 중에서 명은이 쓴 글에는 “가족은 무엇일까요? 저에게 가족은 물음표에요.”라는 문장이 있다. 그러나 명은에게 가족이 물음표라면, 가족들에게도 명은은 물음표다. 섬세하고 예민한 명은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무감한 가족들은 아이의 결핍과 상처를 짐작은 할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명은 역시 이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명은은 ‘나’라는 경계 밖의 세상에 대한 불가해를 무릅쓰고 그럼에도 타인을 헤아려보고자 하는 마음과, 비겁한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려는 용기 속에서 성장한다.
영화 속 명은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마음 어딘가에 존재하는, 유년 시절의 비밀을 묻어두었던 부끄러운 언덕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시절 작은 비밀 하나에 마음 졸였던 어린 자신의 등을 다정히 쓰다듬어 주듯 따뜻한 마음으로 명은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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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th JIMFF 최자영 감독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나의여신 의 #최자영 배우님 본격 탐구! ?♀️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나의 여신]의 최자영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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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액션은 90점 스토리는 30점
#영화 #다만악에서구하소서 #리뷰
범죄, 액션│한국│108분 감독 홍원찬│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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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쿨 오브 락(樂)> 메인 예고편
뛰는 ‘문제아’ 위에 나는 ‘교장’ 있다!
꿈도, 배우고자 하는 열의도 없던 학생들이 모인
그곳에 날라리 교장선생님이 부임했다!
이상한 탈을 쓰고 등교하는 건 기본이요,
점심시간마다 학교를 가득 채우는 버스킹에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교장실까지!
“공부를 포기했다고 인생도 포기한 건 아니야!”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생님과
그 안에서 인생의 목표를 찾아가는 아이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날라리 교장쌤의 특별한 ‘인생수업’이 시작된다!
공부보다 중요한 ‘진짜 인생’은 지금부터!
오늘도 신나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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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그리드> 1차 예고편
24년전 인류를 구원하고, 2022년 살인마의 공범이 된 '유령'. 미스터리한 존재를 쫓는 거대한 추적의 시작. 디즈니 +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 2월 16일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