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 soyo 2025-05-01 00:23:44
<집없는 천사> 일제 당시 영화는 ‘역사’ 없이 말할 수 없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는 예술의 단면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최인규 감독의 영화 <집없는 천사>는 겉보기에는 고아를 구제하고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계몽적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본 후, 그 역사적 맥락을 되짚어본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는 고아들의 ‘개인적’ 구제를 국가 이데올로기의 ‘집단적 교화’로 치환하는 식민지 파시즘의 내면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낸 영화였다.

용길, 일남이 등 조선 아이들은 조선 민중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제도 밖에서 무질서하고 이기적인 상태로 묘사돼 방 선생으로부터 ‘가르쳐야 할 존재’, ‘국가적 교화의 대상’으로 치환된다. 이때 일본 역사적 정치 방법인 스스로 일본의 규율과 질서를 내면화 당하는 ‘황국신민’의 정치적 방법이 담겨있다. 이때, 방선생이 세운 고아원은 제국이 설계한 새로운 인간을 양성하는 ‘교화의 장’으로 조선의 ‘미성숙한 국민성’을 제거하고 일본적 가치로 뱌꿔놓는 정신적 공장이다. 실제로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은 일장기 앞에 모여 일본어로 맹세문을 낭독하며 자연스럽게 일본 제국의 규율을 익히고 일본 제국의 충성까지 이어지는 결말로 끝이 난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계속 교화시켜 국가의 충성까지 이어지는 국가 이데올로기의 내면화까지 연결되게 만들었다.

1930년대와 40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 산업이 아직 기술적으로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집없는 천사>를 시청하는 내내 음향의 불안정성과 촬영 기술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면 곳곳에서 들리는 기계음, 세트장보다는 자연 배경을 그대로 담은 화면 등은 당시 영화 제작 환경의 제약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그 한계 속에서도 감정선과 서사를 최대한 진실되게 담아내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특히 인물의 내면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 클로즈업,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감정 연기, 꾸며내지 않은 듯한 장면 구성은 영화 전반에 사실주의적 미학을 부여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고통과 순수함을 더 깊이 공감하게 만들었고, 바로 그 사실성 덕분에 아이들이 황국신민으로 변화해 가는 장면은 더 불편하게 다가왔다.
나는 이 영화가 식민지 시대의 고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리면서 식민지 시기 예술이 어떻게 당시의 억압과 이데올로기를 표현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저항의 틈을 어떻게 찾아내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영화 내내 나를 사로잡았다. 겉으로는 철저히 황민화 이데올로기를 따르며 만들어진 영화 같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조선인의 상처와 구제의 욕망, 공동체 회복에 대한 희망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일본 당국은 그 영화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의 계획 속에서조차 조선인의 자율성과 연대의 기억이 억제할 수 없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그런 미세한 저항의 흔적이 위험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통쾌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식민지 시기의 영화가 항상 그 역사적 배경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고아들이 모여 앉아 국수와 엿을 만들고, 도색을 하는 평범하고도 행복해 보이는 장면 속에서 나는 그들이 그저 순수와 평온함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순간들 속에서도 ‘일본 제국‘이라는 배경은 그들 하나하나를 교묘히 타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 또한 그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저들처럼 자연스럽게 신민화되었을 것이라는 죄책감이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그들의 일상에서 피어나는 순수함 속에 깃든 어두운 그림자는 바로 제국주의가 어떻게 사람들을 지배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그들은 어느새 자기 민족의 기억과 자율성을 희생하고, 황국신민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교묘하게 짜여진 억압의 서사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는 그 시대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그 체제 속으로 끌려갔을 것이라는 비극적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위험 속에서 점차 잃어가는 자율성과 연대의 기억에 관해 나에게 질문했고,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을 마주하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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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두 교황 - 넷플릭스의 한계를 깨부순 영화
<줄거리>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 소식을 듣고, '베르골리오'는 '바티칸'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베네딕토 16세'가 차기 교황이 된다.
때는 2013년 '베르골리오'는 추기경 은퇴 고민을 앞두고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어 전전긍긍 하던 도중 '로마'로 갈 생각을 하게 된다. 시기적절 하게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골리오'를
'로마'로 오라고 연락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만나, 현재의 카톨릭 교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베네딕토 16세'는 '베르골리오'의 은퇴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말하며, 자신의 사임 이야기를 꺼낸다.
당시 바티칸에선 다양한 비리가 있었고, 결정타로 성 추문 사건이 발생한다.
그 이야기를 '베르골리오'에게 이야기 하며, 고해한다.
그 후, '베르골리오'는 아르헨티나로 떠나며, 1년 후 교황이 된다.
과연 그 둘이 나누었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공개된다.
"실화에서 시작된 위대한 이야기"
<예고편>
<제작진&배우>
감독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필모그래피 : 눈먼 자들의 도시, 두 교황, 사랑해 리우, 콘스탄트 가드너, 시티 오브 갓
브라질의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로
'시티 오브 갓'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보수적인 브라질 영화제가 출품을 거부함에도 오스카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잡은 앞으로를 계속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입니다.
이름 : 안소니 홉킨스
극중 역할 : 베네딕토 16세
필모그래피 : 양들의 침묵, 한니발, 토르 시리즈, 남아있는 나날, 두 교황 등 다수
'양들의 침묵'에서 표정 연기와 특유의 기분나쁜 연기는 지금 봐도 어떤 악역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연기를 소름끼치고 기분나쁘게 잘 하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는 배우입니다.
이름 : 조나단 프라이스
극중 역할 : 프란치스코
필모그래피 : 두 교황, 캐링턴, 왕좌의 게임 5, 우먼 인 골드, 더 와이프 등 다수
미국 영화나 드라마 종종 보시면 많이 본 배우로,
‘지아이조 시리즈’에 미국 대통령 역할로 나왔으며, 미국의 이경영 같은 느낌의 배우입니다.
‘캐링턴’ 으로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으며,
진짜 프란체스코 교황 그 자체였다고 말 할 수 있는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여담으로 ‘왕좌의게임 시즌5’ 에서 ‘칠신교’의 수장 ‘하이 스패로우’ 역할을 맡았다.
총 평
이 영화는 넷플릭스의 가치와 넷플릭스 영화는 그저 재미 위주라는 고정관념과
작품성과 예술성이 없다고 하며, 평가절하하는 평론가들과 아카데미의 편협한 생각을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시발점과 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베네딕토 16세의 교황 자진 사임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플롯의 형태를 띄는 영화가 있습니다.
비교하기엔 이 영화가 너무 아깝지만, '천문'이 있습니다.
처음 저는 이 영화를 보기전에 이 영화의 장르는 브로맨스 인 줄 알았지만,
이 영화는 브로맨스를 가장한 정치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티칸'을 위해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사이의 밀약과 정치 이야기를 심도있게 다루며,
우리가 잘 아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아닌 ‘베네딕토 16세’는 어떤 사람이며,
그 사람의 성향과 인자함, 관용, 생각 등을 보이며 대립과 타협을 잘 이끌어냅니다.
이 영화는 정말 단순하게 배우 둘이서 영화를 이끕니다.
그 말은 즉 배우의 연기력과 연출이 이 모든걸 이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시퀀스는 사실 바티칸 하나로만 봐도 무방합니다.
영화에서 시퀀스는 대게 영화의 박진감 혹은 긴장감 또는 몰입도를 높이는데에 사용됩니다.
시퀀스가 적으면, 관객의 눈을 다른데에 못 돌려서,
배우의 연기력과 영화 그 자체에 더 몰입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그 점을 잘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을 말하자면,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스페인 축구의 장점은 '티키타카' 전술입니다.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안소니 홉킨스’가 대사 하나를 짧게 던지거나 툭 치면
바로 ‘조나단 프라이스’가 흐름이 안 끊기게 바로 받아서 툭 받아치고,
그 분위기에 걸맞게 이용하는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서
완전 유리한 홈경기와 같이 보여집니다.
연기를 잘해도 이렇게 티키타카 하는 건 상당히 힘듭니다.
‘천문’을 보면, 분명 '최민식’과 ‘한석규’가 정치를 위해 둘이 밀약을 하며 대사를 주고받습니다.
근데, 중간에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고, 초점이 더 '한석규’에 맞춰지다 보니,
영화는 장영실을 메인으로 다루지만, 세종이 더 조명되며,
내가 세종대왕 이야기를 보는지, 장영실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지,
둘만 아는 이야기를 보는지 헷갈리게 됩니다.
그러나, 두 교황에선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 둘다 같이 어느 한쪽에만 몰리지 않고,
서로 어색함 없이, 실제 친한 느낌처럼 대화를 주고 받는 느낌이라
전혀 어색한 느낌도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고 술술 풀어갑니다.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심플하다. 사실 연출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카메라는 그 둘만 비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카메라에는 진짜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체스코가 살아 숨쉬는 듯한 연기력을 담고,
그걸 매끄럽게 잘 이어붙인 감독의 실력이 깃들 뿐 입니다.
진짜, 잘 만들었고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못 받은 것은 아쉬운 따름입니다.
2019년 제가 본 넷플릭스 영화 중 단연 탑 3안에 뽑으라면 뽑을 영화였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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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능력은 내면의 가능성이야
줄거리
신비한 마법이 흐르는 '엔칸토'에서 살아 움직이는 집인 '까시타'에 살고 있는 마드리갈 가족.
그들은 때가 되면 각자의 문을 열고 자신만의 능력을 받아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게 된다. '미라벨'은 유일하게 아무런 마법 능력도 가지지 못했지만, 마드리갈 가족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집의 막내인 '안토니오'의 마법 의식이 있는 날,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서 미라벨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집에 금이 가는 것을 발견한 미라벨은 분명 마법의 힘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질 않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고 믿고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데...
감상 포인트
1. 노래가 웬만한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더 흥겹고 잘 어울린다.
2. 캐릭터 고유의 능력들이 어우러져 영상미가 폭발한다.
3. 코코에 이은 디즈니의 가족 애니메이션 명작.
감상평
"능력이 있든 없든 나도 다른 가족들처럼 특별하거든."
능력이 없어서 슬프겠다는 동네 꼬마의 말에 미라벨은 답한다. 자신은 여전히 특별한 존재이며,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미라벨은 아무 능력이 없더라도 가족들이 의식을 준비하는 동안 혼자 놀 수 없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미라벨을 보고 할머니 아부엘라는 말한다.
"미라벨, 거들고 싶겠지만 오늘 밤은 완벽해야 한단다."
완벽하기 위해선 네가 빠져야 한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할머니에게, 미라벨은 차마 한 마디 반발조차 못하고 방으로 돌아간다. 나는 특별해, 나는 소중해, 계속 되뇌었지만 결국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다. 가족들에게 자신은 사진을 찍을 때 빠져도 티가 나지 않는, 그 정도 사람이었다.
영화 [엔칸토]는 마법의 가족이라는 소재로 믿음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날씨 조절, 치료, 힘, 식물, 소리, 변신, 동물. 모든 가족이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할머니인 아부엘라는 미라벨과 마찬가지로 어떤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부엘라에게 마법의 힘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이 모든 마법의 힘이 아부엘라에게서 왔다고 믿으니까. 아부엘라의 꺼지지 않는 촛불은 마법의 힘을 유지하는 기적과도 같으니까.
아부엘라는 눈앞에서 남편을 잃고 남은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기적의 마법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마법을 유지하는 힘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까시타는 그런 아부엘라의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허나 세월이 지나며 그녀는 가족을 위협하는 악이 가족 내부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시작은 자신의 아들 브루노였다. 예지력을 가진 브루노가 미라벨의 의식 전에 까시타가 부서지는 미래를 보자, 아부엘라는 브루노와 미라벨이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린다고 착각하게 된다. 실제로는 브루노와 미라벨만큼 가족들을 위하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었는데도.
누군가를 지킨다는 행위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증거는 될 수 있지만, 믿는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까시타에 금이 가고 부서지는 것이 먼저였고, 촛불이 꺼지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촛불이 꺼졌다는 것은 가족을 사랑하기에 그들을 지켰다고 믿은 아부엘라의 마음이 져버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까시타가 부서진 것은 아부엘라가 아니라 미라벨의 마음이 다쳤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비록 능력은 없어도 자신이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미라벨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까시타가 무너진 것이다.
집은 지친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한다. 까시타는 곧 미라벨 그 자체였다. 아부엘라가 가족들이 결속을 다질 수 있게 한 데 모으는 힘이라면, 미라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서 스스로의 힘을 유지하게 만드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라벨의 엄마인 '어거스틴'이 치료의 능력을 가졌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영화 [엔칸토]는 나만 초라해 보일 때, 나조차도 나를 믿을 수 없을 때, 본다면 좋을 영화다.
결국 집을 일으켜 세우는 미라벨의 모습은, 당장 보이지 않는 능력에 연연하기보단 내면의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영화라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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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도를 희생해 시리즈의 초석을 두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판도라 행성의 자원을 개발하려던 RDA의 공격을 물리친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그들은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 '로아크(브리튼 달튼)', '투크티리(트리니티 블리스)'를 낳고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의 딸 '키리(시고니 위버)'와 인간 아이 '스파이더(잭 챔피언)'를 입양해 행복한 가족을 꾸려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크는 밤하늘에 낯선 불빛을 발견하고 RDA와 인간들이 판도라에 귀환했음을 깨닫는다. 그는 가진 무기와 자원을 총동원해 인간들을 공격하나, 도리어 아바타로 되살아난 '쿼리치 (스티븐 랭)' 대령의 기습에 가족을 잃을 뻔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에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위기를 피하고자 '로날(케이트 윈슬레)'과 '토노와리(클리프 커티스)'의 도움을 받아 온 가족을 데리고 바닷가에 사는 멧카이나 부족 사이로 피신한다. 그러나 포기를 모른 채 복수심에 불타는 쿼리치의 추격은 제이크의 가족에 새로운 시련을 선사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올해 개봉한 작품 중 가장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이었다. 이유는 많았다. 역대 월드와이드 흥행 1위 영화이자 3D 혁명을 일으킨 <아바타>의 속편이라는 점, 개봉일이 숱하게 연기되어 13년 만에 공개된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라는 점, 제임스 카메론 감독 본인이 가장 비경제적인 영화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자된 작품이라는 점 빼놓을 수 없다. 전편의 주역인 샘 워딩턴과 조 샐다나는 물론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시고니 위버와 스티븐 랭이 복귀했고, 케이트 윈슬렛 등이 새로이 합류한 배우들의 면면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아바타: 물의 길>은 감독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에이리언 2>와 <터미네이터 2>로 속편의 대가임을 증명한 바 있는 제임스 카메론도 이번에는 자기 장기를 온전히 발휘하는 데 실패했다. 13년간의 준비 기간 때문이다. 카메론 감독은 5편까지 이어질 시리즈를 모두 계획하기 위해 13년이 필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각본을 모두 완성하고, 모든 캐릭터와 생물을 미리 만들며,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사전에 구축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이번 속편이 큰 그림의 일부라는 의미이며, 바로 이 대목이 양날의 검이다. 앞으로의 로드맵이 확실하다 보니 <아바타: 물의 길>이 암시하는 향후 시리즈의 내용이나 전편으로부터 더욱 발전한 주제 의식과 메시지는 화려한 영상미 못지않게 흥미롭다. 반면에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완성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시리즈의 초석을 놓는 데 열중한 나머지 무엇 하나 온전히 완결 짓지 못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 '로아크' & '키리'가 암시하는 시리즈의 길
우선 <아바타: 물의 길>은 새로운 캐릭터들을 차례대로 소개하면서 앞으로 <아바타>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주력한다. 이는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로맨스가 가족 드라마로 확장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인물을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에 끼워 넣고 동시에 분위기를 환기하는 데 제격이므로. 실제로 영화의 내용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양육 방향을 둔 아버지와 어머니의 충돌, 형제자매 간의 다툼 등으로 가득하다. 특히 둘째 아들 로아크과 양녀 키리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들의 서사에 담긴 비유와 클리셰는 시리즈의 지향점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일단 로아크는 신약 성경 속 '돌아온 탕자'의 판도라 버전으로 보인다. 로아크는 나비족의 영웅이자 위대한 전사인 아버지처럼 되고 싶은 욕망에 들끓지만, 동시에 아바타의 특징이 강한 외모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다. 아버지처럼 강한 전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완벽한 아들이자 형인 네테이얌처럼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자격지심이 공존한다. 그 때문에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 몫만큼의 유산을 받아 집을 나선 '탕자'가 된다. 그는 만용을 부리다가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해 가족과 동료들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고, 좀처럼 가족들과 융화되지 못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떠나 자신만의 여정을 겪는다.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한 단계 성숙해진다. 자신처럼 가족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툴쿤 파야칸을 만나 안정을 찾고, 형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아버지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내면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결국 <아바타: 물의 길>은 로아크가 물속은 물론 인생의 길까지 찾는 이야기인 셈이다.
미스터리로 가득한 신비한 캐릭터 키리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아바타에서 태어난 아기이자, 그 누구도 아버지의 정체를 모르는 존재인 그녀는 등장부터 범상치 않다. 유달리 에이와와 강하게 교감할 뿐만 아니라, 따로 훈련하지 않고도 물속에서 능숙하게 잠수할 줄 안다. 또 온갖 동식물과 소통하고 그들을 뜻대로 조종하기도 한다. 이러한 묘사는 그녀가 마치 판도라 버전의 예수와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인간과 나비족의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구세주 메시아로 거듭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본래 '아바타(avatar)'라는 단어가 지상에 내려온 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만큼, 키리가 에이와의 아바타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로아크와 키리의 서사가 중심이 될 <아바타> 시리즈는 제임스 카메론이 써 내려가는 신약 성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시점 알려진 시리즈의 4편과 5편의 부제가 각각 <툴쿤의 기수(The Tulkun Rider)>와 <에이와를 찾아서(The Quest for Eywa)>이기에 더욱 그렇다.
전편으로부터 진일보한 생태학적 메시지
무분별한 환경 파괴와 개발에 반대하며 자연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도 더욱 깊어졌다. <아바타>는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판도라의 모든 생명체는 에이와의 자식으로서 동등한 존재다. 따라서 그들을 소유하고 이용하는 대신 그들과 소통하며 허락을 구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는 제이크가 이크란을 탈 때 그들과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어야 했던 이유였고, 또 사냥할 때마다 "당신을 봅니다(I see you)"라고 말하며 명복을 빌었던 이유였다. 판도라의 모든 나무가 마치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인간처럼 의사소통할 줄 안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에서 등장한 설정이었다. 다만 이러한 묘사에도 한계는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설정과 설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판도라의 신기한 생태계와 삶의 방식을 관찰할 뿐, 다른 생명과 존재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아바타: 물의 길>은 한발 더 나아간다. 지구의 고래를 닮은 생명체, 툴쿤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작중 툴쿤은 멧카이나 부족의 형제자매, 외관만 다른 부족의 일원으로 여겨진다. 멧카이나 부족과 툴쿤들이 재회하는 장면은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척들이 추석이나 설날에 만나 수다 꽃을 피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단지 멧카이나 부족이 일방적으로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툴쿤들도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영화는 로아크와 파야칸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툴쿤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파야칸의 시점에서 로아크가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고, 도움을 주고, 친분을 맺는 모습을 묘사한다. 그 결과 동등한 두 주체가 진정으로 우정을 쌓아나가는 과정에는 설득력이 더해진다. 또 인간과 멧카이나 부족이 결국 전투를 벌이는 결정적인 계기도 직관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주제 의식
즉, 전편이 인간도 자연계의 구성원 중 하나로서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속편은 인간 이외의 주체를 강조하여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정동(affect)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자연과 물질도 인간처럼 세계의 변화에 반응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이며, 인간처럼 의지와 목적을 가진 채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들도 툴쿤 사냥선을 급습하는 파야칸처럼 인간 행위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자연의 능동적인 반응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RDA의 목적이 망가진 지구를 대신해 판도라를 개척하고 이주를 도모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연과의 공존을 더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한층 깊어진 주제 의식은 <아바타: 물의 길>이 선보이는 화려한 영상미가 빛을 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 작품의 CG 효과는 전편 수준의 충격적인 영상미를 재현하지 못한다. 3D 효과도 익숙해졌고, 판도라 행성의 경관도 한 차례 맛을 봤기에 13년 전만큼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여전히 판도라를 체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마치 지구의 바다를 촬영하듯이 다른 세상에 있을법한 바다의 상세한 모습을 그래픽과 상상력으로 표현한 결과, 주인공들과 함께 판도라의 바다를 진짜로 경험하고 경이로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본의 고래잡이를 비판하는 듯 보이는 툴쿤 사냥 시퀀스도 마냥 교조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관객들은 해당 장면에 심정적으로 몰입하고, 영화의 메시지도 자연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아닌 시리즈의 부속품에 가까워진 결과물
그러나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아바타: 물의 길>은 전편에 비하기 어려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구성과 흐름, 캐릭터의 구축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전편과 달리 몰입도가 떨어진다. 1편은 인간과 아바타(나비족) 중 한 정체성을 골라야 하는 제이크의 고뇌를 그려냈다. 이러한 존재론적인 내적 갈등은 누구나 자신의 성장 경험과 사회적 위치를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면에 이번 작품은 내적 갈등을 사회적인 이야기로 다양하게 확장한다. 일례로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아이들은 혼혈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심적으로도 괴로워하고 멧카니아 부족의 아이들과도 충돌한다. 이는 현실 속 인종 차별이나 다문화 청소년들이 겪는 집단 따돌림 등에 대한 비유처럼 보인다. 이는 수용자의 경험과 태도에 따라 공감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화제이고, 결국 그 때문에 직관적인 몰입도도 덜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수많은 캐릭터의 활용법도 최선은 아닌 듯 보인다. 다음 세 편을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 보니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간신히 시작될 뿐 진행되는 내용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제이크의 서사만 해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사전 작업에 머무르고 있다. 줄곧 인간을 피해 도망치던 그가 인간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만으로 3시간이 흐르기 때문이다. 스파이더의 활용도 애매하다. 인간과 나비 양쪽을 오가면서 비극적인 개인사와 가족사를 지닌 인물인 만큼 그는 분명히 향후 시리즈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정작 이 중요한 캐릭터가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는다. 그는 나비족의 습관과 정서를 이해하고 깊이 사랑하는 캐릭터에서, 말 몇 마디에 쿼리치의 제이크 추적을 돕는 등 소극적으로 협력하는 캐릭터로 변해 버린다. 이렇게 일관성 없이 플롯의 필요에 따라 캐릭터성이 달라지다 보니 그는 자연히 극의 흐름에 녹아들지 못한다.
갈등의 규모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얼핏 보기에는 전편보다 더욱 커진 전쟁을 그려내는 듯하다. RDA가 아예 실거주 목적으로 판도라 행성에 귀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다음 편을 위한 복선에 불과하다. 정작 종족의 생존을 두고 벌어지는 인간과 나비족의 결전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제이크, 네이티리, 그리고 쿼리치 대령 간의 오래된 악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쿼리치 대령은 개인적인 복수심을 이유로 제이크와 네이티리를 추격하며, 그저 도망치기에 급급하던 제이크와 네이티리 역시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쿼리치의 도발에 응수하기로 한다. 그 결과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전편에 비해 다소 맥 빠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액션의 스케일이나 전투 시퀀스의 규모도 줄어들었고, 싸움에 임하는 비장함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다 보면 생각나는 두 작품이 있다. 바로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와 <호빗: 뜻밖의 여정>다. <아바타>를 일종의 프롤로그였다고 친다면, <아바타: 물의 길>의 목표는 <반지 원정대>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리즈의 세계관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거대한 전쟁에 앞서 선악을 대표하는 인물들 간의 추격전을 그려낸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각각의 인물이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하고 편을 정한 후 본격적인 전쟁에 나서기로 하는 흐름도 유사하다.
그러나 목표와 달리 <아바타: 물의 길>은 정작 <호빗> 1편을 보는 듯한 인상을 남기고 만다. 시리즈의 진행에 필요한 복선을 깔아 두는 데 지나치게 열중할 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는 않으며, 많은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했지만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인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유사한 문제점을 공유하는 까닭이다. 내용의 부실함을 전편에 비해 화려해진 시각 효과로 벌충하는 것 역시 두 작품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아바타: 물의 길>은 장단점이 명확히 갈리는 가운데 향후 시리즈의 향방에 따라 재평가의 여지를 남겨두는 작품인 셈이다. 대서사시를 위한 완벽한 가교이거나, 시리즈의 진행을 위해 소비되어 버린 평범한 속편이거나. 2년 내지는 3년 안에 나올 것이라 공언한 <아바타 3>의 모습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재평가는 속편들의 몫으로 남겨둔, 흠잡을 데 없는 시리즈의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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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씨네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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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홋카이도의 봄을 가로지르는 진심과 결심
기후 위기는 변덕스러운 날씨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인 모양이다. 3월 초만 해도 예년보다 빨리 봄이 오는가 싶더니 봄은 갑작스레 훌쩍 멀어졌고 3월 마지막 주말에는 때아닌 눈까지 휘날렸다. 그래도 기어이 봄이 왔고, 꽃이 피었다. 순식간에 여름에 자리를 내줄지라도 봄은 봄의 흔적을 남긴다. 마음은 왠지 몽글몽글해진다.
4월 2일(수)에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봄의 감성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1977년에 일본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덕분에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의 봄이 또렷한 총천연색으로 재현되었다.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일본의 홋카이도는 영화 <러브 레터>의 겨울 설경으로 뚜렷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다.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8관왕을 달성한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홋카이도의 봄 풍경을 충실히 담아내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미감을 선사하는 로드 무비다.
실연의 아픔을 훌훌 털어 버리고자 여행길에 오른 두 젊은 남녀 하나다 킨야(타케다 테츠야)와 오가와 아케미(모모이 가오리)는 로드 무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조합이어서 두 사람이 주인공이었다면 이야기가 밋밋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갓 출소한 시마 유사쿠(다카쿠라 켄)가 두 청춘의 여정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흥미로워진다(시마 역을 맡은 다카쿠라 켄은 영화 팬들에게 영화 <철도원>의 주인공으로 익숙하다.) 과묵한 시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적지를 자꾸 변경하면서 좀처럼 자신의 속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시마가 마침내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과거를 체념적 어조로 토로하자 하나다와 오가와는 시마의 진심에 완전히 공감해 자신의 일인 것처럼 시마를 도와준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서 갈팡질팡하던 시마는 하나다와 오가와의 응원에 힘입어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진심을 받아주었는지 확인하러 가겠다고 결심한다. 홋카이도의 봄은 푸른 생기를 잔뜩 내뿜으며 시마의 진심과 결심을 뒷받침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갱생, 구원, 사랑과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경칩에 개구리가 깨어나듯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사랑의 감정이 돌연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3월 2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행복의 노란 손수건>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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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을 숨겼더니 가감 없이 드러나는 욕망의 민낯
언더워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타 지휘자 성진(송승헌)이다. 신혼부부인 성진. 아내 수연(조여정)의 집안에 돈이 아주 많다. 첼리스트인 수연. 선남선녀에 돈까지 많고 직업도 서로 맞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성진에겐 외로운 구석이 있다. 아내에게 쌀쌀맞은 성진. 까칠한 남편의 태도에 수연의 마음속에 상처가 늘어난다. 충동적인 수연. 갑자기 흔적도 없이 숨어버리는 것을 계획한다. 어디 나 없이 살아봐! 화가 난 수연. 짧은 영상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로 한다. 합창단에 첼리스트가 사라졌다. 새로운 연주자를 뽑아야 한다. 첼리스트 공고를 내는 성진. 이 빈자리에 묘한 매력의 여성 미주(박지현)가 지원한다. 미주에게 끌리는 성진. 사라진 아내와 본능처럼 이끌린 미주 사이에 성진이 갈등한다. 과연 수연은 어디로 갔을까? 수연과 미주 사이에서 누굴 골라야 할까? 그리고, 그게 전부일까?
꼼꼼한 접근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하나하나 되짚어볼 때 놀라웠던 건 욕망이란 소재를 잘 접근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이 영화에서 베드신을 비롯한 여러 수위 높은 장면들이 들어갈 이유가 필연적이다. 왜? 인물들의 욕망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드신의 존재를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낼수록 인물들이 가진 내면이 그대로 노출된다. 세 주인공 중 성진이란 인물은 영화의 이 기획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진은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커다랗게 난 인물이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고 분명히 아내인 수연에게 사랑을 느끼기는 한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미주에게 강하게 끌린다. 이 양측에서 충돌하는 인물의 내면이 곧바로 베드신에서의 성진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이 성진의 모습이 영화 안팎에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가 한쪽으로 확 기울어진 성진의 모습이 ‘쟤 저러다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라는 긴장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욕망이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스릴러로서의 장르 특성을 베드신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베드신의 존재가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극적인 전개에 영향이 간다. 글쓴이는 이 영화가 일종의 성장영화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3인방이 스스로의 욕망에 갇혀 자기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게 영화의 뼈대라고 치면 영화 안에서 모든 인물들을 한 번에 휘감을만한 사건이 필요하다. 또 인간에게 있어 피할 수 없는 사건이 필요하다. 이걸 한꺼번에 엮는다면 어떤 사건이 필요할까? (예고에서도 읽을 수 있듯) 부부관계인 성진과 수연 사이에 갑자기 끼어든 미주의 관계성을 핵심으로 삼는 것도 큰 무리가 아니다. 또 이 관계에서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생각할만한 것을 뒤엎는다는 점에서도 영화 안에서 베드신은 필수적이다. <헌트>라는 영화가 있었다. 이정재 배우가 감독이었던 영화다. 이 영화에서 액션 시퀀스들은 인물이 처한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히든 페이스> 역시 베드신의 존재가 인물의 내면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베드신과 욕망이라는 소재를 오랫동안 깎아온 감독의 장인정신이 빛난다고 볼 수 있다.
저렴하지 않게
이 영화’를 보며 예상외로 좋았던 건 소위 말하는 ‘때깔’이 좋았다는 점이다. 이 때깔이라는 것은 욕망을 다룬 영화 중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연출지점이다. 왜? 우리 일상 속을 예로 들어보자. ‘난 원래 솔직한 게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보통 실언할 확률이 높다. 영화 역시 이런 사람들과 궤를 같이하는 감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에게 품격과 진솔함이 같이 존재하듯 ‘인간의 본질’만 두드러지게 강조하면 연출력이 비판받기 쉽다. 대표적으로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를 지금 당장 구글에 검색하면 좋은 영화라는 평가만큼 혹평이 많다. 해외의 시네필들이 남긴 ‘잔혹하다’라는 평도 평이지만 정성일 평론가가 남긴 평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시간의 순서를 역순으로 뒤집기만 했다’이라는 코멘트가 있다. 이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영화가 표현하는 높은 수위에 비해 영화가 담고자 하는 그릇의 크기가 넓지 않았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이 <히든 페이스>는 이런 장르적인 특성을 잘 이해한 것 같다. <돌이킬 수 없는> 보여주는 베드신을 제외하고 나머지 장면들을 보면 김대우 감독이 시청각적인 연출 자체에도 힘을 굉장히 줬다는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음악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 마에스트로라는 직업적 특성을 영화 밖에서도 꺼내오듯 영화 안에서 현악기가 많이 들린다. 이 삽입된 클래식 음악이 인물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탁월했다. 전자음악 위주였다던가 <서울의 봄>처럼 영화의 중후함을 드러내는 음악이 들어갔다면 이질감이 드는 연출이었을 텐데 이 <히든 페이스>는 개성을 잘 살렸다. 이 연출 때깔을 잘 살리는 장면이 후반부에 몇 있다. 성진이 양자택일의 순간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있다. 또 수연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몇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 인물이 음악으로 인물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훌륭했다.
또 영화에서 관음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도 극의 품격을 높이는 좋은 수였다. 몰래 훔쳐본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극적인 행동이다. 일상을 사는 우리 대부분은 남을 염탐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각자 살기 바쁘니까. 이런 일상성과 염탐이 충돌한다는 속성 때문에 이것을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가 몇 있다. <이창>이나 <헤어질 결심>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같은 작품들이 사랑하기 때문에 염탐한다는 인물의 내면을 그대로 채택했다. 이것은 곧 ‘염탐’을 통해 인물을 지켜보는 인물의 모습을 관객들이 지켜봤고, 그 모습에서 우리가 어떤 감정을 느낀다!라는 의미다. 염탐을 염탐하는 관객들을 노리고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이 <히든 페이스>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 ‘염탐하는 인물들’이다. 수연, 미주 역시 누군가를 염탐하는 입장이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사실 성진도 염탐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 염탐에 따라 인물의 내면을 영화가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욕망으로 뒤엉키는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그 욕망은 타인과의 상호관계를 통해 구현된다. 만약 누군가가 타인을 관음 하지 않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면 영화가 그저 그런 삼류 에로영화가 될 것이다. 그냥 하는 행위 자체만 중요하니까. 그러나 <히든 페이스>처럼 지켜보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보여주면 욕망이라는 소재를 캐치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리액션만 보여주면 되니까. 이런 측면에서 영화가 저렴하지 않은 톤을 유지하기 위해 소재와 장르를 잘 이해해서 고른 선택지는 아주 흥미롭다.
한 번 뒤엎은 팜므파탈
이 영화가 가진 다른 작품과의 차이점은 팜므파탈을 색다르게 해석했다는 점이다. 가령 <헤어질 결심>에서도 서래가 딱 그런 예시 중 하나로 보인다 2 묘한 매력을 풍기는 서래. 하지만 그 영화의 중심을 자세하게 들여보면 팜므파탈이 아닌 이유가 그 영화가 가진 낭만적인 성격을 강화시키는 장치가 된다. 이 <히든 페이스>는 팜므파탈을 <헤어질 결심>과는 다르게 더 너절하고 끈적하게 해석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그리고 그 뒤엎은 팜므파탈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장르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가끔 사랑영화가 사랑을 곧 추락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본작같은 해석은 사랑의 결과를 다방면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감독이 나름대로의 창의성을 표현했다고도 생각한다.
안 골라도 되는 선택지
이 영화의 엔딩은 엔딩과 플롯이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의문부호가 강하게 든다. 이 영화에서 맥락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한다는 건 중요하다. 중반부터 예고와 포스터로 읽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사건을 이루는 자세한 사항이 이야기 안에 담겨있다. 여기에 인물들이 나름 입체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핍진성은 글쓴이 입장에서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관음과 욕망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끈다. 그러다가 후반부가 인물들의 선택이 입체적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걸 골랐다. 다방면으로 생각하다가 갑자기 욕망 그 자체에만 천착한 엔딩으로 끝낸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 그 자체로 흘러간 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쓴이는 좀 더 섬세하고 자세했으면 이야기의 밀도가 더 촘촘했다고 생각한다. 욕망-욕망-욕망-욕망으로만 이야기가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이야기다.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의 구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마무시한 조여정
이 영화에 대한 글쓴이의 총평은 '좋은 영화'다. 엔딩이 좀 '이게 뭐지' 싶지만 그 직전까지 끌고 가는 영화 내적인 몰입감이 좋아서 스릴러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 그리고 일단 조여정 배우의 연기가 대단하다. 초중반부까지 흔한 치정극 같은 영화가 중반부터 자신만의 톤으로 변주하는데 이 역할을 조여정 배우 혼자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박지현 배우가 배우로서 과감한 선택을 고른 것 물론 대단하다. 하지만 이 박지현 배우의 야심이 조여정이라는 배우가 조율하는 극의 흐름이 아니었다면 그저 그렇게 묻혔을 거라 생각한다. 기대보다 좋았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조여정이라는 배우가 빛났던 <히든 페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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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에 담긴 이순신과 거북선이 왜군을 통쾌하게 물리치다
?Rabbitgumi 입니다!
한국의 국민영웅 이순신 장군이 돌아왔습니다.
명량의 후속편인 한산인데요.
명량의 시점보다 앞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퀼이죠.
영화에는 학익진을 비롯해 거북선이 등장해 유명한 한산대첩을 영상으로 담습니다.
무척 박진감 넘치는 영화가 나왔는데요.
이순신과 거북선의 활약이 무척 멋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어땠을지 좀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는 아래 링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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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는 아래 링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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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결말까지 진짜 개지림 ㄷㄷㄷㄷㄷㄷ[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영화: 오픈 그레이브
이 영상은 원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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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토커> 예고편
오랜 연인과 엉망진창인 이별을 겪은 앤디 에스코베도는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LA로 이사한다.
앤디는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인맥을 얻으려고 다소 특이한 구석이 있는 승차 공유 기사 로저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앤디가 새로 만난 여자 친구 샘과의 연애에 푹 빠져 로저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자
로저는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앤디의 목을 죄어 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