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08 18:06:54
[JIFF 데일리] 사라진 거장 피아니스트를 찾아서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시놉시스
뉴욕의 한 음악 비평가가 브라질의 젊은 피아노 거장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방불명 사건 뒤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탐험에 나선다.
EDITOR AMY PICK
쿠바 라틴 재즈를 다룬 <치코와 리타>를 만든 트루에바와 하비에르 마니스칼이 만든 신작 영화로브라질 천재 피아니스트의 존재를 좇는 영화다. 피아니스트 이름은 ‘테노리우 주니오르’. 남미에서 일어난 군사독재 정권과 문화인들의 탄압과 함께, 당시 테노리오의 동료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역사적 상황들을 단서 조각들로 진실을 맞춰간다.
테노리우 주니오를 찾아서
이 영화의 주인공 ‘테노리우 주니오르’. 1960년대 재즈 삼바의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그가 브라질 음악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그의 선율은 예술적이며 피아니스트 중에서도 최고입니다”.
그의 지인들은 입을 모아 그의 예술성 뿐만 아니라 인간성에도 극찬을 보낸다.
그런 브라질의 인재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당시 군사독재를 펼치던 브라질 군부에 의해 한밤중에 잡혀간 것.
영화는 인터뷰를 통해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음악가들 사이에서 사라지는 것, 한 가정에서 사라지는 것,
문화와 개인적인 측면에서 상황을 조명하며 지인들이 안고 갈 고통과 그리움을 담아낸다.
다큐멘터리를 뛰어넘어
자칫 지루한 다큐멘터리로 끝날수 있는 영화를 다채롭게 꽉꽉 채워넣었는데,
브라질의 음악 거장들의 인터뷰와 테노리우의 음악을 애니메이션과 결합하여 시청각을 모두 사로잡았다.
또 감독은 수많은 테노리우 지인들의 인터뷰와 당시 감금되었던 수용소를 직접 찾아가 테노리우가 겪었던
고통을 고스란이 관객들에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가감없이 던지며 사라진 예술가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을 표한다.
영화, 음악, 미술 LET'S GO
영화는 음악, 인터뷰, 역사,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작화가 조화를 이뤄 재즈와 브라질 역사를 알지 못해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 영화다. 또한 브라질의 음악이 전세계 음악을 뛰어 넘어 영화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담겨져 있으니 씨네필들이라면 안 볼 이유가 없는 작품!
EDITOR_AM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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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에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큐레이션 주제는 바로 '설날에 가족과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엑시트
ⓒ 네이버 영화
synopsis
몇 년째 백수로 지내는 용남은 어머니의 칠순 잔치 연회장에서 산악 동아리 후배 의주를
만난다. 어색한 재회도 잠시, 빌딩에서는 의문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순식간에 서울 도심은
유독가스로 뒤덮이게 된다.
cine pick!
영화 <엑시트>는 기존 재난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의 재기 발랄한 재난 탈출 영화로 누적 관객
수 942만 명을 기록하였다. 게다가 재난 매뉴얼을 제대로 갖추어 재난용 교육 영화로 각광
받기도 하였다.
인생은 아름다워
ⓒ 네이버 영화
synopsis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세연’과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 ‘진봉’이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 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cine pick!
누구나 알고 즐기는 대중음악들로 구성된 한국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남녀노소, 나이
불문, 모두가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게다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녹여내며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준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 IMDB
synopsis
명석한 두뇌와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특별한 소녀. 자신의 이야기를 바꾸려 당당히 나서자
기적과도 같은 결과가 찾아온다.
cine pick!
로알드 달의 명작 <마틸다>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는 아역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중독성 강한 OST와 놀라운 군무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씽
ⓒ 네이버 영화
synopsis
한때 잘 나갔던 문 극장의 주인 코알라 버스터 문은 극장을 되살리기 위해 대국민 오디션을
개최한다. 우승 상금 10만 달러를 얻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동물들은 꿈을 펼치기 위해
무대에 선다.
cine pick!
꿈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 <씽>은 추억의 올드팝부터 최신 유행 팝송까지 담으며
귀를 사로잡았다. 캐릭터, 스토리, OST까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전 세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 네이버 영화
synopsis
만화영화 더빙 성우로 자유분방하게 사는 다니엘은 아이들에게는 영웅이지만 사회에서는
실직을 거듭한다. 참다못한 아내 미란다는 이혼을 결정하고 양육권을 가져간다. 다니엘은
미란다가 보모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다웃파이어 할머니로 변장하여 취직한다.
cine pick!
<미세스 다웃파이어> 제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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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로스트 도터>는 숨겨진 명작으로 입소문 난 HBO 시리즈 <나의 눈부신 친구>의 원작자이기도 한 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 중 "잃어버린 사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더 파더> 등 굵직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올리비아 콜먼과 감독으로서 처음 연출을 맡은 매기 질렌할의 만남만으로 영화는 화제가 되었다.
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하는 주인공. 그리스의 한적한 해변 마을로 휴양 온 이 여성은 이탈리아 문학을 전공한 비교문학 교수 '레다'이다. 해변가에서 한가로이 홀로 휴가를 즐기던 그녀 앞에 보트를 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대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의 요란스러움에 눈살을 찌푸리던 레다의 눈에 '니나'가 눈에 띈다. 어린 딸아이를 안고 있는 니나의 모습을 찬찬히 그리고 집요하게 살피던 레다의 시선 끝에는 너무나도 매혹적인 여성과 완전히 지쳐버린 엄마 니나가 충돌한다. 그리고 레다는 자신의 과거를 그 위에 겹치기 시작한다.
언뜻 딸을 잃은 어머니의 처절한 드라마를 상상하게 하는 제목과 다르게 영화는 레다의 감정선을 좇으며 시종일관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사라진 니나의 딸을 찾아 그녀에게 안겨주다가도 아이의 애착 인형을 몰래 훔쳐 모두를 괴롭게 하는 등, 도통 저의를 알 수 없는 강박적이고 충동적인 행동과 편집증적으로 양극단을 오가는 레다의 무질서한 감정선을 쉽게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레다의 현재와 과거의 회상을 오가는 서사 전개는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니나를 통해 자신의 지난 시간을 반추하는 주인공의 양가적 감정을 그대로 좇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촉망받는 예이츠(W. B. Yeats) 연구자였던 레다에게 두 딸은 마냥 사랑스럽지많은 않은, 마치 신발 속의 돌멩이 같은 존재다.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성장기가 레다에게는 중압과 속박으로만 느껴진다. 매 순간 자신의 연구에 집중할 수가 없어 고통스러워하면서 동시에 그녀는 죄의식에 움츠러든다. 염증이 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학계에서 만난 저명한 학자와의 학문적, 성적 교류다. 그리고 결국 레다는 어머니로서, 어머니의 장소로 대변되는 가정의 울타리에서 머물러야 하는 자신의 파편화된 삶을 뒤로하고 딸들을 떠난다.
이러한 레다의 이면과 내재된 모순적 충동을 자극하는 것이 니나와 그 딸이다. 영화는 '날 것'의 레다를 통해 그동안 직시하지 않았던 여성과 모성성의 간극에 대해 토로한다. 딸을 감당하지 못하고 버거워하는 니나에게 레다는 3년 동안 아이들을 떠나 있을 때 느꼈던 희열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터뜨린다. 질식할 것 같은 삶에서 빠져나와 레다는 그녀의 이름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머니로서의 무게가 영영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잉태하는 그 순간부터 부여되는 모성의 이름은 희생적인 어머니의 서사를 강요한다. 사회적으로 날조된 모성의 신화는 어머니의 자격을 규정한다. 그리고 이에 반하는 수많은 모체의 삶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견딜 수 없는 죄책감과 죄의식이라는 상흔을 남긴다. 여성으로 태어나 어머니가 된 이들에게 부과되는 모성의 신화가 사회적 숭배와 혐오 사이에서 개개인의 정체성을 제거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내적 충돌이 우리에게 드러난 순간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기괴한 육체만이 남게 된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여유로워 보이는 레다이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언제나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다가오는 이들을 자신의 경계 밖으로 내몰았다가도, 누군가의 삶에 불쑥 끼어들기도 하는 레다를 보며 관객은 그녀의 널뛰는 감정에서 무엇이 진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며 이 같은 양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감정들이 모두 레다의 것으로 타당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어머니라는 이름이 덧붙여졌을 뿐, 누구나 이 같은 관계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독은 그럴듯한 부연을 늘어놓으며 이 혼란함을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섬세한 표현이 불친절하지만 필요한 인물 서사의 공백을 적절히 채워 놓는다.
이를 담아내는 질렌할 감독의 세심한 연출 역시 돋보인다. 말로 전달되지 않는 내면의 충돌은 다양한 영화적 장치를 통해 표면화된다. 예를 들어, 푸른 바다에 몸을 맡긴 레다를 담는 쇼트에서 그녀의 몸은 반쯤 잠겨있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평화로움과 다르게 물 밑의 감춰진 레다의 다른 한쪽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레다가 숙소에 놓여있는 과일을 먹기 위해 들춰보는 장면도 유사한 맥락에서 읽어낼 수 있다. 노랗게 잘 익은 과일 하나를 들어 올리자 겉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새까맣게 썩은 뒷면에 구더기가 득실 거린다. 레다는 과일을 내다 버리지 않고 바구니가 놓여 있는 테이블을 통째로 눈앞에서 치워버린다. 그러나 한 번 폭발한 감정의 덩어리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훔쳐온 인형을 찬장 깊숙이 숨겨놓은 레다 앞으로 수 십 장의 인형 사진 전단지가 뒤덮이고 인형 입에서는 꿈틀거리는 벌레가 기어 나온다. 레다 안에 깊숙이 감춰 둔, 하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이 그녀를 잠식한 어떤 잠재의식이 아브젝시옹의 이미지로 그녀를 집요하게 좇는다.
영화의 마지막이 되어서 관객은 다시 영화의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니나에게 선물 한 모자 핀은 레다의 배에 상처를 남겨 놓는다. 배꼽 바로 옆쯤 생긴 천공에서 피가 묻어 나온다. 레다는 그대로 앉아 아이들이 좋아했던 방식대로 오렌지 껍질을 깎으며 이제는 성인이 된 딸들과 통화한다. 뱀의 표피처럼 끊기지 않는 오렌지 껍질은 마치 모체와 태아 사이를 이으며 마지막까지 그 흔적을 남겨놓는 탯줄과 같이 이어진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개인의 서사가 발화하기 작하는 근래, 영화는 오랜 시간 걸쳐 만들어진 모성의 신화에 생채기를 내기 시작한다. 어머니로서의 의무감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들에게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틈새를 열어 놓는 것이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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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도 겹치면 짙어질까
빗자루질 소리에 잠에서 깨어, 소박하지만 정리된 삶을 살아간다. 일반인들이 무시하는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업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닦고 청소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책을 읽다 잠든다. 항상 똑같은 조용하고 지루한 삶을 사는 것 같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아저씨. 그런 그의 굳어진 얼굴이 풀리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때가 있다. 바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시간, 그리고 코모레비(木漏れ日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빛)를 바라보는 시간이다.
히라야마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며, 사람들과의 거리를 지키고, 자신의 작은 순간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화장실뿐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자신의 삶을 늘 깨끗하게 닦고 있다. 깨끗하게 콧수염 정리를 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또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영혼이 녹슬지 않도록 가꾼다. 그런 그의 삶을 바라보는 관객은, 그 작은 소중한 삶이 얼마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지 점점 깨달아간다.
그러나 마음이 깊은 사람은 그만큼 큰 상처를 지니고 있는 법이고, 사람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히라야마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그 정도의 깊이에 도달했단 말인가. 삶의 모든 것에서 소중함을 느끼는 히라야마는, 아마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사람이리라. 그 음악과 햇빛 사이로, 히라야마의 깊은 상처는 그림자처럼 드리워진다.
빔 벤더스 감독은 히라야마의 삶 사이에 빛과 그림자가 가득한 꿈을 그려 넣는다. 시각세포는 두 가지가 있다. 색을 인지하는 세포와 빛과 그림자를 인지하는 세포. 밝은 곳에서는 색으로 모든 것을 인식하지만, 빛이 별로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빛과 그림자만으로 세상을 인식한다. 빛과 그림자만으로 인식하는 세상은, 세상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해 준다. 히라야마는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 것일까. 빔 벤더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 코모레비에 대해 자막까지 넣어가며 설명을 했지만, 코모레비는 빛이 주체다. 빔 벤더스가 설명한 히라야마의 과거 깨달음의 시점에도 빛이 중요한 모티브라고 했다.
하지만 히라야마의 꿈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바로 그림자다. 히라야마가 자기 전 책에서 읽었던 구절 중에 '影(영: 그림자)'라는 한자가 유독 두드러지며, 나뭇잎의 그림자들이 서로 겹쳐진다. 코모레비는 일렁이는 햇빛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바로 일렁이며 겹쳐진 그림자이기도 하다. 그의 꿈은 그림자가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히라야마는 자신의 과거를 딱히 말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과거를 입에 담는 것조차 상처가 되는 그런 깊은 상처일터다. 바로 히라야마가 살고 있는, 불에 탄 흔적이 얼핏 보이는 낡은 집처럼.
나에게도 그런 짙은 상흔의 과거가 있다. 삶의 모든 것이 부서지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고, 원망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로 돌려 위로의 말이나 손길에게도 피해를 줄까 봐 멀리 떠났던 시절. 그 달동네에는 골목을 굽이굽이 올라가면 동네 사람들이 앉아서 쉬던 커다란 느티나무와 평상이 있었다. 아주 잠시만 있을 수 있었지만 그 평상 나무 그늘에 누워서 느티나무 그늘 사이로 비치는 코모레비를 보는 것이 그렇게도 위로가 되었다. 일렁이는 햇빛은 마치 내 삶이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쓰다듬어주는 것 같았다. 그 위안과 희망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다. 마치 <쇼생크 탈출>의 앤디가 말했던 것처럼. 그렇게 나도 그 시절을 견뎠다. 히라야마가 코모레비를 보며 잠시 평안해지는 그 미소는 바로 그 시절 나의 미소였다.
히라야마와 같이 맥주를 나누던 '그 남자'는 히라야마에게 물어본다. "그림자도 겹치면 짙어질까요?" 히라야마는 당장 해보자고 한다. 그 남자는 그림자가 똑같아 보인다고 하고, 그림자 전문가인 히라야마는 짙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빛은 파동이기도 하므로 회절현상이 일어난다. 광원이 완벽하게 1개라고 하고 반사하는 물질이 없어도, 그림자 속에 들어간다고 해서 완벽히 빛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림자 속에도 주변 빛의 회절현상으로 빛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회절되는 빛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그림자를 겹치면, 점점 어두워진다. 그림자 속에도 그림자를 만들 수 있다. 겹쳐지는 그림자를 많이 본 히라야마는 그 사실을 알았다.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상처도 겹치면 짙어진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그렇게 겹치고 겹친 그림자들의 사이가, 바로 코모레비처럼 빛난다는 것을 보았다. 그림자와 그림자의 틈, 상처와 상처의 틈, 아주 작은 공간들, 비어있는 줄 알았던 그곳이 희망이라는 걸, 울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그 순간만 존재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뒤로 그의 삶은 코모레비와 같아졌다. 그가 항상 흑백 사진으로 남기는 그날그날의 코모레비는, 항상 똑같아 보이지만 다른 소중한 그의 일기인 것이다. 일기는 한자로 日記라고 한다. 히라야마는 말 그대로, 그날의 태양을 기록하고 있다.
깊은 상처는 히라야마에게 모든 날들이 완벽하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 날도 모두가 완벽하다. 그림자의 뒤엔 빛이, 죽음 뒤엔 생명이, 이별 뒤엔 사랑이, 눈물 뒤엔 웃음이 일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덧없이 사라져가는 생의 한 뒤켠에, 빔 벤더스의 유서와도 같은 이 작품은 낡은 카세트 테잎의 노래처럼 탁한 빛으로 관객의 마음 속을 비춘다. 그러기에 모든 나날들은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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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제31회 부일영화상 수상작 정리!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바로 어제였던 10월 6일, 현존하는 국내 영화상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부일영화상이 부산에서 열렸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들이 수상을 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우수작품상 - <헤어질 결심>
ⓒ 네이버 영화
제31회 부일영화상에서는 <헤어질 결심>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국내 개봉 전부터 박해일 배우와 탕웨이 배우의 만남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으며,
개봉 이후에도 많은 이들을 N차 관람하게 만드는 매력으로 누적관객수 180만 명을 돌파한 작품입니다.
국제영화제 중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
최우수감독상 - 김한민(한산: 용의 출현)
ⓒ 네이버 영화
올해 최우수감독상은 <한산: 용의 출현>의 김한민 감독이 수상하였습니다. <명량> 이후 8년 만에
<한산: 용의 출현>으로 돌아와 전작보다 담백하고 더욱더 박진감이 넘치는 극적인 연출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코로나를 겪고 부일영화상과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살아난 이 장소 이 시기에 상을 받게 돼서 영광스럽게 생각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남우주연상 - 박해일 (헤어질 결심)
ⓒ 네이버 영화
올해 남우주연상은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박해일 배우는 <헤어질 결심>에서
예의 바르고 청결한 '해준' 역을 맡아, 단단한 내공과 세밀한 연기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냈습니다.
박해일 배우는 이번이 부일영화상에서 첫 수상이었으며, "부일영화상은 배우로서 첫 수상이다. 감사하다"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여우주연상 - 탕웨이 (헤어질 결심)
ⓒ 네이버 영화
올해 여우주연상은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 배우가 수상하였습니다. 탕웨이 배우는 <헤어질 결심>에서
변사 사건 사망자의 아내 '서래' 역으로 비밀스럽고 매 순간 궁금증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탕웨이 배우는 "이번 영화에 참여하게 해주신 박찬욱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대본을 써주신 정서경 작가님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남우조연상 - 임시완 (비상선언)
ⓒ 네이버 영화
올해 남우조연상은 <비상선언>의 임시완 배우가 수상을 했는데요. <비상선언>에서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로 임팩트를 주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임시완 배우는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여우조연상 - 이수경 (기적)
ⓒ 네이버 영화
올해 여우조연상은 <기적>의 이수경 배우가 수상을 했습니다. 츤데레 누나 '보경' 역을 맡았으며,
극의 전개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수경 배우는 "보경이라는 예쁜 캐릭터 만드시고
맡겨주신 이장훈 감독님께 최고로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제 인생에 기적이라는 영화가 한 줄 적히게 되어
너무 영광이고 행복하다.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남자인기스타상 - 변요한 (한산: 용의 출현)
ⓒ 네이버 영화
올해 남자인기스타상은 <한산: 용의 출현>의 변요한 배우가 수상을 했습니다. 변요한 배우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강렬한 캐릭터였던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을 맡으며, 묵직한 장군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해냈습니다.
변요한 배우는 김한민 감독과 더불어 출연한 배우들을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여자인기스타상 - 이지은 (브로커)
ⓒ 네이버 영화
올해 여자인기스타상은 <브로커>의 이지은 배우가 수상했습니다.
<브로커>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소영'역을 맡으며, 섬세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지은 배우는
"첫 장편 데뷔작으로 <브로커>에 참가하면서 존경하는 감독님, 선배님, 스태프와 좋은 추억, 배움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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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 투 그리스> 개봉기념 ! 넷플릭스로 떠나는 방구석 여행 5
여러분 ! <트립 투> 시리즈를 아시나요?
<트립 투 이탈리아>로 시작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트립 투> 시리즈가
이번 <트립 투 그리스> 2021.07.08 개봉을 마지막으로 시리즈 막을 내린다고 해요.
약 10년간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린다니, 아쉬움이 가득한데요.
코로나 19로 인하여 여행을 못가 몸이 근질근질 하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씨네랩이 여행 쿨타임 잔뜩 채워줄 방구석 랜선 여행 영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1. 트립 투 잉글랜드 The Trip - 마이클 윈터바텀
2021.07.15 공개 예정
코미디 / 영국 / 112분
영국 여행
" <트립 투 이탈리아>를 즐긴 당신, 이번엔 잉글랜드다! 막 중년에 접어든 두 남자 스티븐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영국 북부 최고의 레스토랑을 도는 여행을 떠난다.
6일동안 6개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흔적을 따라가며
예술과 사랑, 인생을 논하는 두 남자.
여전히 인텔리전트한 잉글리쉬 듀오의 먹고 마시고 웃는 여행이 시작된다.
Trip Maketh Man! "
2.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 라이언 머피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139
이탈리아, 인도, 발리 여행
"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언제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결국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정해진 인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기로 결심한다.
일,가족,사랑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무작정 일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난 리즈.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
이제 인생도 사랑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3. 맘마미아 ! Mamma Mia! - 필리다 로이드
코미디, 뮤지컬, 멜로로맨스 / 영국, 미국, 독일 / 108분
그리스 여행
"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엄마 도나와 살고 있는 소피는 행복한 결혼을 앞둔 신부.
그러나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그녀의 계획에 흠이 있다면
결혼식에 입장할 손을 잡고 갈 아빠가 없다는 것!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한 소피는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찾게 되고, 엄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결혼식 전날, 소피가 초대한 세 남자가 그리스 섬에 도착하면서 도나는 당황하게 되는데 ...
과연 소피의 아빠는 누구일까? 그리고 이들의 결혼식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
4.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To All The Boys : Always and Forever - 마이클 피모그나리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 미국 / 115분
한국여행
"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입시는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라라 진.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나의 미래, 거기에도 피터가 있을까? "
5.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 벤 스틸러
모험,드라마,판타지 / 미국 / 114분
아이슬란드 여행
"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 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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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인기 많은 <오징어 게임>, 제가 한번 직접 봤습니다
난 드라마 잘 안 본다. <나의 아저씨>나 <DP>, <인간 수업>도 안 봤다. 가장 최근에 본 드라마가 뭐야?라고 묻는다면 장혁의 <추노>를 꼽을 것이다. 점점 살다 보니 TV가 있는 안방에 들어가지 않게 됐다. 나의 아저씨도 본다 본다 말은 했지만 한 10초 봤을 것이다. 나는 드라마에 진심이 아닌 편이다.
<오징어 게임>은 스킵하는 장면 없이 나온 당일날 9시간 만에 정주행을 끝냈다. 이 작품이 엄청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건 진짜 초 쩌는 작품이다' 싶었던 <추격자>나 <곡성>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 <랑종>을 보고 극장에서 나온 다음과 비슷하달까? 적당히 잘 만든 작품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해진다. 무려 <오티스>를 이겼다는 말이 들리니 말이다. 나 역시 이 드라마가 재미있었던 사람으로서 내가 느낀 소감을 이 브런치에 공유하고자 한다. 물론 아쉬운 지점은 있다. 흑막의 정체가 너무 쉽게 예상이 간다던지, 몇몇 인물의 개연성에 있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다던지, 베드신이 굳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5화의 다리 건너기에서 더 영리한 수를 쓸 수 있지 않은지 등등.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법한 의문점 역시 나도 갖고 있다. 근데 나는 단점을 제외하고 황동혁 감독이 어떤 걸 의도하고 만든 지 예상할 수 있었고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전적으로 나의 의견이며 실제 이 드라마를 만든 제작자들이나 배우들의 의견은 당연히 다를 수 있다. 그냥 사람들이 제시하는 각기 다른 해석 중 하나로 읽어주신다면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아래부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흑막은 왜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된 논리를 펼치는가?
죽은 줄 알았던 일남이 살아서 기훈에게 쪽지를 보냈다. 기훈은 놀란 눈빛으로 쪽지가 적어놓은 장소를 향해 걷는다. 기훈이 묻는다. "당신. 누굽니까." 일남이 대답한다. "저기. 저 남자 말이야. 술에 취했는지 몇 시간째 저러고 있어. 행색으로 봐선 노숙자 같은데. 저대로 놔둔다면 금방 얼어 죽을 텐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자네라면 어쩌겠나. 가던 길 멈추고 저 냄새나는 인간쓰레기를 도와주겠나." 이 대사는 일남을 상징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일남은 지나가는 사람을 '인간쓰레기'라고 규정한다. 다음의 일남의 대사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 돈은 자네의 운과 노력의 대가야. 자네는 그 돈을 쓸 수 있어. 삶은 짦아." "자네,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내 고객 한 둘이 그러더군. 살면서 더 이상 즐거운 게 없다고." "자네가 잊은 게 있어. 난 아무에게도 게임을 강요한 적이 없어. 자네도 제 발로 다시 돌아왔잖아." 일남은 이 <오징어 게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결과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마치 시스템을 만든 조물주와도 같이.
일남은 이 '오징어 게임'을 만든 인물이다. 이 <오징어 게임>에서 프런트맨이 중요시하게 주장하는 원칙이 있다. 바로 평등과 소외된 이에 대한 수용이다. 전자는 111번 참가자가 스태프들과 결탁해 부정을 취한 게 드러날 때 말했던 논리다. 후자는 미녀가 깍두기처럼 남겼을 때 주장한 말이다. 프런트맨이 주장했다고 해서 일남과 무관하냐? 당연히 아니다. 프런트맨은 운영 스태프들을 총괄하는 입장임과 동시에 호스트의 분신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프런트맨의 논리가 일남의 주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곧 <오징어 게임> 전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즉, 일남이 이 게임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평등과 배려다. 나름대로는 '하류인생들에게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민주적인 방식에 따라 준 것이다. 근데, 이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문답이 있다. 그래서 결국 이 과정이 옳았는가? 아니다. 평등과 배려를 원칙으로 해 1명의 우승자를 찾는 이 <오징어 게임>은 죽는 사람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방식이다. 자세한 묘사를 찾을 필요도 없이 이 게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옥도와도 같다. 앞서 쓴 바와 같이 사람이 죽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른 측면을 본다고 해보자. 2화를 봤을 때, 과연 이 456명의 참가자들에게 있어 현실이 게임보다 낫다고 볼 수 있을까? 애초부터 게임을 재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5대 5로 여론이 나뉘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실에서 위기를 겪은 사람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게임은 다르다. 누군가는 현실에서 연탄불에 생을 끝내려고도 하는데, 게임은 살아남기만 한다면 큰돈을 가질 수도 있다. 난 이 2화에서 각자 인물들이 처한 설정과 게임이 대비된다는 지점과 일남이 <오징어 게임>을 기획한 이유로 설명하는 것이 같은 공통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애초부터 황동혁 감독은 이 설립 의도가 합리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한국사회의 시스템을 만든 기득권층의 모순에 대해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지나가는 인간쓰레기'라고 정의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심지어 어떤 게임에서는 그가 실제 조물주와 비슷하게 쥐락펴락 갖고 놀았다. 우리 스스로에게 간단하게 물을 수 있다. 이 일남의 스탠스는 옳았나? 아니다. 일남과 프런트맨의 논리는 '겉으로는 평등과 원칙을 주장하지만 결과는 살인'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모순이다. 또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살릴 권한은 없다. 그것이 상금과도 같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기할 수 있는 도구를 준다고 해도 말이다. 이 과정이 실제로 평등과 배려를 깔았다 하더라도, 하위계층에 대한 거의 유일한 구제책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냥 아닌 건 아닌 거다. 우리는 이것들을 절대 모르지 않는다. 이미 수백 번도 넘게 사회정의에 대해 석학들이 논의했다. 근데 이 논의가 다 유의미했냐? 아니다. 그거 다 이뤄졌으면 모두가 다 살기 좋았다. 그러니까 이 대한민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스템은 모순투성이인 셈이다. '하위 계층에게 올라갈 기회를 준다. 참여에 대한 강제 없이'가 서로를 죽이는 논리지만 우승자를 골랐던 이유가 '너랑 노는 게 재미있어서'인 것도 이에 대한 근거다. 두 질문은 '왜 게임의 승리자로 나를 설정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대답한 것과 같다. 애초부터 일남에게 누구를 살리는 데 있어 내적 논리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소외된 사람들은 살리고 패배자는 총으로 쏴버리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기 말을 못 지키는 것이다.
현실이라고 다를까? 우리는 내가 올라가면 누군가는 밑에 깔린다는 걸 알면서도 살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남을 밟고 일어날 거라고 예상 못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이 원리원칙에 대해 하위계층이던 상위계층이던 사실 다 알고 있다. 내가 이기면 누군가가 진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우린 이 <오징어 게임>에 강제가 아닌 철저히 본인의 의지로 스스로를 갈아 넣고 있다. 마음 한 구석에 총알 몇 방 맞아가며 말이다. 내 생각에 황동혁 감독은 이런 아이러니에 대해 표현하려고 일남과 프런트맨의 논리를 이렇게 설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 감독은 현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VIP의 구성과 플레이어들에 대해 알아보자. 다양하게 나눠진다. VIP는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이다. '한국의 게임이 이렇게 재밌다니'라고 말하는 거 보면 각국의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또 동성애자도 있다. 이 부분은 드라마를 잘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2번에서도 언급할 것과 같이 한국의 <오징어 게임>은 평등과 정의를 중요시한다. 또 약자에 대한 배려도 지킨다. 외적으로 보면 기득권층은 각계각층서 온 사람들에 심지어 동성애자까지 껴 있는 평등한 세상이다. 플레이어들에게 부조리가 일어나는 걸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도덕성은 틀렸다. 자기들이 생각하는 도덕성은 지키면서 그 외적인 건 뭐가 일어나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난 이 인원 구성이 한국사회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한다. 내지는 이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소수가 중심이 되는 사회지만 이는 결국 기득권의 이해관계 아래 놓여 있을 뿐이다. 감독은 '이 드라마가 현실에 대한 은유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인원 구성부터 힌트를 준 것이다. 굳이 안 넣어도 됐을 탈북자와 외국인 노동자, 치매노인이라는 설정도 있으니 말이다.
3. 프런트맨과 29번 스태프는 왜 등장하는 것인가?
프런트 맨이 2화인가 3화 즈음에 대사를 치는 장면이 있다. 난 이것만 듣고도 담당 배우를 맞출 수 있었다. 음성변조를 넣기야 넣었는데 난이도는 쉽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또 지영 역(이유미 배우)이 새벽에게 모히또와 몰디브 어쩌고 하지 않나? 그것도 프런트맨의 정체에 대한 암시라고 생각한다. 감독의 전작이 <남한산성>이었다는 것도 복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또 막상 가면을 벗을 때 솔직히 너무 멋있어서 깜짝 놀랐다. 에이 뻔하지 싶었는데 육성으로 '헉' 소리가 나온 것이다. 눈빛 연기가 대단했다.
아무튼,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일단 29번 스태프의 정체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9번 스태프는 잠입한 황준호다. 황준호는 실종된 형을 찾고 있다. 직업은 경찰이다. 물론 경찰이라는 직업으로 인해 가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처음 잠입할 때 29번 스태프를 때려눕히고 변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경찰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영에도 능하고 총도 곧잘 쓰는 부분도 경찰이라는 장점이 작용했다. 그런데 경찰이라는 직업 본질적인 것에 대해 따져보자. 경찰은 사회 부정의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직업적 특성은 황준호의 임무 2순위, 집단살인에 대한 진상규명의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그렇게 모험을 떠나 휴대전화로 이 <오징어 게임>의 전말을 대략적으로는 알리기는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데,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프런트맨의 정체였다. 황준호의 형이자 전직 경찰관이었다. 정의를 추구해야 할 인물이 세상 가장 부조리한 곳의 수장이 되어있었다. 이 <오징어 게임>의 기득권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경찰이 집단살인이 난무하는 곳의 기득권이 되었다는 건 굉장한 아이러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세태와도 닮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이루는 부조리함은 나쁜 사람들만 모였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일까? 아닐 것이다. 우리가 아는 정치인들. 금융인들. 기업인들. 나름대로의 선한 논리는 다 있을 것이다. 사회를 바꾸는 선택지가 정말 없었을까? 아니다. 우리에겐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쉽지 않을 뿐. 그냥 눈 뜨고 일어났는데 2021년에 이런 부조리한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프런트맨 역시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에 기생하는 선택지를 골랐으며 이 게임에 대해 폭로하고자 했던 인물(황준호)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형이라는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은 것이 결과로 제시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감독은 시스템에서 사회정의를 건져 올릴 수 있는 자구책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차피 우리는 이해관계가 만든 판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사회 부정의를 해소에 현실에 기여하는 방식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하는 셈이다.
4. 결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난 주인공 성기훈이 결국 패배했다고 생각한다. 딸을 주도적으로 키울 수 있었냐? 아니오. 돈 쓸 수 있었냐? 아니오. 만원도 못 써 은행 직원에게 돈을 빌린다. 상우 어머니에게 진상을 세세히 말할 수 있었냐? 아니오. 살리고 싶은 사람들 다 살리고 빠져나왔나? 아니오.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냐? 아니오. 승리는 했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일남이 마지막 병원에서 했던 말이 이 인물에게 제일 중요하다. 이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냥 재미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성기훈은 드라마의 끝까지 본인의 허술한 부분만 드러나다 끝난다. 검은 머리의 성기훈은 부조리가 벌어질 동안 손가락만 빨다가 끝난 셈이다. 근데 한 변곡점을 통해 머리 색이 바뀐다.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 분기점을 상징하는 사건이 있다. 게임의 호스트 일남과의 내기다. 일남은 '자네는 아직도 사람을 믿는가?'라는 질문에 패배한 듯 보인다. 이 내기에서 이긴 이후에 염색을 한다. 머리색을 주인공의 각성이라는 상징으로 가정해보자. 빨간 머리로 염색한 장면은 '이 인물이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특별한 해결방법으로 시스템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것의 암시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빨간색으로 염색 안 한다. 보통 그런 차림이면 눈에 띈다. 오징어 게임, 아니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파란 모자를 쓰고 검은색 머리 스타일에 대해 무난한 코디라고 받아들인다. 기훈은 머리의 염색을 통해 한풀 더 각성해 이들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당연히 쉽진 않겠지. 맞은편 지하철에서 의문의 남자와 재회하는 장면을 보자. 다른 남자가 따귀를 맞고 있는걸 뻔히 보면서도 다른 <오징어 게임>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우의 어머니에게 돈을 주고 떠나거나 게임의 참여자가 되는 등 일반적인 관념을 깨는 입장이 되려고 노력한다. 황동혁 감독은 각본을 촘촘히 쓰면서 색상의 대비나 머리색이라는 상징으로 어떻게 이 성기훈이라는 인물이 <오징어 게임>을 받아들일 것인지 암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결말의 의미는 성기훈이 이제 우리 사회의 패배자가 아닌 맞서 싸우는 주체가 된다는 의미. 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쓰다 보니 막 뱉어낸 것 같다. 전적으로 나의 생각이니 무조건 따른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난 좋은 드라마를 본 것 같아 시간이 후딱 갔다고 생각한다. 시즌 2 계획 없다고 하던데 솔직히 그냥 하는 소리일 거라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 내에 후속작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아. 정호연이란 탑 모델을 배우로 발굴해준 황동혁 감독님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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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분노하게 했던 마블씬들
#마블명장면 #마블 #로키
2021. 06. 30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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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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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화났던 기억?
00:56 스타로드는 화났어
03:45 손가락 하나
05:00 버키는 내 친구
06:39 로키의 선택은?!
07:53 구독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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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뛰어넘는 여우주연상 이 빛나는 우리의 엄마 [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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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워크 먹여살리기??? https://toon.at/donate/637245550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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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피델> 메인 예고편
목숨을 건 탈출!
이보다 더 극적일 순 없다.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중동에 간 미국인 기자이자 블로거 ‘더그’(짐 카비젤)
하지만 난데없이 납치를 당하고,
이란 정권의 스파이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다.
한편 국무부에서 일하는 그의 아내 ‘리즈’가 이 사실을 알고
남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미국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리즈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직접 이란행을 택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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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강력한 돌직구 매력이 온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시즌2] 6월 10일 TVING 단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