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25-05-16 14:54:30
백두산 천지와 청춘,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 리뷰
브레이킹 아이스 리뷰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
감독 : 안소니 첸
주연 : 주동우 (나나) 류호연 (하오펑) 굴초소 (샤오)
개봉 : 2025.06.01
수입 : 찬란
배급 : (주) 디스테이션
장르 : 청춘 케미스트리
시놉시스
중국의 끝자락, 북한과 맞닿아있는 지역 연길로 상경해 살고 있는 나나, 샤오. 하오펑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연길에 방문한다. 우연히 본 연길 단체투어에 참여하게 된다. 투어 중 핸드폰을 잃어버려 연길에 남은 하오펑은 나나와 샤오와 함께하며 여행한다. 그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하얀 땅을 밟아나간다.
백두산 천지와 청춘
100번을 올라가도 한번도 못볼 수 있다는 그 천지, 천지는 기상과 운과 다양한 요소들이 받쳐주어야 천지를 볼 수 있다고들 한다. 나도 예전에 백두산에 올라갔을 때 결국 천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내려왔었다.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천지를 보여준다. 아주 크게. 어쩌면 그 천지는 청춘들이 향하고 있는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지의 이미테이션들. 사람들이 열광하는 천지의 모습은 올라가기만 하면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 길을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할 뿐더러 올라가도 못보고 내려올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는 백두산 천지의 아름다운 모습만 되풀이한다. 청춘이라는 말 속의 아름다움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명의 주인공들은 천지를 보러 올라가지만 결국 코앞에서 기상악화로 내려오게 된다. 그들은 다시 천지에 올라가지 않고 헤어진 채 그들의 자리를 찾아간다. (나라면 천지에 다시 올라갔을 것 같다)
생각할만한 부분들
북한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연길은 중국 유일의 조선족 거주지이다. 그래서 한국어가 들리기도 한다. 백두산과 웅녀의 이야기, 천지, 아리랑, 연변 투어의 풍물놀이, 한복 등 영화에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사용되었다. 조선족의 문화가 한국문화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어색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도둑과 얼음과 눈물
현상금이 엄청 크게 걸린 도둑의 이야기는 토막나 영화 중간에 삽입되어있다. 도둑이 주인공이 아는 사람들이었다면 내가 집중을 안한 탓이겠지만 나는 아예 별개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왜 감독은 도둑의 이야기를 추가했을까. 결국 영화의 끝에서 도둑은 잡히게 되는데, 은유의 표현이었을까? 도망치듯이 투어행 버스에 몸을 실었던 하오펑의 처지와도 비슷했을까. 인물들의 대화를 빌려 설명하자면 그 도둑의 현상금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의 큰 금액이었는데, 하오펑의 도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클럽에서 혼자 앉아 펑펑 울던 하오펑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정말 영화에서 대놓고 보여줄 정도로) 얼음을 씹던 하오펑은 쌓아올린 것들이 그만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인물들의 서사가 친절하지만 그렇게 친절하지 않고 무언가 감추고 있는듯한 장면들이 많이 나와 그냥 힘든 삶들을 살고 있구나 정도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번쯤 보기에는 괜찮은 영화! 이미지도 예쁘고, 무엇보다 주동우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
안소니 첸 감독은 감독뿐만 아니라 최근 화제작인 <해피엔드> 네오소라 감독의 작품을 제작한 사람이기도 하다. 제작사는 지라프 픽쳐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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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의 리더십 그리고 거북선, 왜군을 박살 내다
좋은 리더는 좋은 팀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팀은 회사나 국가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런데 좋은 리더라고 하면 여러 가지 인물상이 떠오른다. 조금은 과격하지만 결과를 이뤄내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지만 차분하게 천천히 일을 진척시키는 경우도 있다. 모든 리더가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좋은 리더가 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말은 좋은 리더를 만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로 치자면 회사에서는 팀장이나 사장일 것이고, 국가로 치자면 각 장관이나 대통령이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리더 일 것이다.
좋은 리더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역사적 인물들은 좋은 리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을지문덕이나 강감찬 그리고 세종대왕 같은 인물을 우리는 좋은 리더로 꼽는다. 한국의 역사 속 인물 중 가장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이순신 장군일 것이다. 임진왜란의 한가운데에서 조선의 적은 배와 무기로 수많은 왜군을 여러 번 물리친 그는 그야말로 한국의 영웅이라고 부를만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산대첩, 명량대첩 그리고 노량해전까지 여러 번의 해상 전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얻어낸 그가 가진 리더십은 꽤나 대단했음에 틀림없다.
한국 최고 흥행 영화의 후속 편 <한산:용의 출현>
2014년에 개봉했던 <명량>은 본격적으로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영화였다. 배우 최민식의 얼굴로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가진 고뇌를 담았다. 두려움에 갇혀있는 병사들을 꺼내기 위해 그가 할 수 있었던 선택들이 영화 속에 담겼고, 무엇보다 그가 사용했던 해상 전의 전략과 거북선은 스펙터클하게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클라이맥스에 신파가 너무 반복적으로 제시되며 아쉬운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1.7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영웅 이순신과 거북선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 흥행 기록 자체가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한국 사람들에게 단순한 역사적 인물 중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명량>보다 앞선 시기를 다루는 <한산:용의 출현>은 한산대첩을 다루고 있다. 한산 해상 전투가 있기 전 왜군의 장수중 하나인 와키자카(변요한)가 한산도를 침략하게 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와키자카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만큼 이순신의 적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밀하게 그 전투를 준비했는지를 보여준다. 임진왜란이 막 시작되었을 때 왜군들은 이미 한양까지 점령하고 기세를 몰아 명나라까지 가려고 한다. 이순신(박해일)은 그를 돕는 장군들과 함께 한산도 앞바다에서 결전을 벌일 준비를 한다. 이순신은 수세에 몰린 조선군의 사기를 걱정하면서 내부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원균(손현주)을 설득하여 전투를 자신의 방식대로 끌어가기 위해 애쓴다.
영화는 초반에 왜군과 조선군의 첩보전을 통해 극적 긴장을 끌어올리면서 조선 내부의 정치적 갈등과 선택 그리고 그 속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순신의 모습을 비춘다. 전작인 <명량>의 이순신에 비해 좀 더 과묵해진 모습을 보이는 그는 완전한 열세의 상황에서 왜군을 막을 최선의 방법을 고민한다. 영화 속 이순신은 주변 인물들에게 결코 감정적이고 공격적이지 않다. 전쟁의 의미를 묻는 준사(김성규)에게 '의'과 '불의'의 대결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전쟁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를 분명하게 정의하면서 아군들에게 싸울 명분을 선사한다. 영화 속 그의 말은 분명하고 단호하고 틀리지 않다. 그래서 더욱더 주변 인물들은 이순신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이순신의 리더십 그리고 거북선
<한산:용의 출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거북선이다. 거북선은 영화 속에 몇 척이 등장하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등장하는 거북선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무척 단단해 보이고 무너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 거북선은 왜군들에게는 두려운 무기다. 이순신과 거북선이 함께 만들어내는 두려움은 왜군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공포로 퍼져나간다. 적장 와키자카가 걱정하여 두려움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았지만 그 두려움은 서서히 왜군들을 사로잡아갔다. 왜군들이 왜 그렇게 거북선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영화는 마지막 해상 전투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순신은 수적인 열세를 그의 리더십으로 극복해나간다. 그가 가진 전략인 학익진은 바다의 성을 만드는 전략이다. 매복을 하고 있는 적을 끌어내며 전투를 벌이거나, 결정적인 순간 출정하는 거북선 등 영화의 전투 장면은 풍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순신이라는 리더가 흔들리지 않으면서 주변의 장수들은 좀 더 사력을 다해 전투에 임하고 각자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는 이렇게 이순신이 가진 부드럽지만 강인한 리더십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순신 역할을 맡은 배우 박해일은 이번 영화에서 대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이순신의 과묵한 고뇌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가진 정적인 이미지와 잘 맞게 표현되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변요한이다. 적장 와키자카 역을 맡은 그는 무시무시하고 욕망 넘치는 적장을 뛰어나게 묘사했다. 살기 넘치는 눈빛과 액션은 영화에 극적인 긴장을 불어넣고, 마지막 클라이맥스 전투에서도 전투의 통쾌함을 배가시킨다.
무시무시한 적장을 맡은 변요한의 명연기
영화를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원래 <핸드폰>이다 <최종병기 활> 같은 영화를 통해 쫄깃한 긴장감을 영화 속에 잘 불어넣었던 감독이다. 그는 <명량>의 흥행이 성공하면서 이순신 3부작을 야심 차게 만들고 있다. 이번 <한산:용의 출현>이 두 번째 이순신 영화인데, 전작인 <명량>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신파를 덜어내고 조금은 건조하게 이야기를 구성하였고, 풍부한 음악을 활용하여 영화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의 다음 영화는 <명량> 이후의 시간대를 다루는 <노량>이다. 이순신 역으로는 배우 김윤석이 캐스팅되어 있다. 이번 <한산:용의 출현>의 완성도만큼의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이순신 3부작 모두가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은 여름 블럭버스터로 극장에서 보기에 좋은 영화다. 한국에서 자주 보기 힘들었던 해상 전투를 제대로 구성했으며, 교과서에서나 배우던 학익진의 실제 전투 모습과 거북선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요소를 충족시키는 영화다. 무엇보다 이순신의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를 볼 수 있는 영화다. 리더십의 부재 속에 있는 한국의 현재 상황에서 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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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를 통해 경청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를 전달한 영화 《라따뚜이》
쥐라는 생명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영화 《라따뚜이》는 쥐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꿔준 작품이었다. 쥐에게서 이렇게 사랑스러움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 《라따뚜이》 시놉시스
파리에서 날아온 '니모를 찾아서' & '인크레더블' 제작진의 달콤한 상상
절대미각, 빠른 손놀림, 끓어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 ‘레미’.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그에게 단 한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주방 퇴치대상 1호인 ‘생쥐’라는 것! 그러던 어느 날, 하수구에서 길을 잃은 레미는 운명처럼 파리의 별 다섯개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에 떨어진다. 그러나 생쥐의 신분으로 주방이란 그저 그림의 떡. 보글거리는 수프, 둑닥둑닥 도마소리, 향긋한 허브 내음에 식욕이 아닌 ‘요리욕’이 북받친 레미의 작은 심장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쥐면 쥐답게 쓰레기나 먹고 살라는 가족들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주방으로 들어가는 레미.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요리에 열중하다 재능 없는 견습생 ‘링귀니’에게 ‘딱’ 걸리고 만다. 하지만 해고위기에 처해있던 링귀니는 레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의기투합을 제안하는데. 과연 궁지에 몰린 둘은 환상적인 요리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레니와 링귀니의 좌충우돌 공생공사 프로젝트가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이제 곧 펼쳐진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라따뚜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쥐가 이렇게 귀여우면 곤란한데
쥐를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고, 한편 학교에서 쥐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절레절레,, 소오름,,, 몸서리,,,, 크기로 따지자면 쥐들이 나를 무서워 해야하지만 나는 쥐고 무섭고 싫다. 그런데 영화 《라따뚜이》에서는 쥐에 대한 매력을 굉장히 다채롭게 뽐내고 있었다. 영화 《라따뚜이》를 보고 퇴근하는 길에 호도도도돋도도 지나가는 쥐를 봤는데 쟤도 뛰어나닐 때 호도도도도돋 레미처럼 귀여운 소리가 나겠지 하고 실제하는 쥐를 귀엽게 보기 시작했다.
사실 쥐라는 동물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천대받고 더러운 존재로 묘사된다. 그런 존재를 역으로 가장 청결해야할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기존의 통념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실제하는 쥐마저 귀엽게 인식하도록 그 시선마저 바꿔버린 영화의 능력에 놀랐다.
감정에 따라 걷는 방식이 달라지는 레미
영화 《라따뚜이》에서 레미에 관한 연출 중 특징이 가장 드러났던 부부은 레미가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이다. 쥐들은 4발로 기어서 움직인다. 하지만 레미는 자신의 앞발로 요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4발로 걸어다닐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렇게 요리와 사람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 레미는 아주 위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항상 두 발로 걸어다닌다. 하지만 링귀니의 배신(?)으로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쥐가 사람을 대신해서 요리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네 발로 기어서 이동한다.
항상 자신은 두 발로 걷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여주던 레미였는데 자신의 신세를 체념하면서 네발로 달려갔을 때는 그 눈빛하며 버림받은 듯한 어조가 레미 입장에서는 세상이 무너진 것과 같겠구나 하는 감정이 확 다가왔다. 그래서 그 감정과 태도의 변화를 구분되는 장치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경청할 줄 안다는 것
영화 《라따뚜이》를 보면서 느꼈던 점은 경청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무너져가는 신뢰 속에서 그 신뢰를 붙잡은 것은 경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미가 다시 요리를 힘차게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레미의 능력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링귀니를 말을 듣던 레미의 아버지가 그동안 인정하지 않아서 미안하다며 자신의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말해달라고 한다. 쥐다운 삶이 아니라고 레미를 혼냈던 아버지지만 레미의 친구라도 볼 수 있었던 링귀니의 말을 경청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더불어 독설적인 비평가인 안톤 이고 역시 자신이 본 것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레미와 링귀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한다. 아무말 없이 돌아선 그는 다음 날 이제껏 먹었던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던 음식이었고, 이제까지 날선 비판만을 해온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과 후회의 글을 남겼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아는 자세가 우리의 삶 속에 필요하다는 것을 잘 전달해주는 작품이었다.
재미와 함께 감동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었던 영화 《라따뚜이》. 편협한 시각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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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2020)
* 이 리뷰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정보
개봉: 2020.12.18
감독: 조지 C.울프
출연: 비올라 데이비스, 채드윅 보스만, 글린 터먼, 콜랜 도밍고, 마이클 포츠, 테일러 페이지 등
원작: 어거스트 윌슨의 희곡 <Ma Rainey's Black Bottom>
블루스의 어머니, 그리고 흑인문화
1927년, 미국 남부에서 '블루스의 어머니'로 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는 음반 녹음을 위해 시카고의 녹음실을 찾는다. 그녀는 굉장히 거만하고, 괴팍하며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1세대 블루스 음악의 대가로서 상업적인 인기를 크게 누리고 있기에 백인 음반 제작자들마저도 그녀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녀의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레비(채드윅 보스만)'는 자신의 음악에 엄청난 포부와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마 레이니'는 물론, 밴드의 일원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작곡도 할 줄 알고, 트렌디한 편곡까지 가능한 능력캐임은 분명하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마 레이니', 그리고 '레비'를 비롯한 밴드의 일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반 녹음을 하는 과정이 그려질 뿐 뚜렷한 사건 전개와 줄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한된 장소에서 짤막한 스토리가 이어질 뿐이지만, 인물들이 내뱉는 수많은 대사와 감정 표현들을 통해 당시 흑인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줄거리보단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다.
연극식 전개, 대화에 중점
앞서 언급했듯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극을 관통하는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의 원작이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이 쓴 동명의 연극이고, 영화 역시 원작의 연극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마치 연극처럼 등장하는 공간도 녹음실과 연습실 단 두 곳 뿐이고, 인물들이 겪어온 과거의 삶이나 사건사고들이 단 하나의 회상 장면도 없이 오직 대사로만 풀어진다. 따라서 극의 재미가 상당히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사건의 공백을 인물들의 입체적인 연기만으로 충분히 채워나간다. 특히 관록의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비올라 데이비스'와 대사만으로 '레비'라는 인물의 아픈 역사를 가늠시켜주는 '채드윅 보스만'의 연기는 가히 탁월하다. 대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연극을 관람하는 기분으로, 조금씩 극에 빠져들게 된다.
음악영화라고만 생각하면 오산
이 작품은 음악영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기 쉽지만, 극을 감상해보면 음악은 그저 재료로 사용되었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극에 등장하는 블루스 음악은 음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노예해방이 이뤄졌음에도 백인들의 착취로부터 완연히 벗어나지 못한 미국의 흑인문화를 상징한다. 흑인문화에서 비롯된 블루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백인 음반제작자들이 '마 레이니'를 비롯한 밴드의 재능을 착취하고, 차별을 일삼는 것은 시대적 상황과 인종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마 레이니'의 태도다. 그녀는 오만방자하고 고집불통인 모습으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며 눈쌀을 찌푸려지게 만들지만, 그녀의 태도에는 다 이유가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아티스트들과 차별받아왔던 오랜 세월, 자신을 아티스트가 아닌 노동력 착취의 대상 정도로만 바라보는 업계 백인 종사자들의 거슬리는 태도.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해왔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확고한 신념과 거친 언행은 백인이라는 타자에 대한 증오와 자신이 겪어온 고통의 역사를 대변한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를 터뜨린 직후 그녀의 표정에서는 공허함이 느껴진다. 자신이 돈이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었을 테니까. 그녀의 분노를 이해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고 덩달아 함께 분노하게 된다.
채드윅 보스만, 신들린 연기
"마 레이니"를 연기한 '비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력도 훌륭하지만, 극의 에너지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채드윅 보스만'이다.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벗어나지 않는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그는 가장 많은 대사를 소화하며 극을 진행하는데, 말과 표정만으로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그 어떠한 회상 장면 없이도 어린 시절 자신과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과 백인으로부터 받았던 수모의 역사를 설명하는 장면은 그의 연기만으로 당시 상황에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는 제한적인 공간 내에서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음악에 들뜬 재능 있는 청년부터 '듀시 메이(테일러 페이지)'에게 플러팅을 거는 매력적인 남성, 가족의 아픔에 분노하는 아들, 백인으로부터 받은 핍박에 열변을 토하는 저항자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유형이 허름한 연습실 단 한 공간에서 모두 나타나는데, 단순히 그의 연기력 하나만으로 모든 캐릭터를 소화한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채드윅 보스만'의 명연기에 상당 부분 기댄 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괜히 어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이 그의 손에 쥐어진 게 아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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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지 않는 저택에서
저택안에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를 비평하는 데에 있어 <홍등>은 중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장이머우 감독의 주제 의식과 스타일을 압축해놓은 대표작이다. <홍등>은 시각적인 화려함에 눈을 사로잡힌다. 진어른댁 저택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만 사건이 발생한다. 저택 밖 상황은 다루지 않는다. 한정된 장소는 주인공 '송련'(공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송련'은 집안 사정과 계모의 강요에 의해 대학을 중퇴하고 진어른댁 네 번 째 첩으로 들어가게 된다. 벗어날 수 없는 저택 안에서 전과는 다른 생활에 초반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점차 저택 안의 세상이 자신이 보는 세상의 전부가 된다. 그곳에는 매일 밤 홍등이 켜진다. 홍등이 자신이 머무는 처소에 켜지기 위해서는 진 어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홍등이 켜지면 집안에서 대우가 달라진다. 그 달콤함을 맞본 송련은 진 어른의 총애를 받기 위해 아양을 떨며 네 명의 부인은 서로 경계하며 살아간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수평과 수직으로 이동하며 남성이 중심된 가부장 사회를 보여 준다. 부인들끼리는 서로 왕래를 할 수 없고, 오로지 진 어른의 선택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삶은 서서히 주인공의 인격을 망가트린다.
홍등을 켠다는 건
<홍등>은 컷을 나누기보다는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영화를 설명한다. 격렬한 카메라 무빙은 없고 미끄러지듯 상하좌우 수직으로만 움직인다. 이는 저택의 폐쇄성 견고함을 보여 준다. 사물과 인간을 일직선 위에 배치하여 원근감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인간은 저택의 벽과 기둥에 포위되어 보인다. 마치 우리 안에 가둬 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 외에도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저택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암시한다. 이 영화에서 네 명의 부인에게 홍등을 하사하는 인물인 진 어른은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간을 파악하기 위해선 얼굴, 즉 눈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의도적으로 진 어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진 어른은 단지 가부장 사회의 이념으로 대상화되고 그 자리에 놓인 남성이라면 어떤 인물이든 진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질서와 권력, 위엄을 대변하는 상징인 진 어른은 사실 <홍등>에서 중요 인물은 아니다. 그가 있든 없든 하인들은 정해진 일을 한다. 네 명의 부인은 홍등을 달기 위해 모략과 질투를 할 것이다. 즉 진 어른은 가부장 사회의 남성 모두 지칭한다. 폐쇄적인 사회는 대학에 갈 정도로 똑똑하고 순수했던 송련을 망가트린다. 지시된 것, 정해진 것만 욕망하는 기계로 변하며 주어진 것 이외의 가능성을 창출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송련'의 하녀 '연아'가 홍등을 훔쳐 제방에 달고 그 등이 새빨간 빛으로 방을 물들이는 장면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그러진 욕망의 무서움을 보여 준다. 오로지 붉은색의 욕망으로 물들어진 공간에서 남성에게 모든 주도권과 목표 의식을 넘긴 '연아'는 무섭기도 하지만 안쓰럽고 측은함이 느껴진다.
봄이 오지 않는 저택
영화 속 계절의 변화를 주목해보면, 여름은 송련이 시집을 가서 진 어른 가문의 관습을 경험하는 계절이다. 홍등으로 상징되는 권력을 맛보고 다른 부인들을 탐색하는 시기이다. 가을은 '송련'이 진어른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이자 말도 안 되는 관습에 저항하는 시기이자 다른 부인과 관계가 깊어지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계절이다. 겨울은 '송련'이 본격적으로 권력의 맛을 알게 되고 집착하는 시기이다. 자신에 의해 '연아'가 죽고 셋째 부인의 외도가 발설돼 셋째 부인 또한 죽음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가 정신을 놓는 계절이다. 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5번째 부인이 시집을 온다.
<홍등>에는 봄은 오지 않는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관습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중국의 가부장 사회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홍등은 매일 밤 켜질 것이다. 저택 안에서 사람이 죽어나고 송련은 광인이 되었다. 그러나 저택에는 다섯째 부인이 시집을 온다. 미쳐있는 송련의 모습을 보며 다섯 번 째 부인은 누구냐고 묻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 관습 속에서 사람들은 죽어날 것이고 미쳐갈 것이다. 저택 한가운데를 이리저리 서성이는 송련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한 저택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사람이 미쳐도,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왕래가 없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진취적인 인물이 서서히 홍등으로 표현된 권력에 취해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특히 중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기에 더 의미가 깊다. 누구나 그 곳에선 송련, 진어른, 세 명의 부인, 연아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이데올로기는 무섭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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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어날 수 없는 삼각형이라는 세계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슬픔의 삼각형>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이전 작품인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을 매우 인상 깊게 봤었다.
인간의 웃기고 추한, 하지만 주변에서 봐 왔던, 혹은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모습이 잘 담긴 작품이기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이다.
<슬픔의 삼각형>은 이렇게 감독의 전작처럼 현실과 많이 닮아 있는, 현실의 많은 부분을 흡수시켜놓은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영화는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모델 커플인 '칼(해리스 디킨슨)'과 '야야(샬비 딘)'의 이야기, 2부는 초호화 크루즈 안에 탑승한 부자와 선원들의 이야기, 3부는 사고로 인해 크루즈가 전복된 뒤 무인도에서 살아남게 된 크루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는 모델 오디션을 보러 간 칼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영화의 제목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가 언급된다.
면접관은 칼에게 미간의 주름을 펴보라는 말을 빗대어서 '슬픔의 삼각형을 펴보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이 '슬픔의 삼각형'은 뷰티 업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미간의 주름이라는 뜻으로, 인생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를 지녔다.
칼과 야야는 식당에서 계산 문제를 가지고 다툰다.
칼은 여자친구인 야야가 식탁 위에 있는 계산서를 모른 척 했다며, 자신은 돈 때문에 시비 거는 게 절대 아니라고, 돈 때문에 이런 말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고 계속 주장한다.
야야는 계산서를 모른 척 한 것이 아니라고, 결국 식당값을 계산한 칼에게 현금을 주겠다고 하지만 이들의 말다툼은 식당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계속 지속된다.
이 장면에서도 웃음 포인트가 곳곳에 있다.
대표적으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주기적으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계속 막으며 말다툼하는 둘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칼은 조금은 찌질한 면모가 있는 남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사실 현실에서도 그렇지 않나. 상대방의 찌질한 모습들이 보일 때 순간 짜증은 나지만 이걸 이유로 마냥 그 사람을 미워하진 않는다.
이 영화는 이렇게 시작부터 현실과 많이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말다툼을 했다고 해서 칼과 야야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야야는 모델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수명이 있으므로 자신을 과시용 와이프로 삼지 않을, 자신을 진짜 사랑해줄 남자를 찾는다.
그리고 칼은 그녀에게 그런 남자가 되어주겠다고 약속한다.
인플루언서인 야야의 협찬으로 둘은 초호화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둘은 또 다툰다.
야야가 상체를 탈의한 남자 승무원에게 웃으면서 인사했다는 이유로 또 작은 말다툼을 나눈다.
하지만 이런 말다툼이 모두 사랑에서 비롯되었음을 야야도, 칼도, 그리고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도 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 역시 우리네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크루즈 안의 모든 승무원들은 무조건 손님들에게 웃어보이고, 무엇이든 다 긍정의 대답을 할 것을 교육받는다.
절대 '안 된다'라는 말은 쓰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이 승무원들의 목적은 오로지 돈.
승객들을 대한 뒤 받을 돈을 생각하며 열광하고, 춤춘다.
하지만 '선장(우디 해럴슨)'은 승객들 응대에는 관심이 없다. 책임감도 없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지게 된다.
승객 1명이 자신을 응대하는 승무원에게 지금 당장 수영하라고, 선장이 와서 저지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명령을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근무시간에 수영할 수는 없어서 승무원이 적당히 거절하려고 하지만, 이 부자 승객은 넘어가지 않는다.
현실에서 만났던 이런 진상들이 생각나서 이 장면은 좀 많이 머리가 아팠다.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선장은 당연히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고, 결국 모든 승무원들은 이 승객의 명령에 따라 수영복을 입고 다함께 수영하게 된다. 이 승객 1명의 명령 때문에 각자 쉬고 있는 배 안의 청소부와 같은 직원들도 모두 강제로 수영을 한다.
그리고 승선 파티에서 부자 승객들이 본격적으로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난기류라는 상황 속에서 마구 흔들리는 배 안에서 고급진 음식들을 먹던 승객들은 하나둘 토하고, 설사한다. 결국 변기도 역류하게 되어 배 안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러시아 부자이자 자본주의자인 '디미트리(즐라트코 부리치)', 유명한 모델 인플루언서인 칼과 야야, 세계 평화를 위해 수류탄을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 노부부를 포함한 수많은 '부자 승객'들은 체면 차릴 겨를도 없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이들이 떠난 자리를 치우는 사람들은 흔들리는 배에서 꼿꼿이 균형을 유지하며 서 있는 승무원들과 청소부들이다.
하지만 해적들이 이 배에 수류탄을 던져, 결국 배는 전복되고 무인도에 도착한 일부 사람들만 살아남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의 시발점이 된 수류탄은 앞서 수류탄을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는 노부부의 수류탄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주된 내용인, 3부가 시작된다.
기존 크루즈에서는 선명한 삼각형의 계급이 있었다.
가장 위에는 이 배의 손님인 여러 '부자 승객들'.
그 밑에는 승객들을 직접 응대하며 종종 두둑한 팁도 받는 '승무원들'.
그리고 가장 밑에는 청소부 '애비게일(돌리 드 레온)'과 같은 사람들.
계급의 가장 맨 아래에 있던 이들은 2부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도착한 곳은 '섬'이다.
개개인들이 지녔던 모든 것들이 '무'로 변하고, 오직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만이 필요한 곳.
이곳에서 기존의 삼각형은 뒤집힌다.
유일하게 물고기를 잡을 줄 알고, 불도 피울 줄 아는 애비게일이 삼각형의 맨 꼭대기로 향하여 강한 권력을 쥐게 된다.
사실 섬에 있으면 모든 계급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기존의 계급이 뒤집힐 뿐, 계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강한 권력을 쥐게 된 애비게일은 이제부터 자신이 이곳의 '선장'임을 모두에게 선포하며, 자신의 뜻대로 행동할 것을 강요한다.
이것도 현실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여전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들이 있다.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리고 권력을 쥐게 되는 사람들은 꾸준하게도 자신이 지닌 힘을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용한다.
참 씁쓸한 현실이다.
그리고 섬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애비게일은 칼에게 먹을 것을 조금 더 챙겨주는 대신 자신의 성적 욕구를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야야는 그런 칼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못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아이러니했고, 복잡했고, 흥미로웠던 관계이다.
나는 칼이 단순히 음식을 더 챙겨먹기 위해 애비게일이 원하는대로 모두 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에 야야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어떤 부족한 감정을 애비게일과의 관계를 통해 채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씁쓸하면서도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쭉 나온다.
러시아 자본주의자인 디미트리는 파도에 떠밀려 온 부인의 시체를 보며 잠시 슬퍼한 뒤, 부인의 반지랑 목걸이를 따로 빼서 챙긴다. 무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구해달라는듯이 계속 울부짖던 다친 당나귀를 사람들이 힘을 합쳐 때려 죽인 뒤 식량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또 서로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한 뒤, 자신들이 해냈다며 벽화까지 남긴다. 남자들은 애비게일에게 가는 칼을 짓궂게, 노골적으로 놀리기도 한다. 나름 무인도 생활에 적응하여 상대방의 수염도 깎아주고, 웃고 떠들며 그렇게 생활을 이어나간다.
영화는 야야와 애비게일, 칼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야야는 섬 구석구석을 더 찾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고, 애비게일은 이런 그녀를 따라간다.
마침내 야야는 이 섬에 존재하는 리조트의 것으로 추정되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한다.
야야는 선뜻 발걸음을 내딛지만, 애비게일은 주저한다.
왜냐하면 애비게일은 다시 저 엘리베이터에 타는 순간 삼각형의 맨 아래로 추락하기 때문에.
애비게일이 삼각형의 맨 꼭대기에서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은 슬프게도 무인도 안에서만 한정된다.
결국 애비게일은 살기 넘치는 표정으로 야야를 몰래 뒤에서 죽이려고 하고, 야야는 이런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한다. 자신의 비서가 될 것을.
그리고 본능적으로 야야가 위험함을 느낀 칼이 그녀를 찾아 섬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의 중간중간 계속 씁쓸하던 감정이 결국 끝부분에서 극에 달했다.
자신이 지닌 권력을 지키기 위해 눈앞에 있는 야야를 죽여야 하는 애비게일,
이런 애비게일에게 부자 인플루언서인 야야가 추천한 직업은 자신의 비서.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남자 칼.
'슬픔의 삼각형'은 결국 궁극적으로 계급사회를 뜻하는 것이었다.
단, 이 삼각형은 사라지지 않는다. 순간 뒤집힐 수는 있어도 여전히 삼각형은 존재한다. 계급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간 개인의 욕망과 욕심'이다.
크루즈에서는 부자 승객들의 이기적인 욕망과 위선으로 인해 삼각형이 존재했고,
섬에서는 애비게일의 욕심으로 인해 또다른 삼각형이 존재했다.
현실과 많이 닮아 있어서, 영화 속의 인간들이나 현실의 인간들이나 다를 게 없어서 더 웃음이 나오고, 씁쓸해지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배우는 야야를 연기한 샬비 딘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 이 작품이 그녀의 유작임을 알게 되었다.
샬비 딘은 관객들이 <슬픔의 삼각형>을 본 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싶어하면서 극장을 떠나길 바랐다.
그녀의 소망대로 이 영화는 지금도 끊임없이 많은 궁금증과 이야깃거리를 관객에게 던져줬으며,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이 글의 마지막에 그녀를 향한 슬픔과 좋은 연기를 보여줬음에 감사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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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1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4월 1주 개봉영화!
스텔라 Stellar , 2021
대한민국 코미디 영화를 대표하는 제작진들이 한데 뭉쳤다!
영화 "http://스텔라"는 옵션은 없지만 사연은 많은 최대 시속 50km의 자율주행차 스텔라와 함께 보스의 사라진 슈퍼카를 쫓는 한 남자의 버라이어티 추격 코미디 입니다
'맨발의 기봉이'부터 '형'까지 코미디 영화들을 선보여온 권수경 감독이 맡았습니다.
또한 '완벽한 타인'과 '극한직업' 각색을 맡았던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스타 시나리오 배세영 작가가 각본에 참여했습니다
손호준, 이규형, 허성태의 유쾌한 연기 시너지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전달할 관점 포인트 입니다.
1983년 출시된 스텔라를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낸 버라이어티 추격 코미디!
첫번째 추천영화 "스텔라" 입니다.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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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에 탄 소녀 The Girl on a Bulldozer , 2021
김혜윤 배우 첫 장편영화 주연작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현실 폭주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SKY캐슬'에서 강단과 순수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혜윤이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아 한쪽 팔에 용 문신을 하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유일무이한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하는데요
화난 또라이의 한국영화 독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킵니다.
중장비를 끌고 관공서를 들이박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모티브로 한 현실성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기반으로 현재를 가리키는 시의성을 더한
두번째 추천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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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소닉2 Sonic the Hedgehog 2 , 2022
소닉과 테일즈 VS 너클즈와 천재 악당 로보트닉의 대결
영화 "수퍼 소닉2"는 초특급 히어로 소닉과 새로운 파트너 테일즈 VS 수퍼 빌런 너클즈와 천재 악당 로보트닉의 대결을 그린 넥스트 레벨 어드벤처 영화입니다.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수퍼 소닉' 속편으로 새로운 화제작 탄생을 예고하는데요
지난 주말 독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체코 등 전 세계 11개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
영국, 프랑스, 호주, 스페인에서는 '모비우스'와 함께 2위에 올라 글로벌 흥행의 중심에 섰습니다.
수퍼소닉1 보다 더 커진 스케일과 스토리의 넥스트 레벨 어드벤처로 '데드풀', '분노의 질주' 제작진의 특급 만남으로
새로운 흥행 신드롬을 예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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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뷸런스 Ambulance , 2022
레전드 액션 마스터 ‘마이클 베이’ 감독의 귀환!
할리우드 레전드 액션 마스터 ‘마이클 베이’ 감독이 영화 "앰뷸런스"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앰뷸런스"는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설계한 형 '대니'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죄에 가담한 동생 '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두 형제의 뜨거운 운명을 건 멈출 수 없는 질주를 담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노브레이크 리얼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그는 '나쁜 녀석들', '더 록', '아마겟돈', '아일랜드', '트랜스포머' 시리즈까지 특유의 폭발적인 액션씬이 가득한 작품을 연이어 탄생시켰고
‘액션=마이클 베이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성립시켰습니다.
영화 "엠뷸런스" 는 제이크 질렌할부터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에이사 곤잘레스까지
숨 막히는 열연의 연기파 배우 총출동해 압도적 연기 시너지를 선보인다고 하는데요
CG를 최소화하며 긴장감을 살린 액션들을 만들어낸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
네번째 추천영화 "앰뷸런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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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 , 2020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새로운 로맨스 영화
영화 "루이스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의인화한 고양이 그림으로 사랑받으며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꾼 화가 루이스 웨인의 전기 영화입니다.
천재 고양이 화가 루이스와 그에게 찌릿한 사랑의 감정을 알려준 에밀리,
그리고 고양이 피터가 만들어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로맨스를 담았는데요
곳곳에 놓인 삶의 어려움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들의 특별한 러브 스토리는 섬세한 감정선으로 완성돼
봄 극장가를 따뜻하게 물들일 예정입니다.
또한 주연을 맡은 명품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데뷔 이래 가장 로맨틱한 역할로 완벽 변신하며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 배우 클레어 포이와 사랑스러운 케미를 선보여 올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인생 로맨스의 탄생을 알리고 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선사할 놀랍도록 다정한 로맨스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루이스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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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이 가득한 범죄 액션 / 마약 브로커 야당 / 믿고보는 배우들 / 유해진, 강하늘, 박해준
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야당"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 전 쿠키영상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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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 메인 예고편
19세기 런던!
날카로운 추리와 뛰어난 과학 지식을 겸비한 최고의 명탐정 ‘셜록 홈즈’는
부자들만 노리는 신출귀몰한 도둑 ‘화이트 스톰’을 체포한다.
4년 후, 출소가 얼마 남지 않은 ‘화이트 스톰’이 버나드 캐슬 교도소의 악당 ‘불곰’과의 대결 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탈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데…!
전설적인 대도둑 ‘화이트 스톰’을 잡기 위한 ‘셜록 홈즈’의 상상초월 과학 추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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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플러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30초 예고편
우리 아파트에 살인범이 있다고? 추리 광 세명의 유쾌한 수사가 시작된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2월 26일 디즈니+에서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