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25-05-16 14:54:30
백두산 천지와 청춘,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 리뷰
브레이킹 아이스 리뷰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
감독 : 안소니 첸
주연 : 주동우 (나나) 류호연 (하오펑) 굴초소 (샤오)
개봉 : 2025.06.01
수입 : 찬란
배급 : (주) 디스테이션
장르 : 청춘 케미스트리
시놉시스
중국의 끝자락, 북한과 맞닿아있는 지역 연길로 상경해 살고 있는 나나, 샤오. 하오펑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연길에 방문한다. 우연히 본 연길 단체투어에 참여하게 된다. 투어 중 핸드폰을 잃어버려 연길에 남은 하오펑은 나나와 샤오와 함께하며 여행한다. 그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하얀 땅을 밟아나간다.
백두산 천지와 청춘
100번을 올라가도 한번도 못볼 수 있다는 그 천지, 천지는 기상과 운과 다양한 요소들이 받쳐주어야 천지를 볼 수 있다고들 한다. 나도 예전에 백두산에 올라갔을 때 결국 천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내려왔었다.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천지를 보여준다. 아주 크게. 어쩌면 그 천지는 청춘들이 향하고 있는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지의 이미테이션들. 사람들이 열광하는 천지의 모습은 올라가기만 하면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 길을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할 뿐더러 올라가도 못보고 내려올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는 백두산 천지의 아름다운 모습만 되풀이한다. 청춘이라는 말 속의 아름다움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 명의 주인공들은 천지를 보러 올라가지만 결국 코앞에서 기상악화로 내려오게 된다. 그들은 다시 천지에 올라가지 않고 헤어진 채 그들의 자리를 찾아간다. (나라면 천지에 다시 올라갔을 것 같다)
생각할만한 부분들
북한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연길은 중국 유일의 조선족 거주지이다. 그래서 한국어가 들리기도 한다. 백두산과 웅녀의 이야기, 천지, 아리랑, 연변 투어의 풍물놀이, 한복 등 영화에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사용되었다. 조선족의 문화가 한국문화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어색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도둑과 얼음과 눈물
현상금이 엄청 크게 걸린 도둑의 이야기는 토막나 영화 중간에 삽입되어있다. 도둑이 주인공이 아는 사람들이었다면 내가 집중을 안한 탓이겠지만 나는 아예 별개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왜 감독은 도둑의 이야기를 추가했을까. 결국 영화의 끝에서 도둑은 잡히게 되는데, 은유의 표현이었을까? 도망치듯이 투어행 버스에 몸을 실었던 하오펑의 처지와도 비슷했을까. 인물들의 대화를 빌려 설명하자면 그 도둑의 현상금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의 큰 금액이었는데, 하오펑의 도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클럽에서 혼자 앉아 펑펑 울던 하오펑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정말 영화에서 대놓고 보여줄 정도로) 얼음을 씹던 하오펑은 쌓아올린 것들이 그만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인물들의 서사가 친절하지만 그렇게 친절하지 않고 무언가 감추고 있는듯한 장면들이 많이 나와 그냥 힘든 삶들을 살고 있구나 정도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번쯤 보기에는 괜찮은 영화! 이미지도 예쁘고, 무엇보다 주동우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
안소니 첸 감독은 감독뿐만 아니라 최근 화제작인 <해피엔드> 네오소라 감독의 작품을 제작한 사람이기도 하다. 제작사는 지라프 픽쳐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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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매혹하며 사유하게 만드는 영화들
사담 후세인 숨기기
월드시네마
어느 날 누군가 평온한 시골집을 찾는다. 그는 사담 후세인으로 15만 미군의 추격을 받는 중이다. 후세인은 집 주인이자 농부인 알라 나미크에게 자신을 숨겨달라고 요청한다. 나미크는 미군의 보복과 사담 후세인의 권위, 무엇보다 가족의 안위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져 걱정에 휘말리지만 손님을 접대하는 농부의 전통에 따라 후세인에게 235일간 비밀 거처를 마련해준다. 그는 사담 후세인의 주치의, 경호원, 미용사, 운전수, 요리사 역할을 동시에 했으며 무엇보다 그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결국 미군에 발각된 후에는 8개월간 수감되어 끔찍한 고문과 성 학대로 유명한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고초를 치르기도 했다. 영화는 알라 나미크의 회고를 통해 세계를 들썩이게 한 이 모든 사건을 차근히 톺으며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들려준다. 평범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사건을 홀로 마주해야만 할 때 어떤 태도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매우 흡인력 있는 다큐멘터리다.
연습
국제경쟁
노르웨이의 급진적 기후 활동가이자 촉망받는 트럼펫 연주자 트리네는 어느 날 명망 있는 음악인에게 오디션 참석을 제안받는다. 문제는 트리네의 집에서 오디션장인 오슬로까지 1,500킬로미터가 넘는다는 점. 비행기를 타면 금방이지만 기후 활동가로서 비행기를 타지 않는 트리네는 히치하이킹으로 오슬로에 가기로 한다. 당연히 온갖 어려움과 불편함, 두려움이 수도 없이 발생하고 연습조차 여의치 않다. 트리네는 과연 오디션장에 제때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고 컨디션을 관리해온 다른 연주자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
기존 사회의 작동 방식을 비판하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려면 결연하고 혹독한 ‘연습’이 필요하다. 트리네는 오슬로를 향한 여정 곳곳 그리고 그녀의 상상 속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트럼펫을 연주하는데, 이 장면에서 그녀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트럼펫을 연주할 수 있는 미래 말이다. 트리네에게 동의하든 그 반대 입장이든 이상과 현실, 타협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결연한 의지에서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마스터즈
1973년 칠레 최초의 사회주의자 대통령 아옌데가 집권하고 같은 해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의 일을 다룬 영화로, 2019년 라울 루이스 감독의 비공개 촬영본을 발견한 동료 감독이 이를 편집해 복원했다고 한다.
영화 도입부와 말미에는 당시의 혁명적 사회 분위기를 포착한 다큐멘터리 장면이 나오고 중간에는 픽션 장면이 나온다. 어딘가 관료적으로 보이는 당과 당의 신중함이 답답한 노동자 집단의 논쟁, 지식인과 소부르주아지들이 자신들이 과연 혁명의 주체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논쟁, 노동자들이 점거한 공장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을 처리하는 장면, 도둑질로 공장에서 쫓겨난 남자가 우익 폭력단에게 사주받는 장면 등 혁명 직후와 쿠데타 직전의 난맥상을 고루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미공개 영상을 이어 붙였다는 점에서 영화적으로도, 혁명이 결코 하루아침에 세상을 완벽하게 바꾸지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는 점에서도 ‘공백’이 많은 영화다. 그러나 이 공백은 관객에게 영화에 생산적으로 개입하기를 요청한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며 혁명의 체계 없음에 고개를 저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오히려 반대다. 혁명은 이 모든 지난한 난장을 생산적 힘으로 전환하는 역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제25회 국제전주영화제에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위 영화의 상영 시간은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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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 are just gonna wait and see.
<라라랜드>
" 음악이 흐르는 LA의 별이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 빛나는가."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개봉일자에 맞춰 영화를 보지 않았다. 보고 온 사람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City of stars'를 흥얼거리는데 영화를 보지 않은 나로썬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난 뒤에 재개봉 한 극장에서 우연하게 마주치게 된 영화였는데 이렇게 외톨이로 살 순 없겠다 싶어서 즉흥적으로 영화를 표를 끊고 봤었다. 옛날에 같이 살았던 외국인 친구가 'LALA LAND'만큼 멋진 영화가 없다고, 자기가 살았던 동네라고 영화 제목 자체가 우습지 않냐고 'LALA LAND(LA를 의미함과 동시에 꿈의 나라를 의미하는 것)' 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이유를 몰랐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왜 그렇게 흥분했었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영화관이라는 게 아쉬울 만큼 환상적인 작품을 본 기분이 들었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외국인들에게 어떨지 모르지만,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소재인 것 만큼은 틀림없다. 재즈 뮤지선, 그리고 배우 지망생의 꿈을 위한 도시 LA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로맨스 영화! 낭만적인 꿈을 찾아 헤메이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우습게 붙여놓은 촌스러운 타이틀 만으로도 이미 눈길을 끄는데 오프닝 시퀀스 부터 환상적인 연출이 시작된다. 고속도로 막힌 도로 위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이 'Another Day of Sun'으로 연결되는 순간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결정되는 듯 하다. 리드미컬한 음악과 춤추는 사람들, 음색이 돋보이는 음악과 색감으로 무장한 오프닝 시퀀스라니 '이걸 어떻게 원테이크로 찍었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시작부터 뮤지컬 영화임을 입증하듯 '음악에 집중하세요'를 여과없이 드러낸다. 여담으로, 아침 출근길에 자주 이 노래를 듣는다. <라라랜드>의 주인공처럼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바라는 것 마냥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색을 참 잘 활용하지 않았나' 였다. 인물들의 드레스나 배경, 흘러가는 장치 등에 색깔을 눈에 띄게 사용함으로써 영화 속 스크린이 아닌 마치 연극의 무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인물들에게 특성 색깔을 부여함으로서 각 인물의 성격이나 환경을 쉽게 표현하기도 한다. 안정감을 주지만 답답한 느낌을 만드는 초록색,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의 열정과 정열 욕구 그 자체를 표현하는 빨간색, 동시에 세바스찬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어 원색적인 미아와의 대조되는 베이지 톤. 미아(엠마 스톤 분)의 우울감과 맞닥뜨린 현실감을 상징하는 파란색, 아침과 저녁의 경계선에 주인공 둘을 섞어놓은 듯한 보라색 등 원색적인 색깔을 활용함으로써 인물의 상황과 개성이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좋은 미장센의 요소였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눈에 띄도록 사용된 색깔들을 상황에 맞춰 해석해보는 것도 큰 재미요소 중 하나였다.
<라라랜드>가 인기있었던 가장 큰 이유 바로, 'City of Stars', 'mia & sebastian’s theme', 'Start A Fire'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OST들이 그 주인공이겠다. 음악감독인 저스틴 허위츠의 말처럼, 음악이 영상이나 대본만큼 스토리텔링을 하는 아주 큰 도구가 되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덕분에 감정적으로 솔직하고도 다채로운 표현력을 가진 음악들이 영화 내내 폭죽처럼 터진다. 뮤지컬 영화의 생명을 결정하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삽입된다는 것 또한 <라라랜드>가 가진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여타 뮤지컬 영화가 그렇듯 뜬금없는 전개로 시작되는 음악이 낯설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주인공들의 인위적인 연출과 개연성 없는 음악은 도리어 거부감을 부를 뿐이니까 말이다. 하나, <라라랜드>는 인물간의 대화에서 그리고 주요 장면에서 배경음악처럼 뮤지컬 요소를 활용한다. 메인 스토리의 구축 지점에서 주인공들이 직접 연출하는 배경음악은 뮤지컬 영화 특유의 몰입감을 한층 더하는 듯 하다. 만나게 되는 지점부터 이별을 맞는 지점, 그리고 후의 우연한 만남의 지점까지 현실감과 더불어 가슴 아프지 않은 이별을 만들어 내는 섬세한 연출력이란 ...
겨울을 시작으로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계절을 따라 진행되는 내러티브 또한 탄탄하고도 감미롭다. 오프닝의 계절, 진정한 재즈 음악을 찾는 세바스찬과 배우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하는 미아의 시련이 마치 겨울 그 자체를 상징하는 듯 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봄으로 넘어온 둘은 석양이 지는 아름다운 야경에서 무언가에 홀린 듯 춤을 추게 된다.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우연의 연속으로 손을 잡고 키스를 나눈다.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열정적인 둘의 사랑은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나 그들의 현실은 사랑보다 냉정하다. 현실과 타협할수록 꿈과 멀어지게 되는 세바스찬을 보며 미아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윽고 가을 되고, 꿈에 대한 논쟁으로 둘은 갈등을 맞게 되고 둘의 관계도 흔들리게 된다. 이윽고 마찰이 잦아진 그들은 사랑도 꿈도 완성시키지 못한 채 이별을 마주한다. 이윽고 5년이 지난 겨울, 둘은 그토록 원했던 꿈의 위치에 서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눈을 마추고 이윽고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계절은 지나 다시 돌아오긴 하되, 돌아갈 수 없는 날들 속에 서로를 추억하며 '만약'이라는 화법으로 연출한 엔딩까지 ... 익숙하고도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꿈과 사랑을 계절에 비유해 전개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영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낭만'으로 정의해두고 싶다. LA에 대한 이상을 갖게 만들고 우수에 찬 눈빛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낭만.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보는 동안 눈가 귀가 즐겁다 못해 발을 제멋대로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작품의 퀄리티를 높히는 작품성이 좋았던 만큼 대중성도 굉장히 잘 잡아낸 듯 하다.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장면들을 요구하는지 감독이 그대로 알아내 화면 속에 담아낸 것 처럼 보였다. 또한 라이런 고슬링과 엠마 스톤 두 배우 모두 이 영화에 찰떡같이 어울렸는데, 두 배우 모두 예술적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과정이 아마 세바스찬과 미아 두 인물의 모습을 만들어내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본과 음악 외에도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초반부의 지루함이 있긴 하나, 극 설명을 위한 초반부를 넘어서면 눈을 사로잡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영화 메인 OST 'City of Stars'를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그리피스 천문대의 화려한 별들의 향연과, 로스앤젤레스 야경 속 보랏빛의 풍경, 90년대를 연상케 하는 재즈바와 할리우드 배경까지 ... 주인공 둘의 스탭을 따라가며 영화 중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스토리 외적으로도 볼거리가 넘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영화보다 한편의 무대처럼 보이는데, 이는 조명의 영향도 큰 듯하다.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지 않는 핀 조명을 극 중 전개에 자연스럽게 활용함으로써, 영화 속 연출임은 분명하나 마치 실제로 무대를 마주하는 기분이 들게끔 시각화했다. <라라랜드>는 촬영도구나 연출적 요소 속에 디테일을 많이 숨겨놓은 영화인데 일일히 하나하나 설명이 어려울 만큼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영화를 빠르게 전개시키면서 이런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니 그저 신기할 다름이다.
낭만적인 LA의 풍경을 그대로 담은 로맨스인 만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이지만, 동시에 LA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 '꿈'에 대한 좌절과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 또한 좋은 메시지 중 하나였다. 사랑과 꿈 사이의 경계선에서 버거워하는 남녀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라라랜드> 제목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하다. 로맨스 영화라는 점에 사랑이라는 초점이 메인인 것 만큼은 사실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이러한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 더욱 초점을 맞춘 듯 하다. 남녀가 서로 만나 끌리는 동안 그들의 가진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조언하고 위로하는 과정은, 스스로 정립할 수 없던 꿈을 이야기 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장치를 이용하는 것 처럼 보인다. 두 인물 모두 꿈에 대한 본질적인 불안감과 그 꿈의 정체성에 관한 깊은 고뇌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드러내는 양상은 차이를 보인다. 꿈과 현실을 타협하기를 여러번,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나서야 진정으로 서로의 눈을 맞추는 순간은 아프면서도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환상적인 OST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몽환적인 세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색감이 될 수도 있으며, 좋아하는 배우가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것이 그 이유일수도 있다. <라라랜드>가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로 꼽힐 만큼 그 요소들이 밸런스 있게 적절히 잘 조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뮤지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로맨스의 기본 단계들을 잘 지켜냈으며,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전개 또한 신선하고 뭉클했다. 관객으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도록 화려한 화면과 색감을 적절히 잘 사용했으며 주인공의 연기가 섬세했던 덕분에 관객의 감성을 잘 어루만질 수 있었다. 자칫 지루해질 지도 모르는 2시간의 타임라인 속에 감독이 하고싶었던 말들을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결말까지 '환상적인' 영화 한편을 만들어냈다. <라라랜드>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사람의 감정을 분출해내고 터뜨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 듯 하다. 전작인 <위플래시>와 최근 작품인 <퍼스트맨>만 보아도, 인물 개개인의 가진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극찬하고 '황홀하다'라고 표현하는 영화 <라라랜드>, 최근까지도 여러 극장에서 재개봉을 하고 있는 추세이니 혹여 보지 못했다면 꼭 영화관에서 보길 추천한다.
사진 출처 : <LALA LAND>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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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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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우성 <보호자> ·이정재 <헌트>, 토론토국제영화제 초청 쾌거
ⓒ 네이버 영화
정우성 배우와 이정재 배우의 감독으로써의 첫 연출작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나란히 초청되었다.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정우성 감독의 <보호자>는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되었다.
장항준X김은희 <리바운드>, 크랭크업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항준 감독의 신작인 <리바운드>가 7월 13일 크랭크업했다고 지난 29일 제작사에서 밝혔다.
<리바운드>는 해체 위기의 모교 농구부에 부임한 신임 코치와 여섯 명의 선수들이 전국 대회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에는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배우 등이 출연한다.
한승연,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출연
ⓒYG엔터테인먼트
한승연 배우가 영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언택트 러브> 출연을 확정했다.
영화는 동명의 프랑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녀가 하나의 벽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틱 코미디이다.
<공조 2>, 9월 개봉 확정
ⓒ CJ ENM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공조>의 속편인 <공조2: 인터내셔날>이 9월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에는 <공조>의 출연진인 현빈, 유해진, 임윤아 배우가 이어서 나오고, 다니엘 헤니와
진선규 배우가 새롭게 등장한다.
<탑건: 매버릭>, 외화 흥행 수익 1위
ⓒ CJ ENM
<탑건: 매버릭>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에서 개봉한 외국 영화 중 최고 흥행 수익 1위를
차지했다. 지난 6월 22일 개봉했지만,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탑건: 매버릭>의 누적 관객 수는 700만을 넘어섰다.
해외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매출 1억 달러 돌파
ⓒ IMDB
양자경 주연의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글로벌 박스오피스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A24 제작 영화 중 처음으로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이다.
영화는 멀티버스 소재로 세탁소 사장 에블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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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 차은우, 변우석, 그리고 '핸섬 가이즈'
섹시하거나 터프한 타입
이 영화의 주인공은 험상궂은 남자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범죄 저지를 것 같이 생겼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재필과 상구. 무표정인데다 도끼나 밧줄 같은 걸 사고 있어 누구를 해치운 다음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아니다. 두 남자는 새 집에 대한 보수작업을 위해 이런저런 도구들을 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어떤 무리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 무리에는 미나(공승연)도 있었다. 미나는 무리의 대장쯤 되는 골프선수 성빈(장동주)의 썸녀 되는 인물이었다. 성빈과 시비가 붙은 상구. 하지만 잘생긴 외모 덕에 6명의 무리들은 도망친다. 진짜 더럽게 생겼다. 씩씩거리며 차로 이동하던 미나 일행. 하지만 미나가 흑염소를 차로 친 바람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 '미나가 예상하지 못하는 일'은 재필, 상구와 관련이 있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두 남자가 새로 장만한 집이 여러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었다는 걸 예상할 리가 없잖아? 왜 자꾸 우리 집에서 사람이 죽고 난리야?
본 것 같지만 맛있어
이 영화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은 부분은 강약조절을 잘했다는 것이다. 이건 영화의 장르적인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호러영화다. 그리고 그 호러 이면에 깔려있는 장르는 오컬트다. 이 오컬트를 어떻게? 와 무엇을?이라는 관점에서 영화가 적재적소에 장르적인 특징을 잘 배치했다. 가령 흑염소라는 동물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나 성빈 일행에서 유달리 튀는 인물을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재미있다. 이 두 캐릭터들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의 토대가 되어 서스펜스가 된다. 특히 한 인물은 영화와 상관없어 보이다가도 예상을 뛰어넘으며 극의 위기를 만드는데 이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의 성격이나 극에서 톡톡히 감초 역할을 해낸다.
영화가 두 상황을 연달아 보여주는 방식도 영리했다. 어떤 점에서? 이 두 상황을 영화가 똑똑하게 활용하고 있다. 가령 영화의 기본적인 상황에 꼭 필요한 페인트와 시너가 있다. 이 두 도구는 특정 장면에서 인물들이 교감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측면에서도 쓰인다. 이 '반대측면에서 쓰이는 것'은 사실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반복되는 모티브다. 김 신부(우현)에 대한 부분도, 베이커 신부(제이미 호란)와 관련된 부분도 영화가 표면을 똑똑하게 활용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이 연출이 영화에 유효타로 작동하며 폭력 수위 묘사와 시너지를 내는데, 생각하지 못한 점에서 자극적인 게 들어가니 도파민이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영화가 장르의 관습을 굉장히 잘 알지 못하면 구사할 수 없는 연출이었다.
외모가 뭐 대수냐
영화를 보면서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것은 이야기의 핵심이 그대로 극 안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영화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장면은 뉴스다. 한 앵커가 두 주인공에 대한 부분을 전달한다. 그럼 관객 입장에선 "아마 저렇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우리가 아는 영화들은 이런 식으로 전개해 왔기 때문에 관습을 따를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영리하게 이 부분을 빠져나간다. 이 '어떻게 빠져나가냐'라는 부분은 사실 영화가 내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 영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이 영화가 시선의 영화라는 점이다. 많은 장면이 있지만 예고에 나오는 것으로 근거를 들고 싶다. 바로 재필이 미나와 대면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재필은 시리얼 사이에 있다. 그리고 미나와 재필 사이에는 물건이 있다. 서로 대화하기 전에 이미 방해물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나와 상구가 만날 때는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위로 내려다보는 구도이기 때문에 미나는 겁을 먹는다. 영화 안의 시선이 인물의 내면에 영향이 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영화 안에서 반복되는 특정 모티브를 유의 깊게 보시는 걸 추천한다.
나사가 풀렸다고 느낄 수도
이렇게 기존의 관습을 영리하게 빗겨나간 <핸섬 가이즈>지만 어떤 관객들은 이야기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가령 재필과 상구가 집을 구하고 입주하는 과정은 영화가 성실하지 못했다. 숙련된 목수라고 하더라도 며칠 동안 그 모든 난장판을 수습하고 집을 바로세운 다는 것이 문돌이인 글쓴이는 잘 상상이 안 된다. 영화가 이 단점을 너무나도 잘 아는지 이야기의 단점을 미나 쪽에 둬서 시선을 분산시켰다. 일부러 두 남자의 모습을 안 보여줘서 둘의 보수공사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템포라는 측면에서 갑자기 널뛰기한 것 같다는 단점은 어쩔 수 없다. 이 집 자체가 영화의 배경이다. 이 집과 관련된 두 남자의 애착이나 뒷배경 같은 부분을 성실하게 묘사해야 이 영화가 가진 장르적인 재미가 배가 되지 않았을까?
또 코미디 영화로서 구사하는 패턴이 단조롭다는 점은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왜? 외모 이면에 있는 내면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강조해야 영화가 통일성이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을 부지런하게 고른 것 같지는 않다. 가령 최 소장(박지환)과 관련된 서사는 영화가 중요한 척을 하지만 영양가는 잘 못 챙겼다. 이 인물을 더 현실성 있게, 그러니까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됐더라면 이야기가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영화의 주인공인 미나는 초중반부 서사에서 신기할 정도로 아둔하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쯤 보이는 사람들은 다들 그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후반부 편의적인 전개를 생각해 보면 영화가 챙기지 못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나다
이성민, 이희준 배우는 이 영화를 이끄는 데 있어 모자람이 없다. 특히 이성민 배우는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수많은 진중한 캐릭터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대표적으로 이 캐릭터가 산을 질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색해질 수도 있는 장면을 배우의 좋은 연기로 소화한 적절한 예가 될 것 같다. 이희준 배우는 이 영화의 역할을 맡는 데 있어 페널티가 있다. 이희준 배우는 이성민 배우처럼 평범한 아저씨 타입이 아니다. 그냥 잘생기지 않았나? 이런 걸림돌이 있음에도 상구의 내면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 영화의 화룡점정은 공승연 배우다. 공승연 배우 연기하는 모습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보고 두 번째로 봤다. 이 분이 스타로서 가진 잠재력만큼이나 예술가로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야심이 가득한 것 같다. 이 영화는 공승연이라는 배우가 가진 야심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절규하는 장면을 보면 대단하다. 인물의 변화를 체화하는 방식도 흥미로운데 상구나 재필이 끌고 가는 플롯이 미나에게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속도감 있는 전개에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시도만으로 훌륭해
글쓴이가 이 영화에 내린 총평은 적당히 재밌는 영화라는 점이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콘셉트에 눌려 희생되는 감이 있긴 하지만 보시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우리 일상의 관점에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영화에서 내적으로 근거를 다 두고 있기 때문에, 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기획 자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에서 이런 타란티노 재질의 스릴러물이 있었나? 글쓴이는 잘 못 본 것 같다. 이걸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적나라하지 않은 방식으로 깔끔한 이야기를 만든 각본가와 감독의 역량이 좋았다. 지금 극장가는 <인사이드 아웃 2>가 천하를 제패하고 있는데, 이 영화를 고려하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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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에서 연대로, 삶을 치유하는 복합 처방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성소수자를 혐오하던 남자가 에이즈에 걸린 후 나라에서 불법인 약물을 얻기 위한 여정이다. 자신이 혐오하던 것을 어쩔 수 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다면 어떨까. 근본적으로 우리는 왜 혐오하게 되는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무지'해서 이다. 내가 속하지 않은 준거집단을 비난·비판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타 집단을 혐오하며 내집단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기도 한다. 혐오에 쉽게 편승하고 동조하며 집단 속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결집한다. 주인공 론도 성 소수자의 혐오를 집단의 스포츠로 즐겼다. 론이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건 대부분 성 소수자들이 걸리는 에이즈에 걸리면서부터다.
론이 에이즈에 걸린 것을 한 기점이라고 한다면, 이 기점 전에는 론은 술·마약 등 당장 현재의 쾌락만 추구하며 미래도 목적도 없이 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살 수 있는 날이 3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론은 에이즈를 공부하고 삶의 목적이 생기며 도리어 활력을 찾았다. 또 론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 레이언도 생긴다. 론은 성 소수자인 레이언과 손을 잡는 것마저 기피하다가 종국에는 끌어안으며 온기와 위로를 나눈다. 이와 같이 삶의 목표와 사람 간의 온기가 론의 인생을 30일에서 2,557일 7년으로 연장한 것 아닐까. 론의 노력으로 '복합 약물 요법'이 상용화되면서 에이즈 걸린 사람들의 삶을 영위하게 해줬다. 복합적 약물 복용뿐 아니라 복합적인 삶의 의미와 목적과 당위가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해준다고 느꼈다. 삶이 아름다운 이유도 삶이 다채롭기 때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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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지는 믿음과 가치들 속에서
스포일러 주의!
<브루탈리스트>는 홀로코스트의 상흔을 안고 미국으로 상륙한 라즐로 토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라즐로는 자신의 사촌인 아틸라와 만나 함께 건축 일을 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리 밴 뷰런 부자의 계약 파기로 인해 곧장 사업이 망해버리고 이에 배신감을 느낀 아틸라는 라즐로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렇게 외로이 노동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어느 날, 과거에 자신을 나무랐던 해리슨 리 밴 뷰런이 라즐로를 찾아온다. 라즐로가 만든 서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해리슨은 라즐로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브루탈리즘 건축물을 하나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건축물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의 이야기를 담은 브래디 코베 감독의 드라마 영화다.
<브루탈리스트>의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이라고 한다면 상영 시간이다. 자그마치 3시간 35분. 관객의 허리와 엉덩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오히려 돈을 받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극악무도한 시간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과연 215분을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일까? 내 대답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3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는 최대한 간추리고 간추린 3시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쓸데없이 상영 시간이 긴 영화를 몹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있어서 <브루탈리스트>는 최대한 상영 시간을 줄여보려는 투쟁이 엿보인다. 라즐로가 홀로코스트를 통해 겪은 일들이나 가족사 같은 부분은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고 대사 몇 줄로 간단하게 치고 넘어간다. 라즐로가 자신과 갈라진 아내와 조카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과정도 변호사가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대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이런 빠른 진행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지만 이와 동시에 <브루탈리스트>의 단점이 여기서 기인하기도 한다.
<브루탈리스트>는 기본적으로 라즐로 토스라는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을 도구처럼 다룬다. 1947년에서 1980년까지의 방대한 시간 속을 살아가는 라즐로를 비추기에도 버겁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속출한다. 해리슨이 라즐로를 강간하는 장면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잠깐의 충격 이후 당혹감이 앞선다. 이후에 해리슨이 자신의 악행이 밝혀지자 어딘가로 도피하는 행적 역시 쉽게 이해하기 힘들고 왜 라즐로로 시작한 2부가 해리슨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에필로그에서 조카 소피아가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니라 목적지였다."고 말하는 대사는 목적지를 쫓아야만 했던 이민자와 관객을 위로하는 부분이지만 이전까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감정적인 울림이 생각보다 크지가 않다. 오히려 캐릭터가 하는 말이 아니라 캐릭터의 입을 빌린 감독의 말이라는 인상이 더 크다. 고든이라는 흑인 캐릭터 역시 탐구할 지점이 많은데도 개인의 서사나 라즐로와의 관계가 깊이 있게 그려지지 않고 그저 라즐로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로 이용된다. 긴 러닝타임에도 채워내지 못한 이런 공백들은 <브루탈리스트>를 아쉬워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브루탈리스트>는 아쉬운 영화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브루탈리스트>는 상당히 뛰어난 수작이다. 가장 탁월한 부분은 오프닝이다. 혼란스러운 어둠 속에서 수많은 인파를 뚫고 거꾸로 뒤집힌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환호하는 라즐로. 캐릭터의 과거사와 이후에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복선, 작품의 주제까지 한 번에 담아낸 명장면이다. 자유의 땅인 줄 알고 밟았으나 정작 뒤집혀 있는 자유의 여신상.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에서 라즐로의 믿음과 가치는 연이어 뒤집히고 비틀린다. 친구 이상의 존재처럼 보였던 아틸라는 자신의 사업이 망하자 라즐로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배신한다. 해리슨을 만나고 라즐로는 자신이 원하는 건축일을 시작하려 하지만 자본의 한계, 자신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사람들,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는 다른 건축가까지 가세하며 건축가로서도 위태로워진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영양실조를 겪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고 틈만 나면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내지른다. 상황이 이러니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도 못해서 급기야 담배와 마약에 의존하고 만다. 심지어 이후에는 아예 해리슨에게 건축을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들은 데 이어서 능욕까지 당한다. 라즐로는 러닝타임 내내 끝없이 무너진다.
이런 처지를 만든 <브루탈리스트>는 비틀리는 믿음과 가치가 자리한 땅에서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건설하고자 했던 한 인간을 비춘다. 브루탈리즘이 단순한 건축 양식 이상으로 사회의 억압과 차별에 대한 저항의식을 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재 선정부터가 다분히 의도적이다. 여기서 라즐로의 대척점에 있는 해리슨의 행적이 흥미롭다. 해리슨은 자신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탐욕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자신의 자본을 남용하고 라즐로에게 폭력을 저지르다가 이후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해당 악행이 밝혀지는 것으로 몰락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넘쳐나는 자본을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베트남전에서의 전쟁범죄가 밝혀져 민심이 바닥을 기었던 5-60년대 미국을 보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서 보면 왜 해리슨이 저런 기행을 저질렀고 왜 도피하는 방식으로 행적이 마무리됐는지가 납득된다. 이런 점에서 <브루탈리스트>는 작중에서 미국으로 대표되는 억압과 차별에 맞서 우뚝 서고자 했던 브루탈리즘의 저항의식을 고스란히 부활시킨 영화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연이어 무너져 왔던 사람들에게 위로와 헌사를 보내기도 한다. 단순히 아메리칸드림의 현실을 마주한 이민자 개인의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으나,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에까지 무사히 안착한 보편적이면서 탁월한 드라마다.
<브루탈리스트>는 3시간 35분을 기꺼이 투자하여 볼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비록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캐릭터들과 다급하게 마침표를 찍으려는 결말부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 영화가 긴 시간에 걸쳐 기어이 내뱉으려는 진심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다. 혹시 자신이 무너진 것 같다거나, 목적지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위로와 뭉클함을 이 영화를 통해서 전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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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조조 래빗] 리뷰/해석:히틀러라는 허상에 대하여! 하일 히틀러.
#조조래빗#히틀러#우한폐렴
간만에 좋은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잃어버린 인류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지금 현 시점에도 많은 교훈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다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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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카우보이 비밥> 공식 예고편
《카우보이 비밥》은 미 서부극 스타일과 SF 영화를 합친 액션 우주 활극이다. 일명 ‘카우보이’로 불리는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들이 아픈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치명적인 것만큼이나 각자 개성이 뚜렷한 스파이크 스피겔(존 조), 제트 블랙(무스타파 샤키어), 페이 발렌타인(다니엘라 피네다)이 태양계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잡으려 팀을 이룬다. 목적은 단 하나, 고액의 현상금. 비록 정신없고, 제각각인 일당들이지만 일 처리 하나는 깔끔하다. 그러나 티격태격하며 기분 좋게 악당을 잡으러 다니는 것도 잠시뿐. 곧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가 덮쳐온다.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실사화한 《카우보이 비밥》은 안드레 네멕, 제프 핑크너, 조시 애플바움(미드나이트 라디오), 스콧 로젠버그(미드나이트 라디오), 마티 아델스타인(투모로우 스튜디오), 베키 클레먼츠(투모로우 스튜디오), 아사누마 마코토, 사사키 신(주식회사 선라이즈), 오자키 마사유키(주식회사 선라이즈), 팀 코딩턴, 후지무라 테츠, 마이클 캐틀먼, 매슈 와인버그, 크리스토퍼 요스트가 총괄 제작했다. 여기에 안드레 네멕은 쇼러너 역할까지 한다. 원작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자문을 맡고, 원작 OST 작곡가 칸노 요코가 실사화의 각색을 맡았다. 이 작품에는 앨릭스 해슬과 엘레나 사틴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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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림자꽃> 메인 예고편
일종의 사고였다. 2011년, 평양시민 김련희 씨는 지병인 간 치료 차 중국의 친척집을 방문했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병원비로 식당 일을 하던 중 남한에 가서 돈을 벌라는 브로커 말에 속아 북한 여권을 빼앗겼다.
탈북하지 않겠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남한에 들어오자마자 북송을 요청했지만 국가보안법은 억지로 남한시민으로 만들었다.
국가정보원은 김련희 씨를 간첩으로 기소했고 법무부는 보호관찰 대상자로 가둬 출국금지로 묶어놨다.
베트남대사관에 망명 신청도 해보고, 북한선수단에 사정도 해봤다. 새 정권으로 희망을 가져봤다.
번번히 실패해도 매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행복을 꿈꾼다. “그런 날이 오겠죠, 우리 함께 대동강변에서 꽃이 되는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