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2025-05-25 21:14:07
영화 <분리수거>, “마음도 분리수거가 될까요?”
[시사회 후기] 2025.05.21.(수) 개봉
“마음도 분리수거가 될까요?”
“감정도 재활용이 되나요?”
다가오는 여름에 길어진 해를 저녁 시간까지 느긋이 즐기며, 연희동의 예술영화관 ‘라이카 시네마’를 찾았다. 한 관에 40명 남짓이 들어가는 작은 영화관 로비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영화 <분리수거>의 ‘게스트하우스 파티 GV’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관객들이다. 영화사에서 준비한 맥주 한 캔씩을 살짝은 어리둥절한 채로 받아 들고 영화관에 들어선다. 하지만 영화와 함께 맥주를 마시다 보니 ‘이 영화, 맥주와 함께여야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영화 속 이야기도 술 없이는 듣기 힘든 사랑 이야기들이고 말이다.
* 씨네랩(cinelab)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한 GV 후기입니다.


영화 <분리수거> 포스터와 제주도로 향하는 주인공 재연 (C) ㈜모그픽쳐스
영화 <분리수거>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 모인 여섯 인물의 가슴 아픈 연애담을 풀고 있다. 약혼자의 바람을 눈앞에서 목격해 버린 재연(박보경 역)은 모든 걸 뒤로한 채 제주도로 떠난다.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들 행복해 보이면서도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상처를 품은 채로 모인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공유할까. 도망쳐온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상처입고 제주도에 모인 여섯 명의 등장인물 (C) ㈜모그픽쳐스
이번 영화는 이소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영화 <한까치>(2021)로 청주국제단편영화제, 충무로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그가 약 4년 만에 장편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다. 그의 이번 작품 <분리수거> 속 가슴 아픈 연애담은 일부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소민 감독이 실제로 주변에서 접한 이야기들을 각색하여 영화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현실에 감독만의 상상을 더한 이야기는 그 속의 아픔과 슬픔에 반해 담담하게 연출됐다.
<분리수거>에는 스크린에서는 신인으로 볼 수 있을 배우들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첫 장편 주연을 맡은 박보경 배우, 연극이 아닌 영화에는 처음 도전하는 윤혁진 배우, 캐스팅을 위해 남다른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박민서 배우, 원래 성격과는 다소 다른 캐릭터라고 했지만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준 문경태 배우와 백민지 배우가 출연했다. 그리고 그간 조연과 단역으로 다수 작품에 출연해 온 태항호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부드러움을 보여줬다.
여담으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감독이 직접 수중 촬영을 진행했다고 (C) ㈜모그픽쳐스
‘게스트하우스 파티 GV’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만난 <분리수거>는 등장인물들로부터 전해 듣는 연애담이었다. 실제라면 말 그대로 술 없이는 들을 수 없었을 이야기 말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상처를 품은 채 본인의 일상으로부터 도망쳐 제주도라는 육지로부터 떨어진 게스트하우스에 모인다. 그들은 그곳에서 쉬이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상처를 공유하며 새로운 경험을 통해 지난 감정을 분리수거한다.
영화 <분리수거> (2025)
감독 이소민
출연 박보경, 윤혁진, 태항호, 박민서, 문경태, 백민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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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 나오는 한국 영화 '옥자' 스포일러 포함
옥자
2017.06.29 개봉
모험/액션, 12세 관람가
한국, 120분
감독: 봉준호
출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등
넷플릭스가 유명하지 않던 시절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로 인해 넷플릭스 존재를 알게 되었었는데요
띄엄띄엄 아는 장면들은 많았는데
영화를 풀로 본 건 6년 만인 바로 오늘이었네요 ㅎㅎ
아무래도 상업적으로 만든 영화도 아닌 것 같은 데다가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깊은 울림도 없을 것 같았는데
역시... 봉준호 감독님 작품이라 그런지... 작품성은 개쩔어요
설국열차와 기생충 그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느낌의 영화랄까요?
스토리부터 영상미까지 봉준호 감독님의 향이 느껴집니다
'옥자'가 특히 좋았던 이유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옥자를 구하려는 순수한 아이와
그런 옥자를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기업
그 둘만의 리그가 아니었다는 점이었어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가 끼어 삼파전으로 가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옴과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구도가 완성된 느낌이랄까요?
원래 영화 같았음 미자를 돕는 인물은 당연히~ 안 나오고
동물 보호 단체라고 하다가도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주인공을 배신하는 게 클리셰인데
ALF의 리더는 끝까지 미자와 옥자를 생각해 주더라고요
게다가 시위, 작전을 하면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게 규칙이라는 게... 너무 감동적
이렇게 착하고 완벽한 캐릭터로 설정하고 가는데도
절대 쳐지지 않고 오히려 감동만을 이끌어내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옥자'는 감정선을 잘 건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역시나 엔딩이랄까요......
지금껏 빌런의 역할을 했던 루시 미란도는 어디로 가고
그의 언니 낸시 미란도가 최강 빌런 역할로 나섭니다
그러고도 미자가 옥자를 사겠다고 금돼지를 주니까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바로 옥자를 줘 버려요
아무리 돈을 욕망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엔딩이 힘이 없고 허무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토리도 이리 좋은데 영상도 나쁘지 않아요!
슈퍼돼지인 옥자의 움직임도 스무스한 게 괜찮고
특히 지하상가를 헤집어 놓을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은데요 ㅎㅎ
죠니의 실험실에서 옥자가 당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강제 짝짓기를 시키던 그 모습은......
굉장히 마음이 아프지만 영화에선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었죠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동물원이랑 아쿠아리움 같은 게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인기 있는 푸바오도 ㅠㅠ,,
아무리 직원분들이 잘 챙겨 주신다고 해도
우리 안에 있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숨막힐지 상상도 못하잖아요
게다가 인기 얻은 이후엔 손님도 바글바글 할 거구요
사실 저도 올 상반기에 과천 동물원에 다녀왔는데
동물들이 죄 힘이 없고 축 쳐져 있는 모습을 보고......
현타가 왔거든요
그 이후로 동물원, 아쿠아리움은 안 가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ㅠㅠ
동물들아 미안해 . . .
제가 뽑은 '옥자'의 최고 명장면은
미자와 옥자가 한국으로 돌아가려 직원들을 따라 갈 때
울타리 밖으로 자기 새끼를 몰래 밀어넣던 슈퍼돼지 부모의 모습 ㅠㅠ
죽으러 가는 거 뻔히 알고 자식이라도 살리기 위해
생판 모르는 미자와 옥자에게 새끼를 맡겨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은 정말 헤아릴 수가 없이 슬픕니다
주인공인 미자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수백 마리의 슈퍼돼지들은 죽임 당했으니
이건 새드 엔딩이나 마찬가지예요......
*스토리: 3/5점
*연출: 3/5점
*영상미: 2/5점
*OST: 1/5점
*연기: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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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여성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
‘힐마 아프 클린트’. 이 예술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서양미술사와 친하지 않은 이들은 물론, 이 분야에 박식한 사람들도 이 예술가의 존재를 알리 없다.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라는 유언으로 100여 년간 미술계에서 사라졌다가 이제야 세상에 나온 화가이기 때문. 실제 존재했던 예술가임에도 왜 우리는 그녀의 존재를 이제야 알았을까?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은 그 이유를 소개하는 작품이다.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여성 예술가는 이런 유언을 남긴다. “20년 동안 내 작품을 공개하지 마라!” 이후 100년 동안 그녀의 작품은 봉인되었다. 이후 1,500여 점의 그림과 2만 6천 페이지의 작업 노트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19세기 말에 활동한 힐마 아프 클린트라는 이름의 독일 예술가의 이야기다. 칸딘스키, 몬드리안보다 앞서 추상회화를 선보인 이 여성 예술가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미술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은 알려지지 않았던 한 여성 예술가의 작품과 삶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귀족 가문 출생 엘리트로서, 꾸준히 그림을 그린 힐마는 추상회화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예술가다. 그녀의 추상회화 시작점은 19세기 말 과학이 발전한 시대상에 있다. 과거 기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원자, 우주 등 과학의 발달로 인해 더 넓은 세계가 펼쳐진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창조한다.
단순히 북유럽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자연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의 것들을 그려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나선형, 원형의 선과 면이 특징인데, 생명체의 본질을 우주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려는 부분이 돋보인다. 더불어 신지학 운동 등의 영적 연구까지 예술로 승화하려는 힐마의 노력도 나온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다큐는 단순히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예술가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왜 그녀가 살아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고, 이제야 그녀의 이름과 작품이 알려지게 되었는지 소개한다. 19세기 말. 힐마 또한 그 시대를 산 여성들처럼 양지가 아닌 음지의 삶을 살아간다. 능력이 있고, 누구보다 자신만의 특색을 담은 작품을 그렸지만, 사회는 그녀의 진출을 반기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갤러리에 전시해야 하고, 예술적 동지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야 하는 등 제반 여건이 갖춰져야 했는데, 힐마에겐 그런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고흐 등 사후에 인정받은 예술가들도 있지만, 힐마의 경우에는 ‘가난’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차이가 있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은 힐마가 남긴 작업 노트와 그녀의 작품과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던 조카의 증언을 토대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한 예술가의 고뇌와 좌절을 소개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술 및 미술 산업 관계자들을 통해 과거 재능있는 여성 예술가들이 많았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아스라이 사라진 이유, 그리고 힐마 아프 클린트의 출현으로 서양미술사는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전한다.다큐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스틸 /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점에서 ‘미래를 위한 그림’이란 부제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그녀의 그림이 시대를 앞선 추상회화라는 점에서의 ‘미래’라는 의미는 물론, 과거와 달리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작가가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길 바라는 ‘미래’라는 의미도 느껴진다. 힐마 아프 클린트 뿐만 아닐 것이다. 과거 사회의 장벽에 부딪히면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를 견고하게 가져갔던 여성 예술가들은 지금도 누군가 그 봉인을 풀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쪼록 이 작품이 그 봉인의 첫 열쇠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말: 힐마 아프 클린트의 작품은 영화에서도 사용되었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 중 춤추는 주민들의 동심원은 힐마 아프 클린트의 그림에서 착안되었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에서도 작가의 그림이 등장한다. 이 다큐를 보고, 힐마 아프 클린트 작품에 매료되었다면 두 영화를 만나보길 바란다. 더불어 과거 인정받지 못한 여성 예술가의 고뇌를 담았다는 점에서 다큐 <밤쉘>도 함께 보는 걸 권한다.
평점: 3.0 / 5.0
한줄평: ‘그 많은 여성 예술가는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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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어른들을 위한 동화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다룰 작품은 웨스 엔더슨, 기예르모 델토로, 팀 버튼, 헬리 셀릭이라는 네 명의 거장이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어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네 편이다. 공포와 코미디, 슬픔과 행복, 차가움과 따뜻함까지 그들의 영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지금부터 그 영화들에 담긴 연결고리를 알아보자.길을 지나다가 발견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영화 포스터. 포스터를 본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조른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스토리가 진행되자, 아이는 영화의 기괴함과 공포스러움, 그리고 잔인한 현실에 깜짝 놀라 눈물을 흘린다. 엄마, 아빠에게 영화관에서 나가자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아이의 말을 못 들은 것인지 엄마와 아빠는 영화에 몰입했고, 그들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아이들의 눈물과는 다를 것이다. 지금부터 어른들을 울린 동화 같은 이야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나보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Stop-Motion Animation)’이란?
영화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스톱모션’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스톱모션은 애니메이션의 한 기법으로, “물체를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매 프레임을 촬영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이처럼 프레임을 연결하면 물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스톱모션은 캐릭터를 만드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질감을 묘사하는데 용이하다. 클레이나 목재, 플라스틱, 고무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촉각적 심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질적 대상을 만들어서 촬영하므로, 다양한 카메라 구도로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고유의 아날로그적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톱모션은 제작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기법이라 많은 제작사가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해외의 ‘라이카 스튜디오’나 ‘아드만 스튜디오’, 국내의 ‘콤마 스튜디오’와 같이 스톱모션 기법을 고집하는 제작사들도 존재한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다른 기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비단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뿐 아니라 실사영화나 광고 등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럼 지금까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으니, 네 편의 영화들에 대해 알아보자.
<유령신부 Corpse Bride >
- 영화: 유령신부 (2015)
- 감독: 팀 버튼, 마이크 존슨
- 출연진: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에밀리 왓슨 外
‘죽음과 삶 따윈’
어느 유럽 마을 생선 가게 졸부의 아들인 ‘빅터 (조니 뎁 分)’. 그는 신분상승을 원하는 부모님에 의해 몰락한 귀족의 딸인 ‘빅토리아 (에밀리 왓슨 分)’와 결혼을 약속한다. 서약 내용을 외우기 위해 숲속에 간 빅터는 너무나 몰입한 나머지 땅 속에 있던 ‘에밀리 (헬레나 본햄 카터 分)’의 손가락 뼈에 반지를 끼우게 된다. 빅터가 자신에게 청혼했다고 생각한 에밀리는 빅터를 사후세계로 데리고 간다. 사후세계에 간 빅터는 에밀리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동정하게 된다. 그러나 빅토리아가 자꾸 생각나는 빅터. 결국, 에밀리를 속여 현실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빅터는 빅토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때,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은 에밀리는 빅터를 다시 사후세계로 데리고 간다.
에밀리는 빅터의 청혼이 실수였음에 좌절하는데, 그를 위로해주는 빅터로 인해 그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사라진 빅터로 인해 갑부 ‘바키스 (리처드 E. 그랜트 分)’와 결혼하게 된 빅토리아. 그 소식을 들은 빅터는 독약을 먹고 자신도 죽어 에밀리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바키스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빅토리아는 교회로 도망치고, 그 곳에서 빅터와 에밀리의 결혼식을 보게 된다. 에밀리 역시 빅토리아를 보게 되는데 그들을 위해 자신이 빅터를 놓아주기로 한다.
그 순간 빅토리아를 찾아온 바키스. 빅터와 바키스는 치열한 결투를 하게 되고, 결정적 순간 에밀리가 빅터를 구해준다. 사실 바키스는 오래전 에밀리를 죽인 장본인이었고, 다시 한번 에밀리를 모욕한다. 하지만 독약을 와인으로 착각하고 마신 바키스. 결국 악당 바키스는 유령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빅터와 빅토리아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에밀리는 나비가 되어 그들의 행복을 빌며 하늘로 돌아간다.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
팀 버튼 감독은 실사영화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지만, 그의 기괴하고 독특한 상상력은 스톱모션에서 더욱 빛났다. 그의 첫 작품이었던 <빈센트> 역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었고,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프랑켄위니>와 같이 대중과 비평가 모두를 만족시킨 훌륭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팀 버튼 감독은 이번 <유령신부>에서도 특별한 연출들을 선보였다.
유령신부에서 잘 나타나는 연출은 먼저 두 세계의 색감 대비이다. 작품의 색감을 살펴보면 현실세계와 사후세계의 색감이 너무나도 대비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빅터에게 있어 현실은 자신이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없는 수동적이고 억압된 공간이다. 반면 저승은 자신이 선택하고 이에 따라 온전히 행동할 수 있는 주체성과 자유가 강하게 나타나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숲이나 집과 같은 현실 속 공간은 회색이나 갈색 등 차분하고 낮은 톤의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반해 사후세계의 공간들은 청록색이나 보라색과 같이 화려한 색으로 활기차게 묘사된다.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로 빅터의 부모님, 빅토리아의 부모님, 바키스와 같이 현실세계의 부정적 캐릭터들은 무채색의 색감을 가진데 반해, 에밀리와 벌레 친구, 유령들은 형형색색의 색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에밀리가 일반적인 유령의 색인 회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파란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색감을 통해 해당 캐릭터의 성격을 의도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유령이나 괴물 등 인간이 아닌 대상에게 오히려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모습을 부여하는 것은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영화인 <비틀쥬스 시리즈>나 <가위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스톱모션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에밀리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의 표정 역시 세밀하게 묘사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특유의 질감을 활용해, 얼굴 근육이나 눈동자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에밀리나 빅터, 빅토리아와 같이 길쭉하고 빼빼 마른 캐릭터들이나 해골들은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속 ‘잭 스켈링턴’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과 만났을 때 더욱 시각적 재미를 준다. 작품 초반 사후세계에서 유령들이 에밀리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춤을 추는 장면이나, 작품 후반 빅터와 바키스의 결투 장면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체형은 스톱모션으로 인해 시원시원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생’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놓아 줄게”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되고, 역설적으로 들릴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 내내 빅터만을 사랑했지만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놓아준 에밀리. 그녀의 마음은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온전히 이해하고 느끼게 된다. 삶과 죽음이라는 비유가 너무나 극단적이라고 할지 몰라도, 사랑이나 꿈 등을 무언가가 갈라 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너무 좌절하거나 매달리지 말자. 멍이 들 만큼 꽉 쥔 손도 조금은 놓아보면 어떨까.
<개들의 섬 Isle of Dogs >
- 영화: 개들의 섬 (2018)
- 감독: 웨스 엔더슨
- 출연진: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드워드 노턴, 란킨 코유 外
‘개와 인간’
가까운 미래, 일본의 한 도시 ‘메가사키’ 그곳에서는 시민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 병은 바로 ‘개 독감’ 즉, 개가 전염병의 원인이었다. 그러자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메가사키의 시장 ‘고바야시 (노무라 쿠니치 分)’는 도시의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내쫓는 도그노포비아 정책을 실시한다. 하지만 고바야시의 입양아 ‘아타리 (란킨 코유)’는 아버지와 다르게 개를 사랑했고, 자신의 개 ‘스파츠 (리에브 슈러이버)’를 찾기 위해 쓰레기 섬, 일명 개들의 섬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아타리는 ‘치프 (브라이언 크랜스턴)’를 비롯한 개들을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아타리와 치프 일행은 스파츠가 코바야시 연구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아타리를 잡으러 로봇견과 사람들이 나타나 그들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그 순산 스파츠가 나타나 아타리와 치프를 구해준다. 그러던 와중 처음에는 아타리에게 적대적이었던 치프가 너무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년인 아타리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스파츠와 치프가 형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어느덧 새로운 무리의 리더이자 아버지가 된 스파츠. 스파츠는 아타리의 경호견 자리를 치프에게 넘겨준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고바야시 시장이 쓰레기 섬의 개들의 안락사 조건으로 재선에 성공하였고 파티를 열고 있었다. 파티와 동시에 개들에게 겨눠지는 와사비가 든 총. 그 순간 아타리와 개 백신의 혈청을 가진 ‘트레이시 (그레타 거윅 分)’가 나타나고 그들은 치프에게 혈청을 주입한다. 개들을 살리자고 연설하는 아타리. 아들의 연설에 고바야시 시장은 마음을 바꾸고 안락사 계획을 취소하려 하는데, 그 순간 고바야시 시장의 집사가 공격을 하며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결국, 아타리 일행은 승리하나 아타리와 스파츠는 크게 다친다. 다친 아들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준 고바야시 시장. 결국 아타리는 깨어나게 되고, 메가사키의 새로운 시장이 되어 스파츠와 치프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털 하나부터 도시 전체까지’
미장센하면 뺄 수 없는 웨스 엔더슨 감독답게, 이 미장센을 위해 <개들의 섬>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해 탄생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자체가 수많은 돈과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일반적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넘어섰다. 영화를 만드는데는 2년이 넘게 걸렸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퍼펫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봉제인형)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개들의 섬을 위해, 개 캐릭터 퍼펫 500개, 인간 캐릭터 퍼펫 500개 총 1000개의 퍼펫이 만들어졌다. 또한 캐릭터 하나당 총 다섯 가지의 사이즈가 제작되는등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양적 노력 말고도 질적 노력 역시 병행되었다. 질적 노력의 대표적인 것이 퍼펫의 소재였다. 작품 속 개들의 털 질감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테디베어 공장에서 사용되는 알파카 털과 메리노 양털이 사용되었으며, 인간 캐릭터의 피부 생기를 살리기 위해 반투명 수지 점토를 사용했다. 또한 실제 같은 표정을 구현하기 위해 얼굴 교체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표정변화를 표현할 수 있었다.
캐릭터 말고 배경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커다란 규모의 세트장을 만들었고, 진짜 도시처럼 곳곳에 쓰레기를 배치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했다. 또한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아날로그 제작 방식을 통한 디테일을 중시하는 웨스 엔더슨 감독답게, 구름 하나하나 강물 하나하나까지 만들었다. 화면 속 구름은 솜으로, 강물은 샌드위치 포장지로 된 컨테이어 벨트로 만들었다. 또한 작품에 기괴함과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기법인 ‘On Ones (1초당 24프레임)‘가 아닌 ‘One twos (2초당 24프레임)’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누가 봐도 웨스 엔더슨의 영화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그의 대표적 특징, 대칭적 구도와 균형. 속도의 조절을 통해 만들어진, 정적인 표현과 동적인 표현의 오고 감. 적절한 유머와 만화를 보는 듯한 이펙트와 편집은 스톱모션의 매력을 잘 살렸으며, 작품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저항의 미학’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만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들개>나 <7인의 사무라이>를 오마주한 구도가 나오는가 하면, 일본의 다양한 문화가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어가 작품 내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작품은 일본과 너무나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작품은 개봉 직후,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는 동양(일본)에 대한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갖고 있다고 논란이 되었다. 그 이유는 작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테이시’ 일본 사회의 비랍리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백인 구원자의 서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어가 자막 없이 등장한 것도 관객의 상상의 자유와 전체적 스토리의 집중을 위해서라는 감독의 설명과는 다르게, 인종차별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과 별개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훌륭한 비주얼과 믿고 듣는 음악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또한 개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파시즘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계, 다수에 대한 소수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어린 소년과 그의 개가 만든 우정, 그리고 그들이 함께하는 투쟁과 이야기는 너무나 작고 절실하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
-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 마크 구스타프슨
- 출연진: 이완 맥그리거, 데이비드 브래들리, 그레고리 맨 外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한 노인이 거대한 소나무를 깎고 있다. 노인의 이름은 ‘제페토 (데이비드 브래들리 分)’. 노인이 만든 것은 비행기 폭격으로 죽은 자신의 아들을 닮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 (그레고리 만 分)’였다. 피노키오를 만든 그날 밤, 제페토가 잠든 사이 숲 속의 ‘푸른 요정 (틸다 스윈튼 分)’이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피노키오는 생명을 갖게 된다. 살아난 피노키오를 본 제페토는 충격을 받으나 이내 피노키오를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유랑극단의 ‘볼페 백작 (크리스토프 발츠 分)’은 피노키오를 이용하기 위해 데려간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다시 찾은 제페토와 볼페 백작. 그들이 싸우다가 피노키오는 교통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불사의 몸이었던 그는 이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볼페 백작의 부당한 계약서의 내용을 본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위해 극단에서 일하게 된다. 점점 인기를 얻게 된 피노키오는 어느덧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 (톰 케니 分)’를 위해 공연하게 되는데, 피노키오는 공연을 일부로 망친다. 결국 무솔리니의 경호원에 총에 맞아 죽은 피노키오. 이번에도 역시 피노키오는 이승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피노키오는 불사의 몸의 활용가치를 인정받아 군사훈련을 하게 되는데, 훈련 중 공습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공습에 살아남은 피노키오의 앞에 볼페 백작이 나타나고 피노키오를 죽이려고 한다. 버로 그 순간, 피노키오의 친구가 된 볼페 백작의 원숭이 ‘스파차투라 (케이트 블란쳇 分)’이 그를 구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바다로 떨어지고, 바다괴물의 뱃속에 들어온다. 거기서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 제페토와 세바스티안(이완 맥그리거 分)과 재회한다. 그리고 그들은 괴물이 재채기하는 틈에 다행히 탈출하지만, 그 순간 기뢰가 터져 모두가 위험에 빠지고 피노키오는 죽게 된다. 한시가 급한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생을 포기하고, 영속의 모래시계를 깨버린다. 결국, 목숨이 하나 남은 평범한 목재인형이 된 피노키오. 그는 제페토와 스파자투라, 세바스티안 모두를 구하고 목숨을 다한다.
그 모습을 본 세바스타안은 피노키오를 올바른 길로 이끌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며, 그를 돌려달라고 푸른 요정에게 애원한다. 푸른 요정은 그의 말을 인정하고, 세바스티안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며 피노키오는 다시 살아난다. 제페토는 피노키오에게 사랑한다고, 네 모습 그대로 살아달라고, 피노키오는 제페토에게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제페토, 피노키오, 세바스티안, 스파자투라는 한 집에서 서로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살아가며 영화는 끝난다.
‘나무와 동화 ’
앞서 본 작품의 감독들 역시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와 개성이 있지만, ‘기예르모 델토로’ 역시 잔혹하고 기괴하지만, 또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어찌 보면 ‘팀 버튼’ 감독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필자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세계가 팀 버튼 감독보다도 진중하고, 잔혹하며 무겁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내내 깔려있는 찝찝하고 불쾌한, 하지만 어딘가 따뜻한 분위기. 이번 작품에서 이 분위기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의 질감이다. 작품의 주인공 피노키오만을 두고 보더라도 정말 나무로 만든듯한 질감이 가히 예술이다. 목각인형 특유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그 거칠고 불완전한 질감은 피노키오의 아직 완성되지 못한 미숙하고 순수한 자아와 거기서 오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스톱모션 특유의 연출을 통해 물리적 질감이 잘 드러났다. 또한 수많은 크리쳐 디자인을 만들어온 기예르모 델 토로답게 ‘푸른 요정’의 날개나 ‘장의사 토끼들’의 털, ‘바다 괴물’의 피부 등은 사실적이진 않지만, 기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잘 전달했다.
피노키오의 움직임과 카메라 움직임 역시 스톱모션의 특징과 어울러져 특유의 느낌을 만들었다. 목각인형이라는 피노키오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법은 단연 스톱모션일 것이다. 사람과 다르게 유연성이 없는 딱딱한 나무처럼 걸어다니는 피노키오의 움직임은 스톱모션만이 주는 정지된 느낌과 맞물려 절묘하게 작용한다. 카메라 움직임 역시 피노키오를 위주로 다이나믹하게 따라가거나, 공습이나 바다괴물 장면처럼 위험한 상황에서는 정말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더욱 쉬웠다. 이 외에도, 전쟁 중인 이탈리아 마을의 모습이나 바다, 숲 등의 배경을 충실히 구현해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동화의 느낌을 살렸다.‘세상 끝에서 나와’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그의 작품 <악마의 등뼈>나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같이 전쟁이나 냉전시대의 혼란함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곤 했다. 이번 작품 역시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 상황을 바탕으로 동화 피노키오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피노키오는 작품 내내 제페토에게 그의 죽은 아들 ‘카를로’의 대체재 느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고 피노키오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피노키오는 카를로가 아닌 제페토의 아들 피노키오 그 자체가 된다.
전쟁이나 인신매매, 죽음 등 비도덕적이고 고통스러워서 인간이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 피노키오뿐 아니라, 제페토 역시 성장한 것이다. 순수하지만 따뜻한 피노키오. 이제 필자도 어느덧 자라, 아이가 아닌 어른의 시점에서 피노키오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피노키오를 바라보니,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함을 가진 그가 부러워졌다. 부디 피노키오는 가슴 속 그것을 영원히 잃지 않기를 바란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 Coraline>
-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
- 감독: 헨리 셀릭
- 출연진: 다코타 패닝. 테리 해처, 존 호지맨 外
‘꿈 속으로, 꿈 속에서’
새 집으로 이사온 ‘코렐라인 (타코타 패닝 分)’ 그녀에게 새 집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한 이웃들에 찝찝한 풍경, 거기에 계속되는 부모님의 무관심까지. 심심한 코렐라인은 수맥 찾기 놀이를 하다 검은 고양이와 이웃집에 사는 ‘와이비 (로버트 베일리 주니어 分)’를 만나게 된다. 집에 돌아온 코렐라인은 집을 돌아다니다 막혀있는 작은 문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 밤 어떤 쥐가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고 코렐라인은 따라가게 된다. 코렐라인이 통로를 지나 들어간 곳은 ‘다른 세계’였다. 그곳에는 단추 눈을 가진 ‘다른 엄마 (태리 해처 分)’와 ‘다른 아빠 (존 호지맨 分)’가 있었고, 그들은 너무나 친절했다. 그렇게 다른 세계에 빠져버린 코렐라인은 그곳과 현실 세계를 왔다갔다하게 된다. 그러나 코렐라인에게 그 세계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웃들과 고양이. 하지만 코렐라인은 이를 무시한다.
평소처럼 다른 세계에 있던 코렐라인. ‘다른 엄마’는 코렐라인에게 이 곳에서 살고 싶다면 눈에 단추를 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두려움을 느낀 코렐라인은 얼른 잠을 자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 하지만, 눈을 뜨니 여전히 다른 세계였다. ‘다른 아빠’의 말실수로 코렐라인은 다른 세계가 ‘다른 엄마’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녀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된다. 결국 코렐라인은 탈출하려 하나, 다른 엄마가 이를 막아서고 코렐라인이 계속해서 반항하자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코렐라인을 거울 감옥에 가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눈과 생명을 빼앗긴 3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와이비의 도움으로 겨우 현실 세계로 돌아온 코렐라인. 하지만 코렐라인의 부모님은 마녀에게 잡혀간 상태였다.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다시 다른 세계로 돌아간 코렐라인. 그녀는 자신의 눈과 부모님을 걸고, 마녀와 내기를 하게 된다. 세 개의 눈을 찾아야 하는 코렐라인. 그녀는 마녀의 방해에도 세 개의 눈을 모두 찾아낸다. 그러나 내기에 졌지만 마녀는 인정하지 않았고, 코렐라인은 마녀가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문을 열게 유도해, 부모님과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열쇠를 찾기 위해 현실세계로 찾아온 마녀의 손. 코렐라인은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지지만 와이비의 도움으로 마녀의 손을 무찌른다. 결국, 평화를 되찾은 그들. 코렐라인과 와이비 그리고 부모님과 이웃들은 함께 파티를 하고 정원을 가꾸며 영화는 끝난다.
‘이곳에만 있는 너’
‘헨리 셀릭’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가? 물론, 위에서 만나본 3명의 감독에 비해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가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위대한 애니메이터이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연출을 맡기도 했으며, <코렐라인: 비밀의 숲> 말고도 2022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웬델 & 와일드>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실사영화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오고가며 작품 활동을 하던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스톱모션 외길인생을 살아온 헨리 셀릭. 그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자.
해당 작품 역시 상당한 정성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른 세계’의 환상적인 모습을 위해 많은 풀잎들을 모두 인조털로 만들거나 하나하나 색을 칠해 꾸몄으며, 40 그루의 나무를 직접 만들었다. 또한, 주인공 코렐라인 인형은 28개가 제작되었는데, 10명의 스태프가 3, 4개월의 시간 동안 1개의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최초로 합성 모발을 사용하는가 하면, 55km가 넘는 촬영장소에 52개의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 130개가 넘는 세트장을 짓는 등 대규모 촬영 구역을 만들었다.
영화 속 장소를 보면, 같은 장소라도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 각각 다른 거대한 규모의 세트를 만들었다. 특히 작품 속, ‘보빈스키 (이완 멕쉐인 分)’의 서커스와 ‘미스 스핑크 (제니퍼 손더스’), ‘미스 포서블 (돈 프렌치)’의 뮤지컬 공연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300명이 넘는 스텝들이 일주일간 작업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74초 정도만 등장하지만 말이다. 이번 영화도 앞서 소개한 <유령신부>와 마찬가지로 두 대조적 세계를 색감을 통해 강조한다. 현실 세계와 그곳의 인물을 회색과 무채색으로, 다른 세계와 그곳의 인물을 화려한 색으로 묘사한 것이다.
또한 다른 세계에는 따뜻한 조명을 사용해 그 공간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코렐라인이 다른 세계의 숨은 진실을 알아갈수록 그곳의 전체적인 색은 안개가 낀 것처럼 탁해진다. 작품을 촬영할 때 사용된 카메라는 실사 영화에서 쓰이는 카메라였는데, 이로 인해 실사영화와 유사한 구도로 촬영이 가능했으며 극적이고 다양한 촬영기법들이 가능했다. 특히 작품 속 카메라 앵글은 어떤 상황에서, 왜곡되고 비대칭적으로 사용되어 다소 과장되고 극적인 효과를 준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와 비교되는 다른 세계의 기괴함과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화면을 삐딱하게 잡거나, 인물의 신체를 갑자기 꺾어버리는 등 다양한 연출을 시도했다.
‘나와 우리를 찾아서’
영화는 주인공 ‘코렐라인’이 마녀로 대표되는 두려움에 맞서 싸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게 된다. 또한 환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의 차이를 느끼며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내면에 숨은 가치를 발견한다. 마지막에 가족과 친구, 이웃들과 소박하게 파티를 하는 코렐라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쩌면 그녀가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에게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혼자 있는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모아 함께 식사를 하는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바라왔던 순간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만 성장하고 진정한 나만을 찾으려고만 애쓰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큰 가치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찾았다면, 이제는 내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자. 그들이 있어야 우리가, 우리가 있어야 내가 되는 것이다.
동화와 스톱모션
특유의 질감과 분위기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보다보면, 어른이 된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어보는 듯한 느낌이 난다. 어른의 생각과 어른의 느낌으로 동화를 보자,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생각과 기분이 드는 것처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도 그러하다. 수많은 노력의 날들이 만들어낸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한 편. 그 한 편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따뜻함은 동화처럼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4편에 대해 알아보았다. 처음과 마지막에 소개한 영화 <유령신부>와 <코렐라인: 비밀의 문>에 대해 더욱 알고 싶다면 ‘온더플로어’의 팟캐스트 ‘펀치 드렁크 무비’를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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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주차 최신 씨네뉴스 2호
여러분은 션 베이커의 <아노라> 어떠셨나요?
📢<아노라>의 션 베이커가 차기작은 코미디 장르, “솔직히 무섭고 부담감 크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두 번째 7월 2주 차 최신 영화 소식이 도착!
<아노라>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모두 거머쥔 뒤, 션 베이커 감독은 어떻게 이를 잇는 후속작을 만들까 고민하며 ‘코미디’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베이커는 “아노라 이후 부담감이 밀려오고 있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면서도 새롭고 다른 무언가를 보여 주고 싶다. 솔직히 무섭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그동안 희극적 요소를 품은 드라마나 비극을 만들어왔다면, 이번에는 ‘코미디에 비극적 요소를 섞는’ 쪽으로 밀고 나가고 싶다”고 전하며, “레드 로켓”에서 보여준 뒤틀린 에너지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도 암시했습니다.
제작진 중 네온(Neon) 등 <아노라> 팀이 다시 함께하기를 희망하며, 지난해, 가을 촬영을 목표로 장소 답사를 마쳤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노라>라는 엄청난 성과 후의 차기작은 부담감이 어떨지 상상도 안가네요… 션 베이커의 코미디는 과연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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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듯 다른 캐릭터 배우가족 모음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디선가 본 것만 같고 비슷한듯 다른 영화계 가족 배우들이 누가 있는지 알아볼건데요! 참여하는 작품도 가지각색! 캐릭터도 가지각색! 가족 배우들이 어떤 작품들을 했는지 같이 알아보아요
CINEPICK
다코타 패닝은 영화 <아이 엠 샘>에서 히트를 치면서 아역배우로 얼굴을 알렸습니다. 이후로도 <우주전쟁> <샬롯의 거미줄> TV 미니 시리즈 <테이큰> 등 주로 쟁쟁한 명작에 출연하면서 엄청나게 유명해졌습니다. 엘 패닝은 아이 엠 샘에서 언니의 아역으로 출연했고 <틴 스피릿> <말레피센트2>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주연을 맡으면서 배우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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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헴스워스는 호주의 영화배우로 마블영화의 토르 역을 맡으며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호주에서 <home and away>d에 장기 출연하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데뷔 때부터 브래드 피트 닮은 미남 배우로 주목을 받았온 배우입니다. 동생 루크 헴스워스는 <토르> 오디션을 형과 같이 보면서 최종 5인까지 남아있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배역은 형에게 갔고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에 게일 호손 역을 맡으며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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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과 배우를 병행하는 매기 질렌할은 영화 <로스트 도터>를 연출하며 아카데미 3개부문 후보를 올리고 제 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동생 제이크 질렌할은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나 11세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이름을 알리고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대중적 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이후 <나이트 크롤러>에서 사이코패스 연기로 대단한 찬사를 받은 연기력 또한 훌륭한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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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영 배우는 단편, 독립영화부터 탄탄히 쌓아올린 필모그래피와 넓은 연기 스펙트럼, 단단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으로 좋은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배우이며 응답하라 1988에서 성덕이 언니역을 맡으면서 얼굴을 알렸습니다. 류혜영의 언니 류아벨 또한 동생이 1988로 이름을 알리자 자매가 함께 배우에 몸담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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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 배우는 영화 <화차>에서 악랄한 사채업자 역할로 얼굴을 알렸습니다. <미생>에서 천관웅 과장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드라마 <나의 아저씨> <부부의 세계> 부터 영화 <화차> <4등> <독전>등 부드러운 캐릭터와 악랄한 캐릭터를 오가는 다채로운 이미지의 배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생>에 같이 출연한 태인호 배우는 박해준 배우와 사촌으로 <미생>에서 성대리 역으로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조금 허당스럽고 소리 잘 지르는 악역으로 많이 나오는 편이며 발성이 좋아 소리지르는 씬을 자주 소화하는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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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성우 출신의 배우로 큰 키와 다정다감한 이미지로 안방극장을 책임지는 배우입니다. 드라마 <전원일기>의 성실한 장남부터 카리스마 있는 재벌 회장님, 아내에게 한없이 약한 남편 역할 등 다양한 아버지의 역할을 소화해 내는 배우입니다. 아들인 하정우는 배우와 감독을 겸업하고 있으며 데뷔 이래 멈추지 않고 다작을 하며 꾸준히 대중에게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수가 1억이 넘는 배우로 대표작으로는 <추격자>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신과함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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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남성 영화배우로서 엄청난 에너지와 캐릭터 몰입력, 그리고 누구보다 뜨거운 연기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최정상 대배우 중 한명이기도 하고 2000년대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중 한명입니다. <쉬리> <취화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악마를 보았다> <루시>등 그의 작품을 보면 뜨거운 에너지가 스크린 밖으로 뚫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최민식 배우의 동생 최광일 배우는 악역을 많이 소화하고 있는 배우로 최근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신명휘 시장을 연기하면서 최고의 악역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이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매 작품마다 조연으로 꾸준히 다양한 역할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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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질적’ 남성성을 향해 달리는 로드무비
1977년 제작되어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으나, 일본 문화 수입이 금지되어 있던 터라 50여 년이 흘러서야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온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을 보며 두 가지 감상이 내내 교차했다.
첫 번째는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 감수성에 코미디를 더한 매력적인 로드 무비와 극의 주요 서사가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감수성이다. 우발적 살인으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광부 시마는 우연히 만난 켄야, 아케미와 함께 차를 타고 홋카이도 곳곳을 떠돌며 배회한다. 사실 시마에게는 가고 싶으나 가지 못하는 집이 있다. 한때 거칠게 방황하던 시마는 아내 미츠에를 만난 후 ‘인생을 고치고 싶다’고 다짐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렸다. 그러나 아내가 이전 결혼에서 유산했다는 사실을 알고 비뚤어져 거리에 나섰다가 취객과 다투고,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6년의 형기를 마치고 나온 시마. 그는 자신의 못난 마음을 후회하며 아내에게 사과하고 싶고, 다시 그녀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아내를 버리고 떠나 범죄에까지 휩쓸렸다는 죄책감에 출소 후 엽서 한 통만 보내고 직접 찾아가지는 못한다.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집 앞에 노란 손수건을 매달아줘.” 시마가 다시 용기를 내 미츠에에게로 향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켄야, 아케미와 빚어내는 우정 등의 순간이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통속적이지도 않게 적당한 균형감을 이루며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사랑과 번뇌, 그리고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속죄와 용기의 테마를 마주한다.
두 번째 감상은 이 영화가 시대를 거슬러 개봉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에는 규범적·이성애적 남성성이 연장·계승되는 두 번의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먼저 시마와 켄야. 여자를 밝히는 양아치로 그려지는 켄야는 새로 뽑은 차에 여자를 태우고 돌아다니며 욕구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런 그에게 개인사적 맥락으로 지친 아케미가 눈에 들어온다. 역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시마와도 합류해 여정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아케미를 성적 대상으로만 삼는 켄야의 욕망은 계속 빗나가고 아케미는 그런 켄야에게 거부감을 표한다. 켄야는 아케미가 너무 ‘비싸게 군다’며 불평한다. 그러자 시마가 툴툴거리는 켄야를 자기 앞에 앉힌다. 그러고는 여자는 ‘보호해줘야 한다’고, 그것이 남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천방지축처럼 굴던 켄야와 그런 켄야를 밀어내면서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 아케미. 두 사람은 시마의 사연을 듣고는 감동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시마를 아내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여기서는 남성성의 스승과 제자가 뒤바뀐다. 시마는 고향 집을 코앞에 두었는데도 아내를 보러 가지 않겠다며 방향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아내가 이미 다른 남자를 만나 자기를 잊었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의기소침한 시마를 북돋고 그를 ‘행복의 노란 손수건’으로 이끄는 건 켄야와 아케미다. 두 사람은 시마의 우유부단함에 분개하고, 그를 끝내 아내 미츠에 앞에 세운다. 시마의 남성성 수업이 그의 인생사와 결합해 발휘한 힘에 켄야와 아케미가 감응하고, 이제는 두 사람이 그 힘으로 시마를 ‘진짜’ 남자의 길, 즉 홀로 남편을 오래 기다린 미츠에를 ‘보호’해주는 길로 이끄는 것이다. ‘진정한’ 남성성을 포용한 시마는 힘차게 펄럭이는 무수한 노란 손수건 아래서 아내를 되찾고, 내내 거절만 당하던 켄야는 마침내 아케미를 품에 안는다. 내내 실패하고 미끄러지기만 하던 낭만적 이성애 관계가 서로 다른 세대의 두 남성의 상호 작용으로 회복되고, ‘보호하는 남성’과 ‘보호받는 여성’이라는 무너진 젠더 질서는 다시금 재확립된다.
두 남자의 연대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 있다. 바로 켄야의 자동차다. 켄야는 순전히 여성을 꼬시겠다는 목적으로 새 차를 구입했다. 즉, 빨간색 새 차는 켄야의 남성성을 위한 도구 혹은 켄야의 남성성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갈 무렵, 켄야의 차는 여러 여정을 거치며 흙먼지로 가득 뒤덮였고 여기저기 망가졌다. 그러나 켄야의 남성성은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침내 아케미를 품에 안음으로써 ‘도구’가 없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 토대를 갖추어 거듭났다. 자동차가 자본주의적 생산품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는 더한층 의미심장하다. 시마와 켄야가 주고받은 남성성 수업이 자본주의를 ‘초월’할 만큼 근본적이라는 점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감동적인 드라마’로 평가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같은 ‘비본질적’인 무언가에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인 것으로서 남성성을 소환하고, 우직한 남자(시마)와 가벼운 남자(켄야), 즉 서로 다른 남성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젠더 동인을 포장하는 방식으로서 ‘보편적’인 감동 코드를 차용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감동’을 멋들어지게 설파하는 이 영화가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미츠에와 아케미의 서사와 감정이 계속 궁금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마와 켄야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남자’로 거듭나는 동안 미츠에와 아케미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들의 과거는 어떠했으며 그들이 두 ‘남자’와 만들어갈 미래는 어떠할까? 행복을 향해 힘차게 펄럭이는 노란 손수건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에게 ‘행복’의 토대와 의미를 확장적으로 재정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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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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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상> 메인 예고편
끊임없이 착취가 벌어진 성희와 수영의 '삶'과 '몸'.
자본이 숨기려고 했던 노동과 지우려고 했던 존재들.
그들을 품고 있는 ‘사상’.
자본이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배인 사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풍경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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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16일, 티빙 공개]
대가가 담긴 소원을 파는 마녀식당에서 마녀 희라(송지효)와 동업자 진(남지현), 알바 길용(채종협)이 사연 가득한 손님들과 만들어가는 소울 충전 잔혹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