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3-11-19 10:26:42
공백을 채우면 나아질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
영화 '독전2' 리뷰
※ '독전' 1, 2편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빈틈없이 꽉 채워나가는 플롯이 좋지만, 때로는 공백을 두는 게 오히려 나아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독전' 제작사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렸다. 1편에 남겨둔 스토리의 공백을 채우면 더 근사할 것이라는 믿음에 앞서 2편을 꺼내보였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독전'은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이자 실체 없는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조원호(조진웅)와 이를 돕는 조직원 서영락(류준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독전'이 5년 전 개봉해 520여 만 명 관객을 동원했던 이유는 단순히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게 아닌, 영어제목에 걸맞게 '믿음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홀로 싸워나가는' 구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또 출연진들의 물 오른 연기력과 떼깔이 좋은 영상미, 음악 구성도 눈도장을 받았다.
이렇게 잘 마무리된 '독전'인데 2편으로 컴백했다. 이미 끝맺음을 맺었는데 새롭게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제작사인 용필름은 1편 스토리 중 용산역에서 펼쳐진 지독한 혈투 이후 노르웨이에서 원호와 영락이 재회하기까지 30일 간 사이 이야기를 채우는 '미드퀄' 형식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변화도 생겼다. 1편에서 서영락과 보령 역으로 존재감을 뽐냈던 류준열, 진서연이 하차하게 됐고, 이 자리를 오승훈, 한효주가 채웠다. 오승훈은 서영락 역으로, 한효주는 새로운 빌런 섭소천 역을 맡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전2'는 '독전'이 깔아 두었던 것들을 모조리 흩트려놨다. 2편으로 나오는 만큼, 전편과는 다른 차별점 혹은 개성이 있어야 하지만 시리즈로서 연속성을 이어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독전2'는 1편과는 동떨어진 느낌에 서사마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다.
리뷰 풀버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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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영우와 탑건이 대박을 친 이 여름에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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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대박을 친 두 작품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영화 <탑건:매버릭>을 빼놓을 수 없다.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블록버스터는 대박행 티켓이겠으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는 생소하다.
우영우의 등장 이후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진 듯하다. 얼마 전까지 자폐 스펙트럼, 자폐증이 관심을 끌 때는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길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많은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한 번도 없다고 대답하겠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무척 흔하다. 국내 발병율은 2% 정도라는데, 50명 중에 1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말이다. 우리가 무작위로 만나는 50명의 사람 중 1명은 자폐증인데, 왜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을까. 그 사람들은 세상 밖에 안 나오기 때문이라는 걸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거리에 장애인이 없는 나라이다. 심지어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시위를 해야 하고, 그 시위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나라이다.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하는 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은 비난받고, 드라마에 나오는 우영우는 신드롬을 일으키는 것이 제법 모순적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에는 나의 이동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내 눈에 띄지 않으면서 착하고 불쌍한 장애인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대상화되고 물화되어 집밖에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존재. 드라마 속 권민우는 우영우 때문에 자기가 피해를 본다 생각하니 우영우를 공격한다.
그러므로 우영우는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존재의 등장이 아니라 어딘가에 숨어있는 50명 중 1명이 수면 위로 나온 것일 테다. 모두가 우영우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최수연 또는 회전문을 통과하기 위해 왈츠 스텝을 맞춰주는 이준호가 되면 좋겠지만, 나도 내가 '권모술수 권민우'가 아니라고 보장하지 못하겠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 찰리 배빗 역시 비슷했던 것 같다. 평소 사이가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교류도 전혀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죽으면서 남긴 3백만 달러의 유산을 하나도 물려받지 못하게 되자, 3백만 달러를 물려받은 사람을 찾게 된다. 바로 정신병원에서.
존재조차 몰랐던 형이, 아버지의 유산 3백만 달러를 몽땅 받게 되었는데 심지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기까지 하다니. 형 레이먼은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형이 하는 말은 대부분 '1루수가 누구야'라는 콩트의 대사인데, 두 명이서 하는 말을 혼자서 끝없이 중얼거린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찰리는 형 몫으로 남겨진 유산을 반 나눠가질 생각으로 형을 데리고 LA로 간다. 형의 담당의에게 알리긴 했지만 몰래 데리고 나가는 것이니 납치에 가깝겠다. 찰리는 자동차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정이 영 좋지 못하다. 3백만 달러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반이라도 있으면 숨통이 좀 트이는 상황이다. 그러니 형을 데려가 유산 상속에 대한 법정 다툼으로 자기 몫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찰리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자폐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거의 유일하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인 뷰익을 타고(정원의 장미도 유산으로 받긴 했다), 찰리와 레이먼드는 긴 여정을 떠난다. 비행기를 탔더라면 좋았겠지만 모든 비행기 사건사고를 외우는 레이 때문에 비행기도 타지 못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좁은 차와 모텔 안에서 레이먼드는 끝없이 '1루수가 누구야'를 중얼거리고, 규칙에 너무나 민감하고, 소리에도 너무너무 예민하다. 그렇다고 찰리와 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다. 몇 시에는 TV쇼를 봐야 하고 몇 시에는 불을 끄고 무슨 요일에는 무엇을 먹고. 모든 게 정해져 있다. 팬케이크를 먹을 때 메이플 시럽이 미리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지 않으면 레이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찰리도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다. 말이 통하지도 않고 대화도 안 된다. 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무것도 바뀌지도 않고 사람들은 레이를 보며 수군거린다.
구박데기 같지만, 사실 레이에게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 우영우가 법전을 통째로 외우는 것과 같이, 숫자를 외우고 계산하는 데는 천재인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이쑤시개가 246개라는 것을 단번에 알고, 복잡한 곱셈도 바로바로 출력된다.
돈 때문에 자폐증 형을 납치할 정도로 돈에 환장한 찰리의 머릿속에 전광석화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길로 찰리는 레이를 데리고 라스베이거스로 간다. 라스베이거스는 해가 지지 않는 곳이다. 도박장의 화려한 불빛들은 사람들에게 최면을 거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레이의 눈은 손바닥만한 이동식 TV에 고정되어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차 안에서도, 레이는 레이만의 세계에서 산다.
레이는 6벌의 카드를 모두 외워 찰리에게 큰 돈을 안겨준다. 마음에 드는 여자도 만난다. 권민우가 우영우에게 "우영우 변호사는 그런 거 모르나?"라고 물으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무성(無性)의 존재로 보는 것처럼, 찰리를 비롯한 사람들은 레이가 여자에게 호감을 느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나 레이도 똑같은 사람이기에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한다.
찰리는 레이와 여행(?)을 하며, 레이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알아간다. 사실 찰리는 자기 속얘기를 타인에게 털어놓는 사람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버지의 장례식 때,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하며 애인이 무서울 때 어떻게 했냐고 묻자 '무서울 때는 레인맨이 와서 노래를 불러줬다'고 했다. 레인맨은 찰리의 상상 친구.
어느 날, 찰리가 목욕을 하려고 욕조에 물을 받자 레이는 발작을 일으킨다. 아기가 뜨거운 물에 덴다는 이유였다. 찰리는 물에 안 데였다며 레이를 안심시키다 깨닫는다. 모두가 형의 존재를 비밀에 부친 게 아니라, 레이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무서울 때마다 노래를 불러준 사람은 상상 친구 레인맨이 아니라 형이었다. 레이는 찰리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월브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돈에만 환장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못하는, 사람들을 이용할 생각뿐인 찰리는 괜찮은 이웃인가. 레이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만이 위험한가.
형제는 함께 지내며 서로를(정확히는 찰리가 레이를. 레이는 찰리에게 관심이 없다) 알아간다. 찰리는 이제 돈보다는 형과 같이 지내고 싶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가 않다. 형은 치료가 필요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니까.
케이마트에서 파는 팬티를 입어야 한다고 몇날며칠 난리 브루스를 추는 레이에게 찰리는 "케이마트는 구려"라고 화를 냈다. 의사와 함께 월브룩으로 돌아가게 된 레이에게 의사가 케이마트에 가자고 하니, 레이는 대답한다. "케이마트는 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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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헤어진다. 이제 약간의 소통이 되는 것만 같던 마법같은 순간에 헤어진다. 농담도 하고 같이 웃기도 하고, 레이가 책에서 보고 외워버린 "1루수가 누구야" 콩트도 비디오테이프로 준비했는데, 형제는 헤어져야 한다.
기차를 탄 레이는 단 한 번도 찰리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결코 무지한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찰리는 외로워지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가족은 외롭다는 우영우 아빠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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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호프만의 연기와 톰 크루즈의 미모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한스 짐머의 음악과 1980년대 미국의 레트로한 영상미는 덤이다.
<레인맨>은 특수아상담을 연구하고 책도 쓰신 모 교수님 강의에서 추천받았던 영화이다. 교수님은 영화 속 레이의 모습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과 꽤 비슷하다고 했다. <탑건>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박을 친 이 여름에, <레인맨>을 조심스럽게 영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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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밥 회수 성공! 딱 그만큼만
<외계+인 1부>가 공개되고, 1년 반 만에 2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초반 스타트가 좋지 않았던 터라 반환점을 돌고 마무리를 향해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2부는 1부에서 뿌려 놓은 떡밥을 회수하는데 성공한다. 액션, 코믹 등 보는 재미도 괜찮다. 하지만 딱 그만큼 만이다. 멋지게 결승점으로 들어오기에는 태생적으로 힘이 부족하고, 뿌려 놓은 떡밥을 거둬드리는데 급급하다. 마치 2부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치보다 높게 잡고 가다 마지막에 가서야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회수에 무게 중심을 두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2022년 외계인 죄수들에게 쫓기던 중 가드(김우빈), 썬더(김우빈)와 함께 고려 시대로 도망친 이안(김태리)은 홀로 성장하며 신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신검을 찾아야 미래로 복귀하고,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 외계인 자장(김의성)은 이안을 계속 추격하고, 무륵(류준열)은 이안을 도와 적들을 막는다.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무륵 안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며 그를 계속 쫓고,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는 눈을 뜨기 위해 신검을 찾아 나선다. 한편, 2022년 서울에서는 외계인의 정체를 알게 된 민개인(이하늬)은 자신만의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 채비를 한다.
1부가 방대한 세계관을 소개하고, 인물들의 전사를 소개하는 등 빌드업에 치중했다면, 2부는 이를 발판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스피디한 전개와 화끈한 웃음, 그리고 이안과 무륵의 관계에 집중한다. 여기에 약간의 반전이 추가되면서 1부와 다른 2부만의 면모를 보여준다. 1부를 안본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초반 이안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사를 확인할 수 있으니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2부는 1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50여 가지의 편집본을 완성한 최동훈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이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스토리와 액션 등 장르 영화의 재미를 부각시켜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1부의 단점이 2부에서 충분히 메워졌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최동훈 감독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중심 주제가 이 시리즈에서는 너무 가볍게 다뤄지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러 인물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하나의 물건을 가지려는 케이퍼 장르의 특장점이 도드라져 있다는 것,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말맛이 넘치는 대사,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이를 알아가는 진득한 과정에 있다.
감독이 창조한 캐릭터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가명 혹은 1인 2역 이거나, (본의 아니게) 남을 속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범죄의 재구성>의 최창혁(박신양), <도둑들>의 마카오박(김윤석), <암살>의 안옥윤(전지현), 후자는 <타짜>의 고니(조승우),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왜 가명을 쓰고 남을 속이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저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찾아가기 위함에 있다. 특히 안옥윤은 후반부 쌍둥이 자매로 연기하며 자신은 친일파 집안의 딸임에도 이를 부정하고 독립군으로 사는 것을 결정한다. 고니는 구라가 판치는 도박 세계에서 발은 담근 후, 마지막 아귀(김윤석)와의 승부에서는 구라가 아닌 진실로 승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이 시리즈에서도 이안과 무륵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인간의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가는 설정에 기반, 자신의 몸에 설계자 혹은 누군가가 들어간 것으로 여기는 무륵은 계속 자신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갖는다. 얼뜨기 도사인지 설계자인지, 그렇다면 부채에서 검을 집어 든 도술은 누구의 힘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궁금증 말이다.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후반부 그는 이 모든 실타래가 풀린 후 멋지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한다. 이안도 무륵과 같은 내면의 여정을 겪은 후 똑같은 결과물을 얻는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얕고 빠르다. 무륵과 이안의 내면과 그 고민을 들여다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코믹함이 가미되고, 액션이 난무한다. 그리고 말 한마디와 장면 한마디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든다. 관객 또한 두 인물의 고민에 동참하고 그의 심리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그런 틈이 없다. 물론, 장르 영화에서 이런 부분은 부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면 마다 캐릭터와 상황이 붕 뜬 느낌을 주는 시리즈 특성상 조금이라도 지면에 발을 딛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꼭 필요했다. 그래야 캐릭터에 마음이 가 닿으니까 말이다.
극 중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의 활용도 아쉽다. 영화는 이 말을 빌려, 서로 다른 시간과 세계에서 온 이들이 관계를 맺고 힘을 합쳐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들의 관계, 더불어 결국 자신의 세계로 남고 떠나야 하는 이안과 무륵, 이안과 유사 가족(가드, 썬더)의 관계를 설명한다. 함축적으로 그 의미와 메시지 전달에 용이하지만, 주마간산의 느낌은 배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와 가장 닮은 <전우치>가 다른 전작들보다 완성도가 낮게 평가되는 건 이번 시리즈가 간과한 이 부분이 결여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우치>에서 마음이 가는 건 주인공 전우치(강동원)도,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인경(임수정)도 아닌 치매 걸린 노파의 예언(운명)에 굴복하는 화담(김윤석)이다. 도사인 줄 알았지만, 요괴였고, 운명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 운명에 따라가게 되는 이 인물은 전우치와 인경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전우치와 인경과 달리, 화담이란 캐릭터가 가진 무게감과 생각할 거리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외계+인 2부>는 재미있게 즐기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외계인이 나오고, 신선, 도사가 나와 한바탕 신나게 노는 영화가 이 세상 어디 있으랴.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뿐이다. 아쉽다. 360억 원의 제작비를 떠나서, 그동안 다수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해 나갔던 감독의 영화라서 더 그렇다. 인생은 ‘회자정리 거자필반’ 아니던가. <외계+인> 시리즈는 이제 떠나보내고, 감독의 장점이 담긴 작품으로 돌아오길. 갈고 닦은 그만의 신검으로 관객의 가슴에 '콱' 찍어주길 바란다.
사진 제공: CJ ENM
평점: 2.5 / 5.0
한줄평: 떡밥 회수 성공! 딱 그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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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주 최신개봉영화
2022년 2월 3주 개봉영화!
언차티드 Uncharted , 2022
톰 홀랜드! 새로운 영화에 도전하다
영화 "언차티드"는 세상을 바꿀 미지의 트레져를 제일 먼저 찾아야 하는 미션을 받은 '네이선'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위험천만한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입니다.
영화 "언차티드"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 홀랜드를 주인공으로 특유의 리얼 스턴트 액션의 매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또한 '베놈' 루벤 플레셔 감독과 '아가씨', '그것'의 정정훈 촬영 감독 등 월드클래스 제작진이 합세해
액션 어드벤처의 완벽한 세대교체를 예고해 영화 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상과 상공을 오가는 액션은 물론, 글로벌 로케이션으로 구현된 거대한 스케일 등
관객들이 함께 액션 어드벤처로 소환할
첫번째 추천영화 "언차티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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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리쉬 피자 Licorice Pizza , 2021
부기 나이트, 펀치 드렁크 러브, 데어 윌 비 블러드, 마스터, 등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영화 "리코리쉬 피자"는 사랑에 빠진 소녀 ‘개리’와 불안한 20대를 지나고 있는 ‘알라나’의 뜨거웠던 여름날을 그린 영화입니다.
"리코리쉬 피자"는 1973년의 캘리포니아 샌 페르난도 밸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샌 페르난도 밸리에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태어났습니다.
석유파동 같은 실제 사건을 비롯해 레트로 감성 가득한 배우들의 의상은 물론
특히 60~70년대에 사랑받았던 레전드 가수들의 명곡으로 꽉 채워진 OST는 플레이리스트만 봐도
영화가 담아낼 70년대의 분위기를 한껏 기대하게 만듭니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인기 있었던 레코드숍 체인의 이름을 영화제목으로 가져온 영화
두번째 추천영화 "리코리쉬 피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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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주술회전0 , Jujutsu Kaisen: Zero , 2021
일본 국내 발행부수 6천만부 돌파! 화제의 코믹북
슈에이샤 '주간소년점프'에서 연재 중인, 아쿠다미 게게의 만화 작품 '주술회전'은 2018년 3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태어나는 저주와, 그것을 주술로 퇴치하는 주술사와의 싸움을 그린 작품으로,
이미 18권이 발행되었으며, 일본 국내 시리즈 발행부수는 놀랍게도 6천만부를 돌파했습니다.
이러한 '주술회전'이 영화화 되는데요
"극장판 주술회전 0"는 '주술회전'의 시작을 알리는 프리퀄이자 입문자부터 찐팬까지
'주술회전' 시리즈의 가이드가 되어줄 첫 극장판 영화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핫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MAPPA,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인 박성후 감독,
최강의 제작진이 선사하는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을 모두 잊게 만드는
세번째 추천영화 "극장판 주술회전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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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카운터, The Town of Headcounts , 2020
CF,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아라키 신지’의 데뷔작
영화 "시크릿 카운터"는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남자가 우연한 제안을 받고,
일하지 않아도 의식주를 보장해 주는 기이한 마을에 가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입니다.
"시크릿 카운터" 역시 제1회 키노시타 그룹 신인감독상 공모전 준 그랑프리 수상작으로
빈부격차, 가정 폭력, 사이버 범죄 등 작금의 사회 문제를 가상의 유토피아와 연계한 획기적 발상과
완벽한 마을 뒤에 감춰진 비밀을 쫓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나카무라 토모야’ ,‘이시바시 시즈카’ , ‘타치바나 에리’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낙오자를 오히려 환영하는 꿈에 그린 유토피아 세계관!
네번째 추천영화 "시크릿 카운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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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 , 2019
일본 나오키상 수상 작가 이주인 시즈카의 단편 소설 영화화!
아쿠타가와상과 함께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의 양대 문학상으로 평가되는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작가
이주인 시즈카는 일본 대표 문학 작가로, 단편소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를 통해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상실의 아픔을 밝고 따뜻하게 풀어냈는데요
이 단편 소설을 영화로 재 탄생합니다.
"역으로 가는길을 알려줘"는 반려견을 만나 상실의 아픔을 알게 된 8살 아이의 성장통과 치유를 그린 영화입니다.
일본의 아역 배우 닛츠 치세는 첫 주연을 맡았는데요.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사야카’ 역에 캐스팅됐죠
베테랑 배우 오이다 요시와 닛츠 치세의 세대를 뛰어넘는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선보일
다섯번째 추천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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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불안을 넘어선 찬란한 10대의 시간
관객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그 진원지는 다름 아닌 <해피엔드>. 지진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은 물론, 저항심 가득한 10대의 마지막을 다루는 영화는 계속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청춘을 대변하는 반항과 자유의 에너지가 이곳저곳에서 뿜어지고, 이를 더 극대화하려는 듯 사회의 억업과 차별, 인권 침해 등의 강도를 세게 가져가는 이 작품은 마음을 흔드는 것도 모자라 테크노 사운드가 이끄는 비트로 계속해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리고 향수 어린 씁쓸함, 그럼에도 피어나는 희망이란 여진을 잊지 않고 전하며 끝내 벅차오름을 전한다.
근미래지만 현재처럼 보이는 도쿄. 공부보다 음악이 좋은 유타(쿠니하라 하야토)와 불알친구 코우(히다카 유키토), 그리고 음악 동아리 친구들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이들은 일생일대의 장난을 친다. 교장이 애지중지하는 노란색 스포츠카를 세워 놓은 것. 이후 학교는 발칵 뒤집어지고, 범인을 잡고 싶어 안달 난 교장은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학생 인권이 무시된 이 일 이후, 유타와 친구들은 점점 그들이 원했던 자유와 멀어진다. 이 상황에서 재일한국인 4세인 코우는 비로소 불합리한 세상에 눈을 뜨고, 절친했던 유타와의 관계는 멀어진다.
| 붉은빛의 실체는?<해피엔드>의 중요 키워드는 균열이다. 극 중 지진으로 인해 땅이 갈라지고, 관계가 갈라지는데, 중요한 건 이 균열이 잉태하는 것이다. 바로 불안. 내가 딛고 있는 이 땅과 그동안 맺어왔던 관계가 끊어진다는 그 불안은 시나브로 영혼을 잠식해 버린다. 영화는 이 과정은 물론, 이후 두 주인공이 개인과 사회의 불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이에 대한 힌트를 첫 장면에 배치한다.
영화의 시작은 붉은빛들의 일렁거림이다.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관객은 서서히 그 불빛의 근원지를 알게 된다. 바로 건물 옥상에 설치된 점멸등이다. 야간이나 안내, 비, 눈이 많이 오는 경우 비행 물체가 건물을 인지하도록 표시하는 빛인데, 이 장면에서는 위험 신호로 보인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불안 요소들이 즐비한 일본 사회가 더 큰 문제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등인 셈. 억압과 혐오 등으로 점철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는 영화는 이를 방증한다.
또 하나는 두 10대 소년의 시선과 이들의 미래다. 아름다운 불빛이 건물의 점멸등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더 넓어진 주인공들의 시선처럼 보인다. 그동안 아름답게만 보였던 세상(붉은빛)의 진실(건물의 점멸등)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20대가 되기 전인 10대의 마지막 시기에 두 소년의 변화하는 시선을 상징하는 듯한 이 장면은 영화가 끝난 후 재차 곱씹게 된다.| 흔들린다! 땅도, 사회도, 관계도
극 중 지진을 통한 균열은 땅은 물론, 사회와 관계를 뒤흔든다. 감독은 이 균열의 틈 사이로 비집고 올라오는 것들을 주목한다. 학교 내 지진이 발생한 이후 교장의 자동차가 크게 망가지는데, 이를 빌미로 교장은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도에 지나친 장난일 수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게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벌점을 부여하는 시스템인 것은 너무 과한 처사다. 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보금자리였던 음악 동아리방을 빼앗고, 일본인만 참여할 수 있는 자위대 관련 설명회를 열며 다른 나라 출신 학생들을 보란 듯이 차별한다.
영화는 학교라는 주요 공간을 일본 사회로 연결시켜,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불안을 미끼로 전체주의적 사고를 넓혀 이를 권력화하는 교장과 그를 추종하는 선생들의 모습은 마치 일본 내 우익 세력처럼 느껴진다.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행동의 당위성을 찾는 이들은 나라를 위해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과거 군국주의 일본 수뇌부들과 오버랩된다. 감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TV를 통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총리의 모습, 이를 통해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데모 현장을 그리며, 혼란스러운 일본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환경 속에서 10대 끝자락에 놓인 주인공들의 관계는 흔들린다. 특히 코우와 유타는 서로 대척점에 서는데, 같은 나이, 같은 교복,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이지만, 그동안 이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진실(국적 등)들이 올라오면서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위치에 놓인다. 다른 동아리 친구들도 각자의 길을 떠날 계획을 앞둔 상황. 이 사실이 가진 불안감에도 10대의 마지막까지 친구로 지내며 서로 웃고, 울며,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리고 불안함 속에서도 진실을 향해 손을 뻗고 행동하며 성장하는 이들의 변화는 그 자체로 긍정성을 전한다.후반부 이 변화의 힘으로 교장과 충돌하고 불합리함을 바로잡는 과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누구나 관통했던 시기였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을 사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아련함도 느껴지는데, 엔딩에서 유토와 코우가 헤어지는 뒷모습을 정지 화면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엔딩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 네오 소라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해피엔드>의 원래 제목은 ‘지진’이었다. 너무 직접적인 제목이라 <해피엔드>로 바꿨다는 감독은 극중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보여주는 ‘엔드’와 이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우정을 쌓는 이들의 감정인 ‘해피’를 접목했다고. 이 이질적인 두 단어가 착붙하며 멋진 엔딩까지 보여주는 영화의 힘은 차세대 일본 감독인 네오 소라에게 기인한다.
姑 류이치 사카모토의 아들인 네오 소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콘서트 필름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한창 주목 받는 감독이다. 일본보다 해외에서 더 오래 살며 제3자로서 본국을 바라보는 그의 객관적 시선은 영화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자신의 경험은 물론, 일본 내 벌어지는 사회 문제를 극영화로 잘 담은 연출력은 첫 장편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등 일본 영화 산업에서 긍정적(?) 균열을 일으키는 장본인답다.
연출과 더불어 영화의 매력에 영향을 주는 건 음악이다. 지진의 진동처럼 인물들의 마음속 비트를 일깨우는 테크노 사운드는 물론, 클래식 영화 작곡부터 테크노, 엠비언트 뮤직 등 다방면의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이는 리아 우양 루슬리의 음악도 한몫한다. 그는 '젊음에 대한 향수'와 '언젠가는 세상의 억압과 마주해야만 한다는 느린 깨달음'을 OST의 주요 테마로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유토와 코우의 만남처럼 피아노 멜로디와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절묘한 만남으로 탄생한 곡들은 영화의 매력을 살린다. 특히 오프닝, 클로징 테마는 무조건 강추다.영화의 제목처럼 유토와 코우의 작별은 ‘해피엔드’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작별 이후 이들은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시절을 관통한 각자에게 물어보면 다 알 것이다. 당시에는 죽고 못 살았던 친구들이 지금은 그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건 본인뿐만은 아닐 터. 하지만 그 순간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 균열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연히 과거의 친구를 만난다면 겨드랑이를 꼬집으며 말하고 싶다. 이게 우리의 해피엔드라고. 그리고 고맙다고.
사진제공: 영화사 진진
평점: 4.0 / 5.0
한줄평: 시대의 불안을 넘어서는 찬란한 10대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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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 공포영화? 이별영화?
사교(邪教)를 통해 보여준 예술과 종교의 존재에 대한 사유
눈부시게 아름다울수록 공포와 두려움은 커지고 기이한 오컬트 속에서 왠지 모를 위로가 느껴진다. 개봉 전부터 로튼 토마토에서 고득점을 하며 많은 관심을 받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 <유전>과 <미드소마> 모두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지만 <미드소마>는 <유전>과 달리 주인공을 불안과 어둠으로 둘러싸인 한 가정에서 개인으로 옮겨 귀신이나 신이나 초자연적 현상과 같은 요소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여주며 화려하고 이색적인 풍경에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기이함에 놓여 방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영화이다. 전작 <유전>으로도 큰 호응을 얻은 것도 한몫했겠지만, <미드소마>가 로튼 토마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데에는 수많은 걸작의 탄탄한 레퍼런스와 실제 연출을 위한 감독의 섬세한 연구 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미드소마>는 감독이 연인과 싸우고 쓴 각본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영화에서 연인의 관계, 결혼, 이별, 이혼 들을 통한 의존적 관계에 대해 고심한 감독의 노력이 다방면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국내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의 팬임을 밝히고 할리우드판 리메이크 작의 제작까지 참여 예정인 아리 애스터는 이 외에도 다수의 작품을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이미 여러 번 인터뷰에서 밝혔다. 시나리오 레퍼런스로 <결혼의 풍경(1973)>, <결혼과 이혼 사이(1981)>, 미장센 레퍼런스로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1964)>, <석류의 빛깔(1969)>,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2000)> 등 치밀하게 준비한 덕에 1970년대의 <위커맨(1973)>의 뒤를 이을 2019년의 포크 호러작 <미드소마>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이 돋보이는 미장센의 대표적인 예로, 영화의 초반부인 대니의 집의 벽에 걸린 축제를 벌이는 듯한 기이한 그림의 액자 등과 같이 많은 이스터 에그들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 사원이나 제물이 불에 타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감독은 버림받은 주인공이 과거와 연관된 물건들을 태우고 나서야 그 관계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처럼, 관계의 파탄을 보여줄 수 있는 전형적인 방식을 차용하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는 대니가 가족을 잃으며 시작하여 새로운 가족(공동체)을 얻으며 끝나는 시나리오와도 맞닿아있다.
아리 애스터의 또 다른 두드러진 연출로는, 다른 대중적인 호러물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남성 제작가의 시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릴러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부터 다수의 호러물, 스릴러에서 관객의 몰입도와 교감 신경 자극을 위하여 성적 긴장감을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미드소마>의 경우 ‘일반적인’ 성적 긴장감을 조성할만한 요소들이 다수 있으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수동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러한 감독의 시각의 영향으로 감독의 성장 배경 및 개인사를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이성애와 권력의 관계를 뒤집어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전 단편작 <The Strange Thing About The Johnsons>에서도 보이듯 동성애와 종교적으로 받은 억압이 감독의 시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종종 삐뚤어진 소망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감독은 관객들이 밝고 화려한 호르가 구성원들의 의식에 함께 빠져들기를 바랐을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자 감독이 정말로 전하고자 했던 장면은 바로 대니가 울자 함께 더 크게 울어주는 호르가 구성원들의 장면일 것이다. 주인공 대니가 겪은 어려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대니의 상실에 공감해주지 못하는 남자친구와 대니의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지만 울고 있는 대니의 옆에서 함께 울어주는 호르가 구성원들 중 후자를 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또한 주인공을 철저하게 상실로 인한 결핍 속에 배치한 뒤 서서히 권력을 부여하며 주인공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특이한 오컬트 영화로 포장했지만 속은 대니의 이별 영화인 셈이다. 예술이라는 기술이 하는 능력은 소외와 결핍을 공감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가진 또 다른 것이 종교이다. 기이한 행위들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그들의 사이엔 유대가 생기고 공감을 자아내 서로의 결핍을 채워준다. 따라서 영화라는 예술을 이용하여 종교의 능력을 보여준 것 자체가 예술로써의 역할까지 완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과 종교가 사회에서 유지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사유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장센적인 측면에서, 장르적 특성에서, 컬트 영화사의 한 작품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대니와 함께 울어주는 호르가 구성원들의 장면이다. 다양한 흥미로운 요소들로 꾸며진, 속은 제대로 된 알맹이 덕에 영화는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평을 받을 수 있었다. 단순한 오컬트 영화 이상으로 결핍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를 보여준 예술이라 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작품에서 보여줄 감독의 시선이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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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에게 관람을 권함
7★/10★
지푸라기가 깔린 사무실에 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밖에서는 누군가가 문을 두르리며 문을 열라고 소리친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남자를 부르는 소리가 점차 커진다. 사무실 안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한다. 창틀 위로 올라간다. 몸을 던진다. 즉사한다.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 비밀경찰로 일하는 볼코노고프 대위는 ‘쿵’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자신과 함께 반역자를 고문하던 소령이 죽은 채 늘어져 있다(소령 사무실의 지푸라기는 고문자의 피가 바닥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깔린 것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온 다른 대원들은 소령 근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소령의 시신을 수습한다. 볼코노고프가 건물 위를 올려다보자 누군가 고개를 내밀고 괜한 소란을 내지 말라는 의미로 입에 검지를 갖다 댄다. 볼코노고프는 직감한다. 상황 파악을 마친 그는 빠르게 결단한다. 문서 하나를 들고 건물과 조직을 탈출한다. 경찰은 바로 대위를 쫓기 시작한다. 대위의 주변 인물과 동료들은 볼코노고프가 반역자를 대하던 방식으로 심문받는다. 당과 조직의 충성스러운 하수인이었던 볼코노고프는 하루 아침에 자신이 좇던 반역자가 된 것이다.
과거 언젠가, 볼코노고프는 반역자들이 왜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고 결백을 주장하는지 궁금하지 않느냐는 상관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천진한 얼굴로 자기 나름의 생각을 말하는 그에게 상관이 웃으며 말한다. 그들이 진짜 결백하기 때문이라고. 그럼 왜 결백한 사람들을 부러 반역자로 몰아 처벌하는 걸까? 그들이 ‘믿을 수 없는 분자’들이기 때문이다. ‘예비 간첩’에 대한 예방 조치로서 의심 분자들을 척결하는 게 그들의 일이라는 것이다. 당이 반역자라 지목하면 그 사람은 반역자가 된다. 자살한 소령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볼코노고프의 차례다.
때문에 볼코노고프는 애초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탈출할 때 챙긴 서류를 들고 자신이 고문해서 받아낸 ‘자백’으로 처형당한 사람들의 유족을 찾는다.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다. 지금껏 자행되어온 반역자 처벌이 아무런 근거 없는, 공포를 낳기 위한 기계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기 자신이 반역자로 몰림으로써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볼코노고프의 모습과 그를 좇는 비밀경찰 조직원을 교차로 담아내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서사의 핵심은 볼코노고프가 과연 진정한 용서를 구하고 그를 밑절미 삼아 구원받을 수 있느냐다. 당연히 쉽지 않다. 파시스트도 버텨낸 아빠가 당신네들은 견디지 못했다는 한 피해자 가족의 말이 알려주듯, 용서를 구하는 일은 자기가 저지른 일이 야기하는 죄책감이 주는 통렬한 고통을 마주하는 일, 즉 자기 자신의 영혼을 찾아나서는 일이기도 하다. 체제의 당위성을 방패 삼아 마비된 채 잠자고만 있던 그의 영혼이 깨어나자 오랜 기간의 침묵이 고통스러운 윤리적 비용을 청구한다. 하지만 볼코노고프는 도망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그는 가해자고, 그보다 더 큰 고통을 겪어온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용서에는 둘 이상이 필요하다. 용서를 구하는 자와 용서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용서를 갈구하는 볼코노고프의 여정이 쉽지 않은 건 그의 윤리적 각성이 야기하는 고통 때문이기도 하지만, 용서해주겠다는 사람의 부재 때문이기도 했다. 영화에는 경찰에 쫓기며 만신창이가 된 볼코노고프가 한 아파트에서 경찰에 의한 고문으로 반역자로 몰려 피해를 당한 주민이 있는지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볼코노고프를 철저히 외면한다. 괜히 그와 엮였다가 불상사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들을 잃은 한 남자는 볼코노고프를 보듬는 척하며 그를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한다. ‘대중독재’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권력자의 폭력적 의지 관철은 독재의 한 축일 뿐이다. 독재는 그런 권력자에게 소극적‧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대중이 있어야만 완성된다.
언젠가 한 역사학자에게 한국은 유독 가해자의 반성과 성찰이 없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근현대사 내내 반복되었던 경찰과 군대의 폭력이 지금까지도 횡행한 시대인데도 ‘부역자인 내가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즉 우리에게는 볼코노고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그를 기꺼이 품어줄 대중의 용기도 필요하다. 용서를 구하는 볼코노고프의 용기를 외면하거나 악용한 사람들과는 달라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금 ‘공산주의자’, ‘빨갱이’, ‘체제 위협’ 등의 말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과거로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던 시대가 우리가 뽑은 최고 권력자의 호명을 통해 다시금 소환된 것이다.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영화 속 비밀경찰이 그러했듯, 의심 가는 사람들을 모조리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간다. 볼코노고프의 비극을 막으려면, 이런 유의 구분선 긋기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한번 전선이 만들어지고, 그에 기반한 폭력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이를 되돌리기 위해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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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결산 - 리뷰는 못 했지만 추천하는 독립영화 7작품 l 상 1편 ( #로그인벨지움 #빛과철 #혼자사는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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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따뜻한 연말 보내고 계신가요!
또 1년이 이렇게 지나가네요...! 어느덧 유튜브를 시작한지도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죠!
시기가 많이 아쉽긴 하지만, 더 많은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이번 연말결산 영상에서는 제가 리뷰는 못했지만 극장에서 보고 추천드리는 작품들을 준비해보았는데요!
영상이 조금 길어서 3작품, 4작품 나누어서 올릴게요 :)
그럼 내일도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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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박 공포, 소리내면 튀어나온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 리뷰!
콰이어트 플레이스 2편이 지난 주 개봉했습니다.
아무 소리도 없는 장면이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1편에 이어 이번 2편에도 소리를 활용한 공포가 잘 표현되어 있어요.
소리내지 않게 걷고 행동해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그들이 실수로 소리를 낼 때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공포심은 정말 심장을 튀어나오게 하는데요.
2편은 청각장애를 가진 딸의 모험과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소리를 듣는 괴물들도 열연을 펼치고 있죠. 소리만 나면 엄청나게 빠르게 뛰어옵니다. :)
영화에 대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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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 더 하이츠> 텐션 하이-츠 영상
꿈을 향해 더 크게 소리 질러!
'우스나비'에겐 도미니카 해변에 아버지의 상점을 다시 열고 싶은 꿈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친구 바네사에게 아직 고백 한 번 못한 채 망설이며 지내고 있다.
'바네사'는 동네 미용실에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도시로 나가려다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진다.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한 '니나'는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고,
연인 '베니'는 니나의 아버지이자 사장이 니나의 학비 마련을 위해
운수회사를 팔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스나비 가게에서 복권 당첨자가 나오고,
하이츠의 모든 사람들은 저 마다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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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토라는 남자> 메인 예고편
이렇게 젠틀한 꼰대의 러블리한 모습에 이웃도 고양이도 홀리게 된다는 학계의 정설! 오토의 정체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