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3-11-19 10:26:42
공백을 채우면 나아질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
영화 '독전2' 리뷰
※ '독전' 1, 2편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빈틈없이 꽉 채워나가는 플롯이 좋지만, 때로는 공백을 두는 게 오히려 나아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독전' 제작사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렸다. 1편에 남겨둔 스토리의 공백을 채우면 더 근사할 것이라는 믿음에 앞서 2편을 꺼내보였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그림이 되어버렸다.
'독전'은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이자 실체 없는 인물 '이선생'을 쫓는 형사 조원호(조진웅)와 이를 돕는 조직원 서영락(류준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독전'이 5년 전 개봉해 520여 만 명 관객을 동원했던 이유는 단순히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게 아닌, 영어제목에 걸맞게 '믿음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홀로 싸워나가는' 구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또 출연진들의 물 오른 연기력과 떼깔이 좋은 영상미, 음악 구성도 눈도장을 받았다.
이렇게 잘 마무리된 '독전'인데 2편으로 컴백했다. 이미 끝맺음을 맺었는데 새롭게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제작사인 용필름은 1편 스토리 중 용산역에서 펼쳐진 지독한 혈투 이후 노르웨이에서 원호와 영락이 재회하기까지 30일 간 사이 이야기를 채우는 '미드퀄' 형식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변화도 생겼다. 1편에서 서영락과 보령 역으로 존재감을 뽐냈던 류준열, 진서연이 하차하게 됐고, 이 자리를 오승훈, 한효주가 채웠다. 오승훈은 서영락 역으로, 한효주는 새로운 빌런 섭소천 역을 맡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전2'는 '독전'이 깔아 두었던 것들을 모조리 흩트려놨다. 2편으로 나오는 만큼, 전편과는 다른 차별점 혹은 개성이 있어야 하지만 시리즈로서 연속성을 이어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독전2'는 1편과는 동떨어진 느낌에 서사마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다.
리뷰 풀버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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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성장영화의 ‘백 점짜리 정답지’
<원더>는 설정 하나도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 가족은 중산층 이상의 가정환경과 좋은 학군지에 살고 있는 백인 핵가족이다. 화목하고 유머러스한 가족 분위기는 물론이고, 주인공인 어기도 수술실과 집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음에도 굉장히 밝은 성격을 보여준다. 진행을 위한 부분들을 제외하고, 현실에서는 굉장히 이질감이 들 완벽한 가족을 영화 속에서 만든 것이다. 영화는 완벽한 통제 속에서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진행을 보여준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원더>에서는 <귀여운 여인>, <노팅 힐> 등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은 줄리아 로버츠와 최근 디즈니+ 드라마 <로키>의 모비우스 역으로 친근한 오언 윌슨의 부모로서 한 발짝 뒤에서 보여주는 연기를 볼 수 있다. 많은 영화의 중심에서 활약한 두 배우의 노련하고 안정적인 연기는 어린 어기와 비아 뒤에서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었고, 영화 전반적으로 가족, 성장이라는 장르에 맞는 톤을 유지해 준다. 거기에다가 어기 풀먼 역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얼굴 전체를 덮는 특수분장을 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중 졸업여행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 때 강을 바라보며 울컥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있자면 일렁이는 강물처럼 먹먹한 감정이 밀려온다.
크고 작은 갈등, 힘겨울 때 꼭 옆에 존재하는 조력자, 그리고 이후 짜여진 듯이 술술 해결되는 문제들까지, 필연적으로 성장영화는 다르면서도 유사한 양상을 따르게 된다. 수학 문제처럼 주인공에겐 성장을, 관객들에겐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원더>도 다른 외모로 인해 고통받지만, 내적으로 성장하는 ‘어기’부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엄마 ‘이자벨’까지 주어진 공식 내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이처럼 특정한 수식으로 시작해 해피엔딩이라는 답을 내는 다양한 풀이 과정 사이에서, <원더>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성장영화의 ‘백 점짜리 정답지’라 부르고 싶다. 혹자는 완벽한 정답지는 지겹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것을 찾기보단 완벽한 정답지에서 오는 편안함을 즐기는 것은 어떤가. <원더>에서 오는 편안함은 보고 난 직후, 더 나아가 당신의 남은 날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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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한 그때의 힘
실패의 느낌을 나는 통각으로 기억한다. 무언가 잘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덜컥 접할 때,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라든지 실연당했을 때라든지 뭐 그런 때. 몸인지 마음인지 알 수 없는 어딘가 갑자기 주사기가 꽂힌 것처럼 그 자리에서부터 아릿하게 통증이 퍼지고 눈물이 고이는 그 기분.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하겠지만 사실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그런 느낌이 있다. 실패감과 자괴감, 무력감과 절망감이 몸을 뒤덮는 아픔.
그리고 그게 두렵기 때문에 때로는 올인해야 하는 순간에 주춤거리게 되기도 한다. 있는 힘껏 몸을 던져야만 공중그네를 탈 수 있는데 떨어질까 두려워서 몸이 빳빳하게 굳는다. 다음 그네를 잡지 못하고 떨어져 버리는 순간의 아찔함이 자꾸 뇌리를 울려와 뛸 수가 없는 그런 마음. 그러나 그럴 때야말로 있는 힘껏 뛰어야 한다. 공중그네를 잡지 못하고 떨어진다면 그 이유는 분명 그 두려움이니까. 그러니까 못 할 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될 일도 그르친다고, 그러니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이야 쉽지. 모든 희망의 말에 냉소적이 될 만큼, 나는 계속 그런 두려움에 주춤거리고 있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이 영화가 너에게 많은 힘을 줄 것 같아.
나한테는 그런 영화였거든.그때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주연 배우는 마리옹 꼬띠아르라 했다. 그럼 시놉시스는? 복직을 앞둔 직원 산드라의 회사 동료들이 산드라의 복직과 보너스 중 보너스를 택했고 산드라에게는 이제 돌아갈 자리가 없어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작업반장이 협박조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된다. 산드라는 16명의 동료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그들을 설득해 보려 하고, 주어진 시간은 주말 이틀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deux jours, une nuit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고, 또 다른 제목은 '내일을 위한 시간'이다.
이게 논술 문제라고 하면 차라리 뭘 좀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인데... 영화 시놉시스라니 별로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아름답고 강한' 마리옹 꼬띠아르라면, 아마 부당한 현실에 목소리를 높이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꼿꼿한 인물이 투쟁을 하는 모습이 감동적인 그런 영화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된 지 5분 만에 내 예측은 무참히 깨졌다. 푸석한 얼굴로 소파에 누워 눈을 붙이고 있다가 받은 전화, 전화를 받는 그 짧은 시간에도 오븐에서 타르트를 꺼내고 칼로 자르는 그 일상적 허드렛일의 느낌... 거의 도망치다시피 뚝 전화를 끊은 산드라의 얼굴에는 마리옹 꼬띠아르가 보여주는 강인함도 아름다움도 없었다. 다만 실패의 통각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고통스러운 인간의 얼굴이었다. 억지로 신경안정제를 꾹꾹 눌러 삼키는 건 또 얼마나 익숙한 풍경인가. 울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저 표정을 지을 때의 마음과 생각과 얼굴 근육이 어떤 느낌인지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일 것이다.
영화는 단조롭다. 처음에 전화를 걸어주고,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입장의 사장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함께 내 준 동료도 있고, 전화 한 통으로 바로 산드라의 복직 찬성에 표를 던지겠다고 말해준 동료도 있지만, 그 외에는 모두 산드라가 주소를 알아내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상황을 설명하고 부탁하는 내용이다.
산드라의 대사는 계속 똑같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이고, 이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재투표를 할 거고, 쉽지 않겠지만 날 위해 투표해 주면 좋겠어. 매번 벨을 누르기 전에는 긴장하고, 잘 되면 얼떨떨해하면서도 환한 웃음이나 감격의 눈물이 나오지만 잘 되지 않을 때는 또다시 나락으로 빠진다.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감정만큼은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다. 아니 오히려 그간의 노력을 다 수포로 돌리게 될까 봐 두려워서인지 점점 더 괴로워한다.
그만 하고 싶어, 그냥 관둘래,라고 말하며 울기도 여러 번 한다. 심지어 남은 신경안정제를 모두 다 한 입에 털어 넣기도 한다. 산드라는 많이 아팠고, 아프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아직도 건강하지 않다. 희로애락을 가파르게 오고 가야 하는 이 시간, 잘못한 게 없음에도 머리를 숙여야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조르듯이 부탁해야 하는 이 입장이 산드라에게는 쉽지가 않다.
절망과 희망을 오고 가다 산드라가 주저앉을 때마다 붙잡아 주는 건 그 남편 마누다. 마누는 산드라의 아픔에 같이 한숨 쉬고, 단조로운 몇 마디 말을 건네고, 그리고 그럴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산드라가 울면서 그냥 다 관두겠다고 할 때도, 신경안정제를 한번에 먹어 버렸을 때도, 병원에 누운 산드라가 미안하다고 말할 때도, 마누는 그렇게 단조롭고 평면적이다. 산드라가 걱정하는 일들이 마누에게도 큰 걱정거리일 텐데도, 산드라가 신경안정제에 과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산드라를 신경 써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가사가 잘 들리지 않도록 소리를 줄일 만큼 예민하게 신경 쓰고 있으면서도 그는 자기 톤을 고요하게 유지한다. 마누는 반짝반짝 웃는 얼굴로 희망을 말하지도 않고, 대본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지도 않을 단조로운 몇 마디 말만을 한다. 그러나 그 말과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가 산드라를 지탱해 준 힘이었다. 그러나 산드라가 그 힘을 직접적으로 느끼거나 그런 마누가 빛을 발하는 장면 같은 건 없다. 그냥 산드라는 허덕이는, 절망에 빠진 사람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사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엄청난 대형 사건보다 매일 반복되는 것들일 때가 많다. 그리고 우리를 그런 일상에서 구원해 주는 것도 그런 사소함이다. 공원에서 같이 먹는 아이스크림, 점심 먹고 고르는 커피 한 잔, 뭐였다고 딱 잘라 말할 수도 없는 매일 비슷비슷한 반찬과 이불 무늬 같은 것들. 그리고 그 순간마다 계속 함께 있는 사람들. 마누는 산드라에게 그런 사람으로 있어 준다.
주변 인물이 마치 게임 속의 성직자처럼 몇 번 힘을 부어주고, 그러면 주인공이 빙의라도 된 것처럼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 으랏차차 최종 보스를 무찌르고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버리는 구도는 사실 만화 속에나 있다. 우리 사는 세상에 그런 슈퍼히어로는 몇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고, 그러니 이 영화도 구태여 말하지도 강조하지도 않고 슥 담았다.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이라고 해서 "1박 2일"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절망에 빠져 날려버린 한 번의 밤을 제외한 이틀이었다. 산드라는 계속해서 동료들을 찾아다닌다. 동료들의 상황과 사정도 모두 다르고, 입장도 모두 다르다.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동료들을 범주화하지 않으려고 공 들인 느낌이 물씬 난다. 동료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는 것은 물론이다. 전화로 간단하게 찬성표를 약속한 동료조차도 이름이 카데르라는 걸 몇 번이나 불러준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입장을 말하는 동료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료들 중에는 공교롭게도 이혼을 결심한 여자 동료가 두 명이 있는데, 한 명은 지금 생활을 버리고 남자친구와 새 출발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며 딱 잘라 거절한다. 다른 한 명은 남편이 절대 안 된다고 돈이 빠듯하다며 펄펄 뛰는 걸로도 모자라 산드라에게 뻔뻔하다고 욕하는 걸 두고 그 집을 나와 버린다. 그리고 산드라를 위해 투표하겠다고 하며, 같이 차를 타고 가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클럽에라도 간 것처럼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시원한 장면이다. 이 영화에 음악이 강조되는 부분은 자동차에서 음악을 듣는 두 장면뿐인데, 각각 가사를 유심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이민계 동료들도 있다. 부득이하게 둘 다 집을 비운 상황이다. 휴일이라고 쉴 수 없는, 다른 일을 또 해야 하는 고단한 생활이고 그러니 더더욱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한 집에서는 동료의 아내가 집을 비운 그에게 전화를 걸어 산드라가 알아듣지 못하는 자기들의 언어로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하고는 짤막하게 거절의 의사를 전했다. 나가는 길에 급하게 물을 사던 슈퍼마켓에서 마주친, 박스를 나르고 있던 그는 여전히 불편해하면서도 도저히 안 된다고 딱 잘라 이야기한다.
다른 동료는 축구장에 있었다. 마찬가지로 일을 하고 있던 참이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와서는 준비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놓는 산드라에게 오히려 눈물을 흘리며 그런 투표를 해서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고, 찾아와 주어 고맙다고, 당연히 네 복직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이야기한다. 미쟝센에 정말로 햇빛이 많았는지 아닌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 머릿속에서 이 장면은 축구장의 잔디밭 위로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장면처럼 기억되어 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를 노스탤지어를 자아냈다. 그의 이름은 티무르였는데, 나는 막연하게 그의 먼 선조를 상상해 보았다. 집에 들어온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고 여유로운 얼굴로 벙글벙글 웃고 있었을, 그의 머나먼 조상의 삶에 비하면 오늘 그의 삶은 얼마나 빠듯하고 이방인의 것이 되었나. 그럼에도 그 풍족한 마음은 잃지 않아서 그는 산드라에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인사하며 눈물 흘릴 수 있었다. 나는 그 이전의 동료가 보인 불편한 표정도 이 눈물과 다르지 않다고, 내가 상상한 선조 대였다면 분명 그도 넉넉하게 웃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산드라에게 벌컥 화를 낸 사람도 있고, 생활에 지친 얼굴로 삶의 경비를 헤아려 보며 안 된다고 조곤조곤 설명한 사람도 있었고, 산드라 복직의 당위성 자체를 못 느끼는 사람도 있었고, 집에 없는 척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린 제롬의 집에서 산드라만큼이나 어려운 제롬의 선택을 듣는다. 산드라의 복직에 찬성해야겠지만, 그러면 계약직인 제롬은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하게 될 게 뻔했다.
아, 계약직. 70-80년대 노동의 아픔이 집약된 단어가 저임금이라면 오늘날의 아픔은 계약직이라는 단어로 수렴되는 거 아닐까. 그 아픈 단어까지도 동료들 안에 담아낸 이 넓은 스펙트럼. 제롬의 말투가 덤덤해서 더 곤혹스러웠다. 아무튼 산드라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월요일 아침 8시, 작은 회사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누구도 악역은 없는데 누구나 괴로운 시간이었다. 협박조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는 작업반장조차도 산드라에게 자기 정말 그런 적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은 진실일까?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두세 명만 돌아와도 이야기는 와전될 수 있고, 입장의 차이가 첨예한 이런 때도 물론 예외는 아닐 테니까. 아무튼 작업반장까지 포함해 절대악은 없지만 피해는 생기는 괴로운 상황이 되었다.
투표의 결과는 8대 8. 최선을 다했지만 과반수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산드라의 복직은 성사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소식,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소식, 누군가에게는 복잡 미묘한 심경이 드는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산드라는 담담하다. 오히려 선심 쓰듯 산드라에게 '계약직 기간이 끝나면 복직시켜 주겠다'는 사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일어날 여유도 생겼다. 그리고 회사를 빠져나가며 마누에게 전화를 걸고 씩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
맞다. 산드라는 싸웠다. 동료를 설득한 게 아니라 삶과 싸웠다. 그리고 이건 패배일까 승리일까? 객관적인 지표가 변하는 건 별로 없다. 처음에 산드라가 울면서 이야기했던 괴로운 일들이 다 일어날지도 모른다. 임대 아파트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고, 생활은 더 빠듯해질 것이며,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날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마누의 한숨이 늘고 산드라가 눈물을 훌쩍거리는 날들이 또 있을 수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은 정말로 내일을 위한 시간이었다. 산드라는 그 시간 동안 건강해졌다. 복직은 하지 못했지만 다른 일을 구해서 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여태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한 번 병원균에 맞서 본 몸은 항체를 만들어낸다. 한 번 싸워본 사람은 싸움의 감각을 익힌다. 그렇게 우리는 연약한 와중에 실패와 싸우며 역설적으로 강해진다. 실패한 사람도, 실패가 두려워 발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다 그렇게 나아갈 수 있다. 대단한 업적이나 따스하고 예쁜 말이 아닌, 별 거 아닌 일상성으로 다르덴 형제는 우리를 위로한다. 나도 당신도 약하고 두렵지만 분명 그렇게,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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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영화를 위한 영화
영화 리뷰에 앞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우선 영화의 장르는 예상컨데 코미디이다. 근데, 뒷자리 앉은 관객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나 울컥했어. 너무 슬퍼" 라는 말을 했다. 왜인지 이해와 공감이 충분이 가는 대사다. 코미디인데 왜 슬프냐면, 이 영화는 누군가에겐 다큐멘터리다.
영화 감독 '000'
영화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받은 '지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연출인 줄알았는데 실화였다고 한다.) '지석'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지만, 오래 사귄 여자친구의 아버님에겐 그저 '영화 감독이라는 꿈을 꾸는 능력 없는 남자친구' 일 뿐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고 또 쓴다. 이번 시나리오 주제는? '장인을 죽이는 사위' .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제작사에 찾아가본다. 제작사에서는 "돈이 되는 영화가 아니다." 혹은 "저예산으로 찍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 그걸 찍어달라"라는 부탁만 한다. 이들에게 지석은 그저 영화제에서 대상 받은 가성비 감독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 모임에선 그저 '감독'에 대한 한탄만 있다. '요샌 개나 소나 다 감독' '영화제목과 배우만 기억하는 요즘' 이라는 키워드로 불평불만을 쏟아내지만 결국 유의미한 소득은 없다.
영화 감독 '지석'은 극단 출신이다. 극단 동기였지만 지금은 대스타가 된 '명성'이 '지석'의 영화만 같이 해준다면, 투자와 나머지 캐스팅은 쉬워진다. 하지만 극단 시절 여자를 사이에 두고 다툰 그들은 멀어진 상황. '지석'은 창피함을 감수하고 '지석'을 찾아가지만... 소득은 없다.
그녀의 등장
그러던 중, 등장한 '미란'. '미란'은 어디서 본 듯, 한 그런 조단역을 맡았던 여배우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미국에서 살며 배우의 꿈을 접고 행복하게 살던 중 시한부에 걸린 것. 그런 남편이 5억을 투자할테니 '지석'에게 영화를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나름(?)의 고민을 하던 지석. (사실 고민은 3초컷) 결국 '미란'과 함께 영화를 찍기로 한다.
스태프들도 구하고, 배우 오디션도 보고, 헤드들도 구하고. 예산이 넘쳐나니 로케이션 헌팅도 즐겁다. (지석의 전작품은총 예산이 3,000만원 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들에게 시련이 생긴다.
눈이 즐거운 카메오의 출연
'어! 나 저 배우 아는데'의 연속이었다. 박호산·봉만대·모그·대도서관 등 화려한 카메오들로 구성되어있다. 인상 깊었던 카메오의 장면은 '잘나가지 않는 감독'들의 모임에서 실제 '모그 음악감독'이 출연해서 놀랐다. (아래 사진)
영화를 위한 영화
사실 영화를 전공해서 독립 단편영화를 촬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영화를 보니 참 애틋했다. 심지어 대학생이었던 시절 영화 제작 PD를 맡았을 땐, 한끼 식사를 1,400원 야채김밥을 할 지 좀 더 무리해서 2,000원의 봉구스 밥버거를 할 지가 최대 고민이었다. 지금은 현장일을 하지 않았기에 잊고 있었는데 '영화로 만들려고'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아직 상업 영화가 아닌 현장은 이렇구나.
그럼에도 '영화'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기에, 지금 내가 있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에 주고 싶은 키워드는 영화를 위한 영화다.
정형석 감독님은 사실 이 작품으로 알게되었는데, 이 작품이 다섯 편째 장편 영화라고 한다. 정형석 감독님이 궁금해지는 영화다.
EDITOR_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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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한정된 공간에서 액션을 능숙하게 연출한 점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후반에 등장하는 에이리언 최종 보스를 충격적이고 기괴한 새로운 형태로 그려내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국내에서는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누적 관객 수 120만 명을 넘기며 1위에 올랐고, <파일럿>은 425만 명을 넘기며 2위를, <늘봄가든>은 20만 명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북미에서는 <데드풀과 울버린>이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밀어내고 다시 1위에 올라섰습니다. 국내에서 196만 명을 기록한 <데드풀과 울버린>은 북미에서만 5억 8,88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로써 <데드풀과 울버린>은 <조커>를 누르고 역대 R등급 최고 흥행작 반열에 올랐습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에 뒤이어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2위, <잇 엔드 위드 어스>가 3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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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왕실 탈출 전 3일간의 이야기
작년에 시사회를 갈 때부터 영화 <스펜서>의 예고편과 티저 영상이 항상 광고로 나오기도 했었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역시 기대되는 게 컸어서 언제 개봉하나 기다리고 있었던 영화 <스펜서>. 사실 예고편을 볼 때부터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스펜서는 무슨 의미일까? 왜 영화 제목이 스펜서 일까? 궁금했었는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본래 성이 스펜서였다. 이렇게 무지할수가! 상영관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기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생애를 검색해서 쭉 훑어봤다. 영화 <스펜서>를 보기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스펜서> 시놉시스영화 <스펜서>는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녀의 전 생애를 다룬다기 보다는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3일 간 펼쳐지는 왕실 행사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감정변화를 큰 이야기 줄기로 보여주고 있다. 3일간 자신의 본가 근처에 있는 왕실 별장에서 머물면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겪은 부담과 압박 그리고 해방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고 있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스펜서>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보는 내내 우울하다
영화 <스펜서>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딱 들었던 생각은 ‘금요일인데 우울하다’ 였다. 분명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의 내용이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압박감과 부담감을 다룬 내용이다보니 보는 내내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기대를 충족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너무 강력해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캐릭터의 우울함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던 경험이 별로 없어서 솔직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굉장히 따뜻하고 행복한 기념일인데, 영화 <스펜서> 속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압박감 그 자체인 크리스마스여서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우울함과 안타까움을 극도로 느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전 세계 27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머리스타일부터 제스처, 그리고 억양까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게 등장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겪은 거식과 폭식증, 연약한 내면의 모습과 이곳을 탈출하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같은 상반된 요소들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압박감을 표현하다
인스타를 보다보면 영국 왕실의 규칙이나 관행들을 엿볼 수 있다. 남자 아이들은 어떤 옷을 입어야하고, 왕비나 여성들은 어떤 옷, 그리고 대공이나 왕들을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그 드레스코드들이 항상 정해져 있다는 것이 신기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이 반영되어 변주가 가능한 것인줄 알았는데 영화 <스펜서>를 보니 아니었다. 만찬 때 입어야 할 옷, 교회를 갈 때 입어야 할 옷, 저녁 식사 때 입어야 할 옷 등 하루에도 매번 옷을 갈아입어야 했고, 그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가 올라가는 타협의 여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체제였다.
모두의 선망을 받고 부러움을 받는 자리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의사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영화 <스펜서>에서는 옷과 음식들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서는 절대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안되고, 코스 요리에 맞춰서 음식을 먹어야 하며 정해진 식사 시간이 존재하는 이 융통성 없는 식사라니. 저런 곳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에 신기하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혼란함과 불안함을 표현하다
영화 <스펜서>를 보면서 생각났던 작품은 영화 <블랙스완>이었다. 영화 <블랙스완>은 백조 연기는 잘하지만 관능적인 흑조 연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는 주인공이 정신분열 증세를 겪으면서결국에는 흑조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지만 자신의 목숨까지도 잃게 되는 스릴러 작품이다. 물론 영화 <스펜서>가 스릴러 물은 아니지만 약간의 환각 증세를 보이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을 보면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애나는 영국의 왕 찰스에게 살해당한 왕비 앤의 모습과 자신이 비슷하다고 느끼면서 앤의 환영을 계속해서 본다. 그리고 자신을 잘 챙겨주던 메기의 환상 역시 보게 된다. 환영 속 메기와 앤은 다이애나 자신을 찾아가라며 용기와 응원을 북돋아주고 결국 다이애나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던 진주목걸이와 드레스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아들들을 데리고 별장을 떠난다. 자유롭게 떠난 그들은 가장 먼저 치킨을 먹으러 가면서 그 자유를 만끽하고, 다이애나는 스스로를 스펜서라고 다시 부르며 왕실의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분명 영화 자체는 자유를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다이애나의 씁쓸한 미소를 보면서 그녀의 마지막 생을 생각하게 되니 극 전반에 퍼져 있던 우울감과 압박감을 날려버리진 못했던 것 같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왕실 탈출 전 3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펜서>. 그녀가 어떤 압박감을 견디다가 왕실을 떠나 본인의 이름을 다시 찾게 됐는지 다이애나의 감정 변화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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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영혼을 위한 영화 "소울 (SOUL)"
<영화 정보>
개 봉 : 2021.01.20.
등 급 : 전체 관람가
장 르 : 애니메이션
국 가 : 미국
러닝타임 : 107분
배 급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소개>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영화내용>
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으로 일하는 조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들은 날 꿈에 그리던 무대인 도로테아가 있는 재즈 밴드와 함께 저녁에 하프노트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된다.
너무 기쁜 조는 하프노트에서 나와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집으로 돌아가던중 도로 중간에 뚜껑 열린 하수구에서 실수로 빠지게 되고 몸과 분리된 조의 영혼은 '머나 먼 세상'으로 가는 계단으로 순식간에 이동하게 된다. 자신이 어디있는지 알게 된 조는 뒤에 보이는 지구로 역주행 하지만 다른 공간인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지게 된다.
'머나먼 세상'의 회계사인 테리는 영혼 한 명이 없어진 걸 알고 찾아다닌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 조는 태어나기 전 세상의 카운슬러 제리들을 만나게 되고 제리들은 조를 새로운 멘토로 착각한다.
살았을 때 위대한 업적을 이룬 영혼이 멘토가 되어 새롭게 태어날 영혼들인 멘티를 이어주는 '유세미나'에서 조는 영혼 22를 만나게 된다.
'태어나기 전 세상'은 새로운 영혼들이 지구로 가기전에 독특한 자신만의 성격과 관심사를 부여받는 곳으로 여러 멘토들의 도움으로 여러 직업을 체험해보면서 자신의 주요 재능이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이 완성되고 지구로 돌아가 새로 태어날 수 있다.
조는 다른 머나먼 세상으로 떠나다 떨어졌기 때문에 멘토가 아니었고 아동심리학자였던 다른 멘토의 이름표로 멘토 역할을 하게 된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구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아하는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영혼 22는 무하마드알리, 간디, 마더테레사, 링컨 마저 포기한 영혼이다.
조는 저녁 하프노트의 재즈 공연에 서야 했기에 영혼 22의 지구 통행증의 마지막 칸인 관심사를 채워서 지구 통행증을 자신이 가지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고 영혼 22는 지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 서로에게 좋은거라 생각하며 22 역시 조의 거래에 적극 참여 하기로 한다.
조와 22는 모두의 전당으로가 22의 관심사를 찾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22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던 중 22는 조를 데리고 길 잃은 영혼들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는 자신의 일에 집중해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진 지구의 영혼들이 오기도 하는데 그곳에는 긍정적인 일에 대한 무아지경 상태도 있지만, 집중을 넘어 집착을 하게 되면서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진 길 잃은 영혼들이 오기도 한다. 이런 길 잃은 영혼들을 지구의 모습과 연결해 집착의 무아지경에서 구출해 내는 문윈드를 만나게 되고 문윈드의 도움으로 병원에 혼수상태에 빠진 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조는 마음이 더 조급해진다.
문 윈드의 도움으로 집중을 통해 지구에 있는 자신의 영혼과 연결을 시도하다가 문윈드가 만든 홀로 영혼 22와 함께 떨어지게 된다.
지구로 떨어진 조와 영혼 22는 서로의 모습에 당황한다.
조의 영혼은 혼수상태에 빠진 조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치료용 고양이 미튼스의 몸에 들어가게 되고 영혼 22의 영혼이 조의 몸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고양이 미튼스의 주인이 미튼스를 데리고 가려고 하자 조의 몸에 들어간 영혼 22는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해 시간을 번 사이 둘은 병원을 도망친다.
그리고 둘이 지구로 오는데 도움을 준 문윈드를 찾기 위해 문윈드가 무아지경에 빠져 있는 뉴욕의 거리로 찾아 나선다.
둘은 문윈드를 찾게 되고 문윈드는 둘을 돕기로 하고 5시 30분까지 하프노트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옷을 갈아 입기 위해 조의 집으로 가던 중 환자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조의 모습을 보게 된 도로테아는 조를 이상한 사람으로 착각해 저녁 공연의 피아노연주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린다.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조는 도로테아밴드의 드러머의 도움으로 공연보다 일찍 하프 노트에서 만나기로 한다.
조 대신 조의 흉내를 내고 있는 영혼 22는 난생처음 피자, 도넛, 사탕을 맛 보게 된다. 그리고 조의 머리를 깎기 위해 들른 이발소에서 자신을 비아냥 거리던 친구를 영혼22만의 방법으로 내쫓고, 오랜시간 함께 했던 이발사 친구의 속사정까지 듣게 된다. 그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 몸에 들어간 조는 그동안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몰랐던 점을 영혼22 덕분에 알게 된다.
그리고 옷을 수선하기 위해 엄마에게 찾아갔지만 엄마는 이미 조의 재즈 밴드 공연 소식을 알고 정직원 자리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영혼 22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엄마를 설득하고 엄마는 조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숨겨놨던 정장을 꺼내며 조가 입고 갈 수 있도록 즉석에서 수선을 해준다.
공연을 하러 가던 중 나무에서 떨어지는 단풍나무 씨앗을 본 영혼 22는 지구에 와서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고, 맛보면서 삶의 기쁨을 알아가게 되고 더 경험해 보기 위해 조의 저녁 공연에 가지 않기로 하고 도망을 간다.
그 시간 회계사 테리는 누구의 영혼이 없어졌는지 찾게 되고 지구로 간 조와 영혼 22를 찾기 위해 지구로 내려와 있다.
영혼 22를 잡기 위해 따라가던 조는 테리가 둔 덫에 걸려 다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오게 되고 둘은 영혼의 모습으로 바뀐다.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 온 영혼 22의 가슴에 붙어 있던 지구통행증은 완성이 되어 있고, 제리들은 영혼22 에게 축하해준다.
하지만 이를 본 조는 자신의 몸속에 들어갔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취향으로 인해 음악을 좋아한다고 느꼈고, 여러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던 거라며 소리를 지르고 영혼 22는 화가나 지구통행증을 조에게 던지고 사라진다.
조는 제리로 부터 Spark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영혼이 살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듣게 된다.
지구통행증을 주운 조는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그 순간 영혼 22는 자신의 Spark와 목적을 찾아야 한다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길 잃은 영혼이 되어버린다.
지구로 돌아온 조는 도로테아에게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후회할거라고 말하며 한 번 더 무대에 오를 기회를 갖게 된다.
그날 저녁 조는 최고의 연주 무대를 보이고 조의 꿈을 인정해준 조의 엄마도 공연을 보러 왔다.
그동안 그토록 원하던 무대에 서서 최고의 뮤지션들과 연주를 하게 되면 자신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그 꿈을 이룬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도로테아가 들려주는 바다를 찾는 어린 물고기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집으로 돌아간 조는 영혼 22가 모아놨던 피자조각, 도넛조각, 사탕, 단풍나무 씨앗들을 모며 무아지경의 상태에서는 길 잃은 영혼들이 가는 곳으로 가서 문윈드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피아노 연주에 몰입한다.
영혼 22에게 사과하고 싶었던 조는 문윈드에게 22의 소식을 듣지만 영혼 22는 잃어버린 영혼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조는 문윈드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영혼22는 오직 목적을 찾아야 한다는 것과 그동안 자신을 담당했던 멘토들이 쏟아냈던 온갖 나쁜 말들을 기억하며 자신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고 해낼 수 없는 영혼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고, 그런 영혼 22를 쫓아가 조는 단풍나무 씨앗을 건냈다. 그러자 영혼 22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는 사과를 한다.
그동안 조는 자신의 꿈과 삶의 목적은 재즈 음악이었고, 성공한 재즈 뮤지션이 되고 싶었지만 영혼 22를 보면서 삶에는 어떤 특정한 목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삶은 성공과 실패로 나누어 지는게 아니라 그저 매 순간 살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사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바로 앞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혼22는 조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지구로 내려가고 조는 자신이 가야했던 '머나먼 세계'로 가던 중 제리를 만나게 된다.
제리는 조의 모든 행동이 그들에게 영감이 되었기에 다시 한 번 더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상을 해주겠다고 한다.
정확한 숫자에 집착하는 회계사 테리는 한명이라도 빠진걸 안다면 다시 찾아 나설것이기 때문에 제리들은 몰래 테리의 숫자판을 바꾸고 조가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리는 조에게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낼거냐고 묻는다.
조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매 순간 순간을 살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 속 대사>어린 물고기가 있었어.
그 어린 물고기는 나이 든 물고기에게 다가가
"전 바다라고 불리는 엄청난 것을 찾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 때 나이 든 물고기는 "그건 지금 네가 있는 곳이야"라고 말했어.
그러자 어린 물고기는 "여기는 물이에요. 내가 원하는 건 바다라구요"라고 말했어.
그 작은 순간들이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 줬어.<리뷰>
픽사의 애니메이션인 '소울'은 누가 봐도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사후 세계와 태어나기 전 세계를 보여주고,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의 목적 보다는 하루하루 순간에 감사하며 즐기며 살아가야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지구는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라며 수 천년 간 다시 태어나길 거부해온 영혼 22가 조의 몸에서 잠깐 경험해 본 것 만으로 지구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태어나기 전 세계로 돌아갔을 땐 지구 통행증이 완성되어있다.
처음엔 지구통행증이 완성되는 마지막 Spark가 재능이나 지구에 가서 하고 싶은 일 등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혼 22가 지구에서 경험한 건 특정한 무엇을 하고싶은것이 아니라, 그토록 가기 싫어했던 지구가 아름다워보이고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멘토와 연결해 멘토링 과정에서 여러가지 직업들을 체험해보고 흥미나 열정을 가지게 되면 지구가 재미있는 곳이고, 지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이런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그 많은 영혼들은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혼 22는 정말 지구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지구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지구는 영혼 22의 생각보다 재미있고 살만한 곳이었다.
그리고 제리가 조에게 해준 삶의 목적이 Spark가 아니라는 말.
삶의 목적은 그냥 하루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구나 알아주는 위한 업적을 이루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 최고의 목적인 것이라고 영화에서 말하는 것 같다.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음식에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새로 알게 된 모습, 주변에서 나는 소리들, 바람, 나무에서 떨어지는 씨앗 등 모든 것이 소중하고 재미있고, 즐겁고 내일을 살만하게 만드는 일들이다.
조가 영혼22를 멘토링 하기 전 자신은 멘토가 아니라고 밝히며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보게 되는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는다. 정말 무의미 하게 인생을 살았다면서.....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무서워졌다.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무의미한 인생이었으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있게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머나 먼 세계' '태어나기 전 세계' '유 세미나' '길 잃은 영혼' '스파크' 등 새로운 개념들이 많이 나온다.
삶에 대한 희망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사후세계와 전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태어나기 전 영혼들은 동글동글 너무 귀여웠고, '태어나기 전 세계'의 대부분의 색체가 프리즘처럼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영혼들은 입체적인 3D로 표현되어 있고, 제리나 테리는 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제리가 조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양자물리학이 어쩌고 어디에나 있는데 누구나 알 수 있는 모습들로 보이기 위해 자신들이 원래는 형체가 없지만 형체를 갖춰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처럼 말을 했었던것 같고, 모양은 다르지만 영혼들을 돌보는 사람들은 다 이름이 똑같은 제리 였다. 리뷰를 쓰다가 찾아보니 제리는 우주의 모든 양자화된 장의 총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영혼을 관리하고 그들이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도와주는 역할이다.
조가 가는 이발소의 이발사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딸의 병원비를 위해 최대한 돈을 빨리 많이 벌어야했고 이발사가 되었던 거다 그러나 그나 불행하지 않다고 한다. 손님과의 대화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직업에 대한 몰입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보다 즐겁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이 이발사의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의 Spark는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겠지만 막상 지구에서 태어난 후 된 건 이발사였다. 이렇게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의 스파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지구에 와서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것을 이발사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성격 형성을 위해 다양한 감정도 경험해 보는 모습도 보인다.
조가 처음 '머나먼 세계'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머나먼 세계'로 떠나는 다른 영혼 들 사이에서 한국말이 들려 반갑기도 했고, 영화 속 뉴욕의 모습에서 한글 간판도 있었다.
픽사에서 23년을 준비한 새로운 세계관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픽사는 단 하나의 작품도 허투로 만들어 내는 게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쿠키 영상은 있다.
보고 나면 허무하지만 안 보면 찝찝해서 본다는 쿠키 영상 일 정도로 허무하지만 궁금해서 안볼수가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10분정도를 기다렸고, 엔딩 크렛딧이 올라가는 동안 '태어나기 전 세계'의 어린 영혼들이 중간 중간 나와서 춤을 추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 쿠키 영상엔 회계사 테리가 나온다.
"Hey! movies over.
Go Home!"
이라고 말하고 끝난다.
10분 기다렸지만 테리가 말하는 건 5초? ㅋㅋㅋㅋㅋㅋ
영화 시작 전 보여주는 '토끼굴'애니메이션도 너무 귀여웠다.
대화는 한 마디도 없지만 땅 속에 각자의 집을 살고 있는 동물들이 나오는데 토끼는 조금만 이동하면 연결되는 땅속 집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립된 집을 갖고 싶어서 땅 속 깊이 깊이 파다 보니 물이 지나가는 길까지 파 내려가게 된다. 물이 지나가는 길이 터지면 땅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위험해 진다는 것을 알고 토끼는 가장 무서워 하던 오소리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오소리의 큰 소리에 땅 속에 살던 동물들은 다 모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일어난 일에 토끼는 미안하고 부끄러워 오소리 뒤로 숨지만 오소리는 토끼에게 직접 말하게 하며 토끼를 동물들 앞으로 내보낸다. 토끼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동물들은 힘을 합쳐 물길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땅을 호수 근처로 파낸다. 물에 잠길뻔한 토끼를 구해주기도 하면서 무사히 물길을 호수까지 파내게 되고 땅 속 동물들은 안전해 진다.
도움을 받은 토끼는 사실 자신의 집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는 듯 집 설계도를 동물들에게 보여주고 동물들은 토끼를 도와 설계도를 다시 만들고 토끼의 집도 함께 만들어 준다.
잠깐의 이야기해서도 협동과 서로 돕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일상과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면
#영화소울 을 보면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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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랜드”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습니다~#대자연, #힐링, #로빈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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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신문기자> 공식 예고편
한일 양국에서 화제를 모은 영화 《신문기자》가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인기 배우 요네쿠라 료코, 아야노 고, 요코하마 류세이가 일본 사회에 파란을 몰고 올 작품에 도전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신문기자》, 곧 공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