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Cine_Rec2025-05-29 23:59:33

서서히 녹듯, 때때로는 부서지듯, 또는 다시 얼어붙듯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 리뷰

서서히 녹듯, 때때로는 부서지듯, 또는 다시 얼어붙듯

 

 

 

방황하는 청춘이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이야기라 생각했던 것이 보편적인 현실로 비춰지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 아닐까.

 

방황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도, 끝내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우리는 그들을 보며 깨닫는다.

 

 

 

 

 

 

 

먼저 주인공 나나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투어 가이드로 일하지만 어딘가 공허해 보이는 그녀는 부상으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다.

 

나나는 친구들과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눈과 빙판과 교감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와 좌절을

 

마주하고, 현실의 한계점을 이해하면서도 서서히 꿈을 다시 마주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나나의 심리적 변화는 영화 전반에 걸쳐 얼음이 서서히 녹듯 천천히 드러나며, 이상과 현실 사이를

 

넘나든다. 이상과 현실, 그 중간 지점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꼭 포디움에 올라 빛나지 않아도,

 

메달이나 등수로 꿈을 한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한 걸음씩 빙판을 가르며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품으며 살아가도 괜찮다. 설령 그것이 ‘나만 아는’ 일이더라도.

 

 

 

하오펑은 끊임없이 방황에 방황을 반복한다.

 

친구들과의 일탈 속에서도, 모두가 즐기는 순간에도 그는 고립된 내면과 마주한다.

 

롤러코스터 같은 치유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감정과 갈등은 선형적이지 않으며,

 

얼음이 부서지고 녹아 흘러내리다 다시 얼어붙는 것처럼 순환적임을 자연스레 느낀다.

 

 

 

 

 

 

 

하지만 방황이라는 키워드에 지나치게 집중한 탓에, 인물들의 서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까지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나나’, 하오펑, 한 샤오의 관계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그렇다.

 

하오펑은 처음부터 말수가 적고 무기력하며 생에 대한 미련이 없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내적 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알기 어렵고, 그들의 고충과 고민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오히려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며 나나와의

 

관계가 깊어지게된 이유와, 그 관계가 하오펑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한 샤오와 나나의 관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끝무렵 나나가 한 샤오에게 입맞춤을 한 이유가

 

단순한 미안함, 머쓱함, 혼란스러움의 표현인지, 아니면 더 깊은 감정인지 모호하다.

 

이 셋 사이의 미묘한 텐션과 복잡한 관계성을 단순히 인간적 본능, 교감, 방황하는 청춘들의 연대로

 

이해하기에는 소통의 한계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영화 바깥에서의 시선으로 덧붙이자면, 익숙한 우리의 문화와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이 사회문화적으로 포용될 수 있는 지점인지 또 이러한 문화적 차용이 꼭 필요했던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북한과 인접한 중국 동북지역이라는 배경 때문이라 할지라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단군신화나 아리랑 등 한국 고유 문화의 언급이,

 

고증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 . Cine_Rec

출처 .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