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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to2025-06-03 23:43:33

얼어붙은 꿈들을 녹이는

<브레이킹 아이스> 리뷰

*<브레이킹 아이스>에 대한 단상.

 

 

-나는 그 무엇도 아닌, 주동우의 얼굴을 기다렸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녀의 괜찮은 척 하는 미소, 체념하고 포기한 표정,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꿈을 포기한 사람의, 무던해져 보려는 힘겨운 노력이 그녀의 얼굴을 통해 관객에게 닿는다. 언어를 초월한다.


-청춘, 겨울, 성장, 로맨스, 삼각관계 같은 것들은 뻣뻣하게 굳어 있다가 <브레이킹 아이스>에서 추운 공기와 두텁게 쌓인 눈, 잠에 취한 얼굴들을 보여주면서 천천히 녹는다. 




-의외의 디아스포라.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들려오고, 한국어 간판과 컵라면이 있는 연길에서 주인공들은 서로를 마주한다. 고향에서 도망쳐 온 여자,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남자, 그리고 잠시 들른 여행자. 그에게 구경을 시켜준다는 명목 아래 셋은 도시 여기저기를 여행하게 된다. 그들은 백두산까지 간다. 우울을 안고, 죽음을 선택지로 손에 쥐고 있는 하오펑의 내일이 없는 것 같은 여행은 오히려 샤오에게 새로운 내일을, 나나에게는 새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을 가져다 준다.

 

-어쩌면 조금 서툰 진행과 보기 좋기만 한 성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산 꼭대기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세 사람의 걸음과, 모르는 언어로 적힌 간판들 사이를 누비는 여행이 그들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브레이킹 아이스>가 관객에게 호소하는 방식은 그렇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 . ri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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