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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gha2025-08-16 12:48:43

습하고 찝찝한 공포

<알포인트> 리뷰

우리가 공포를 느낄 때는 언제일까?

갑작스러운 존재에 깜짝 놀랐을 때일까, 아니면 불쾌한 소리를 들었을 때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찝찝하고 습한 분위기가 계속될 때 느껴지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가장 강하게 다가온다

크게 놀라게 하지 않고, 단지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 딱 그 정도의 불편함이 이어질 때, 공포감은 오히려 극대화된다.

 

 

알포인트2004년에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다.

영화는 6개월 전 작전 지역인 로미오 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명의 수색대원들에게서 계속적인 구조 요청이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이후, 18명의 병사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로미오 포인트로 향한 9명의 병사들에게 기괴한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에는 귀를 찢는 듯한 공포스러운 소리나 뒤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귀신 같은 직접적인 공포 장면이 거의 없다. 하지만 관객이 평온하게 느낀 순간들이 사실 전혀 평온하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부터, 찝찝함은 시작된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에게서 계속 구조 요청이 들어오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9명의 병사들은 작전지로 향한다. 도착 후, 한 병사가 단체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하고, 10명이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 후 작전지에서 병사 한 명이 사망하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그 병사는 이미 사망한 병사였던 것이다. , 9명의 병사가 찾아야 했던 사망자가 바로 그 병사였다. 그들은 9명으로 출발했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10명이 된 셈이다. 이 사실은 관객도 초반부에는 전혀 알 수 없으며, 영화 속 캐릭터와 동시에 깨닫게 된다.

 

 

 

한 병사는 말한다.
“이 작전지에 프랑스 군이 있습니까? 프랑스 군에 연락이 왔는데 쌍둥이 동생과 함께 있다고 합니다.”
이를 들은 최태인 중위는 말한다.
“너 불어 할 줄 알아?”
불어를 전혀 모르는 병사가 프랑스 군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영화는 이렇게 서서히 공포를 쌓아 나간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귀신에게 홀리고, 조금만 생각하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 순간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습하고 찝찝한 작전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병사들은 점차 서로를 의심하며 공포에 휩싸인다. 결국, 귀신이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관객은 손에 땀을 쥐게 된다

 

결말은 이렇다.

서로를 의심한 병사들은 귀신에 씌여 서로를 죽이고, 결국 한 명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무전이 다시 울린다. “자기들은 살아있다고. 자기들을 버리지 말라고.”

가장 유력한 해석은, 이미 사망했음에도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혼령들이 계속 구조 요청을 보내며 작전지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흔히, 관객은 알고 캐릭터는 모를 때 스릴을 느낀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과 캐릭터 모두를 속인다. 관객조차 모르고 있다, 캐릭터와 동시에 이미 죽은 존재들과 같은 공간에 있었음을 깨달을 때, 관객은 캐릭터와 완전히 동기화된다또한, 이 영화의 공포는 단순히 미지의 존재에 의해 죽음을 맞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공포에 질려 제 정신이 아니게 되고, 결국 팀원들을 의심하며 파멸로 치닫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이는 귀신에 의해 단순히 파멸하는 엔딩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오기에,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더 커진다.

 

2004년이라는 약 20년 전, 그 옛날의 분위기에서 오는 공포감은 현대의 공포물과는 색다르다.

『알포인트』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 이상의, 인간의 불안과 심리적 공포가 어떻게 현실적 공포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여전히 강렬하게 회자될 만한 공포 영화다.

작성자 . mun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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