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15 19: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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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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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걸음 뒤, 한걸음 앞에서 기록한 분열의 시대
시빌 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 2024)
한걸음 뒤, 한걸음 앞에서 기록한 분열의 시대
개봉일 : 2024.12.31.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전쟁, 드라마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알렉스 가랜드
출연 :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믿고 보는 제작사 A24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모종의 이유로 두 갈래로 나뉜 세상’이 주는 공포와 긴장감을 동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거대한 동력을 선택한 것치고는 움직임이 다소 방어적이다.
이 영화는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내보이지 않는다. 그저 배경과 몇 개의 시선을 제시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종에 이르러 애매한 감상을 남기게 만드는데, 이 싸움에 있어 확실한 선을 원한 관객에게는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영화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보고 거대한 전쟁 블록버스터 또는 정확한 저격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 전쟁에 뛰어드는 것을 조금 더 고민해 보길 권하고 싶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흔히 생각하는 전쟁 블록버스터가 아닌 전쟁 한가운데 서있는 한 기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과묵한 드라마에 가까우니 말이다.
극 중 미국은 최악의 내전을 겪고 있다. 이 혼란한 정세 속에서 종군 기자인 리, 조엘, 새미. 그리고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청년 제시는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누비며 끔찍한 순간들을 생생히 담아낸다. 이들은 정부와 반대 세력 사이 힘의 무게 추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마지막 특종 기회를 잡기 위해 대통령이 숨어있는 워싱턴에 가기로 결정한다.
기자들은 총을 든 군인과 반대 세력들 사이에 제대로 된 무기 하나 없이 카메라 한 대만을 들고 달려든다. 이들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바로 옆에 두고서도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카메라의 뷰 파인더만을 쳐다본다. 빗발치는 총성 사이에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섞여들리고, 각자의 무기를 든 군인과 기자들의 비슷한 실루엣이 보인다.
리와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던 전투에 이어 원치 않은 사건에도 휘말리며 몇 번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비현실과 현실이 뒤섞인 상황과 오래 외면해왔던 공포들을 흠뻑 체감한다.
무엇을 위한 분열인가
워싱턴으로 향하던 네 사람은 한 테마파크 입구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군인 시체를 발견한다. 이상함을 느끼고 차를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총알이 빗발치고 새미를 제외한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바닥에 엎드린 군인 옆에 자리를 잡는다. 조엘은 군인에게 묻는다. 저 안에 누가 있냐고, 지휘관은 누구냐고. 군인은 답한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고 지휘관은 없고 그저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해서 쏘는 것이라고.
군인의 대답은 현재 내전 상황을 한 번에 설명한다. 이들은 누구와 왜 싸우는지 모른다. 그저 살기 위해 총을 쏠 뿐이다. 기자들도 군인들과 다르지 않다. 처음엔 내전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건 영웅처럼 보이지만 나중엔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지 정확히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은 무엇을 찍고 그 사진 아래 어떤 말을 적고 싶었던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두 무리의 Shooting(총격, 촬영)이 가진 의미는 점점 흐릿해지고 이들은 더 이상 이 전쟁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쟁 또한 이들에게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든 걸 흐리게 만드는 피
피와 뷰 파인더에 가려진 제시의 시선
공포와 피는 뚜렷했던 것을 점점 흐려지게 만든다. 특히 처음으로 전쟁을 가까이서 겪은 된 제시가 이에 크게 반응하고 변화한다. 주유소에서 처음 고문 당한 사람을 봤던 날, 제시는 밤이 되었음에도 요동치는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 하지만 피 흘리는 사람을 다시 눈으로 보고 카메라로 담고 또 거대한 시체 구덩이에 떨어져 본 후 도착한 워싱턴에서 제시는 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탱크에 따라붙으며 사진을 찍는다. 심지어 리가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사진 현상액에도 자신의 체온을 담던 따뜻한 소녀는 어디로 가고 백악관 복도엔 징그럽다 싶을 만큼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 제시가 남는다. 제시의 눈에 가득 맺혔던 누군가의 피는 결국 그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그의 눈앞을 가로막은 뷰 파인더는 소중한 이(리)의 죽음마저 가려버린다.
뷰 파인더를 벗어난 리의 시선
제시는 주유소 사건을 겪고 리에게 묻는다. 저는 왜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말하지 못했을까요?. 제시는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리는 제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린 묻지 않고 기록하지. 다른 사람이 묻도록.”
리는 오랜 시간 모든 물음을 지운 채 뷰 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 덕에 리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수준을 넘어 거의 냉혈한에 가까운 종군기자로 여러 전쟁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제시와 그가 던진 질문이 리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새미는 주유소에서 충격을 받고 공포에 떨던 제시의 모습과 어린 리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은 리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제시의 모습을 관찰한다.
주유소 사건 다음날. 리, 조엘, 제시는 시내에서 벌어진 소규모 격전에 참여한다. 제시는 어제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죽어가는 이를 찍는다. 이때 리는 셔터를 누르는 걸 멈추고 사진을 찍는 제시를 가까이서 바라본다. 그때부터 리는 제시를 통해 자신을 본다. 피에 벌벌 떨던 어린 소녀였던 자신과 뷰 파인더 뒤에 숨어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찍는 종군기자인 자신을.
리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연이어 터진 동료 새미와 토니의 죽음은 왜 이들이 죽어야만 하는지 이 전쟁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오래도록 외면해왔던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리의 마음은 무너지고,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쯤 그의 종군 기자로서의 자아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리는 커다란 탱크 뒤를 따라가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다. 이제 뷰 파인더를 벗어난 리의 눈엔 누군가의 죽음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제시의 죽음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카메라 뷰 파인더 뒤에 가려진 제시의 눈엔 리의 죽음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총 맞는 순간도 찍을 거예요?”라는 제시의 질문에 리는 온몸으로 답을 내놨지만 그걸 알아줄 소녀 제시는 이제 뷰 파인더 뒤로 사라졌다.
<시빌 워:분열의 시대>는 기자들의 눈과 뷰파인더를 통해 이 이상한 전쟁을 기록하며 은근하게 묻는다. “우리의 눈은 어디에 있는가. 뷰파인더 뒤, 아니면 앞?”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왜 전쟁이 일어났는가?’ ‘누가 무너져야 하고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니다. 영화가 은근슬쩍 던진 ‘이 커다란 분열 속에서도 놓쳐선 안 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깨닫는 것이다.
아무리 분열과 죽음이 익숙해진 시대라 해도 우리는 뷰파인더 뒤에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승, 패와 잘잘못이라는 결과 밑에 쌓인 수많은 죽음과 희생을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어린 리처럼, 처음 여정을 시작했을 때의 제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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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나를 모른다,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완벽한데 속은 완벽하게 곪아 있다. 27살, 젊고 탄탄한 몸과 피부, 좋은 학벌. 남부럽지 않은 월가에서 일하고 집도 삐까뻔쩍하다. 얼마나 자기 관리가 철저한지 매일 아침에 피부에 팩을 하고 열심히 운동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을 모른다. 인간이지만 혐오와 분노 빼고는 별다른 감정이 없다. 서로의 명함, 입은 옷, 들리는 식당이 자신의 모든 것인양 뽐내고 비교한다. 내 명함보다 잘 빠진 명함을 보거나 내가 예약 못하는 인기많은 식당을 누가 예약했다고 하면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점점 멈출 수가 없어서 티가 날 정도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나는 썩어빠졌다고. 나는 사람을 죽였다고. 게다가 즐긴다고.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는다. 아무도 그를 보지 않는다. 놀랍지도 않은 듯한 눈동자로 그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은 아무 의미 없다고.
이 영화를 단순한 싸이코패스영화라고 볼 순 없을 것이다. 괴로워하는 그를 보면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주변 사람과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케이스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하는 오늘의 주인공은 패트릭 베이트먼. 사이코패스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주인공이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느낌이다. 어느 정도냐면 어지간한 살인이나 괴팍한 장면들에 무덤덤하고, 살인 전에 신이 난 그의 미소와 율동이 귀엽게 느껴지고 있다. 아마 그와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혹시 그에 비해 나는 용기가 없거나, 죄책감이 심한 것 정도는 아닐까.
영화를 관통하는 한마디는 초반과 후반에 나온다. 중요한 건 마지막 한마디다. 마스크팩을 벗으며 그는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진짜 자신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의 말미에서는 Inside doesn't matter. 안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모두들 실제로 겉으로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름도, 대화도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가지는 건 역시나 그의 겉모습이다. 탄탄한 몸매, 잘 태닝한 피부, 명품 스타일의 옷과 소품들. 아무도 그에게 잘 지내는지, 건강한지, 보고 싶었다든지 묻지 않는다. 시체가 든 가방을 보며 '워후, 멋진 걸'.하는 말에 '응 장 폴 고티에꺼야.' 라는 심드렁한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없다. 하긴 뭐 태반이 약에 쩔어 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다. 정도의 차이일뿐 우리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아메리칸 사이코에 워너비 도르시아(Dorsia)가 있다면, 현실에선 요즘 뜨는 인스타 맛집이 있을까. 우리도 봐왔지 않는가. 음식을 제대로 먹고 즐기기보다 사진찍고 그곳에 갔다왔다고 자랑하는 것이 지나쳐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누가 입은 옷, 쓴 화장품들을 찾으며 더 예쁘고 멋있어지는데 고민을 하며 시간을 잔뜩 보내기도 한다. 자기 삶이 어떻게 보이는지 푹 빠져 건사하기 바쁘다보니 다른 사람의 말은 영화처럼 한 귀로 흘려듣게 되기도 한다. 듣고 있으면서 듣고 있지 않을 때도 많다.
패트릭의 내면은 황폐하게 버려져 있다. 그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월급루팡처럼 십자말풀이에는 뼈와 살, 가슴, 피 같은 그의 머릿속 초유의 관심사를 적고 음악을 듣고 있다. 그러나 대체 그런 건 누가 신경쓰겠는가. 그의 부사장 지위가 중요할 뿐이다. 그나마 조금 가까운 약혼녀는 묻는다. 왜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그 일 하는거야? 그의 답은 우리의 인생과 다르지 않다. 맞지 않아도 맞춰서 살아보려고 한다는 거다. 그의 모든 것은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된 것이다. 하버드 경영학과도, 어쩌면 클럽에서 하는 코카인, 머리스타일도 그냥 남들이 다 하는거라 그들과 맞추려고 시작한 것 아닐까. 그에게 자유나 개성이란 건 없다. 우리는 주인공인 패트릭을 보지만 사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그는 어느 월가의 젊은 금수저 한량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손쓸 수 없이 망가지고 있고,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여러 번 얘기했다. 우습게도 그가 가장 행복해보이는 순간은 이 모든 일련의 살인(혹은 그의 망상)을 고백했을 때이다. 왜 그렇게 기뻤을까. 늘 패트릭을 얼간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엄청난 일을 저질렀고, 드디어 한 순간이나마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가 필요했던 것은 인정과 관심이다. 자신이 아파하면 남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고, 비정상적인 일을 저질러서 다른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싶었던 것이다.
살인은 그가 생각하는 개성이자 새로운 힘의 표출방법이다. 패트릭은 똑똑하게 이 세계를 알고 있다. 화가 나면 뒷골목의 약자들을 찾아간다. 남들 앞에선 오, 우리는 노숙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입바른 소리를 내뱉는 그는 가짜다. 더럽고 냄새나고 무능력한 노숙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아 죽인다. 특이하게 자신의 동료를 한 명 죽인다. 그의 행동 중 안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만큼 위험한 행동이다. 그러나 그는 그럴 만 했다. 그의 자존심을 온갖 방법으로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도 꾸준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보다 멋진 명함을 갖고 있고 식당 예약은 더 잘 하고, 게다가 그의 진짜 이름을 들먹이며 멍청하고 한심한 녀석이라고 욕한다. 더 이상 그를 더 모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렇게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그는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과격하다. 뒷골목의 여자들을 학대한다. 자신이 이렇게 능력있고 탄탄한 체력을 갖고 있다는 자기애에 도취되어 거울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카메라까지 동원하는 남자라니. 특히 금발의 여자에게 엄청난 스크래치라도 입은 것인지 취향이 확고하다. 그가 만나는 여자는 모두 금발이다. 약혼녀, 내연녀 관계의 코트니, 비서 진, 에스코트 걸들까지.
이상한 점은 남자들처럼 그냥 죽이지 않고 여성의 경우 성적으로 유린하고 죽인다는 점이다. 힘과 권력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모든 여성은 그에겐 힘이나 지위든 어느 면에서나 밀리기 마련이다. 이건 그만의 생각은 아니다. 그의 동료들과의 대화에선 세상에 성격좋은 여자는 없다는 결론이 난다. 자신들의 온갖 성적 취향을 맞춰주고 멍청하지 않은 그런 여자는 이데아라나. 게다가 똑똑하고 성격좋은 여자는 없단다. 오 있댔지, 못생긴 여자. 그나마 약혼녀와 내연녀는 죽이려는 충동도 없고, 건드리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이건 그가 새삼스레 일말의 보루가 있는게 아니다. 그쪽은 건들면 골치 아픈 걸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과도 연루되어 있고, 숨기기도 쉽지 않다. 그들의 친구가 그의 친구들이니까. 비서나 에스코트걸들이야 돈이나 많이 찔러주거나 소리 소문 없이 없애버리기 어렵지 않으니까.
그의 살인에는 이상하게도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살인이라는 체력적 소모가 심한 노동에 필요한 노동요라도 되듯, 마치 이 상황이 별 것 아니라는 듯 미끼처럼 혹은 음악 마니아처럼 그는 온갖 명곡들을 자체 bgm으로 틀어놓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들으면 정말 그 곡을, 그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그는 좋은 머리로 그럴싸한 평론을 외워서 읊조리고 있다. 외우느라 힘들었겠네, 정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이는 생기있는 눈빛이나 감탄사보다는 기술적이고 덤덤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로 살인을 하기 위한 신나는 몸동작과는 대조적이다. 사실상 그의 개성을 표출한다는 살인마저도 다른 이의 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신경쓰는 식당의 요리라도 되는 양 살인 앞에서 고상한 말들을 늘어놓는 꼬락서니라니.
그가 실제로 사람들을 죽였는가, 죽이지 않았는가는 영화를 볼 수록 아리송하다. 그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고 그가 죽였다고 한 사람이 살아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판기에는 고양이를 넣어주세요 같은 말도 안 되는 광경도 펼쳐진다. 그가 시체를 숨기는 은신처로 썼던 폴 알렌의 집은 다시 찾아가보니 구조도 다를 뿐더러 시체도 없다. 영화 <블랙 스완>에 나오듯 그의 내면이 불어일으킨 환상일 수도 있다. 착하고 억눌린 백조에서 경쟁자를 찔러 죽이고 흑조로 재탄생하던 니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녀가 찌른 것은 자신이었고 누가 찔렸든간에 그녀는 자신은 완벽했다며 기뻐했다. 패트릭은 그의 넘치는 자신의 몸 사랑을 생각하면 자해를 했을 가능성도 적다. 또한 자신이 죽인(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게 그의 환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는 않다. 영화의 입장대로 겉으로 드러나는 게 중요한 거니까. 오히려 무서웠던 건 마지막 독백 때문이었다. 불러도 답이 오지 않는 이 상황에 모든 걸 초월했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 뭔가 저질러도 단단히 저지를 그 눈빛.
시도 때도 없이 그는 자신의 비밀을 폭로하고 있고, 폭로하고 싶어하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고작 그의 비서 진이 그가 끄적인 낙서로 알았을 뿐이다. 그는 길티 플레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기관리의 1인자처럼 착실해보였던 그가 사실 엄청 비틀렸고 못된 짓을 했다는 걸, 더 이상 사람들에게 맞춰살지 않고 내 멋대로 산다는 걸, 들킬까봐 두려우면서도 어서 알아주길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이 그에게 불안한 매력을 선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똑똑한 그가 알고 있듯, 그가 아무리 무슨 짓을 해도, 설사 그것이 들킨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조차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어차피 세상에서 죽어있는 존재이다. 그것이 영원히 그가 벗어나지 못하는 덫이다. 그렇게 살아있다고 소리쳐봐도 모든 것은 다른 삶의 소음에 묻힌다.
상상해보자. '패트릭 베이트먼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도 다같이 멈칫했다가 심드렁하고 예측가능하게 말을 돌리지 않을까. '아, 그 얼간이 녀석이요. 멍청한 짓은 다하고 다녔는데.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혔다가 인생 종친 하버드 녀석이죠', 하거나 '흠, 저녁은 어디서 먹지. 딱히 땡기는 곳은 없는데, 도르시아?'라고 하거나, '자자, 새로 산 명함이야. 어때? '아니, 내 꺼 좀 봐.' 하며 어깨에 힘주고 자랑하고 있겠지. 역설적으로 그가 홀대했던 내연녀 코트니나 비서 진 정도만 말문을 잃은 채 슬퍼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그녀들이 그를 걱정해주면 믿지 않았다.
그렇다. 영화 < 아메리칸 사이코 >에서 가장 잔인한 것은 선혈이 낭자한 살인이 아니다. 수많은 말이 오가도 진실과 내면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익숙한 외로움. 남다를 것 없는 일상의 변하지 않을 단절감. 딱히 아메리칸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 보편적인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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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하지 못한 실패에도 나 자신을 사랑하기
-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시사회를 통해 개봉 전 먼저 관람하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늘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많은 시간을 취업과 성공을 위해 투자한다. 그런 삶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성공의 길을 가게 될지를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찾아갈 때마다 새로운 직업을 찾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반복되는 삶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태도나 감정을 찾아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나라는 존재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취향을 확인하고 그것을 더욱 굳혀간다. 내가 사랑하지 못했던 나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느끼고, 그런 사랑의 과정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그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 오면, 자존감은 다시 떨어지고 감정은 계속 변해간다. 사랑에 실패한 많은 사람들은 이불속에서, 거리에서, 술집에서 상실감을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과거의 잔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괴롭힌다.
이별의 상실감에 힘들어하는 주인공 다프네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는 사랑이 끝난 이후 찾아온 인연 때문에 혼란을 겪는 주인공 다프네(쉐일린 우들리)의 이야기다. 직전에 사귀던 애드리언(매튜 그레이 구블러)와의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살던 집을 나와 언니 집에 살게 되는 다프네는 영화 초반 많은 눈물을 보여준다. 이불속에서, 거리를 걸으며 문득문득 떠오르는 애드리언과의 기억은 그의 심장을 파고들며 괴롭힌다. 더 이상의 상처와 실패를 하지 않으려 금주를 하고 누군가와의 데이트도 하지 않으려 애쓴다.
영화는 다프네가 연인과의 사랑에 실패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천천히 보여준다. 과거의 연인과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던 공간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있다. 다프네는 다니던 직장과 머무르던 집을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영화 속 내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려 애쓴다. 그러다 언니의 생일 파티에서 다프네는 프랭크(세바스찬 스탠)와 잭(제이미 도넌)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애써 관계를 발전시키려 애쓰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가진 매력에 끌린 다프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만나며 다시 인연을 만들어가도 될지 고민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생각들을 주고받으며 지친 삶에 대한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다프네도 두 명의 새로운 사람들 만나게 되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상처 받았던 마음을 조금은 치유를 해나갔을지 모른다. 남자답고 재미있는 남자 프랭크와 다정다감하고 지적인 남자 잭은 다프네에게 주는 매력과 끌림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아직 과거의 연인 애드리언과의 감정이 완전히 다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프네는 영화 내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별 후 따라오는 자기 비하의 감정과 새로운 인연
모든 실패에는 자기 비하의 감정이 따라온다. 자신이 진짜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타인의 실수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두 사람 각각의 실수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을 수 있다. 다프네가 느끼는 그 감정과 생각 안에는 그 실수와 실패뿐인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새로운 두 사람과의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한다. 영화는 다프네가 잭과 프랭크를 각각 만나는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세세히 묘사한다. 서로의 눈을 보며 새로운 관계 속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는 다프네의 모습은 영화 초반 슬픔에 빠져있는 다프네와는 다르게 보인다.
확신 없이 시작된 관계 사이에서 다프네는 계속 고민을 계속한다. 감정적으로 끌리는 프랭크, 이성적으로 옆에 있고 싶은 잭 사이에서 고민하는 와중에 과거의 상처와 실패는 계속 그의 눈에 아른거린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연인과 이별한 이후 그 추억을 한동안 계속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과거에 했던 행동과, 자신의 실수들을 떠올리며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다시 자책하게 된다.
영화는 이별 이후 삶에 대한 태도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다프네가 처한 상황과 그가 하는 선택 자체는 관객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 이 이야기는 다프네가 겪는 실패와 상실감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해나가는지를 보여준다. 달콤하고 아슬아슬해 보이는 이성들과의 관계는 꽤 로맨틱해 보이지만, 그 관계들로 인해 다프네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선택을 하는 데에는 결국 자신에 대한 성찰과 함께 실패한 과거에 대한 감정을 잘 정리해야 한다.
결국 사랑해야 할 건, 나 자신
객관적인 시각에서만 영화를 바라보면 다프네는 결코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수하게 많은 연인들이 다프네와 같은 실수를 하고, 실패를 경험한다. 의도치 않게 실수의 길로 들어선 주인공 다프네의 경험을 통해, 영화는 수많은 관계의 실패와 자신의 실수는 인생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앞으로 계속 내딛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과의 사랑이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렇게 자신을 아끼며 한 발씩 나아갈 때, 이별에 의한 트라우마와 과거에 대한 후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어떠한 상황이 올지라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건, 나 자신의 의지다.
감독 드레이크 도레무스는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나 <뉴니스> 같은 현실적이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번 <엔딩스 비기닝스> 에서도 세 등장인물이 데이트할 때 아름다운 음악이 같이 등장하고, 배우들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볼 수 있는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감정 변화를 아름답게 묘사해 나간다.
과거의 실패와 현재 맞닥뜨린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 속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는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과거의 사랑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좀 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삶을 자신을 사랑할 때 엔딩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작된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abbitgumi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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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설공주> 실사판, 캐스팅은?
dc의 원더우먼, 갤 가돗을 이번에는 디즈니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지난 2014년, dc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원더우먼 역으로 발탁되며 큰 화제를 모았던 배우 갤 가돗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dc의 '원더우먼'으로 활약해왔는데요. 실제 이스라엘군에 입대하여, 2년간 군 복무까지 했던 배우인 만큼, 캐스팅 논란을 잠재우며 이제 '원더우먼' 하면 갤 가돗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하였습니다.
사진 출처 : ew
하지만, 원더우먼 이외에 뚜렷한 활동이 많지 않던 배우 '갤 가돗'이 이번에 디즈니의 <백설 공주> 실사 영화의 '여왕'역에 거론되며 최종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올해 12월 개봉할 디즈니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가 '백설공주' 역으로 일찌감치 캐스팅되었기에, 만약 갤 가돗이 여왕 역으로 캐스팅 확정될 경우 둘의 조합 역시 기대되는 바입니다.
1937년 제작된 <백설공주>는 디즈니의 첫 애니메이션으로, 사악한 여왕이 백설공주의 외모를 질투하여 '독사과'를 먹이는 내용인데요. 백설공주를 비롯하여 일곱 난쟁이 캐릭터, 그리고 유명한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는 대사까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1937년 12월 개봉 당시, 800만 달러가 넘는 대박 흥행을 기록한 <백설공주>는 디즈니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며 이후 8차례나 극장에서 다시 상영되기도 하였습니다.
<500일의 썸머>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감독으로 유명한 마크 웹이 메가폰을 잡게 될 <백설공주> 실사판은 2022년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디즈니가 2016년부터 제작 의사를 밝혀온 작품이기에, 더욱 기대가 큰 작품이기도 한데요. 디즈니는 현재, 할리 베일리 주연의 <인어공주>, 톰 행크스 주연의 <피노키오>, 그리고 존 M 추 연출의 <릴로와 스티치>를 제작 중에 있습니다.
그림 동화를 원작으로 한 <백설공주>의 실사화를 기다리며,
더욱 강력한 여왕의 탄생을 기다려보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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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고 있던 삶의 감각과 진중한 사유의 장, <트립 투 그리스>
잊고 있던 삶의 감각들
지금과 같은 팬데믹을 관통하는 시기에, 영화 <트립 투 그리스>(2020)는 잊고 있던 감각을 관객에게 전이시킨다.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있었나. 밥을 먹으며 나누는 사소한 대화들, 휴가철을 맞아 떠나는 타국으로의 여행. 이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삶의 일부는 어느덧 감각하기 어려운 낯선 무언가로 변모했다. <트립 투 그리스>에서 영국의 배우인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그리스 전역을 돌며 매일 레스토랑에 들러 열심히 대화를 나눈다. <트립 투 그리스>는 ‘트립’ 시리즈의 종착역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트립’ 시리즈는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을 거쳐, 그리스에서 10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영화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을 여행지로 초대한다. 롭과 스티브의 익살스러운 성대모사라든가, 수상 경력을 언급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현실 속 배우들의 이미지와 연결되면서 극영화의 허구성을 흐릿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정에 균열을 내는 순간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두 남자의 대화, 레스토랑의 고급스러운 음식들, 따사로운 그리스의 풍광들이 계속해서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오감을 건드리는 영화의 이미지들 가운데 낯선 무언가가 불쑥 끼어든다. 여행은 그 자체로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들을 잠시 잊게 한다. 특히나 그리스와 같이 다층적인 매력들로 여행자를 매혹하는 도시에서는 더욱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뚜렷이 느껴진다. 롭과 대화를 나누던 스티브는 아들의 전화를 받는다. 할아버지가 위독하세요, 그래 알았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렴. 비일상의 연속이던 여행지에서 스티브가 악몽을 꾸는 장면은 종종 흑백으로 처리된다. 죽음과 맞닿은 듯 보이는 아버지의 형상은 그를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한편으로 두 사람의 여정에 불쑥 누군가 끼어드는 상황 또한 영화를 흥미롭게 가공한다. 스티브와 함께 작업했던 난민 캠프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카림이 두 사람과 잠시 동행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생성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관광지와 파인 다이닝을 곁들인 여행 코스에 난민 캠프라는 이질적인 공간이 은근슬쩍 편입된다. 카림은 자신이 하는 일을 상세히 설명한다. 카림에게 난민 캠프는 현실의 영역이자, 일상과 맞닿은 곳이다. 롭과 스티브에게 그리스는 잡지사의 미식 여행 기획안에서 비롯된 비일상의 여행지이지만, 카림의 현실이 은근슬쩍 개입되므로 두 사람의 여행이 함의하는 바를 어딘가 모호하게 만드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차에서 직접 내려 난민 캠프를 바라보는 롭과 스티브의 미묘한 표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진중한 사유의 장을 환기하는
시청각적인 여행 대리 체험과도 같은 <트립 투 그리스>는 종종 방황한다. 서사성이 가미된 극영화의 리듬과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리얼리즘의 질감을 동시에 드러내는 이 영화는 종종 균형감을 지키지 못하며 표류하기도 한다. 특정 대화 신(scene)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구간들 말이다. 하지만 <트립 투 그리스>는 그런 한계를 두 남자의 서사를 대비시키면서 생성하는 텐션으로 극복해 나간다. 롭은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들은 스티브가 급하게 집으로 떠나자 때맞춰 오기로 한 아내와 함께 그리스에서의 일정을 스티브 없이 마무리한다. 롭은 친구를 떠나보낸 상황에서, 아내에게 확신할 수 없는 사람의 감정에 관해 가볍게 언급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가벼운 스몰 토크가 지배하던 영화의 초반부는 후반부에 이르러 사뭇 진지한 태도로 여행이 곧 인생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표면과 심연, 일상과 비일상이 혼재된 그리스에서의 경험은 결국 두 남자의 분화된 서사로 귀결된다. 아름다운 이국의 휴양지에서, 휴식과 대화로만은 온전히 채워낼 수 없는 짙은 무게감이 영화를 감싼다. 잊고 있던 삶의 감각을 깨우던 <트립 투 그리스>는 여행지라는 비일상의 공간을 경유하여, 진중한 자세로 죽음과 맞닿은 일상의 단면을 환기하며 여운을 남긴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은 '영화 <트립 투 그리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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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비교적 낮은 스코어로 1위에 올라선 <더 마블스>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흥행 성적에 기를 못 피고 있는데요. 젊은 감독과 뉴페이스 배우들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아쉬운 수치입니다.
과연 마블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국내 박스오피스]
마블 스튜디오 신작 <더 마블스>가 개봉 이후 첫 주말을 맞아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영화는 지난 8일 개봉 이후 5일째 1위를 달리며 누적 관객 수
44만6천여명을 기록 중인데요.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긴 했으나 마블 영화로서는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수치로 현재 추세라면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더 마블스>는 10~12일 4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마블이 지난 15년 간 내놓은 영화 33편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더 마블스> 이전엔 2008년에 나온 <인크레더블 헐크>가 가진 5540만 달러가 최저였지만 올해 나온 마블 영화 중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가
개봉 첫 주말 성적도 1억600만 달러인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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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창적인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 / 스릴러에서 호러로 / 매혹과 고어의 경계 / 서브스턴스 / 데미 무어의 연기력 / 마가렛 퀄리의 매력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서브스턴스"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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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링 허 백] 끝장리뷰 | 엄마와 딸 | 물, 원(Circle), 눈(eye), 칼 해석 | [톡 투 미]와 연결성 | 아쉬운 지점
#브링허백 #샐리호킨스 #bringherbackmovie
[브링 허 백](2025)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상황정리, 엄마와 딸
Chapter 2 물, 원(circle), 눈(eye) 그리고 칼, 아쉬운 지점
00:00 톡투미 감독 신작
00:45 상황정리
01:47 엄마의 힘
04:32 상징들
06:48 아쉬운 지점
08:10 별점 및 한 줄 평
08:29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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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십개월의 미래> 30초 예고편
만성 숙취를 의심하던 미래는 자신이 임신 10주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온 변수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가족과 연인, 국가는 각기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의 십개월은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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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볼버> 메인 예고편
제이슨 스타뎀 X 가이 리치 감독 돌아온 '캐시트럭' 콤비의 NEW 복수 질주! 불법 도박의 누명을 쓰고 7년 동안 독방에서 출소의 그 날 만을 기다리며 치밀한 복수의 계획을 세운 '제이크 그린'(제이슨 스타뎀) 그를 감옥으로 보낸 '도로시'(레이 리오타) 역시 '제이크'의 석방만을 기다리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잡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그들 앞에는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복수를 위해 오늘만 기다려온 남자의 멈출 수 없는 질주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