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15 19:23:54
‘진짜’들만 간다는 무주산골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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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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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 2 |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위선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우승자가 되어 456억 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넣었지만, 게임에서 죽은 친구와 동료를 잊지 못하는 '성기훈'(이정재). 그는 사람들이 돈을 위해 서로를 죽이는 이 게임을 중단시키기로 결심하고, 게임 진행의 총책임자인 '프론트맨'(이병헌)을 쫓는다. 그 출발점으로 기훈은 2년간 서울 지하철을 뒤진 끝에 게임 참가자 모집책인 '딱지남'(공유)을 찾아낸다.
딱지남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은 기훈은 마침내 프론트맨을 만나만, 곧바로 그의 계략에 당한 나머지 다시 한번 오징어 게임에 끌려간다. 경험을 살려 경마장 친구 '박정배'(이서환)를 포함해 모든 참가자를 살리고, 게임을 멈추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기훈. 그러나 '타노스'(최승현) 등 상금에 눈이 먼 참가자들은 그의 말을 부정하며 혼란을 초래하고, 그 사이 가명으로 게임에 참여한 프론트맨은 기훈과 그의 계획을 더 자세히 파헤친다.
1승을 더한 속편의 저주
<오징어 게임>이 쌓아 올린 금자탑은 화려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작품 중 하나였고, 제74회 에미상에서도 남우주연상과 작품상을 비롯해 여섯 부문을 석권했다. 자연히 시즌 2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겉모습은 기대를 충족시키기도 남았다. 주연 이정재는 <스타워즈>에도 출연하면서 더 중요한 배우로 성장했고, 임시완, 강하늘, 이진욱 등 각각 드라마 한 편의 주연을 맡을 수 있는 배우들도 결집했으니까.
하지만 막상 공개된 <오징어 게임 2>는 전 세계적인 흥행력과는 별개로 실망스럽다. 시작은 좋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힘이 부족하다. 여러 이유가 있다. 다음 시즌을 위한 징검다리라는 점이 명확하다 보니 극의 완성도가 부실하다. 지난 시즌에 비해 캐릭터들의 매력도 명확하지 않다. 새롭게 등장한 게임들도 지난 시즌에 비해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메시지다. <오징어 게임>은 잔혹하고 원초적인 자극을 통해 적자생존, 계급사회, 승자독식 같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고발했다. 3년 만의 속편은 주제의식을 계승하고, 확장시키려는 듯하다. 그러나 속편의 완성도와 존재 자체가 작품과 브랜드 간의 갈등을 극대화한 결과, <오징어 게임 2>는 위선자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오징어 게임>과 경제적 합리성
자본주의 질서는 한 가지를 전제한다. 모든 사람이 경제적 합리성을 갖췄다는 가정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돌아올 효용이 극대화되는 선택지를 자율적으로 고른다. 이익이 되는 행동을 선택하고, 피해를 주는 선택은 포기한다. 3년 전, <오징어 게임>은 경제적 합리성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상황을 보여줬다.
'상우'(박해수), '일남'(오영수)과 기훈의 대립이 그 예시다. 상우는 456억 원을 얻기 위해서 우정, 연민처럼 인간적인 가치를 기꺼이 포기한다. 일남은 기훈과 마지막까지 내기를 한다. 눈 오는 밤에 얼어 죽기 직전인 노숙자를 아무도 돕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는 인간의 선악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인간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는 명제에 대한 판단이다. 일남이 보기에 남을 도와서 얻는 정서적 만족은 경제적으로 무의미하다.
기훈은 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수단화하거나 타인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없다면서 상우를 끝까지 설득한다. 우승 상금도 다른 참가자의 목숨값이라 여기며 쓰지 않는다. 일남과 달리 사람들이 아직 경제적인 효용보다 중요시하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사람은 경제적 가치 외에 인간성, 신뢰 같은 의미도 같이 고려한다는 것. 기훈은 극단화된 현실의 구조와 논리에 이상적으로 맞서는 인물인 셈이다.
그렇기에 오징어 게임 속 놀이들은 기훈의 이상과도 같았다. 언제나 아름답고, 소중했다. 하지만 어릴 적 추억은 막대한 상금 앞에서 피로 물들었다. 참가자들은 자기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인을 속이고 죽이며 인간성을 내버렸다. 경제적 합리성이 극에 달한 오징어 게임이라는 시공간에서 기훈의 믿음은 추억의 놀이처럼 변색되고 타락했다. 이 간극은 다른 데스 게임보다 오징어 게임이 특히 잔혹하고, 충격적인 이유였다.
무승부로 끝난 러시안룰렛
<오징어 게임>이 기훈의 신념을 외적으로 무너뜨리는 이야기였다면, <오징어 게임 2>는 그 반대다. 기훈 스스로 자기 믿음의 모순에 빠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는 두 번째 시즌의 첫 화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와 맞닿아 있다. 딱지남이 노숙자들에게 빵과 복권 중 하나를 고르게 하는 대목, 그리고 기훈과 딱지남이 러시안룰렛을 하는 장면에 에피소드 7개가 전부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빵과 복권 중 합리적인 선택지는 빵이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극히 낮으니까. 그러나 노숙자 대부분은 복권을 고른다. 딱지남은 그런 그들 앞에서 남은 빵을 짓밟는다. 일종의 세리머니다. 게임 요원이었던 그는 게임에 참가했던 아버지를 직접 죽인 후 조직에서 인정받아 승진을 거듭했다. 즉, 그는 일종의 신자유주의적 삶의 방식을 체화했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낮은 확률에 인생을 거는 게임 참가자들은 도태된 쓰레기일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을 내재화한 딱지남과 기훈의 러시안룰렛은 향후 펼쳐질 싸움의 함의를 암시한다. 그가 보기에 기훈의 대의는 모순 범벅이다. 뺨을 맞는 대가로 돈을 받을 때 그는 이미 인간으로서의 자존심, 존엄성을 포기했다. 인간적 가치 대신 물질적 효용을 선택했고, 그 끝에서는 우승 상금도 획득했다. 모든 이득을 챙긴 후에야 게임을 파괴하겠다고 날뛴다. 딱지남의 시점에서는 기훈의 정의가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러시안룰렛으로써 기훈의 모순을 드러내려 한다. 기훈이 먼저 게임의 규칙을 어기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훈은 규칙을 깨지 않았다. 이에 딱지남은 규칙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먼저 규칙을 어기는 것은 기훈의 모순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까지도 부정한다는 말이니까. 다르게 보면 기훈도, 딱지남도 승리하거나 패배하지 못한 셈이다.
모순 끝에 패배한 2라운드
러시안룰렛이 1라운드였다면, 오징어 게임은 2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프론트맨은 기훈의 바로 옆에서 게임에 참가하며 그의 신념과 믿음을 시험한다. 지난 게임 속 일남과 기훈을 연상시키는 언행을 보여며 기훈을 혼란에 빠트린다. 더 나아가 기훈을 자기모순 속에 가두고자 한다. 그 중심에는 새로운 규칙인 투표가 있다.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그때마다 기훈은 딜레마를 마주한다.
거액의 상금보다 생명과 도덕성 등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믿는 기훈의 이상은 투표 때마다 부정당한다. 그의 선의와 이상은 게임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합리성에 앞에서 무력하다. 지금까지 번 상금으로는 게임장 밖의 삶을 바꿀 수 없다는 논리는 기훈의 친구와 동료도 설득될 정도로 강력하다. 기훈이 핏대를 높일수록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게임은 중단되지 않는다"던 프론트맨의 말만 거듭 증명될 뿐이다.
결국 기훈은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에서는 패배한다. 현실의 벽 앞에서 힘없는 이상주의가 얼마나 무용했는지를 증명하고 만다. 딱지남 앞에서와 달리 기훈은 자기 규칙과 소신을 저버린다. 인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던 그가 게임의 중단이라는 '대'를 위해 일부 참가자라는 '소'를 희생한다. 밤 사이 참가자 간에 솎아내기가 자행될 때, 기훈은 싸움에 휘말린 참가자들을 돕는 대신 사망자로 위장해 진행 요원을 공격할 기회만 엿본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 2>의 클리프행어는 시작과 동시에 예정된 결말에 가깝다. 자신의 영웅 행세가 위선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기훈은 모순 없이 딱지남과 프론트맨의 논리를 진정으로 파훼할 방법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 신념을 고수한 캡틴 아메리카와 루크 스카이워커도 한 번 패배한 후에야 타노스와 다스 베이더를 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난 데 없는 클리프행어
문제는 만듦새다. 설령 서사적으로 필요했더라도, 허술한 전개와 불완전한 내용 때문에 클리프행어는 작위적이다. 기훈의 위선을 드러내는 쿠데타만 해도 설득력이 없다. 그의 쿠데타 시도 자체는 자연스럽다. 기훈은 애초에 오징어 게임을 파괴할 작정이었으므로. 그러나 게임 중단을 원한 참가자들이 쿠데타에 순순히 가담하는 전개는 부자연스럽다. 지금까지 챙긴 상금만으로도 그들은 빚을 갚고 수술비를 낼 수 있기 때문.
즉, 기훈과 프론트맨이 대면하는 엔딩을 위해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설계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오징어 게임 2>는 전반적으로 산만하다. 시즌 3을 위해 포석을 두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서사를 깔끔하게 갈무리하는 인물도, 눈에 띄는 새 캐릭터도 없다. 극을 주도한 딱지남과 프론트맨은 기존 캐릭터이고, 그 외의 인물들은 조상우나 '장덕수'(허성태)만큼의 생동감을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성전환 수술 비용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특전사 군인, '조현주'(박성훈)가 눈에 띈다. 희생정신과 의리, 정의감과 풍부한 전투 경험을 다 갖춘 그녀는 트랜스젠더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파괴하면서 유의미한 서사와 분량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탈북자 문제, 전세 사기 피해, 미혼모와 낙태 이슈, 청년층의 영끌 투자 열풍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투영하려 한 시도 중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이기도 하다.
시즌 2라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분량을 늘린 듯한 구성도 발목을 잡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기훈과 준호가 섬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준호의 섬 탐색은 곁가지로 밀려난다. 시즌 2에서 아무런 활약도 보여주지 못할 캐릭터를 위해 에피소드 하나를 날린 셈이다. 그 결과 클리프행어를 마주했을 때, <오징어 게임 2>가 다음을 위한 7시간짜리 티저처럼 느껴지는 실망감을 지울 길이 없다.
긴장감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오징어 게임 2>가 시청자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킨 것도 아니다. 기훈과 프론트맨의 대립각을 강조하기 위해서 장르적 쾌감을 일부 포기한 대가다. 물론 게임 자체가 재미없지는 않다. 새로운 게임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시도는 나름대로 유효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직후에 제기차기, 공기놀이, 비사치기, 팽이 돌리기 등과 같이 지난 시즌에 없었던 게임을 배치해 예상을 빗겨 나간 구성이 대표적이다.
짝짓기 게임을 전환점으로 활용한 선택도 영리했다. 게임과 투표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은 나름대로 서로 의지할 팀을 만든다. 그런데 짝짓기 게임을 기점으로 참여자들의 본성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로 인해 불신의 씨앗이 커지고, 참가자들의 관계는 변곡점을 맞이한다. 짝짓기 게임이 일반적으로 단합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활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 정반대 되는 양상은 더욱 흥미롭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이라는 예상된 함정을 피하지는 못했다. 동화 같은 세트와 동요가 배경으로 깔린 살육 장면은 본질적으로 지난 시즌이 보여준 폭력적인 스펙터클과 다르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더 지루하다. 한국 한정으로는 캐스팅이 이 문제를 심화한다. 지난 시즌과 달리 각자 드라마 주연을 맡아도 될 배우들이 대거 합류한 결과 누가 살고 죽을지 모르는 스릴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치러진 투표도 역효과를 낸다. 투표는 일종의 사회적 비유라고 할 수 있다. 대화와 협상, 토론과 설득이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양극화된 한국 정치 지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듯하다. 아슬아슬하게 갈린 투표 결과에 불복하는 모습 등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투표도 세 번째에 이르면 긴장감보다는 지루함의 비율이 높아진다. 투표가 어떻게 진행되든 간에 게임이 계속 진행될 거라는 사실이 뻔히 보이기 때문.
위선자의 상술
결과적으로 <오징어 게임 2>는 속편의 존재 자체가 내재한 모순점을 노출하고 만다.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는 상술했듯이 명확했다. 탐욕으로 인해 극한으로 나아간 자본주의의 끝에 위치한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였다. 가난한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서로를 죽일 때, 그 과정마저도 상업화하고 즐기는 현대 사회의 구조와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 2>는 본말이 전도됐다. 날카로운 풍자는 잊고, 어린 시절 놀이를 잔인하게 만들면 성공한다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즉, 철저히 돈벌이를 위한 작품으로 변했다. 매텔, 크록스, 조니 워커를 비롯해 콜라보 대열에 합류한 수많은 브랜드는 그 방증이다. 황동혁 감독도 시즌 1의 금전적 보상이 충분하지 못한 나머지 계획에도 없던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으니 예견된 상황일지도 모른다.
물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이미 <오징어 게임 2>가 갖가지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으니까. 넷플릭스 드라마 최초로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93개국)에서 동시 1위를 달성했고, 첫 주에만 6,80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드라마 역대 첫 주 최다 시청수도 경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 2>는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해 보인다. 시즌 1에 비해 덜 흥미롭고, 짜임새도 부족한 어린 시절 놀이만으로는 노골적인 상업성과 지독한 돈 냄새가 다 가려지지 않기 때문. <오징어 게임>이라는 브랜드가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지운 셈이고,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꼴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시즌 3의 전개에 따라 시즌 2가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 정도가 아닐까.
Poor 형편없음
돈에 미친 개가 돈 냄새 묻은 개를 나무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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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메이크하며 바뀐건 시대랑 소품, CG뿐?
리뷰하기에 앞서, 본 영화는 1984년 영화인 '초능력 소녀의 분노'를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제작사는 블럼하우스인데 1933년 영화 '투명인간'을 리메이크 겸 재해석해 만든 '인비저블맨'이 정말 만족스러운 공포영화였기에 이번 작품을 기대한 부분이 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제로 감상해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우선 리메이크를 하면 팬들은 재해석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사이코'가 혹평을 받은 이유가 말 그대로 원작을 똑같이 따라갔기 때문인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파이어스타터도 필자가 1984년 작품을 안 봤지만 "대체 현대로 리메이크하면서 뭐가 바뀐거지?" 이런 생각이 든다.
원작 줄거리를 보니 캐릭터 일부 추가되고 전개가 좀 바뀌고 했는데, 후술하겠지만 줄거리가 아쉬웠어서 괜히 바꿨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외에 바뀐 거는 솔직히 시대가 바뀜에 따라 추가된 소품들(CCTV가 사용된 연출, 스마트폰 얘기 등), CG가 사용됐다는 거 정도밖에 없어보인다.
그리고 줄거리는 상당히 아쉽다.
등장인물들이 가진 초능력을 너무 편의적으로 전개하는데 남발되고, 특히 마무리는 대체 뭐지 싶을 정도로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행동에 납득이 안 간다.
후속작 제작 의사가 있다는 얘기는 이미 알고 있으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는 억지로 떡밥 남기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볼거리도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까지 훌륭한 것도 아니다.
저예산으로 잘 뽑아내는 블럼하우스 답게 CG는 괜찮게 나와서 보는 맛은 있다.
그런데 영화의 볼거리를 담당하는 방화 능력이라는게, 지금 와서 보면 꽤 진부하다.
공중부양, 변신 같이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능력과는 다르게 어떻게보면 그냥 불일 뿐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영화에서의 방화 능력을 직접 보고 싶다면 그냥 어따가 기름 좀 붙고 라이터로 불 붙이면 된다.
방화가 무슨 불을 뿜어내고 손에 불이 나오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말그대로 소환 시키는 거라, 수많은 초능력물들이 나온 현대에 봐서는 꽤진부하게 느껴진다.
필자의 평을 보면 흔히 말하는 '망작'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 정도 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가끔씩 선사하는 볼 거리가 괜찮고, 줄거리도 급전개나 편의적인 전개가 보일 뿐이고 마무리가 황당한거지 처참한 수준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러닝타임도 1시간 반 정도로 짧아서 킬링 타임용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
보면서 따분하거나 지루하지는 않다만, 강력히 추천하기는 어렵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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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OTT 종료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2월의 첫째 주, 모두 잘 보내고 계신가요?
12월 첫째 주마다 씨네랩에서 준비하는 콘텐츠가 있죠!
바로, 12월 OTT 종료예정작 추천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12월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넷플릭스와 왓챠의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놓치지 마시고 원하는 콘텐츠를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그것
12.5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동생이 사라졌다. 27년마다 마을에 나타난다는 '그것'이 돌아온 걸까.
실종된 동생을 찾고 싶은 빌은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사악한 광대의 모습을 한 '그것'과
내면의 두려움을 마주한다.
cine pick!
스티븐 킹의 소설이자 TV 시리즈였던 '그것'의 리메이크작인 <그것>은
국내외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7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12.1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 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10대 마일스.
혼란스러운 그의 앞에 악당과 싸우던 피터가 나타나고,
그들은 여러 평행세계 속에 수많은 스파이더맨들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cine pick!
소니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로 평행 우주의 세계관 속에
다양한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한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유수의 영화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영화이다.
서치
12.14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딸 마고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 3통. 아빠 데이빗은 그 후 연락이 닿지 않는
마고가 실종 됐음을 알게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지만 단서는 나오지 않던 중,
데이빗은 마고의 노트북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cine pick!
PC 화면으로 극의 대부분을 진행하며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 작품이다.
제한된 모니터 화면 속에서 무한한 확장 가능성과 장르적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스타 이즈 본
12.19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가수를 꿈꾸는 여자가 톱스타 뮤지션인 남자를 만나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든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여자는 스타의 길로 비상하지만, 남자는 고통과 고뇌 속에 점점 무너져가는데.
cine pick!
1937년에 개봉한 원작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지금까지 리메이크 된 스타 이즈 본 시리즈 중 54년 작품
다음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페임
12.14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소수의 인재만을 허락하는 뉴욕 예술 학교. 이곳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실력과 열정을
고루 갖춘 젊은 인재들이 모여 있다. 최고를 꿈꾸는 그들은 경쟁하고 좌절하면서 함께 무대를 만들어간다.
cine pick!
트렌디한 스토리와 노래, 춤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영화의 OST는 네오클래식, R&B, 일렉트로닉 댄스 팝까지 다양한 장르로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인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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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의 외로움, 그녀를 향한 지지자
리더의 외로움, 그녀를 향한 지지자
영화 <디베르티멘토> 리뷰
감독]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
출연] 울라야 아마라, 리나엘아라비
시놉시스] 1995년, 파리 교외의 이민자 가정 출신인 ‘자히아 지우아니’는 지휘자의 꿈을 안고 파리 한가운데 있는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이민자 출신의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높은 장벽을 마주하지만 지휘에 대한 열정으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눈에 든다.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자히아는 다양한 출신의 친구들을 모아 특별한 오케스트라를 결성한다. 일명 ‘디베르티멘토’. 오직 손끝으로 세상을 움직인 17살 마에스트라의 감동 실화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스포일러 주의#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의 중요
영화 디베르티멘토는 재능적으로도 타고나긴 했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지우아니 자매는 각각 비올라/지휘와 첼리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우아니 자매에게는 자신들을 열렬히 지지해주는 부모님과 남동생 그리고 서로가 있었지만 그들은 이민자에 파리 외곽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파리명문 음악고등학교에서 배척당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히아는 화를 내거나 움츠러들지 않는다. 그저 평온하게 친구들을 대할 뿐이다. 과연 그녀에게 있어서 또래 집단의 무시로부터 견딜 수 있는 힘을 무엇이었을까? 이는 아마도 이 집단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자신을 충분히 지지해주는 또 다른 집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 지지대가 되어주는 곳이 있었기에 자히아는 배척이 심했던 명문음악고등학교에서도 또래집단의 따돌림에도 계속해서 다가가고, 자신을 실력으로서 증명하며 친구들의 마음을 돌리기 시작한다.
세계적인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특별 수업에서 그의 눈에 띈 자히아를 본 친구들은 그녀를 지휘자로서 조금씩 인정해주기 시작했고, 그녀의 음악 열정에 공감한 친구들은 자히아가 있는 파리 외곽까지 매주 가면서 그녀가 만든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의 일원으로서 참여한다. 친구들의 마음을 얻은 자히아의 앞길은 행복한 나날만 될 것 같았지만, 그토록 원했던 지휘자 콘테스트에서 떨어지고 만다. 피아노 2중주 지휘를 하는 것이었는데 음악에 심취한 자히아는 피아노 2중주 지휘 속에서 오케스트라를 상상하며 피아노가 아닌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버리는 실수를 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이 일을 계기로 많은 실망을 하게 되고, 연이어 자신의 스승 세르주 첼리비다케에게 계속해서 꾸중을 듣자 점점 스스로를 지휘에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좌절을 한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세상으로 이끌어준 이들은 그녀의 지지자들이었다. 집에서 나오지 않는 그녀를 위해 디베르티멘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집 앞에서 '볼레로'를 연주하기 위해 대기한다. 자히아가 지휘봉을 들고 지휘를 하기 전까진 볼레로의 첫마디를 그저 도돌이표를 할 뿐이었다. 그렇게 자히아가 지휘봉을 움직이는 순간 음악은 시작되고, 공원을 아름답게 소리로 물들인다.
리더의 외로움
영화 속에서 자히아는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서 현재 단 4%밖에 되지 않는 여성 지휘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자히아를 믿어주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동경하면서 더 많아질테지만 그 이면 속에 한 오케스트라의 리더로서 그 외로움을 담고 있어서 너무나도 큰 공감이 되었다.
자히아는 어린 나이지만 스스로 디베르티멘토라는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면서부터 리더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저 학교의 소속으로서, 어린아이들의 비올라 선생님으로서 자히아는 혼자 결정하고 책임을 지어야 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나서부터는 지원이 없는 현실에 맞서야 했고,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부시장과의 대담을 하기도, 스승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오케스트라의 존재의 이유를 납득시킬만한 실력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히아는 리더의 외로움을 오롯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수준으로는 발전해나가는 과정이기에 그리고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이 음악인으로서는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겠지만, 당장 시설 지원이 어려워지면 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리더로서는 빠른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리더와 음악인 사이의 간극을 자히아는 혼자 더 느낄수밖에 없었고, 자신이 지휘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오자 더 큰 좌절을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히아라는 인물이 리더로서 겪는 외로움과 결국에는 그 외로움과 슬럼프를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응원을 통해 극복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감동과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대할 때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서 과연 요새의 나는 저런 열정을 쏟아내는 무언가가 있을까 생각하며 그 열정을 서스름없이 표현하는 자히아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절로 났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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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과 낙하산과 시간
나는 홍콩을 딱 한 번 가보았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기내식을 4번씩 먹으며 두 번의 경유를 거쳐 아프리카 남단을 일주일 만에 왕복하는, 짧고 굵은 여정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경유 시간이 떠서 홍콩 시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홍콩 공항을 종종 경유했지만, 공항 바깥으로 나가 본 것은 처음이었다.
별유천지가 따로 없었다. 왜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라는 가사가 나왔는지 피부로 이해했다. 시간이 먼지처럼 소복소복 쌓인 골목은 어디를 툭 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스며 나올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양조위나 장국영이 고개를 내밀 것만 같은, 바라보면서도 더 바라보고 싶은 골목들이었다. 꼭 다시 와야지 생각했다. 밀크티 마시며 이 골목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참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몇 달 후. 홍콩은 당분간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페이스북 담벼락 기본 문구를 바라보는 기분으로 깜빡깜빡, 빈 곳을 응시했다. 바라보고 싶었던 골목 대신. 삶의 아귀가 맞지 않는 기분이 들 때마다 열어보던 홍콩 영화들 대신. 우산과 까만 마스크, 거리에 나서면 누구나 닮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영화제마다 다큐멘터리에 홍콩 이야기가 있는지 둘러보며, 조각조각 찾아 헤맸다.
같은 질문을 품어 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2022년 10월 13일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이다.
주제의 무거움에 한 번, 152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또 한 번 멈칫하게 될 이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당신을 무거운 감정 안에 혼자 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끔찍한 폭력을 목도하게 될까 봐 멈칫하겠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본 것은 오히려 희망이었다. 홍콩에 대해서도, 시대에 대해서도.
시대혁명 속으로
거친 상황을 담은, 강렬한 포스터의 영화지만 당신에게만큼은 참 친절한 영화일 것이다. 152분의 러닝타임은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어, 그다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매우 적절한 소제목과 함께 각 장이 똑똑하게 분절되어 있다. 홍콩 상황을 잘 몰라도 충분히 씹어 삼킬 수 있도록, 한입 크기로 잘라 준다. 친절한 가공을 잔뜩 거쳤음에도 너무나 생생해서, 잠시 2019년 홍콩으로 시공간 이동을 하는 기분마저 들게 만든다. 연대하는 마음 외에는 큰 기대 없이 본 영화였는데, 너무나 훌륭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2019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을 계기로 일어난 시위를 담았다. 홍콩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면 중국으로 송환되어 재판받게 된다는 조항은, 당시 들려오던 수많은 의문사와 실종 사건들과 맞물려 공포를 자아냈다. 홍콩 사람들은 최루액에 우산으로 맞섰던 2014년 '우산 혁명'을 기억하며 다시 거리로 나선다. 영화는 2019년의 거리와 홍콩 사람들을 촘촘하게 담아낸다.
지도부가 없음에도 시위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착착 찾아낸다.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각자의 직업을 선택하듯이. 시위가 진행하면서 변해가는 상황에 이들이 얼마나 유동적으로 움직이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얼굴과 이름을 가리고 나오지만, 그들의 생각과 역할과 의미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결과 우리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던 이들을 한 명씩 만나게 된다.
버스도 지하철도 끊긴 도시에서 시위 참석자들을 집에 들여보내는 '승용차 부대', 시위 최전선에 서는 이들을 돌보는 '엄마'와 '아빠', 전경의 위치와 최루탄 정보 등을 파악해 전달하는 '감시 부대'... 시위 안에서의 역할 차이는 물론 시위 바깥에서도 체계적으로 각자의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만약 모든 것이 죽는다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누구의 행동과 말에 당신의 시선이 가장 깊게 머물렀을지 궁금하다. 돌아보면 나는 세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70대 노인 '찬 아저씨Uncle chen'. 그는 수십년 째 농부로 살아왔는데, 아이들이 죽어가고 끌려가는 걸 더 볼 수 없어 길을 나섰다. 경찰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너희가 들어가야 나도 들어간다"며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다른 노인들과 손을 맞잡고 경찰의 폭력을 막는다. 종내에는 경찰이 그의 노구에까지 손을 올리면서 더 이상 시위에서 '전력'이 되지 못하지만, 당연하고 상식적인 말을 하는 노인의 존재에는 큰 울림이 있다. 더불어 홍콩을 향한 중국의 야욕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존재했는지도 살짝 보여준다. 중국은 주민들이 농사짓던 땅을 아무 합법적 절차 없이 집어삼키고 쫓아냈던 것이다.
14살 소년 모닝Morning. 그는 알레르기가 있어 최루 가스를 조금만 맡아도 기침이 나오는 몸이고 아직 어리지만, 구조대로 시위 현장을 뛰어다닌다. 최루 가스 때문에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결연한 얼굴로 제 방독면을 벗어 씌워주고 함께 안전한 곳으로 뛰어가는 모습은, 아직 어리지만 곧고 힘차다. 한국 웹사이트에도 영상이 퍼졌던, 경찰이 지하철 속의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던 그 현장에도 그는 달려갔다. "총을 쏘든 때리든 다 맞겠으니 사람만 구하게 해달라"고 엉엉 우는 그의 모습을 보기 괴롭고 속상했다. 구조대를 막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홍콩 경찰은 국제법과 관례를 어긴 지 오래다. 그러나 다시 그는 여전히 올곧은 눈빛이다. 그는 아마도 조슈아 웡처럼 자랄 것이다. 단단한 신념을 뿜어내는 눈으로
마지막으로는 영화에서 많은 인터뷰를 했던, 사회복지사 중년 여성 재키. 상황을 차분하게 조망하고 움직인다. 얼굴이 벌게진 백인 남성이 삿대질하며 "너희가 홍콩을 다 망치고 있다. 부동산도 경제도 망치고 있다!"고 천박한 욕 섞어가며 소리치는 앞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법 없이도 살 사람 같은 표정이지만, 시위 현장에 늘 서 있다. 그 차분한 시선으로 본질을 진작에 꿰뚫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죽고, 자유가 죽은 땅에서는 사회복지사도 없다고. 그 땅에는 인권이란 게 없을 테니까. 자유가 없는 땅에서는 돌봄도 죽는다. 그 지적은 '좋은 것이 좋은 것' 식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찌른다.
써놓고 보니 나는 '맞서 싸우는 힘'보다 '살리는 힘'에 마음이 기우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살리는 힘은 싸우는 힘과 연합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죽은 땅에서는 아무것도 살릴 수 없을 테니까. 죽이는 힘에 맞서야만 살릴 수 있을 테니까. 바로 그 마음으로, 흙을 바라보며 살아온 노인이, 단단한 눈빛의 소년이, 법 없이도 살 얼굴의 사회복지사가, 시위 현장에 서 있다.
우리의 무기, 기록과 희망
승산이 높지 않았다. 2019년의 시위는 결국 끝났다. 다만 흔한 역사 속 시위들처럼 '지도층의 내분' 같은 건 없었다. '지도층'조차 없이, 물방울 같은 각자가 모여 강처럼 흘렀을 뿐이다. 화염병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몰라서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던 (당연히 기름이 다 흘러 못 쓰게 되었다) 아이가 화염병을 던지게 하고, 구글 맵을 볼 줄도 모르던 아이가 지도로 경찰 정보를 보내는 첩보 작전을 펼치게 만든 홍콩 경찰은 마침내, 시민들을 전쟁 상대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캐리 람을 죽여도 또 다른 캐리 람이 나타날 테니 결국 보통 선거권을 쟁취해야 하는 싸움임을 똑똑하게 인지하고 있는데.
경찰은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아무 무장도 하지 않은 사람의 심장을 겨누어 총을 쏘았다. 시위를 무력 진압하다 못해, 일반적인 국제관례를 어기고 퇴로까지 차단하고 정말 몰살시킬 각오로 공격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만큼 잔인하게 짓밟았다. 영화가 잔인한 장면을 자주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홍콩 경찰은 정말 잔인했다. (여담이지만 SNS에 홍콩 경찰 지지 의사를 올렸던 수많은 중국인 아이돌들이 떠올라 또 화가 났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돈 벌면서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는 행위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걔네가 지지한 게 이거라고요?)
시위의 마지막 순간은 홍콩 이공대를 배경으로 한다. 퇴로를 차단하고 시위대를 몰아세우는 홍콩 경찰 앞에서, 시위대에게 남은 길은 죽음 혹은 10년 징역형밖에 없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움직이고, 수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지만, 경찰은 동일한 스탠스를 유지한다. 수천 발의 최루액과 물대포로 사람을 날리고, 총을 쏘고, 끝내 아이들을 무릎 꿇리고, 구타하고, 질질 끌고 가고...
그렇게 홍콩은 국제 사회에서 조금 잊힌다. 미얀마에서도 괴로운 일이 생겼고, 우크라이나에도 전쟁이 났으며... 중국의 굴기는 계속되었다. 2020년에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을 시행했고, 가까운 시일 내에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하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고, 한국 문화와 역사에도 자꾸 손을 대서 우리를 불편하게 또 긴장하게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 뇌리에 마지막으로 남은 홍콩의 인상은, 진압되기 전 마지막으로 홍콩 이공대 벽에 누군가 남겼다는 짧은 편지다.
세상 사람들에게
중국 공산당은 당신의 정부에 침투할 것이고
중국 기업은 당신의 정치적 입장에 간섭할 것이다
위구르족에게 한 짓처럼
당신네 나라를 털어먹을 것이다
정신을 똑똑히 차려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은 당신 차례가 될 테니까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훗날 홍콩 역사에 아마 2020년에서 2022년 사이는, 2019년이나 우산 혁명의 2014년보다 고요하게 기록될 것이다. 사실 그래서 본 영화였다. 어둠 속에서 연대하는 마음으로. 최루액에 맞서는 우산을 함께 받치는 마음으로, 의문의 추락사로 사라진 이들에게 낙하산을 달아주고 싶었던 마음으로.
그런데 정작 내가 등장인물들의 우산 아래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10년 징역형을 받고 나와도 아직 이십 대 혹은 삼십 대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들. 또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오면 더 잘 싸울 거라고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들. 변조와 모자이크를 뚫고 여기까지 전해지는 그들의 생생한 에너지가, 젊음이, 푸른 꿈이 기묘한 희망을 주었다.
하긴 그렇다. 비루하고 추레하게 제국을 바라는 이들은, 푸른 자유를 꿈꾸는 이들보다 먼저 죽을 것이다. 아무리 경찰이 총을 쏘고 쇠봉을 휘둘러도 모든 시민 모든 아이를 죽일 수는 없으므로. 모든 관례를 부술 만큼 비겁해지지 않고서는 싸울 수도 없었던 그들과 달리, 시위대에 있던 이들은 모든 희생과 고민과 절망을 다 끌어안고도, "우리를 기록해 주세요"라고 울먹이면서 말하고도, 여전히 싸울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것이 끝난 어둠 속이 아니라, 신발 끈을 다시 매면서 장기전을 바라보는 휴지기의 어둠 속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홍콩에 우산을 받쳐줄 수도, 낙하산을 달아줄 수도 없는 우리지만, 단 하나 희망의 시간만큼은 함께 보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 안에 있으므로. 힘들어하면서도 함께 지켜볼 것이다. 우리의 무기는 기록과 희망이고, 그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공유를 통해 힘이 부여된다는 점이니까. 전작에서 우중충한 향후 10년을 상상하며 <10년>을 만들었던 감독이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상상해 펼칠 날을 기대하며, 촛불에서 촛불을 옮기듯, <시대혁명>으로 작은 힘을 함께 나누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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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쁘띠마망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도라에몽>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나는 진구라고 생각하지만 도라에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쁘띠 마망>도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넬리와 마리옹 중 누구일지 생각하게 만든다. 혹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쁘띠 마망>은 할머니의 십자말풀이를 열심히 풀던 넬리가 작별인사Au revoir를 하며 방을 나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방만이 아니라 복도에 딸린 방문마다 안에 넬리의 인사를 받는 할머니들이 있다. 세 할머니를 지나서 엄마가 있는 방에 넬리는 도착한다. (좀 더 봐야 알 수 있지만 넬리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엄마가 병실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다) 포스터를 보고 간 관객은 당연히 이 넬리라는 어린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만 Petite Maman이라는 제목이 아름다운 서체로 화면에 새겨지는 순간에 카메라가 담는 것은 넬리의 엄마인,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는 마리옹이다.
그렇다, 제목이 가리키는 '쁘띠 마망'은 마리옹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Mourir?" "Courir."라는 시적인 대사를 쓴 시아마답게 'petit'도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작다는 의미로 해석할 때, 말 그대로 넬리가 자신과 동갑인 어린 시절의 엄마를 만나러 가기 때문에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작고 어린 엄마'이다. 두 번째로 넬리의 입으로 언급되듯 마리옹은 23살에 아이를 낳은 젊은, 어린 엄마이기 때문에 쁘띠 마망이다. 마지막으로 petit는 새끼,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뜻도 있는데, 시아마의 <쁘띠 마망>이 그리는 그림은 넬리와 마리옹 사이의 모녀 관계뿐만 아니라 마리옹과 그 엄마 사이의 모녀 관계까지 패스츄리처럼 겹겹이 쌓고 있는 관계도이다. 따라서, 쁘띠 마망은 넬리의 엄마인 동시에 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한 마리옹, 자식인 엄마를 가리키는 것으로도 보인다.
1. 넬리와 할머니를 연결했던 고리가 십자말풀이라는 점마저 시아마 영화다워서(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상상했던 시아마 영화 같아서) 좋았다. 낱말을 섬세하게 다루는 모습이 좋다.
2. 처음에 넬리 아빠가 등장했을 때는 아빠가 아니라 아는 아저씨인 줄 알았다. 운전 전에 마리옹이랑도 그렇고 넬리랑도 데면데면하게 굴어서 그냥 이사 도와주는 엄마 친구인 줄. 넬리가 어린 마리옹을 만나는 동안 어른 마리옹은 만나지 않기 때문에 아빠의 돌봄이 어린 마리옹과 넬리의 우정을 지속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3. 할머니 댁으로 운전해서 가는 동안 넬리가 과자를 먹다가 운전하는 엄마 입에 계속 넣어주고, 엄마가 그걸 거절하지 않는 장면이 슬프도록 상냥하다고 느꼈다. 보면서 과자 두 개째 줄 때부터 '이제 그만 줘도 돼'라든가 '너 먹어'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고 음료까지 받아마셔 준다는 게 마리옹이 얼마나 다정한 엄마인지 보여준다. 아이들이 과자를 나눠주는 것은 호의에서 비롯하는 것이지만, 마음이 고마워서 먹는 거지 어른이 정말로 아이가 먹는 과자를 먹고 싶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운전하면서 뒤에서 자꾸 과자나 음료를 준다고 내미는 게 귀찮을 법도 한데 끝까지 귀찮은 티를 내지 않는 단단한 상냥함이 감동적이었다.
4. 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아가 날뛰었던 장면이 몇 군데 있다. 시리얼을 먹다가 우유만 쪽 먹고 다 남기면 어떡하니! 양치하고 가글을 한 번만 하면 어떡해! 양치만큼 치약 헹구는 것도 중요한데! 아저씨(아빠) 여덟 살짜리랑 실내에 있는데 담배를 피워? 여덟 살 애들끼리 위험하게 가스레인지로 우유를 데우고 불 쓰는 요리를 하면 어떡해!의 연속.
5. 넬리가 파란 옷을 많이 입는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주사위 놀이를 할 때 파란색을 바로 고르는 걸 보면 정말로 넬리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파란색인 것 같다. 반대로 마리옹이 자주 입는 색은 붉은색. 넬리를 처음 만났을 때도 역할극을 할 때도 붉은 계통의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머리에 푸른 계열의 머리띠를 거의 계속 두르고 있기 때문에 넬리의 색도 일부 가지고 있다.
영화의 주 배경인 할머니의 집 내부 공간 중 세면대가 있는 방의 파란 타일과 붉은 나무문이 대조적이라 특히 아름다웠다. 물론 노란 벽지에 햇빛이 따스하게 드는 부엌도 멋지다.
6. 마리옹과 넬리가 색으로 연결된다고 해석했는데, 그뿐만 아니라 나이답지 않게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넬리의 차분한 성격이 우울감에 빠진 상황에도 상냥한 마리옹의 성격과 닮아있다고 느꼈다. 마리옹의 엄마가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다리의 장애를 마리옹이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아 마리옹이 수술을 받게 해야 했던 것처럼, 마리옹도 자신의 우울증이 넬리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은 부분은 있다고 본다. 다만 마리옹이 끊임없는 노력으로 다정한 사람이라 넬리도 다정한 아이가 될 수 있었다.
7. 마리옹과 넬리가 역할극을 하고 나서 마리옹이 배우가 되고 싶다고 고백하는 부분이 조금 씁쓸했다. 현재의 마리옹이 딸과 남편을 옛 집에 두고 훌쩍 떠날 정도로 우울해하는 이유에 이런 부분도 포함되어있을 거라 짐작됐다.
8. 둘이 피라미드 같은 구조물 안에 들어갔을 때 나온 노래가 자꾸 carry on to me라고 들려서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불어일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완전히 잘못 들은 것이었다.
9. 넬리와 마리옹 배역을 연기한 배우들은 쌍둥이다. 굳이 둘의 외적인 차이에 집중하자면 넬리는 햇빛을 받으면 붉은 기가 도는 갈색머리라 파란색과 대조적으로 잘 어울렸고, 마리옹은 그보다 밝은 갈색머리였다. 성인 마리옹 배우는 넬리보다 훨씬 진한 갈색머리, 브루넷이라 머리색의 스펙트럼에도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 마리옹의 엄마도 브루넷이었는데 마리옹이 자라면서 엄마를 닮아갔다고도 생각된다.
10. 시아마 감독이 자기가 만들어낸 캐릭터 중 마리/마리옹/마리안느와 같은 이름이 붙은 캐릭터들은 본인 할머니 마리를 떠올리며 이름을 붙였다고 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넬리의 이름은 할머니에게서, 마리옹의 이름도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 할머니들도 더 위의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았을지도 모르는 이름이다. 먼저 떠난, 떠날 가족의 이름을 후대의 가족 구성원에게 붙이는, 가족 내에서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고자 하는 서구권의 사랑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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