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6-15 19:51:54
6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7월에 제작 시작
📮 6월 2주차 2번째 씨네뉴스가 도착했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7월에 제작 시작!
한 인터뷰에서 에밀리 블런트가 드디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
관한 소식을 조심스럽게 밝혔는데요!
올해 7월부터 제작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2026년 5월에 개봉 예정이니
20년만의 귀환인데요…
개인적으로도 너무너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
🗞️
❶ 에밀리 블런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에 관해 이야기했다
❷ 호아킨 피닉스 주연, 아리 애스터의 ‘Eddington’ 예고편 공개
❸ 유현목 감독 탄생 100주년 기념 기획전, 영상자료원에서 개최
❹ 레나테 레인스베, A24 신작 공포 영화 ’The Backrooms‘ 합류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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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her>, 인공지능에게 배우는 사랑
2013년 개봉해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미국 작가 조합상의 각본상을 받은 영화 <그녀 her>는 2025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전부터 미래를 다루고 있는 SF 영화들은 배경이 되는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시점이면 다시 거론되고는 한다. 지난 2015년, <백 투 더 퓨처>가 얼마나 현실이 되었는가에 관해 얘기했듯 말이다. 그래서 현재를 배경으로 상상을 펼쳐낸 과거의 SF 영화를 통해 현재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인공지능 서비스와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의 이야기를 다룬 SF 로맨스 영화다. 영화계에 로봇과 AI(인공지능)를 소재로 창작된 영화는 많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인간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 발전한 로봇과 AI가 공격적인 자아를 띠며 인간을 공격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 로봇>은 로봇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벌어진 로봇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A.I.>는 인간과 감정을 지닌 로봇의 구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는 인공지능을 통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한국 포스터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다운로드하는 주인공 테오도르(역 호아킨 피닉스) (C) 한국 배급 ㈜더쿱
<그녀>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필해 주는 회사에 근무한다.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이전 편지와 사진 등을 통해 유추해 대신 작성하며 음성인식으로 타이핑된 글자를 필기체로 편지지에 인쇄해 낸다. 아내와 이혼 소송 중에 있는 그는 홀로 지내던 중 ‘당신을 이해하고 귀 기울이며 알아줄 존재’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서비스를 구입한다. 스스로를 ‘사만다’라고 부르는 인공지능을 만난 테오도르는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끼다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공유하다 더 깊은 감정을 나누게 된다.
‘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 – New York Times’라는 한국판 포스터의 홍보 문구와 같이 <그녀>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애초에 이 영화를 로맨스 영화라고 불러도 괜찮을지 의문도 든다. <그녀>는 담백하게 흘러가지만 묘하게 기시감이 들고 불안감이 느껴진다. 어딘가 불편하고 잘못된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게 주인공이라는 캐릭터의 경험에 관객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닌, 제삼자로 이야기를 접하게 함으로써 영화는 인간들 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찬찬히 풀어보도록 할까.
모두가 무선 이어폰을 끼고 각자의 일을 하는 영화 속 미래와 인공지능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C) 한국 배급 ㈜더쿱
편안함과 불안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영화
앞서 말했듯 영화는 2013년에 공개된 2025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12년이라는 어쩌면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를 다루기 때문일까, 영화 속 2025년은 꽤 현실적이다. 무선 이어폰을 끼고 공중에 얘기하는 사람들, 구두로 하는 컴퓨터 타이핑, 인공지능이 읽어주는 메일, 노래를 창작하는 인공지능 등 모습이 오늘의 우리에겐 크게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배경은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으며, 그 부드럽고 차분한 색감은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영화 내내 알 수 없는 감정이 관객을 영화의 마지막까지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영화의 도입부, 전화로 밤을 달래는 테오도르의 장면 속 주인공의 상상과 상대의 욕구는 관객에게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많은 점에서 잘못된 그 상황을 통해 영화의 주인공이 불안하며 다소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불편함과 불안감에는 기존에 관객들이 가지고 있을 영화 속 인공지능에 대한 이미지도 한몫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과도하게 발전한 인공지능은 다소 잔혹하며 인간에 해로운 존재로 등장한다. 물론 그런 영화들에서는 인간적인 면을 가진 인공지능이 등장해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가 관객에게 남긴 것은 ‘인공지능은 과하게 발전하면 인간에게 해로울 수 있다’라는 인상이다. 게다가 ‘영화’라는 특성상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지 자연스레 대비하게 되는 관객은 다음 장면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공격성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트루먼쇼>처럼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사실 사만다는 살아있는 사람이자 단순히 일로써 행동한 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영화 내내 함께 한다.
심지어 영화 속 인공지능, 사만다는 지속적으로 예상치 못한 면을 보임으로써 긴장을 더한다. 보이스피싱과 인공지능의 개인정보 유출 위협 속에서 사는 2025년의 인간에게 사만다의 작동 범위는 다소 불안하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모든 개인정보를 그의 허락 없이 접속할 수 있으며, 그 외의 사람들과도 연락을 취한다. 자아를 발전시키며 인간처럼 사고하기 시작하면서는 테오도르와 말다툼까지 벌인다. 그렇게 평온하고 부드러운 화면과 대비되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하지만 테오도르에게 인공지능, 사만다는 사랑이었다. 물론 인간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점까지 관객에게 기시감을 더하지만 말이다.
인공지능과의 사랑, 언젠가는 이런 상상 또한 현실로 다가오기도 할까? (C) 한국 배급 ㈜더쿱
AI에게 배우는 사랑
사만다를 만나기 전 테오도르의 현실은 부재로 가득했다. 그의 집은 어딘가 텅 비어있고 어수선했다. 책장에는 장식과 책이 모두 제일 아래 칸만 채우고 있었으며, 조명과 잡동사니는 대부분 바닥에 방치되어 있다. 누군가의 편지를 대신 써준다는 직업 또한 부재 그 자체였다. 대신 써진 편지에는 보내는 이의 애정이 빠져있었고, 대신 편지를 쓰는 테오도르에게는 그의 이름이 남는 작업이 없었다. 테오도르와 그의 아내, 캐서린 사이의 부재는 소통이었다. 감정을 얘기하지 않는 테오도르에게 소통의 부재를 느낀 캐서린은 그를 떠났다. 테오도르의 회사 엘리베이터는 도시에는 없는 나무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었고, 회사 동료이자 친구가 개발하는 게임 속에는 남편이 없었다. 이처럼 테오도르의 삶은 그도 모르는 사이 무언가 빠져있었다. 영화의 전반, 테오도르는 다소 바람직하지 못한 연애 상대로 그려진다. 그는 친구에게 소개받은 여자와 자고 싶지만, 연인이 되고 싶지는 않아 한다. 그러면서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이혼 서류에 서명해주지도 않는다. 그렇게 테오도르의 삶은 모순과 부재로 가득했다.
그런 삶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만난다. 처음은 낯선 존재인 사만다를 경계하지만, 자신에게 맞춰주는 그녀를 이내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그러고는 자아가 성장하는 사만다를 점차 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갓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둘은 이내 관계에 대해 말다툼까지 한다. 뒤이어 화해하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기까지,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한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만다는 떠나지만 그에게는 무언가가 남았다.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C) 한국 배급 ㈜더쿱
모순과 부재로 가득했던 테오도르는 인공지능을 통해 사랑을 배웠다. “서로 맞춰가기보다는 순종적인 아내를 원했지”라는 전처 캐서린의 말처럼 테오도르는 상대가 아닌 자신만을 생각했다. 문제나 고민이 생기면 상대와 공유하지 않고 홀로 앓다가 상대까지 고장을 냈다. 사람 간의 관계는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며 지탱해 주어야 유지될 수 있음을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관계를 통해 배웠다.
처음에 인간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사만다의 성장을 돕는다. 그러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고받으며, 테오도르의 지식과 한계를 넘어 그 이상으로 나아간 사만다로부터 타자와의 관계를 배웠다. 그렇게 처음에는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춰는 인공지능일 뿐이라 여겼던 사만다로부터 테오도르는 오히려 배움을 얻고 버림을 받는다. 자신만이 주체라고 생각했던 관계 속에서 그는 그녀 또한 주체임을 배운다. 이 점에서 어쩌면 <그녀>는 두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라는 이야기에 인공지능이라는 설정만 더해졌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를 주체성이 없는 순종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하다가, 점차 그 상대가 성장하여 그로부터 배움을 얻게 만들고, 나아가 주인공 또한 버려질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기 위해. 상대 또한 생각하고 성장하는 주체임을 보여주기 위해. 관계에 있어 주체는 모두임을 보여주기 위해.
테오도르는 이후에는 어떤 사랑을 할까 (C) 한국 배급 ㈜더쿱
일반적으로 연인관계는 타인으로 시작하여 연인이 되었다가 부부가 되거나 다시 타인이 되면서 끝난다. 그런데 ‘타인이 되면서 끝나는’ 경우 우리는 상대를 만나기 이전인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상대와 함께 한 경험도 없던 일로 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 관계에서 누군가는 사만다처럼 자아의 성장을 경험해 다음으로 나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테오도르처럼 지난날의 자신을 반성하며 차츰 성장해갈 것이다. 영화 초반의 테오도르처럼 현실을 부정하고 타인과 혹은 스스로와의 대화를 단절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로맨스 영화는 보통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하여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를 보는 관객은 묘한 불안감과 거리감을 느끼며 제삼자로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렇게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로맨스 영화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영화 속 배경이 현재가 되어버린 지금에서는 이 영화를 SF 영화라고 해도 괜찮을까 하는 등의 고민이 든다. 하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역시 로맨스 SF 영화를 기대하고 시작했다 곱씹어보게 된 지난날 타자와의 관계들이다.
더하는 글로, 오랜만의 로맨스 영화에 다소 두서없는 글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뒤로하며,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한국 독립영화 <마이디어>(2023)를 추천하고자 한다. <마이디어>는 청각장애가 있는 여자 주인공이 인공지능 어플 ‘마이디어’를 사용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공지능과 감정을 주고받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청각장애라는 주인공이 마주하는 현실을 비장애인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측면에서 담아내고 있다. 지난 2024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만났던 이 작품이 <그녀>를 보는 내내 떠올랐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사용하는 인공지능 '뤼튼'에서 제공하는 '나만의 AI' 기능을 떠올리며, 어쩌면 인공지능과의 사랑이 SF가 아닌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그녀 her > (2013)
감독 스파이크 존스
주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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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 지워진 모두를 호명(號名)하는 영화 <갈매기>
[감독: 김미조 | 출연: 정애화, 이상희, 고서희, 김가빈, 김병춘 등 | 제작: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 제작지원: 롯데엔터테인먼트 | 배급/투자: ㈜영화사 진진 | 러닝타임: 74분 | 개봉: 2021년 7월 28일]
극의 초반부, 상견례장에 먼저 도착한 오복네 가족의 모습이 나온다. 그들이 앉아 있는 원형의 테이블은 가족을 떠나지 못하고 빙빙 맴돌아야만 하는 ‘오복’의 처지를 미리 일러두는 듯하다.
영화 <갈매기>는 우리가 사는 사회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놀라운 성취를 거뒀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장 상인 ‘오복’은 재개발 시위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밤늦게 술을 마시다 성폭행을 당한다. 기묘하다. 흔히 재개발에 의해 삶의 터전이 빼앗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약자로 도식화되는데 여기서는 그 안에서 또다시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뉜다. 이는 젠더적 관점에서 보편적으로 중요한 지점이다. 여성은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착취와 젠더적 착취를 이중으로 겪는다. ‘오복’ 역시 영화에서 개발논리와 가부장제라는 이중의 착취구조를 온몸으로 견뎌내는데, 여성에게는 그의 삶이 보편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또한 <갈매기>가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하는 방식의 윤리성은 다른 영화와 차별화된 지점이다. 영화는 ‘오복’의 성폭력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10초도 되지 않는 블랙아웃 화면이 전부다. 관객은 블랙아웃 화면 이후의 전개를 통해서만 성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오복’을 무기력한 피해자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가두지 않는다. 평생을 가족에 헌신한 어머니 ‘오복’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이를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계기로 여기고 의연하게 결단을 하는 모습은 어머니 세대에 용기를 건넴과 동시에 성폭력 피해 경험자에 대한 보다 나은 영화적 묘사를 제시한다. 더욱이 가해자인 동료 상인 ‘기택’에게 별다른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영화는 ‘기택’의 가해 행위와, 행위 이후 시장 상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이는 그동안 성폭력 가해자에게 유독 너그러웠던 사회 인식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성범죄 이후를 바라보는 문제의식 역시 명확하다. ‘오복’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동료 상인들을 설득하고 회유한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서는 상인은 아무도 없고, 경찰도 ‘오복’에게 확실한 증거를 마련하라고 한다. 여기서 이상한 점을 느낀다. 다른 범죄의 경우 기소가 되면 가해자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유독 성범죄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게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의 삶까지 저버리지 않았던가. 또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드러난다. 특히 남편이 “성범죄는 여자가 응해야만 성립된다. 그것이 진리다.”라는 말을 툭 뱉는데 이런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그간 여성을 성범죄 피해로부터 가두는 역할을 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집을 나서는 첫째 딸에게 ‘오복’의 남편이 옥상에서 인사를 하는 장면. 탁 트인 꼭대기에서 웃으며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는 가장의 밑에는 사각형의 창문에 포획된 채 어두운 표정을 한 ‘오복’이 있다. 그리고 카메라는 첫째 딸의 시선으로 부모를 올려다보는데 이것은 종합적으로 가부장제 자체를 상징한다. 이밖에도 서늘하게 표현된 ‘오복’이 김치를 써는 장면. 롱테이크를 적극 활용하여 현실감을 높인 점 등 촬영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영화의 마지막은 ‘오복’이 가해자의 가게 앞에서 ‘나는 주오복 입니다’라고 적힌 호소문 피켓을 들고 1인시위하는 모습으로 끝난다. 자신의 실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생각나는 엔딩이다. 삶의 한 축인 경제 공동체 ‘수산시장’과 그가 헌신으로 일군 ‘가족’이라는 운명 공동체 속에서 '오복'은 저마다의 필요에 의해 취해지고, 내팽개쳐졌다. 그러나 그는 이제 '나'를 챙기기 시작한다. 육지를 빙빙 돌던 갈매기 '오복'이 기어코 바다를 향하는 모습은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던 모두를 향한 생생한 호명(號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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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쓴 이야기의 여정
올해 초에 출판 편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편집 실무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배우는 수업이었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책의 무엇을 구매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 다른 것보다도 관점이 선명해서 흥미로웠다. 저마다 쉽게 대답할 수는 있지만 정답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그런 문제였다. 읽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니 책의 내용을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책을 다 읽고 그 책을 팔면 기억이 사라지는가? 책이 더 이상 우리의 소유가 아니더라도 우린 그 내용을 알고 있다. 여타의 상품이라면 그럴 수 없다. 라면 한 봉지, 러닝머신, 양키캔들이나 책가방까지도 수중에서 사라지면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은 팔더라도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진 않는다. 뭐 유별난 차이인가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 얇고 세밀한 틈이 책의 지향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저작물이다. 저작권이 발생하는 저작물. 사상이나 감정, 아이디어와 같은 메시지를 일정한 표현 형식에 담으면 저작권이 발생한다. 그러니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정한 형태로 그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 저작물은 작가와 불가분의 관계이다. 책은 저자의 생각과 인격을 담아낸 저작물이다 보니 이를 편집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조심스러운 과정이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라고 하는 것이 미묘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함께 책을 만들어간다는 마음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책을 쓰고 편집하는 과정은 훨씬 어려워진다. 문장을 바꿔나가는 일에 있어서는 특히나 그렇다. 전하고자 하는 말뜻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렇지만 꼭 작가 혼자만의 힘으로 책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편집자의 시선에서 비로소 더 정확해질 수 있으니까. 책을 만든다는 건 그런 점에서 파트너십이 필요한 일이다.
기묘한 협업 관계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야 많지만 루시와 해리스의 관계만 한 상황이 또 있을까. 루시는 가업으로 물려받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냈던 신간은 혹독한 평가를 들었고 경영난에 회사를 팔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지경까지 몰려있다. 다시금 좋은 작가를 찾아 신간을 만들어 반등의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데 마침 발견한 작가가 해리스 쇼였다. 아버지 대에 이미 계약금을 지불했고, 계약에 따라 책을 한 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단 한 권만 내고 50년째 신간 소식이 없었지만 유일한 기회기에 희망을 걸어야 했다. 다만 계약 조건이 있었다. 작가가 제출한 초고를 편집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 대신 작가는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책을 홍보해야 한다.
편집은 불가, 북투어는 가능. 인물들의 이유가 부딪히면서 상황은 흥미롭게 흘러간다. 아내와 사별한 후로 세상에 어떤 미련도 남지 않은 냉소적인 작가 해리스와의 북투어 과정은 험난했다.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던 이유가 사라졌으니 그의 입장에선 거리낄 것이 없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압류되어 빼앗길 위치에 놓인 집과 50년 전의 계약이었다. 노작가의 귀환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고 세상은 너무 많이 바뀌어 있었다. 해리스는 그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을 뿐인 루시의 실력을 의심하고, 루시는 해리스의 상태를 못 미더워한다. 여하튼 신간은 나왔으니 어떻게든 책은 팔려야 한다.
그동안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는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일을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유독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만드는 건 '이건 일이니까 그냥 받아들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공동의 목표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견을 아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으니까. 두 사람의 전사가 밝혀지는 과정은 그래서인지 여러모로 감동적이었다. 서로를 신뢰하는 결과를 얻기까지의 여정이 성실하게 묘사되니까. 신뢰라는 것이 그렇다. 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눈에 번해야 믿는다. 보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 신뢰에는 샛길이 없다. 빠르게 가로지를 방법도 없다. 관계에는 정독만이 존재한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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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보통의 뻔뻔함, 보통의 부끄러움
대형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잘 나가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부부다. 돈 많이 버는 변호사 재완. 여러모로 부러운 인생이다. 그 부러운 인생을 1000% 누리고 있는 건 젊은 아내 지수(수현)다. 온갖 럭셔리한 와인과 음식으로 매일을 즐기고 있는 지수. 부부사이도 좋아 재완에겐 사실 걱정할 게 별로 없다. 그 적지 않은 걱정거리 중 하나는 딸 혜윤(홍예지)이다. 아낌없는 주는 아버지인 재완. 체크카드건 신용카드건 선뜻 내준다. 심지어 공부까지 꽤나 하는 편에 인간관계도 좋으니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은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부부다. 어느 종합병원의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재규. 불친절한 의사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같이 친근한 사람이다. 아픈 사람의 보호자에게 공감할 줄 알고, 아내에게도 가정적이다. 심지어 강직하기까지 하다. 소속된 병원에서도 뛰어난 업무처리능력과 올곧은 성품으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친형인 재완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을지 몰라도 인간으로선 훌륭한 사람이다. 심지어 아내 연경(김희애) 역시 약자에게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임과 동시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범생이다. 가족 간의 관계도 좋은 편인데, 또 치매에 걸린 재규의 어머니도 정성스레 보살필 정도다. 형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입이 안정적인 재규. 역시 별로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몇 안 되는 걱정거리는 아들 시호(김정철)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호. 유일한 친구라곤 사촌누나 혜윤이다. 뭐 형제의 자녀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게 문제야? 두 부부가 딱히 이 둘의 사이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던 도중 사건이 터진다. 혜윤이 위축된 시호를 위해 친구들이 가득한 파티에 동행했고, 이 두 사람이 술김에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나의 자녀들이 사람을 죽였다. 과연 두 부부는 어떤 선택을 보여줄까?
지지부진한 타율 속 안타
글쓴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가장 첫 번째 생각.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다는 것이다. 어느새부턴가 한국 상업영화에 문학적인 느낌이 별로 없는 듯하다. 올해 흥행했던 한국영화를 보면 다 장르적인 쾌감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탈주>나 <베테랑 2> <파묘> 같은 영화를 생각해 보면 다 별개의 작품이긴 해도 ‘팽팽한 긴장감이 재미있었어’라고 결론 내기 쉽다. 영화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시각적인 쾌감을 영화의 동력으로 삼는다. 이것에 반대선상에 있는 <리볼버> 같은 영화는 사실 사람들이 주연 배우의 기행만 기억하지 많은 사람들이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본작 <보통의 가족>은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정밀하게 짜여있는 세상을 그대로 바라본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글쓴이 머릿속에 생각나는 소설.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란 작품이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김기태 작가의 저널리스트적인 서술이 이야기 전면에 깔려있어서 핵심으로 작동한다. 또 세계를 구성하는 세상에 대해 성실하게 묘사한다. <보통의 가족> 역시 이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소설처럼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있어 어떤 장면은 종교를 끌어온다던가 먼발치서 촬영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너무 내밀한 사연은 쓰지 않도록 유도한다. 또 이 영화를 둘러싼 인물들의 판단과 감정, 세계관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재완과 재규 형제의 내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시간순서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소설 초반 설정 설명하듯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문학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뭔가 심오한 작품성만 드러낸 영화다? 아니다.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서도 뛰어난 스릴러물이다. 빠른 템포로 장면을 쳐내면서 이야기를 힘 있게 전개한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배우의 연기와 사건 구성을 기괴하게 보여줌으로써 기이한 동력을 촉발시킨다. 어떤 면에서는 <서울의 봄>이 장르적으로 좋은 영화였다는 점과 공통점을 가지기도 한다.
인간 광기의 근원을 묻다
이 영화에서 ‘보통’의 의미는 러닝타임이 가면 갈수록 변하고 있다. 초반부. 영화가 두 가족을 보여준다. 재완 가족은 쉽게 말해 금수저다. 돈이 많은 재완. 아버지가 잘 나가는 변호사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딸 혜윤(홍예지). 혜윤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외모도 예쁘고 아버지가 돈이 많으니까 평범한 학생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반대로 재규 부부의 아들 시호는 평범한 아들이다. 평범한 외모와 체형에 학원도 다닌다. 아마 성적도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호가 겪는 일은 전혀 평범하지 않다.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면서 인물 내면에 고요한 폭력이 내재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과 평범한 가족이 대칭을 이루면서 묘사되어 있다. 두 인물 간의 대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영화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묻는다. ‘어떤 지점에서 두 사람이 이렇게 다를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단순히 이 대비만 보여주면서 질문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반복과 차이라는 방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이 굉장히 촘촘하게 짜여 있다. 첫째로 반복이다. 영화에서 유튜브라는 매체는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맥락을 가지는 것이 있다. 두 가족 6명의 인물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 영화에서 ‘보통’이라는 테마는 여기서 구현된다. 유전적으로 ‘보통’의 특성이 두 가족에게 그대로 구현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도 이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부분은 영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영화 내내 빼곡히 반복될 만큼 작품이 채택한 모티브이기도 하면서 엔딩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거울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진짜 형제는 한 쌍이다. 재완과 재규다. 보통 형제라고 하면 피를 나눴다는 말을 쓴다. 이런 생물학적 배경과는 반대로 영화에서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은 재완과 재규다. 실리주의자인 재완과 윤리적인/도덕적인 문제를 중요시하는 재규. 두 인물은 이 영화의 윤리적인 딜레마를 정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가 되면 두 인물은 다시 한번 엇갈린다. 두 형제가 영화 내내 으르렁거림에 따라 둘은 전혀 다른 인물유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걸 전부 의도하고 묘사한다. 영화가 이 두 남자의 차이점을 부각하면 부각할수록 이 사람들이 유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보통’하면 여러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 영화에서 두 남자가 공유하고 있는 ‘보통’은 일반적인 한국사회에서 범상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보통의 의미를 가장 일반적인 ‘가족’이라는 소재로 뒤튼 것이다.
여기서 이 보통의 의미를 뒤틀었다는 의미를 형제에만 국한 지으면 영화의 밀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어떤 것을 주장하는 데 있어 이 영화는 여러 근거를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두 형제의 자녀인 시호와 혜윤는 사촌관계지만 영화 안에서는 사실상 형제처럼 묘사된다. 아예 정반대의 상황에서 자랐지만 두 사람은 연대한다. 이 연대의 근거가 ‘두 사람이 친척(가족)이라서’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글쓴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완 부부와 재규 부부의 공통점이다. 재완과 재규의 내면이 서로 엇갈리면서 두 사람이 형제인 것을 드러내고, 그것이 보통이라는 특성을 비튼다는 것과는 별개다. 이런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이 사실은 일반적이고 보통의 상황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비는 두 가족의 밖과 안에서 반복된다. 수많은 가족들이 영화 안에서 등장하고 퇴장하는데 가족을 넘어 인간 광기의 본질을 다루는 데 있어 적합한 이야기 흐름이었다. 딱 두 사람만 떼서 보여주기보다는 연이어 이어 붙이며 보통의 의미가 여러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반복과 차이라는 테마를 밀도 있게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는 인물들의 섬세한 내면을 보여줬던 허진호 감독의 역량 덕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인간 내면의 그림자를 어떻게 보여줬을까? 글쓴이가 위에서 적은 내용을 중심으로 써보자면 반복과 차이, 공통점과 차이점이다.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보여주려면 당연히 여러 사람들이 각본 안에서 필요하니까. 하지만 이 영화는 이 복잡한 것들을 인물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게, 간단하게 보여줌으로써 ‘저 사람이 저렇고, 과거에 그 사람이 그랬네’라고 이해하기 쉽다. 이걸 영화가 카메라워크로 왜곡시키면거나 정면으로 보여준다. 또 템포를 짧게 잘라내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풀어지지 않게끔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 연출이 허진호 감독의 영화들,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행복>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와 차이점이 있다고 말할 사람도 있겠으나 글쓴이는 그렇게 생각 않는다. 이영화들(허진호 감독의 영화들)이 가진 감정적 전달력이 본작에서 여지없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역시 허진호다!’싶다.
좋은 각본과 연기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은 '웰메이드'다. 장르적으로 재미있고, 문학적인 연출로 영화가 확실한 기획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또 설경구-수현-장동건-김희애 네 배우의 훌륭한 퍼포먼스를 꺼내는 허진호 감독의 연출가로서의 역량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탄탄한 연출을 타고 도착한 엔딩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 광경까지 보고 나서 드는 생각. 과연 보통의 의미는 뭘까? 우리 안에도 이 영화가 상정한 '보통'이 있지는 않을까? 상업적으로 거대한 성공을 거둘 것 같지는 않지만 2024년을 되돌아볼 때 우선순위에 있을 법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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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소나 영화 후기 - 아이유의 4인 4색의 모습을 보여주다
아이유(이지은)의 팬으로서 페르소나를 보고 싶었다. 넷플릭스에 페르소나라고 검색하고 찾아봤는데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일단 이 작품은 내가 평소에 알고 있었던 아이유의 이미지와 달라서 많이 낯설었다. 일단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이다. 그렇기에 잔인하기도 하며 선정성이 조금 있기도 하다. 먼저 페르소나의 구성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러브 세트→썩지 않게 아주 오래오래→키스가 죄→밤을 걷다 이렇게 스토리로 구성된다.
1.러브 세트
아이유는 두나와 함께 테니스 시합을 한다.
러브 세트에서 아이유와 두나는 힘겨운 테니스 시합을 한다. 초반 장면부터 아이유는 사과를 씹어먹으면서 두나와 어떤 남자와의 테니스 시합을 관람한다. 하지만 아이유는 두나를 못마땅해한다. 그리고 아이유는 외국인 남사친을 불러 두나와의 테니스 시합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아이유와 두나의 테니스 시합이 시작되고 아이유는 선수 같은 두나의 테니스 실력에 지고 만다. 그러나 포기를 모르는 아이유는 끝내 두나와의 테니스 시합을 멈추지 못하고 다리에 상처가 생긴다. 러브 세트는 외설적이면서도 작품 속에 무언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2. 썩지 않게 아주 오래오래
왜 '은'은 '정우'와의 연인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을 요구했을까?
이 작품은 뭔가 섬뜩하기도 한 작품이다. 컬렉터(Collector)라는 또 다른 제목으로 은과 정우와의 연인 관계에서 은이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정우는 알게 된다. 정우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상자 속의 정우는 은이 다른 남자들을 거리낌 없이 만난다는 사실을 두고 자신의 마음속을 알아보는 일종의 심리 테스트이다. 하지만 은이 다른 남자들을 많이 만난 것처럼 정우 또한 전 여자친구로부터 은을 만나지 말라는 충고를 받는다. 정우는 은과 함께한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며 그녀를 바라본다. 이 작품은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남자와 자유로운 관계를 원하는 여자와의 관점을 다룬 것만 같다. 착한 남자는 마음을 내어주지만 나쁜 여자는 이를 이용하고 만 것이다. 어떤 경우에든 은을 사랑하고 아꼈던 정우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3.키스가 죄
한나는 해복과 함께 해복의 아빠에게 복수를 준비한다.
이 작품은 내가 바라보는 순수한 아이유의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난 작품이다. 담배를 피우는 한나의 모습과 해복에게 담배를 건네는 모습까지 내가 알던아이유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또한 해복은 산불 경비를 하는 아빠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아빠가 정말 못됐나 보다.해복을 이렇게나 방치하고 키웠으니 말이다. 그런 해복을 위해 한나는해복의 아빠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정말 웃긴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하다. 약간 불량스러운 한나의 모습은 기존의 아이유와는 많이 다르다. 그녀는 친구와 농담도 하고 어느 10대 소녀와 다르지 않다.
4.밤을 걷다
꿈속에서 죽은 지은과의 만남은 K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죽은 사람과의 대화는 흔히 꿈속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꿈속에서 영감을 얻는 예술가들은 무척 많다. 지은이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이유는 자신의 영감이 불면증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하였다. 불면증때문에 잠을 못자고 곡 쓰는데 시간을 바친다고 한다. 밤을 걷다에서 나오는 지은이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섬뜩하지만K는 그런 지은이의 장례식에도 울지 않았고 꿈속에서나 울었다. 흔히 그리워하는 사람이 꿈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잊지 못했거나 그 사람을 많이 사랑했기 때문이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도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이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꿈속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하기 때문일까?
※본인의 주관적인 해석 또는 리뷰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2018년에 개봉하였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입니다.
"아이유를 위해서라면 뭐든 좋으리!(빠르게 타자를 치며)"
하니엘의 말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하니엘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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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했던 비극보다 더 뜨거운 해방을 이끄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어색한 행동부터 불안한 눈동자까지 완벽하게 한 인물에 녹아든 포스터부터 해외 언론 매체들의 극찬까지 완벽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전 세계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27개를 석권하고 곧 있을 2022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이 빛나는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전기를 다룬 영화 스펜서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작품은 그녀 인생 전체가 아닌 1991년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노퍽 해안의 왕가 저택인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보낸 3일의 시간을 담으며, 가문의 성씨를 그대로 가져온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왕실의 강박적인 생활에 얽매인 채 고통받는 그녀가 한 사람으로 존엄성을 추구하며 스스로 나아가는 상징적 모습을 그립니다. 더불어 전형적인 전기 드라마의 형태보다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심리 스릴러나 일종의 다큐멘터리처럼 관찰하고, 그 외 주변의 소재나 인물들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녀의 마음을 투영해 보여줌으로써 상업성보단 예술성에 치중했다고 보시면 좋습니다. 만약 소재가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더 크라운’이나 ‘더 퀸’, ‘The Story of Diana’ 등 많은 영상매체들이 나와있으니 관람 전 미리 감상하시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세상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다이애나 비, 어떤 모습이 담겼기에 많은 호평들을 받았는지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스펜서 정보
그 누구도 전통 위에 군림하지 않습니다
‘A fable from a true tragedy’이라는 문구와 함께 군사훈련을 방불케하는 분위기 속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식재료들을 옮기고
왕궁 수석 주방장 대런의 지시 아래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준비를 시작합니다.
1991년 영국 왕실의 크리스마스 디너가 진행되는 샌드링엄 별장,
왕실 가족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이제 남은 이는 엘리자베스 2세와 다이애나만이 남았습니다.
한편, 직접 운전해 오던 다이애나는 길을 잃고
주변 카페에서 들려 길을 물어보며 찾아오는 중이었죠.
묘연한 행방에 대런이 찾아 나서며 결국 만나게 되지만,
재촉하는 그에게 자신이 자란 곳에 헤맸다는 푸념을 하며
지각한 자신에 대한 식구들의 원망이 있을지 걱정하죠.
작은 해프닝과 함께 결국 가장 늦게 도착하며,
그녀가 그토록 싫어하는 왕실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됩니다.
예고편│ Trailer
원제 : SPENCER │감독 : 파블로 라라인│각본 : 스티븐 나이트│출연진 :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잭 파딩, 잭 닐렌, 프레디 스프라이, 스텔라 고넷 외 多│장르 : 전기, 드라마│상영 시간 : 116분│개봉일 : 2022년 3월 16일│국가 : 영국, 독일, 미국, 칠레│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7.0, 왓챠피디아 3.4, 로톤 토마토 신선도 83% 팝콘 52%, IMDB 6.7, 메타 스코어 76점│수상 내역 : 34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여우주연상, 의상상) 포함 총 38개 영화제 수상(이 중 여우주연상 27개)│시청 가능 서비스 : 3월 16일 개봉 예정
# 영화 스펜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
저는 현미경 샬레 안에 놓인 곤충이에요
객관적으로 보자면 단순히 다이애나와 왕실 가족들이
함께한 3일간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의 어지러운 심중을 대변하듯 부산한 재즈 멜로디의 오프닝부터
삭막한 저택 내부의 분위기는 답답한 공기에 둘러싸여
마치 공황장애를 겪는듯한 공포감마저 조성합니다.
왕실이라는 이름 아래 규율과 억압으로 각자의 개성은
말살당하고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박탈당한 채 시종일관
불안한 시선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처연함만이 상황을 대변할 뿐이죠.
빡빡한 일정에 맞춰 정해진 옷을 입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생활은
악몽처럼 묘사되고, 찰스 왕세자와의 갈등과 냉담한 왕가의 반응은
그녀의 섭식 장애와 공황 등의 병적 증세를 극심하게 만드니
이 자체만으로도 영국 왕실 안에서의 느꼈을 감정이 절실히 전해집니다.
작품은 이 같은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구속과 해방이라는 큰 주제를 두고
상당히 많은 은유적 표현을 곳곳에 뿌려두고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나갑니다.
왕실의 에스코트 없이 길을 헤매는 시작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벗어나고픈 열망을 드러내며
과거 자신이 입혀주었던 허수아비의 옷을 벗겨 챙깁니다.
이는 결혼 이전 자유로웠던 자신을 되찾겠다는 행동으로,
결말에 이르러 왕실에서 주었던 옷을 걸어두며
허수아비처럼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또 한 번 드러내죠.
이 같은 메타포는 왕실의 부속품으로 묶어두는 상징적인 진주 목걸이,
자신을 옭아맨듯한 옛집 사이의 철조망 등
여러 형태로 구현되는데 하나같이 왕실이라는 큰 규제에
억압되어 있는 자신의 불행함을 그리는 데 활용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자란 옛날 집을 향하면서 상황은 바뀝니다.
본인의 처지처럼 폐가로 변해버려 더는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계단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앤 불린의 환영이
나타나 유년 시절부터 청년, 성년의 그녀가 들판 위를 뛰는 장면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스스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유와 해방을 의미하는 들판이 존재하는 한 왕실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리고 자신처럼 사랑에 배신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가문의 옛집은 사라졌지만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죠.
그리고 다음날 이어진 꿩 사냥을 막아서는 순간을 통해
찰스 왕세자와 자신의 아들들을 분리시킴으로서
더 이상 지옥 같은 왕실에서의 성장을 목도하지 않겠음을 확연히 드러냅니다.
아마도 앤 불린과 다이애나라는 두 캐릭터가 가진 역사 속 상징성을 통해 그녀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발판이 되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It's not just me who loves you!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등 연기력에서 정평이 난 배우들과의
호흡들이 든든히 떠받치며 때로는 주인공의 마음을 건드리고,
클래식과 재즈의 기묘한 만남이 돋보이는 조니 그린우드의 스코어가
올곧이 그 감정들을 탁월하게 표현해 주는 가운데, 역시나
불안과 혼란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다이애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왕실에서 느꼈을 모든 감정들을
대사나 작은 행동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왜 수많은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열연을 펼쳐줍니다.
일대기 전체를 바탕으로 삶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특정 순간과 불안정한 한 심리를 바탕으로 한 전개되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온갖 화려한 장식들과 음식들로 꾸며진 별장에서
그만이 느꼈을 불행과 외로움, 답답한 심정을 세밀한 연기를 통해
극대화하며 꾸며진 현실임에도 동조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깊게 남겨주죠.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특히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전날 밤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과
폐허가 된 옛날 집에서 새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되돌아가듯
과거 필름을 스쳐가는 독백 장면에서 두드려집니다.
여기에서 왕실의 아이가 아닌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은 물론, 어린 시절 자신이 꿈꾸었던 삶에 대해
파노라마는 강한 여운을 남기고 이제 더 이상 억눌려사는 왕세자비가
아닌 다이애나로 돌아갈 것을 보여주죠. 이러한 함축적인 의미에서
클래식하게 드레스 입은 채 고개 숙인 포스터는 근래에 본 것 중에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영상에서는 힘겹고
버거운 가족 식사 후 구토하는 장면이지만, 결과적으로 왕가에 속한
모든 것을 뱉어내는 중의적 표현을 심고 있기 때문이죠.
정말 그녀의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인지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연출적인 특징이 큰 힘을
발휘한다기보단 원 맨 쇼를 묵묵히 지켜보는 관찰자의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재키’, ‘네루다’와 같이 실제 인물 그려왔던 전작들에서
보여준 대칭 구도의 촬영 기법이나 화면 질감과 색감을 활용한 연출,
과거처럼 느껴지는 그레인 필름 등은 오래된 동화 같은 영상미를
남기며 날카로운 현악기의 연주가 깔리는 음향과 함께
다이애나의 불안과 공포를 선명하게 대변해 주지만,
그녀의 연기를 뒤따라가며 앙상블을 맞춘다는 느낌이랄까요?
더불어 마지막 엔딩에 이르러 두 아들을 사냥터에서 구출한 뒤
도로를 달리며 자유를 만끽한 뒤 패스트푸드 KFC에 들려 드라이브스루 주문에서
마침내 자신의 이름인 ‘SPENCER’를
당당히 외치는 모습은 해방이라는 묵직함으로 기억됩니다.
허수아비처럼 영국 왕실에 다 빼앗겼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그 자체를 되찾아 온 그녀, 슬프지만 그 고귀한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매기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처럼 그녀를 사랑하는 것 저뿐만이 아닐 테니까요.
ps. 근래 대다수가 그렇듯 이것 역시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에 취중해있습니다. 그렇기에 취향에 따라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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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5? ?영화 배급이 궁금하다고?!?
?씨나병의 영화정보 #5? ⠀ ?다섯 번째 주제? ⠀ ?영화 배급이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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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야차> 공식 예고편
전 세계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에서 전쟁 같은 첩보 작전이 시작된다!
무자비한 스파이들의 전쟁
<야차> 4월 8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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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복수의 시작' 예고편
“늦었지만 이제는 해야할 일을 하려고 합니다”
반성 없는 세상을 향해, 그의 복수가 시작된다!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은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 먹고
당시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이었던 ‘박기준’(박근형)에게 접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