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2025-04-13 19:26:32
<그녀 her>, 인공지능에게 배우는 사랑
영화의 미래 속에서 인공지능으로부터 배우는 사랑과 타자와의 관계
2013년 개봉해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미국 작가 조합상의 각본상을 받은 영화 <그녀 her>는 2025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전부터 미래를 다루고 있는 SF 영화들은 배경이 되는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시점이면 다시 거론되고는 한다. 지난 2015년, <백 투 더 퓨처>가 얼마나 현실이 되었는가에 관해 얘기했듯 말이다. 그래서 현재를 배경으로 상상을 펼쳐낸 과거의 SF 영화를 통해 현재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인공지능 서비스와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의 이야기를 다룬 SF 로맨스 영화다. 영화계에 로봇과 AI(인공지능)를 소재로 창작된 영화는 많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인간이 통제 가능한 범위를 넘어 발전한 로봇과 AI가 공격적인 자아를 띠며 인간을 공격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 로봇>은 로봇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벌어진 로봇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A.I.>는 인간과 감정을 지닌 로봇의 구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는 인공지능을 통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한국 포스터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다운로드하는 주인공 테오도르(역 호아킨 피닉스) (C) 한국 배급 ㈜더쿱
<그녀>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필해 주는 회사에 근무한다.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이전 편지와 사진 등을 통해 유추해 대신 작성하며 음성인식으로 타이핑된 글자를 필기체로 편지지에 인쇄해 낸다. 아내와 이혼 소송 중에 있는 그는 홀로 지내던 중 ‘당신을 이해하고 귀 기울이며 알아줄 존재’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서비스를 구입한다. 스스로를 ‘사만다’라고 부르는 인공지능을 만난 테오도르는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끼다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공유하다 더 깊은 감정을 나누게 된다.
‘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 – New York Times’라는 한국판 포스터의 홍보 문구와 같이 <그녀>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애초에 이 영화를 로맨스 영화라고 불러도 괜찮을지 의문도 든다. <그녀>는 담백하게 흘러가지만 묘하게 기시감이 들고 불안감이 느껴진다. 어딘가 불편하고 잘못된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게 주인공이라는 캐릭터의 경험에 관객을 대립시키는 것이 아닌, 제삼자로 이야기를 접하게 함으로써 영화는 인간들 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찬찬히 풀어보도록 할까.


모두가 무선 이어폰을 끼고 각자의 일을 하는 영화 속 미래와 인공지능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C) 한국 배급 ㈜더쿱
편안함과 불안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영화
앞서 말했듯 영화는 2013년에 공개된 2025년의 모습을 담고 있다. 12년이라는 어쩌면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를 다루기 때문일까, 영화 속 2025년은 꽤 현실적이다. 무선 이어폰을 끼고 공중에 얘기하는 사람들, 구두로 하는 컴퓨터 타이핑, 인공지능이 읽어주는 메일, 노래를 창작하는 인공지능 등 모습이 오늘의 우리에겐 크게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영화의 배경은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으며, 그 부드럽고 차분한 색감은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영화 내내 알 수 없는 감정이 관객을 영화의 마지막까지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영화의 도입부, 전화로 밤을 달래는 테오도르의 장면 속 주인공의 상상과 상대의 욕구는 관객에게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많은 점에서 잘못된 그 상황을 통해 영화의 주인공이 불안하며 다소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불편함과 불안감에는 기존에 관객들이 가지고 있을 영화 속 인공지능에 대한 이미지도 한몫한다. 수많은 영화에서 과도하게 발전한 인공지능은 다소 잔혹하며 인간에 해로운 존재로 등장한다. 물론 그런 영화들에서는 인간적인 면을 가진 인공지능이 등장해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가 관객에게 남긴 것은 ‘인공지능은 과하게 발전하면 인간에게 해로울 수 있다’라는 인상이다. 게다가 ‘영화’라는 특성상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지 자연스레 대비하게 되는 관객은 다음 장면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공격성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트루먼쇼>처럼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사실 사만다는 살아있는 사람이자 단순히 일로써 행동한 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영화 내내 함께 한다.
심지어 영화 속 인공지능, 사만다는 지속적으로 예상치 못한 면을 보임으로써 긴장을 더한다. 보이스피싱과 인공지능의 개인정보 유출 위협 속에서 사는 2025년의 인간에게 사만다의 작동 범위는 다소 불안하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모든 개인정보를 그의 허락 없이 접속할 수 있으며, 그 외의 사람들과도 연락을 취한다. 자아를 발전시키며 인간처럼 사고하기 시작하면서는 테오도르와 말다툼까지 벌인다. 그렇게 평온하고 부드러운 화면과 대비되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다. 하지만 테오도르에게 인공지능, 사만다는 사랑이었다. 물론 인간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점까지 관객에게 기시감을 더하지만 말이다.


인공지능과의 사랑, 언젠가는 이런 상상 또한 현실로 다가오기도 할까? (C) 한국 배급 ㈜더쿱
AI에게 배우는 사랑
사만다를 만나기 전 테오도르의 현실은 부재로 가득했다. 그의 집은 어딘가 텅 비어있고 어수선했다. 책장에는 장식과 책이 모두 제일 아래 칸만 채우고 있었으며, 조명과 잡동사니는 대부분 바닥에 방치되어 있다. 누군가의 편지를 대신 써준다는 직업 또한 부재 그 자체였다. 대신 써진 편지에는 보내는 이의 애정이 빠져있었고, 대신 편지를 쓰는 테오도르에게는 그의 이름이 남는 작업이 없었다. 테오도르와 그의 아내, 캐서린 사이의 부재는 소통이었다. 감정을 얘기하지 않는 테오도르에게 소통의 부재를 느낀 캐서린은 그를 떠났다. 테오도르의 회사 엘리베이터는 도시에는 없는 나무 그림자를 보여주고 있었고, 회사 동료이자 친구가 개발하는 게임 속에는 남편이 없었다. 이처럼 테오도르의 삶은 그도 모르는 사이 무언가 빠져있었다. 영화의 전반, 테오도르는 다소 바람직하지 못한 연애 상대로 그려진다. 그는 친구에게 소개받은 여자와 자고 싶지만, 연인이 되고 싶지는 않아 한다. 그러면서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며 이혼 서류에 서명해주지도 않는다. 그렇게 테오도르의 삶은 모순과 부재로 가득했다.
그런 삶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만난다. 처음은 낯선 존재인 사만다를 경계하지만, 자신에게 맞춰주는 그녀를 이내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그러고는 자아가 성장하는 사만다를 점차 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갓 사랑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둘은 이내 관계에 대해 말다툼까지 한다. 뒤이어 화해하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기까지,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한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만다는 떠나지만 그에게는 무언가가 남았다.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C) 한국 배급 ㈜더쿱
모순과 부재로 가득했던 테오도르는 인공지능을 통해 사랑을 배웠다. “서로 맞춰가기보다는 순종적인 아내를 원했지”라는 전처 캐서린의 말처럼 테오도르는 상대가 아닌 자신만을 생각했다. 문제나 고민이 생기면 상대와 공유하지 않고 홀로 앓다가 상대까지 고장을 냈다. 사람 간의 관계는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며 지탱해 주어야 유지될 수 있음을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관계를 통해 배웠다.
처음에 인간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사만다의 성장을 돕는다. 그러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고받으며, 테오도르의 지식과 한계를 넘어 그 이상으로 나아간 사만다로부터 타자와의 관계를 배웠다. 그렇게 처음에는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춰는 인공지능일 뿐이라 여겼던 사만다로부터 테오도르는 오히려 배움을 얻고 버림을 받는다. 자신만이 주체라고 생각했던 관계 속에서 그는 그녀 또한 주체임을 배운다. 이 점에서 어쩌면 <그녀>는 두 등장인물 간의 로맨스라는 이야기에 인공지능이라는 설정만 더해졌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상대를 주체성이 없는 순종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하다가, 점차 그 상대가 성장하여 그로부터 배움을 얻게 만들고, 나아가 주인공 또한 버려질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기 위해. 상대 또한 생각하고 성장하는 주체임을 보여주기 위해. 관계에 있어 주체는 모두임을 보여주기 위해.


테오도르는 이후에는 어떤 사랑을 할까 (C) 한국 배급 ㈜더쿱
일반적으로 연인관계는 타인으로 시작하여 연인이 되었다가 부부가 되거나 다시 타인이 되면서 끝난다. 그런데 ‘타인이 되면서 끝나는’ 경우 우리는 상대를 만나기 이전인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상대와 함께 한 경험도 없던 일로 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 관계에서 누군가는 사만다처럼 자아의 성장을 경험해 다음으로 나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테오도르처럼 지난날의 자신을 반성하며 차츰 성장해갈 것이다. 영화 초반의 테오도르처럼 현실을 부정하고 타인과 혹은 스스로와의 대화를 단절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로맨스 영화는 보통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하여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를 보는 관객은 묘한 불안감과 거리감을 느끼며 제삼자로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렇게 타자와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로맨스 영화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영화 속 배경이 현재가 되어버린 지금에서는 이 영화를 SF 영화라고 해도 괜찮을까 하는 등의 고민이 든다. 하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역시 로맨스 SF 영화를 기대하고 시작했다 곱씹어보게 된 지난날 타자와의 관계들이다.
더하는 글로, 오랜만의 로맨스 영화에 다소 두서없는 글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뒤로하며,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한국 독립영화 <마이디어>(2023)를 추천하고자 한다. <마이디어>는 청각장애가 있는 여자 주인공이 인공지능 어플 ‘마이디어’를 사용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공지능과 감정을 주고받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청각장애라는 주인공이 마주하는 현실을 비장애인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측면에서 담아내고 있다. 지난 2024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만났던 이 작품이 <그녀>를 보는 내내 떠올랐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사용하는 인공지능 '뤼튼'에서 제공하는 '나만의 AI' 기능을 떠올리며, 어쩌면 인공지능과의 사랑이 SF가 아닌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그녀 her > (2013)
감독 스파이크 존스
주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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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0년대 감성 소환! Y2K영화&드라마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유행은 20년 주기라고 하죠?
현재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는 Y2K느낌 물씬 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합니다.
엽기적인 그녀
My Sassy Gir
정보
개요: 코미디, 드라마, 멜로 | 한국
개봉: 2001.07.27.
감독: 곽재용
출연: 전지현, 차태현
배급: 아이엠픽처스, 시네마서비스
시놉시스
견우란 ID를 쓴 네티즌이 PC통신 유머란 에서 연재하여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두 남녀 대학생의 엽기발랄한 러브 스토리.
CINEPICK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전설적인 작품이며 주인공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속 주인공들의 나이는 24살로 젊은 청춘남녀의 패기와 장난기 가득한 연애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굉장한 히트를 기록했고 아직도 한국의 코믹 멜로는 이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전지현의 리즈작품에 항상 거론되는 이 영화는 당시 국민 첫사랑 답게 청초하고 수수한 전지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프렌즈
friends
정보
개요: 코미디 | 미국
방영: 1994 ~ 2004
작가: 데이비드크레인, 마르타 카우프만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커트니 콕스, 리사 쿠드로, 매트 르블랑 등
배급: 워너브라더스
시놉시스
프렌즈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시트콤 드라마 중 하나로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6명의 친구들의 삶과 우정을 다룬 훈훈하고 코믹한 내용의 시트콤.
CINEPICK
청춘 드라마의 정수 미드 <프렌즈> 시리즈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시트콤 드라마 중 하나로 6명의 친구들의 삶과 우정을 다룬 훈훈하고 코믹한 내용의 시트콤입니다.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 패션 소품등 모든것이 화제를 모았으며 30년이 지난 지금봐도 감각적인 패션감각을 자랑하며 시대를 타지 않는 코미디를 보여주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영어 쉐도잉' 공부법이 있는데, 프렌즈 시리즈를 보면서 영어를 독학하는 공부법으로 그만큼 시리즈가 미국의 실생활을 담고 있고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화이트칙스
White Chicks
정보
개요: 코미디, 범죄 | 미국
개봉: 2004.11.17
감독: 키넌 아이버리 웨이언스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배급: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위장술 하나는 끝내주지만 정작 사건 해결은 못해본 FBI 명물 콤비 마커스와 케빈은 순간의 착각으로 거물급 마약상을 놓치는 일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FBI에서 퇴출 위기에 몰린 둘은 얼떨결에 자선파티 참석을 위해 LA에 오는 호텔재벌 윌슨가 자매의 모두가 꺼려하는 경호를 떠맡게 된다. 하지만 첫날부터 호틀갑 자매의 귀하신 얼굴에 상처를 내는 대형사고(?)를 치고 마는데... 길길이 날뛰는 자매 앞에 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딱 하나! 그녀들 대신 사교계를 휘어잡는 것!
CINEPICK
b급 감성을 살린 누구나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흑인 형사들이 백인 부유층 딸들을 여장하느데 백인 부유층에 관한 특징을 살리면서 웃음을 유발하며 이 부분이 인종차별적이거나 백인과 흑인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게 아닌 서로가 진솔한 대화와 정서적 교감으로 외모, 인종, 나이는 편견에 불가하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퀸카로 살아남는법
Mean Girls
정보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개봉: 2004.09.03
감독: 마크 워터스
출연: 린제이로한, 레이첼 맥 아담스, 레이시 샤버트, 리지 캐플란
배급: UIP코리아
시놉시스
동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성장한 케이디는 일리노이즈의 고등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케이디가 전학 온 고등학교에는 레지나라는 퀸카가 그녀의 매력을 주무기로 학교의 여왕으로 군림을 하고 있었다. 레지나는 케이디가 지닌 미모와 지성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교내 '여왕벌'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녀를 감시할 목적으로 케이디에게 접근을 하여 둘은 친구가 된다. 케이디는 수학시간에 만난 남학생 애런 사무엘에게 한눈에 반하여 그와 사귀려는 노력을 하지만 그는 바로 레지나의 헤어진 남자 친구였다. 케이디가 애런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안 레지나는 고의로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고 케이디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케이디는 레지나를 극도로 미워하게 되고 둘 사이에는 서로상대를 꺽기 위한 숨막히는 권모술수가 동원된 팽팽한 대결이 시작되는데.
CINEPICK
2000년대 하이틴 전설의 영화로 최근 아이돌 노래에서도 오마주되는 영화입니다.
린제이로한과 레이첼 맥아담스, 무명에 가까웠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청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영화로 인해 여기 나온 주인공들이 스타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십대 소녀들의 시기와 질투 성장을 그린 영화로 시간이 지난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명작입니다.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정보
개요: 드라마 | 홍콩
개봉: 1995.09.02.
감독: 왕가위
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주가령
배급: ㈜디스테이션
시놉시스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CINEPICK
홍콩을 대표하는 왕가위 감독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허무, 고독의 주제를 다룬 로맨스 영화들을 주로 연출했으며 스텝프린팅기법을 통해 시간과 기억에 대한 예술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나레이션과 독백이 많아 작중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자칫 유치하게도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으나 홍콩의 역사적 정체성, 분위기를 나타낸 명작으로 투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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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선을 돌리는 순간 조각나는 믿음
좋은 사람 (Good Person, 2020)
개봉일 : 2021.09.09
감독 : 정욱
출연 : 김태훈, 이효제, 김현정, 김종구, 박채은
시선을 돌리는 순간 조각나는 믿음
“나는 너를 믿어.” “너는 그럴 사람 아니잖아.” “걔는 그럴 애 아니야.” 상대의 마음과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채 내 눈에 보인 타인을 평가하는 말들. 이 말에 담긴 믿음은 상대에게 묵직한 무게감과 책임을 떠넘긴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습게도 상대를 보는 시선의 각도가 조금이라도 변하는 순간, 아주 가벼운 휴지조각처럼 휙 뒤집히곤 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영화는 이젠 자신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경석이 그가 가르치는 학생 세익을 바라보는 시선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우리에게 질문을 건넨다. “여기서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 같아?”.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을 보고,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처럼 얼얼한 듯한 느낌을 안고 상영관을 나왔다. 멍한 기분이었다. 믿음이라는 게 말 한마디라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토록 간사하고 얇은 것이었구나. 내가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려 노력해도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구나. 싶었다. 사실 나라고 영화 속 경석과 다른 사람인 건 아니다. 나도 완벽히 착하고 좋은 사람이 아닌, 이런 사람이란 걸 아는데, 알면서도 경석을 통해 나를 보고 나니 더 허탈한 느낌이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갖고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좋은 사람>은 전체적으로 차가운 느낌이 든다. 딸 윤희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CCTV도 블랙박스도 또 다른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경석이 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건에 얽힌 트럭 운전사, 세익은 경석에게 사고 당시의 상황을 말하지만 경석은 둘의 말을 믿지 못한다.
지갑 도난 사건에 있어서는 너의 말을 무조건 믿을 것이라고 말하던 착한 선생님이었던 경석은 세익이 자신의 일에 엮이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끝없이 의심하고 분노하며 감정을 토해낸다. 그런 경석 앞에 선 어린 소년 세익은 죄송하다,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세익은 이미 자신을 의심하고 있는 경석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도망칠 뿐이다. 죄책감이, 어른들의 압박이 무서웠겠지. 안타깝고 답답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전여빈 배우님 주연의 <죄 많은 소녀>가 함께 떠오르기도 했다. 어떠한 아이인진 잘 알 수 없지만 왠지 상황상 좋은 사람은, 착한 학생은 아닐 것 같다는 상황에 내몰린 인물들. 그리고 휘몰아치다 결국 벽을 무너트려버리는 감정의 소용돌이까지. 두 영화는 어딘가 닮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두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된다면.. 아마 마음에 내상이 제대로 생길지도 모르겠다.
<좋은 사람>은 경석 역을 맡은 김태훈 배우님의 곧 갈라져 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감정 연기와 세익 역을 맡은 이효제 배우님의 성장이 특히 눈에 띄는 영화였다. 가장 최근에 김태훈 배우님을 본건 드라마 <나빌레라>에서였는데, 은은한 따뜻함을 가진 인물 기승주를 연기하던 그가 이런 퍼석한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죄책감, 분노, 혼란을 한곳에 담아낸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몇 년 사이에 쑥- 성장한 이효제 배우님의 변화가 정말 놀라웠다. 2016년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 배우님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그 아이가 이렇게 자랐다니.. 처음엔 못 알아보고 시간이 꽤 지나서야 알아봤다. 아이들은 금방 자란다더니만 (나만 모르는 새..) 정말 멋지게 잘 자랐다. 5년 전보다 훨씬 깊어진 배우님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앞으로 다가올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좋은 사람 시놉시스
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의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같은 반 학생이 ‘세익’(이효제)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어떤 말을 해도 믿을 테니 진실을 말하라고 하지만, 세익은 무조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날 밤, 학교에 데려왔던 ‘경석’의 딸 ‘윤희’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또다시 ‘세익’이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의심하는 순간 모든 것이 흔들렸다. 의심과 믿음 그 사이에 좋은 사람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실수해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잘못을 되돌릴 이 기회 놓치지 말자.”
경석의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들은 모두 모른다며 입을 열지 않고, 반에서 가장 말 없는 아이 세익이 목격자인 동규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다.
경석은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고, 돈을 잃어버린 학생 광열에게 대신 돈을 건네며 누가 보기에도 착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도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에게 너희들을 믿겠다며, 잘못해도 뉘우치고 되돌리는 과정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데 나는 그 말이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기보단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너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 실수를 모두 되돌려야만 한다고, 이 일은 너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넌 아니라고 하고, 누군 봤다고 하고. 난 둘 다 믿을 거야. 난 네가 여기 쓴 거 다 믿을 거야.”
경석은 조용히 세익을 불러 상황을 묻는다. 새벽에 일하는 부모님에 대해 전할 이야기도, 미래에 대해서도 별생각이 없다며 입을 열지 않는 세익을 앞에 두고 앉아있던 경석은 윤희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초조한 마음에 밀려 세익을 상담실에 방치하고 떠난다.
경석은 세익이 무슨 말을 써내든 다 믿을 거라고 약속했다. 한 사람의 말만 들어선 안되니 범인으로 지목된 네 말도 다 들을 것이라고. 하지만 세익이 딸 윤희의 교통사고에 연관되자 그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아이가 튀어나왔다고 진술하는 트럭 운전자의 말을 들은 경석은 처음엔 “아무 책임 안 지려고 거짓말하는 거야.”라고 반박하며 세익을 당장 만나겠다는 지현을 말리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노력한다. 누구를 의심하고 미워한다는 건 의심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의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 믿어주신다고 했잖아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해요.”
한번 흔들린 믿음은 세익의 서랍에서 지갑이 발견되자 급속도로 무너져 결국엔 사라져버린다. 자신을 피하고 아르바이트마저 갑자기 관둔 세익의 행동과 서랍에서 나온 도난당한 지갑. 경석의 눈에 세익은 이미 지갑도 훔치고, 윤희를 찻길로 밀고 거짓말하는 범인이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세익은 범인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윤희를 몸으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와 자신의 잘못을 주장하는 어른들에게 쫓겨 겁에 질린 채 도망치고 있는 아이였다. 도와주고 싶어 데려온 윤희는 “아빠한테 가자”는 세익의 한마디에 싫다며 찻길로 달려나갔고 사고를 당한다. 다 믿는다던 선생님은 이성을 잃고 세익을 내몰아가고, 세익은 정황상 이미 나는 나쁜 사람이 되어있었다. 평소에도 마음에 담긴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아이가 이런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어떻게 입을 떼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을까.
세익은 차라리 자신이 용서받을 수 없는 나쁜 사람으로 남고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던 법을 모르던 아이는 매번 상황에 맞춘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했고, 진실을 말해도 달라질 건 없으니 차라리 자신을 탓하며 머리를 내려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전하지 못할 말을 흘릴 바엔 피를 흘리며 상황을 정리하는 게 더 빠를 거라고 세익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엉킬 대로 엉켜버린 경석과 지현의 사이? 닫혀있던 세익의 입? 윤희 앞에서 경석을 의심하고 미워하는 모습을 보여준 지현의 행동? 모르겠다. 누구도 딱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순 없었다.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경석도 좋은 사람이 되려 나름대로 노력했다.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술도 끊었고 학생들에겐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가까이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지현은 윤희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윤희는 그런 엄마를 잘 따랐다. 세익은 정황상 경석에게 앙심을 품고 윤희를 데려간 범인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의견을 건네는 방법을 몰랐을 뿐, 나쁜 일을 저지를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큰엄마에게 신세 지지 않으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력했던 착한 아이였다. 그렇다면 세익을 용의자로 올린 사람들이 잘못했느냐. 그 또한 아니다.
대체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사람은 정말 입체적인 존재다. 한 사람을 오래도록 봐왔고, 잘 안다고 생각해도 언젠가 그의 다른 모습을 목격하고 놀라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무서울 만큼 입체적인 사람이란 존재를 좋음/나쁨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며 누군가의 질문에 “그 사람은 착해. 그럴 사람 아니야”라고 표현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 물론 범죄를 저질렀거나 큰 잘못을 저지른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은 당연히 존재하지만, 좋은 사람이라.. 참 정의하기 힘든 단어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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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세상이 이렇게 귀여웠던가?
전작을 보지 않아서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스러웠던 영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 하지만 그런 우려는 필요 없었다. 캐릭터만 가져왔을 뿐 내용은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충분히 이해하고 감동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영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 시놉시스
오락실 게임 세상에 이어 이번엔 인터넷 세상이 발칵 뒤집힌다?! 각종 사고를 치며 게임 속 세상을 뒤집어 놨던 절친 주먹왕 ‘랄프’와 ‘바넬로피’는 버려질 위기에 처한 오락기 부품을 구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타고 인터넷 세상에 접속한다.
얼떨결에 올린 동영상으로 순식간에 핵인싸에 등극한 ‘랄프’와 룰도 트랙도 없는 스릴만점 슬로터 레이스 게임에 참여하게 된 ‘바넬로피’.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엄청난 스케일과 새로운 재미에 흠뻑 빠진 ‘랄프’와 ‘바넬로피’는 랜섬웨어급 사고로 인터넷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주먹왕 랄프2 : 인터넷 속으로>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디지털 세상을 아날로그로 표현하다
오락실 게임방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캐릭터로 표현된 영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 그래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0과 1로만 이뤄진 디지털 세상을 나의 분신들이 돌아다니는 설정으로 구현한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을 할 때 성가셨던 자동완성 검색기능을 리셉션에 있는 안내원이 안내를 해주는 것처럼 묘사를 하다니,,, 기발했다. 그런 상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 이 리뷰를 쓰는 와중에도 컴퓨터 속 나의 분신이 꼭 영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에 나오는 것처럼 행동을 할 것만 같아 귀엽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무리 내가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아날로그적 시스템에 가장 최적화 되어 있고 그 기능에 굉장한 향수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돈많은 우리의 디즈니
트레일러와 티저가 올라왔을 때부터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포털사이트 이름들이 아주 대놓고 등장한다는 것이다. 구글, 이베이, 유튜브를 보면서 랄프가 구글을 고글 파는데냐고 물어보는데 간접광고 아주,,, 아름다웠다. 현실에서 접하던 인터넷 사이트가 그대로 등장을 하나보니 랄프와 바넬로피가 훼방놓고 다니는 인터넷 세상이 내가 이용하는 세상처럼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었다. 그리고 요새 트렌드인 인플루언서가 랄프를 통해 잘 드러나서 애니메이션이지만 현실 반영이 참 잘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랄프, 돈을 너무 쉽게 버는 게 아닌가,,,, 얼마나 그 시장이 레드오션인데,,, SNS 가지고 돈을 벌려면 시간과 돈, 노력을 얼마나 퍼부어야 하는데!! 하면서 지난 날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오르며 질투가 나기도 했다. 랄프가 귀엽다가 듬직했다가 질투가 나가다 아주 감정이 복합적이었다.
우정에 대한 집착 = 랄프 바이러스
영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의 배경은 인터넷 세상이지만 주제는 아름다운 우정이다. 참 디즈니스러운 주제다. 뻔한 내용이지만 사람을 울리는 디즈니는 참 매력적인 것 같다. 겨울왕국 이후로 개봉한 디즈니 작품들을 보면서 울지 않았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바넬로피를 집착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랄프가 약간 바이러스처럼 복제되어서 랜섬웨어처럼 인터넷에 엄청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래서 바넬로피가 보면 칭구~~~~? 이러면서 쫓아다닌다. 컴퓨터 속에 있는 바이러스들이 저러고 돌아다닐 것 같아서 귀여운데 무서웠다. 심지어 내 노트북이 저런 친구를 두질 않길 바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 였다. 랄프가 스스로에게, 자신의 분신인 바이러스 랄프에게 ‘네가 하는 행동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야’라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떨어져 있어도 행복할 수 있고, 바넬로피의 꿈을 응원하는 모습에 기특하면서도 슬픈 감정이 들었다.
영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는 인터넷 세상을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풀어내면서 그 속에 우정도 함께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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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박물관에서 벌어진 러-우크라 전쟁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크리미아의 유물(The Treasures of Crimea)
Netherlands/2021/84min/우카 후겐데이크 감독 작품
전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데 영향을 끼친다. 영화 〈크리미아의 유물〉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이 초래한 한 사건의 혼란스러운 궤적을 담았다. 사건의 장소는 박물관이다. 크림 반도의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는 소장품의 일부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보냈다. 박물관끼리 소장품을 교환하여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일상적이기에 전혀 문제될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시와 전쟁이 겹치며 소장품을 어디에 보낼 것인지를 두고 대립이 생긴다. 우크라이나는 크림 반도가 원래 자신의 영토였음을 강조하며 소장품이 크림 반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가 국가의 소유물이고, 해당 소장품이 ‘국보급 유물’이기에 당연히 자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박물관은 소장품이 원래 있던 곳, 즉 크림 반도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 반도를 차지한 것도 수십 년에 불과했다는 점도 상기한다. 무엇보다 문화재는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지역의 역사를 표상하는 유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양측의 주장은 합리성과 맹점을 동시에 가진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은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문화 자산을 수호한다는 점에서는 타당하지만 문화의 주체를 국가에 한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박물관의 주장은 문화의 경계를 국가 너머로 확장하지만, 정치를 배제하겠다는 태도가 크림 반도를 점유한 러시아의 지배권을 승인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는다.
한 출연자의 말마따나 문화재는 문화, 정치, 역사가 뒤엉킨 감정의 소용돌이가 발생하는 장소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모두 승소했다. 최근 재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러시아를 대하는 국제 여론이 악화돼 최종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누가 승소하든 ‘크리미아의 유물’을 둘러싼 복잡한 논의 지형에서 ‘완전한’ 정답은 성취되지 못한 채 남을 것이다.* 〈크리미아의 유물〉이 던지는 문화재의 의미와 전쟁의 파급력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는 동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복잡한 문제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크리미아의 유물〉의 시도가 다소 공허해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화는 학문적 열정으로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와 자기 땅에서 유물을 발견한 농부의 순수한 기쁨도 담아낸다. 그러나 ‘순수히 아름다운’ 문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했을 뿐인 학예사가 우크라이나 동료들에게는 러시아 편에 선 제국주의자로, 러시아 치하로 들어간 상황에 만족하는 주민들에게는 크림 반도의 유물을 반출한 사람으로 비난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영화의 암시적 대답은 문제의식에 비해 다소 나이브한 해결책이었던 셈이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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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먼쇼>
<트루먼쇼>
" 시간이 한참 지나 의미가 보이는 만큼 재미있어야 진짜 명작이다. "
<트루먼 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할까. 짐 캐리의 명연기? 세간을 뒤흔든 신선한 소재? 곳곳에 숨은 미장센? 감독의 연출력? ... 이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지면 이런 명작이 나오게 되는 걸까. 처음 <트루먼 쇼>를 봤던 날 느꼈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제 각기 살아가면서 한 번쯤 떠올려보는 '사실 내 삶이 조작된 게 아닐까?' 라는 가벼운 상상력이 이토록 멋진 영화로 연출되다니, 현대에도 신선한 이 영화, TV와 뗄 수 없는 삶을 살았던 1998년도에는 얼마나 더 큰 파급력을 일으켰을지 말로 설명할수록 부족할 뿐이다. 방송학을 전공하거나, 미디어 관련 쪽의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의미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전히 명작으로 불리우는이유 중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재미있다'는 점이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만약 당신의 삶이 모두 거짓이었다면? 당신이 살아온 그 무수한 삶들이 사실은 조작된 것이었다면 당신은 어떨까. 허망할까, 아니면 분노하게 될까. 영화는 본질적인 존재 '당신'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도 알고보니 배우였고 어린시절 당신을 힘들게 했던 트라우마도 각본이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말이 연기였을 뿐이고 사건은 시간에 맞게 적절히 맞춰 일어난 것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은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짜여진 대로 맞춰가야 했던 당신의 삶 속, 당신이 한 생각과 느낀 감정들이 과연 진짜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했던 데카르트의 말처럼 트루먼(짐 캐리) 또한 거짓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신의 삶만이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적어도 영화 속 주인공의 생각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가 굉장히 잘 짜맞춰져 있다보니 스토리를 놓칠 겨를 없이 보는 재미가 있다. 초중반부에서는 잔잔하게 이어지는 듯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에 속도가 붙기 때문에 한 눈 팔 새 없이 순신각에 몰입하게 된다. 밝고 명량한 분위기와 다르게 간혹 섬짓한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들을 짜맞춰서 스토리를 읽어내는 것도 나름 큰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 자체가 촬영되고 있는 삶의 기록이기 때문에 꽤나 독특한 카메라 구도와 미장센의 연출을 보는데도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짐 캐리 특유의 유쾌한 연기와 배우들의 적절한 호흡이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스토리 흐름이 좀 억지스럽지 않나 느껴질수도 있지만 영화의 배경 자체가 만들어진 세상이다 보니 이것 또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영화가 미디어 시대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냈다는 의견도 많은 편이다. 1998년이라면 TV 미디어가 가진 파급력이 워낙 강했던 때였고 빅 브라더에 대한 경각심도 강조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 트루먼을 바라보던 인물들도 시청자였지만 스크린 밖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도 한 인간의 만들어진 삶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네 삶에 시청자들은 미디어의 편집과 각색으로 만들어진 삶에 살고있다. 미디어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우리네 삶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처럼 전파한다. 살인사건, 혐오전쟁, 전쟁, 테러 등 위험하고도 자극적인 뉴스가 방영되고 나면 우리네 삶을 위협하는 것 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영화는 이러한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사회에서 벗어나 진짜 당신의 삶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TV에서 고개를 돌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현실이 있고, 당신 스스로가 '당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삶에서 당신의 인생을 즐기라고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죽음을 무릅쓰고 화면에서 벗어난 것처럼 미디어와 멀어진 지금의 삶이 불편할지언정 당신 또한 그렇게 벗어나라고 말이다. 시대를 흘러 이 영화가 더욱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TV에서 발전해 스마트폰과 SNS 사회 속 작은 화면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경고로 느껴질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주려는 메시지는 당신 스스로가 선택한 삶만이 오직 당신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지금 세상이 조작된거야'라는 트루먼의 이야기에 부인, 동료, 친구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쳤다라고 대답하고, 의구심에 못 이겨 여기저기 나서도 의도적으로 누군가 훼방을 놓는다. 여행을 가려해도, 도망치려 해도 마치 누군가 짠 것처럼 상황이 악화된다. 근데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묘하게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당신이 무얼 도전하려고 했을 때 '미쳤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주어진 기회를 포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트루먼은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고 끈임없이 의심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즉, 스스로의 가치관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넓은 세상에 거의 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고난을 겪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부정당할수도 있고, 실패할수도 있다. 그럼에도 당신의 삶은 여전히 당신의 것으로 남아있다. 타인을 제쳐두고 당신만이 선택할 수 있으며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 시간에 스스로를 믿는다면 당신 또한 '트루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대사와 장면 정도는 알고 있을것이다. 진짜가 아닐지도 모르는 세상으로 향하며 트루먼은 미소를 남긴채 떠난다. 자신을 고립시키고 조작된 삶을 살게한 PD를 분노하지도 않고, 자신의 삶을 그저 쇼 오락거리 정도로 봐왔던 사람들에게 원망하지도 않는다. 마치 진짜 드라마의 엔딩처럼 웃으며 작별을 고한다. 그의 마지막 대사가 무슨 의미였는지는 아직까진 나도 알 수가 없지만, 자신만이 살아온 자신 스스로의 삶은 진짜인 것처럼 작별을 고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스스로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삶이 아니라면 더 이상 의심할 나위 없다. 진짜 세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편안한 환경을 벗어나, 불안할지도 모르는 미래로 떠난 트루먼처럼 당신도 스스로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주인공처럼 웃으며 대사를 외칠 때가 되었다.
명작을 볼 때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반영된다. 언제, 어느 시기에 보았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어린 시절에는 TV속에서 탈출하겠단 의지를 가진 트루먼의 박진감과 짜릿함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대중매체를 공부하며 미디어가 주는 억압과 편협된 세상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최근에는 트루먼이 살았던 삶과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보았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해석할 필요 없이 내 감정과 환경에 이끌리는 대로 보았다. 보고싶은 대로 이런 저런 견해를 짜맞춰 가며 봤다는 이야기다. 트루먼은 이야기한다. 'but in my world, you have nothing to fear' , 당신의 세상에서 두려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다. 영화를 보는 당신도 어떻게 해석하든 자유다. 당신의 인생에서 어떻게 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The Truman Show>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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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싱타는 여자들 영화 시사회 후기 - 여성 노동자들이 겪은 삶의 이면을 보여주다.
과거 대한민국은 급격한 산업화로 발전을 했지만 지금에 비해 노동자들의 인권과 대우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미싱타는 여자들이라는 영화는 공장에서 노동을 하던 어린 학생들이 공권력의 탄압을 받으면서 생겼던 트라우마와 그날의 기억들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이다. 이들은 평화시장이란 곳에서 시다 일을 했다. 학교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아서 노동교실이란 곳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에 노동자의 환경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불편하게 일을 했는데 정해진 근무시간이 없고 일을 쉬지 않고 했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일찍 일을 해야 했던 그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겨야만 했을까? 마침내 불편함을 참아낸 그 시대의 여성노동자들이 겪었던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털어놓는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대에서
열심히 살아간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트라우마도 생기기 시작했다.
하니엘의 영화 미리 소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여성 노동자들이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면서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털어낸다.
대한민국의 과거는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일찍 철이 든 여성 노동자들은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로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걸 알기에 노동교실을 만들어서 그나마 학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들의 대우는 여전히 좋지 못했다. 노동자라는 이유로 버스 요금도 할인받을 수 없었고 그때 당시에 사회가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못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삶을 살았던 그녀들의 절박함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삶을 잘 버텨온 게 아닌가 싶다. 그 삶의 이면에는 많은 고생과 아픔의 눈물이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의 부모님 세대에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계셨기에 더 나은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아무런 절차 없이 거쳐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화 과정을 겪은 대한민국이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그 누구보다 다음 세대에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었을까?
내가 누리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과거 누군가의 불편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하니엘의 주관적인 영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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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타니안 영화 후기 / 911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충격적인 대우 / 관타나모 다이어리 원작 / 실화바탕 /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수상작 /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언제나 멋있다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모리타니안”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병행하는 실제 인물들의 감동적인 쿠키영상이 있습니다.#911테러, #관타나모수용소, #실화바탕, #베네딕트컴버배치, #조디포스터, #골든글로브여우조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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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별나도 괜찮아 시즌4> 공식 예고편
[2021년 7월 9일, 넷플릭스 공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10대 소년 샘은 어느 날 여친을 사귀겠노라 마음먹는다.
샘의 홀로서기로 인해 샘 바라기였던 가족들은 느닷없이 자아 찾기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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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립> 30초 예고편 ?
새로 이사 온 미소년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사랑을 직감한 7살 소녀 줄리.
솔직하고 용감한 줄리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마냥 부담스럽다.
줄리의 러브빔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를 6년!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받은 달걀을 쓰레기통에 버리다 들키고,
화가 난 줄리는 그날부터 브라이스를 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성가신 그녀가 사라지자 브라이스는 오히려 전 같지 않게 줄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