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5-06-23 22:00:27
라이언 쿠글러의 야심, 미쳤다!
<씨너스: 죄인들>
<씨너스: 죄인들>을 보지 않는 자 모두 죄인!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겨있다. 올해 상반기 영화 중 가장 매력적인 영화라고 자부한다. 이토록 오감을 자극하며 이야기 자체에 빨려들어간 경험은 참 오랜만이다. 내 자신이 놀라웠다. 그도 그럴것이 이 영화는 미국 작품이면서 인종차별이 심했던 1930년대 흑인 인권 역사를 그린 작품 아닌가. 외국인에게도 극 중 이야기를 설득시킬 정도니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연출력은 대단하다. 놀라웠던 건 감독이 비로소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야심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쓴 오리지널 작품으로.
1932년,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은 시카고 갱단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미시시피로 돌아온다. 그리고 과거 운영했던 제재소 건물을 사들여 술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춤을 출 수 있는 술집을 연다. 이들의 컴백에 들뜬 건 음악 천재 사촌 동생 새미(마일스 케이턴). 목사인 아버지의 만류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형제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곧바로 술집을 개시하고 백인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마친 흑인들은 삼삼오오 이곳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들도.
<씨너스: 죄인들>의 장점은 너무나 많다. 이 말도 안되는 호러, 갱스터 액션 장르의 혼합, 그 안에 담긴 미국의 역사, 더불어 이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한 블루스 등의 음악이 너무나 잘 믹싱되어있다. 마치 섞일 것 같지 않은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처럼 잘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것들을 혼합한 감독의 재주는 가히 상상이상이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건 앞서 말했던 야심이다. 영화를 다보고 나왔을 때 생각난 감독이 있었는데, 바로 조던 필이다. 조던 필 감독도 <겟 아웃> <어스> <놉> 등 호러 장르를 통해 미국 내 암울했던 흑인 역사를 길어올렸다. 특히 <놉>에서는 SF 장르와 호러를 혼합해 할리우드 영화 역사 속 알려지지 않았던 흑인들의 역사를 스크린에 투영했다. 그 노력은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과 잘 부합시키면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흑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보여줬다. 그만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그동안 마음 속 품고 있었더 야심을 드러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영화로 이 미국이란 땅에서 살고 죽은 흑인들의 대단한 역사를 꼭 보여주고 말겠단는 그 마음이 보였다.
그리고 3년 만에 라이언 쿠글러도 비슷한 야심을 드러낸다. 백인 경찰의 강압 수사에 목숨을 잃은 실화를 담은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를 시작으로, <크리드> <블랙 팬서> 시리즈 등 어떻게든 블랙 무비를 멋들어지게 만들어 낸 인물 아닌가. 드라마, 스포츠, 히어로 장르 영화를 거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비로서 자신이 하고자 했던 영화를 만든 느낌이었다. 중요한 건 이 감독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면서 그 영역을 점차 넓혀왔다는 점이다. 마치 그동안 쌓았고, 영역 확장을 해왔던 경험을 이번 영화에 쫙 풀어놓은 것처럼.
음악 활용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음악을 매개체로 끈적하고도 소울풀한 블루스 음악은 극중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각 인물들의 감정선과 상황까지 전달한다. 특히 극 중 새미가 부르는 블루스는 모든 걸 초월한다. 인종과 시간, 문화의 벽을 허물고, 모든 게 다 혼재되어 있는 그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에서 뱀파이어가 나타난 이유도 바로 새미의 블루스 음악 때문이다. 뱀파이어 무리들 또한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며 등장하는데, 이들은 새미 혹은 블루스를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극중 블루스나 아일랜드 민요는 각각 흑인과 아일랜드 이민자들을 대변하는데,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닌 고통을 잊게 하는 노동요이자 저항심과 희망, 자신의 정체성이기 때문. 두 민족 모두 미국이란 땅에서는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백인 계열인 아일랜드인들은 도리어 흑인을 차별하고 공격하며 가해자가 되어 그들의 것을 빼앗으려고 한다. 이런 사회 역사적 부분을 음악으로서 구현해 낸다는 점은 영화의 의의를 더한다.
이 밖에도 <씨너스: 죄인들>은 매력이 많은 작품이다.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B. 조던의 1인 2역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전환에서 빚어지는 당혹함과 흡입력, 귀를 열고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음악 등등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장르적 재미와 철학과 역사, 메시지까지 모두 얻을 수 있는 영화. 어찌 보면 영화 매체가 힘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점차 상영관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만약 이 작품을 보고 싶다면 아이맥스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아이맥스로 보지 못해 지금도 후회한다 ㅜㅜ)
덧붙이는 말: 감독 만큼 음악을 담당한 루드비히 고란손의 OST는 미쳤다. 특히 극 중 새미가 부르는 ‘I Lied to You’는 대단하다. 블루스 음악의 힘은 물론, 이 음악이 퍼지면서 시공간의 문이 열리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영상이 구현된다. 마치 음악이 주는 마법의 순간을 구현한 것처럼 말이다. 그 하나됨은 정말 홀리하다. 당시 악마의 노래라 부르던 블루스라서 오히려 더 영적으로 들린 건가?
사진 출처: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평점: 4.5 / 5.0
관람평: 라이언 쿠클러의 야심! 미쳤다.
- 1
- 200
- 13.1K
- 123
- 1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