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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025-06-24 14:51:06

인형의 집

<킬링 로맨스> (2021)

 

<킬링 로맨스>는 한국의 동화 속 한순간에 톱스타가 된 여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다. 수동적인 삶을 살던 여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능동적인 삶을 선택하며 그러한 선택 속에서 만난 ‘백마 탄 왕자님’ 조나단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이야기가 끝났다면 여래의 삶은 그대로 영원히 전형적인 해피엔딩의 동화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동화가 아닌 여래의 현실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능동적인 삶을 위해 했던 선택은 여래를 다시 수동적인 삶으로 몰아넣었다. 입는 옷, 표정, 행동, 먹는 것마저 전부 조나단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여래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자신의 삶인데도 말이다. 온 가족이 서울대생인 집안의 아들 범우 역시 여래와 닮아있다. 범우에게는 대학에 대한 선택권이 없고 가족 모두가 서울대생이기 때문에 사수를 하면서까지 서울대에 가야만 한다. 여래는 조나단이라는, 범우는 가정이라는 자신을 억압하는 존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여 감정이 억눌려있고 분명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그 누군가로 인해 고립감을 느낄 때 파란색과 회색이 주를 이루고 있는 옷, 혹은 배경을 통해 이러한 감정을 드러낸다.

 

 

 여래는 조나단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파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고, 다시 자신이 원하는 연기를 선택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 때 집안의 주황빛은 여래를 밝히기 시작한다. 이내 빨간색 계열의 옷을 입은 여래가 등장하고 여래는 마치 꿈을 꾸는 듯 강렬한 빨간색으로 둘러싸인 거실을 뛰어다닌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때마다 여래 주변을 둘러싸는 붉은 계열은 마치 금기와 위험을 넘어 새로운 자유, 즉 여래가 원했던 진짜 연기를 향한 욕망을 갈구하는 듯 보이며 여래의 내적 열정의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주황색과 황금색 계열은 여래와 범우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며 그들이 새롭게 맞이할 그들이 진짜 원하는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여래의 팬인 범우는 여래를 온전한 주황빛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움은 그저 여래가 자신의 삶 속 무수히 많은 선택 속에서 여래가 진심으로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에서 그쳐야 한다. 범우의 역할은 그것뿐이다. 여래를 억압하는 환경 속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 범우가 직접 조나단을 죽여서는 안 되고 조나단을 죽이는 사람은 여래여야만 한다. 범우가 아무리 조나단을 죽여봤자 여래는 여전히 범우와 함께 죄책감이라는 다른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여래의 삶은 범우의 삶이 아니고 범우의 삶은 여래의 삶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한들 절대 서로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 한다.

작성자 .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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