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_Rec2025-06-29 20:03:21
뜨거운 가슴으로 시원한 질주를
영화 리뷰
뜨거운 가슴으로 시원한 질주를
F1은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한 스포츠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스포츠를 어렵지 않게, 그러나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풀어내며 F1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다. 많은 사람들이 레이싱을 단순히 개인의 능력으로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F1이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된 과학과 팀워크의 산물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소니 헤이즈와 조슈아 피어스, 두 드라이버의 서사는 익숙하면서도 묵직한 인상을 준다. 영화 초반에는 둘만의 경쟁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둘이 서로를 끌어주며 팀의 성공을 위해 협력하는 과정을 그린다. 둘 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진정한 ‘한 팀’으로 거듭나는 것 역시 관전 포인트다. F1은 과학적으로 설계된 차와 타이어, 전략을 짜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팀원들, 그리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모두가 힘을 합쳐야하는 스포츠이다. 처음에는 소니 헤이즈의 능력치를 의심했던 팀원들도 그를 믿으며 팀으로 성장해가는데, 이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관객들도 APEX GP 팀에 이입하게 된다.
액션/스포츠라는 장르에 걸맞는 영화적 장치들도 오락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레이스는 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에 이 긴박함과 스피드를 시각적, 청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카메라 워크, 편집, 음악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관객을 경기로 끌어들이며 그 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특히 4D로 감상했다면 더욱 실감 났을 법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엔딩이다. 흔히 이런 스포츠물에서 중고참 선수는 젊은 스타를 빛내주기 위한 조력자로 그려지기 마련인데, F1 더 무비는 이 공식을 살짝 비튼다. 소니 헤이즈와 조슈아 피어스의 관계성에는 어찌보면 클리셰적인 요소가 있다. 자만과 허영에 물든 라이징 스타와 한물간 드라이버. 이 둘이 경쟁하다 결국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해가는 것은 성장물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캐릭터와 서사이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소위 말하는 ‘한물간 베테랑’이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신예’를 위해 희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바로 그 소니 헤이즈가 승리를 거머쥔다. 마지막 레이스에서 그가 그토록 원하던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 순간을 만끽하며 질주하는 순간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조슈아 피어스 역시 억지 희생 없이, 마지막까지 귀여운 앙숙 케미를 유지하며 균형을 맞췄다는 점도 좋았다.
한편 조금의 아쉬움을 남긴 부분들도 있었다. F1에 대해 일정 부분 배경지식이 있는 입장에서, 피트스탑에서 소니 헤이즈가 원하는 타이어가 아니라며 시간을 끄는 장면은 현실적으로 조금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한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소니의 다소 무리한 ‘더티플레이’적 행동이 미화되는 듯한 인상도 있었다. 스포츠의 감동은 결국 공정성과 정당함에서 비롯되는 만큼, 그 지점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1 더 무비는 최근 나온 영화 중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블록버스터적인 쾌감을 가장 잘 구현한 작품이었다. 거대한 자본과 압박 속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향해 달리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팀의 성장 서사는 단순한 레이싱과 승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는 결국 관객에게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무엇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여운을 남긴다. 스크린 속 시원한 질주를 보며 뜨거운 가슴을 안고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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