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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2025-06-30 16:28:04

사회로 내던져진 다섯 명의 T.T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리뷰

‘T.T’는 우는 얼굴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이자, 인천여상을 갓 졸업한 다섯 친구들을 칭한 표현이다.

 

 

1) 사회로 내던져진 다섯 명의 티티(여상 친구들)

 

2) 사회로 내던져진 다섯 명의 애환과 비애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주인공들은 인천여상을 갓 졸업한 스무 살로, 모두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에 뛰어든다.

 

 

학생과 사회인 그 경계에 위치한 이들의 현재와 미래는 극도로 불확실하게 그려진다.

 

고양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속 고양이 ‘티티’는 중심 소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계속해서 떠넘겨지는 존재다. 티티는 처음에 지영이 데리고 왔지만, 혜주와 태희를 거쳐 결국 비류와 온조에게 맡겨진다.

 

 

 

 

이처럼 떠돌이 신세인 티티의 모습은 다섯 친구들의 삶과 겹쳐 보인다. 최악의 가정형편에서 실직을 경험한 지영,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는 태희, 대졸사원에게 밀리는 혜주, 악세사리 노점상 비류와 온조까지. 정재은 감독은 IMF 직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주변으로 밀려났던 여성들, 그중에서도 삶의 기반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정처 없이 떠돌 수밖에 없었던 젊은 여성들의 애환을 고양이라는 존재에 투영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인천과 서울

 

 

영화에서 ‘인천’과 ‘서울’은 강렬하게 대비된다. 인천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은 하나같이 낙후된 느낌을 주는 풍경들 뿐이다. 영화의 첫 시작을 알리는 부두부터 수많은 공장, 무너져가는 판자촌, 황량한 놀이시설.. 인천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은 대부분 힘겹게 살아가거나, 혹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등장한다. 반면 서울은 늦은 밤에도 화려한 불빛이 꺼지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쇼핑몰과 시설 좋은 터미널 등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때 두 도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철도'이다. 동인천역의 철도는 유일하게 혜주를 서울과 이어주는 공간이다. 혜주에게 있어 동인천역, 더 나아가 인천은 그저 서울로 향하기 위한 통로에 불과하다. 영화는 혜주라는 인물을 통해 인천이 서울에 종속된 공간으로 비춰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0년대 중반에 이른 지금도 인천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경제적 투자나 문화 인프라 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놓여 있으며, 여전히 주변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지영과 태희, 혜주는 끝내 인천을 떠나지만 비류와 온조는 남는다. 흥미롭게도 영화의 배경은 인천 미추홀구다. 백제 건국신화에서 비류와 온조는 고구려를 떠나 남하한 이주자들이며, 비류는 미추홀에 정착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온조가 위례성에 세운 백제에 합병되었다. 화교 출신인 비류와 온조의 존재는 어쩌면 이 도시를 보여주는 또 다른 상징일지도 모른다. 감독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빌려 인천의 종속성과 잊힌 정체성을 은유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덧붙여 어쩌면 후에 비류와 온조 또한 인천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암시일지도 모른다.

 

 

 

 

 

 

 

인간에게는 반드시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집이다. 그러나 지영의 집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이로써 지영은 세상에 완전히 내던져진다. 지영은 자신의 터전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이제 태희와 함께 새로운 곳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해 나가려 한다.

 

 

 

 

지영이 택한 곳은 해외였다. 이것은 회피일까, 자립일까? 나는 회피라고 생각했다. 머나먼 어딘가에 자신을 담을 공간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타의적으로 삶의 공간이 바뀌었던 고양이 티티와 달리, 지영은 그곳에서 자발적으로 방랑자가 되기를 선택한다. 지영은 이국의 땅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제2의 티티로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을 곱씹어보면, 약간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말은 어쩌면 누군가가, 어딘가가, 그녀들을 따뜻하게 받아주기를 바라는 부탁처럼 들린다.

 

 

작성자 . 벼리

출처 . https://blog.naver.com/dufwjd1106/22391674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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