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072025-06-30 19:39:48
이상하고 평범한 동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리뷰
이상하고 평범한 동거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에는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얼굴을 맞대고 있다. 두 사람 사이 로맨스를 기대하며 극장에 들어가는 관객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양방향 로맨스가 아니다. 애초에 그럴 수 없다. 헤테로 여성과 게이 남성의 만남. 두 사람의 낯선 동거가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재희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흥수는 남들 눈에 띄기 싫어하는 벽장 게이다. 교집합이 없어보이는 두 사람은 우연히 클럽 거리에서 마주친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 흥수는 대학 전공 교수와 키스를 하던 중이었다. 당황한 흥수는 자리를 피하지만 이내 불안해진다. 보편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가 어떻게 취급되는지 이미 엄마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러나 흥수의 걱정과 달리 다음 날 마주친 재희는 오히려 흥수를 감싸준다.
어떻게 네가 너인 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
재희는 흥수의 성 지향성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흥수는 흥수고, 재희는 재희다. 사회의 정상 프레임 안에 자신을 가둘 필요가 없어진 흥수는 재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희의 자유로움은 그녀의 약점이 된다. 대학에서 재희는 소문의 대상이 되고, 사람들은 그 소문으로 그녀를 재단하고 비난한다. 원치 않은 아이를 갖게 된 재희에게 의사는 ‘이게 당신 삶의 결과’라며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하지만 재희 곁에는 흥수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는 공통 경험을 가진 둘은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한다.
하지만 둘의 작은 공동체가 영원할 수 없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안전하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동거를 향한 사회적 시선 때문에 재희는 자신의 연인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다. 흥수의 사랑에는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들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따른다. 결국 두 사람의 동거 사실이 밝혀졌을 때, 재희와 흥수의 공동체에 금이 간다. 그들의 바깥에 존재하는 세상으로부터의 공격이 원인이다.
남들 눈엔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하나도 안 이상해요. 우리가 이상해?
재희는 다시 흥수를 만난다. 외부의 적이 그들의 공동체를 파괴시키고, 그들 개인마저 파괴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우리’로 묶일 수 있는 공동체는 연대를 통해 형성된다. 재희는 재희고, 흥수는 흥수다. 그들은 이제 ‘우리’의 의미를 안다. 재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기 위해 흥수가 왔다. 20대 대부분을 함께 견뎌온 그들 공동체의 끝이 다가온다. 흥수도 조만간 감출 필요가 없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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