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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2025-07-08 15:08:26

70년대 작품인지 모를 슬래셔 무비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 토비 후퍼) 리뷰

<70년대 작품인지 모를 슬래셔 무비>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Texas Chainsaw Massacre (1974, 토비 후퍼) 리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상영작 ‘스트레인지 오마쥬’

 

 

 

프로그램 노트

 

다섯 명의 십대들이 낡은 밴을 타고 텍사스의 한적한 마을을 지나 여행을 떠난다. 이 마을은 일행 중 한 명의 조부모가 과거에 살았던 곳이자, 묻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하게 기름이 떨어진 아이들은 조부모의 옛 집에서 잠시 머물기로 하고, 근처에 낡은 자동차들과 가스 발전기가 돌아가는 의문의 집을 발견한다. 기름을 구하기 위해 그곳을 찾은 순간부터, 이들은 끔찍한 식인 가족에게 차례로 사냥당하는 악몽 같은 공포에 휘말리게 된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토비 후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극히 적은 예산과 16mm 필름으로 촬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후퍼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각본과 음악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으며,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나아가 이후 수많은 슬래셔 영화의 전범이 된 이 작품은, 살인 도구의 활용, 연쇄 살인마 캐릭터의 정립, 피해자 묘사 방식 등 장르의 공식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영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오늘날까지도 가장 충격적인 공포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강렬한 비주얼과 음산한 분위기로 관객의 신경을 끝까지 곤두서게 만든다. 심약한 이들이라면, 각오하고 볼 것. (남종석)





 

70년대 작품인지 모를 슬래셔 무비

 

등장인물들은 차례대로 식인 가족의 집에 스스로 찾아 걸어 들어가게 된다. 잦은 줌 인, 하이/로우 앵글과 빠른 익스트림 클로즈업의 컷 전환이 불안을 고조시킨다. 등장인물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이 앵글에서 등장인물들이 자꾸만 ‘눌리는’ 느낌을 주는 로우 앵글 구도의 전환이나, 묘하게 어긋나는 컷 전환이 시각적으로 위협을 증폭시킨다. 그중에서도 여주인공 샐리(마릴린 번즈)가 식탁 앞에서 공포에 질려 눈동자를 굴리는 장면은 가히 강렬하다. 적은 제작비와 70년대 작품이라는 표현의 한계에도 83분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광기의 가족

 

스스로 손을 베는 히치하이커 남성, “기름이 없다”라고 말하는 주유소 남성, 그리고 텍사스 전기톱으로 인간을 도축하는 남성까지. 이들은 모두 하나의 가족이자 사냥의 동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모두 기묘하다는 점이다. 소를 도축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해 자랑하기도, 실실 웃으며 칼을 들이밀기도 하며 남들과 다른 기묘한 분위기를 내비친다. 기름이 없어 주유소에 들린 아이들에게 뜬금없이 고기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건 이들에게서 일말의 악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인 가족에게 살인은 일상의 연장선이다. 비인간적인 행위조차 자연스럽게 반복된다. 이는 공포의 핵심을 일상성에 내재한 광기로 끌어낸다. 영화 속 식인 가족은 쇠락한 미국의 농촌에 대한 잔혹한 은유로 읽힐 수 있다. 초반부, 달리는 차 안에서 망치로 한 번에 머리를 내려치는 기술을 가졌다는 도축업자 이야기를 하며 이제는 기계가 이를 대체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도축업을 하는 히치하이커 남성이 차에 올라탄다. 후반부, 식인 가족은 노쇠한 할아버지에게 전설의 실력을 보여달라며 샐리의 머리를 붙잡고 망치를 들린다. 하지만, 망치를 잡을 힘조차 없는 할아버지는 도축에 실패한다. 영화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도태된 ‘옛 질서’가 어떻게 괴물화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축업과 실직 등의 사회적 배경이 가족의 광기와 역사에 설득력을 더한다.

 

 

 

 

암묵적 룰을 깨부수는 잔혹함

 

‘휠체어를 탄 사회적 약자는 죽이지 않을 것이다’라는 암묵적 룰을 과감히 깨부순다. 뚱뚱하고 휠체어에만 의존해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는 다른 친구들에게 은근한 무시를 당한다. 그는 자신의 칼로 스스로 손을 베는 히치하이커 남성이 대단하다는 동경을 내비치며,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신경질적으로 입방귀를 뀌며 흉내를 낸다. 관객은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 최종 생존자는 아마 그일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잔혹하게 사냥당한다. 캄캄한 풀숲에서 샐리와 함께 친구들을 찾으러 나서다 맞닥뜨린 텍사스 전기톱 남성에 무차별하게 당하고 만다. 구성원들 살해 장면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묘사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 시점부터 관객은 깨닫는다. 이 영화에는 일말의 희망도 없다는 것을. 모두가 식인 가족에게 붙잡혀 살해당할 것이라고.

 

 

 

 

사라진 제리, 파이널 걸 샐리의 탄생

 

사냥 도중에 사라진 제리(알렌 덴지거)는 구조를 뒤흔든다. 제리의 시체는 끝끝내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조차 생략된 퇴장은 관객에게 극도의 긴장을 심어준다. 이는 샐리(마릴린 번즈)가 합심하여 복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지만, 그 예상은 무너진다. 남녀가 힘을 합쳐 도망친다는 슬래셔 공식을 부수고, 이후의 이야기는 샐리 혼자 지옥에서 탈출하려는 생존극으로 치닫는다. 피투성이가 되어 미친 듯이 웃으며 도망치는 샐리의 표정은 해방이라기보다 생존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이 결말 이후 수많은 호러 영화의 ‘파이널 걸’이라는 여성 캐릭터에 영향을 끼쳤다.

 

 

 

 

작성자 . 고미

출처 . https://brunch.co.kr/@gomi2ya/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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