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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artist2025-07-10 22:28:03

새로이 맞이하라. 가장 약했지만 그래서 가장 희망차고 인간다운 슈퍼맨을.

영화<슈퍼맨> 리뷰

 

 

그 인기가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에게 밀릴지언정 슈퍼맨은 그들이 갖지 못한 상징성을 지닌다. 인간도 하늘을 날 수 있을 거라는 상상. 어떠한 위협이 닥쳐와도 누군가 날 구해줄 거라는 희망. 항상 빛의 편에서 정의를 구원하리라는 믿음. 그 힘이 너무 무지막지해 어떨 땐 악당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존재가치의 의미와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없어 느끼는 회의감은 슈퍼맨의 입체적 면모이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가장 낮은 이들을 수호하는 슈퍼맨은 영화적으로나 그 영화를 통해 감명받는 관객에게나 희망의 존재이다.

 

만약 슈퍼맨의 외양이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거나 보통 인간의 삶도 함께 살아가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았을지 생각해 본다. 태양이 좋다해 직접 바라보기엔 너무 뜨겁고 밝듯, 내가 좋아하고 바라는 존재가 나와 너무 다르다면 무릇 거북해진다. 슈퍼맨이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의 힘을 가지면서도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영화 <슈퍼맨> 속 슈퍼맨은 역대 슈퍼맨들 중 가장 약한 슈퍼맨일지도 모른다. 슈퍼맨의 유일한 약점인 크립토나이트로 공격당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한 상처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그랬기에 인간다울 수 있었다. 모든 걸 예측하며 모든 수단들을 꿰뚫어 보지 못해 맞아가며 배웠기 때문에 그에게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슈퍼맨을 구상할 때 '슈퍼'에 집중하지 않고, '맨'에 집중한 독보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인 슈퍼맨을 시작으로, 여자 친구이자 데일리 뷰글의 기자인 로이스 레인, 영원한 숙적 렉스 루터를 비롯해 영화 <슈퍼맨>에는 인물들이 매우 많다. 작품은 다수 인원의 개별 이야기들을 다루면서도 다루지 않는 듯 정리한다. 클락 켄트와 로이스 레인이 함께 일하는 데일리 뷰글의 동료들이 빈번히 등장하지만, 서사에 있어 필요한 부분만 짚어내며 그 나머지는 과감히 배제한다. 슈퍼맨의 동료식으로 등장하는 저스티스 갱 또한 그들의 조성 배경과 슈퍼맨과의 관계성만을 일단락한다. 그 구성원 중 미스터 테레픽의 경우에만 능력 소개를 화려히 한다는 데에서 영화의 자세를 알 수 있다. 특히 해당 인물의 능력은 동일 감독의 작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속 욘두를 연상케 해 제임스 건 스스로 자신이 어떤 류의 액션을 잘 연출하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인물에 대한 감독의 이러한 사용법은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온다. 서사의 흐름에 있어 정말 필요한 부분만 챙기고 그 외 것들은 과감히 제거해 진행을 촘촘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장점이다. 그러나 반대로 원작 코믹스의 팬이 아니라면 영화의 특징은 빈약한 캐릭터성으로 비칠 수 있다. 또한 그 많은 캐릭터 중 과연 불필요한 인물들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들게 된다.

 

 

작품의 특징은 서브 캐릭터뿐만 아니라 주요 인물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자막으로 시간적 배경과 슈퍼맨의 과거 이야기를 정리한다. 어쩌면 슈퍼맨의 서사에 있어 중요할 수 있는 로이스 레인이 슈퍼맨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마저 이미 알고 있으며 교제 중임을 관객에게 직접 드러낸다. 렉스 루터의 경우 슈퍼맨에 대한 깊은 열등감에 빠진 인물인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어쩌면 제임스 건이 앞으로 꾸려나갈 DC 세계관의 방향성과도 맞닿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으로 본인들이 해나갈 이야기들이지 뒷이야기들은 필요한 것만 챙긴다는 자세는 마치 이전 DC 작품들을 정리한 제임스 건의 운영 방식과 닮아있다.

 

제임스 건 감독의 이전 슈퍼히어로 작품 필모그래피를 보더라도 그에게 있어 슈퍼히어로 영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유머이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유머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웃음으로 위로와 격려를 선사하는 점을 중요시한다. 이전 슈퍼맨들보다 더욱 영화 <슈퍼맨>의 클락 켄트는 웃음과 위트, 나아가 인간에 대한 낙관주의까지도 겸비한 인물로 비친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희망을 꿈꾸며 모든 이들이 그를 외계인이라 부르지만, 자기 자신을 인간이라 칭하며 인정받으려 하는 점에서 순수함까지도 엿보인다. 영화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자기 존재성에 대한 의심과 회의에 가득 찬 진중한 인물로 다소 무거운 경향이 있었다. 이와 달리 고독함보다는 팀업을, 무한한 힘보다는 박애를 무기 삼는다. 또한 영화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슈퍼맨의 육체적 힘만이 아니라 기자들의 저널리즘 정신과 그와 함께하는 동료 히어로들의 힘이 뒷받침했음을 설시하며 독보적인 길을 걷는다.

 

 

빌런 렉스 루터는 슈퍼맨을 상대하기 위해 그의 모든 패턴을 분석하고, 연구해 상황에 맞는 지령을 내렸다. 그를 사로잡기 위해 살인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결국 도시를 반 갈라놓기까지 했다. 작품의 렉스 루터에 대한 관점은 신에게 질투심을 느껴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의 비루함으로 가득하다. 반면 영화의 종반부 렉스 루터에게 전한 슈퍼맨의 말은 신의 힘을 가졌지만, 인간이 되고자 했던 진정한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는 결국 영하의 주제와 맞아떨어진다. 단순히 무력으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아닌 박애주의와 무한한 희망으로 세상을 보필하려는 영웅을 영화는 구상한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면을 구상하기 위해 영화는 슈퍼맨이라는 인물을 다소 과감하게 깎아낸 것으로 생각된다. 희망과 사랑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의와 완전(完全)의 상징이기도 한 인물의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낯선 면이 어색했다. 만약 그 대상이 작중 등장했던 이미지처럼 그린 랜턴이나 플래시처 보통 가벼운 이미지로도 소비되는 캐릭터였다면 어색함이 덜했을 수 있지만, 슈퍼맨이었기 때문에 영화의 인물에 대한 해석법이 의심 가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한다면 바로 액션씬이다. 하늘과 지상을 오갈 수 있는 인물의 특성상 난해할 수 있었으나 정갈했고, 특히 종반부 경기장에서 치러진 액션씬은 놀라울 정도였다. 또한 슈퍼맨의 강한 능력이야 물론 정평이 났지만, 그 외 인물들의 능력을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빌런 중 엔지니어의 경우 신체 변형 기술을 통해 벌이는 액션씬은 인상적이었고, 미스터 패래픽과 더불어 그린 랜턴의 능력 연출 또한 흥미로웠다. 나아가 작품은 마치 영화가 아닌 만화책의 한 컷을 보는 것처럼 카메라 워킹과 줌인/아웃을 사용했는데, 작품을 관람하는 또 다른 재미이자 연출적 깊이감을 더했다.

 

주목할 점은 그런 액션씬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이다. 몇몇 액션 장르 영화들은 액션을 먼저 짜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플롯을 구상하는 듯 서사에서의 빈약함과 불안정함을 보여주었다. 이와 달리 영화 <슈퍼맨>의 액션씬은 스토리의 일부가 되어 안정적인 개연성을 유지했고 이야기 정보가 액션씬을 통해서도 들려왔기 때문에 스토리가 절대 등한시되지 않았다. 더불어 흥미로운 점은 슈퍼맨이 빌런과 싸우는 씬만큼이나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건물을 들어 올리거나 괴물의 발을 지탱하고 아이를 지키려 몸을 내던지는 등의 구조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그저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볼 줄 아는 감독의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생각해볼 점은 '영화 <슈퍼맨>이 왜 저널리즘 정신에 주목했는가'이다. 물론 스파이더맨 시리즈처럼 여타 히어로 영화들에서도 기자와 관련된 소재를 빈번히 사용했었으나 저널리즘 정신에 관해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화의 중반부, 주머니 세계라 하는 렉스 루터가 만든 차원 속 허구의 사실을 퍼 나르고 비난성 악플을 다는 원숭이들이 등장한다. 이 원숭이들은 렉스 루터의 부정을 파헤치고 정의를 탐구하려는 작중 기자들의 모습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종반부, 슈퍼맨이 정의한 인간성에는 자유 의지가 내포된 것처럼 보였다. 영화 <슈퍼맨>이 세상이 반으로 갈라지는 와중에도 브리핑을 이어가고 사건을 파헤치려 히어로들의 싸움 한복판으로 이동한 기자들을 비춘 이유는 세상을 구하는 힘은 물리적 힘뿐만 아니라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에도 있음을 설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 예시로서 저널리즘 정신을 차용한 것은 아닐지 생각된다. 슈퍼맨이 물리적으로 렉스 루터를 체포해 구속하는 게 아닌 사지에 몰린 렉스 루터를 제압한 힘은 뉴스 기사였다는 영화의 설정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정의와 맞닿아있다.

작성자 . being artist

출처 . https://blog.naver.com/le_film_artiste_ho/223929178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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