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7-29 09:20:26
이번 여름, 영화관으로 피서 가야만 하는 이유
재개봉
정말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더위네요!💦
이번 여름 피서는 아무래도 영화관으로 가야겠어요.
여름에도 기대하던 작품들이 줄지어 재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씨네랩지기는 6천원 할인 쿠폰으로 든든하게 재개봉 파티를 시원하게 즐겨보려구요..🫠
여러분도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여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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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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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북미 인디영화 흥행 1위 등극한 <롱레그스>
영화는 한 FBI 요원이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연쇄살인범 롱 레그스를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역대급 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평단의 찬사를
받고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피그>, <렌필드>, <드림 시나리오> 등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에 출연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새로운 장르와 도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영화 <롱레그스>가 58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기생충>을 제치고 북미 독립 배급사 네온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이는 최근 10년간 북미 독립 호러 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기록한 것입니다. 제작비 1000만 달러로 제작된 <롱레그스>는 2억 3000만 달러가 투입된 <퓨리오사>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롱레그스> 줄거리
FBI 요원 리 하커는 찾기 힘든 연쇄 살인범의 미해결 사건에 배정된 재능 있는 신입 요원이다. 사건이 복잡하고, 오컬트 관습과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증거가 사라지면서, 하커는 무자비한 살인범과의 개인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그가 다시 공격하기 전에 그를 막기 위해 시간과 경주해야 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영화화 전효성 주연
전효성 배우가 영화 <악마가 될 수밖에> 주연 배우로 캐스팅되었습니다. 살해 협박에 시달리던 묻지마 폭행 피해자 ‘민아’가 보복 범죄를 응징하기 위해 악마로 살 수밖에 없었던 광기와 집념의 시간을 그린 액션 영화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김태곤 감독의 차기작 <더 웨이킹> 주연으로 캐스팅
배우 최우식이 김태곤 감독의 차기각 <더 웨이킹> 주연으로 낙점되었습니다.
<더 웨이킹>은 거인이 등장하는 크리처 물이며 냉동 창고를 정리하는 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아가 거대한
힘을 주는 돌을 우연히 갖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는 준호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해당 작품은 내년 상반기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파일럿> 200만 관객 돌파
<파일럿>이 개봉 9일차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올여름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뜨거운 입소문으로 흥행 기록을 경신중입니다.
영화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주인공 한정우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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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주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
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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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롯데시네마, 2022 아카데미 수상작 상영회 개최
출처 | 네이버 영화
롯데시네마에서 2022 아카데미 수상작 6편을 상영한다고 밝혔다.
작품상을 차지한 <코다>, 감독상을 차지한 <파워 오브 도그>,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킹 리차드>,
각본상을 받은 <벨파스트>, 음악상, 촬영상, 미술상 등 6관왕을 차지한 <듄>,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드라이브 마이 카>까지 상영될 예정이다.
본 상영회는 31일부터 4월 12일까지 진행된다.
무주산골영화제, 서울 팝업스토어 운영
출처 | 무주산골영화제 인스타그램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 성수동에서 9일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영화제 가이드 매거진, 굿즈샵, 카페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돼 있다.
팝업스토어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5년 만에 개봉 확정
출처 | 네이버 영화설경구 주연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4월 27일 개봉을 확정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을 한 작품으로,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다.
<미싱타는 여자들>, 1만 돌파
출처 | 네이버 영화1970년대 소녀 미싱사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작품인 <미싱타는 여자들>이 1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해외
넷플릭스, 윌 스미스 주연 <패스트 앤 루즈> 제작 미루다
출처 | Rotten Tomatoes윌 스미스가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폭행을 저지르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2일, 넷플릭스는 이러한 이유로 윌 스미스 주연의 <패스트 앤 루즈> 제작을 미루기로 했다.
브루스 윌리스, 실어증으로 연기 활동 중단
출처 | Rotten Tomatoes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은 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윌리스가 최근 실어증을 진단받았고,
인지 능력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연기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짐 캐리, 은퇴 언급출처 | Rotten Tomatoes짐 캐리는 <수퍼 소닉2>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출연한 NBC 방송에서
<수퍼 소닉2>를 마지막으로 쉬고 싶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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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게 사랑이니까, 마미 (2014)
가족과 사랑, 이 두 가지 요소는 자비에 돌란의 영화들에서 늘 존재한다. 그의 페이지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사랑의 환희와 아픔을 맛보고, 혼란을 겪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이런 인물 곁에는 항상 그들의 가족이 맴돌고 있다. 돌란은 그 중 ‘엄마’라는,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그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단 하나뿐인 인물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미>는 ‘엄마’의 전형적인 틀에서 다소 벗어난다. 다시 말해 자식을 향한 헌신적이고 자애로운 사랑을 다루지는 않는다. ADHD와 애착 장애가 있는, 다소 불안정한 스티브가 보호시설에서 나온 뒤 엄마 디안의 모험 같은 나날이 시작된다. 극의 초반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교통사고처럼, 그들의 하루하루는 예측할 수가 없다. 둘은 집 안의 물건이 부서지도록 살벌하게 싸우기도 하고, 행동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며 언쟁을 벌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너무도 사랑한다. 디안은 다정함보다는 특유의 발랄함과 불같은 성격이 돋보이는 엄마로, 스티브와 치고받는 하루가 가장 평범한 날이다. 이들의 일상 속, 이웃집에 사는 카일라가 합류하게 되며 그들의 시간은 더욱더 다채로워진다.
디안, 스티브, 카일라는 모두 자신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디안은 남편을 잃고 통제가 어려운 아들을 시설에 보낸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만 했다. 스티브는 아빠를 잃고 그 상처로 인해 급격히 행동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고, 카일라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말을 더듬게 된다. 그의 방에 놓여있던 남자아이의 사진으로 보아 그의 아들과 관련된 것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이들은 각각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를 통해 그 결핍을 조금씩 채워간다.
<‘마미’만의 아이덴티티_색감(빛)과 화면 비율, 그리고 사운드트랙>
이들이 함께하는 순간들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대범하고, 강렬한 색감들로 둘러싸여 있다. 눈부시게 쨍한 푸른 하늘과 디안의 화려한 옷들, 스티브를 둘러싼 노란빛들은 이들이 겪고 있는 상황들과 확연히 대비된다. 특히 스티브의 등장 장면은 그가 사랑스러운 아이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보호시설에 도착한 디안에게, 인터폰을 통해 쏟아지는 험한 말들로 스티브의 충동적이고 거친 면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일종의 긴장감이 생기지만, 문을 열고 나오는 그는 예상 밖의 모습이다. 엄마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환한 미소를 가진 천진난만한 아이이다. 이때 유난히 디안과 스티브를 비추는 빛은 너무도 따스하다. 극 중 등장하는 옆광의 활용 또한 인상적인데, 인물보다는 뒷배경의 색이 돋보이며 불안정한 인물의 모습을 강조한다. 신문의 구인광고면을 보며 일자리를 찾는 디안과 홀로 남겨진 스티브를 이렇게 표현함으로써 그들의 감정을 대신해 준다.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화면 비율도 인물이 처한 상황에 따라 확연히 차이를 둔다. 일반적인 화면비와는 다른 1:1의 비율을 유지하는데, 이로 인해 불필요한 것들은 덜어내고 손과 눈빛 등의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이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도록 의도했다고 한다. 줄곧 정사각형 비율을 유지하던 화면은 두 번 넓어진다. 한번은 세 인물의 행복한 순간, 다른 한 번은 엄마가 스티브의 미래를 상상하는 순간이다. 넓어진 화면을 통해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하지만, 곧바로 인물이 막막한 현실을 인식함에 따라 화면은 다시 닫힌다. 이 두 장면은 어쩌면 이들이 가지지 못할 평범하지만, 먼 꿈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영화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화면의 크기로 확실히 각인한다.
사운드트랙 또한 그중 일부이다. 돌란의 영화 속 노래들은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이 묻어나오는데, 이는 대사의 또 다른 연장선이기도 하다. <마미>에 흘러나오는 대부분의 곡은 의도된 배경음이 아닌 인물의 일상에서 나온다. 스티브가 CD 플레이어를 작동시키거나, 카일라가 차 안에서 듣는 것처럼 인물이 주체적으로 음악과 함께한다. 여러 노래가 있지만, 세 가지만 소개하겠다. 스티브의 첫 등장씬에서 나오는 Dido의 White Flag의 가사를 주목해 볼 수 있다. 항상 너를 사랑할 거고,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가사는 디안의 스티브를 향한 마음을 읽는 것만 같다. Ludovico Einaudi의 Experience라는 곡은 감독이 <마미>를 만들게 되는 첫 시작점이 되었다. 곡을 듣고 난 후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떠올렸던 돌란은 이 영감을 영화에 녹여냈다. 극 중 엄마 디안의 상상 장면에 쓰이는 노래에 맞게 화면은 잡을 수 없는 미래처럼 뿌옇다. 마지막, 밖으로 달려 나가는 스티브와 함께 엔딩 크레딧까지 이어지는 Lana Del Rey의 Born To Die는 제목에서부터 의미가 있다. 여기서 Die는 그의 엄마인 디안 다이 데프네의 미들 네임으로, 스티브의 엄마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대신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이 <마미>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낸다.
<사랑과 구원은 별개에요>
영화에서 제시한 가상의 법안인 S14는 이렇게 말한다. ‘행동 문제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가 위험에 처할 경우, 법적 절차 없이 아이를 공공병원에 위탁할 수 있다.’ 이는 디안과 스티브의 삶에 화두를 던지는 부분이자, 엄마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이를 공공병원에 위탁하는 것, 과연 이 행동이 엄마로서의 잘못된 방식인지, 그렇다면 과연 보호자로서의 옳은 행동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과 구원은 별개에요.’ 스티브가 나아지지 않을 거라 여긴 보호시설 직원이 한 말이다. 이에 디안은 비관적인 사람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며 당당히 맞섰지만 현실의 무게는 버티기에 쉽지 않다. 결국 디안은 서로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고, 이들은 또다시 이별하게 된다. 여기서 그의 태도가 <마미>에서 말하고 싶은 바이다. 디안은 희망이 있기 때문에 스티브를 병원에 보낸 것이라고 하며, 그렇기에 자신은 늘 승자였다고 한다. 그의 말이 아이러니할 수도 있지만, 이는 절대적인 부모의 역할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관계에는 균열이 생겼지만, 이는 곧 회복될 것이란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감정과 꿈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돌란의 말처럼,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승리자이다. 어쩌면 사랑과 구원은 별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행동 또한 사랑의 다른 형태로써, 이들이 가장 잘하는 이 감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들은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고, 그렇기에 희망을 품을 이유가 충분하다.
‘마미’는 어린 시절 아이가 엄마를 부를 때 주로 사용하는 말로 여겨진다. 영화의 제목을 보편적으로 엄마를 지칭하는 말인 ‘마더’가 아닌 ‘마미’로 표현한 것에는 분명 남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늘 엄마를 위해 살겠다는 스티브의 애정 어린 표현이자, 언제나 우리를 제일 사랑하는 그들에게 바치는 돌란의 존경 담긴 메세지가 아닐까. <마미>는 그렇게 결국 현실에서 구원해주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사랑과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의 삶을 낭만적으로 말한다. 엄마와 아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필연적이다. 엄마는 스티브가 항상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곳이자, 우리에게도 그런 장소이다. 이들은 불안정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항상 서로에게 의지한다. 마지막 병원에서 달려 나가는 스티브 또한 디안과 같은 생각일 것이다. 좀 더 나아질 것만 같은 앞으로의 나날들, 그 한 줄기 빛은 나의 엄마, 그리고 사랑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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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끝나고 정말이지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각종 활동을 해보기 위해 몇 장의 자기소개서, 몇 차례의 면접 등을 준비하면서 반복적으로 사용한 단어가 있다. 바로 객관성. 사실을 전달하고, 팩트를 체킹하는 일에는 물론이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작성하는 일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장착해 주관성이 만들어낸 억측의 구렁텅이에 빠져선 안 된다. 이런 객관성과 주관성을 이야기할 때에 꼭 빠지지 않는 소재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예술이다. 예술을 순전히 객관성의 영역으로 치부하기엔 예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창의력과 독창성의 의미가 퇴색된다. 또 예술을 오로지 주관성의 영역이라 하기엔 예술을 창작자들을 비롯한 전체 예술 비평가들의 존재가 무안해지며, 그들의 평가 또한 예술의 한 분야로 평가되는 요즘, 예술의 객관성을 빼놓고 예술을 거론하기엔 무리이다. 이렇듯 예술을 주관성과 객관성의 이분법적 논리로 분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영화 <위플래쉬> 내의 대사에도 이런 관점이 등장해 더욱 재밌었다. 영화 속 "앤드류"가 한 말, 예술과 음악엔 객관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경우에도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고, 주관성을 가진 무언가에 내 식대로 생각하고, 함부로 평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위플래쉬>를 전부 관람한 후 필자의 머릿속엔 단 한가지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난 객관성을 잃었다.' 영화 <위플래쉬>를 분석하고, 나만의 평을 내려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사실은 필자의 뼈 아픈 실수이지만 또 그런 실수를 유도하게끔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뜻으로도 생각된다.
영화 <위플래쉬>는 끌어들임과 매혹 그리고 빨아들임을 영상화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심지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영화예술의 미학적 진수를 담아내 모든 이들의 객관성을 무너뜨리는 굉장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굉장히 무난한 하얀색의 폰트로 작성된 타이틀이 검은 화면을 배경으로 보여지고 뒤에선 본인이 음악 영화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드럼 영화임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스네어 연주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모두 거치고, 어두운 복도 끝엔 빛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좁은 방 안에서 연주하는 한 남자, 주인공 "앤드류"가 드럼을 연주하고 있다. 달리 인과 줌 인을 통해 카메라는 그에게 다가갔고, 이후 숏에서 그 시점은 카메라의 전지적 시점이 아닌 또 다른 주인공 "플래처"의 시점임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위플래쉬>는 시점과 구도의 미학을 완벽히 이해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 프레임 속 황금 비율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프레임의 대각선이 모이는 중앙점과 그 위 쯤일 것이다. 영화는 그 점보다 더 놓은 지점에 인물을 어두운 복도와 외로운 불빛 하나로 이루어진 공간에 배치하여 의도적으로 인물을 작아보이게 하고 연약한 존재로 비춰지게끔 연출했다. 이후 등장한 "플래처"의 시점을 통해 보이는 당황한 "앤드류"의 당황한 눈빛과 불안정한 몸짓, 아직 부족해보이는 연주 실력은 그를 더욱 작게 만들었고, 관객은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각 인물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고, 무슨 입장에 처해있는지 별다른 대사 없이도 눈치챌 수 있다.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군더더기 없이 모든 배경과 사건의 조짐을 시작과 동시에 암시한다.
어떠한 부분을 연습해야하는지 어느정도 알려준 "플래처" 교수의 힌트에 따라 "앤드류"는 더블 타임 스윙을 연습한다. 결국 그는 찾아온 기회에 가뿐히 스카웃되어 "플래처" 교수의 '스튜디오 밴드'로 입성하게 된다. 영화 속엔 재즈 밴드라 일컬을 수 있는 밴드가 총 4개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두 밴드가 바로 "앤드류"의 첫 밴드인 '나소 밴드'와 '스튜디오 밴드'이다. 물론 두 밴드 사이엔 어느 정도 수준 차이가 존재하지만, 실력 차이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밴드 구성의 의미이다. 두 밴드 모두 젊은 20대 청년들이 모여 이뤄진 밴드이기에 교수가 자리에 없을 때나 학교에 도착해 본인 연주를 준비할 때면 공간은 떠드는 소리에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채워진다. 하지만 교수가 들어왔음에도 전혀 그 태도가 변치 않고 유지되며 문제있는 실력에 따끔히 지적하지 않는 교수로 구성된 나소 밴드와 달리 지정된 시각이 되자 문이 부숴져라 세게 열면서 들어오는 "플래처" 교수와 만반의 준비를 끝맺히고 교수의 콜싸인에만 집중한 학생들로 구성된 스튜디오 밴드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표한다. 문제되는 사항이 있는 경우, "플래처" 교수는 한 마리의 야수가 되어 욕설과 분위기로 학생을 압도해 공포감을 조성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앤드류"의 시선을 따라가고, 전지적인 시점에서 카메라 촬영을 한다 하더라도 "앤드류"의 관점과 입장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카메라의 움직임과 구도는 스튜디오 밴드의 공포서린 분위기를 "앤드류"의 관점에서 담아내 그가 느낄 두려움과 불안함을 관객이 피부에 와닿게끔 유도한다.
영화가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인물 구도는 바로 상하 관계이다. 영화 <기생충>이 보이는 선이나 보이진 않지만 유추할 수 있는 무언의 선으로 인물 간의 구도를 설정하고, 그 구도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출했다면 영화 <위플래쉬>는 두 인물이 잡힌 투 샷 속 각 인물의 고개와 몸이 쏠린 정도 등의 움직임과 서 있는 인물과 앉아있는 인물의 수직적 위치를 통해 상하 관계를 구사하여 인물 간 주종관계를 설정한다. 상대를 철저히 무시하면서 위치와 발성으로 묵직하게 누르는 "플래처" 교수의 공포스러운 교수법은 영화 <위플래쉬>가 당시 교육계에서 화제의 영화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플래처"라는 인물을 그저 악마의 인간화로만 비춰지게 방치하지 않았다. "앤드류"가 첫 합주를 앞두고 복도에서 대기를 할 때 찾아와 부모님과의 관계를 묻고,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생애 그리고 그 생애 중 가장 인상깊은 사건인 '심벌 던지기'를 말하는 씬을 볼 때면그는 굉장히 좋은 사람, 친절한 교수처럼 보여진다. 물론 이에 대해 양의 탈을 쓴 늑대, 착한 척하는 괴물이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후 경연장에서 동료 지휘가의 딸을 만나 친절히 대화하고, 피아노를 친다는 사실에 아이와 약속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좋은 사람이다. 영화는 공간을 기준으로 "플래처"를 구분한다. 자신의 밴드원들이 존재하는 공간, 음악이 존재하는 공간에선 그 누구보다 치밀하고, 날카로우며, 프로 의식이 투철한 인물이지만, 이후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제자의 죽음, 제3의 공간에선 굉장히 따뜻하고, 온화한 인물이다.
"플래처"라는 인물이 그저 화가 많고, 다혈질적이며, 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영화는 답한다. 물론 이를 표출하고 행하는 방법은 충분히 잘못되었지만 영화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재즈와 음악에 진심인 면을 강조했고, 이는 영화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씬의 존재적 의미를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보조 자리에서 메인 자리로, 갖은 고생과 수 많은 일들이 지나고 나서야 그토록 원했던 스튜디오 밴드의 메인 드럼을 꿰찰 수 있었다. 이 점에도 의심쩍은 부분은 있다. 이후 장면에서 언급되듯 "앤드류"가 스튜디오 밴드에 입성할 수 있었던 데엔 "플래처" 교수의 힌트가 있어서였고, 메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도 타인의 귀책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런 고생 끝에 차지한 메인 자리도 새로운 곡, 새로운 드러머의 합류로 위태로워지기 시작하고, 본인이 자리를 꿰차게 되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측할 수 없던 난항들이 겹쳐 노력과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자 "앤드류"는 그동안의 설움이 터져 경연장에서 "플래처"를 덮쳤고, 결국 퇴학당한다.
"앤드류"는 흔히 말하는 아웃사이더 중 하나이다. 영화의 초반부 혼자 연습실에 남아 외로이 연습하는 씬에서도, 연습을 마치고 향한 자취방에 가는 길, 파티 중인 옆 방을 뒤로한 채 쓸슬히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그의 등에서도 그리고 어느 밴드에 가서도 인정받지 못해 그저 불안한 눈동자만 돌리는 그의 눈빛과 행동에서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위플래쉬> 내엔 보통의 타 영화들처럼 대화가 영화의 전반적인 씬을 지배하거나 서사를 담당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씬, 음악만이 존재하는 씬, 연주하는 씬들이 그 역할을 대체한다. 하지만 그 몇 안되는 대화씬, 세기 좋은 수량의 소통 장면이 영화 전체에 주는 영향력은 수와 반비례한다. 작품 속 대화 씬을 모두 종합해 보면 뮤지션으로서 최선을 다 하고, 죽을 힘을 다해 분투하는 "앤드류"의 노력들을 어쩌면 부정하거나 거부하거나 그 노력들과는 반대되는 이들과 나눈 대화들이 전부다. 여자친구 "니키"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아버지를 만나 영화를 관람하고, 아버지의 지인들과 함께하는 식사하는 그 모든 씬들엔 "앤드류"가 걷고 있는 길들을 무시하려는 눈빛 내지는 음악으로서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권유하고자 하는 시선만이 존재한다. 또한 대비되는 점은 음악이 존해하고, "앤드류"가 드러머로서 존재하는 공간엔 항상 침묵, 압박, 공포만이 존재하지만 인간 "앤드류"로서 존재하는 공간엔 위로, 환영, 평안의 말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앤드류"가 가고자 하는 길엔 대화보단 행동, 위로보단 압박, 평안보다 음악이 더욱 중요해보이고, 이는 영화의 구조 전체를 구성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영화의 종반부 "앤드류"가 내린 선택으로 귀결된다.
영화 <위플래쉬>엔 음악 영화답게 음악이 끊이지 않고,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을 담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들의 퍼포먼스 또한 빈번히 등장한다. 흥미로운 건 영화 <위플래쉬>는 음악을 뮤지컬 영화 속 음악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다. "앤드류"는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는 인물로 보이고, 다른 이들과도 막역한 사이로 못 지내는 성격인지라 주인공 치고는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관객은 그의 심정, 배경, 분위기 등을 행동과 눈빛을 통해서만 읽을 수 있는데, 이에 도움을 주려 영화는 인물의 심정이 중요히 드러나야 하는 씬에서 재즈 음악을 들려주어 음악의 분위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앤드류"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들 뿐만 아니라 "앤드류"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영상들 또한 관객에게 소리와 함께 보여주게 되는데, 이 때 등장하는 연주법은 영화의 종반부에 나올 연주의 복선이기도 하다. 영화 <위플래쉬>는 이렇듯 음악 하나, 영상 하나 허투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후 등장할 모든 씬, 모든 장면들을 위해 초반부부터 빌드업을 이런 방식으로 쌓아가기 시작하고, 최종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 내에서도 이 지점들을 통해 설명하게 된다.
더블 타임 스윙. 파라디들. 300 비트.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가 이런 음악 용어들을 관객들에게 잘 설명하는 건 아니었을까. 마치 메디컬 장르 영화나 드라마의 좌우측 하단엔 의학 전문 용어에 대한 해설이 등장하게 되는데, 영화 <위플래쉬>는 행동을 통해 설명하겠다고 대답을 이었다. 영화는 그 연주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전 철저한 빌드업을 통해 등장을 대비했고, 등장을 더욱 화려하게 하면서 관객을 설득시켰다. 심지어 영화는 연주를 하는 인물이나 연주를 하고 있지 않는 보통의 인물이나 가리지 않고 그들의 손과 귀 그리고 입에 집중하게끔 유도했다. 손의 방향, 손가락의 움직임 그리고 귀 장식과 귀의 모양 등 신체를 지속적으로 비추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훈련시켰고, 이후 등장하는 연주씬에서 그 모든 요소들을 풀어내 긴장감과 흥미진진함 모두를 겸비한 장면으로 만들어내었다. 연주곡으로 선정한 곡들 또한 예사롭지 아니하며, 굉장히 인상적이다. 재즈에도 종류가 굉장히 많고, 각 종류별 구사할 수 있는 음악적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다. 그 많은 선택지 중 드럼, 일렉 기타, 스케일 별 트럼펫 등의 관악기로 구성된 빅 밴드 음악, 그 중에서도 드럼 연주가 귀에 꽂히는 음악이면서 동시에 각 악기별 독특한 등장 타이밍과 솔로로 만들어진 악기 라이벌링까지 겸비된 음악. 이 모든 재즈의 매력적인 점들을 모인 곡이 바로 영화 <위플래쉬>의 대표곡인 'Whiplash'와 'Caravan'이다. 영화는 이 악기 라이벌링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각 파트별 솔로를 담당하는 악기를 클로즈업하여 비추고, 솔로가 타 악기로 변경하게 되는 때가 오면 샷을 끊지 않고 스위시 팬을 통해 촬영하였으며, 각 악기별 연주자들의 손, 관악기의 경우 입을 익스트림 클로즈업해 황홀한 연주의 황홀한 연출을 구사했다. 모든 솔로가 모두 마쳐져 다시 모든 악기가 하나가 되는 때면 팬을 통해 구성원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마침내 멈춘 카메라는 드럼에 포커스를 맞춰 연주자의 고된 표정, 현란한 손놀림과 발놀림 그리고 앞에서 압박을 주고 있는 지휘자 "플래처" 간의 알 수 없는 신경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일련의 사고가 있고 난 후 모든 드러머로서의 삶을 접고 평범한 한 20대 청년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다 우연히 한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플래처"를 만난다. 그는 "앤드류"의 증언과 함께 학부모들에게 그의 폭력적인 교수법이 고발되어 교수직에서 쫓겨나 모 프로 밴드에서 지휘를 맡는다고 한다. 그는 "앤드류"를 만나 그 교수법에 대해 스스로가 내린 결론을 이야기한다. 그 때 등장한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 "세상에서 제일 나쁜 두 마디가 있다. 그정도면 됐어."
"앤드류"의 아빠는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아들 "앤드류"에게 음악이 아닌 평범한 삶도 생각해볼 것을 은연 중 틈틈히 주입시켰다. "앤드류"의 여자친구인 "니키"도 평범히 대학교를 다니지만 아직 본인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영화 <위플래쉬> 속 오직 "앤드류"만이 최고가 되기 위해, 위대해지기 위해 아둥바둥, 손이 찢어지는 것도 참아가며 연습했다. 그의 이러한 성격이 과연 "플래처"를 만나 생긴 것일까? 그의 욕망, 링컨 센터에서 연주를 하겠다는 의지, 침대마저 연습실로 옮기고 만나는 여자친구마저 연습에 매진하기 위해 헤어지자 했던 일련의 행동들은 "플래처"를 만나 더욱 강화되었다면 몰라도 그의 집착은 스스로가 만든 것이라 대답한다. 어쩌면 "플래처"와 "앤드류"는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최고가 되기 위해 집착하려는 남자와 최고를 만들기 위해 집착하는 남자가 만났고, 알 수 없는 신경전과 밀당이 오고 갔기에 모종의 동질감이 생기지 않았을까?'그정도면 됐어'의 보통 수준이 아닌 최고가 되기 위한 두 남자의 끝이 다가온다.
"플래처"의 권유로 치웠던 드럼을 다시 꺼내어 그의 공연을 도우러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잘만 하면 이전의 모든 사건, 사고들을 묻을 수 있을 만큼 큰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플래처"는 "앤드류"에게 다가갔고, 모든 일들의 원흉은 "앤드류"라 지목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전한다. 사실 그 공연엔 "앤드류"가 연습하지 않은 곡들이 선정되어있었고, 전혀 알지 못하는 곡들에 "앤드류"는 함정에 빠져 결국 공연장에서 이탈하고야 만다. 공연을 보러와 준 아버지에게 안긴 "앤드류". 포옹도 잠시 결의에 찬 눈빛을 한 그는 앉음과 동시에 신 들린 연주를 펼친다.
영화의 종반부, 영화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자 러닝타임 내내 공들여 쌓아올린 바벨탑을 화룡점정할 시간이다. 영화 <위플래쉬>는 가장 중요한 그 순간, 대사를 모두 삭제하고 오로지 음악 그리고 "앤드류", "플래처"만 남겨둔다. 초중반부부터 복선으로 이어졌던 버디 리치의 연주와 결을 같이하는 드럼의 현란한 솔로가 이어진다. 그동안 연습해왔던 더블 타임 스윙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소리를 구사한다. 영화는 초중반부에 <Whiplash>와 <Caravan>을 조금씩 들려주기만 할뿐 전체를 들려주거나 연주 전체를 보여주지 않았다. 곡 전체가 궁금했던 찰나 영화는 그 답답함에 시원한 사이다라도 되어주듯 현란하게 칼춤을 춘다. 이미 곡이 끝났어야 할 타임인데도 "앤드류"는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플래처"도 그에게 와 협박을 하고, 방해를 하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연주가 지속되자 "앤드류"에게 다가간 "플래처". 영화는 "플래처"의 눈을 바라보게끔 유도한다. 그의 눈엔 어느새 최고의 뮤지션을 찾았다는 기쁨과 제자의 몰입된 그 순간을 완성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진정한 광기어린 자가 풍기는 아우라에 눌린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어쩌면 마구잡이처럼 이어질 수 있었던 "앤드류"의 연주는 "플래처"의 지휘로 데크레센도 형태를 취하다 "플래처"의 지휘로 다시 크레센도되어 완벽한 드럼 솔로로 변주한다.
해당 씬엔 특별한 대사나 감정을 유발하는 특별한 연출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앤드류"의 연주다. 슬로우 모션, 손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트래킹 샷, 계속해서 튀겨지는 피와 땀만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한다. 영화 <위플래쉬>의 종반부가 훌륭한 이유는 말로써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서 그간의 설움, 과정, 노력, 애환, 고통을 함축적으로 표현해내었기 때문이다. "앤드류"와 "플래처", 곡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서로 콜싸인을 맞추려 눈을 마주한다. 상하관계, 주종관계처럼 수직 위치로 배치되었던 눈은 동등한 수평선의 위치에 놓여진다. 비록 눈에 익스트림 클로즈업되었지만 우린 "플래처"가 "앤드류"에게 어떠한 말을 전한 걸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그 말을 들은 "앤드류"는 "니코"를 만난 씬을 제외하고 거의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엔딩을 화려히 장식하고 영화는 마무리된다.
100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어떨 때엔 더 도움이 되고,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영화는 더 하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가 아마도 영화의 진수인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 <위플래쉬>는 그 진수의 향연이지 않았을까? 본 작품에 대한 평가 내지는 한줄평을 보면 "플래처"의 악랄한 교수법을 비판하고 이를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로 생각해 평가한 평들이 많다. 물론 그 지점 또한 무시할 수 없으며, 필자의 생각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에 그 요소를 결코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만 작품을 관람하기엔 너무도 아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재즈와 드럼, 밴드가 운용되고 연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완벽하게 이해한 감독이 만들어낸 너무도 아름답고도 체계적인 연출 그리고 이를 더욱 빛내는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매력적인 영화음악이 존재하는 영화가 <위플래쉬>이다. 그 어떤 요소로도 본 작품은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는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도, 윤리가 무엇인지도, 내 귀에 들리는게 무엇인지도 잊고 그저 즐기게, 미치게 한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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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아들의 두려움과 엄마의 조롱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아리 에스터 Ari ASTER
출연] 호아킨 피닉스 Joaquin PHOENIX, 네이단 레인 Nathan LANE, 에이미 라이언 Amy RYAN
시놉시스
'보 와서먼'(호아킨 피닉스)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철없는 남자다. 그는 아파트를 떠나 어머니 '모나'(패티 루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려 하는데, 이때 모든 상황이 엉망이 된다. 고립되고 부상을 입는 등 갈수록 기이해지는 충격적인 그의 여정이 시작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옛날 집에 도착하게 된 보는 끔찍한 기억들과 추악한 비밀을 마주한다.
'아리 에스터'다운 난해함
자기만의 개성과 세계관을 고스란히 품은 <유전>과 <미드소마>로 이름을 알린 아리 에스터 감독. 그의 작품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연출 면에서는 점프 스케어를 지양한다. 기괴한 영상미와 음악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하고, 이를 통해 관객을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 내재된 집착을 공포와 미스터리의 소재로 사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수많은 상징 덕분에 곱씹어 보는 재미도 있다. 종합하면, 난해하다.
세 번째 장편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마찬가지다. 장르는 달라졌다. 호러가 아니라 판타지나 심리극에 더 가깝다. 그러나 난해함은 여전하다. 성기 괴물과 같은 비현실적 이미지가 가득해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를 구성한 5개 챕터 사이의 연관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코미디, 연극, 로드무비, 심지어 좀비 영화(?)까지 섞여 있다. 그런데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마지막까지 숨통을 조여 오는 이야기의 힘이 그만큼 강렬하다.
의외로 단순한 얼개
하지만 첫 두 장면에 집중하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얼개는 의외로 단순하다. "제 입장에서는 단순하다고 생각한다"는 아리 에스터 감독 말대로다. 영화는 엄마 뱃속에 태아인 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보. 그런데 이때 분만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엄마는 아들이 울지 않는다고, 아들을 받을 때 간호사가 실수한 거 아니냐고 화낸다. 보를 울리려는 간호사에게 아들을 폭행한다고 소리 지른다.
영화는 곧장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보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이다. 의사와 상담을 할 때 그와 그의 어머니 관계가 썩 좋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아버지는 이미 죽었고, 어머니 집에 찾아가는 걸 꺼리는 보. 가끔은 어머니가 죽기를 바란다는 심정도 들켜 버린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이야기의 주제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억압적인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아들에 대한 영화라고.
안 그래도 영화는 주제를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상담을 마친 보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도 힌트를 준다. 한 남자아이가 광장 분수에서 놀고 있다. 보가 그 옆을 지나갈 때 아이의 어머니는 화를 내며 아들을 낚아챈다. 아이의 장난감은 그대로 분수에 버려진다. 보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때도 똑같다. 엄마에게 혼나며 쫓기는 아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관건은 집착하는 어머니를 아들이 떨쳐낼 수 있느냐다.
뒤틀린 모정의 파노라마
이런 관점에서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일종의 정신 치료기처럼 보인다. 특히 영화의 각 챕터는 보의 정신 상태를 각각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가 죽거나 자기가 죽음에 가까운 충격을 받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보. 그때마다 그는 자기도 미처 몰랐던 현실과 욕망, 상상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성장한다.
첫 번째 챕터는 보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그는 어머니의 치마폭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엄마 회사가 만든 냉동식품을 먹으며 엄마 회사가 지은 건물에서 산다. 또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지도 못한다. 엄마 생일에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때 그는 성인답지 못하게 우유부단하다. 이는 그의 눈에 마약 중독자와 강도가 가득한 세상은 항상 위험하고, 보호막이었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가 정신을 못 차리는 이유다.
두 번째 챕터에서 보는 모성애의 실체를 마주한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본가로 향하는 보. 도중에 그는 '로저(네이단 레인)'와 '그레이스(에이미 라이언)' 부부 집에 잠시 머문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이 가족. 그러나 속은 썩었다. 뒤틀린 모성애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파병 나간 아들이 죽은 이후로 그에게만 집착한다. 잘못된 모정은 둘째 딸 '토니'(카일리 로저스)의 죽음을 초래한다. 엄마의 사랑을 잃은 그녀는 오빠를 미워한다. 오빠 방을 칠한 하늘색 페인트를 마시고 죽을 정도로.
세 번째 챕터는 연극이다. 이 연극은 보 자신의 이야기다. 정확히는 자기가 누릴 수도 있었던 이야기다. 엄마의 죽음을 해방으로 받아들였을 때 펼칠 수 있는 이야기다. 뒤틀린 모성애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남자.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시련을 겪어 가족을 모두 잃지만, 끝내 다시 재회하는 해피엔딩. 보는 자기가 자기 삶의 운전자가 되는 삶을 꿈꾼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례식이 열린 엄마의 집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그는 마침내 온전히 주체적인 성인이 되는 듯 보인다. 그는 첫사랑인 '일레인'(파커 포시)을 만난다. 엄마 회사 직원이었기에 늦게나마 장례식에 온 일레인. 보에게 그녀는 언제나 소중한 존재였다. 그녀가 준 사진을 항상 간직하며 잊지 않았다. 죽은 엄마의 침실에서 그녀와 섹스하면서 그는 엄마에게서 벗어나 자기가 본 연극처럼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원형에 가까운 정신과 치료기
아리 에스터는 이러한 보의 모험을 프로이트적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원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발달 과정을 '리비도(성욕)'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한다. 프로이트에게 리비도는 단순한 성욕 이상이다. 성적 에너지이자 동시에 정신 활동의 에너지다. 따라서 리비도를 제대로 다루는 것은 성욕 통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 인간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프로이트는 부모 자식 관계와 이성과의 관계에 주목한다. 유아기가 되면 아이는 자기 성기를 쾌락의 원천으로 삼는다. 이때 아이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아버지에 대한 적의를 품지만, 그 욕망을 억압한다. 그 과정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생긴다. 참았던 욕망은 사춘기를 맞이해 이성에 대한 성욕에 눈을 뜨면서 풀려난다. 이렇게 성적인 충동을 적절히 통제하고 해소하는 법을 배워야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리비도가 정상적인 과정으로 발달하지 못하면 고착하거나 퇴행하며 정신적인 문제를 낳는다. 바로 보가 겪는 문제다. 보의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두 가지를 제거했다. 아버지와 애인이다. 그녀는 보의 아버지가 섹스 중에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유전병인 심장병이 도져서 죽었다고. 또 보가 크루즈 여행 중 일레인에게 반해 사랑에 빠진 걸 싫어한다. 실제로 자기 회사에 일레인이 취직했는데도 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 결과 보에게는 온갖 문제가 생긴다. 작중 등장하는 대부분의 초자연적인 이미지가 그의 성욕과 관련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이웃과의 소음 문제가 있다. 조용히 잠자던 보에게 옆집 이웃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음을 줄이라고 윽박지르고 보복까지 한다. 보가 일레인과 마침내 섹스할 때 큰 음악을 틀고 하는 걸 고려하면, 소음은 정상적으로 승화되지 않는 성욕으로 인한 문제라 해도 무리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극을 보며 자기도 주도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에 빠진 보. 하지만 이내 그의 상상은 물거품이 된다. 가정을 이루려면 섹스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처럼 심장마비로 죽을 거라는 두려움이 그를 덮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엄마가 진실을 숨겨둔 다락방에서 성기 괴물을 본다. 이 괴물 역시 어머니가 만든 존재나 다름없다. 자기 성욕에 대한 두려움이 투영된 존재가 그 괴물이기 때문. 길거리에서 벌거벗은 채 칼로 보를 찌르는 남성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두려운 아들과 비웃는 엄마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보의 정신 이상을 치료하는 이야기다. 일레인과의 섹스를 통해 그는 자기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지극히 원형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아리 에스터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반전을 주며 영화 장르를 하나의 블랙 코미디로 전환한다.
죽은 줄 알았던 엄마가 살아 돌아오자 보는 모든 상황이 각본이라는 걸 깨닫는다. 엄마가 그를 집으로 부른 것부터 엄마가 죽었다는 뉴스, 장례식과 일레인이 늦은 밤에 찾아온 것까지. 그를 집으로 이끈 죄책감도 모두 다 모나의 계획이었다. 동시에 이는 엄마의 복수나 다름없다. 아들의 정신과 상담 내용까지도 입수한 그녀는 자기가 준 사랑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챕터인 재판장에서 모나의 의도는 더 분명해진다. 이 재판은 정당하지 않다. 철저히 보를 공격하고 굴복시키기 위한 장이다. 재판 증거는 철저히 보의 잘못된 행동, 어머니를 실망시킨 일로 가득하다. 보의 목소리는 어머니의 변호사 앞에서 묵살된다. 그의 변호사는 입을 간신히 열었다가 떨어져 죽는다. 결국 보는 타고 있던 보트의 모터가 폭발해 죽는다. 사인은 폭사가 아니다. 익사다.
그런 보를 보면서 모나는 눈물을 흘린다. 단지 슬픔 때문은 아니다. 이 모자 관계는 집착, 가스라이팅, 속박, 폭력으로 점철됐다. 어머니는 아들이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려고 하면 구속했고, 아들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자라지 못했다. 결국 이 재판은 어머니의 조롱이다. 아무리 아들이 자유로워지고 싶어도 절대 자기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조롱.
이는 익사의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부에 상담사는 약을 먹을 때마다 항상 물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보는 물에 집착한다. 그런데 정작 그는 바다에 빠져 죽는다. 의미심장하다. 프로이트는 아이가 아직 어머니의 몸과 자신의 몸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를 '대양적 느낌'이라고 지칭했다. 이렇게 보면 물은 모성애다. 적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영화가 양수 속에 있는 보로 시작해 바다에 빠져 죽은 보로 끝나는 이유다.
이토록 불쾌한 블랙 코미디라니
그런데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장르 전환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관객은 모나가 아닌 보의 입장에서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보의 시점에서 세상을 보여줬다. 그가 바라보는 왜곡된 세계부터, 그의 희망까지 전부 다. 그런데 정작 마지막 순간 그를 조롱한다.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으로 포장된 그의 희망과 상상은 다 부질없고, 그는 죽는 순간까지 어머니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고.
그 순간 관객은 난 데 없이 함께 조롱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관객은 보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해 그의 모험을 3시간 동안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대신 그 안에서 익사하는 결말은 불쾌할 수밖에 없다. 블랙 코미디라기에는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보가 자기 자신을 유머 대상을 삼으면 모를까, 피폐하고 나약한 보가 조롱의 대상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지점은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독특한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아리 에스터는 보는 사람을 불쾌하고 찝찝하게 만드는 데 특별한 재주를 가졌으니까. 제목에 담긴 언어유희를 생각하면 철저히 계획된 블랙 유머이기도 하다. "소년은 두렵다(Boy Is Afraid)”라고도 읽을 수 있는 제목은 모든 남성이 품고 있는 두려움을 영화 시작 전부터 드러내고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못 만든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긴장감을 고조하는 연출.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원형적 이야기를 아름다운 이미지로 색다르게 보여준 스토리텔링. 5개 챕터로 쪼개진 심리 서사극. 마지막 순간 모두의 예상을 엇나가는 반전까지. 아리 에스터에게 박수를 보내기 충분하다. 단지 블랙 코미디에 같이 웃느냐, 웃지 않느냐,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물도 적당히 마셔야 살 수 있다
상영일정
6/29 13:00 - 15:59 한국만화박물관
6/29 19:00 - 23:19 부천시청 잔디광장 / 어울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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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신가요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사랑하고 계신가요?
사랑을 하고 계시다면 행복하신가요?
혹은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혼자인 시간들을 보내고 계실 수도 있겠네요.
요즘 예술 영화 보는 취미에 빠졌는데, 사랑을 하고 싶은 혹은 요즘의 사랑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작년 이맘때쯤 개봉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그때도 호불호가 갈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에겐 극호였고, 인생 영화로 등극해 버렸다. 어제 영화를 보고 아직까지 영화 리뷰를 찾아보고, 영화를 보다가 떠오른 질문들을 되새기고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여주가 내 또래이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배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잠깐 봤던 예고는 내용도 그렇고 배경도 프랑스 영화 느낌이 강했는데 노르웨이 영화라고 한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배우의 당시 감정과 상황에 적합한 배경과 구도를 영상에 담아내는데, 영상미가 꽤나 뛰어나다. 뻔하지 않은 연출 또한 영화가 유명해진 데에 한 몫한 것 같은데, 2시간 정도의 영화가 12 part로 나누어져 흘러간다. 그 안에서 배우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세세하게 풀어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두드러진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다른 작품 델마와 오슬로, 8월 31일 도 좋다고 하는데 좋으면 리뷰해 봐야겠다.
억압된 감정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율리에
우린 인생의 단계가 달라
주체적이고, 똑똑한 주인공 율리에는 본인이 뛰어난 분야, 공부의 정점인 의사를 꿈꾸고, 그중에서도 목공을 하는 느낌일 것 같은 외과 의사를 진로로 정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본인과 맞지 않는 걸 깨닫는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정신과 의사를 꿈꾸지만 거식증에 걸린 동기들과 함께해야 된다는 것에 다른 진로를 찾는다. 그렇게 본인은 시각에 예민하다며 사진가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이 부분은 나를 포함한 요즘 세대라면 많이 공감하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 이걸 하면 좋다더라, 이걸 하면 성공한다라는 것들은 내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직접 경험해 보면 나와 맞지 않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 번 선택한 직업을 쭉 유지하며 그 과정에서 만족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난 율리에와 비슷한 과정들을 겪어서일까 그녀의 선택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율리에는 사진 일을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도 하고, 당시 모델 남자친구와 간 파티에서 평생 잊지 못할 또 다른 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둘은 첫 만남에 강한 끌림을 느끼고, 관계를 맺지만 율리에보다 15살이 많은 악셀은 서로의 인생 단계가 너무 다르다고 한다. 율리에는 아직 본인을 찾아가야 하는 시기이라며 만남을 이어가자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율리에는 그 말을 듣고, 악셀과 사랑에 빠지며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율리에가 사랑에 빠진 순간에 공감한다. 불완전한 나를 알아주고, 불안한 미래를 이미 겪어본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줄 때, 사랑에 빠지지 않긴 힘들지 않을까?
당신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아
그렇게 둘은 각자의 세계를 합치며, 행복한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악셀은 본인의 가족의 휴가에 율리에를 초대하며, 가족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율리에는 악셀과의 가족과 어울리는 것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버겁기만 하다. 율리에는 그 이후 이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이미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악셀이 좋았지만, 그에게 맞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 본인의 삶에서 그저 관중이 된 느낌이었다.
악셀의 행사가 끝난 후 공허함을 느끼는 율리에
악셀의 파티에서 나와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무작정 들어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파티. 그 안에서 율리에는 의사 행세를 하며 공허함을 채운다. 그러다가 이성적으로 강하게 끌리는 에이빈드를 만나게 되는데, 둘 다 연인이 있었기에 바람은 안된다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스킨십만 없을 뿐 누가 봐도 바람인 행동을 하며 밤을 새운다.
에이빈드와 헤어지고, 그와 보낸 하룻밤이 계속 생각나던 율리에. 악셀과는 다르게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고, 또래에 말이 잘 통한다 느꼈던 에이빈드. 그가 계속 생각나던 율리에는 결국 악셀에게 '당신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를 떠난다.
예전에 우리처럼 대화 나눌 사람이 없어
그렇게 에이빈드와 열렬한 연애를 하던 율리에는 임신을 하고 마는데, 그 사실을 에이빈드에게는 말하지 않고, 악셀에게 찾아가서 고민 상담을 한다. 악셀은 심지어 얼마 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사실 영화에 표현된 주인공들의 감정과 스토리를 잘 알지 못하면 율리에는 최악의 사람이 맞긴 하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사랑할 땐 최악이 된다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악셀은 본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해준다. 율리에는 본인이 이별을 고해놓고, 악셀 같은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사람이 없다며 후회 가득한 말을 한다. 미숙한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율리에와 또래이고,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기에 많은 부분에 공감이 갔다. 최악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순간들도 말이다. 나 또한 미숙한 사랑을 했었고, 앞으로도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진 모르겠다. 하지만 나보다는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그녀의 선택들을 보며 깨달은 건 오래된 인연과 권태가 오더라도 그 와 사랑에 빠진 순간들을 잊지 말아야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면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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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별점 및 한 줄 평
09:39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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