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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2025-08-06 23:35:57

수연과 선율 사이, 아름답지 않은 세상의 음

<수연의 선율 리뷰>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수연의 선율>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 보호자를 잃은 열세 살 소녀 ‘수연’이 보육 시설에 가지 않기 위해 직접 입양 가정을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또래 입양가정 소녀 ‘선율’과의 관계를 통해 가족, 보호, 제도의 공백을 섬세하게 그려낸 감정 스릴러 영화다. 보호자의 부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생존 전략을 세우는 수연은 김보민 배우가 열연하였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른의 입을 통해 듣는다.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해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은 사회 문제의 ‘증상’처럼 다뤄지곤 한다.
하지만 수연의 선율은 다르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주체로서 살아가는 감정의 리듬을 온전히 스스로 만들어가는 영화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영화를 유독 특별하게 만든다.



 

열세 살 수연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다. 보호자의 부재는 국가의 판단 아래 ‘시설’이라는 선택지를 강요하고, 수연은 이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보호자를 찾는 전략을 짠다. 유튜브를 통해 ‘선율’이라는 입양아와 함께 살아가는 부부를 발견한 수연은, 그들의 새로운 가족이 되기 위해 직접 선율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선율은 낯설다. 어린 나이에 언어장애를 가진 척 자라온 선율은 끊임없이 눈치를 보고, 납작해지며, 수연의 감정에 미묘한 틈을 만든다.

 

두 아이의 관계는 파열음과 불신, 감정적 기싸움으로 발전한다. <수연의 선율>이 빛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들이 서로의 감정을 읽고 계산하고, 때로는 감추고 밀어내는 이 모든 감정의 주도권을 스스로가 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감정 밀당이 스릴러 장르의 서스펜스 구조 안에서 전개된다는 점은 굉장히 인상 깊다. 사회적 현실을 고발하거나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두 아이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 그 자체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위태로움을 체감하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어른들은 배경이다. 선의와 욕망, 무관심과 관심이 복잡하게 얽힌 어른들의 세계는 아이들의 전략적 행동에 따라 흔들리고 드러난다.

 

 

<수연의 선율>은 단순한 성장 영화, 사회 고발 영화를 넘어, 현실 속에서 반복되고 있는 구조적 결핍의 감각을 스릴러의 문법을 빌려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아이들이 구조적으로 선택지를 갖지 못한 채 감정을 통해 관계를 탐색하는 그 과정은, 오늘날의 복지 시스템과 보호 개념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체감하게 만든다.

결국 이 영화는 묻는다. 정말 아이를 위한 제도에 아이가 있는가? 보호는 누구의 책임이며, 누구의 권리인가? 그리고 어른들은 과연, 아이들의 감정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작성자 . 박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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