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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09-01 09:59:43

엄정화와 이효리

넷플릭스 [애마] 리뷰

이 글은 넷플릭스 [애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보그 코리아

 

 

이 드라마를 자칫 잘못 풀어냈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보았다. 희란(이하늬)과 주애(방효린)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워댔을 것이고. 간택을 받기 위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벗어젖히느라 바빴을 것이다. 이 싸움을 지켜보게 될 시청자들은, 한 회 한 회가 거듭될 때마다 얼마나 더 적나라하게 도파민을 팡팡 터트려댈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다음 회 버튼을 1초에 5번씩 눌러댔을. 그런 뻔하다 못해 속이 빼꼼히 들여다 보이는 드라마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 쉬운 선택들을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단호히 등을 돌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그 모든 유혹들이 돌아보면 자신을 돌로 만들어 버릴 메두사의 머리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 그 뚝심덕에, 모든 면에서 괜찮은 작품을 정말 오랜만에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드라마에 전형적인 요소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드라마에서 노출만을 기대하는 천박한 인간들과, 남성들만을 악역으로 그린다며 작품을 폄하할 족속들 정도는 걸러낼 수 있을 정도의 고고함은 기본적으로 안고 있기에. 이들이 보여주는 일부 장면의 적나라함이 “야함”이 아닌, 그 시대의 악습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위와 같은 이유로 실망하는 자들이 있다면. 미리 아디오스를 외쳐본다.

 

 

 

 

사진 출처:국민 일보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애마]가 지금의 우리에게도 위안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21세기에도 똑같은 독재자를 겪었기 때문이 아닌(맞음) 희란의 존재 때문이다. 희란의 앞에 예고도 없이 나타난 주애의 존재가 처음엔 그저 썅년에 불과했을 것이다. 밟자고 한다면 두 번 다시 자신의 그림자도 못 보도록 지근지근 밟아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희란은 주애에게서 자신의 어제를 보았다.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비바람 아래서 가만히 서 있어야만 했던 십 년 전 희란의 모습을. 그렇게 희란은, 주애 앞에 우산을 내밀었다.

 

 

 

시상식 장면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후반부의 이야기들은 흐름이 유달리 톡 튀어 보이고 과장되어 보이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들처럼, 허구인 것을 알면서도 손뼉을 치게 하는 통쾌함이 있다. 그 통쾌함의 봉합으로 당시의 시대적인 분위기를 선택했다는 것 역시도 이 짧은 여름밤의 꿈같은 장면들을 소중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희란의 이런 구원, 혹은 여성 서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로 그녀가 “잘 나가는”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게 쉬웠다면 영화 속 그 높으신 분들이 실컷 꼬리만 자르며 꽁꽁 숨었을 리가 없지. 그녀가 상대방의 눈을 항상 똑바로 쳐다보던 모습은 아마도 이 진리(?)를 빨리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너나 나나. 인기와 돈, 권력을 떼고 본다면. 결국 목숨은 공평하게 단 하나뿐이라는 것. 그래서 그녀의 협상은 구차하지 않고 항상 동등할 수 있었다.

 

 

 

 

사진 출처:보그 코리아

 

 

[애마]에서도, 현실에서도. 투쟁과 싸움의 정중앙에 있었던 그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 지저분한 싸움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직접 온몸으로 구르며 나아간 그녀들의 슬픔과 연민에 감히 위로를 건넨다. 끝나지 않은 투쟁과 싸움 앞에서 겁먹지 않으리란 각오를 해 보인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어제의 우리를, 나아가서는 현재와 미래의 우리를. 구원해 내기를. 작품 속 희란처럼 주애를 가볍게 안아주며 지지 마.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그녀들의 당당한 시선이 마음에 영원히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참고

 

이렇게 제목을 정한 이유는, 예전에 어떤 예능에서 엄정화에게 어떻게 혼자 (가수로서) 이 시간을 버텼냐.라고 묻자 엄정화는 술 마셨어.라고 대답하며 웃었지만 이효리는 울어버렸었다. 그 장면에서 얼마나 두 사람이 각자 많은 일을 겪고 그런 존재가 절실히 필요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모티프를 따와서 글에 엮고 싶었지만 잘 묻어나지 않아서 그냥 제목으로 강등(?)시켜버림.

 

 

 

 

 

[이 글의 TMI]

 

1. 장염 걸려서 극장도 못 갔음.

 

2. 물론 지금은 커피 두 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됨.

 

3. 아 물론 커피만 먹지는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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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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