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1 16:24:02
“이미 내 마음속엔 네가 있어” -쁘띠마망
<셀린 시아마 특별전: 쁘띠 마망> 감상문
비밀이 있어,
내 비밀이면서 네 비밀이기도 해.
- 넬리
<쁘띠마망>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시골집으로 내려온 '넬리'와 엄마 '마리옹'의 이야기다.
시골집, 어린시절 엄마의 추억이 깃든 그 곳에서 본인과 같은 나이의 '마리옹'을 만나면서, 단숨에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넬리는 비밀을 알게 됐다며 말한다.
" 나 비밀이 있어. 내 비밀이면서, 네 비밀이기도 해."
영화는 넬리가 요양원에서 다른 방의 할머니들과 안녕을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방 마다 들어가며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넬리의 할머니가 머물렀던 방에서 짐 정리를 하는 엄마 마리옹을 보며 들어간다.
의도적인지 요양원 방을 정리하는 마리옹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영화제목이 나타난다.
Petite Maman
이 첫 장면과 같이 영화는 내내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시골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예전 마리옹의 방에서, 거실 쇼파에서, 숲에서의 넬리와 마리옹을 보여주며 이 관계가 얼마나 친밀하고 사랑하는지 그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넬리와 마리옹은 8살의 같은 나이대로, 숲에서 우연히 만나서 동화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마리옹을 만나기 전 넬리의 주변 색감은 늘 푸른톤이었는데, 마리옹을 만나며 주변에 붉은 빛의 색감이 드는 것이 참 좋았다.
마리옹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느낀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생각나기도 했다.
마리옹과 함께 많은 놀기도 하지만, 현재 자신들의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꿈,미래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묻지 못했던 질문을 털어놓고 나누기도 한다. 그런 장면들이 인상 깊었는데, 친구 만난 지금도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이인 것 같아 보였다.
영화 내내 서로의 이름을 많이 부른다. 여러 세대가 썼던 이름이라, "이미 내 마음속엔 네가 있었어"라는 8살의 마리옹이 넬리에게 한 말처럼, 같은 시간을 공유한 넬리와 마리옹 말고도 같은 이름을 썼던 인물들도 함께 기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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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챙기는데 사람은 안 챙기는 <지금 우리 학교는>
022년 넷플릭스 전세계 TV SHOW 1위. 로튼 토마토 신선도 점수 100% IMDB 평점 7.8 현재 <지금 우리 학교는>의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평가 지표이다.
정말 좋은 작품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인 것은 인정하고 아주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스포일러 가득한 리뷰를 적어내려본다.
간단한 카드뉴스를 읽으시고, 리뷰를 읽으신다면 더욱 편하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스포일러 가득 솔직 리뷰
? 최근 굉장히 핫한 넷플릭스의 <지금 우리 학교는> 연출과 시나리오 크게 두 분류로 나눠 리뷰를 진행하고 싶다. 우선 객관적인 사실만 두고 보면 넷플릭스 TV Show (드라마, 예능 등) 전 세계 순위 2022년 2월 기준 1위에 해당하고 해외 유명 평론 사이트 IMDB와 로튼 토마토에서도 사진과 같이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에서 작품 제목을 All of us are Dead로 스트리밍 한 것은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이런 사실만 두고 볼 때 엄청난 작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딱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애매하게 재밌게 봤다. 보통 영상을 시청할 때 1.25배속 ~ 1.5 배속까지 하면서 시청하곤 하는데 연출이 너무 좋거나 다시 돌려보고 싶은 장면은 중간에 멈춰서 다시 1배속으로 돌려보는 습관이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1배속으로 돌려 본 장면이 없는 것은 함정이지만.. '연출이 좋은 부분이 없었다.'라는 소리가 아니다. 모든 장면이 전체적으로 우수했지 특정 장면에 감각적이고 기가 막히다고 표현될 장면이 없었다는 소리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인 듯하지만 좀비의 분장이나 잔인함의 연출 모두 개인적으론 좋았고 절비(절반은 좀비인 친구들)를 표현하는 방식 역시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다만 창문 난간에 매달리는 장면이라던가, 구조적으로 극한에 몰린 장면들이 너무 스테이지인 것이 티가 나서 가끔 몰입을 깼던 것은 사실이다. 보통 이런 스테이지인 경우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중요한데 발 한 번 잘못 내디디면 죽는 순간에 너무 태연하고 장난치는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시나리오 부분에서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 청소년들의 성폭행, 왕따 모습>
위 사진과 같이 논란이 되는 장면(청소년 성폭행, 왕따, 임신 장면 등)은 솔직히 시청하면서 너무 억지로 자극적인 장면을 넣었다는 생각이 '전혀'들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아끼고자 한다. 19금을 달고 나온 잔인한 드라마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을 법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양궁부 후배나 초반까지 함께했다가 갑자기 낙오되어 좀비가 된 은조 친구 등의 캐릭터를 너무나 소모적으로 사용한 게 더 아쉬운 부분이다. 엄청난 좀비 무리에서 살아남으면서 사랑은 챙기는 와중에 목숨을 함께한 동료 사람은 챙기지 않는 것은.. 오히려 희생을 위해 죽음을 맞이하는 청산이 보다 이런 캐릭터들에게 더 연민이 간다. 한 번이라도 "○○ 어디 갔어?"라고 언급이 될 법도 한데..
? 다음은 시나리오 이야기이다. 연출보다는 시나리오에서 너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사실 끊임없이 말할 수 있는데 크게 아쉬운 부분을 뽑자면 2가지이다.
우선 이야기가 명확한 구심점이 없다. <워킹 데드>와 같이 시즌제로 엄청 많은 회차가 있지 않은 만큼 덜어 낼 부분은 덜어내고 갔어야 하는데 모든 부분을 찍먹하고 가니 구축이 되는 이야기가 전무하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맛있는 코스 요리 같은 시나리오가 아닌 적당히 맛있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 뷔페 음식 같은 시나리오다. 각 주인공마다 엄청난 서사를 제공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릴 캐릭터는 확실히 버려 메인 캐릭터에게 집중된 서사가 부여된 것도 아니라서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들 사이에 감정에 공감하기가 너무 힘들다. 극한에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랑이 싹트고, 감정에 솔직해지고 이런 것은 상관없다. 대표적으로 뜬끔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남라와 수혁의 키스신? 솔직히 엄청 이질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제발 로맨스 좀 끼워 넣지 말자'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연출이다. 다만 이 둘의 감정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어떤 절절한 서사가 있으면 모를까, 친하지도 않던 둘이 '사실 이전부터 서로 좋아하고 있었더라'라는 배경은.. 무리수다. 공감하기 힘들다.
다음은 이런 시나리오 문제가 나비효과를 일으킨 배우들의 연기 문제이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얼굴이 엄청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아역 배우부터 착실하게 연기 경력을 쌓아오신 분들이 많고 이번 작품에서 처음 연기를 하는 분은 전무하다. 모두 연기 내공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이런 배우분들의 감정선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너무나 흔들린다. 이 모든 것이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살아야 한다.'라는 간단하고 명확한 소재가 시나리오의 핵심 소재라면 차라리 물불 안 가리고 살려고 하는 명확한 감정선이 생기긴다. 그러고 나서 그 위에 친구에 대한 양심, 배신, 사랑 등의 부차적인 감정선이 위로 쌓여 이야기가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배우님들의 연기 내공이 부족하여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고 감정선을 명확히 잡아주지 못한 시나리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12 회차라는 애매한 회차를 가진 만큼 차라리 좀비에 더 집중하여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이야기가 더 중심 소재가 되어 극이 진행되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추천하는가?라고 묻는 다면 주저 없이 시청하는 것을 추천할 것이다. 아쉬운 점일 뿐이지 전체적인 작품이 평가절하될 부분은 거의 없다. 좀비물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도 전혀 싫어했던 사람이라도 각각 다른 시각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원작 웹툰의 엄청난 팬이라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K-드라마, 영화가 전 세계에 통하기 시작한 것은 솔직히 얼마 안 된 이야기이다.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이 파급력이 엄청나, 익숙해졌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나 드라마 모두 앞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K-미디어의 초석이 되고 있는 작품들이다. 맹렬한 비난보다는 보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 있는 비판과 응원의 목소리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못 만든 작품이라고는 절대 절대 말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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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명적 세계에서 몸부림치는 실존, <파닥파닥> 1편
세상에 내던져진 삶, 그 숙명적 힘
나는 나를 선택한 적이 없다. 무릇 생명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말 그대로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다. 부모도, 형제자매도, 사회 계급도, 종적 위치마저 우리는 어느 것 하나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채 태어난다. 하물며 태어나느냐 마느냐 라는 중대한 문제조차 어느 것 하나 우리 손으로 고른 적 없는 세상. 그 속에서 우리를 영문도 모른 채 덜컥 주어진 삶을 사수하도록 몸부림치게 만드는 것은 본능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무책임한 세상이다. 우리의 삶에서 중대한 요소를 바꿀 수도 없이 못 박은 채 어떻게든 살아가라고 떠밀고 있으니. 인간은 생선이 될 수 없고, 생선도 인간이 될 수 없는 것이 마땅한 이치. 생명체는 모두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뒤집을 수 없는 거대한 서열의 흐름 속에 몸을 내맡긴 존재다. 애초부터 공평하지 않은 세상이란 말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죽음이란 또 하나의 필수적인 귀결이다. 삶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은 죽음. 역설적이게도, 때때로 우리는 갑작스레 맞닥뜨린 죽음 앞에서 비로소 삶의 가치를 상기한다. 끈덕지게 달라붙어 피할 수 없는 숙명. 우리의 삶은 시작부터 끝까지 거스를 수 없는 숙명적 힘 아래에 놓여 있다. 여기, 파닥거리는 조그마한 삶이 하나 있다. 땅 위에서 기껏해야 몇 센티 튀어 오르는 것이 전부인, 아주 미미하고도 거대한 움직임이. ‘파닥파닥’은 하찮고 작은 생명체가 삶을 향해 외치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모든 공간에 도사리는 불평등성
자유롭게 광활한 바다를 헤엄치던 고등어. 그가 붙잡혀 들어온 수조 트럭은 우겨넣은 생선 더미로 숨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답답하다. 고등어가 마침내 당도한 곳은 난생 듣도 보도 못한 직육면체의 세상. 수직으로 정렬된 유리창은 더할 나위 없는 감옥 그 자체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닿을 수 없는 잔인한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바다와 수조 안. ‘파닥파닥’ 속에서 공간의 대치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장면 1> <장면 2>
횟집이야말로 ‘종’적 차이에 따라 그 의미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공간이다. <장면 1>은 사람의 시점에서 바라본 평범한 횟집의 풍경이다. 가볍게 들러 신선한 메뉴를 고르고, 순식간에 손질되어 식탁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먹는 사람들. 그들에게 횟집은 소주 한 잔도 곁들이고, 왁자지껄 떠들 수 있는 즐거운 식사의 장소다. 반면 수조 안에 갇힌 생선들의 시선으로 본 횟집은 <장면 2>, 참혹한 폭력으로 얼룩진 생지옥이다. OST ‘악몽’과 함께 추상적인 2D 그림체로 펼쳐지는 뮤지컬 시퀀스는 고등어가 느낀 절망적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사람의 손짓 한 번에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망에 붙잡히면 저항할 새도 없이 물 밖으로 들리는 생선. 다른 이의 핏물이 채 가시지도 않은 도마 위에 오르면, 순식간에 머리를 쑤시고 배를 갈라오는 칼. 그리고 이 순간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하는 수조 속 생선들.
보통 생선을 손질하는 모습은 횟집에서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흥미롭게 구경하거나, 또는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이 광경은 당사자인 생선의 시선으로 전환하자마자 연쇄살인범의 끔찍한 살해 장면을 보는 것만큼 충격적인 사태로 다가온다. 생선을 손질하는 현실적인 장면이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빌려 포착되면서, 카메라는 이 행위에 담긴 폭력성을 뚜렷하게 조명한다. 카메라는 마치 우리더러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것은 손질이 아니다. 끔찍한 살해다.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것은 음식이 아니다, 찢어진 살점이다, 라고. <장면 1>과 <장면 2>로 드러나는 ‘횟집’을 둘러싼 대조적인 입장 차이를 통해, 영화 ‘파닥파닥’은 익숙하고 평범한 공간이 내가 속한 종적 위치와 서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점을 상기시킨다.
<장면 3> <장면 4>
아이의 짓궂은 장난으로 작은 관상어가 있는 어항에 빠지는 고등어. 관상어들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침입자를 향해 겁 없이 대들다가 잡아먹히고 만다(<장면 3>). 힘과 크기의 차이가 압도적인 상대를 두고 그들이 기고만장했던 이유는 바로 인간의 권력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 횟집과 수조, 그리고 바다를 아울러 정점에 서 있는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이다. 이들에 의해 어항 속 물고기와 수조 속 생선의 서열은 기존의 생태계와는 다른 구조로 재정립된다. 보기에 예쁘다, 맛이 좋다 등등 그들만의 잣대로 종류를 구분하고 생사의 서열을 부여하는 최상위 포식자의 막강한 권력. 물때가 낀 삭막한 수조와는 대조적으로 수초와 장식품으로 꾸민 어항은 그 공간 자체로 불평등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똑같이 갇혀 있다고 해서 다 같은 신세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수조 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면 4> 속, 점호하듯 정렬해 서 있는 생선들, 프레임 아래쪽에 위치해 위를 올려다보는 그들의 모습은 이미 그들이 권력 관계에서 어느 쪽에 위치해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통제하고 수수께끼로 상벌을 내리는 올드넙치는 수조 안의 또 다른 상위 포식자다.
“어떻게 우리랑 올드넙치 님이랑 같다고 생각할 수 있어. 애초에 노는 물이 다른데.”
그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연산 출신’이라는 거짓말이다. 태어나길 인간의 양식장 속에서 나고 자라 수조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양식장 출신 생선들. 그들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바다를 동경하며 자연산 출신 생선을 우러러본다. 이후 올드넙치의 거짓말이 폭로되고 고등어가 진짜 자연산 출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그가 가진 권력과 발언권은 고등어에게로 기운다.
결국 바다와 횟집, 어항과 수조, 그리고 그 좁디좁은 수조 안마저 끊임없는 서열 가르기와 차별이 당연한 세상이다. 영화 ‘파닥파닥’ 속 모든 공간에는 해소될 수 없는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누구도 자신의 서열을 선택하지 않았다. 태어나고 보니 양식장이었을 뿐인 양식장 출신 생선들. 마찬가지로 우연히 바다에서 태어나 자란 것이 전부인 자연산 고등어. 마음대로 바꿀 수도, 뒤집을 수도 없는 서열이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좌우한다. 정해진 태생의 한계가 우리의 권력구조를 정립해버리는 것이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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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해일이 아니었다면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에 수상함을 느끼고 용의선상에 올린다. 하지만 사건 조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1. 낯선 단어들의 조합
서래는 진술 과정에서 꽤나 문체적인 단어를 쓴다. '마침내 죽을까봐'라던지, '한국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해서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던지. 대사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하지만 흔히 쓰지 않는 단어의 조합으로 흠칫거리게 하는 그런 소설. 그런 점이 이 영화를 더 신비하고 미스터리하게 만든다.
그런 서래의 모습이 그녀를 용의자로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진술을 연습해온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준은 애써 자신의 의심을 거둔다. 그녀를 의심하기엔 그의 애정이 더 깊었기에 평소였으면 깊게 파고들었을 의심스러운 부분도 밍기적거린다. 그렇게 그는 한 순간의 실수로 '붕괴'됐고, 영화는 붕괴 이후부터가 진짜다.
2. 박해일이 없다면
이 영화의 연출과 음악, 배경 모두 박찬욱 감독스럽고 작품성은 평가의 여지가 생각한다. 세계의 영화 전문가들이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인정한 영화이기에 내 평가는 그저 취향의 문제로만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한 내 취향은 '기묘하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박해일 배우가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이 캐릭터가 납득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해준은 냉정하게 말하면 중년의 미남자가 인생이 지루해져 딴 여자에 한눈 판 인물이다. 생각보다 이해받기 쉽지 않은 상황 설정이었다. 그런데 이 남자를 이해하게 된다. 평소의 내가 하던 생각이 아니라서 그저 낯설게 느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면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가진 얼굴과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중년의 나이에도 소년의 느낌을 유지하고 매너가 넘치는 캐릭터가 합해지니 불륜하는 캐릭터임에도 여심을 안 흔들 수 있었을까. 아마도 관객들은 '저 남자가 내 남자였으면' 싶었던 게 아닐까. 불륜이어도 저런 '잘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박해일 배우가 가진 소년미가 아니었다면 그 판타지가 구현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나이에 담백한 소년미를 가진 배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음악과 분위기는 굉장히 고급진 느낌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이 영화는 여자들의 팬픽에서 느낄 법한 판타지를 충족시켰던 게 아니었을까. 팬픽, 웹소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이 스토리가 말도 안되는 건 알지만 원초적으로 충족받고 싶은 이성에 대한 판타지'를 확인시켜 주는 장르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볼 때 서사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런 남자는 세상에 없는 거 알지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여자들의 판타지를 확실하게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서사는 팬픽스러운데 문체적인 대사들로 가득찬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영화라니. 이 모든 조합만으로 이 영화는 한 번쯤은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3. 사랑은 타이밍
해준이 서래에 대한 사랑을 놓았을 때 서래의 사랑은 시작된다. 영화는 해준의 '붕괴' 이후가 진짜인데 그 때 이후로 서래의 집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래의 사이코스러워 보일 법한 사랑은 해준이 그녀를 버린 후에야 시작되지만 두 사람의 타이밍이 안 맞았기 때문에 이 사랑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래의 마지막 선택은 해준에게도 관객에게도 많은 잔상을 남긴다. 남자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겨 절대 잊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는 다분히 병적이지만 결국 이게 이 영화의 미장센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너무 사랑해서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상처를 줘야겠다는 마음이라니. 이 결말이 초반에 팬픽, 웹소설스러운 부분을 단번에 한 편의 소설처럼 느끼지게 만들었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소설 말이다.
4. 총평
박찬욱 감독의 팬분들이야 당연히 이 영화를 보시겠지만 박찬욱 감독 영화에 잘 모르는 분들도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 그의 영화 치고 꽤나 대중적이고 진입 장벽이 낮다. 입문하기에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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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원작 퀴어 영화 下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소설 원작 퀴어 영화' 큐레이션,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카우보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에 빛나는 <파워 오브 도그>까지!
원작이 된 소설과 함께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Brokeback Mountain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양 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두 청년 '에니스(히스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그들의 우정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지만 두 사람은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시 만날 기약도 없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우연히 4년 만에 다시 만난 '에니스'와 '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일 년에 한두 번씩 브로크백에서 만나 함께 지내기로 하는데... 20년간 짧은 만남과 긴 그리움을 반복한 그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CINE PICK!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두 명의 카우보이 사이에서 싹트는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대만인 감독인 이안이 연출을 맡아 해당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연을 맡은 배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조연을 맡은 앤 해서웨이,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와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두 남자의 애절한 멜로드라마 서사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감독의 뛰어난 연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영상미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은 무자비하고 혹독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포착해 비틀어 내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애니 프루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진흙탕 인생》과 더불어 오헨리 단편소설 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출간 당시 《Close Range: Wyoming Stories》라는 단편 모음집에 수록되어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영화가 유명세를 탄 후 번역본이 나와 원제목 대신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모리스(1987)
Maurice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20세기 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우연히 만나게 된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낡은 관념의 무료한 대학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해방감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해 가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의 우정은 서서히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사랑 하나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모리스와 그 모든 걸 잃는 게 두려운 클라이브의 사랑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모리스>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가 연출하고 제임스 윌비, 휴 그랜트 등이 출연한 1987년 영화입니다. 국내에는 무려 32년이 지난 2019년에 개봉하였는데, 1980년대 당시에는 국내 검열이 매우 엄격해 정식으로 개봉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임스 윌비가 '모리스'를, 휴 그랜트가 상대역 '클라이브'를 맡아 191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모리스의 성숙과 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어 남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모리스> 1914년 완성되었으나 당시에는 범죄시되었던 동성애를 다루고 있어 1971년 작가 사후에 출판된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바람대로 케임브리지에 입학한 영국 중산층의 한 평범한 젊은이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당시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결말을 통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인습과 제도를 비판하였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Blue Is the Warmest Color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 분)은 빈칸들로 점철된 미래의 답을 찾고 있는 문학소녀이다. 피에르 드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아델’ 앞에 어느 날 파란 머리의 대학생 ‘엠마’(레아 세이두 분)가 나타난다. 단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며 지나친 인연이지만 그날 이후 ‘아델’과 ‘엠마’는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미지의 사랑을 꿈꾸는 ‘아델’, 현실의 사랑을 이끄는 ‘엠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델’과 ‘엠마’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미술을 전공한 ‘엠마’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캔버스 안으로 ‘아델’을 초대한다.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평온하기만 했던 ‘아델’의 삶은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튀니지계 프랑스인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연출한 레즈비언 에로티시즘 영화입니다. 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만화 원작 영화, LGBT 영화로 최초 수상, 배우와 감독이 함께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파격적인 성 묘사로 논란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주연을 맡은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와 레아 세이두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작은 2011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독자상'을 수상하며 많은 만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쥘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파란색은 따뜻하다》입니다. 주인공 클레망틴이 15세에 처음으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 불안감, 혼란을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으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 광장에서 스쳤던 '파란 머리 소녀'를 만나며 느끼는 첫 만남의 설렘, 욕망, 질투 등이 표출되며 동성이나 이성이나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작가의 부드러운 그림체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색의 표현력이 매력인 작품입니다.
싱글맨(2009)
A Single Man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62년,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는 오랜 된 애인 짐(매튜 구드)의 죽음에 힘들어한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 죽음보다 더한 일상을 시작한다. 자신의 본질을 속이고 살아가는 조지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 찰리(줄리언 무어)가 있다. 찰리는 애인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의 하룻밤을 제안하고 삶을 정리하려는 조지 앞에 제자 케니가 접근한다. 우연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내며 조지는 새로운 삶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삶의 이유를 상실했던 한 남자의 찬란한 하루가 펼쳐진다.
CINE PICK!
<싱글맨>은 제작 당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서적으로 방황하는 남자의 일상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2009년 6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주연을 맡은 콜린 퍼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무겁고 건조하게 흘러가나 디자이너가 만든 영화인 만큼 훌륭한 영상미와 감독이 직접 디자인하고 초이스 한 영화 속 콜린 퍼스의 패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영상의 색채인데, 주인공 콜린 퍼스의 감정 상태에 따라 영상의 전반적인 색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싱글맨>은 영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셔우드는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활동한 첫 세대이자, '퀴어'를 대표하는 인물로 동성애자 인권에도 크게 기여한 작가입니다. 소설, 희곡, 시나리오, 산문, 번역 등 다양한 저서를 남겼으며《싱글맨》의 경우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진중한 성찰과 섬세한 문장으로 채우며, 담담하고 절제된 감정과 통렬한 분노, 슬픔이 부딪히며 빚는 삶의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것으로 평가받는 수작입니다. "하고자 한 대로 구현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히며 작가가 가장 아끼는 글로 꼽기도 하였습니다.
대니쉬 걸(2015)
The Danish Girl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야심 찬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CINE PICK!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국의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에디 레드메인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각각 주인공 에이나르/릴리와 그의 아내인 게르다를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색감을 적절히 활용한 영상미가 마치 화가인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매우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으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미술상,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대니쉬 걸>의 원작은 21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에버쇼프가 200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입니다. 코펜하겐, 드레스덴 그리고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 뽑히는 등 평단의 찬사를 얻은 작품입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네게르 부부의 실화 이야기를 담아 1920년 성적 방황, 서로에게 헌신하는 부부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2021)
The Power of the Dog
ⓒ 네이버 영화시놉시스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너딕트 컴버배치)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가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CINE PICK!
<파워 오브 도그>는 전작인 <피아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제인 캠피온이 감독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가 주연을 맡은 2021년 영화입니다.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작품, 각색, 남우조연, 여우조연, 촬영,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음악, 음향상 후보에 오로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서부극에 대한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과 진정한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배타적인 사회와 이로 인해 만들어진 해로운 남성성에 대한 고찰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 교보 문고원작 소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을 목장에서 보냈으며, 때의 경험이 훗날 그에게 풍부한 소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소설《파워 오브 도그》는 작가가 어린 시절 양아버지 집안에서 겪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해 1967년 발표하였으며,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은 데 비해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애니 프루는 해당 작품을 가리켜 토머스 새비지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하며, '한 편의 심리 연구이자, 혐오라는 형태로 분출되는 억압된 동성애를 다룬 비범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퀴어 영화 다섯 편을 정리해 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기를 약속드리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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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면의 밤이 이제 그만 멈출 수 있도록
아침이 밝기 전에 겨울 노래를 다 익혀야 해요.
도돌이표 사이 반복해 흐르던 불면의 밤이 이제 그만 멈출 수 있도록.길상호, '겨울의 노래', 『우리의 죄는 야옹』
늦은 밤, 누군가의 집 앞에서 서성이는 한 여자. 들어갈까 말까, 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서기를 반복. 결국 문을 두드린다. 어떤 남자의 집이다. 이웃에 살지만 데면데면하고 서로 잘 알지는 못하는 사이인 두 사람. 집 안을 흘끗거리는 여자를 보고 남자는 어색하게 집 안으로 안내한다. 뜸을 들이며 머뭇거리던 여자가 본론을 꺼낸다.
"괜찮으시면 언제 제 집에 오셔서 같이 주무실래요?
섹스를 하자는 게 아니에요.
그냥, 침대에 함께 누워서 잠들 때까지 얘기하면서 밤을 보내자는 거죠.
밤은 정말 끔찍하지 않아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생각해보겠다고 한 남자는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여자의 집에 전화를 건다. “어제 이야기한 것 말인데, 좋아요.”, “언제가 좋을까요?”, “내일 밤?” 2014년 작고한 켄트 하루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2017)은 위와 같이 시작된다. ‘애디’(제인 폰다)는 남편과,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는 아내와 각각 사별한 뒤다. 두 사람은 70대고, 혼자 살고 있다. 이를테면 동네 커피숍에서 또래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정원을 손질하는 등 소일하며 살던 두 사람은 서로가 수십 년을 이웃하며 한 동네에 살았다는 것에 놀라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밤에 우리 영혼은>은 흔하게 떠올릴 법한, 황혼의 로맨스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혼자라는 삶에서 근본적으로 사라질 수 없는, 누구나의 보편적인 외로움에 대한 영화에 가깝다. 타인과 함께 있지 않아서 찾아오는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의 적막을 견디기 어려울 때 생기는 외로움. 처음에 ‘루이스’는 동네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 쓰여 ‘애디’의 집 뒷문으로 출입하지만 ‘애디’는 그가 앞문으로 들어오길 원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고독감은 누군가로부터가 아니라 바로 자신으로부터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애디’는 용기를 낸 것이다. 비슷한 취향이나 세계관을 가진 타인과 나누는 대화가 일정 부분 해소해줄 수 있을 외로움을 인정하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빗소리를 들었다. 우리 둘 다 인생이 제대로, 뜻대로 살아지지 않은 거네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 순간은, 그냥 좋네요. 이렇게 좋을 자격이 내게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그가 말했다. 어머, 당신도 행복할 자격 있어요. 그렇게 안 믿어요? 지난 두어 달, 그리된 것 같아요. 이유는 뭔지 몰라도요. 이게 얼마나 지속될지 여전히 회의적인 거죠? 모든 것은 변하니까요.
-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2016, 111쪽.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라는, 박연준 시인이 프리다 칼로에 대해 쓴 책 제목을 떠올린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있다는 느낌. 자동차 소리나 밖을 지나는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 홀로 불 켜진 편의점과, 영업 마감 시간을 앞두고 드문드문 손님이 앉아 있는 작은 술집. 밤은 조용한 시간이어서 다른 사람보다는 혼자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는 시간이다.
‘손만 잡고 자는’ 영화 속 두 사람을 보면서, ‘함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누군가의 존재를 막연하게 떠올린다. 혼자인 낮에는 커피숍에 앉아 책 한 권을 낀 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점원을 흘끗 관찰하기도 하지만 혼자인 밤에는 반겨주는 이 없는 집에 들어가 어둠과 적막을 뚫고 침실이나 서재로 향한다. 음악을 틀어두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혹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에 몰입하는 건 혼자임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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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역시 새벽에 쓰고 있다. 몇 명일지 모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글보다 몇 명인지 아는 특정 소수에게 닿는 글이 더 쓰고 싶은 글이라고 자주 언급하는 편이다. 바로 지금과 같은 마음 때문이다. 스스로를 지금 당장 누군가와 대화가 필요한 외로운 사람이라 의식하지는 않는다. 실은, 혼자서 꽤 시간을 오래 잘 보내는 편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 글이 혼자만의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일이라 생각하면,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말 걸기’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괴롭거나 외롭지 않게 된다. 외로운 영혼들이 서로에게 용기를 내서 건네는 대화로 혼자의 두 밤을 두 사람의 한 밤으로 채워가는 <밤에 우리 영혼은>의 이야기는 대단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적적한 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빛을 밝히는 작고 은은한 독서용 램프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이 글을 하루 일과를 끝마친 밤에 읽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하자면, 물리적 거리와 시간을 넘어 생면부지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된다. 밤에 우리 영화는요, 하고 말을 걸듯이.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 포스터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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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 여성의 성장기
* <바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바비 (2023)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카 페레라, 케이트 맥키넌, 엠마 맥키, 시우 리무 등
장르: 드라마, 판타지, 코미디
상영시간: 114분
개봉일: 2023.07.19
전 세계 여자아이들의 클래식 장난감, '바비 인형'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설령 어릴 적 바비 인형을 갖고 논 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이름을 모를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날씬하고, 수려한 외모를 가진 여성을 두고 만들어진지 60년도 넘은 이 오래된 인형의 이름을 붙이고 있으니까. 모두가 바비 인형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바비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저 마르고 예쁜 백인 금발 여성을 모델로 한 스테레오타입 인형 정도로만 여겨져 왔을 뿐 '바비'로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함을 가진 사람은 아마 많지 않았을 것이다. 미디어 속 '바비'는 언제나 예쁘기만 하면 되는, 그런 존재로만 비쳤으니까.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의 성공으로 할리우드 차세대 여성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그레타 거윅' 감독. 그는 예쁜 인형의 전형으로 소비된 '바비'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로 결정했다. 주연과 제작을 함께 맡은 배우 '마고 로비'와 함께 '바비 프로젝트'를 이끌며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Barbie is everything'. 사실 '바비인형'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젊은 여성을 모델 삼아 수많은 종류의 인형을 생산해 전 세계 여자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어주었던 존재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그레타 거윅' 감독은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핑크빛 낭만으로 가득 찬 '바비랜드'를 구현했다. 유년 시절의 추억이 깃든 바비의 드림 하우스를 현실 공간에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것만으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긴 충분했다.
'바비랜드'를 소개하는 극의 초반부는 아기자기하고 황홀한 핑크빛 세상 그 자체다. 주인공 '바비(마고 로비)'를 비롯해 극에 등장한 수많은 '바비'와 '켄'들은 어딘가 핀트가 조금 나간 듯한 행동들로 놀이 속에 등장하는 장난감들처럼 그려지고, 실체 없는 모션만으로 이뤄진 행동들은 이곳이 현실과 분리된 판타지적 공간임을 인식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보다는 '바비랜드'의 곳곳을 스크린에 최대한 예쁘게 펼쳐 놓아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정도에 그친다. 그럼에도 지루하거나 껍데기뿐인 장면이라는 감상을 유발하진 않는다. '바비'들의 흥겨운 댄스파티 같은 장면들은 세상이 평화롭고 완벽할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의 단편적이고 순수한 가치관을 보여주기에 아주 적절했다. 매일 그런 바비들처럼 산다면... 아마 '전형적 바비'처럼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일은 절대 없을 터이다.
하지만 동화는 딱 거기까지다. '바비랜드'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넘어온 '바비'는 세상이 마냥 아름답지 않은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신만의 단꿈 속에서 비로소 깨어난다. '바비'가 마주한 인간 세상의 첫인상은 무언가 뒤틀린 듯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비랜드'에서 여성은 말 그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 대통령도, 대법관도, 물리학자도, 의사도 모두 여성인 '바비'였고, 남성인 '켄'은 그저 '켄'일뿐이었다. 현실 세계 역시 '바비'가 살고 있는 이상향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는 눈앞에 펼쳐진 낯선 광경에 당황을 금치 못한다. 여성차별을 해결하고, 페미니즘을 완벽하게 실현하는데 자신이 일조했다는 착각 속에 살았던 '바비'는 친구라 여겼던 여학생들에게 잔인한(?) 팩트 폭격을 맞고 충격에 휩싸이기까지 한다.
'바비'의 각성을 기점으로 극의 템포와 장르는 급격히 뒤바뀐다. 앞서 '바비'와 '켄'을 통해 남녀의 전복된 성 역할을 보여준 '바비랜드' 시퀀스만으로 본작이 페미니즘 성향을 띤 영화라는 걸 예감하긴 어렵지 않다. 주체적인 여성들과 그들에게 눈길조차 못 받는 엑스트라 남자들로 이뤄진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보편성을 탈피한 영화이니까. 하지만 '바비'가 현실 세계로 넘어온 직후부터 <바비>는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며 페미니즘 자체가 스토리의 핵심임을 또렷이 각인시킨다. 모든 여성들이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살고,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던 '바비랜드'와 달리 현실은 '바비'를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들의 시선이 가득하고, 그들은 숨 쉬듯 추파를 던지며 당연하다는 듯 존중 없는 태도를 보인다. '바비랜드'에서 여성들이 차지했던 직업군들은 모두 남성들의 손아귀에 있고, 하물며 '바비인형'을 만든 마텔사의 임원들도 온통 남자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여성보다 뛰어나다는 이유로 고위직을 하나씩 차지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마텔 사의 임원들은 도망친 '바비' 한 명을 붙잡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고 멍청하게 그려지기까지 한다.
흥미로운 건 '켄'의 태도 변화다. 언제나 '바비' 옆에서 조역에 머무를 것만 같았던 그는 현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접한 가부장제에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주인공이 되려는 욕망을 표출한다. 급기야 그는 '바비랜드'를 마초적 정신과 구시대적 성차별이 만연한 '켄덤'으로 바꿔버리기까지 한다. 앞서 주체적인 여성들의 표상으로 여겨졌던 '바비'들이 덜떨어진 '켄'의 옆에서 커피를 타거나 치어리딩이나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개탄스러움에 이마를 퍽 짚게 된다. 특히 가부장제에 취한 '켄'들의 모습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같잖은 이유로 서열 싸움을 벌이는 뮤지컬 신은 실소를 유발할 정도다. 이에 맞서는 '바비'들의 활약은 남성 중심 사회에 가려진 여성들의 기지와 단결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대립이 아닌 화합으로 뭉친 여성들은 영리한 전략으로 '바비랜드'를 원상복구시키는 데 성공한다. 결국 '바비'는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제에 사로잡힌 남성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허울뿐인 남성 중심 사회의 비효용성, 그리고 스스로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착각하는 이들을 적나라하게 풍자한다. 특히 후반부 '글로리아(아메리카 페레라)'의 긴 독백 신은 페미니즘 교과서라 느껴질 정도로 극의 메시지를 강하게 주입하는 장면이었다.
그렇다면 '바비'는 남성은 원래 멍청하고, 여성은 우월하며 뛰어난 여성들이 이끄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장하는 영화일까. 각본상 그렇게 보일 만한 지점이 있긴 하지만 본작이 '성별 갈라치기'나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작품이라는 데 동의하지는 않는다. '켄'의 허점이 남성을 비판하는 요소로 활용되었지만, '바비' 역시 마냥 완벽한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다. '켄'이 '바비'에 대한 존중을 잊은 채 '켄덤'을 건설하려 했던 것처럼 과거 '바비'들 역시 '켄'의 기분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완벽하고 단단해 보였던 '바비'들의 논리는 '켄'의 허점 투성이인 가부장제가 들어서자마자 쉽게 무너졌고, '전형적 바비'는 누군가 구하러 올 때까지 가만히 주저앉아 있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수동적인 면을 지녔기도 하다. 특히 한 나라 안에서 권력 신장을 위해 성별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한국의 현 사회와도 많이 닮았다. 급진적인 전개이긴 하지만 '바비'와 '켄'은 결국 화해를 한다. 투표를 통해 '바비랜드'로 다시 복구한 대신 '켄'의 역할도 존중할 것이라는 게 결론. 이를 통해 <바비>는 여성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게 아닌 여성을 억압하고, 괴롭혀 온 사회의 편견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화합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를 주창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고 로비'가 연기한 '전형적 바비'의 서사를 살펴보면, 이는 곧 여성들의 성장 과정을 상징하는 듯하다. 아무런 변화 없이 평화로운 나날들이 매일 같이 반복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극 초반부의 '바비'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시선을 가진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 같다. 현실 세계에 나와 비로소 세상은 온갖 위험과 문제들, 불합리와 불평등이 숨 쉬듯 벌어지는 곳이란 걸 깨달은 '바비'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조금씩 알아가는 십 대들을 닮았다. 그리고 '바비'의 발명가 '루스 핸들러'를 만나 자아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토로하는 장면은 마치 사회에 막 진출하려는 성인들의 내적 혼란을 대변하는 듯하다. 인간으로 살 것인지, 인형으로 살 것인지 깊은 고민과 함께 불안을 느끼는 '바비', '내가 그래도 될까'라며 확신을 못 가지는 '바비'. 그런 '바비'에게 마음 가는 대로 하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루스'. 캐릭터에 갇혀 주어진 역할대로만 살려고 했던 '바비'는 끝내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했다. '바비'들이 '바비랜드'를 '켄'으로부터 되찾는 과정보다 '전형적 바비'로 보여준 한 여성의 성장기가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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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4 - 시리즈 최고기록 경신한 어나더 레벨 액션영화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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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영상은 영화홍보사의 VIP 셀럽 시사회를 초대받아 다녀온뒤 제작된 영상입니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존 윅’은 ‘최고 회의’를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낸다. 비로소 완전한 자유의 희망을 보지만, NEW 빌런 ‘그라몽 후작’과 전 세계의 최강 연합은 ‘존 윅’의 오랜 친구까지 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새로운 위기에 놓인 ‘존 윅’은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데,, 레전드 액션 블록버스터 [존 윅]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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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라노> 메인 예고편
오만과 편견][어톤먼트] 조 라이트 감독 "짝사랑하는데 고백 못 한 사람 손✋" ⠀ 모든 장면이 마치 르네상스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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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 더 하이츠> 텐션 하이-츠 영상
꿈을 향해 더 크게 소리 질러!
'우스나비'에겐 도미니카 해변에 아버지의 상점을 다시 열고 싶은 꿈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친구 바네사에게 아직 고백 한 번 못한 채 망설이며 지내고 있다.
'바네사'는 동네 미용실에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도시로 나가려다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진다.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한 '니나'는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고,
연인 '베니'는 니나의 아버지이자 사장이 니나의 학비 마련을 위해
운수회사를 팔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스나비 가게에서 복권 당첨자가 나오고,
하이츠의 모든 사람들은 저 마다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