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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2025-09-22 17:13:48

[30th BIFF 데일리] 짐승처럼 사납게

영화 <짐승처럼 사납게> 리뷰

 

 

 

 

Director

Burhan QURBANI 부르한 쿠르바니

 

Cast

Kenda HMEIDAN

Verena ALTENBERGER

Hiam ABBASS

Mehdi NEBBOU

Meriam ABBAS

Banafshe HOURMAZDI

Samir FUCHS

 

Synopsis

오랫동안 베를린 암흑가에서는 요크와 랭커스터, 두 아랍계 이민자 가문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이어졌다. 전쟁은 요크의 승소로 일단락된다. 그날부터 라시다는 요크 가문의 왕이 되고자 중상모략과 살인, 유혹 등을 동원해 암투를 벌인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달리 제목 이상으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 부제목이 없다. 영화 <짐승처럼 사납게>는 제목 그대로 짐승처럼 사납게 몰아치는 대사, 미장센, 음악, 사건의 향연이다. 끔찍한 폭력 가운데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압도적이다. 2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감각과 정신을 각성시켰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처드3>를 원작으로 한 <짐승처럼 사납게>는 원작에서 남성이었던 리처드3세를 여성, '라시다'로 바꾼다. 배경 역시 영국의 왕실이 아니라 독일에 정착한 아랍계 이민자 가문의 싸움으로 바꾸었다. 아프가니스탄계 독일인인 감독의 이민자적 관점이 크게 반영된 이 작품은 라시다와 리처드3세가 모두 '권력'의 외부에 위치할 수 없게 된 인물이라는 점을 중심에 놓고 사건과 인물관계를 재배치했다. 결과적으로 이 크리에이티브팀은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더 자유롭고 공격적인 여성 라시다를 만들어냈다. 가문의 수장이 될 수 없었던 이유였던 불완전한 몸에 대한 해석을 여성이라는 몸에 부여되는 성차별로 치환한다. 훌륭하고 창의적인 각색이다. 

 

 

라시다는 자신이 죽인 원수의 아내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고, 자신보다 높은 서열에 있는 오빠들과 가족들을 끔찍하게 죽인다.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가스라이팅은 물론 협박, 회유, 필요하면 어리고 순한 양이 되는 연기도 얼마든지 해낸다. 그녀의 행보는 원작에는 없었던 퀴어니스, 결혼제도에서 상품화되는 여성, 한 인간에게 귀속된 권력의 문제점, 가정내 성차별과 단절된 모녀관계 등을 유연하고 매섭게 넘나들며 관객이 숨을 돌릴 틈이 없게 만들다 마침내 라시다가 원하는 왕관을 손에 쥐는 순간 예정된 몰락의 폭탄을 터트려버린다. 신기하게 수 많은 악행을 저리른 그녀이기에 처벌의 엔딩은 사실 당연한 결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후련한 마음이 들진 않는다. 그것은 폭력 너머에서 그녀를 움직이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부정당한 정체성, 곧 소외에서 왔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를 얻기 위해 구걸하는 건 몸을 파는 사람이나 하는 짓이지.’ 


마지막 순간 라시다는 그녀가 자신의 연인 가니마에게 했던 말을 스스로도 지킨다. 그렇게 그녀는 항복할 수 없었던 자신의 삶에 해방을 선사한다. 결국 라시다를 죽이는 인물들 또한 자신과 같은 살인자가 되는 것이므로 그녀는 죽었으나 패배하진 않았다. 훌륭한 역전 그러나 인간적으로는 씁쓸한 엔딩이다. 왕좌로 향하는 그녀의 행동엔 거침이 없었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무자비했으나 사실 인간이기에, 아무도 믿지 못한 욕망의 기계로서의 삶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한 것이 공허함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인인 우리의 감상일 뿐, 머리에 총구가 겨눠져있는 순간에도 라시다는 자신의 선택으로 결말을 맞이한다. 구걸하지 않고 항복하지 않은 죽음이다.

 

 

[30회 부산국제영화제(2025.09.17-09.26) 상영일정]

 

2025.09.21 9:30 영화의전당 소극장 (상영코드 249) GV

2025.09.22 12:00 영화의전당 중극장 (상영코드 330) GV

2025.09.23 20:00 시청자미디어센터 (상영코드 477)

작성자 . 서덕

출처 . https://blog.naver.com/aleakyhouse/22401756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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