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072025-09-23 19:15:48
[30th BIFF 데일리] 혐오와 차별의 시대
영화 <사랑의 탄생> 리뷰
감독 신수원(Shin Su-won)
출연진 한현민(Hyun-min Han), 이주영(Zoo-young Lee)
프로그램 노트
외모 때문에 태생과 국적을 끊임없이 해명하며 살아왔던 세오는 어느 날 명품 캐리어와 그 속에 담긴 정체 모를 물건을 보상으로 내걸며 함께 여행할 사람을 찾는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만 돌아오던 와중에 소라가 다가온다. 동성 연인의 흔적을 찾으려는 소라 또한 세오만큼이나 동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편견에 갇힌 인물들이 낯선 여정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은, 신수원 감독의 영화들이 줄곧 그래왔듯 사회적 시선과 개인적 회복을 나란히 놓는다.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한 한현민, 이주영이 독특한 호흡을 선보이며 ‘돌연변이’의 우정과 성장을 표현한다. 한 곳에 고정되지 않고 저만의 리듬을 타는 두 배우의 몸짓은 그 자체로 영화의 메시지가 된다. 또한 문근영과 이정은 등 감독과 전작을 함께했던 배우들이 알맞은 자리에 등장해 반가움과 안정감을 더한다. (차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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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영제는 ‘The mutation(돌연변이)’이다. GV에서 신수원 감독은 원작 소설의 제목이 ‘다른 여름’이며 로맨스에 치중된 소설이지만 자신은 더 넓은 범위의 차별과 혐오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청년들 자살률 문제를 언급하며 이 영화가 모두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원래는 제목을 ‘돌연변이’로 하고 싶었지만 주변 반대로 ‘사랑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추천받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현제목이 다정한 느낌이 들어 좋지만 돌연변이라는 제목이 영화의 서사를 더 정확하게 드러낸다고 느꼈다. 세오(한현민)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으로, 자신을 늘 ‘돌연변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를 처음 보면 외국인으로 대하고, 한국어로 유창하게 해도 깜둥이 취급을 받는다.
세상에서 밀려나는 느낌이 들 때 우리를 붙잡아주는 것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세상과의 연결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세오에게는 엄마가 그런 존재였지만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 세상과의 연결이 희미해지면서 죽음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진심으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세오는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남자든 여자든 좋으니 나과 함께 지내달라’고 용기내어 부탁하고 그렇게 소라를 만나게 된다.
소라의 이야기 속에는 또 다른 돌연변이가 있다. 바로 소라와 함께 사랑을 나눴던 민지다. 민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엄마 밑에서 자라며 동성애는 죄악이라 배웠지만, 일찍이 자신의 성 지향성을 깨닫고 혼란을 겪는다. 이후 소라를 만나 진심을 나누지만 결국 엄마의 반대에 부딪혀 강제로 헤어지고,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민지는 끝내 스스로 세상과의 연결을 끊어버린다. 민지가 고통스러워할 때 곁에 있어 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세오는 소라를 만나며 세상과의 끈을 다시 이어간다.
‘사랑의 탄생’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위로와 회복이다. 세오가 죽을 결심을 접고 자신의 공포증을 이겨내며 번지점프를 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끝난다. 어떤 관객은 세오가 떨어졌다 다시 튕겨져 올라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돌연변이다. 누구나 남들과 다른 면이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남들과 그 차이를 존중하기보다 틀렸다고 지적한다. 영화를 보며 세오와 민지를 향하는 혐오와 차별에 숨이 막혔다. 특히 같은 LGBTQ+ 요소가 들어갔음에도 앞서 본 ‘결혼 피로연’과 너무도 다른 사회적 분위기라서 보수적인 한국 사회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 내 혐오와 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심해지고 있고 그것을 드러는 데 조차 부끄러움이 없다. 어떻게해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지 답을 찾고 싶다.
[상영시간표]
2025.09.20.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상영코드 206)
2025.09.22. 20:00 CGV센텀시티 5관 (상영코드 395)
2025.09.23. 16:3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상영코드 467)
2025.09.24. 19:30 CGV센텀시티 4관 (상영코드 509)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9월 17일 ~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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