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9-24 12:56:02
[30th BIFF 데일리] 정중해서 더 애절한 사랑
영화 <사이공의 연인> 리뷰
DIRECTOR. 리언 레(Leon Le)
CAST. 빈 팟 리엔(Binh Phat Lien), 띠 하이 옌 도(Thi Hai Yen Do), 키에우 한 리(Kieu Hanh Ly), 홍 응옥 응고(Hong Ngoc Ngo), 떼 만 짠(The Manh Tran)
PROGRAM NOTE.
전후 10년, 여전히 재건이 한창인 베트남의 사이공. 남편과 사별한 키남은 사이공의 공동주택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중정을 공유하는 거주민들은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수라는 베트남-프랑스 혼혈아를 입양해서 키우는데, 어느 날 위층에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베트남어로 번역 중인 청년 캉이 이사 온다. 집안 배경 좋고 매력적인 그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캉은 이사 온 첫날,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키남에게 시나브로 빠져든다. 한 폭의 로맨틱한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의 백미는 두 남녀가 밤새워 사이공 시내를 걸으면서 꿈같은 이별 의식을 치르는 후반부 장면이다. 이 시퀀스는 청년의 내레이션으로 연결되면서 두 사람의 서사를 영원한 현재형으로 머물게 한다. (김채희)

옛 정취를 좋아하고 오래된 물건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사랑에 빠질 것이다. 옛 사이공의 아름다움, 베트남 특유의 그 레트로한 아름다움이 시작부터 묻어나기 때문이다. 영화는 나무에서 수액이 한 방울씩 고여 귀하게 만들어지는 '침향'을 설명하는데, 영화의 여자 주인공 이름인 키남(Ky Nam)이 이 침향이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시대의 제한과 아름다움, 억압 속에서 발현되는 사랑의 애절함, 문학의 아름다움까지 한 방울 한 방울 귀하게 아름다운 정수를 모아 만든 영화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원제 Ky Nam Inn은 '키남 식당', 극 중 키남이 운영하는 배달주문 식당 이름이다. 두 사람이 사랑의 말 하나 없이 사랑을 쌓아 올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화양연화>의 무드를 떠올렸는데, 두 사람의 사랑은 격정적으로 맞부딪는 게 아니라 향기처럼 음악처럼 퍼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통 의상을 입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 눈빛으로 사랑을 말하는 반듯한 지식인 남성, 음식을 담은 그릇, 계단이 많고 폭이 좁은 건물 등의 공통점도 그런 느낌을 더했겠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살과 살을 맞부딪는 게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을 타고 조심스럽게 흐른다. 조심스럽게 또 정중하게 그래서 더 애절하게. 여우와 어린 왕자가 서로를 길들이듯이.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그렇다. 키남은 길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캉을 도와주지만, 직접 문을 열어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문을 열도록 해준다. 향기처럼 움직여, 누구라도 알아챌 수는 있지만 스스로의 움직임은 최소화하는 것.

키남이 그렇게 움직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85년 사이공. 1975년에 북베트남이 사이공을 점령하면서 베트남 전쟁이 끝났고, 남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에 통합되었다. 사이공 또한 올드시티의 무드 위로 공산당의 분위기를 덧입게 되었다. 남부 출신 시민들, 남베트남 정부나 미군에 협력한 사람들에게는 불신의 시선이 뒤따랐다.
키남의 남편이 노동수용소에 갔다는 언급, 키남이 듣는 비난들을 미루어 보건대 아마 그의 가족들은 남베트남 정부와 관련된 인물이었을 것이고, 지금 여기 없는 이들은 어쩌면 '보트피플'의 이름으로 탈출했을 수 있다. 사이공은 호찌민 시티로 이름이 바뀌었고, 전쟁의 상흔은 천천히 재건되고 있었다. 어려운 시기, 모두가 함께 쥐를 잡는 장면처럼 공산당의 계획경제 안에서 서서히 성장하는 가운데, 키남 같은 인물은 이웃들의 비난을 받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사는 건물은 중정 형태로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이웃 관계는 영화 속 관계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서정적인 음악이나 축하 파티만으로도 당국의 엄격한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는 억압으로도 기능한다.

마치 올드시티의 무드를 그대로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 키남은 이 상황에서 꼿꼿함을 유지하려 애쓴다. 스스로 떳떳하고자 애쓰는 자에게 신세를 진다는 건 더없이 불편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신세를 질 때 사랑이 전달될 틈도 생기는 법이다. 주인공 캉은 특유의 사려 깊은 태도를 동반한 저돌성으로 이 사랑의 이야기를 진전시킨다. 키남의 사랑 또한 향기처럼 번져, 두 사람의 사랑은 일상을 타고 조금씩 축적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성급하지도 직접적이지도 않다. 탄탄대로가 보장되어 있지만 실력보다도 체제 순응적 태도가 더 중요한 사회에서 캉이 섣불리 사랑을 말할 수 없고, 입지가 위험한 키남이 그런 사랑을 상대에게 감수하게 할 리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은 강인하다. 주고받은 눈빛, 서로를 도운 시간, 서로 모르는 두 존재가 서로 알아가고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진다는 건 그렇게 무서운 일이다.
마음의 방향성이 닮은 이들은 결국 같은 문장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서로의 마음이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고, 그 마음이 아낄 법한 시간을 서로에게 선사하며, 또 때로는 역으로 주지 않음으로써, 사랑은 표현된다. 그렇게 이 사랑은 정중함으로 더 애절해진다. 감정적으로 얽힌 자리가 선명하다.

두 사람은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어 서로를 알아보는 눈을 가졌기에, 서로를 알아보았을 뿐 아니라 주변과도 아름다운 관계를 맺어 간다. 베트남-프랑스 혼혈아라 차별을 받는 아이 수, 오래된 노래의 무드를 사랑하는 접골사 노인 하오와 관계를 쌓는 장면들도 모두 속속들이 아름답다.
제약으로 인해 은은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사랑에서 저돌성이 느껴지는 부분이 이 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피치 못할 이별을 말하는 장면에서도, 사랑을 말할 수 없는 관계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은 서로를 향해 직진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사랑은 마침내 침묵을 깨게 될까. 마지막까지 두근거림을 남기는 향기로운 로맨스 영화를 오랜만에 보았다는 기분이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2025.09.18-26) 상영시간표]
2025.09.19.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상영코드 144)
2025.09.20.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상영코드 222)
2025.09.23. 19:30 CGV센텀시티 6관 (상영코드 440)
2025.09.24. 11:00 CGV센텀시티 4관 (상영코드 507)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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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과 용기 사이, 지금의 나를 만든 그때의 ‘사소한 것’들
▷한줄소감 : 침묵과 용기 사이, 지금의 나를 만든 그때의 ‘사소한 것’들
▷영화/책 :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 Claire Keegan, 2023.11월
결정적인 순간에야 본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본성의 근원은 무엇일까?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침묵하지 않을 용기, 그것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최근 영화로 개봉된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그 기억들을 소환해내고 있다.
1985년 실업과 빈곤으로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에서
석탄 배달업으로 아내, 딸 다섯 가족을 이끌고 있는 빌 펄롱(컬리언 머피 역),
무엇보다도 딸들이 각자 자신의 재능을 찾아 성장해 나가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산타클로스에게 보낼 카드를 쓰는 일상이 행복하기만 하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어린 시절을 헤쳐 나온 그였기에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기 스스로를 그저 운이 좋을 뿐이라 생각한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우린 참 운이 좋지?" 어느 날 밤 펄롱이 침대에 누워 아일린에게 말했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그렇지." (p20)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p22)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p24)
그렇다고 하루하루 지치고 힘든 일을 버텨내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 일을 하고 저녁 늦게서야 식탁에 앉아 가족을 대하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p44)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을 다 잡아준 것은 그 옛날 어머니조차 일찍 돌아가시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가 되었을 때,
자신을 돌봐 주었던 집 주인 미시스 윌슨 아주머니의 따뜻한 격려 때문이었다.
미시즈 윌슨은 마치 자기 자식인 양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렴." 미시즈 윌슨이 말했다.
그날 종일, 그 뒤로도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으로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바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 다녔다.(p37)
그런 영향인지 빌 펄롱은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없이 친절한 사람이다.
사업체 직원들의 일상을 돌본다든지, 동네 사람들 중 어려운 집에 장작을 몰래 가져다 놓는다든지,
지나가다 친구 아들을 보고는 주머니에서 동전 몇 푼이라도 꺼내 준다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강 건너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창고에 갇혀 있던 어린 소녀 세라를 발견한다.
수녀원장은 친구들끼리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고 둘러댄다.
오히려 그 사실이 외부에 발설되지 않도록 무언의 압박을 보낸다.
딸들이 다니려고 하는 세인트마거릿 여학교의 운영자이기도 한 수녀원이기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수녀원장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현찰이 든 봉투를 내밀었을 때 그냥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 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 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 -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 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p99)
자괴감에 빠져 있는 그를 바라보는 아내 아일린이나, 수녀원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있던 음식점 주인 미스즈 케호는 그저 모른척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 애가 그 중 하나라면" 펄롱이 말했다.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아일린이 다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p57)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거기 일에 관해 말할 때는 조심하는 편이 좋다는 거 알지?”
“말했듯이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그 수녀들이 안 껴 있는 데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해.”
“교단은 다르지만 다 한통속이야. 어느 한쪽하고 척지면 다른 쪽하고도 원수 되는거야.”(p105~106)
그러나, 크리스마스이브날 이발소에 들러 머리를 깎고, 아내에게 줄 구두를 찾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에 이끌리는 듯.
펄롱의 하루는 지금 무언가 다른 것으로 채워지고 있었다.(p113)
결국 그는 다시 수녀원으로 가서 창고에 갇혀 있던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지역사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수녀원이었기에 자신의 사업체와 가족에게 닥칠 최악의 상황이 떠올라 두려웠지만
더 이상 물러서지 말아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스틸컷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p119)
빌 펄롱에게 이런 용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순간 어려웠던 시절, 집주인 미시즈 윌슨 아주머니와 같은 집 일꾼이었던 네드의 보살핌의 손길이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의 자신을 이루게 한 것은 그분들의 배려, 친절, 격려들 때문이었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행동으로, 때로는 사소한 것(Small Things)들로.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p120)
펄롱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뭐라고 부르든 - 거기 무슨 이름이 있나? - 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갓난 딸들을 처음 품에 안고 우렁차고 고집스러운 울음을 들었을 때조차도.(p120)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p121)
지금 주인공 빌 펄롱에게 침묵에 맞설 '용기'를 불러일으킨 것은 어릴 적 자신을 일으켜 세웠던 '사랑'과 '보살핌'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뿌려진 씨앗이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다시 열매를 맺은 것이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는 그것들은 결코 사소한 것들이 아니었다.
소녀를 구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그 첫 발걸음은 사소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를 나되게한 '사소함'은 무엇이었을까? 인생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 무수히 많은 사랑의 손길이 떠오른다.
내가 살아갈 '용기'는 나 자신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춥고 어두운 겨울밤에 따스한 불빛이 반짝거리며 떠오르는 것 같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막달레나 세탁소’는 아일랜드 가톨릭교회와 정부 지원하에 1922년부터 1998년에 이르기까지
70여 년 동안 3만 명 이상의 젊은 여성들을 감금, 강제 노역과 착취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곳이다.
2013년에 이르러서야 정부는 진상조사를 마치고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막달레나 세탁소(Magdalene laundries)’ 또는 ‘막달레나 수용소(Magdalene asylums)’는
타락한 여성 교화라는 명분하에 1344년경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아일랜드에서는 1767년부터 10여 개 시설에 약 1만 명의 여성이 수용되었고, 잉글랜드는 1758년 이후 300개 이상의 세탁소가 운영되었으며,
1800년 미국 필라델피아, 1848년 캐나다 토론토, 1852년 스웨덴, 1890년 호주에서 운영되었다.
노동 착취와 인권유린의 현장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최후의 막달레나 세탁소가 1996년에 이르서야 폐쇄되었다.
각 나라의 막달레나 세탁소 / ①아일랜드(1767년), ②잉글랜드(1758년), ③미국(1800년), ④캐나다(1848년), ⑤스웨덴(1852년), ⑥호주(1890년)
20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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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한국에서 왔고, 이름은 '윤여정' 입니다.
지난 오스카 이후 441일이 지난 후에야 열린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안에서 열린 지난 시상식과는 달리, 할리우드 최대 이벤트인 본 시상식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맹크>가 10개 부문 노미네이트로 가장 많은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으며, 플로리안 젤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더 파더>와 샤카 킹의 전기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긴 <미나리>,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 다리우스 마더의 <사운드 오브 메탈>, 애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이 작품상을 포함하여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한, 에메랄드 페넬 감독의 데뷔작 <프라미싱 영 우먼> 또한 작품상을 포함하여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저력을 과시하였습니다.
관심이 집중되던 부문 중,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바로 <노매드랜드> 였습니다. <노매드랜드>의 출연 배우이자, 실제 노매드인 '스웽키'와 함께 참석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며, 이날 시상식의 히로인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전 감독상 수상자인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하였기에, 오스카 최초로 두 명의 동양인 감독이 등장하여 의미 있는 장면을 연출되었습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여,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에 이어 이 상을 수상한 두 번째 여성 감독이 되었는데요. 클로이 자오 감독의 차기작은 마블의 <이터널스>이기에,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바입니다.
그리고, 모두의 염원대로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미나리>의 제작사인 플랜 B의 설립자이자 배우 '브래드 피트'가 시상자로 나서 윤여정 배우를 호명하였는데요. 윤여정 배우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국 BAFTA에서의 수상소감에 이어, 이번에도 '촌철살인' 수상소감을 전세계에 전했습니다. 먼저, 본 영화의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을 전한 뒤,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많은 유럽 사람들이 내 이름을 여영 혹은 정이라고 부르지만 모두 용서해드리겠습니다"라고 그녀 다운 수상소감을 전해 또 한 번 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뒤 이어, 그녀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언급하며, 배우들 모두 각자의 영화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해냈기에, 우리는 '경쟁'일 수 없다.고 말해 모두를 배려하는 연륜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윤여정 배우가 전세계 시상식을 휩쓸며, 전세계에 '한국' 영화를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전세계 박스오피스 5위에 달하던 한국 영화계가 이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나길 바라며, 오늘 오스카를 빛낸 이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
- 작품상
★ 노매드랜드
더 파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맹크
미나리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 감독상
★ 클로이 자오, <노매드랜드>
토마스 빈터베르그, <어나더 라운드>
데이빗 핀처, <맹크>
정이삭, <미나리>
에머랄드 펜넬, <프라미싱 영 우먼>
- 남우주연상
★ 안소니 홉킨스, <더 파더>
리즈 아메드, <사운드 오브 메탈>
채드윅 보스만,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게리 올드만, <맹크>
스티븐 연, <미나리>
- 여우주연상
★ 프란시스 맥도맨드, <노매드랜드>
비올라 데이비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드라 데이,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
바네사 커비, <그녀의 조각들>
캐리 멀리건, <프라미싱 영 우먼>
- 남우조연상
★ 다니엘 칼루야,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여우조연상
★ 윤여정, <미나리>
- 각본상★ 에머랄드 펜넬, <프라미싱 영 우먼>
- 각색상★ 플로리안 젤러&크리스토퍼 햄튼, <더 파더>
- 촬영상
★ <맹크>
- 편집상★ <사운드 오브 메탈>
- 미술상
★ <맹크>
- 의상상★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분장상
★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 음악상
★ <소울>
- 주제가상
★ "Fight For You",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 음향상
★ <사운드 오브 메탈>
- 시각효과상
★ <테넷>
- 국제 장편영화상
★ <어나더 라운드>, 토마스 빈터베르그
- 장편 애니메이션상
★ <소울>, 피트 닥터
- 단편 애니메이션상
★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해>, 윌 맥코맥
- 단편 영화상
★ <투 디스턴트 스트레인저스>, 트라본 프리
- 장편 다큐멘터리상★ <마이 옥토퍼스 티처>, 제임스 리드
- 단편 다큐멘터리상
★ <콜레트>, 안소니 지아치노
다시 한번,
올해 오스카를 빛낸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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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로써 영화, 감독의 목소리
현재 활동하는 전 세계 영화감독 목록을 뒤져봐도 홍상수만큼 다작하는 감독을 찾기 어렵다. 그는 매년 1, 2편의 영화를 시장에 내놓는다. 그가 15년 동안 성실히 쌓아둔 필모그라피 중 <강변호텔>(2019)이 유독 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늙은 예술가로서 홍상수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심증 때문이다.
홍상수는 배우에게 화면과 상황을 비교적 자유롭게 열어주는 감독이다. 그의 카메라는 역동적으로 움직이거나 화려한 기교 대신 우두커니 서서 인물들을 응시한다. 그래서 홍상수의 영화가 성립하는 지점은 '통제'가 아니라 '전복'에 가깝다. 그리고 인과가 전복(혹은 반복)하는 그곳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곤 한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에서 개연성 없는 자기부정이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2막 구조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강변호텔>에도 전복되는 두 상황이 있다. 하나는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를 찾지 못하는 아버지와 두 아들. 다른 하나는 벽 너머 영환(기주봉)의 죽음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두 여인의 얼굴이다.
강변호텔에 거주하는 늙은 시인 영환은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두 아들을 호텔로 부른다. 호텔로 찾아온 두 아들은 로비에 앉아 있던 자신의 아버지를 발견하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 아버지와 같은 장소에서 서로를 기다린다. 배경이 된 호텔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그들이 서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더욱이 작은아들인 병수(유준상)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영환을 찾지 못해 호텔 이곳저곳을 맴돌고, 함께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도 두 아들은 아직 식당 근처에 남아 있던 아버지와 만나지 못하고 따로 호텔에 돌아온다. 그렇게 아버지와 두 아들은 같은 공간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기만 할 뿐 조금씩 어긋난다.
그들의 대화 역시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큰아들인 경수(권해효)는 이혼한 사실을 고백하지 않고, 병수는 영환을 찾아 호텔을 헤맸었다는 사실을 숨긴다. 영환 역시 두 아들에게 방으로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아 병수를 찾아 헤매게 하고, 식당에서 나와 혼자 호텔로 돌아간다는 거짓말로 두 아들을 먼저 호텔로 보낸다. 대화의 결여와 오인은 소통의 실패로 이어진다.
그런데 줄곧 소통에 실패하던 두 아들과는 다르게 <강변호텔>에 등장하는 두 여인은 벽 너머에서도 영환의 죽음을 느낀다. 그 직전 장면에서 영환은 두 여인 앞에서 자신이 쓴 시 한 편을 낭독하는데, 영환의 목소리 뒤로 시의 화자로 추측되는 제3의 인물이 등장한다. 앞서 두 아들과의 대화에서 삽입된 두 번의 몽타주컷에서 영환이 호텔 주위를 거니는 모습이 등장한 것과는 대비를 이룬다. 두 아들과의 대화에서 등장한 몽타주컷에선 영환이 존재하지만 두 아들은 그 시점에 존재하지 않았다. 즉, 이 몽타주컷은 영환의 기억이지 두 아들과 함께 공유하는 기억이 아니다. 반면 마지막 몽타주컷은 영환과 두 여인 모두 그 시점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장면은 영환과 두 여인이 공유하는 기억이 아니라 영환 역시 두 여인과 같은 목격자이다. 같은 장면을 상상한 그들은 교감에 성공한다. 두 아들과의 소통이 실패로 돌아갔던 걸 고려해봤을 때, 말이 아닌 예술(시)로써 이뤄지는 소통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면으로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늙은 시인 영환은 대중인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 홍상수와 여러모로 겹쳐 보인다. 전 부인을 버리고 새로운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런 자신을 전 부인이 죽도록 원망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이런 점에서 나는 감독이 늙은 시인의 몸을 빌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내겐 <강변호텔>이 자신의 목소리가 오인될 '말'이 아닌 자신이 늘 하던 대로 '예술'로써 발언하겠다는 홍상수의 영화적 선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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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음속 우주, 그 황홀한 다채로움의 단면
7★/10★
러시아 출신의 인류 최초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파리 외곽의 허름한 가가린 아파트. 이곳에 흑인 청년 ‘유리’가 산다. 어릴 때부터 가가린 아파트에서 살아온 유리는 자연스레 우주 비행사를 꿈꾸었고, 아파트는 유리의 꿈과 현실을 동시에 지탱해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런 아파트가 안전 점검에서 기준에 미달해 철거가 결정된다. 사실 유리는 이전부터 친구와 함께 아파트를 수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안전 점검 평가 점수를 높여 가가린 아파트가 철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유리가 아무리 또래 청년들을 훌쩍 앞지르는 기술과 재능, 열정을 가졌더라도 가난한 흑인 청년이 아파트 철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유리의 절친한 친구를 비롯하여 주민들은 하나둘씩 가가린 아파트를 떠난다. 유리도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그를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해, 슬픔 속에서도 잠깐이나마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유리는 철저히 혼자 남겨졌다. 그러나 유리는 좌절하지 않는다. 텅 빈 아파트에서 자신만의 우주선을 꾸민다. 철거를 결정한 사람들보다 가가린 아파트를 훨씬 더 잘 아는 유리가 만든 아지트는 비밀스럽고도 안락하게 유리의 삶과 꿈을 보듬는다.
유리가 구축한 자신만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우주선’은 유리뿐 아니라 다른 소외된 자들이 연결되는 장소로도 기능한다. 마약 판매상, 이주자 2세 여성 등 파리가 품지 못해 떠도는 자들이 유리의 우주선에서 관계 맺으며 국가와 사회 바깥의 삶의 가능성을 잠시나마 실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취약한 토대로 인해 늘 불안정하다. 결국 유리는 또다시 혼자가 된다.
끝내 허물어지고야 마는 아파트에서 유리가 그토록 간절히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가가린 아파트에 살면서 우주 비행사라는 꿈을 키운 가난한 흑인 청년 유리는 그 추운 곳에서 홀로 남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유리가 창조한 세계를 영화로나마 엿본 자들은 어떻게 해야 또 다른 ‘유리의 우주선’이 사라지는 걸 막을 수 있을까…….
동명의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한 파니 라에타르와 제레미 트로윌은 굉장히 영리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유리의 세계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웅장한 음악과 장엄한 구도가 자주 등장한다. 허름한 가가린 아파트와 유리가 만든 우주선을 배경으로 말이다. 철거를 앞둔 아파트와 그곳에 사는 가난한 청년, 그리고 우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가가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유리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에 진지했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라는 뜻의 우주는 저 먼 하늘에만 있지 않다. 유리가 그러하듯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우주를 품고 있다. 〈가가린〉은 그 황홀한 다채로움의 단면을 포착하여 보여준다. 유리의 우주선이 보낸 SOS 신호가 많은 사람의 마음에 가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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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후에게 필요했던 건 과연 무엇이길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인 엘리자베트는 아름답기로 소문났으며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식단 관리와 엄격한 운동을 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왕실을 벗어나 불륜도 하고 이상한 행동들도 많이 했다. 그녀의 딸인 발레리는 엄마인 엘리자베트에게 귀여움을 받는 사랑스러운 딸이었으며 그런 엄마를 좋아한다. 또한 황제인 프란츠 요세프 1세는 자신의 아내이자 황후인 엘리자베트에게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지만 엄격한 왕실 속에서 살아가기가 힘든 엘리자베트였기에 그녀는 다양한 일탈을 하게 된다. 그토록 원하는 것을 누리던 황후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황족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닌가 보다.
일탈을 꿈꾸는 황후에 비추어진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
엄격하고 풍유로운 황실에서 벗어나고픈 엘리자베트는 1킬로나 되는 가발을 쓰고 우아하게 지내왔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엄격한 체중 관리와 몸무게를 재는 것은 답답하면서도 자신이 하고픈 일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하인들을 불러 욕조 속에서 숨을 참고 얼마나 버티는지 시간을 재도록 하고 답답한 가발을 가위로 자르는 행위도 한다. 그리고 많은 귀족 남자들에게 구애도 받고 불륜도 했던 엘리자베트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신병원으로 위문을 간 엘리자베트는 다양한 정신질환자들을 만나 보면서 자신의 삶도 왕실의 구속에 갇혀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딸인 발레리가 그린 그림을 앨리자베트에게 보여주는데 그 그림은 국민들에게 황후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모습이었다. 과연 수많은 일탈을 하던 그녀가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진정한 행복은 구속된 왕실에서 벗어나 평범한 자유가 아니었나 싶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에 대한 비극의 말로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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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 키싱부스
넷플릭스에서 유명한 하이틴 영화들이 몇 개 있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키싱 부스 등등. 하이틴 영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에는 나름의 이유는 있지 않을까 싶어 보았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예전에 후기를 남긴 적이 있고, 키싱 부스는 출퇴근 때 가볍게 보기 좋았다.
하이틴 영화에 늘 나오는 관계답게 주인공인 엘과 엘이 짝사랑하는 노아는 이루어지면 안 되는 사이다.
노아는 엘의 오랜 절친인 리의 형으로 엘과 리는 친한 친구의 법칙으로 서로의 가족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맹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연하게 엘은 노아를 짝사랑하고 노아도 알고 보니 엘을 짝사랑한다. 미국 하이틴 영화에서 늘 나오듯 남자 주인공은 싸움만 하고 여자관계가 복잡한 문제아지만(그런데 하버드를 간다.) 여주인공은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이다. 여느 영화와 똑같이 축제나 자선행사 같은 이벤트가 벌어지고 그 와중에 여주인공에게 위해가 되는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그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가 노아다. 그러니 둘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대외적으로 사귀는 사이임을 공표하지 못한다. 리의 존재 때문이다.
엘과 노아의 관계만큼이나 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친구와의 관계이다. 엘은 리에게 "사실 너의 형과 사귀고 있어. 너와의 약속은 깨버렸어."라고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계속 리에게 관계를 숨기지만, 우리 모두 이 노래의 끝을 알고 있다시피 당연히 관계는 들킨다. 관계를 들킴으로 리는 형과 엘에게 실망하고 셋의 관계는 파국을 마주한다. 파국을 마주했지만 긴장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나는 이 노래의 끝이 무엇일지 알고 있다.
주인공은 친구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사랑도 중요함을 리에게 말하고, 리도 그 관계를 존중해 줌으로 우정도 지키고 사랑도 지킨다.
영화의 제목이 '키싱 부스'이지만 키싱 부스가 제목으로 자리매김할 만큼 영화에서 특출나게 하는 역할은 없다.
영화 제작자는 아마 키싱부스를 플롯의 전환, 추억을 환기시켜주는 매개체 또는 10대들에게 운명적인 사랑 혹은 불타는 사랑의 매개체쯤으로 삼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중간중간 억지로 집어넣은 설정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리와 형의 관계 설정
"항상 형은 내 모든 것을 뺏어갔어. 그런데 이제는 너(엘)도 뺏어갔지."
엘과 리의 부모님의 관계 설정
"나는 너의 엄마와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자주 다투었지만 나중에는 왜 다투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살면서 정말 좋은 친구 한 명만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야"
이 외에 OMG 걸스나 리의 사랑이라든지 절친의 법칙 등등. 2020년에 키싱 부스가 공감이 갈만한 매개체인지, 자선행사나 학교 축제, 졸업파티가 설렘을 줄 수 있는 것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미국인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를 술술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최근 콘텐츠의 흐름을 기가 막히게 따랐다는 점이다.
이제 대중들은 갈등관계가 매우 복잡하거나 사건사고가 질질 늘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극이나 심각한 사건사고를 다룬 스토리 혹은 깊이 생각해야 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런 것들은 깊이 생각할 수 있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넷플릭스에도 "결혼 이야기" 나 "아메리칸 팩토리"를 비롯한 영화, 다큐 등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콘텐츠들이 있지만 이런 것들은 마음먹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선뜻 플레이 버튼을 잘 누르지 않는다.
키싱 부스는 플레이 버튼을 단순히 누를 수 있게 만든 영화다. 사람들이 플레이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있도록 갈등구조는 단순하게, 설정이 억지 같지만 대충 납득할 수 있게 (이거 알지? 어차피 중요한 거 아니니까 대충 넘어가자 식), 판타지는 적절하게 실현시켜주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도 플레이 버튼은 쉽게 눌렀지만 좀처럼 공감하지 못했는데, 이건 내 나이 문제다. 애초의 나와 같은 연령대를 겨냥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10대를 비롯한 20대 초반들을 겨냥했다. 보통 20대 중반 이후부터는 중요해지지 않는 "우정과 사랑을 양립할 수 있는가" 다. 거기에 빠른 교차편집, 단순한 갈등구조, 그들에게는 상식이지만 나에게는 공부해야 할 밈들이 애초부터 커트라인인 것이다.
나는 리의 어머니나 엘의 아버지 이 외 많은 등장인물들이 조명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웠는데 생각해보면 애초에 그들의 역할은 그 정도까지 인 것이다. 나는 스토리에서 쓸데없는 등장인물들은 없다고 생각하고 만약 등장한다면 당위성과 개개인의 특성을 잘 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10대들은 그렇지 않다.
10대들은 주변 인물들이 중요하지 않다. 주변 인물들이 내뱉은 말이나 상황이 중요하지 그 인물 자체가 꼭 있어야 할 당위성 같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속편이 제작되어 이미 개봉했다는 것도 보았다. 심지어 키싱 부스 3로 그 후속작까지 제작 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좀처럼 공감할 수 없는 문화의 상대성이 혼란스러운 영화였다. 이제 나도 구시대의 반열에 한 다리 정도는 걸쳐있는 것 같다.
"아저씨. 꼭 설명해야 해요? 대충 알자나요... 넘어 갑시다. "
키싱 부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까마구의 까망책방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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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유니버스
개봉순
컨저링(2013) - 애나벨(2014) - 컨저링2(2016) -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 - 더 넌(2018) - 요로나의 저주(2019) - 애나벨 집으로(2019)시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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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이름은] 정재헌 성우님의 타키 연기 드디어 공개!! 너의 이름은 명장면 황혼의 시간을 재연해봤습니다(feat. 황보, 라이언)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ine_massage/
EP.28
정재헌 성우님의 비공식(?) 타키 연기를 감상해봐요!!
*열악한 녹음 환경에서도 열연을 해주신 정재헌 성우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더빙 음성과 영상이 원본 감성 그대로 깔끔하게 살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빙 영상에 깔린 배경음악으로 Firefly Piano님께서 커버 음악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 감사합니다^^
Firefly Piano 유튜브 채널 : ? http://bit.ly/SubscribeFireflyPiano
해당 커버곡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75Lxu...
출연
황보 라이언 정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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