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서덕2025-09-27 18:49:25

[30th BIFF 데일리] 각자의 속도로 꾸준히 흐르는 우리들

커뮤니티 비프 <비연대기적 여성의 움직임 : 어제와 오늘> 리뷰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했던 유일한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은 <비연대기적 여성의 움직임 : 어제와 오늘>이었다. 네 명의 여성감독들의 단편영화로 구성된 프로그램에선 <Save the cat>, <굿마더>, <퀴어의 방>, <자매들의 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상영 후 GV도 이어졌다.

 

 

1. <Save the cat>

 

Director : 허지예

 

출연배우 : 이태경, 옥자연

 

시놉시스 :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는 영우와 진희.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작업실 앞에 버려진 고양이가 나타난다. 둘 뿐이었던 작업실에는 이제 매기라는 이름을 갖게 된 고양이도 함께 살게 되고, 그는 두 사람이 열지 않던 'M의 방'의 방으로 들어간다.

 

 

 

사람과 동물과의 연대, 작업하는 동료로서의 연대, 그리고 이제는 사라진 명진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상실의 연대가 담담하게 흐르는 작품이었다. 작품에 등장한 고양이 매기는 실제로 감독님과 함께 사는 조매기씨라고 한다.

 

 

2. <굿마더>

 

Director : 이유진

 

출연배우 : 오민애, 김예은, 하정민

 

시놉시스 : 딸 지수의 동성애를 알고 받아들이며 살아오던 중학교 교사 수미는, 어느 날 우연히 동료의 딸 결혼 축하 모임 자리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날 밤, 수미의 캐리어에서 충격적인 사진을 목격한 수미는 그 동안 자신이 딸의 정체성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믿음이 무너지며 두 모녀는 한 번도 나누지 않았던 속마음을 꺼내며 충돌하게 된다.

 

 

 

 

감독님피셜 사회의 부조리와 소수자, 정체성등에 대해 가장 뜨거웠던 시절이 투영된 작품이라고 한다. 아주 짧은 단편이지만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감정에 가장 쉽게 가닿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퀴어적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없는 관객이라도 '모녀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충돌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3. <퀴어의 방>

 

Director : 권아람

 

시놉시스 : '퀴어의 방'이라 명명한 네 개의 방과 그 안에 사는 다섯 명의 사람이 가진 공간과 목소리를 담아낸다.

 

 

 

 

방 안의 사적인 물건들 책, 옷, 스티커, 신발 등을 통해 정체성과 정서를 드러내는 방식이 신선한 작품이었다. 출연자가 원하는만큼만 공개되는 개인정보는 제한적이었지만 안전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대신 애정하는 물건과 방의 모습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이 어떻게 삶과 공간 속에서 숨겨지거나 또는 드러나게 되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故 이은용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4. <자매들의 밤>

 

Director : 김보람

 

출연배우 : 강애심(혜정 역), 오지영(정희 역), 이선주, 남미정, 이경성

 

시놉시스 :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다섯 명의 중년 자매가 첫째 혜정의 집에 모여 숨겨진 비밀과 갈등을 나누며 소통과 치유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혜정은 오빠의 칠순을 맞아 해외여행 선물을 준비하며, 막내 정희는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정희의 비밀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로 느껴졌지만 베테랑 배우들이 연기한 자매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어서 마치 이모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유쾌한 영화였다. 귓밥이 휘날리는 엔딩 속에서 모로 누워 눈을 맞추던 첫째와 막내의 눈맞춤은 말로 하지 않아도 그녀들이 서로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나는 이 작품의 결말을 열려있지만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여성감독의 어제와 오늘

 

이 날의 상영은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개성있는 네 명의 여성감독들의 초기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GV에선 당시의 제작 비화와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들으며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산에 맞는 영화를 찍자고 생각한 허지예 감독의 프로젝트 팀의 향방(?)과 촬영 당시 이태경 배우가 마주했던 삶과 죽음이 교차되었던 에피소드는 영화에 대한 깊이를 더 해주었다. 권아람 감독은 최근 작업했던 <홈그라운드>를 언급하며 <퀴어의 방>을 작업했던 때와 지금으로 이어진 화두의 변화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유진 감독은 최근 작업한 상업장편코미디 영화 <이반리 장만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열혈 홍보를 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타이틀이 '어제와 오늘'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시간이었다.

 

 

 

<비연대기적 여성의 움직임>의 숨은 공신, 여성감독네트워크 WDN


 

 

 

 

네 명의 여성감독들의 단편영화를 묶은 기획 자체도 좋았지만 디테일하게 영화의 상영순서가 하나의 큰 기승전결을 구성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큐레이션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이 기획의 숨은 공신은 네 감독이 속해있는 여성감독네트워크 (WDN)로 여성감독들의 연대와 활발한 활동에 적극 홍보와 지지를 하고 있는 여성 영화인 연대다. 네 명의 여성감독과 훌륭한 배우들, 그리고 WDN의 활발할 활동을 응원해 본다.

작성자 . 서덕

출처 . https://blog.naver.com/aleakyhouse/224023032348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