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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란2025-10-01 17:00:17

물론 비밀이고, 이 역시 <비밀일 수밖에>

비밀이 폭로 당함으로써, 가족 간의 진정한 소통의 길이 열렸다.

비밀일 수밖에 Homeward Bound, 2025

 

한국, 드라마 외, 113분

 

감독: 김대환     

 

 

 

 

 

물론 비밀이고이 역시 <비밀일 수밖에>     

 

 

 

출처: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스틸컷

 

 

 비밀은,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숨기지 않을 수 없기에 탄생한다. 평생 감출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강제적이든 자발적이든 언젠가는 반드시 공개된다는 전제하에, 비밀은 비로소 비밀이 된다. 비밀을 만든 사람도, 쫓는 사람도 비밀이 비밀로 숨죽일 수 있는 시간을 가늠할 순 없다.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밝혀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한 고유 성질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따라서 사람들은 비밀을 간직하거나, 이용한다. 영화 <비밀일 수밖에>는 이용한다. 가깝고도 먼 가족이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각각의 소우주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하나의 거대한 우주로 통합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발견하는 사람들, 그로 인해 분출되는 참을 수 없는 날것의 감정들까지, 영화는 분열 직전인 가족을 강제로 뒤엉키게 해 기어이 끝을 보게 한다. 


 

출처: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스틸컷

 

 

춘천에서 교직 생활 중인 ‘정하’의 집에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아들 ‘진우’와 그의 연인(제니), 제니의 일방적인 결혼 통보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부모(문철과 하영), 정하의 동거인 ‘지선’까지, 이들은 서로에게 반가우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내뿜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중심엔 진우와 제니가 있다. 진우는 어학원 사무직을 그만두고 요리 유튜버로 활동할 생각이고, 제니는 부모에게서 완전한 정서적 독립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소망은 가족들에게 쉽사리 닿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일로 갑작스럽게 집을 게스트 하우스로 내주게 된 정하에겐 암 수술과 지선과의 관계가, 세탁소 사업 중인 제니 부모에겐 사업 자금 부족 문제와 가족 문제가 비밀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인들이 가진 비밀을 지키면서 자식에게 바라는 바를 요구하느라 정신없다. 특히 정작 해야 할 말을, 다른 화두에 슬그머니 얹어 빙빙 돌려가며 얘기한다. 시간을 허비하는 게 분명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잠깐만이라도 후환을 덮어놓을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믿으면서. 그 결과 유일하게 수면 위로 드러난 부모와 자식의 동상이몽과 사돈 간의 기싸움은 피로감을 유발한다. 아무리 어쩔 수 없다지만, 진척 없는 사건은 지루할 수밖에 없으니까. 감독은 해법으로 인물들의 대화 속에 웃픈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시한폭탄(비밀)을 가진 인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뭉치고 해체되길 반복하며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과정은 분명 작품만이 가진 특색이다. 다만 이따금 이야기의 무게 중심을 아슬아슬하게 흔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출처: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스틸컷

 

 

 <비밀일 수밖에>에는 말하는 입만 있고 듣는 귀는 없다. 심지어 영화는 노골적으로 관객에게 눈을 더 크게 뜨고, 더 귀 기울여 들어주길 원한다. 심지어 모든 인물이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 본인의 가족이 아닌 지켜보는 제삼자, 우리를 붙잡고 열심히 호소한다. 문철의 기막힌 뻔뻔함도, 정하의 한없는 인내심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끊임없이 전달하려 애쓴다. 인물뿐만이 아니다. 인물의 외적‧내적 특징은 물론 춘천이란 배경, 이야기 진행 방식, 편집점까지 전부 내담자로 변신해 카메라를 뚫고 나오려 한다. 가족의 이해보다 관객의 이해가 더 급해 보일 정도로 말이다.

 

 

 

  시한폭탄이 터지고 인물들의 감정이 이성과 함께 폭발한다. 그들은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참아왔던 비난을 터트리고, 거대한 해일로 덮쳐오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멀리 도망친다. 그리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인다.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비밀이 폭로 당함으로써, 가족 간의 진정한 소통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오직 가족만이 할 수 있는 거짓말과 진심 그리고 이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을 강조했다. 블랙코미디로 가족이 가진 명암을 표현하며, 끊임없이 가족의 진정한 힘과 의미를 전달하려 애썼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희생과 맹목적 지지를 강요하고, 걱정과 미안함은 숨기기 바빴던 이들이 마침내 거울 속 자신을 보듯, 가족을 이해하게 된다는 따뜻한 결말, <비밀일 수밖에>가 원한 끝이 분명하다.

 

 

출처: 영화 <비밀일 수밖에> 스틸컷

 

 

 가족이기에 비밀일 수밖에 없고,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또 결과적으론 같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영화는 마지막을 상처가 잘 봉합된 해피엔딩으로 그렸지만, 지켜본 자들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들은 이제 막 겨우 첫걸음을 뗐을 뿐이란 걸.

 

 

 

물론 이 역시 비밀이고, 비밀일 수밖에 없다.     

작성자 . 우란

출처 . https://brunch.co.kr/@dkdnfk916/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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