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5-10-07 13:19:03
최악의 산불에서 아이들을 구한 작은 영웅들!
<로스트 버스> 리뷰
실화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패러다이스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 ‘캠프 파이어’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공포의 화염속에서도 22명의 아이들을 무사히 부모님에게 데려다 준 스쿨버스 기사 케빈과 교사 메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 영화로서 각색이 들어갔지만, 이 작은 영웅들의 용기와 책임감, 고뇌는 오롯이 영상에 투영된다.
아내와 이혼 후 아들과 함께 고향으로 온 케빈(매튜 맥커너히)은 스쿨버스 운전을 하며 먹고 산다. 홀로 된 엄마를 부양하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다투는 일이 많아진 그는 하루 하루가 힘겹다. 그러던 어느 날, 송전선에서 화제가 일어나고 거대한 산불로 이어진다. 케빈은 여느 때와 같이 등교 운행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던 중 화염 속 갇힐 위기에 처한 초등학생 22명을 태울 수 있냐는 무전을 받는다. 전날 심하게 싸운 후, 아픈 아들에게 약을 가져다 주려고 했던 그는 갈등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차를 돌린 후, 담임 선생님인 메리(아메리카 페레라)와 함께 힘겨운 탈출을 시도한다.
재난 실화 영화로서 기대감을 갖게 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연출을 맡은 폴 그린그래스다. 그는 <본>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9.11 테러 사건을 그린 <플라이트 93>, 2009년 머스크 앨라배마호 피랍 사건을 그린 <캡틴 필립스> 노르웨이 테러 사건을 그린 <7월 22일>를 통해 실화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마치 관객이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사실감이 넘치는 핸들 헬드 촬영 기법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 핸드 헬드 촬영은 주효하게 먹힌다. 산불로 인해 혼비백산한 사람들의 모습과, 아비규환인 상황은 이 촬영기법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여기에 산불에 따른 재난 상황을 스팩터클하게 보여준다.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산불의 무서움은 물론, 불티와 도시 전체를 뒤덮은 연기와 매연, 그리고 산불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특히 산불 시점샷은 주민들과 주인공들을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공포를 더한다.
영화는 단순히 스펙터클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등장인물의 사연에 공을 들여 그 균형을 잡아나간다. 그 중심에는 케빈이 있다. 산불 재난처럼 그의 상황도 재난에 가까운 것을 보여주는데, 특히 사랑하는 아들과 소원해지는 상황을 부각하면서 부성애의 초점을 맞춘다. 특히 산불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더 가까기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아버지 앞에 놓인 두려움과 큰 장애물처럼 보인다. 이런 이야기가 점층적으로 쌓아올려지면서 후반부 케빈의 산불 탈출기는 그 위력을 발휘한다.
각색으로서 영화에 맞는 옷을 입었지만, 이 작품의 힘은 실제 케빈과 메리의 이야기에 기인한다. 제작에 참여한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는 휴가 중 원작인 리지 존슨의 <파라다이스: 미국 산불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을의 투쟁>을 읽고 영화화를 위해 판권을 샀다. 그의 마음을 이끈 건 바로 케빈과 메리가 22명의 아이들을 구한 스쿨버스 이야기다. 인간으로서 어른으로서 갖는 책임감을 오롯이 행동으로 옮긴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경외심을 갖게 한 것. 영화를 보면 불길을 뚫고, 어떻게든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두 어른의 모습을 통해 제이미 리 커티스가 느꼈던 감동을 똑같이 얻을 것이다.
이 감동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건 매튜 맥커너히다. 그의 표정만 봐도 재난 속에서 침전되어 살아가는 인생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연기가 가장 빛나는 건 아픈 아들과 22명의 아이들 중 어디로 갈지 갈등하는 순간이다. 그 몇 초 되지 않는 순간에 보이는 그의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메리 역을 맡은 아메리카 페리라 또한 교사로서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안전을 책임지는 여성의 모습을 오롯이 표현했다. 특히 무섭고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교사로사 가져야 하는 희생 정신과 용기를 보여주는데, 이는 실존 인물에게 바치는 경외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로스트 버스>는 특별함보다는 재난 실화 영화의 정석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간혹 진부하거나 도식적인 연출이 눈에 밟히지만, 산불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작은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원래 목적에 큰 무리 없이 안전하게 도착한다. 최근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말
1. 영화가 끝나고 케빈과 메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막으로 소개한다. 두 영웅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더불어 산불 책임 소지에 대한 이야기과 배상 이야기도 나온다.
2. 캠프 파이어 이야기는 39분짜리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졌다. 넷플릭스 <그날, 패러다이스>는 3주 가까이 지속된 악명높은 산불을 기록한 작품이다. <로스트 버스>를 봤다면 이 다큐 또한 찾아보길 바란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애플 tv + 유튜브 캡처
평점: 3.0 / 5.0
한줄평: 재난 실화 영화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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