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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025-10-08 20:42:37

엄마가 손톱 발톱 깎고 아무 데나 버리지 말랬지?

영화 [포제션] 리뷰

이 글은 영화 [포제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너무 어려웠어요.

 

 

 

방향으로 말하는 진짜와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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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다음 영화

 

 

어려운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초반부는 더더욱.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마치 한 줌씩 대충 입에 집어넣는 팝콘처럼 이리저리 흩어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나는 그것을 주워야 하나 말아야 하는 기로에 서서 엉거주춤, 하지만 멈추지 않고 영화가 주는 팝콘을 대충 받아먹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영화는 나 같은 무지렁이도 알아챌 수 있도록 아주 작은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방향.

그것도 서로의 모습을 가장 확인하기 힘든 90도(degree) 틀어진 모습으로. 이는 영화를 지배하는 두 가지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가짜와 진짜를 분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비밀을 숨기고 있는 안나(이자벨 아자니)는 마크(샘 닐)와 언제나 그 각도만큼 비뚤어진 채 항상 서 있다. 단 한순간도 그들의 존재가 양립할 수 없음을 보여주듯이. 그러나 마지막 장면으로 가서는 총을 몇 발씩이나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마크의 곁에서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는 안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제야 자신과 마크의 죽음이 진짜들의 멸망임을 알게 된 것처럼.

 

 

두 번째는 진품명품(?)을 떠나 둘 사이에 얼마나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부부 사이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음을 인지한 뒤. 그들은 한 카페에서 양육권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마주 보는 것이 아닌, 90도로 꺾이는 지점에 있는 의자에 각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마치 독백처럼 흩어지고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서로의 모습에 그들은 더 분노한다. 안 나와 마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대화라기보다 그저 외침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밝음과 어두움으로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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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다음 영화

 

 

점점 그것에 잠식되어 갈수록. 안나는 가학적, 혹은 폭력적이라 할 수 있을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지하철(지하도)에서의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자아가 분열되는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실제로 울었음) 후반부로 갈수록 안나는 행동으로도 기괴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모자라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둔다. 

 

 

 

분명 해가 잘 들어서 실내건조 전용 세탁세제를 쓰지 않아도 냄새나지 않는 뽀송한 타월을 소유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아파트에서. 블라인드를 가득 친 집으로. 종국에는 그 냄새나는 지하도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사람의 몰골을 하고서. 그녀는 점점 어둡고 습한 곳으로 기어 들어간다. 

 

 

 

흥미로웠던 것은 마크 역시 점점 변해가는 과정에서 이런 어둠에 친숙해져 간다는 것이다. 그 역시 안나의 옆에서 같이 빨래를 널 것 같이 살더니, 비밀을 간직한 안나의 집으로. 그리고는 어둑어둑한 바(bar)의 화장실서 그녀의 연인이었던 하인리히(하인츠 베넨트)를 살인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속셈만큼이나 검은 밤에 하인리히의 어머니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앞서 언급했던 그들의 최후가 햇빛이 내리쬐는, 혹은 신과 가장 가까운 첨탑(처럼 보이는 건물이겠지)의 꼭대기에서 이뤄진 것을 보았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음을 시사하지만 그마저도 조금은 늦었다는 것에서 안타까움이 배가된다. 

 

 

빙의로 완성되는 소유;손발톱 먹은 쥐들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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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다음 영화

 

이 징글맞은 부부싸움(?)의 과정을 한 시간 반 넘어 보고 있노라면 정말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혐오의 감정들을 다 느낄 수 있다. 처음엔 연민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이들의 끝은 파멸밖엔 없겠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만큼 다채로운 아픔이 몸을 뒤덮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최후는 완벽하게 예상을 빗나가서 수미쌍관처럼 연민으로 점철된다. 

 

 

한때는 껍데기에 홀려 본질을 향한 진심을 잊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괴로울 정도로 집착하고, 때로는 서로의 변해가는 모습에 빙의되어 갔던 이유는. 두 사람이 영화 제목처럼 소유하고자 했던 것의 종착역이 결국 서로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변하기 전의 모습이었음에서 안타깝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에 결국 진짜 두 사람이 생을 마감한다는 것에서 처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안나와 마크의 손톱 발톱을 주워 먹고 진짜 행세를 신나게 하게 될 덩그러니 남은 가짜들의 모습과 함께, 귀가 찢어질 것처럼 울려대는 배경음에서. 이제 정말로 진짜가 남아 있기는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이 글의 TMI]

이런 영화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어떤 리뷰를 써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허망한 백지 위에 이자벨 아자니 예쁘다. 화내도 예쁘고 소리쳐도 예쁘고 울어도 예쁘다.라는 말만 한 30분 썼음.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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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

출처 . https://brunch.co.kr/@iltallife/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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