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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2025-03-27 13:19:39

<봄밤>: 봄의 공기로 꽉 채운 사랑

안판석 감독의 멜로와 연출

다시 다가온 봄을 축하하며 안판석 감독의 <봄밤> 을 꺼내본다. 안판석 감독은 <하얀거탑>,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는 드라마/영화 감독이다. 특히 김은 작가와 함께한 드라마에서는 연애 초의 설레는 분위기를 계절의 단상과 함께 유려히 담는데, 이런 연출방식은 안판석표 멜로만이 주는 특유의 설레임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안판석표 멜로의 설레임과 몰입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김은 작가의 대사, 이남연의 음악, 이국적인 수록곡 등 여러 공신이 있겠지만 본 포스트에서는 안판석 감독이 카메라를 다루는 방식을 중심으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대부분의 드라마 최근작들은 깔끔한 배경 오디오와 많은 수의 샷으로 씬을 구성한다. <봄밤>은 특이하게도 그와는 정반대의 방식을 택한다. 가감없이 드러나는 배경소음, 간소하고 호흡이 긴 샷구성, 그리고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16:9의 화면비까지.

<봄밤> 속에서 카메라는 대부분의 시간 인물들의 감정을 관조할 뿐,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이야기 전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런 연출의 방식은 극의 초반부에 두드러진다. 미디움샷~익스트림 롱샷으로 구성된 롱테이크 안에서 인물들은 컷의 방해 없이 대화를 나누고 움직이며, 이는 인물 간 다이내믹의 전달을 극대화한다.

 

 롱샷 -> 미디움샷으로의 블로킹 변화가 있는 롱테이크//출처 구글이미지

 

인간의 대부분의 몸짓은 무의식에서 비롯되기에, 때로는 표정보다 우리의 몸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안판석의 연출은 롱테이크와 넓은 크기의 샷에서 드러나는 배우의 몸의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차마 숨기지 못한 인물의 속마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인물의 비언어적 표현을 관조함으로써 감정선과 인물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포착하는 연출은 <봄밤> 특유의 여백을 빚어낸다. 유독 긴 대사 사이의 쉼표와 와이드한 구도 속에서 인물과 어우러진 '배경' 이 빚어내는 여백은 시청자들에게 화면 속 계절의 공기마저 체험하게 만들며, 안판석 드라마 특유의 입체적 질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안판석 감독의 연출은 결국 드라마란 '우리 주변에 즐비한 삶의 단면을 그린 매체' 임을 깨닫게 만든다. 삶에 화려한 카메라 무브먼트나 유려한 편집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온전히 우리들의 감각과 상대와의 다이내믹으로만 채워지는 하루하루를 우리는 꽉 채워 견뎌내고 받아들이며, 매순간 어떤 곳에 신경을 쏟을지 스스로 결정한다. 안판석 감독의 절제된 샷과 관조하는 카메라는 마치 우리가 삶을 인식하는 방식을 화면에 충실히 복사한 듯 하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대화의 풍경 속 '어디를 바라볼지' 선택권을 부여하며, 시청자들이 자신의 삶을 바라보듯 자연스레 드라마의 이야기 속에 녹아들게 한다.

가끔 치고 들어오는 타이트한 샷 (CU, ECU)이 전달하는 감정의 파급력이 더욱 큰 것은 덤. 멀리서 가만히 인물들을 바라보던 카메라가 그들에게 다가가는 순간, 시청자들은 속절없이 인물의 감정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심장소리를 닮은 OST, 애정해 마지않는 레이첼 야마가타의 허스키한 목소리, 이남연의 마법같은 스코어, 김은 작가의 직설적인 대사, 그리고 안판석 감독의 연출.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봄밤> 은 타인에게 속절없이 빠져들던 어떤 순간의 설렘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 봄밤은 넷플릭스, 왓챠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작성자 . kitkatniss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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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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