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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2025-07-14 13:04:42

잡으며 놓아가는 평범의 값

<넷플릭스 시즌 7 / 1화 : 보통사람들>을 보고서

 

 

 

 

어디에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원래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어릴 적에는 깨닫지 못했던 이 말은 해가 넘어갈수록 나를 납득하게 만들었다.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값은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블랙미러의 새로운 시즌 1화인 <보통 사람들>은 그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치러야만 하는 값에 대해 그린 에피소드이다. 뇌종양으로 쓰러진 아내의 머릿속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뇌조직이 들어있고, 이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비싼 값을 요구한다. 마치 우리가 흔히 이용하고 있는 구독서비스와 같은데, 이것의 대표 격이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이런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돈을 내고도 광고를 보게 하는 것은 네놈들이잖아.'라는 말이 입에 맴돈다.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광고가 튀어나오고, 처음에는 호의인양 베풀며 무료로 이용하게 해 주었던 것들이 점차 유료로 바뀌어간다. 광고를 말하지 않는 아내와 여행을 떠나는 이 보통의 삶을 위하여 남편은 자신의 존엄성을 팔아 돈을 구한다. 남편의 고통은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의 결말을 보지 않아도 이 부부의 끝이 어떨지 알아버리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자 특별한 것들을 내놓아야만 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이다. 그 어떤 호러와 견주어도 이보다 무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보험민영화인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일상에서 이용하는 OTT뿐만이 아니라 생명과 곧 직결된 값을 꽤 지불하고 있기에 이 드라마가 더욱 와닿았을 것이다. 사실 보험의 유무를 떠나 보고, 듣고, 입는 그 모든 것이 점차 구독화되어 가는 현 상황에 어느 나라더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져가는 과정이 미치도록 현실적이고 잔인하여, 보고 나면 내가 본 것이 과연 허구의 이야기인지에 대해 생각이 잠긴다. 근미래에 이런 일이 닥칠 것만 같다. 아니 이미 앞에 와있는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지금 시대에서 '인간적'인 것을 지키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사고하고 창의 하는 것 역시 기계에게 위탁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것만큼은 잃지 않아야 될 것들을 생각해놓아야 할지 모른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이 극의 포스터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라는 이 평범한 수식어가 이토록 어려운 것일 줄이야. 잡으며 놓아가는 것들이 그토록 평범한 것일줄이야.

작성자 . 사서 유

출처 . https://brunch.co.kr/@librarianyu/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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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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