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8-03 10:54:41
전쟁영화 문법에서 약간의 변주를 주다
전쟁영화는 잘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고수, 신하균, 이제훈이 나온다기에 팬심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 <고지전>. 전쟁영화인만큼 잔인한 장면이 꽤나 있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전쟁영화보다는 나름 담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고지전> 시놉시스
1951년,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은 끝났다 이제 모든 전선은 ‘고지전’으로 돌입한다!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음을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에게 동부전선으로 가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그 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을 만나게 된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중대는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 모습을 보이고 갓 스무살이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 등 뭔가 미심쩍다. 살아 돌아온 친구,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는 오직 병사들의 목숨으로만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격전지 애록고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고지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지옥같은 2년을 그리다
전쟁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들이라 하면 6.25 초반 치열했던 전투를 그리는 경우가 많았었다. 하지만 6.25전쟁에게 가장 많은 피해와 소모전이 있었던 시기는 초반이 아닌 전선이 고착화되고 난 후반의 시기다. 이때의 역사를 잘 표현한 작품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고지전은 그 제목 그대로 소모전의 양상과 전선 고착 지역에서의 뺏고 뺏기는 싸움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
그리고 전투 장면만 담는 것이 아니라 전투 직후,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때의 모습도 간간이 보여서 전쟁에는 전투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무엇을 위해 싸웠을까?
영화 <고지전>에서 인상적인 대사를 꼽아보자면 마지막 장면의 대사다. 북한군 장교였던 류승룡이 하는 말이었다. 분명히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알았는데 이제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마지막 숨을 쉬는 장면이었다.
전쟁의 이유도 알지 못하고 국가가 전쟁을 일으켜서 끌려온 사람들이 살기 위해, 집에 돌아가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전쟁의 비윤리성을 바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 부분이 영화 <1917>과 통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끝낼 수도 있ㅇㅆ지만 마지막 사람이 죽을 때까지, 마지막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는 전쟁의 부조리함이 잘 느껴졌다.
그래도 편안한 장면들이 곳곳에 있어 좋았던 작품
다른 전쟁영화들보다 영화 <고지전>을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전투의 요소에 집중했다기 보다는 전쟁 속에서 북한군과 남한군의 개인적 교류에도 어느정도 할애를 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동원에 의해 전쟁에 참여하지만 그 이데올로기가 전면에 나온다기 보다는 개인적 감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그 요소를 북한군과 남한군이 애록고지에서 소통을 하는 부분으로 등장시킨다.
전쟁 영화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전쟁을 겪으며 느낀 개인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서 그 정치색을 어느 정도 들어낸 것 같아서, 그리고 생각보다는 조금 드라이한 전쟁영화여서 개인적으로 거북하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전쟁영화 특유의 문법 때문에 전쟁영화를 보는 것에 지친 사람들에게 꽤나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영화 <고지전> 역시 그 특유의 문법을 따르고는 있지만 약간의 변주를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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