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8-06 16:50:25
[8월 셋째 주 영화 한줄평] <팜 스프링스>
씨네랩 연구원 시사 리뷰
여름의 끝을 장식할 판타스틱 썸머무비 <팜 스프링스>의 시사에서
2주나 빠르게 <팜 스프링스>를 보고 오신
'씨네랩' 연구원 분들의 한줄평, 한 번 확인해볼까요?
<팜 스프링스>
<기생충>을 넘어
선댄스 최고가 경신!
Hulu 스트리밍 최고치 기록!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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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는 소설의 기본, 갈등은 최고의 소재"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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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는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가까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나는 브로맨스(라 칭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에 크게 동하는 편이 아니었다. 반면 <윤희에게>나 <캐롤>과 같은 영화는 겨울이면 생각난다. 그건 아마도 내가 여성이기에 여성-남성, 여성-여성의 감정선은 따라갈 수 있으나 남성-남성의 감정선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일 거라 짐작한다.
<장르만 로맨스>는 별안간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여, 지금 왓챠 오리지널로 핫하다는 <시멘틱 에러>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 재미있는 걸 왜 여태...
아무튼, <장르만 로맨스>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극중 김현(류승룡 분)의 말처럼, "관계는 소설의 기본, 갈등은 최고의 소재"임을 충실히 살렸다.
출처: 네이버 영화
"사랑 맞아요. 제가 알아요."
중첩된 관계들이 서로의 바깥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김현-미애-성경 가족, 김현의 새 가족, 김현-남진-유진, 김현-순모-미애 등 이들은 태엽처럼 서로 맞물려 있다. 관계의 중심에는 김현이 있고, 영화는 김현을 중심으로 주변인들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이 관계들 중 속편한 쪽은 어디에도 없다. 잘나가는 소설가이지만 7년째 작품을 내지 못하는 김현과 그런 김현만 보고 사는 출판사 대표 순모. 순모는 김현의 전 부인 미애와 비밀리에 연애 중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운 아들 성경은 이상한 관계에 빠진다. 김현은 친구였던 남진과 절연했는데, 술 취해 찾아간 남진의 집에서 유진을 만난다. 남진은 유진을 사랑하고, 유진은 김현을 사랑한다. 정말 단 하나의 관계도 편치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이 영화의 매력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거나 중상모략을 꾸미거나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리는 인물이 없다는 점에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확하게 사랑한다고 말할 뿐이다.
김현을 찾아온 유진은 다짜고짜 사랑을 고백한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랑. 그래서 상처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랑이다. 그렇게 김현의 집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다음 날 학교 강의에서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만 유진은 숨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강의를 듣고, 김현이 앉은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다.
사랑한다고 해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당신이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망가졌다는 식으로 피해자가 되어 죄책감을 전가하지도 않는다. 유진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유진의 마음은 문학적 동경일 거라고 재단하는 김현에게 안겨 유진은 말한다. "사랑 맞아요. 제가 알아요."
오히려 일상이 무너진 건 미애 쪽이다. 십 년 전에 김현과 이혼했는데도 김현에게 애인이 생긴 것 같다는 순모의 말에 날카로워진다. 결국 아들까지 속여가며 강원도 여행을 갔는데도 머릿속에는 김현 생각뿐이다. 바람나 헤어진 전남편에게 애인이 또 생긴다는 것은 충분히 예민할 만한 일이다. 그런 미애를 보며 순모가 불만을 가지는 것또한 그럴 만하다.
김현 때문에 서로 예민해지는 바람에 여행을 망친 미애-순모 커플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가 난다. 보험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동승자 신상까지 조사를 해야 하기에 미애는 택시를 잡아 탄다. 30년지기 친구의 전처와, 전남편의 30년지기 친구가 연애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 때문이다.
순모는 연락이 닿지 않는 미애 때문에 운다. 모든 것이 다 까발려지고 난 뒤에도 운다. 결국 김현에게도 고백한다. "내가 먼저 미애 좋아했어." 미애 앞에서 우는 순모에게 미애는 역시 말한다. 사랑한다고. 화를 내면서도 미애가 타고 떠난 택시의 번호판을 열심히 찍고, 여행일정이 마음에 안 들어도 최선을 다하고, 우는 모습도 좋다고 말하는, 그게 사랑 맞지, 달리 뭐가 사랑일까.
상처받은 사람의 뒷모습은 거의 다 똑같다
김현-미애의 아들 성경을 보자. 성경은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청소년이다. 성경은 가뜩이나 여자친구가 임신을 한 바람에 헤어졌는데 이혼한 부모의 부적절한 행위까지 목격한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쟤 왜 저러나' 싶은 인물이더라도 우리는 성경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게다가 엄마는 눈에 다 보이는 거짓말로, 아빠의 절친과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세상에 내던져진 성경이라는 존재는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 거리를 배회한다.
떠돌이 강아지가 된 성경에게 나타난 정원. 정원은 옆집 이웃이다. 집 나온 성경을 보살펴주고, 같이 놀아주는 정원의 마음을 성경은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정원도 사랑일 수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우선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사랑은 범죄다. 어른은 어리숙한 미성년자를 사랑할 것이 아니라, 잘 돌봐주어야 한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을 사랑하는 학생의 마음은 정상, 그런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교사는 비정상인 것처럼. 그러나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갈 수 없는 성경은 정원에게 빠진다. 정원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여자'라는 환영을 사랑한다.
정원의 남편이 돌아왔을 때 성경은 남편을 패버리고 경찰서에 가는데, 정원의 남편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성인 남자의 눈에 성경은 미성년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대도 안 되는 놈'일 뿐이다.
집으로 돌아온 성경은 엉엉 울어버린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운다. 표면적으로는 정원의 거절 때문이겠지만, 그동안의 외로움과 서러움, 혼자 남은 아이의 불안과 공포가 내재되었을 것이다. 결국은 성경은 사랑의 경험으로 성경은 성장할 것이다. 이성의 사랑과 찌질하게 우는 자신을 도닥여주는 부모의 사랑.
사실 아들이 거리를 떠돌며 사랑을 갈구할 때, 아버지 김현은 유진의 집에 있었다. 유진의 소설 때문이었다. 학부생의 습작이라고 무시했던 작품을 출판사에서 호평하자, 김현도 작품을 읽어 보고는 7년만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부터 김현과 유진이 같이 작업하여 장편 하나를 완성해낸다.
예술계의 사정과 젊은이의 재능을 이용하는... 뭐 그런 이야기들은 일단 차치하도록 하자. 그들은 같이 쓴다. 쓰고, 이야기하고, 싸우고, 술 마시고, 또 쓴다. 왕가위의 <아비정전>을 조그만 TV로 보며, 유진은 자신이 아비(장국영 분)와 닮았다고 말한다. "상처받은 사람의 뒷모습은 거의 다 똑같거든요."
급기야 술에 취한 김현은 골목에서 유진의 뒷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데... (나 이런 거 좋아했네, 라는 말을 이해했다.)
유진은 게이라는 이유로 학과 내에서 조롱받고, 남진의 질투심으로 김현과 유진이 연인관계라고 소문이 퍼져 김현이 두문불출하고 있을 때, 스스로 뉴스에 출연해서 자신이 김현을 사랑하는 건 맞지만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일축한다. 이토록 정확하고 성실한 사랑을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
4월 1일 만우절 딱 하루에만 존재하는 나라가 있다. 리투아니아 내에 있는 '우주피스 공화국'이다. 면적 0.6제곱킬로미터로, 공원 크기의 나라이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정식 국가라고. 김현은 유진의 집에서 우주피스 공화국의 사진을 본다.
뉴스를 보고 찾아간 유진이 집을 내놓고 사라지고 자신에게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김현은 베낭을 메고 리투아니아로 향한다. 그리고 기적처럼(예상되기는 해도) 그곳에서 유진을 다시 만난다. 유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김현에게 유진은 다시 외친다. 사랑한다고. 어쨌든 만우절이고, 만우절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날이다.
어디에선가 어려운 사랑을 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황인찬, <무화과 숲>)이라는 시가 떠오르는 이야기.
관람 포인트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런 장르에 홀린 것 같다. 이렇게 영화 속 인물들이 잘 되길 빌어본 게 얼마만인지... 추천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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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미씽 발렌타인 / 消失的情人節, 2020
피아노만으로 소개되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청설2009>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 "넷플릭스"에 공개된 <나의 Ex2018>는 "대만 영화"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보여준 영화들입니다.
마치, 버블티에 담아있는 "타피오카 펄"처럼 관객들의 가슴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데, "대만 로코"만한 것은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국내 성적을 기대했는데, 영화는 첫 주 박스오피스 6위에 그쳤으며 누적 관객은 5,588명(01.19 기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들려오는 평가가 좋았음에도 그게 성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이런 이유에는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이 "메가박스"만에서 상영하는 제한적인 부분이나 유달리, 신작들이 많았다는 점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해 들은 것들이며, 직접 느낀 것들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직접 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확하고 빠르기에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과연, 영화는 들려온 것처럼 재밌었는지?' -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모든 것이 빠른 여자, "샤오치"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와 "밸런타인데이"에 데이트를 한다는 것에 기대하지만, 정작 "밸런타인데이"는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신발에는 모래가 가득하며 피부는 어딜 갔는지 빨갛게 익어버렸고요.
그리고 이 일이 있고 난 후, 매일 우체국에 편지를 보내는 남자 "타이"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샤오치"는 잃어버린 밸런타인데이에 "타이"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에 의심하는데...
1. 시간이 지날수록 다르게 보이는 이야기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는 119분으로 많은 분량을 가진 영화로 관람 전부터 부담스러울 겁니다.
웃고 즐기자는 분량과는 거리가 꽤 되니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할지 또 그것을 잘 알아먹을지도 걱정이 들 겁니다.
하지만 <마이 미씽 발렌타인>는 이런 예상과는 다르게, 가벼우면서도 즐거운 느낌으로 전개되는데요.
무엇보다 영화는 하나의 이야기를 "샤오치"와 "타이"라는 두 캐릭터로 나눠 각각 전개하며, "샤오치"의 이야기가 앞서 언급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하루를 바라보는 두 캐릭터의 차이
먼저, "샤오치"의 시점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앞서 언급하듯이 재밌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그녀가 "밸런타인데이"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과정 없이 통보되기 때문인데요.
<부부의 품격>이나 <펜트하우스>와 같이 "막장"을 다룬 작품들이 이를 활용하는 이유에는 "막장"에는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정 이상의 설명이 쌓이면, 이를 해소하듯이 터지는 것이 일반적인 작품이라면 "막장"은 이런 과정보다 결과부터 발표하고 과정을 쌓아올리는데요.
그런 점에서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샤오치"이야기는 그녀가 "밸런타인데이"가 사라진 이후 과정이 주되기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외에도 깨방정을 떠는 그녀의 모습도 가벼운 분위기의 해당 이야기에 어울리기까지 하니 더더욱 첫인상이 나쁘지만은 않을 겁니다.
2. 똑같은 구성?, 아니 조금 달라요.
그렇다면,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후반전 "타이"이야기는 어떤 느낌일까요?
앞서 "샤오치"와 비슷한 구성이나 후자에 속한 만큼 앞선 이야기를 활용하며, 첫 관람인데도 N회차하는 느낌을 제공합니다.
그렇기에 앞서 바라본 "샤오치"의 이야기도 새삼 다르게 느껴지는데요.
앞에서 소개하듯이 "샤오치"는 "타이"가 아닌 "류원썬"이라는 남자와 연애를 하는데, 앞선 이야기에서는 이 캐릭터는 완벽한 남자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타이"의 이야기에서는 이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는데요.
이로 인해, 인상이 달라지니 이를 막으려는 "타이"의 모습은 "샤오치"의 깨방정과 다르지만 웃음을 만들어내는 똑같은 결과로 치닫습니다.
후반전, 인저리 타임도 추가해서...
이렇게 본다면, 영화는 다른 캐릭터로 이야기를 북붙한 것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 "타이"의 이야기에는 "샤오치"가 궁금했던 잃어버린 밸런타인데이의 질문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이를 자신만의 비유들을 섞어낸 소재들과 함께 소개하여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오는데요.
그러면서, 내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해왔던 <마이 미씽 발렌타인>이 처음으로 분위기가 촥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영화는 "사진"과 "편지"로 "타이"가 "샤오치"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3. 시간을 맞춰나가는 노력!
포스터에서도 있듯이 "샤오치"는 뭐든지 빠른 여자, "타이"는 뭐든지 느린 남자로 서로가 맞질 않습니다.
여기에 "샤오치"에게는 썸남까지 생겼으니 "타이"로서는 더 이상 그녀와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타이"가 선택한 "사진"과 "편지"는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연인에게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서로의 발걸음이 맞지 않아 누구는 앞서고 뒤처지는 모습이고 춤으로는 서로의 발을 밟아 고통만 더하니 정상적인 관계로 볼 수 없는데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타이"가 선택한 "사진"과 "편지"는 과거에 있던 일들을 기록하는 것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현실과는 다르게 정적이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앞에서도 말했듯이 서로 다른 보폭을 가진 두 캐릭터의 간격은 더 벌어지고 말테니 사랑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타이"와 "샤오치"가 서로 시간이 맞지 않겠지만 "사진"과 "편지"는 시간에 구애받는 물건들입니다.
이를 기록하고, 바라봄으로써 두 캐릭터는 비로소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니까요.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단연, 가장 큰 쾌감은 서로 달랐던 두 캐릭터의 시간이 차차 맞아들어가는 점입니다.
4. 결국, 당할 수밖에 없는 엔딩
그도 그럴 것이 두 캐릭터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이들은 각자의 시간에 맞춰진 것이 보입니다.
앞에서도 소개하듯이 "샤오치"는 모든 것이 빠른 여자로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나 영화를 보면서 웃는 것으로 일반인에 비해 빠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우편물을 보내는 과정에서 "타이"보다 빠르게 잔돈을 거스르는 것으로 시간이 맞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타이"의 이야기에서도 이런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고요.
서로의 시간을 맞추며...
역시 앞에서 소개하듯이 모든 것이 느린 "타이"는 남들보다 느린 반응들과 버스를 운전하는 것으로 자기가 주도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이들은 각자의 이야기에 자신에게 익숙한 시간을 보여줄 뿐 "샤오치"는 "타이", "타이"는 "샤오치"에게 맞춰주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엔딩에 비로소, 이들의 시간이 맞는 장면이야말로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에 보기 꺼려 하는 관객들은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는 영화가 "시간"을 다루었기에 그럴듯한 이론을 바탕에 촘촘한 설정까지 있어 어려운 영화로 인식될 테니까요.
하지만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본 관객들은 그런 딱딱한 영화가 아님을 알 겁니다.
그렇기에 두 주인공의 시간대가 맞물린다는 마지막 장면도 옳고 그르냐를 떠나 살짝, 눈감아줘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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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슬픈 영화 추천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남은 인생 10년
(23.05.24 개봉)
감독: 후지이 미치히토
출연: 고마츠 나나, 사카구치 켄타로 등
'남은 인생 10년' 보러 다녀왔어요!
영화관 가서 볼 정도의 퀄리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5월 개봉에도 눈 감고 있었는데
역시나 영화관 가서 볼 정도는 아니구요 ㅠㅠ
본편보다 예고편을 잘 만든 케이스더라고요......
<너의 이름은> OST 부른 RADWIMPS가 노래를 불렀길래 와 이건 백퍼 오열 각이다 싶었는데
그 노래는 엔딩 크레딧에만 나와서 ㅠㅠ 짜게 식음
레드윔프스를 가수로 썼으면 당연히 본편에 부르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센스가없어 센스가~~
다음은 '남은 인생 10년'의 줄거리입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난치병으로 로10년의 삶을 선고받은 '마츠리'는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루하루 애틋하게 사랑한 두 사람
하지만 쌓이는 추억만큼 줄어드는 시간 앞에
결국 마츠리는 카즈토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영화 <남은 인생 10년> 줄거리
줄거리는 여느 일본 영화에서 봤을 법한 흔하디 흔한 불치병 여주의 이야기예요 ㅋㅋ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남주가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우울감에 빠진 상태란 건데
그래서 더욱 서로의 감정을 치유하는 좋은 관계가 되었고
로맨스로 빠지는 개연성이 완벽해졌어요
다만 아쉬웠던 점은 과정을 너무 질질 끌었단 거
여러 계절이 지날 동안 마츠리와 카즈토는 사귀지 않아요
그들의 친구들이 사귈 동안 썸만 길게 탈 뿐 결국 사귀자고 고백하는 카즈토를
앞으로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츠리가 거절하죠
그런 과정이 두세 번은 반복되는 거 같아요......
사실 '남은 인생 10년'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예고편에서도 마츠리와 카즈토가 행복해 보이는 장면을 그렇게 많이 뿌려 놨다면
행복한 연애, 하지만 곧 헤어져야만 하는… 을 메인 소재로 잡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체감상 썸 8년 연애 1년 반 후회 반 년임
엔딩은 당연히 행복하게 사귀던 둘이 마츠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이별하게 되고
오열하는 카즈토와 오열하는 관객,, 이 될 줄 알았거든요
근데 자신의 미래를 버티지 못한 마츠리가 죽기 전 미리 카즈토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각자 알아서 잘 살다가 마츠리가 쓴 소설을 보며 다시 그녀를 찾아가는 카즈토
그러나 그녀는... 죽음으로 끝나요
엔딩으로 갈수록 실망이 너무 커졌어요
관객이 울 만한 텀을 꼭 넣어 줘야 하는데
울려고 하면 관계 파탄 또 울려고 하면 다음 스토리
이런 식으로 여러 개의 사건을 겹쳐 버리니까
언제 울어야 하는지... 애매해지더라고요
볼 거라곤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켄타로 얼굴뿐인...
아 그리고 카즈토 덥수룩한 머리에서 짧게 자르게 된 것도
잘생긴 얼굴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막 슬로우 모션 걸고~ 이럴 줄 알았는데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짧은 머리로 생활하고 있는 거로 넘어가서 좀... 실망이었어요......
남주 진짜 잘생긴 거 모르겠었는데 머리 자른 담에 아 잘생긴 얼굴이었구나 싶었단 말이에요 ;;
*스토리: ★☆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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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때마다 다른 감상이 나오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대해 많이 접하지 못했을 때 어렸을 적 바로 떠오르는 작품은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다. 한 작품을 많이 보지 않는 편임에도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는 계속해서 볼만큼 익숙하면서도 묵혀두고 찾아보고 싶은 작품이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시놉시스
소녀가 마법에 걸린 순간, 꽃미남 마법사의 성문이 열렸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되어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 이 이후로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면의 성장으로 젊음을 되찾다
소피가 황무지 마녀의 질투로 인해 90살 할머니로 변해버리면서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렸을 때는 황무지 마녀가 언제 마법을 풀어주나 하다가 마녀가 치매 걸린 할머니로 변해버리고, 하울과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면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를 다시 보면서 할머니에서 다시 원래의 소녀로 돌아가는 것은 하울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를 회복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는 아버지가 물려준 가업을 그대로 이를 생각만 하고 스스로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자 동생이 언니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조언을 한다.
90살 할머니가 된 소피 역시 수동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나서고 본인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점점 성장을 해나간다. 그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은 설리먼과의 대면신이 아닐까 싶다. 솔직하게 자신이 본 하울을 설명하면서 전쟁에 대한 자신의 의견까지 덧붙일 줄 아는 독립적인 여성임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처럼 내면의 성숙이 완성되면서 소피는 다시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머리색만큼은 백발의 모습 그대로 남는다. 이는 아마 할머니였을 때의 내면 성숙을 이룬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가 싶다.
새로 시작하기 위해 파괴한다는 것
어렸을 때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하울과 소피가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다. 그때 인생의 회전목마 ost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굉장히 판타지적이어서 뇌리에 박힌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소피가 하울의 성을 부시는 장면이었다. 하울을 살리기 위해서, 성을 쫓는 설리먼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소피는 이 성 자체를 파괴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캘시퍼에게 연료로 주면서 무너진 성을 다시 일으킨다.
현재 상태에서 이 기반을 가지고 움직일 수 없다면 그 기반을 무너트리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이었다.
가족의 의미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저 하울과 소피의 사랑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보면서 느낀 것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를 따르는 마르크는 마법을 배우는 어린아이로 아직 손길이 필요한 존재다. 그렇게 소피는 마르크에게 할머니로서 엄마로서 누나로서 존재하게 되고 마음만은 소녀인 소피에게 치매에 걸린 황무지 마녀는 고민을 털어놓고 잠깐은 기댈 수 있는 할머니로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토록 하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캘시퍼 역시 자신의 쓰임을 알아주는 소피와 하울에게 다시 돌아간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볼 때마다 작품의 해석이 달라지는 듯하다. 놓쳤을 장면을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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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땅에서 서로의 온기로 살아남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
ⓒ넷플릭스 <로기완>
좋아하진 않아도 그 배우의 연기력이나 안목이 좋아 출연작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겐 그런 배우 중 하나가 ‘송중기’다. 달달하고 로맨틱한 이야기의 주인공보단 매번 척박하고 험난한 장르물의 주인공이기를 자처하는 배우.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도 그런 마음에서 보게 되었다.
로기완 줄거리 #1
탈북 청년의 냉혹한 벨기에 생존기
ⓒ넷플릭스 <로기완>
<로기완>은 탈북한 청년이 벨기에라는 낯선 땅에서 견디고, 버티고, 살아남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기완(송중기)은 탈북 후 중국 연길에서 숨어 지내던 중 공안에게 발각이 되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언제든 자살할 수 있도록 옷소매에 면도날을 감추고 다니던 그 삶을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쓰레기통을 뒤져 곰팡이가 핀 음식을 먹고, 엄동설한에 화장실에 누워 잠을 청하는 삶.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나라를 떠나 긴 방랑을 하는 청년의 이야기는 먹먹함을 넘어 보기가 고통스러운 수준이었다.
로기완 줄거리 #2
난민정착지원금과 조선족
ⓒ넷플릭스 <로기완>
벨기에에서는 탈북민을 위한 난민 정착 지원금이 나온다. 기완은 그 정착지원금을 받기 위해 스스로 탈북민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참 녹록지가 않다. 탈북인의 신분으로는 취업도 힘들어 조선족이라고 속여 취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또 기완의 발목을 붙잡는다. 탈북임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조선족의 신분으로 취업한 사실이 탄로 나기 때문이다. 탈북인인 동시에 탈북인이면 안 되는 기완을 보며 느꼈다. 모든 이에게 똑같은 무게의 삶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냉혹한 사실을.
로기완 줄거리 #3
마리와의 로맨스, 그리고 선주
ⓒ넷플릭스 <로기완>
ⓒ넷플릭스 <로기완>
그래도 죽으리란 법은 없다고, 기완의 삶에도 온기는 찾아온다. 기완의 돈을 훔치려고 했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연인이 되는 ‘마리’, 그리고 기완에게 동족으로서의 곁을 따뜻하게 내어주는 ‘선주’다. 나는 그들의 존재가 너무 기쁘고 애틋했다. 엄마를 여의고 삶의 의미를 잃은 ‘마리’가 연인이 되어주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팍팍한 처지에 기완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주던 ‘선주’가 없었더라면 기완은 과연 그 차가운 세상을 버틸 수 있었을까.
《로기완을 만났다》
원작 소설과의 차이, 뭐가 다를까?
ⓒ넷플릭스 <로기완>
원작소설로 알려진 <로기완을 만났다>와는 줄거리에 큰 차이가 있었다. 소설이 오롯이 기완의 생존과 성장을 담았다면, 영화에서는 마리와의 러브라인과 선주라는 조력자가 있기 때문이다. 두 캐릭터 다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라고 한다. 원작과는 너무 다르게 각색이 이루어져서일까, 많은 이들이 이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첨예하게 갈리는 그 호불호 의견 속에서 나는 ‘호’였노라고 조심스레 피력해 본다. 맘 붙일 곳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기완이 그래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기완의 곁에 드리운 ‘사람의 온기’ 덕분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로기완 결말,
호불호 갈리는 이유
ⓒ넷플릭스 <로기완>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역시도 뻔하고 재미없다는 의견이 왕왕 있지만 나는 그 뻔한 결말 역시도 좋았다. 기완도 행복해지고, 마리도 행복해지는 이야기. 힘들고 고통받던 사람이 구원받는 이야기라서. 비록 원작이 추구했던 ‘기완’의 처절하고 비참한 생존기는 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지만, 기완이 불행한 채로 이야기가 끝날까 조마조마했던 한 관객으로서는 행복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버티고 노력한 누군가에게 봄이 왔음은 얼마나 따뜻한 결말인가.
로기완의 두 배우, 최성은 송중기.
그리고 넷플릭스 순위
ⓒ넷플릭스 <로기완>
배우 송중기 역시 호불호 의견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 영화를 7년 전 처음 제안받았을 때, 기완이 사랑을 하는 게 사치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하지만 다시 생각했을 땐, 남녀와의 사랑이든 우정이든 사람이니까 부대끼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한다. ‘마리’ 역의 최성은 배우 역시 같은 입장이다. 두 배우와 같은 시선이라면, 관객 역시 비견 이 영화가 와닿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로기완’은 지난 1일 공개 후 넷플릭스 영화 비영어권 5위에 올랐다.
로기완 관람평,
제 솔직후기는요ⓒ넷플릭스 <로기완>
영화가 끝나면 괜스레 이런 생각이 든다. 낯선 땅에서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아도,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되는 내 안온한 삶이 참 감사하구나. 더불어 사람은 아무리 혹독한 환경이라도 그저 어깨를 맞댈 수 있는 관계만 있다면 결코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새삼 깨닫는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따뜻한 사람들에 의해 강한 자가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출시일 : 2024. 03. 01
장르 : 드라마, 국가 : 대한민국
러닝타임 : 131분,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채널 : NETFLIX
감독 : 김희진, 출연 : 송중기, 최성은, 와엘 세르숩, 조한철, 김성령, 이일화, 이상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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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더 위험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황궁아파트에 어서 오세요
영화의 배경은 주인공이 머무르고 있는 ‘황궁 아파트’ 이외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는 가정하에 시작한다. 난장판이 된 세상. 집을 잃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동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법이 사라진 아파트 밖 세상. 화폐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 그런 세상에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며칠 안 남은 듯하다. 아파트의 주민이었던 민성과 명화. 둘은 신혼부부다. 가족이 됐다는 즐거움과 집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자연재해가 벌어졌다. 아빠한테 안 가도 될까? 불안해하는 명화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민성. 하지만 돈도 무엇도 의미가 없이 생필품만 있는 이 세상에 부부만 덩그러니 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민성. 어렵게 복숭아 캔 하나를 구해왔다. 명화랑 먹어야지! 막연한 바람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민성의 집에 입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부부의 아파트에 아들과 어머니 모자가 들어왔다. 명화는 아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하지만 민성의 생각은 다르다. 아니 일단 우리부터 살아야지.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사소한 의견 차이가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 같다. 사실 이 아파트에 손님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외부인들이 서서히 문제가 되고 있었다. 민성은 명화와는 다르게 원주민들이 아닌 사람들은 아파트에서 나가길 바라고 있다. 폭풍전야의 황궁 아파트. 어느 날 아파트의 어느 호수에 불이 났다. 모두 어쩔 줄 모를 때 한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불을 진압한다. 남자의 이름은 김영탁.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김영탁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가진 문제들을 하나, 둘씩 해결해 나간다.
지옥도이자 천국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취한 전략은 ‘재난이 왜 벌어졌는가’에 집중하지 않고 이 이후의 리액션에 집중한다. 재난 이후의 상황을 그리는 작품이야 많았다. 올해 공개됐던 <정이>만 봐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다. 외국영화의 경우에는 <미스트>가 그랬다. 그리고 우리가 대중적으로 잘 알고 있는 재난영화로는 <설국열차>가 있다. <설국열차>가 설정한 ‘기차 밖의 상황’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유사하다. 매우 춥기 때문에 탑승객(거주민)들은 밖으로 나가면 존재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다. 공간 안에 이 인물들이 온갖 수를 써서 잔류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계급 격차가 발생한다. <설국열차>의 경우에는 ‘칸’으로 등장인물들에 차등을 두며 계급을 나눈다. 공간을 통해서 인물 간의 계급과 현 세태가 받아들일 사회구조가 모순적인지를 드러내는 봉준호 감독이 구사한 일종의 비유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 <설국열차>와 공통점을 가진다. 우선 한 공간을 바탕으로 계급 격차를 나눈다. 외부 세상이 전부 무너졌는데 계급 격차가 어떻게 나뉠까에 대한 부분이 영화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로서 사회를 어떻게 풍자하는지가 가진 영화의 핵심으로 작동한다. 어떻게(how), 누가(who) 계급을 나누고 또 그사이에 들어가는가에 대한 묘사가 영화가 묘사하고 싶었던 한국 사회의 구멍이자 그림자가 된다. 반대로 차이점은 비유의 방식이다. <설국열차>가 꼬리 칸과 머리 칸의 대비를 통해 사회계급 간의 격차를 비유로 드러냈다면 이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 삶의 현실적인 부분과 닿아있다. 한국적인 특성으로 리얼리티를 높인 셈이다. '봉테일' 봉준호 감독이 디테일한 부분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높인 것과 유사하게 영화 플롯 구조의 입체성을 부여했다.
나는야 박찬욱 키드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는 박찬욱 감독의 향이 어느 정도 풍겨있다. 최근작 <헤어질 결심>에서 중요했던 건 시점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해준과 서래는 서로 사랑했다. 하지만 그 시점이 엇갈려 서로 사랑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시점의 엇갈림은 민성-명화 두 인물의 관계, 또 영탁과 그 나머지 인물들 간의 이해관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박쥐>에서는 작품에 서려있는 광기를 묘사하기 위해서 카메라나 음향이 굉장히 중요했다. 후반부 즈음에 김혜숙 배우 캐릭터 쪽에 클로즈업 역시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핵심으로 작동한다. 또 영화에서 기괴하게 틈입하는 청각적인 대사가 몇 줄 있다. 이 부분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복수의 아이러니를 표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했다.
그중 영화에서 박찬욱 감독의 향수가 느껴지는 지점은 장면의 시각화다. ‘적당히 잘 사는 아파트’를 영화에서 미술로 표현한 방식은 <박쥐>의 태주가 머무르는 집이 연상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시각적인 디테일을 하나하나 다 챙긴 지점이 초반부에 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장면인데, 그 단역/엑스트라 동선이 깔끔하다. 또 이야기 듬성듬성 들어가 있는 유머가 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건조한 분위기에 유머가 들어간 것과 유사한 특징이 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있다. 영탁(이병헌)의 가장 마무리 장면은 <복수는 나의 것>의 엔딩신 아이러니와 병치된다. 이런 디테일한 요소도 박 감독의 영향이 느껴지는 것과 별개로 가장 크게 ‘나는 박찬욱 키드다’라는 인장을 쾅 박은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OST 삽입곡이 있다. 이 장면을 딱 둘러싸고 ‘왜 이 노래가 들어가야 했는가’에 대한 부분, 또 그 이전에 이 노래를 부르는 인물의 캐릭터 자체가 박찬욱 감독의 캐릭터 작법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
거시적이면서 미시적으로
영화가 한국사회를 반영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일단 주요 인물들 대부분이 무슨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집’에 대한 집착이 서려있다. 명화/민성 부부는 신혼부부다. 이 부부는 집을 얻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영화 대사로 표현된다. 이 대사로 표현된 부분은 재난 이후에 인물들이 대화할 때도 등장한다. 이 대화를 나누는 신에 첫 등장하는 금애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집단의 우두머리가 갖고 있는 위선을 대표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의 층수마다 재난 이전에 사람들이 서로 계급을 나눴다는 묘사가 등장한다. 이 부분이 영화의 어떤 지점에서 중요한지 체크하며 보는 것도 작품의 재미요소다. 이 외에도 영화에서 주민들의 직업, ‘집단이 합의해서 내린 의사결정’의 맹점, 유토피아의 진정한 의미까지 작품이 갖고 있는 ‘한국적인 요소’가 걸리적거리지 않고 더 극적인 분위기를 유발하는 장치가 된다는 점은 영화의 굉장히 큰 강점이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분노에 공감할 수 있고 그 토대에 부동산이 있다. 엄태화 감독이 부동산이라는 소재를 탁월하게 해석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더 큰 장점은 반대측면에 있다. 바로 박보영 배우가 맡은 ‘명화’ 캐릭터 세팅이다.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 ‘명화’와 유사한 인물은 흔하다. 우리 한국사회에도 명화와 비슷하게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보영 배우는 이를 디테일하게 살릴 수 있을 만큼 선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 캐스팅만 보면 ‘이 영화에서 너무 전형적인 패턴으로 묘사된 것 아니냐’라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에 이 명화의 말을 어떻게 터트려서 마무리지었는지가 있다. 또 이 인물이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을 때 바로 반대에서 ‘마냥 그렇지만은 않아’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장르의 클리셰를 주파하는 좋은 선택지였다.
왜 다들 잘하지
이 영화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은 장점은 배우의 연기다. 아마 이 영화가 입소문을 탄다면 배우들의 호연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병헌 배우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묘사한다. 어떻게 입체적인가? 초반부에 등장하는 것 보고 ‘아 이 사람 후반부에 이렇게 될 것 같네’의 너머를 묘사한다. 점점 드러내는 광기가 아니라는 점이 아주 중요했다. 이 부분은 이야기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데 있어 아주 중요했는데, 한국 최고의 남자배우답게 정말 잘 이해해서 표현했다. 이런 유사한 캐릭터는 우리가 <악마를 보았다>나 <마스터> 같은 빌런 연기로 자주 볼 수 있었다. 또 선한 사람이 파멸을 맞이한다는 설정은 <달콤한 인생>에서도 봤던 모습이다. 이 이병헌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뚫고 나오는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 아마 내년 백상예술대상 같은 시상식에서 후보 지명 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김도윤, 박지후 배우 역시 경력에서 손꼽힐 만큼 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박서준, 박보영 배우는 그동안 전형적인 영화에만 출연했다. 키 크고 잘생겼지만 어딘가 허당인 구색이 있거나(<드림>, <청년경찰>)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특화(<과속스캔들>)가 된 캐릭터였다. 이 작품에서 두 배우는 필모그래피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다. 특히 박서준 배우는 열정이 느껴졌다. 김선영 배우는 후반부를 보면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한국영화의 수많은 캐릭터들을 정공법으로 부숴버린다. 이 사람이 <세 자매> 분했던 배우라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박지후/김도윤 배우는 <벌새>나 <럭키 몬스터>에서 봤던 연기의 연장선상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 두 배우의 연기가 당연히 좋았지만 혜원/도균이 캐릭터 핵심은 인물 연출이다. 관객분들이 이 두 사람의 특정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하실 것 같다.
이 배우들의 호연을 뒷받침하는 데 있어 청각적인 요소를 다 잡았다는 점은 영화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큰 장점이다. 영화에서 배경음악으로 삽입되는 것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다. 하지만 모든 대사가 다 들리는 것은 이 부분은 이야기가 한국사회의 집단이기주의를 풍자하고자 했던 메세지적인 측면에 설득력을 부과한다. 심지어 영화 카메오에 한 배우가 나온다. 이 배우는 속삭이는 딕션으로 유명한데 이 분 마저도 대사가 다 들린다. 저번주 개봉작 <더 문>과 대비된다.
정말 굳이
전체적으로 모든 요소가 딱 달라붙은 스릴러물이지만 굳이 트집을 잡아보자면 영화가 무겁다는 점이 단점이다. 영화가 행복해지는 작품은 아니다. 올해 <범죄도시 3>이 1000만 관객을 넘었다. <엘리멘탈>은 또 6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밀수>는 400만을 넘어 손익분기를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세 작품은 시각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물의 감정이입으로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대비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정말 굳이’ 뽑는 단점이고 이야기의 완성도의 관점에서 <범죄도시 3>이나 <엘리멘탈>보다 더 훌륭하다.
그리고 이야기에서 한 키워드가 뜨문뜨문 등장한다. 김영탁 캐릭터에서도 보이고, 엔딩 시퀀스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장면들이 관람에 지장이 가는 건 아니지만 이해 못 하는 관객이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떤 걸 보여준다는 발상은 오히려 문제의 근원을 따진다는 점에서 좋은 연출이지만 이미 밀도 높은 블랙코미디에 곁가지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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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쟁이] 인피니티 워 NG 모음! & 춤영상까지?!
안녕하세요 마블쟁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일단 손풀기로 아주 짧게 영상 하나를 올립니다.
영상 이제서야 올리는데 성의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곧 좋은 영상으로 다시 돌아올 테니 그냥 재미있게 영상 즐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2018. 00. 00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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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가족의 여정. 11월 5일, Apple TV+에서 '핀치' - Finch가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