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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몽실2021-08-12 13:38:43

지금 사랑이 뜨겁지 않을 때

왓챠 영화 리뷰 <우리도 사랑일까?>

 

프리랜서 작가 마고는 식어버린 남편과의 관계에 슬퍼한다. 스킨십을 하고 애정을 요구하며 잘해보려 노력하지만 5년 동안 같이 지낸 아내에게 남편은 뜨겁지 않다. 그렇지만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 노래가 흘러나오는 배경 속에 마고와 달리 정적 속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남편의 배경을 번갈아 보여주며 두 사람의 사랑의 온도의 차이를 표현했다.

 

마고가 남편에게 더욱 애정을 요구하는 데는 우연히 일로 떠난 여행길에서 마주친 남자이자 이웃집 주민이기도 한 대니얼의 영향이 크다. 첫 만남부터 대니얼과 마고는 서로 끌린다. 마고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애쓰지만 자꾸만 그를 기다리고 찾게 된다. 그와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고 그가 자신을 어떻게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한다.

 

대니얼에게 커지는 마음과 비례하게 남편을 향한 죄책감은 불어났다. 마고는 첫 만남에 대니얼에게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감정이 제일 두려워요.라는 말을 했다. 마고는 두려울까 봐 쉽사리 남편과 헤어지고 대니얼과 사랑하지 못한다. 남편을 떠날 수 없던 마고는 대니얼에게 30년 후 키스할 약속을 한다. 그녀가 58살, 그가 59살일 때, 남편에게 충실한 30년을 보낸 후, 죄책감 없이 대니얼과 키스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어느 날, 대니얼은 그녀에게 30년 후 만날 날짜가 적힌 카드를 남기고 떠난다. 그가 이삿짐을 싣고 떠나는 모습을 본 마고는 상실감을 느낀다. 대니얼을 보낼 수 없던 마고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고 남편에게 모든 걸 말한다. 결혼생활이 편하고 행복했다고, 우리가 평생 함께 일 줄 알았다고 울고 침착하기를 반복하던 남편은 결국 그녀를 보내준다.  

 

다시 만난 마고와 대니얼은 뜨겁게 사랑한다.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둘은 서로에게 빠졌다. 영화는 마고와 대니얼이 다시 만나고 사랑을 나누고 편해지는 순간을 한 장면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둘 역시 서로가 편해졌고 '사랑해'란 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게 됐으며, 상대방에게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고는 그게 또 두려워졌다.

 알코올 중독자로 치료를 받고 있던 남편의 여동생은 오빠를 떠난 마고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와 내가 다른 게 뭐야?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

알코올 중독자처럼 마고도 사랑에 중독된 걸까. 마고는 끊임없이 빈틈을 메어줄 강렬하고 짜릿한 사랑을 찾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걸까?

 어둡고 음악도 나오는데 엄청 빨라서 아무 짓도 할 수 없는  놀이기구는 짜릿하고 설렌다.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 우리 둘 밖에 없고, 모든 게 아름답게만 보인다.

하지만 놀이기구는 짧은 시간에 끝나버린다. 아름다운 사랑이 가득한 세상에서 갑자기 현실에 뚝 떨어진다. 그렇지만 마고는 계속, 또, 마냥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 진다. 현실을 부인하고 사랑 가득한 세상에서 영원히 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 하지만 뜨거웠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낮아지고 미지근해진다. 영화 속 노인은 마고를 향해 새 것도 언젠가 헌 것이었고, 헌 것은 언젠가 새 것이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뜨겁던 미지근하던 사랑은 사랑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걸까? 개인적으로 사랑이 오래가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변하는 시기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고의 경우처럼 사랑의 온도와 시간이 맞지 않을 때 사랑이 흔들리고 슬퍼진다. 이걸 사랑의 현실이라고 부르는 거 아닐까?

 대니얼과 마고가 다시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하면서 영화가 끝났다면 그저 그런 로맨스 영화가 됐겠지만, 상대방이 달라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줘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깊은 여운이 남았다. 사랑이 무엇일까. 또 원초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배우들의 연기, 자연스럽고 따듯한 장면들, 감탄사가 절로 나오던 연출들, 영화에서 단점을 꼽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최고의 여름 영화가 되었다. 

작성자 . 김몽실

출처 . https://brunch.co.kr/@teon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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