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9-27 15:16:20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대작
<듄>, 드니 빌뇌브
9월 15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과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잇달아 개봉한 대작 <듄>이 뜨거운 입소문과 함께 관객 사로잡기에 성공하며, 개봉 2주도 안 되어 제작비 절반에 가까운 금액 회수에 성공하였습니다.
제작 이전부터 크게 주목 받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신작 <듄>은 개봉 2주차에 전 세계 32개국에서 2,6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현재까지 총 7,65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아직 코로나의 여파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수치이기도 합니다. 워너브라더스의 대작 <듄>은 순제작비가 1억 6,500만 달러 (한화 약 2,000억 원)에 달하는 텐트폴 영화인 만큼 수익을 회수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아직 세계 주요 시장에서 개봉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손익분기점'에 이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졌습니다.
워너사의 2021년 작품인 <듄>은 10월 22일 북미에서 HBO Max와 극장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전 세계 시장에서 이러한 흥행이 지속된다면, OTT 관람보다 극장 개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최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을 비롯한 대작들이 '중국' 상영을 만들어내지 못했기에, 할리우드 대작을 기다려온 중국 영화팬들에게 <듄>의 중국 개봉은 매우 반가운 소식일텐데요. 세계 2위 시장을 넘어 1위까지 넘보고 있는 중국 시장의 저력이 <듄>을 통해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봉 2주차인 현재까지 <듄>이 가장 큰 성공을 보인 시장은 '러시아'로, 개봉 1주차 대비 37% 감소한 1,850개의 스크린에서 49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42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프랑스가 그 뒤를 바짝 쫓았고, 독일 역시 340만 달러 매출을 올렸는데요. 여기에 새로운 시장인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에서 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대작'의 저력을 보였습니다.
<듄>이 아직까지 개봉하지 않은 북미 극장가에서는 디즈니-마블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흥행을 이어가며, 총매출 1억 9,600만 달러로 2021년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는데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전 세계에서 3억 6,34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강력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디즈니의 <프리 가이> 역시 북미를 제외한 세계 매출 2억 달러 돌파와 함께 전 세계에서 3억 1,74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디즈니 파워를 입증해냈습니다.
세계 24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 화제작 <듄>은 10월 20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10월 13일 개봉작인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2주차 흥행을 <듄>이 잠재울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래 기다려온 화제작의 개봉을 기다리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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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멀티버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이틀 전, 바로 화제의 작품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개봉을 했는데요!
지난 9월 20일, 영화 관련 미국 소셜플랫폼인 레터박스에서 2022년 기준 가장 많은 팬을 가진 100편의 영화 순위를 공개했는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6위에 올랐습니다. 놀라운 점은 영화가 해외에서 올해 3월 개봉작이었기에 가장 단기간에
팬을 확보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관람객들의 실시간 반응을 살펴볼까요?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다정함이 온 우주를 구하진 못하더라도
나와 내 세계는 붙들어 줄 수 있지 않겠는가
(네이버 /kkdd****)
이게 진짜 멀티버스.
그동안의 멀티버스는 다 "가짜"다...
(CGV / sk**d7091)
매일의 선택을 후회하고 다른 세계의나를 상상만 하던 나 자신에게 경종을 울려준다.(롯데시네마 / 김*인)엄마랑 딸이 한번쯤 같이본다면 좋을 영화.진짜 이상한 영화네…하고 보다가펑펑 우는 나를 발견하게 됨(메가박스 / dusvlf9**)'모든 것'을 흡수하고 '모든 곳'을 포용하며온갖 감정들을 '한꺼번에' 방출한다.(왓챠피디아 / 박*하)휘황찬란한 나의 모든 순간과 인생들을 향한혼란하고도 아름다운 응원과 헌사.어떤 인생이든 그 무엇도 나에게 가치로울 뿐.(왓챠피디아 / ba**an2830)멀티버스 역행에서 찾은 일상의 사소함이 전하는가장 독창적이고 현란한 유쾌함(씨네랩 / 모모**)대혼돈의 멀티버스 속에서 굳건히존재하는 미친 가족애!(씨네랩 / 씨**K)영화는 멀티버스라는 방식을 사용하여 가족, 세대차이, 이민자 등 최근에 대두되는 문제에 대해풀어나갔다. 통통 튀고 이상한 매력과 그 안에 있는 깊은 메시지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든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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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두 번째 미래
7★/10★
〈썸머 필름을 타고!〉는 청년/성장영화에 SF 요소를 곁들인 영화다. 고등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주인공 ‘맨발’은 심혈을 기울여 시나리오를 집필한 사무라이 영화 〈무사의 청춘〉이 촬영 지원작 심사에서 탈락해 매우 우울한 상태다. 맨발은 자신의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타령만 하는, 이름부터 맘에 안 드는 낯 간지러운 영화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에 밀렸다는 게 영 불만이다.
그래서 결심한다. 학교에서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걸작을 만들어내기로. 맨발은 아르바이트로 촬영 예산을 모은다. 동시에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살게”라는 멋들어진 대사로 절친한 친구 ‘킥보드’, ‘블루 하와이’를 비롯한 영화 스태프도 꾸린다. 소리만 들어도 투수의 구질을 알아채는 야구팬 소년은 음향감독, 바이크에 요란한 조명을 달고 다니는 반항아는 조명감독이 되는 식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분명한 애호하는 마음을 가진 청춘의 한 순간이 맨발의 영화로 모이기 시작한다.
마지막은 배우다. 맨발은 허름한 소극장에서 열린 사무라이 영화제에서 만난 린타로라는 남자를 주연으로 점찍는다. 린타로는 영화 출연을 완강히 거부하지만 맨발의 끈질긴 설득 끝에 팀에 합류한다. 드디어 시작된 촬영. 그러나 현장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의 연속이다. 열정 충만한 아마추어들이 어설프게나마 어려움을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이 영화의 큰 재미 요소다. 맨발은 이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마냥 행복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 린타로가 엉겁결에 들려준 이야기 때문이다. 사실 린타로가 맨발의 부탁을 거절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린타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왔다. 그가 증언하는 미래는 맨발에게 기쁨과 절망을 함께 안긴다. 기쁨은 맨발이 미래에 영화계 거장이 되었다는 데서 온다. 고등학고 영화 동아리에서조차 예산을 지원받지 못했던 맨발이 영화계 거장으로 성장했다니 엄청난 소식이다. 그러나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맨발이 거장이 된 미래는 영화가 사라진 시대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는 미래 사람들은 2시간이나 되는 영화를 감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1분짜리 영상조차 너무 길다. 그래서 몇 초 분량의 쇼츠 영상이 영화를 대체한다. 린타로의 과거 여행은 여기서 시작된다. 영화가 사라진 시대, 거장이 된 맨발의 팬인 린타로는 상영기록은 있으나 필름은 남아 있지 않은 맨발의 첫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영화 촬영이 결국 폐기될 장르의 역사를 쌓는 일일 뿐이라는 데서 오는 허무한 아릿함에 맨발의 고뇌는 점점 깊어진다. 그러던 중 첫 번째 변곡점이 찾아온다. 맨발의 팀이 공유하는 정서가 있다. 사무라이 영화가 경쟁작인 멜로 영화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즉 자신들만이 ‘진짜’ 영화를 찍고 있다는 자의식이 그것이다(이것은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맨발의 절친한 친구인 블루 하와이에게는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사실 그녀의 진짜 취향은 멜로 영화다. 맨발과의 우정 때문에 촬영을 돕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는 몰래 로맨스 만화를 보고,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 촬영 현장을 궁금해한다. 맨발과 그의 팀이 공유했던 팀 스피릿이 정작 팀원의 실재하는 욕망을 억누르고 있던 셈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블루 하와이의 솔직한 마음을 알게 된 맨발은 불의의 사고로 촬영에 위기를 맞은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 팀에 블루 하와이의 출연을 제안한다. 맨발이 블루 하와이 사건을 계기로 ‘진짜’ 영화, 더 ‘우월한’ 영화 따위는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맨발은 블루 하와이와 〈사랑한단 말밖에 할 수 없잖아〉의 감독에게서 멜로 영화 역시 승부를 다룬다는 사실을 배운다. 어떤 스토리와 장르에 담아내는지가 다를 뿐, 사무라이 영화와 멜로 영화는 승부라는 공통의 주제에 천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맨발은 현실의 경험으로 영화 세계를 확장한다. 그리고 또다시 영화적 깨달음을 현실의 실천으로 전환한다. 한층 성장한 맨발 앞에 두 가지 최종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첫째는 사라질 운명의 영화를 위한 승부고, 둘째는 린타로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에 관한 승부다.
맨발에게 영화와 현실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 두 승부는 하나의 승부로 결합된다. 맨발은 동아리 발표회에서 한창 무르익은 〈무사의 청춘〉 상영을 중단한다(이 장면은 〈썸머 필름을 타고!〉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그러고는 즉석에서 배우들을 불러 모아 디렉팅하며 기존 결말과는 다른 새로운 결말의 영화를 연출한다. 두 사무라이가 적당히 화합하며 공존하는 결말 대신 모든 것을 걸고 결투하는 결말, 즉 진정한 승부로 영화를 마무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맨발의 지시에 따라 즉석에서 바뀐 결말을 연기하는 배우들 그리고 그 과정에 동참하는 관객으로 인해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이어 영화와 연극의 경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기가 바로 맨발의 승부처다. 영화가 사라지는 미래를 바꿔보겠다는 다짐,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영화가 있다면 영화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리고 이를 버무려내는 영화의 연극적 연출 말이다. 맨발과 린타로가 검 대신 빗자루를 들고 무대에서 즉석으로 펼쳐내는 연기와 그들의 눈빛은 말한다. 영화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많은 이들이 극장가의 부활을 이끌 주요 키워드로 4D, 4DX, 스크린X,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등의 특수 상영관을 꼽았다. 실제로 화려한 스펙터클을 선보인 영화의 특수 상영관 관람이 고사 직전인 극장의 희망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쇼츠 플랫폼 성장으로 영화의 자리가 위협받고, OTT 플랫폼의 대중화로 ‘극장에서 볼 영화’를 고르는 관객의 기준이 까다로워진 시대에 위기를 맞은 영화 산업이 나아갈 ‘첫 번째 미래’로 화려한 스펙터클을 극대화하는 특수 상영관을 꼽는 분석에는 합당한 데가 있다.
그러나 단일한 미래는 늘 균열의 가능성을 품는다. 모두의 욕망을 충족해주지도 않는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썸머 필름을 타고〉를 기획하던 해에 5분, 1분짜리 짧은 드라마 작품 의뢰를 여럿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를 찍고 싶었던 감독은 자신의 욕망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하지만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는 대신 영화의 ‘또 다른 미래’에 천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맨발과 마찬가지로 연극적 방법론을 차용함으로써 말이다. 〈썸머 필름을 타고!〉 촬영은 배우, 스태프에게 대략적인 설정만 전달한 후 이후의 전개는 모두 현장의 즉흥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고 하는데, 이는 영화보다는 연극에 더 어울리는 현장성과 그로 인한 생생한 감정선이 이 영화를 해석하는 키워드일 수 있음을 가늠케 한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의 방법론과 메시지에는 스펙터클의 극대화라는 영화의 첫 번째 미래가 품지 못한 ‘두 번째 미래’가 잉태되어 있다. 쇼츠 영상이 대세가 되고, OTT로 개봉 영화를 곧바로 즐길 수 있는 시대일수록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 이른바 비(非)상업영화의 영화관 상영은 중요해진다. 이들 영화는 인물의 감정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긴 호흡으로 전한다. 줄거리만 봐서는 뻔해 보이는 영화라도 숨 죽여 2시간 동안 영화를 따라가고 나면 마치 내가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진한 감동이 묻어나 ‘평온하고 안전한 세계’에 자그마한 파문이 인다. 즉 이들 영화는 관객에게 자신의 세계관을 설득하기 위해 ‘승부’를 건다. 뉴스의 단신으로 접한다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괴상한’ 존재와 사건들이 인식 가능한 세계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쇼츠 영상과 OTT에서 맛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영상 경험이 쇼츠에 익숙해지고, 언제든 끊어 볼 수 있는 OTT에 맞춰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삶’을 느린 호흡으로 담아내는 영화를 감상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존재가 사실은 우리의 이웃임을, 우리와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임을 자각하게끔 해주는 영화를 포기할 수 없다.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2시간의 ‘강제된 감상’이 필요한 이유다. 〈썸머 필름을 타고!〉가 보여준 길, 즉 위기를 맞은 영화에 대한 다소 낭만적인 ‘구닥다리’ 믿음과 연극의 현장성 차용, 그리고 이로써 가능해지는 세밀한 감정 전달은 영화의 두 번째 미래를 위한 최적의 길이다. 10초로 줄이기가 불가능한, 중간에 끊어 봐서는 그 감동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상업영화가 포괄하지 못하는 낯선 울림을 담아내는 영화가 가야 할 길이 여기에 있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과 〈썸머 필름을 타고!〉가 보여준 영화의 두 번째 미래는 결코 첫 번째 미래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세 번째, 네 번째 미래로 밀리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고 오래된 미래’는 영화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에 저항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이것이 언젠가 거장이 될 맨발의 첫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김소미, “‘썸머 필름을 타고!’ 마쓰모토 소우시 감독 “좋아하는 마음의 힘!””, 《씨네21》, 2022. 0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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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 독립영화제 선댄스 출신 띵작.zip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여겨지는 선댄스 영화제는 매년 1월, 미국 유타주에서 개최되는 축제 같은 영화제입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감독으로 유명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이름 없는 한 영화제를 후원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선댄스'(Sundance)라는 이름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에서 레드포드 본인이 맡은 배역의 이름을 본따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인들의 '축제'처럼 여겨지던 '선댄스'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급부상한 것은 1989년, 선댄스 출품작이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부터인데요. 이후, 코엔 형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배우 및 감독들을 배출해내며 신인 감독의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하는 영화제입니다.
이렇듯, 많은 씨네필들에게는 선댄스영화제 출품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데요. 작년 한 해 국내외를 크게 들썩인 작품 <미나리> 역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선댄스' 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죠.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선댄스' 출신 작품들이 국내 극장을 찾아준다고 하는데요! 과연, 선댄스 출신 작품 중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작품은 어떤 작품이 있으며, 올해 개봉하는 선댄스 출신 기대작으로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지금부터 같이 한 번 살펴볼까요
잇츠 CINE PICK!!<저수지의 개들>, 1992년 제8회
범죄, 드라마 | 미국 | 99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 출연 : 하비 케이틀, 스티브 부세미, 쿠엔틴 타란티노, 팀 로스씨네pick : 비디오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시절 하루 종일 비디오를 보았다는 소문난 영화덕후 '쿠엔틴 타란티노'는 1990년,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대본 고료로 16mm 흑백판 <저수지의 개들>을 제작하고자 마음먹지만, 그의 시나리오에 매료된 '하비 케이틀'의 제작 지원과 출연까지 얻어내게 됩니다. 마침내 92년 선댄스 영화제에 그의 작품을 선보인 이후, 전 세계 영화제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영화를 홍보한 타란티노 감독은 이후 <펄프픽션>으로 곧바로 '명감독'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요. 하지만, 정작 92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따로 있으니! 그 작품은 바로 <인 더 수프>?! <저수지의 개들>에도 출연한 스티브 부세미와 세이무어 카셀, 스탠리 투치, 제니퍼 빌즈에 짐 자무쉬까지 화려한 출연진 속, 눈에 띄는 인물이 또 있습니다. 선댄스 띵작 <미나리>의 일꾼 할아버지 역의 '윌 패튼' 배우! 이쯤 되면, 그는 독립영화의 역사 그 자체가 아닐까요?
<500일의 썸머>, 2009년 제25회
코미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95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마크 웹 | 출연 :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씨네pick : 75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작품이자, 국내 로코 추천 모음에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 <500일의 썸머> 역시 독립영화로써 '선댄스 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가졌습니다. 10년 넘게 회자되며 몇 차례 재개봉까지 이끈 영화는, 당시 호평과 함께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마크 웹 감독 역시 소니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감독으로 낙점되며 상승세를 탔습니다. 2009년 선댄스에는 <500일의 썸머>의 '조셉 고든 레빗'이 연출한 24분짜리 단편영화 <스팍스> 또한 출품되었는데요. 그 외에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바로 한국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있습니다. 이충렬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개봉 당시 290만 명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하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특성과 독립 영화의 한계를 극복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하였는데요. <워낭소리>는 국내 다큐멘터리 작품 최초로 선댄스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에 진출한작품이기도 합니다.
<위플래쉬>, 2014년 제30회
드라마 | 미국 | 106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데미언 샤젤 | 출연 :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씨네pick : 선댄스 영화제와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처음 공개된 이후, 전 세계 씨네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독립영화계의 전설 같은 영화입니다. 데미언 샤젤 감독이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든 <위플래쉬>의 단편이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과 함께 미국단편 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그리고 <위플래쉬>가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이후, 본인이 진정으로 만들고 싶었던 영화 <라라랜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위플래쉬>는 2014년, 선댄스 심사위원대상은 물론, 관객상까지 수상하며 평론가부터 대중까지 모두를 사로잡았는데요. 그해 선댄스에서 주목받은 또 다른 '음악' 영화로는 에밀리 브라우닝 주연의 <갓 헬프 더 걸>이 있습니다. 펀딩을 통해 12만 달러의 모금에 성공하며 제작된 <갓 헬프 더 걸>은 선댄스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베를린 영화제에도 초청된 작품입니다.
<팜 스프링스>, 2020년 제36회
코미디, 멜로/로맨스, 판타지 | 미국 | 90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맥스 바바코우 | 출연 :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씨네pick : 역대급 띵작을 배출해낸 '선댄스'에서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로도 잘 알려진 배급사 '네온'에 2,250만 달러에 판매되며 선댄스의 최고 판매가를 경신한 영화 <팜 스프링스>가 올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타임루프 코미디 <팜 스프링스>는 북미 OTT 플랫폼 'Hulu'에서 공개된 이후, <기생충>의 기록을 넘어 역대 훌루 영화 최고 스트리밍 기록까지 세웠다고 합니다. 선댄스 이름에 걸맞는 코믹 로맨스 영화 <팜 스프링스>는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 스프링스의 어느 리조트에서 항상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세상에 갇히게 된 남녀의 예측불가 코믹 로맨스를 그리는데요. TV 시리즈 "브룩클린 나인나인"의 '앤디 샘버그'와 앞서 소개한 <위플래쉬>의 교수님 J.K. 시몬스가 출연하며 올여름 더위를 신박하게 날려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같은 해 심사위원대상은 <미나리>에게 돌아갔지만, 수상과 흥행은 무관하다는 선례가 있었기에 기대해볼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8월 19일, 올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영화
<팜 스프링스>의 개봉을 기다리며,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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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의 꼬리처럼 힘차게
PROGRAM NOTE.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여섯 살 클레오가 사랑하는 보모 글로리아를 떠나보내며 겪는 이별과 상실의 과정을 그린 작품.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급히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글로리아와 마지막 여름 휴가를 보내며 인생의 한 단계로서 이별의 의미를 받아들이려는 클레오의 이야기가 뭉클하고 따스하게 그려진다.
(2023년 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POINT.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쁘띠 마망>… 셀린 시아마를 좋아하세요? 셀린 시아마 감독의 모든 장편영화를 제작한 바로 그 제작사의 신작! 속속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또 한 편 만나보세요
✔️ 안경을 쓰면서 바로 클레오로 변신했다는 놀라운 신인 배우, 루이스 모루아-팡자니! 클레오가 웃을 때마다 행복해졌어요
✔️ 겨울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줄 따뜻한 작품. 생의 처음에 있던 것들을 헤아려보게 만드는 영화라서, 2024년 새해 첫 영화로도 좋을 것 같아요
✔️ 2023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개막작, 2024 선댄스영화제 스포트라이트 부문 초청! 자꾸 시선이 가는 영화
✔️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받을 만 하지
✔️ 믿고 보는 조합, ‘그린나래미디어’ & ‘하이스트레인저’!
✔️ 2024년 1월 3일 개봉
#최초의 세계
이 영화의 원제는 ‘아마 글로리아(Ama Gloria)’, 그저 정직하게 ‘보모 글로리아’이다. 안경점에서 시력 검사를 하는 클레오의 모습과 함께 보이는 글로리아를 통해, 우리는 금방 꽤나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 첫째, 그는 클레오의 어머니가 아니다. 둘째, 그는 클레오와 다른 뿌리를 갖고 태어났다. 셋째, 그럼에도 시력 검사 결과조차 도와주고 싶어할 만큼 그는 클레오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보모. 사어(死語)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쩐지 빅토리아 시대 고전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느낌의 단어다. 실제로 요즘은 ‘베이비시터’ 같은 표현을 더 많이 쓰기도 하고. 하지만 보모라는 말에는 더 끈적하고 진득한 느낌이 배어 있다. 한자로 ‘모母’ 자를 쓰고 있어 그런지, 옛날에 더 많이 쓰던 단어라서 그런 건지. <클레오의 세계> 속 글로리아 또한 베이비시터보다는 보모라고 부르고 싶은 존재다. 그건 단순히 클레오의 아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오래 함께해왔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둘은 서로에게 온전히 기대는 존재다. 아이 얼굴의 밀가루를 털어주고, 놀이터에서 생긴 상처를 후 불어주는 사람. 걷고, 씻고 하는 모든 순간을 놀이와 웃음으로 채워주는 사람. 오래 전 읽은 소설 <봉순이 언니>의 문장이 떠올랐다.
그녀만이 우는 나를 달래주었고, 그녀만이 내 잠자리의 베개를 고쳐놓아 주었다. 그녀는 나와 마주친 최초의 세계였다.
클레오에게 글로리아는 최초의 세계다. 그렇기에 클레오는 글로리아를 작은 몸과 마음 다해 힘껏 사랑한다. 갑작스럽게 전화로 전해져 온, 글로리아 어머니의 부고 소식 앞에, 슬퍼하는 글로리아 옆에 조용히 앉아 통통한 뺨과 곱슬머리를 기대며 앉는다. 그렇게 클레오는 온 존재로, 글로리아의 슬픔에 고요히 귀를 기울인다. 때로는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는 작은 아이는, 조용히 흐르는 슬픔을 감쌀 줄도 알 만큼, 그만큼 자신의 최초의 세계를 사랑했다. 자신을 키우는 존재의 콧노래, 그가 숨죽여 이불로 작은 몸을 덮어주는 순간의 기억, 이런 것들은 어린 시절의 어느 정도를 차지할까. 평소 크게 기억하지 않고 사는 어떤 기억들이 사실은 나를 지탱하게 하고 있음이, 영화에서 부드러운 색채로 그려진 애니메이션을 타고 관객에게로 흘러온다.
#세계는 깨어지고 확장된다
그러나 힘껏 자신을 다 기댄 클레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이별은 온다. 글로리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이제 글로리아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장례를 치러야 하고, 어머니에게 ‘황혼 육아’로 맡겨두었던 자신의 진짜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으므로. 그렇게 글로리아로 가득하던 클레오의 세계는 최초의 균열을 맞이한다.
아이들도 알 건 다 안다. 그래서 그 균열의 순간은, 어둠 속에서 훌쩍훌쩍 우는 클레오의 모습. 떼쓰지도 조르지도 못하고 창틀만 꼭 붙잡은 클레오의 눈물 속에서 일방적 순간이 된다. 그러나 진짜 클레오가 균열을 감지하는 건, 오히려 방학을 맞아 글로리아의 고향 섬에 놀러 가서 작은 방에 몸을 뉘이는 순간이다. 가족들과 찍은 글로리아의 사진을 보며, 클레오는 처음으로 감지한다. 내 모든 것인 사람에게, 그에게는 내가 모든 것이 아님을 처음 깨닫는 순간.
그 순간, 머릿속에서 딱 클레오만했던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1학년 소풍 날이었고, 1학년이니까 보호자의 동행이 허락되었으며, 우리 엄마는 나뿐 아니라 동네 이웃집 아이와 동행하고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계셨던 아주머니는 미안한 얼굴로 아이를 챙겨달라고 연신 부탁했고, 그 모든 사정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엄마가 나 없이 다른 친구와 둘이서만 다정하게 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같은 프레임의 사진에 찍히는 걸 보는데, 기분이 상당히 묘했다.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조합을 목격했다는 생경한 기분이었으나 뭐라고 설명하지 못한 감정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때의 내 마음이 이해된 것이다.
굳이 <인사이드 아웃>에서 빙봉이 사라지는 슬픈 장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성장은 언제나 상실을 동반한다. 내가 알던 세계가 조각나는 아픔을 거친다. 그러나 깨지고 다친 세계는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틈으로 더욱 확장된다. 글로리아에게 자신이 모든 것이 아님을 깨닫는 클레오의 여정은 쉽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글로리아는 물론 글로리아의 가족들과도 연결된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님을 차츰 배우고, 중심이 아닌 채로도 건강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영원히 애정의 중심에만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글로리아뿐이었던 “클레오의 세계”는 이렇게 또 조금 확장되었다. (이 영화 제목 번안은 정말 멋지다.)
#그 후로도 우리는 자라겠지만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클레오의 세계”가 확장되는 아릿한 성장의 시간을 따뜻하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동시에, 클레오를 둘러싼 사람들에게서도 사랑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주인공의 성장담을 서술하기에 벅차 허덕이는 영화가 아니라, 모든 인물의 성장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담은 넉넉한 작품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 대신 자신이 낳지 않은 누군가의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며 사는 여성의 삶, 섬에 줄곧 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묘한 텃세를 받으며 그 거리감 안에서 다시 생활을 꾸려 가는 글로리아의 삶.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 조금은 떨떠름한 분노의 대상인 엄마를, 동생도 아닌 클레오와 공유해야 하는 세자르의 삶. 어쩌면 상실과 성장을 계속하는 건 클레오만이 아니다.
방학은 끝나고, 여정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막을 내린다. 이별은 필연적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애정 어린 돌봄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그 애정의 바깥으로 가지를 뻗어야만 성장할 수 있는 존재이다. 유년시절을 꼬박 메운 글로리아의 애정 바깥으로, 클레오는 나아가야만 한다.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의 꼬리처럼 힘차게. 때로는 힘껏 존재를 던지듯 다이빙하고, 또 때로는 다른 이의 손에 의지하여 뭍으로 올라오면서. 그러면서.
왜 이렇게 그 장면들마다 눈물이 났을까. 개인적인 기억의 편린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 인도에서 “돌보던” 아이들을 두고 비행기에 오르면, 불 꺼진 밤 비행기에서 조용히 줄줄 울던 날들이 떠올라서. 따로 떨어져 행복해져야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걸 잊지 않아야 하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아서. 집이라고 부르는 곳을 두 군데 이상 가져버린 사람들은 그리움이라는 감정과 떨어질 수 없다는 걸 배워 버려서. 그래서.
딱 클레오만한 나이였을 때의 나, 글로리아 같은 상황이었을 때의 나… 이 영화는 내 안의, 이제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을 톡톡 끌어올렸다. 이 영화는 이렇게 보편적인 정서를 통해, 우리 기억과 감정의 문을 두드린다.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인지하는 ‘온 세상’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그 사람의 애정 바깥으로 찢겨 나와 성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나 이 영화에서 자신의 조각을 엿보게 될 것이다. 꼭 글로리아나 클레오와 같은 경험이 없더라도.
이 영화의 다정한 시선 속에서, 84분 동안 나는 또 무언가를 찢고 조금 자랐다. 이토록 부드러운 색채와 사랑스러운 감각 속에서 자랄 수 있다면, 상실도 두렵지 않다. 고래 꼬리처럼 이 영화를 품고, 또 열심히 발장구를 쳐본다. 생을 향해서.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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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시간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사 둘의 광기
그토록 기다리던 닥터 스트레인지 2편이 개봉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두 번째 쿠키영상을 보고 나서 '아 언제 개봉날 오냐' 싶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월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소처럼 일하는 근면성실함 덕에 시간이 금방 갔던 것 같다. 또 <문나이트>를 비롯한 여러 디즈니 시리즈도 있었다! 오스카 아이작의 1인 다역 연기 보는 맛에 일주일이 금방금방 지나갔다. 뭐 같은 사회복무요원 노예생활에서도 마블 덕에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5월 5일 어린이날 전야에 무려 오후 반가를 쓰고 갔던 극장! 영화 자체는 나에게 엄청 재밌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 이은 기대치를 충족한 느낌이 좋았다. 샘 레이미 감독의 필모그래피 <드래그 미 투 헬>, <이블데드>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도 몇 군데 보여 보는 재미도 좋았다. 만약 안 본 분이 있다면 난 추천하고 싶다.
아. 안 본 분이 있다면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준비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일단 <완다 비전> 시리즈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돈이 없고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기 싫다 하는 분들은 유튜브에 내용 요약이라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크 홀드의 존재와 비전의 존재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웬만하면 <완다 비전>을 구독해서 보는 걸 추천드린다. 드라마를 잘 만들기도 했지만, 리뷰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요약본 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것도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 또한 '브루스 캠벨'이라는 배우가 감독 샘 레이미의 필모그래피 단골손님이었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사람이 뭐 영화 자체에 이야기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배우의 등장이 갑자기? 싶은 구석도 있을 것 같다. 사전에 알려진 대로 호러 맛 첨가의 슈퍼히어로 영화였다. 또한 샘 레이미의 이름값과 어울리는는 탁월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올슨과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엄청났다! 아,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는 여기까지만 쓰고 싶다. 이다음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읭? 싶으실 수도 있는 부분을 글로 풀어쓰려고 한다. 영화를 본 다음의 폭넓은 감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다!!!!!!!!!!!!!
다크 홀드의 주화입마에 빠져든 스칼렛 위치
이게 <완다 비전>을 봤는지 유무가 극 이해에 영향이 갈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다들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는 봤겠지? 잠깐 언급하자면, 비전은 완다에게 타노스의 마인드 스톤 회수 방지를 위해 자기를 파괴해달라고 요청한다. 완다와 비전은 서로 연인관계였기에 완다는 당연히 거부한다. 하지만 마음이 바뀐다. 전 우주의 평화를 위해 희생을 결심하는 완다. 어벤저스를 위해 자기 손으로 연인을 죽이게 된다. 그러나 타노스는 타임 스톤을 활용해서 비전을 다시 부활시킨다. 그리고 머리에 마인드 스톤이 뽑힌 채로 잔인하게 죽는다.
다시 <완다 비전>으로 돌아간다. 완다의 시트콤은 끝이 났다. 연인이 떠난 세상을 받아들이는 완다. 자기기만의 원인을 하나하나 돌아보기로 한다. 문제에는 소드가 있었다. 실드와 유사한 조직인 소드. 소드의 국장이라는 놈은 비전의 몸을 오체 분시 한다고 한다. 이유는 자원 때문에 다. 고작 돈 때문에 내 연인을 죽이려고 한다. 국장은 재료 하나하나를 팔면 돈이 된다는 말을 한다. 완다의 동의도 없이 비전을 무작정 끌고 갔다. 그리고 그 해부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다. 마음이 어두워지는 완다. <시빌 워>에서 부터 시작해, 온 세상이 그녀에게 부드러웠던 적이 없었다. 멘토였던 스티브 로저스와 호크아이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닉 퓨리? 의무만 주고 혜택은 뭐 준 게 있었나? 나타샤 로마노프는 희생해 세상을 떠났다. 유일한 피붙이였던 오빠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는 삶을 그렸던 완다. 그녀에게 행복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그나마 행복했던 시기에 돌아가려고 애쓴다. 굴곡진 그녀의 삶에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유일한 전성기였다. 현재가 너무나도 불행하기 때문에, 과거에 미련을 돌리는 완다.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완다 비전>의 빌런 아가사가 말해준 다크 홀드를 꺼내는 완다. 그렇게 다크 홀드의 주화입마에 빠져 전우주적으로 강력한 마법사 스칼렛 위치로 변한다. 완다는 이 힘을 이용해 멀티버스를 파괴해서라도 아이들에게 가고 싶어 한다.
짧게 완다의 서사를 써 봤다.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완다 비전>과 인피니티 사가의 모든 영화를 봐야 한다. 그래서 이들 중 하나라도 안 본 분은 영화의 갑작스러운 호러영화 전개에 의문을 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과수원이 지옥도로 변한다고? 갑자기 완다가 스티븐에게 적대적으로 변한다고?라고 느끼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 오기 이전에 완다는 이런 서사를 품고 있다는 걸 다시 상기하시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을 때 봤던 스타크 폭탄. 너무 어릴 때 하이드라와 엮여 생겼던 능력. 이 덕에 날 괴물 취급하는 세상. 히어로 노릇하다 떠난 오빠와 비전. 마음 둘 데 없이 자기 인생 찾아 떠난 선배들까지. 그녀에게 행복이란 없다. 그녀가 희생해야 할 건 많았는데 세상이 해준 게 있을까? 솔직히 소드/실드/어벤저스가 도움 된 거라곤 비전의 오체 분시 직관이었다. 뭐 <시빌 워>에서도 그녀의 실수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긴 있지만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전 세계가 두들겨 팼으니 어느 정도는 가혹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테러의 책임이 그녀에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래서 난 그녀의 흑화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크 홀드를 펼치기 전에 슈퍼히어로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저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반복되어 내면이 뒤틀린 인간이다. 유일한 행복이라곤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인데, 히어로 짓 해서 얻었던 것도 없다면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의 양면성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실적인 내면묘사로 인해 인물의 성격이 뒤틀렸고 이는 곧 <완다 비전>으로 이어진다. 아마 슈퍼 히어로서의 선함이 내면에 우세하다면 웨스트뷰 마을 주민들을 세뇌시킬 일도 없지 않았을까? 그녀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본작에서의 살육극은 완다가 MCU에 존재하며 갚아나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서사 전체에 대해서는 허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멀티버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등장한 이유
극에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네 번 나온다. 첫 번째는 MCU의 닥터 스트레인지다. 슈퍼 히어로서의 닥터 스트레인지이며, 우리가 아는 사람이다. 마블의 영화를 꾸준히 정주행 했다면 그의 서사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초반부다. 이상한 아저씨가 스티븐에게 스윽 나타나서 '정말 그것 빼곤 방법이 없었냐?'라고 묻는다. 스티븐은 대답한다. '응. 그거 빼곤 없었어'라고. 그리고 결혼식에서 크리스틴과 대화한다. 그녀가 스티븐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다. '어차피 우리는 안 됐을 거야'라고. 크리스틴 역시 '그 방법 빼고는 없었다' 식의 답을 한 것이다. 사랑에 미련이 남은 스티븐에게 비수가 꽂힌다. 그리고 마음이 깨진다. 마치 유리가 깨진 시계처럼. 정말 그 방법 빼곤 없었을까? 아마 그는 그 자신에게 여러 번 질문한 듯 보인다.
다른 스트레인지는 디펜더 스트레인지(꽁지머리 스트레인지)이다. 아메리카 차베즈와 멀티버스를 여행하다 정체불명의 괴수에게 사망하는 스트레인지. 그는 아메리칸 차베즈의 능력을 뺏으며 '이것 빼곤 방법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자기가 아는 게 전부라고 말하며 차베즈를 살상하는 것을 합리화한다. 이 스트레인지는 시체가 된다. MCU로 시체가 이송되고, 이 꽁지머리 스트레인지는 영화에서 보신 것처럼 극후 반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음은 슈프림 스트레인지다. 슈프림 스트레인지는 본인을 희생해서 타노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아이언맨이 메인 세계관에서 어마어마한 위인으로 평가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그가 추앙받는다. 그러나 슈프림 스트레인지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 역시 다크 홀드를 이용해서 멀티버스를 여행했고, 이 덕에 타노스 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내 기억상 그가 직접적으로 '이것 빼곤 방법이 없었다'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스티븐의 행적을 뒷받침하는 사람은 있다. 바로 변종 크리스틴이다. 크리스틴은 스티븐에게 '그 역시 독선적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증언은 미스터 판타스틱의 입에서 다시 나온다. 세 번째 닥터 스트레인지도 그가 하는 행동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러니까, 타인을 믿지 않았다.
네 번째 닥터 스트레인지는 시니스터 스트레인지다. 시니스터 스트레인지 역시 독선적인 판단에 지배당하는 인물이다. 크리스틴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다크 홀드를 사용한 시니스터 스트레인지. 이것에 대현 여파로 그 역시 흑화 했다. 다른 차원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수도 없이 밀어 죽여왔으며 메인 유니버스의 스티븐에게도 다크 홀드를 이용한 교환을 요청한다. 당연히 거절하는 스티븐. 이 시니스터 스트레인지를 요약하자면 역시 타인을 믿지 않는 인물이다. 역시 자기가 선택한 해결책이 유일한 방식이라고 믿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종합해보면 네 명의 스트레인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독선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크리스틴의 대사 '모든 스트레인지는 다 똑같군요'로 다시 재현된다. 그리고 이 독선적인 선택을 다른 주요 인물에게 적용할 수 있다. 바로 완다다. 사실 시니스터 스트레인지는 또 다른 차원의 완다라고 해도 무방하다. 사랑하는 사람(크리스틴/완다의 두 아이)을 위해 다크 홀드를 사용해 흑화 했으며 역시나 타락했다. 그리고 다른 차원의 자아를 죽이려고 시도했다는 점이다. 사실 사람 이름이랑 외모만 다르다 뿐이지 완다와 비슷한 처지에 처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시니스터 스트레인지와 MCU 스티븐의 대결이 완다와의 싸움이라는 의미와도 닿아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왜 완다가 아닌 닥터 스트레인지인가? 와도 닿으며, 부제에 Madness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스티븐은 완다만큼 미친 사람이 맞을지도 모른다. 다크 홀드가 나쁘다고 말하면서 그 역시 그걸 이용해서 스칼렛 위치를 저지했다. 그럼 그게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 아닌가? 그가 슈퍼히어로라고 해서 그의 이런 광기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변종 크리스틴과 변종 스트레인지를 투입해서, 자기가 쌓아놓은 이 '내로남불'과 마법사의 운명론을 서서히 깨트린다. 모든 게 다 정해져 있을 거라 믿었던 스티븐. 사랑하는 사람이 두려웠던 그에게 마법사로서의 자아를 뛰어넘는 선택지를 고르게 해 이제 더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게 그가 슈퍼히어로로 한 단계 더 진화한 이유이며, 그가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 또한 네 명의 스트레인지가 등장해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점점 가면 갈수록 변종 스트레인지의 모순이 완다와 유사해져 그의 성장 서사를 만든 것이다.
일루미나티의 빠른 퇴장?
극에 흥미로운 집단이 나왔다. 바로 일루미나티다. 일루미나티는 원작에서 굉장히 똑똑한 집단으로 묘사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완다에게 아주 박살이 났다. 변종 모르도를 제외하고, 모두 다 잔인하게 죽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특히 캡틴 카터와 변종 미스터 판타스틱은 어린이날 전날에 나온 히어로 영화 답지 않게 잔인하게 죽었다. 찰스 자비에는 X맨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강력함 절반도 못 갔다. 얼핏 보면 슈프림 스트레인지가 다크 홀드를 써서 타노스를 저지한 게 그나마 다행인 상황. 어느 정도는 이 일루미나티의 퇴장이 허무했다. 다른 세계의 어벤저스 같은 존재들이 마법사 한 명에게 먼지가 되도록 두드려 맞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난 이게 필요한 연출이라고 봤다.
첫 번째. 클리셰 뒤집기다. 우리가 익숙하던 사람들이 나왔다. 변종 모르도, 찰스 자비에, 변종 캡틴 마블, 캡틴 카터, 미스터 판타스틱 모두 사실 <왓 이프..?>와 <인휴먼즈>, X맨 시리즈 등 기존의 마블 영화와 드라마에서 나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마블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집단이 굉장히 셀 거라고 생각할 것 같다. 특히 찰스 자비에의 경우 본지 오래돼서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세계관에서 굉장히 강한 마법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변종 모르도도 소서러 슈프림이고. 캡틴 마블은 그냥 세고. 블랙 볼트는 입 열면 엄청 강한 캐릭터인 것 같다. 이 인물들이 스티븐과 차베즈, 웡과 동맹을 맺어서 완다를 상대하면 사실 좀 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극이 평이하게 가는 느낌이다. 어느 한 편으로는 <인피니티 워>가 생각난다. 이미 뒤집는 이야기를 몇 번 썼던 샘 레이미가 이걸 눈 뜨고 패스했을 것 같지는 않다. 완다가 울트론이고 뭐고 다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기존의 히어로 무비와는 다른 지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캡틴 아메리카 같은 맨몸 히어로가 스티븐 스트레인지 같은 마법사들과 비등하면 그거대로 이상하지 않을까?
두 번째. 후반부에 드러나는 맥거핀 '비샨티'의 존재 때문이다. 이 영화는 2)에서도 썼듯 스티븐 스트레인지의 성장 서사가 중요한 영화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후반부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한다. 감독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자. 오케이. 어느 세계관이던 궤변이 심한 스트레인지는 넣었어. 그리고 그 아치 에너미로 완다도 넣었어. 그러면 완다가 엄청 세야겠지? 그럼 그 완다가 세진 이유는 뭐야? 다크 홀드겠지? 근데 다크 홀드가 중요해? 아니야. 결국 중요한 건 다크 홀드를 쓰는 스티븐의 모순이야. 스티븐이 다크 홀드를 쓰게 만들어야 해. 멀티버스라는 공간적 배경 때문에, 완다가 아바타를 조종하듯 스티븐도 마찬가지의 환경이 만들어져야겠지? 이를 위해서 비샨티의 존재에 힘을 점점 더 주게 된다. 비샨티가 없어졌다는 이유가 스티븐이 다크 홀드를 사용하는 개연성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완다 이야기로 돌아간다. 다크 홀드에 의해 강해진 완다. 일루미나티를 바사삭 가루로 갈아버린다. 그럼 이 강해진 완다와 상대하기 위해서 비샨티가 필요할 것이다. 이 비샨티의 존재를 위해서라도 일루미나티는 필요했다. 스티븐의 모순을 보여주는 도구가 그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일루미나티 역시 스티븐과 똑같은 모순을 범했다. 일루미나티는 스티븐에게 '완다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즉, 자기가 믿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이는 곧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황과도 이어진다. 그들 역시 스티븐과 같은 실수를 범했고 그렇게 최후를 맞았다. 난 이런 소소한 디테일들 때문이라도 그들이 이렇게 퇴장하는 것이 각본상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완다의 사망?
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지도 모른다. 난 안 죽었다에 건다.
일단 배우가 마블과 재계약을 했다는 말이 있고또 <호크아이>의 킹핀처럼 일부러 시체를 보여주지 않는 연출이 후속작과도 이어진다는 것은 모두가 예상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좀 나와주세요.. 히히..시계의 의미?
이 시계라는 매개체는 사실 영화 리뷰계의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존재다. 단골손님이기 때문이다.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다 근데 이 시계가 깨졌다? 당연히 그의 시간이 멈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티븐에겐 미련이 있다. 크리스틴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다. 크리스틴의 결혼식에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지질해진 스티븐. 사랑받는다는 것이 두려워 전해지 못했던 마음을 크리스틴에게 전한다. 그리고 바로 시계를 고치는 신이 나온다.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싸우는 자아에 대한 꿈을 꾸고 시계가 부서진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시계를 고치는 신은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나타났다. 내적인 성장 이후 그의 시간이 가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제는 마법사의 예언이 아닌, 나와 자신 그리고 동료들을 믿으니 그의 시간이 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는 슈피 히어로서의 성장이 오히려 인간 그 자체의 진보와 이어졌다는 점에서 <아이언맨 2>나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 생각난다.
누가 봐도 샘 레이미
영화에서 기억에 남았던 건 역시 호러 분위기였다. 완다가 거울에 갇히는 장면 인상 깊었다. 또 어디에선가 좀비같이 튀어나오는 장면, 물웅덩에 눈 하나 짠 나오는 장면, 자비에의 죽음, 메이크업까지 섬세하게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하이라이트 부분 좀비 스트레인지가 영혼을 가지고 망토처럼 쓰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의 비주얼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멀티버스 내부 묘사나 가르 간 토스 외면까지 판타지에 의존하는 부분도 꼼꼼함이 가득했다. 샘 레이미라서 가득한 CG 느낌? 또 사운드도 몰입하기 좋았다. 아마 피아노를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이질감이 단 1도 없다. 고전적인 호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과연 1등 공신인 셈이다. 이 외에도 초반부 가르 간 토스를 사살하는 장면에서는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엔딩신에선 <드래그 미 투 헬>이, 좀비 비주얼은 <이블데드>가 생각났다.
아쉬운 부분도 있어
아마 많은 분들이 느끼는 것으로 보이는데, 음표 전투신 좀 오그라들었다. 너무 샘 레이미하고 싶은 대로 다 해~였다. 굳이 음표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주변 물건으로 싸우는 모습만 보여줘도 충분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완다 비전>이 강제되는 부분은 라이트 하게 즐기는 분들이 보기에 아쉬운 부분이다. 뭐 뭘 만들든 제작자들 마음이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소외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두 마법사의 광기를 보여주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연기 잘하는 거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물이 1인 4역을 해야하는데 성격이 미묘하게 달라야 한다. 그냥 대놓고 다른것도 뭐 어렵겠지만 미묘하게 다른 연기를 하는 건 신기할 정도. <문나이트>의 오스카 아이작을 보면서도 감탄했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그냥 빙의한 사람 같았다. 특히 시니스터 스트레인지와 변종 크리스틴과의 대화신이 같은 배우가 연기했다는 건 누가 보면 거짓말인 줄 알 것이다. 다른 배우 중 놀란 사람은 엘리자베스 올슨이다. 분노. 슬픔. 당황. 행복회로 굴리는 모습. 광기. 눈물. 모든 것을 소화하는 연기였다. 연기 잘하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또 일단 비주얼적으로 너무 예뻤다. 피칠갑을 해도 미모는 못 숨겼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스타성 만으로도 티켓값을 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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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을 넘어선 완벽의 강박.
익숙한 공간에서 낯설고 축축한 공간으로 이어지는 한 사람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문다. 최고가 되기 위한 되뇜은 왠지 모를 집착처럼 느껴지며 여유로움보다는 강박에 가깝다. 자신의 목표가 아닌 타인을 바라보며 열정을 조각조각 채워간다. 최고가 되기 위한 몸부림에도 타고난 것 앞에서 일정한 한계를 맞닥뜨리며 자기 파괴가 극으로 달하는 순간까지 도달한다. 알렉스는 무엇을 위해 열정을 쏟아 내는 걸까.
알렉스의 강박은 ‘최고’라는 이름으로부터 시작하여 ‘신중함’, ‘노력’에 의해 지속되어 왔다.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일에 도전하여 목표한 바는 어떻게든 이루어 내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고야 마는 알렉스는 고통으로 빠뜨려서라도 목표에 도달하려 한다. 그러한 방식은 가혹하기까지 한데, 주변인의 만류에도 꼿꼿하게 자신이 갈 길만 바라본다. 한계에 다 달았음에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불안은 내부로 스며들어 알렉스를 이루고 있는 모든 부분들을 갉아먹는다. 정해진 목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던 알렉스의 욕망은 이루어 냈다는 생각이 들고나서야 멈춘다.
팀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조정과 타인과의 교감이 중요한 사랑을 하는 알렉스에게서 이질감을 느꼈다. 타인을 배제하고 타인이 배제하며 자신의 욕망, 감정에 충실한 알렉스에겐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주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완전한 변화를 아우르지는 못하는 알렉스의 내면은 상처가 휩쓸고 간 멍투성이었다. 뒤늦게 조정과 사랑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지만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이루어낸 결과는 끊임없이 이어질 어떤 것을 조명한다. 알렉스만이 홀로 남아 배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영화 <위플래쉬>와 영화 <블랙스완>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타인의 관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것과는 조금 다른 영화 <더 노비스>는 자기 파괴적인 성격이 강했다. 영화의 공간은 로런 해더웨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더 숨 막히는 듯하다. 다른 스포츠 영화와는 결이 다르지만 미묘함이 열정을 이루는 이야기가 잔잔함에도 강렬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목표에 다다를수록 점점 피폐해져 가는 알렉스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더 노비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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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재개봉 예고편
조직 내부에 숨어있는 스파이를 찾아라!
영국의 비밀정보부 요원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만)는
러시아 스파이의 색출 작전에 실패한 후 은퇴하지만,
본부로부터 다시 한번 비밀 작전을 맡게 된다.
한편, 러시아 고위급 장교를 감시 중이던 현장요원 ‘리키 타르’(톰 하디)는
서커스라 불리는 MI6의 최고위급 간부 4명,
정보부장을 포함한 고위 관료 중 한 명이 스파이임을 알게 된다.
이제, ‘조지 스마일리’는 어제까지의 동료였던 정보부 모든 이들을 상대로
자신의 임무를 들키지 않고 스파이를 가려내야만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