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2021-08-22 23:20:07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2021)
부디 전작은 잊으시오...!
마고 로비의 할리퀸을 제외하면 어떤 특별함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작의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가오갤 시리즈의 제임스 건 감독하에 속편으로 다시 찾아왔다. 이미 <가오갤>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일단 굉장히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인 제임스 건의 지휘아래 만들어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가 내놓았던 이전 작품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불명예를 씻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부디 전작은 잊으시오...!
이 영화는 전작을 지워내고 새롭게 다시 쓰고자 하는 의도가 언뜻 엿보이는 작품이다. 우선 할리퀸을 비롯한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곤 전작과의 접점이 없으며,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팀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다가 작전에 투입된 전작과는 달리 이 영화는 역순행의 플롯을 여러차례 사용하여 전작의 익숙한 이야기 구성을 버리고 새로운 플롯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구성이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으며 쉽게 따라갈 수 있어서 나름 성공적이라고 보았다. 그외에도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죽는 전작의 주요 멤버의 모습, 그리고 ‘2’가 아닌 정관사 ‘The’를 붙인 영화의 제목 등을 통해서 이 작품은 이전 작품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완전히 지워내고, 그 자리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새롭게 써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칙칙한 DC에 마블 한 스푼
히어로 무비의 양대 브랜드 DC와 마블의 차이점을 말하라면, 대다수 사람들이 영화의 분위기를 말할 것이다. DC의 히어로 무비는 대체로 어두운 반면, 마블의 히어로 무비는 대체로 밝고 화사하다. 흥행작은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마블 히어로 영화들이 앞서지만, DC의 어두운 히어로 무비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DC의 흥행타율이 낮았던 것은 사실이고, 흥행을 떠나서 그 어두운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작품은 <조커>,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정도로 손에 꼽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분명, DC의 어두운 분위기는 마블과는 남다른 매력을 갖고, 때때로 걸출한 성공사례들을 만들기도하지만,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분명 실패한 사례였다.
애초에 소재에 대한 접근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이었을까? 새롭게 기획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마블의 <가오갤>을 감독했던 제임스 건에게 감독을 맡기고 새롭게 돌아왔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작품을 대하면서 이전 작품과는 다른 매력으로 중무장했다. 우선 딱딱하게 프로파일을 읽으면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팀원들을 소개하던 전작의 방식과는 달리, 이 영화는 작품속 인물들이 직접 자신의 프로파일을 읽거나 보여주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순차적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런 방식으로 캐릭터와 관객의 거리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어딘가 하나씩 모자라거나 단단히 미쳐있는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B급 감성 역시 캐릭터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요소중 하나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만큼, 영화가 산만하고 난잡해질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간의 전체적인 조율이 좋아 그 소란스러움에서 오히려 활기를 발견할 수 있다.
잔인함이 유혈이 낭자한 정도를 넘어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다만,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등급이 증명하듯이 꽤나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특히 태스크 포스 X의 릭 플래그의 팀원들이 함정에 빠져 힘든 전투를 해나가는 씬의 잔인함에는 깜짝 놀랄 정도다. 그저 단순히 유혈이 낭자한 것이 아니라 신체가 훼손되는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도 그건 첫 장면부터 자극적인 영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빌런 영화인만큼 그 장르의 매력을 위해 잔인함과 냉혹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빌런 영화라고 해서 잔인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무조건 이해해주어야 하는 부분인걸까? 개인적으로는 어느정도는 옳지만, 어느정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술에 윤리의 척도를 들이댄다는 일이란 역시 어느정도는 무리가 있는 일이지만, 어느정도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미디어시대에 예술작품들이 대중들의 잠재의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어떨까.
개인적으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어느정도는 오락적인 연출을 위해서, 그리고 어느정도는 영화의 주제를 위해서 고어적인 연출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사실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딱지를 달고 나온 작품인만큼,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미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자정의 능력이 있는 성인들이라고 판단해야 한다. 때문에, 이미 청불 등급을 달고 나온 이 영화는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다. 물론, 그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영화의 고어함은 단순히 끔찍한 장면을 늘어놓는 것으로 관객들의 내재된 폭력성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의 오락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누군가를 단순히 고문하고 괴롭히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액션의 합으로 연출되는 이 영화의 잔인한 장면들은 장르적 쾌감을 충족시키는 요소들이다. 또한, 주연과 조연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잔인한 죽음은 사회에서 가장 가치없는 루저들의 죽음과 영웅의 죽음, 그리고 한 나라의 지배자와 독재자의 죽음이 별반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잔인한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꺼려지는 작품일 수도 있을듯)
루저들이 무너뜨리는 거인들의 역사
여튼,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잔혹한 범죄자들로 구성된 팀으로, 사회에서 생명의 가치를 쳐주지 않는 이들이다. 즉, 이들은 흔히 루저라고 불리는 사회의 가장 최약계층들로도 상징되는데, 이 영화속에서 이 루저들과 같은 위치에 놓여 있는 저항군, 독재국가의 시민들과 쥐 떼는 서로 같은 상징성을 갖고 연결된다. 그리고 이들이 자신보다 훨씬 큰 거인을 쓰러트린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에서 확인한 그 배후와 그것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이 영화는 잔혹한 범죄자에 불과한 루저들의 이야기를 현대 사회의 힘없고 약한 이들의 이야기로 확장시키고 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단순한 오락영화에 그쳤던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매력적인 오락성을 놓치지 않되, 그 단순했던 전작의 이야기와 소재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찾아내는 제임스 건 감독의 탁월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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