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5:33
[JIMFF 인터뷰] 배우와 황동희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배우 황동희 인터뷰
배우와 황동희가 일치하는 순간까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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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장편 영화로 선정된 '나의 여신'은 전통 무속을 심도 있게 재현하면서 특히 굿의 음악적, 무용적 측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영화다. 8월 12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황동희('나의 여신' 부계석 역) 배우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영화 '나의 여신'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나의 여신'이란 작품은 민속학자 선호가 제주도 최고의 심방(무당)을 연구하기 위해서 소미(무당의 조수)가 되려고 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선호 이전에 원래 심방의 소미였던 부계석 역을 맡았는데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소미가 되려고 하는 선호를 견제하는 역할입니다.
부계석이라는 역을 소화하기 위해 추가로 준비하신 거나 공부하신 게 있으신가요? 직접 제주도 굿을 보기도 했고 한국무용과 현대무용도 배웠습니다. 또 사설도 읽었고 이자람 님에게 판소리를 배우며 준비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배우시느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우선, 제가 굿이나 국악 분야를 처음 접하다 보니, 헷갈렸어요. 저는 네 박자에 익숙한데 국악은 세 박자이기도 하고…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되게 힘들었는데 손수현 배우님이 국악 전공이셔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북 치는 법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굿과 국악은 영화 음악으로 접하기에 흔하지 않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어제 개막식에서 작품 소개 나오는데 서양 음악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근데 <나의 여신> 작품을 소개할 때만큼은 딱 토속적인 음악이 들리니까 신비롭기도 하고 아주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옆에 같이 있던 관객분들도 끄덕끄덕하면서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국제음악영화제이고 제천에서 열리는 만큼 '나의 여신'이 한국에 대한 그런 토속적인 음악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여신'에서 음악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음악에 따라서 영화가 되게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저는 촬영하면서 오케이 컷 모아 놓은 편집본도 보고, 사운드가 입혀졌을 때, 영화 음악이 삽입되었을 때도 보는데 음악을 어떤 걸 넣는지에 따라서 영화가 완전 다르게 바뀌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음악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음악이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부계석을 떠올렸을 때 생각 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계석 역할을 보면서 위플래쉬의 'Caravan'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고 되게 도전적이고 호전적이고 분노와 억압이 많이 담겨 있어서 그 점이 계석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로 국악이나 전통음악이 아니네요? 그렇다면 부계석을 위한 테마 곡을 만든다면, 그 곡의 제목은 무엇으로 하고 싶으세요? 계선을 보면서 되게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약에 테마 곡 제목을 정한다면 ‘Unstable’로 정하고 싶습니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제가 그때 선배님들과의 첫 촬영이라 너무 긴장하고 얼어 있어서 불안정한 상태 그 자체였는데 선호 역할을 맡으신 윤선우 배우님이 “끝나고 내 방으로 와라.” 이렇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무 긴장해가지고 잘못했나? 실수했나?’ 생각하면서 갔는데 맥주랑 치킨을 사다 놓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그리고 손수현 배우님이 모영리당을 위한 우정 링과 첫 촬영 기념 책을 사 주셔서 덕분에 긴장 다 풀리고 되게 재밌게 촬영했었습니다.
배우 황동희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의 이름 자체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일치되는 순간이 올 때까지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신효림, 김민서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혜지
에디터 : 김문숙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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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조건
드라마의 주인공인 민혁은 묻는다. “사랑은 얼마나 대단해야 사랑일까?” 온 마음 바쳐 사랑했던 이를 잃은 그는 세상에 물음을 던진다. 또 다른 주인공인 유정. 유정은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랑이라고 온몸을 바쳐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애인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기를 선택한다. 유정이 짊어진 죄는 민혁이 죽도록 사랑하던 애인을 뺑소니로 죽인 것이다. 민혁은 그녀를 용서하지 못한다. 감옥살이로 죗값을 치르는 일은 당연한 일일 뿐이다. 그는 그녀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리려 하고, 그렇게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시작된다.
사랑이 뭐라고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짓들을 벌인다. 유정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끝없이 비밀을 만들고, 민혁은 그런 그녀를 끝없이 미워하며 괴롭힌다. 그리고 익숙한 전개가 이어진다. 서서히 밝혀져 가는 비밀과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흔하디흔한 ‘막장 드라마’적인 서사. 그러나 나는 이 작품에 몰입했고 단숨에 감상을 마치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분명 한 끗이 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표면적인 소재는 ‘사랑’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서사를 찬찬히 좇다 보면, 다른 핵심을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은 ‘사랑’을 경유하여 ‘인간의 조건’을 논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유정은 일견 바보 같은 인물로 보인다. 남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여자라니.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로 민혁에게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말은 습관이 되고 만 것인지,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고 나온 뒤에도 그녀는 조금의 실수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처음에는 그녀가 한심했다. 사랑이 뭐라고, 그깟 남자 하나가 뭐라고 저런 삶을 선택하여 불필요한 죄책감을 짊어지고 사는가. 그러나 그녀는 사실 그렇게 얄팍한 사람이 아니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그날의 사건이 유정의 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민혁은 유정에게 묻는다. “그날 네가 운전을 안 했다면 실은 안도훈이 한 거라면 말야. 네가 이렇게 나랑 더럽게 엮이진 않았을 텐데.” 유정은 답한다. “아니요. 만약에 제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해도 전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분이 돌아가신 그날 밤 전 분명 그 자리에 있었어요.” 유정은 그저 안도훈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기에, 사랑했기에 죄책감을 안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녀 또한 그 자리에 있었기에, 어딘가 수상한 그의 행동을 보고서도 그 순간을 넘겼기에 죄책감에 사는 것이다. 반면 안도훈이라는 남자의 모습은 어떠한가. 유정의 희생이 자신을 괴롭게 한다며 되려 그녀를 탓한다. 나아가 ‘비밀’을 지키기 위해 다른 죄를 저지르는 것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을 알고 죄책감 따위는 모른다. 그가 보이는 불안은 죄책감이 아닌 자기 연민에 불과하다. 결말부 모든 비밀이 드러났을 때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유정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그는 주어진 수많은 기회들을 놓쳤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유정은 자신이 무결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이 민혁의 애인을 죽인 것은 아니나, 은연중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앎에도 외면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사실 세상 어디에도 무결한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잘못을, 크게는 죄를 아느냐이다. 그리고 그것에 맞는 대가를 치르느냐가 문제다. 이 작품을 보고 내가 죽도록 미워했던 이들을 생각했다. 나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기회를 줬었다. 그러나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 시간들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이들이 떠올랐다. 작은 실수에도, 심지어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일에도 모두 자신의 탓인 것 같다며 끝없이 자책하며 아파하는 이들. 그렇게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나의 사람들을 ‘자의식 과잉’이라며 놀리곤 한다. 어떻게 그들을 위로해 줘야 할지, 어떻게 그 일들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설득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저 내뱉는 말. 그런 당신이기에 사랑하지만, 그것만이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아니기에 슬퍼지곤 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지하지도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바보같이 인간다운 당신들이 내 곁에 있다.
작품 하나를 보고 수많은 생각을 했다. 10년도 더 된 작품이기에 불편한 지점이 없지는 않다. 작품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지점은 분명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민혁은 너무나 폭력적인 남자이며, 그런 지점에서 용인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빌드업을 통해 작품은 분명한 설득력을 갖는다. 나아가 서로를 적으로 두던 여성들이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며 연대하는 모습 또한 좋았다. 죽도록 미워했지만 어느 순간 안쓰럽기도 하고 그것이 애정이 되기도 하는 그런 우정이 좋았다. 이런 작품이 단순히 과거의 작품들에서 성별을 반전할 뿐 납작하디 그지 없는 최근의 작품들보다도 훨씬 좋지 않은가.
드라마 한 편을 본 것뿐인데, 내 인생과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전부 스쳐 갔다. 내가 그 사람들을 이제는 조금 덜 미워할 수 있기를, 나 또한 인간의 조건을 잊지 않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여리디 여린 사람들이 최소한 오늘만큼은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에 아파하지 않고 편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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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지라는 기적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해당 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된 글입니다
국내에서는 <러브 액츄얼리>를 비롯해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로맨스 장인으로 더 잘 알려진 배우 휴 그랜트의 신작 <헤레틱> 이 4월 2일 관객들을 찾게 되었다. 아니, 관객들이 그를 찾게 되었다 말해야 할까. 영화 <헤레틱>은 몰몬교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두 소녀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영화는 조금은 생뚱맞게도 콘돔을 비롯해 포르노 스타의 이야기까지 단순 두 주연의 수다로 시작하나 이는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중요한 메세지를 암시한다. 바로 맹목적인 믿음, 이다. 광고를 비롯해 성인물까지 종교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무수한 이들이 접하는 것들을 통해 영화는 극초반부터 말하고자 한다. 과연 우리는 생각이 거세 된 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두 소녀가 찾은 집에서 푸근한 노신사 리드(휴 그랜트) 종교에 무척이나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집은 무언가가 이상하다. 그들이 안내받은 소파가 놓인 '거실'이어야 할 것 같은 공간이 그보다는 조금 더 응접실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무언가 이질적이다. 리드가 오가는 복도 그리고 반스 자매(소피 대처)의 시선을 따라 간접적으로 그 공간을 체험하다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다른 공간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것. 불 꺼진 어두운 복도 외엔 모든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그야말로 교차로의 역할만 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말한다, 리드와의 만남은 미궁으로 향하는 함정 그 자체라고 말이다.
사실 길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전도 당하는 경험은 그닥 희귀한 경험이 아니다. 길 찾기를 핑계로 기운 얘길 하는 사람들을 우린 번화가에서 종종 마주한다. 이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가 하면 바로 대화 주도권을 뺏는 것이다. 자리를 뜨기 위한 핑계를 막기 위함도 있겠지만 이들은 포교를 위해 단시간 안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게 해야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예 말을 섞지 않거나 대답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많을 것이다. 여기 이 자매들 역시 그러하다. 반스 자매에 비해 경험이 없어 보이는 팩스턴 자매(클로이 이스트)는 무언가 께림칙함을 느끼는 반스와 달리 리드의 말에 맞장구 치며 열심히 전도를 이어 나가려 한다. 하지만 이때 공간 외로도 기묘한 일이 한 가지 더 벌어진다. 단순 반스가 발견하는 블루베리 향초의 섬뜩함이 아니다. 리드는 두 소녀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퍼붓고 있다. 그리고 그 면면을 살펴보면 종교에 대한 관심보다 두 소녀의 의견을 묻는 것이며 더 나아가 어떠한 대답이 이미 준비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리드의 몰몬경은 인덱스와 노트로 빼곡하며 종교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이 있음이 분명해보인다. 이는 단순 광신이 아닌 그들이 몸담고 있는, 관객이 몸담고 있는 현대사회와 연결된 '믿음'에 대한 시각이다.
이는 본격적으로 리드가 만들어둔 가짜 예배당에서 더욱 심화된다. 두 자매가 믿음과 불신 중 하나를 강요 받는 것과 더불어 리드는 몰몬교 뿐 아니라 3대 종교라 칭해지는 것들이 모두 고전에서 파생된 것임을 밝히며 이는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변형과 다름 없다 비유한다. 특히 그는 몰몬교인 후기성도교회의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가 한낱 인간에 다름 없으며 그저 자신의 편의를 위해 교리를 수정했다 말하며 두 자매가 어떠한 신념 아래 이러한 종교를 영업(sale) 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관객은 이때 압도적으로 긴 리드의 대사량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해 사고 하게 된다. 신도를 바탕으로 하는 종교들, 매일같이 불행과 기적이 공존하는 세계 그리고 그걸 따라도 따르지 않아도 종교와 마찬가지인 각종 변형들과 대기업의 광고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 다시 말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선을 말이다. 이때 두 자매는 상반된 문 앞에 서게 되는데 리드의 농간이나 다름 없는 이론에 정면으로 대항하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는 반스와 그가 끼칠 피해를 걱정하며 마치 그의 의견에 설득 당한듯 구는 팩스턴의 선택에 있어서 관객은 마치 리드의 미궁과도 같은 종교로 대표되는 현 시대의 믿음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당신의 믿음은 특정 이론에 선동 된 것은 아닌가?
비록 영화는 이 부분을 끝으로 종교에 대한 설전보단 다소 <나이브즈 아웃> 같은 추리물의 전개로 나아간다. 밀실에서까지 자매에게 어떤 선택과 추리를 강요하는 부분에서는 <셜록 홈즈>의 유명 에피소드인 '주홍색 연구' 의 흔적 역시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홍색 연구' 에피소드 역시 후기 성도 교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진정한 신의 목격자나 시체 바꿔치기 등과 같은 추리소설 속 장치를 써가며 영화는 종교인인 두 자매를 대상으로 하는 리드의 연구가 팩스턴의 자매의 추리를 통해 결말부에서 그가 믿고 있는 신이 다름 아닌 '통제' 였음이 밝히는데, 이때 계속 언급하고 있는 관객에게 던지는 메세지 맹목적인 믿음과 최종적으로 연결지어진다. 조던 필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할리우드 작품들이 소재로나 장치로나 사용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국민 통제 괴담은 시기를 막론하고 미 전역에 퍼져있는 하나의 사상과도 같다. 정부가 수돗물을 통해, 안테나를 통해 국민들을 조종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공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음모이나 정작 광고를 보고 구매를 결정할 때 영상 속 연기하는 배우를 볼 때 무언가를 지시 받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즉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보편적인 통제 속에서 선택적인 의심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특정 종교를 사이비라 칭하기도 하고 도믿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며 누군가의 믿음을 비난하곤 한다. 자유의지 없이 보편적이지 못한 단편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이 자유를 되찾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되도않는 시뮬레이션 이론을 펼쳐가며 자신이 열세하고 있다는 것을 들킨 리드처럼 영화는 곳곳에 가장 통제 당하고 있는 듯한 두 자매의 자유 의지를 심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리드의 미궁이 내포하는 것처럼 그 누구도 현대 사회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부 마찬가지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치 리드의 계략에 놀아나는듯 그의 미궁 속 가장 어두운 지하까지 스스로 걸어들어간 뒤 탈출에 성공한 팩스턴의 선택부터 결혼 후 가정을 꾸리는 것이 영원의 축복이라 믿는 몰몬교 신자이나 IUD를 삽입한 반스의 선택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조금 과한 연출이라고도 평가되나 죽음의 문턱 앞에서 리드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반스의 의지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너를 살리고자 한 나의 의지야 말로 극강의 통제를 흐트러트리는 타인을 위한 나의 선택이라 말이다. 무엇을 믿고 믿지 않을지 선택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매너리즘에 빠진 리드는 그러한 인간의 강한 자유 의지를 보지 못한다. 신의에서 파생된 기적을 믿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이러한 부분들을 세련되게 연출한 작품이라고는 평할 수 없으나 적어도 나의 선택이 뭉개져 보이는 이 현대 사회에서 타인을 살리려는 개인의 의지야 말로 종교에서 묘사하는 기적과 같은 것이라 말하는 작품이었다. 그러니 나 역시 슬픔으로 가득한 현 세계에서 다시 개개인이 만들어낼, 그리고 내가 만들어낼 의지의 기적을 믿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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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10월 16일로 개봉일 변경
허진호 감독 연출 영화 <보통의 가족>이 10월 9일에서 6일로 개봉일을 변경했습니다.
10월 첫째 주에 개봉하는 <대도시의 사랑법>, <조커:폴리 아
되>의 경쟁을 피해 간 것으로 해석됩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영화는 제48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이외에도 해외 유수 영화제에 19회 초청되며 하반기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예매율 1위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시기 개봉한 작품 중 한국 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과 거리를 두는 흥수가 함께 생활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2023년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라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예매 첫날 ‘오류’
부산국제영화제 인터넷 예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일부 예매가 취소되는 등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영화제 측은 “결제 시스템의 트래픽 과부하로 인해 예매에 실패한 경우에도 결제가 진행됐다”라고 오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영화제는 “오류 발생 건은 환급 조치하고, 서버 증설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청룡영화상 사회자 한지민, 이제훈 발탁
30년간 청룡영화상 진행을 맡아 오다 지난해를 끝으로 사회자 자리에서 물러난 김혜수의 후임 사회자로 배우 한지민과 이제훈이 발탁됐습니다.
한지민은 "청룡영화상을 대표한 김혜수의 존재를 느꼈고, 다시 한번 김혜수 선배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라며, "그가 만들어온 전통과 품격을 이어받아 부족하지 않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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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만큼이나 중요한 상생
타임 루프에 갇힌 인물들은 어디로 향할 수 있는가. 루프를 탈출하거나, 하지 못하거나. 선택지는 두 개뿐이다. 루프에 속박된 세 인물(나일스, 세라, 로이)을 응시하는 영화 <팜 스프링스>(2020)는 남녀의 로맨스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로이라는 제3의 인물이 나일스와 호응하는 지점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로이는 나일스로 인해 세라보다 먼저 타임 루프에 갇힌 인물이다. <팜 스프링스>는 루프에 빠진 인물을 셋이나 등장시킨다. 세 사람 모두 루프에서의 삶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영화는 충분히 실존적 고뇌를 다층적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팜 스프링스>는 진중함 대신 장르의 질감을 덧대는 경쾌한 무드를 선택한다. 허무맹랑해 보여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감싸는 감정선 자체를 부각하겠다는 영화의 태도는,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로 전이되어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
로이는 루프 속에서의 삶을 전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일스를 증오한다. 그렇게 타임 루프에 갇힌 두 남자의 촌극이 벌어진다. 로이는 계속해서 자신의 인생을 망쳐 버린 나일스에게 응징한다. 그는 나일스를 고통스럽게 죽이지만, 어찌 됐든 두 사람은 절대 루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로이는 병원 신세를 진 이후 심경에 변화가 왔다고 고백한다. 로이는 나일스에게 말한다. 너만의 안식처를 찾아라. 내면의 혼돈을 잠재울 안식처 말이다. 로이는 당연히 예정된 미래를 알고 있다. 알면서도 그 자체를 수용한다. 딸이 이따가 자신을 곰으로 그릴 거라면서 사소한 일상을 긍정하려는 로이의 태도는 <컨택트>(2016) 속 루이스 박사의 심적 결단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을 만끽하는 로이처럼, 나일스도 안식처를 찾아낸다. 바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공허했던 그를 채우는 건, 진정한 사랑이다.
나일스는 루프 이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반복되는 하루에 속박된 채 살아왔다. 수도 없이 반복되는 하루에 지친 나일스의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그는 우연히 세라를 루프로 끌어들이고 만다. 세라는 로이처럼 그 즉시 루프에서의 삶을 거부하지만, 결국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나일스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세라에게 거들먹거린다. 무슨 짓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루프 속에서 나일스는 흡사 신처럼 보인다. 반복되는 하루의 리듬을 관장하는 절대자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일스가 루프를 지배한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까운데, 나일스는 루프에 속박된 채, 무용함에 잠식된 인물이다. 루프에서 느끼는 권태감을 슬쩍 매만지는 정도로만 만족하고, 반복되는 안정감에 안주한다.
나일스는 루프에 남으려 하고, 세라는 루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나일스가 루프를 떠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 있다. 그는 루프에서 벗어난 상황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반복에 익숙해져 있다. 세라는 어쩌면 나일스의 공허감을 채워주는 인물이다. 우리는 오늘만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자신만의 삶의 리듬을 찾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세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루프에서의 삶은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로이처럼 성찰과 사색을 거쳐 실존적 의미를 발전시킬 때만 의미가 있는가? 어쩌면 루프에서의 삶이든 루프를 벗어난 삶이든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일스와 세라는 여전히 반복해온 루틴대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듯 보인다. 영화는 두 인물이 루프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순간을 강조하지 않는다. 삶을 감각한다는 건, 어쩌면 고독이 아닌 상생에서 시작된다. 로이는 세라로 인해 그만의 안식처를 찾았다. 나일스와 세라 또한 서로를 들여다보고, 삶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 따라서 함께하는 순간을 지속해서 담아내려는 <팜 스프링스>의 유쾌한 화법은 여러 장르의 결합과 변주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걸지도 모른다.
본 콘텐츠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은 '영화 <팜 스프링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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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테크KOFA 발굴 복원전 라인업
시네마테크KOFA가 2008년 5월 8일 개관한 이래로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 수집한 영화와
국내외에서 복원한 예술 영화들을 선보이는 '발굴 복원전'이 올해도 개최됩니다!
데이비드 린치, 발 킬머처럼 근래 작고한 영화인들을 기리는 ‘인 메모리엄’ 섹션,
벨기에 왕립 아카이브에서 복원한 해리 퀴멜 감독의 <말페르튀이>가 상영되는 ‘해외 복원’ 섹션 등
다채롭게 준비된 복원전을 만나보세요.
평소에 보기 어려운 영화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더욱 놓칠 수 없겠죠!
*article, image @koreanfilm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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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락을 잃고 난기류에 휘청거리는 '파일럿'
엄마 나 유퀴즈 나왔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남 조종사 한정우(조정석)다. 첫 장면은 인기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곧 성공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성공한 파일럿 한정우. 학생 시절부터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안정적인 비행을 보여준 한정우. 극적인 개인 서사와 잘생긴 외모로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인물이 되었다. 어디 가면 후배들이 잘생겼고 멋있다며 칭찬한다. 자기애가 흘러넘치는 한정우. 하지만 한정우에게 세상은 나 혼자만 사랑하기에 바쁘다. 자기 인생 사는 것에 바빠 아내와 아들이 원하는 게 뭔지는 무관심하다. 아내가 6개월 전에 그만둔 필라테스 이야기를 꺼내는 한정우. 한정우는 겉으로만 화려하지 타인에게 무관심한 인물이었다. 이 무관심이 화근이 되었다. 어떤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상사에 호응하기 위해 이상한 소리를 입 밖에 내는 한정우. 이 일은 녹취록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백수가 된 한정우. 먹고는 살아야 한다. 여러 항공사들에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 묘수를 떠올린다. 여자만 뽑는 항공사에 부기장으로 지원하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다. 때마침 자기 회사가 여자 부기장을 뽑는다는 후배 현석(신승호)의 말에 뷰티 크리에이터 한정미(한선화)에게 여장하는 법을 묻는다. 먹고살기만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여장이,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한정우에게 들이닥친다.
요즘 10대들은 이거 알까
성별을 바꾼다는 소재가 한국의 영화/드라마가 그렇게 많았던 편은 아니었다. 글쓴이 같은 90년대 후반대생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 이 드라마가 상업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기획의도는 간단했다. 1) 남자 주인공이 재벌가 3세 2)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만난 운명 같은 사랑 3) 남장여자라는 사실이 들킬까 말까 하는 서스펜스다. 이 기획은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 보면 신선할 수밖에 없다. 성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게 사랑일까/아닐까 긴장감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일단 사회적으로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했다. 은근히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 이 남장여자의 등장이었다. 드라마 내적으로도 좋은 선택이었다. <궁>이나 <꽃보다 남자>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왕궁과 재벌가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이 두 드라마처럼 서브 남/여주가 사랑에 훼방을 놓는 경우가 있었던 적은 있었어도 자기 내면에서 충돌하는 로맨스라니 획기적이지 않아? 사회적인 맥락으로나 드라마를 연출하는 방식으로나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것이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파일럿>은 <커피프린스 1호점>과 비슷하면서도 전적으로 다른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파악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여장남자가 등장한다는 점 그 자체다. 여장남자는 곧 성별이 바뀐다는 의미다. 왜 남자로 바뀔까? 뭔가 욕망이 있다는 의미다. 주인공 한정우(조정석)는 사고 치고 야인이 된다. 야인도 돈을 벌어야 한다. 먹고살아야 하는 한정우. 파일럿 출신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재취업을 노린다. 하지만 한정우는 사고도 사고지만 쉽지 않다. 왜? 여성이어야 취업이 쉬우니까. 이 한정우의 욕망이 여성할당제라는 시대적인 맥락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이루는 기본 대전제가 시간적 배경에 근거하고 있으니 감독이 이 작품에 현대 한국사회를 담고자 했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이런 맥락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대사가 흥미롭다. 한정우가 처음 여장에 성공하고 난 다음 듣는 대사가 있다. “진짜 싸움 잘하게 생기셨네요”라는 점이다. 이 대사는 코미디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시대적인 맥락도 포함하고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왜?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관심이다. 주인공 한정우가 자아에만 도취되어 주변 사람들과 세상들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다. 이 대사 ‘정말 싸움 잘하게 생기셨네요’는 타인에 대한 폭력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무관심으로 위기에 처한 인물에게 어떤 관심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중요한 인물 노문영(서재희) 역시 사회적인 맥락 한 축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의 강력한 스포일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작품의 기획의도를 살리는 좋은 선택이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구조적인 폭력이 1차원적으로 원인이 하나다라고 규정하면 영화의 허점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원인을 그렇게 규정하면 그 논리에 따라 캐릭터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함에서 벗어나 사회구조의 속성을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어떻게? 이 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이 영화가 지적하는 것에 큰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장 남자?
하지만 영화가 이런 주제의식을 살리는 대신 패착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다른 축 하나. 코미디다. 어떤 장면은 영화의 코미디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이상한 부분이었다. 어떤 점에서? 영화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사회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 정말 그 자체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인물들 간의 진정성이다. 특히 후반부를 보면 더 그렇다. 어떤 캐릭터 간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두 인물 간의 연대를 조롱한다. 내지는 한 캐릭터의 특성을 이상하게 조롱하기까지 한다. 화학적인 현상(?)이라 꼬르륵 허기지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염두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여기까지 이상한 디테일을 표현할 이유는 없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 개인/구조적인 폭력을 구현한다고 표방하지만 정작 인물들의 연대는 우스꽝스럽게 조롱하니 영화 후반부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떤 인물이 특정한 선택을 보여주는데 여기까지 가는 데 있어 영화의 태도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이 <파일럿>의 인물들 중 사실상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윤슬기(이주명)도 핵심을 잘 살렸는가? 의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위에서 언급한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영화/드라마들이 성별 전환에 대해 다룰 때 가져오는 것은 '들킬지도 모른다'라는 서스펜스다. 이 슬기라는 캐릭터는 이 서스펜스에 심각하게 둔감하다. 가령 영화에서 한정미가 된 한정우와 윤슬기가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 한정우는 약점을 쉽게 노출한다. 이렇게 쉽게 약점을 노출하는 한정우인데, 윤슬기는 이상할 정도로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다. 하루종일 붙어 사는데 말이다. 차라리 이 장면(특정 장소에 가서 약점을 노출하는 신)이 없다면 한정우의 여장이 실제로 만나면 감쪽같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막상 또 그런 것도 아니라, 다른 인물들은 '몸 되게 좋으시네요'같은 대사들을 치는데 윤슬기만 유독 눈치를 못 챈다. 그리고 글쓴이는 이 윤슬기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납작한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느껴졌다. 이 인물이 입 밖으로 내는 대사들이 납득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글쓴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보거나 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고 그들의 맥락도 충분히 내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인물은 글쓴이가 보고 들은 사람들과 다르게 논지들은 매력이 없다. 왜? 사람으로서 입체적이지 않다. 별로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다. 매력이 없다. 이 단점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대치된다. 거시적인 것만 추구하는, 영화가 배격하는 태도와 전적으로 등치 되는 인물이다.
1 스트라이크 3 볼
이 영화에서 젠더갈등을 풍자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 중 하나인 설정 중 하나는 취업이다. 남자면 안되는데 여자니까 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모든 해프닝의 시작이다. 그럼 그 취업 과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해야 이 영화가 조명하고 싶었던 한국사회의 병폐를 더 사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가 강약조절을 실패한 단면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이 보통 이런 식으로 사람을 뽑나? 코미디로 소화할 장면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가령 <육사오> 같은 영화는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계급에 관한 부분은 코미디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 <파일럿>은 이야기의 선을 넘어 생동감을 포기한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소재를 가져와서 현실감을 높이려고 둔 선택과는 전적으로 모순된다.
주인공 한정우의 행보도 영화가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다. 글쓴이는 이 영화가 좀 더 유치해진다고 하더라도 더 직접적인 묘사가 들어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더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 묘사가 들어가야 할 장면 대신 여장한 한정우가 겪는 안 좋은 일들로 코미디를 보여준다. '영화'로서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선택을 고의적으로 골랐다. 심지어 더 나아가 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을 보면 이 여성혐오라는 모티브랑 크게 관련이 없다. 그래서 영화가 여성혐오라는 모티브를 전시만 하고 끝난 듯하다. 앞서 언급한 <육사오>처럼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지 않고 코미디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파일럿>은 아니잖아? 이 영화는 코미디면서 한국사회의 모순을 보여줘야 한다. 그걸 영화 내내 보여주는데 그렇기만 했지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쾌남/녀 재질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조정석 배우는 극을 훌륭하게 이끌어나간다. 기괴하다고 느껴지기 쉬운 캐릭터의 비주얼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로 소화한다. 또 연기도 '여자인 척하는 남자'의 디테일을 잘 살렸다. 대표적으로 목소리 톤으로 변화구를 두는 섬세한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캐릭터가 기쁨을 느끼는 장면이 이 인물에게 가장 중요한데 이 리액션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두근대는 긴장감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다른 주인공인 한선화 배우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코미디를 연기를 뻔뻔하게 소화했다. 조정석 배우의 한정우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동생 한정미일 거라고 생각한다.
'웃을 수는 있'는 영화
글쓴이의 총평은 '난 안 웃었지만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다'라는 영화다. 웃을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웃지 않은 이유가 뭔지 영화를 보면서 하나하나 다 알 것 같았다. 입체적이지 않은 이야기와 인물들이 영화의 매력을 급감시킨 예라고 생각한다. 근데 글쓴이는 영화 오타쿠로서 이런저런 코미디에 익숙하다. 그래서 원초적으로 빡 웃기는 것에 무덤덤하다. 반대로 능청스럽게 웃기는 걸 좋아하다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영화가 <파일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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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반복 도르마무를 하고 있는 남자의 사연은?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8월 19일 개봉예정 영화 팜스프링스 시사회 관람 리뷰입니다. 100만번째 하루를 반복하고있는 남자의 사연은? 믿고 보는 타임루프물!! 솔직한 감상평과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시사회 초대는 영화 전문 플랫폼 [씨네랩]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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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팜 스프링스> 메인 예고편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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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이프라인> 2차 예고편
목표는 하나, 목적은 여섯!
화끈하게 뚫고, 완벽하게 빼돌려라!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는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과장',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 이 모든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까지!
그러나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들
그들의 막장 팀플레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