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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oDAY2021-09-10 08:57:34

<코다>에게 주어진 질문과 소통의 노래라는 답

<코다>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아빠 '프랭크(트로이 코쳐)', 엄마 '재키(말리 매트린)',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와 세상을 이어주는 막내딸 '루비(에밀리아 존스)'. 어느 날 그녀는 남몰래 호감을 품고 있던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를 따라간 합창단 연습에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노래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루비의 재능을 알아본 합창단 선생님 '빌라로보스(에우헤니오 데르베스)'는 그녀와 마일스의 듀엣 콘서트를 준비하고, 그녀에게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 지원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녀 없이는 생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들은 루비의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지고, 루비는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살면서 처음으로 가족이나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하고, Apple TV+와 2,5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된 시안 헤더 감독의 <코다>는 기본적으로 모범적인 음악 영화다. 십 대 소녀가 자신의 꿈을 이해하거나 응원해주지 않는 부모님과 갈등을 빚는 가족 드라마와 아웃사이더인 주인공이 인싸인 학교 친구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점차 가까워지고 장애물이었던 모종의 오해까지 풀면서 사랑을 이루는 하이틴 로맨스의 흐름을 착실히 따라간다. 특히 어선 조업 중 노래와 리듬에 몸을 맡기는 루비의 첫 등장만 봐도 정석적이고 반듯한 영화의 전개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한 소녀가 본업과 관련이 없는 음악이라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 <스타 이즈 본>과 같은 영화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러나 <코다>의 진가는 이처럼 모범적인 면모가 영화를 결코 뻔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특히 마냥 평범해 보이는 요소인 노래에 여름날 햇빛을 닮은 감동을 담아내면서 힐링 영화로 발돋움하는 게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인 '코다(CODA, Childern Of Deaf Adults)'라는 루비의 정체성, 그리고 뜬금없이 합창단에 들어가고자 하는 루비에게 친구인 거티가 건네는 "너 노래해?"라는 질문이 있다. 언뜻 듣기에 거티의 질문은 단순히 노래라는 걸 부를 줄 아느냐고 묻는 듯하다. 그러나 루비가 겪은 코다로서의 경험과 만나는 순간 이 질문은 들리는 것 이상의 의미, 곧 소통과 불통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우선 영화가 묘사하는 루비의 삶과 경험은 '통역'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할 수 있다. 루비 없이 그녀의 가족과 다른 사람들은 소통하지 못하며, 이는 일상의 위기로 이어진다. 당장 배 위에서 루비의 주된 역할은 해경 및 다른 어선들과의 무전 담당이다. 배 아래에서도 그녀는 잡은 물고기의 경매가를 흥정하고, 물고기 판매 방식을 둘러싼 회의에서 가족들의 의견을 대표로 전달한다. 그런 그녀가 조업에 나서지 않자 프랭크와 레오는 무전을 받을 사람이 없어서 해경에게 제지당하며, 그들은 회의장에서 안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통역으로 살아온 루비는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말하는 것을 꺼리고, 타인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가족과 사회 양쪽 세상을 이어주면서도 동시에 양쪽 모두에게 배척받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녀는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단순한 메신저에 불과하다. 당장 농인인 가족들과 루비는 삶의 기준이 다르다. 식사 자리에서 틴더 어플을 사용해도 아무 제지를 받지 않는 오빠와 달리 그녀는 식탁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례하다고 혼난다. 또 그녀는 가족들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온갖 소음에 홀로 괴로워하며, 자신의 말에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못하는) 가족들로부터 자신이 점차 소외되어 간다고 느낀다.

 

한편 가족 너머의 사회에서도 그녀는 괴짜다. 학교에 처음 간 날 친구들과 달리 농인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등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루비는 놀림을 받는다. 멸시와 조롱 때문에 그녀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자 그로 인해 그녀는 또다시 놀림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양쪽 세상 모두와 점진적으로 단절되어 간다. 이는 루비가 마일스와 쌓인 오해와 감정을 푸는 장면이 그녀가 어선 조업 문제를 두고 가족들과 의견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가를 맛보는 모습과 교차되는 이유다. 상반된 분위기의 장면이 엇갈리면서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위기는 가장 극적으로 조성된다.

 

 

이때 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말할 줄 모르던 한 소녀에게 탈출구를 선물한다. 바로 노래다. 일단 그녀에게 노래는 자신만의 감정과 사연을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일기장이다. 가족들이 음악과 노래를 들을 수 없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남길 수 있었다. 물론 동시에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는 흉터이기도 하다. 처음 합창단 연습에 간 루비는 노래를 부를 차례가 되자 연습실에서 도망쳐 버린다.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자 자신이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말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던 그녀의 트라우마는 반복된다.

 

하지만 그 흉터는 이내 치료를 위한 거울이 된다. 노래를 통해 마침내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까 봐 노래를 망설이는 루비에게 음악 선생님인 미스터 브이는 노래하는 목소리보다 그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루비가 예쁘게 노래하려고 애쓸 때 그는 당장 예쁘지 않더라도 분노, 실망, 좌절처럼 그녀가 애써 숨기고 마음속에 가두려는 감정을 모두 노래에 털어놓아야 비로소 노래에 힘이 생긴다고 가르친다. 이처럼 레슨을 받으면서, 또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준비를 마친다.

 

이는 영화가 서두에 던진 "너 노래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루비의 이야기라는 특별한 맥락 안에서 위 질문은 단순히 노래한다는 행위의 유무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노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된다. 그렇기에 루비가 마일스와 쌓인 오해를 풀고자 그를 자신이 혼자 노래하던 호수로 데려라고, 음대에 진학하겠다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질문에 대한 답이 되며, 그녀의 노래는 따뜻한 울림을 선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코다>는 진정으로 노래하게 된 루비의 변화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노래를 들어야 할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대화와 소통은 말하는 사람과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까지 있어야 진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화자의 표현과 그 내용이 진실될 때 소통이 더 용이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도 주목하여 그녀의 성장과 노력, 그리고 진심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닿는지에도 주목한다.

 

그래서 루비가 무대 위에 올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순간, 카메라는 루비보다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 특히 그녀의 가족을 주시한다. 노래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딸이 노래한다는 사실도 믿지 못하던 아빠 프랭크는 다른 관객들의 박수세례와 눈물을 통해서 비로소 그녀의 노래가 갖는 힘을 인식한다. 그러고는 집에서 루비가 노래할 때 그녀의 목을 만져서 울림을 확인하고, 입모양을 보면서 가사를 확인하며, 눈물을 보면서 노래에 담긴 진심을 확인한다. 이때 영화는 루비가 무대 위에 있을 때 영화 관객에게도 숨겼던 노랫소리를 그제야 들려주며 루비와 그녀의 가족이 진정으로 서로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순간의 임팩트를 극대화한다. 

 

 

이렇게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법을 배우고, 또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루비의 노래는 그녀에게만 필요했던 탈출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비록 모든 사람이 루비와 같은 코다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녀가 겪는 것과 유사한 불통의 문제를 현실의 삶 속에서 공유하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너 노래해?"라는 질문은 루비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주어진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루비가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하는 거 봤지? 이제 너는 어떤 노래를 부를 거야?"라고 묻는 것처럼.  

 

 

A(Acceptable, 무난함)

코다의 노래를 빌려 모든 이들의 불통과 소통을 노래하

작성자 . KinoDAY

출처 . https://brunch.co.kr/@potter1113/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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