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2-04 21:59:47
‘정치’가 변질시킨 두 사람의 관계
-<킹메이커>(2022)
정치는 세상을 바꾼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직접 정치를 하려고 선거에 나선다. 선거에 당선되어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만드는데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 주변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들 모두가 진심으로 정치인을 위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사람의 진심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모여드는 모든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가 되기는 어렵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정치는 그래서 외롭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가까운 사람들을 지키려 애쓴다. 가까운 가족부터 친구까지 진짜 자신을 생각해주는 존재들은 정치라는 것을 떼어놓고 봤을 때도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정치인들이 온갖 어려움과 외로움 속에서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주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나 주변의 친구들은 정치적인 의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의견을 내놓으며 조금 다른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때론 다른 정치적인 견해로 인해 서로 거리를 두며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결국 그들을 멀어지게 하는 건 그들이 가진 정치적인 생각과 해석들이다.
정치인 운범과 조력자 창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킹메이커>
영화 <킹메이커>는 정치인 운범(설경구)과 조력자 창대(이선균)의 이야기를 담는다. 운범은 몇 번의 선거에 실패하다 사무실에 찾아와 조력자가 되고자 하는 창대와 만난다. 창대는 운범에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실제로 그 방법은 운범을 선거에서 이기게 만든다. 영화는 초반에 창대의 선거 전략을 영상으로 보여주게 되는데 아주 기발한 방법이지만 마음 한편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방법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느끼는 그 불편한 마음을 운범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라보는 정치는 대체적으로 불쾌한 것이다. 그 불쾌함은 그동안 정치인들의 행태가 만들었다. 선거 전에 이야기했던 여러 공약들은 당선 후 지켜지지 않고 어물쩍 폐기되어 버린다. 그리고 다음 선거 때 다시 들고 와 이번에는 해내야 할 공약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치적 노림수들이 이제는 많이 알려져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될 여지가 생겼다. 영화 속 창대의 선거 전략들은 그런 정치적 노림수가 들어가 있는 것들이다. 이 방법에는 일반 국민을 교묘히 속이면서 여론 몰이를 하는 전략도 포함되어 있다. 비록 그것이 상대 정당의 전략을 그대로 되치는 방법이었다고 하지만 정당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운범은 창대를 한동안 중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다음 당내 선거에 창대를 불러 결국 선거에서 승리하지만 그가 썼던 정치적 모략은 실제 대통령 선거에서 오히려 상대방에게 이용당하고 나쁜 이미지를 만든다. 이용하는 수단이 좋은지 나쁜지는 ‘승리’라는 큰 목표 앞에서 판단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서 수많은 정치인들은 그저 승리하기 위해 어떤 수단들을 쓴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제대로 먹혀 승리로 이어지게 되지만 다른 경우에는 그런 나쁜 면이 악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판단은 모든 것이 행해지고 난 이후에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창대 같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기면 그것이 정당화된다는 논리가 없어지지 않게 된다.
씁쓸하게 만드는 운범과 창대의 관계
이 영화를 보며 씁쓸해지는 건, 꽤 오랜 시간 이어질 것 같던 운범과 창대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 이 두 사람이 가진 이상은 비슷한 듯 보였고, 이들의 전략이 성공했을 때 오래도록 계속될 것만 같았다. 비록 정치판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그 둘은 잘 맞는 친구였다. 서로의 생각과 전략은 달랐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선거의 결과들은 훌륭했고, 그건 정치적 경쟁자들에게도 위협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창대가 가진 전략의 불편함은 운범과 창대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영화 속 어떤 사건이 그들을 갈라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이 가진 정치적 과정과 방법이 너무 다른 것이 실질적인 이유일 것이다.
맨 마지막 몇 년이 지난 후에 한 식당에서 운범과 창대가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운범은 활짝 웃지만 창대는 그렇게 크게 웃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표정에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반가움이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서로 과거와 같은 가까운 관계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두 사람은 그저 예전처럼 밥한 숟가락을 뜨면서 대화를 하고는 그대로 돌아선다. 혼자 남겨진 창대의 모습에서 외로움이 그대로 보인다. 영화의 첫 장면도, 마지막 장면도 창대의 모습이 화면에 담긴다. 정치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혼자 남겨진 창대의 모습은 정치라는 혼탁한 영역에서 아주 영민하고 똑똑한 전략가였지만 결국 외로움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어서 씁쓸해진다.
운범이 하고자 하는 정치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외롭지 않았을까. 영화는 그것에 대한 답을 명확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는 관객들은 이 영화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엄창록 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운범이 하고자 하는 정치가 무엇이었는지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적을 통해서 대충이나마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운범은 창대의 나쁜 선거 전략을 활용하지 않고도 정치인으로서 성공했고 크든 작든 자신의 정치를 펼쳤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의 삶의 어떤 부분에는 그만의 외로움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정치인이 그렇듯.
‘정치란 무언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영화 <킹메이커>에는 정치와 친구, 그리고 배신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진다. 운범과 창대의 이야기를 가만히 보다 보면 결국 정치라는 것이 무언인가라는 근원적인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이렇게 두 사람의 우정과 관계가 흥미진진하게 담길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연기 덕이 컸다. 운범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연설의 모습과 목소리 톤을 그대로 보여주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창대를 맡은 배우 이선균은 부드럽지만 교묘한 선거 술수를 가지고 있었던 선거 전략가 역할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다른 조연 배우들도 눈에 띄는데, 박 비서 역을 맡은 배우 김성오와 이실장 역을 맡은 배우 조우진은 평소에 연기했던 발성과 다른 톤으로 연기하고 있어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은 2017년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이 영화 만의 팬덤을 가지고 있다. 크게 관객을 모은 건 아니었지만 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이 영화를 계속해서 재개봉시키면서 좋은 반응을 보여줬었다. 이번 <킹메이커>에서는 좀 더 안정적이고 세련된 연출로 찬찬히 두 인물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좀 더 촘촘해졌고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에도 어렵지 않아 이전 연출작보다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킹메이커>는 두 인물의 이상과 그 이상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 충돌하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이 두 인물의 우정도 같이 담겨있다. 정치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영역에서 만났던 두 인물의 궤적이 영화에 잘 담겨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인물의 감정 모두를 다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다. 대선이 가까워지고 있는 이 시기에 정치란 과연 무엇이고, 어떤 방법이 옳은 방법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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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주 차 씨네랩 개봉작 추천작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벌써 3월의 첫째 주가 지나갔네요.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기대하고 있는 영화가 곧 개봉한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합니다.
그럼 오늘도 어김없이 여러분께 개봉작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3월 둘째 주에는 어떠한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개요: 드라마 | 한국 | 117분
감독: 박동훈
출연: 최민식, 김동휘 등
개봉: 2022월 3월 9일
배급사: 쇼박스줄거리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관전 포인트
3년 만에 돌아온 배우 최민식, 250대 1 경쟁률 뚫고 발탁된 김동휘의 만남.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등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주로 출연했던 배우 최민식이
감성적인 영화에 나온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쉬리> 이후 22년 만에 이북 사투리를 연기하는 최민식 배우의 모습 또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영화의 메인 음악인 '파이(π) 송' 커버 영상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파이(π) 송'이란 원주율인 파이의 숫자를 음표로 삼아 만들어진 곡입니다. 커버 릴레이는 벌써 무려 1000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들까지 각자 자신을 '수포자'라고 표현을 했는데요.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수학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수학을 모른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위로와 격려가 되는 따뜻한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블랙라이트
개요: 액션 | 미국 | 104분
감독: 마크 윌리엄스
출연: 리암 니슨 등
개봉: 2022월 3월 9일
배급사: (주)퍼스트런줄거리
언더커버 요원들을 관리하는 FBI 비공식 요원 ‘트래비스’(리암 니슨)는 한 요원의 사망으로 조직의 충격적인 비밀과 마주한다!
추악한 악행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모든 걸 끝내기 위한 그의 마지막 미션이 시작된다!
관전 포인트
리암 니슨 x <분노의 질주: 홉스&쇼> 제작진
<테이큰>을 시작으로 액션배우로 자리 잡은 배우 리암 니슨의 출연,
거기에 더불어 <분노의 질주: 홉스&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제작진이 영화에 참여해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또한 전문가에게 FBI에 관한 조언을 받아 무기를 활용한 액션 장면을 촬영하였기 때문에 캐릭터의 사실성이 높을 거라 예상합니다.
카체이싱과 리암 니슨의 액션에 주목하여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월드 히어로즈 미션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04분
감독: 나가사키 켄지
출연: 오카모토 노부히코, 야마시타 다이키 등
개봉: 2022월 3월 9일
배급사: (주)스마일이엔티줄거리
전 세계 개성 보유자 섬멸을 목표로 하는 수수께끼 조직 휴머라이즈. 그들이 각국에 설치한 '이디오 트리거 밤'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세계 선발 히어로 팀이 결성된다! 세계 각국의 프로 히어로와 유에이 고교 히어로과 학생들이 소집되어 각 지역에서 폭탄 회수 임무를 맡게 되는데…
엔데버 사무소에서 인턴 중인 미도리야, 바쿠고, 토도로키는 오세온에서 작전 수행 중, 어떠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미도리야는 이를 계기로 만난 운반책 소년 로디와 함께 경찰, 빌런의 공격을 받으며 전국에 지명수배된다.
한편, 휴머라이즈의 지도자 플렉트 턴이 범행을 예고하며 세계는 패닉에 빠지고, 히어로 팀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위험을 무릅쓰고 폭탄 회수에 나서는데…
제한 시간은 단 2시간! 전 세계와 히어로들의 미래가 '그들' 손에 달렸다!
관전 포인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86%, 관객 점수 95%
누적 발행부수 6,500만 부를 돌파하고, 전 세계의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나의 히어로 아케데미>!
티저와 스페셜 포스터 공개만으로도 사람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특히 새롭게 선보이는 '스텔스 슈트', 프로 히어로들까지 총출동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첫날 흥행 수익은 3억 엔으로 전작보다 2배가 넘는 수익을 달성했고, 총수입은 $46,567,849 달러(한화로 약 574억)를 돌파했습니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개요: 드라마 | 핀란드 | 82분
감독: 티무 니키
출연: 마리아나 마야라 등
개봉: 2022월 3월 10일
배급사: (주)슈아픽처스줄거리
난치병인 다발 경화증으로 시력과 기동성을 잃은 야코는 연인 시르파와 전화로 원거리 연애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혈액염을 앓고 있는 시르파로부터 치료를 위한 약을 쓰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는다. 야코는 천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 사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서 안전한 집을 벗어나 위험천만한 여정을 떠나는데...
관전 포인트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된 작품입니다.
이름부터 굉장히 독특한 이 영화, 감독의 연출에서도 이러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요. 굉장히 몰입도가 높은 영화이자,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는 영화입니다.
레벤느망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00분
감독: 오드리 디완
출연: 아나마리아 바토로메이 등
개봉: 2022월 3월 10일
배급사: (주)영화특별시SMC줄거리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안’은 예기치 못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낳으면 미혼모가 되고, 낳지 않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안’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끝까지 가기로 결심하는데…
관전 포인트
심사위원 만장일치, 황금사자상 수상작
<레벤느망>은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클로이 자오 감독, 버지니아 에피라 배우, 사라 가돈 배우, 사베리오 코스탄조 감독 등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여러 언론으로부터 극잔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이 선정한 2021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씨네랩의 개봉작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영화와 함께 즐거운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또 새로운 개봉작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안녕!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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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 사랑의 형태를 넘어 성장으로
ⓒ넷플릭스
〈멜로 무비〉는 궁극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담지만, 그 속에는 단순한 사랑 이상의 감정들이 녹아 있다. 한 사람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법, 그리고 당연하게 여겼던 사랑을 다시금 상기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우리는 사랑을 말할 때 흔히 기쁨과 설렘을 먼저 떠올리며, 사랑은 때때로 아프고 어려운 감정들을 동반한다는 것을 망각한다. 〈멜로 무비〉는 아픔이 있고 상처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랑이 필요한 이유, 사랑을 추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어떻게 삶의 동반자로서 상처와 아픔을 딛고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또 '멜로' 무비라는 제목 때문에 연인과의 사랑만 담긴 것처럼 보이지만, 직장 선후배 사이의 사랑, 동창 / 친구와의 사랑, 형과 동생의 사랑, 엄마와 딸의 사랑 등 여러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다.
말 안 해도 전달되지만, 굳이 말로 전하는 이유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다. 눈빛으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우리는 말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멜로 무비〉 속에서 무비 (박보영)가 차 안에서 겸(최우식)에게 눈빛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며 '전달'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겸이가 불안했던 무비는 겸이를 다시 마주하며 혼자가 아니라고, 앞으로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며 타이른다. 이 변화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위로를 건네고 싶지만, 위로하는 것조차 상대방에게 상처일까 봐 머뭇거리고 아무 말 못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는 것이 있지만, 말로 전해야만 더 확실하게 닿는 순간이 있음을 말해주는 장면 같았다.
ⓒ넷플릭스
사랑은 결국 이해와 존중
겸은 형 고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해 처음에는 화를 내고 원망했다. 형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것이 이기적인 행동이라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겸은 형이 살아온 삶의 무게를 이해하게 된다. 형의 고통을 헤아리게 되면서, 그는 형의 선택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해와 존중이란 결국 상대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걸, 겸은 형을 통해 배우게 된다. 또한 무비는 평생을 원망하던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아빠를 사랑하던 엄마의 마음과 자신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주던 엄마를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존중해 주는 것과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선택을 존중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으나, 생각· 감정 ·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그 사람이 왜 이런 선택을 이해하는 과정은 꼭 필요한 것 같다.
ⓒ넷플릭스
상실의 고통을 알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유
드라마에서 상실의 고통은 처음에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문득 그 사람이 이제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고통을 느낀다는 대사가 있다. 죽음이든 이별이든 사랑의 끝은 존재한다. 우리는 이 끝을 마주하기 두려워 사랑을 기피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상실을 견디는 것은 꼭 오롯이 혼자의 몫이 아니다. 누군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고통을 나누고, 상실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 함께하며 서로의 아픔을 알아주는 것이 우리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사랑은 언젠가 상실을 마주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사랑은 가슴 한쪽에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그 흔적이 삶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내 삶을 사랑하는 것
처음에는 서로에게서 사랑을 배웠지만, 결국에는 각자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무비는 겸을 통해, 겸은 무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사랑이란 단순히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때로 사랑을 하면서도 자신을 잃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타인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더라도 나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이처럼 〈멜로 무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이해하고, 결국은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혹은 어쩌면, 바로 그렇게 때문에, 그 어떤 사랑도 영혼에 비길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감상에 빠져 사랑을 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밤하늘 별들의 위대한 무심함을 사랑하듯이 내 조그만 잉크병을 사랑하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 페르난도 페소아 〈불안의 서〉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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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겁고도 먹먹했던 우리의 여름을 추억하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알카라스의 여름>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달콤하지만 쓰디 쓴 계절이 있다.
사랑스럽고 애틋하지만 아프게 느껴지는 계절이 있다.
<알카라스의 여름>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지닌 여름을, 그리고 유난히 더 뜨겁고 먹먹한 여름을 보내게 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농사 뿐이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따사로운 해가 내리쬐는 작은 마을 알카라스에 사는 솔레 가족은 3대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매 여름마다 이들은 복숭아 농장에 모인다. 어른들은 복숭아를 수확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어린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을 돕거나 자신들만의 놀이를 찾아 신나게 즐기곤 한다. 하지만 마냥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도 그늘은 존재하는 법. 이 대가족은 크고 작은 갈등과 다툼을 계속 겪고, 또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농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농사를 계속 이어간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농사뿐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꿋꿋이 복숭아를 기르고 수확하며 그들의 여름을 이어나간다.
영화를 보며 '공감'을 참 많이 했다.
특히 친척들이 모이면 흔히 보이는 모습들을 영화 곳곳에서 발견해서 참 반가웠다.
친척들이 모이면 항상 어린 아이들은 허공을 향해 총을 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게 공격 받지 않기 위해 냅다 몸을 피하거나 하는 등 자신들만의 놀이를 하곤 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함께 대화하거나 일을 하곤 한다.
그러다 어른들은 의견 충돌로 인해 다툴 때도 있다. 이 일로 인해 먼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이 생길 때도 있는데, 이때 잘 놀고 있던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더 같이 놀지 못하고 빠르게 이별하곤 한다.
이런 모습들이 모두 내가 어릴 때 지켜보고, 또 직접 겪었던 일이어서 새삼스레 반가웠다.
이 영화는 꾸준히 복숭아 농장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려준다.
예전부터 복숭아 농장을 지켜온 할아버지는 주변 농부들이 모두 헐값에 농장을 팔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들은 모두 점차 사라져가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농장에 관한 이야기를 할아버지 앞에서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남몰래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이곤 한다.
가족 모두 이 농장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농사 뿐'이라고 말하며 유난히 더 이 농장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더더욱 열심히 지키려고 했던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이 집안의 장남인 '키메트'는 영화의 끝부분에 결국 눈물을 보인다.
키메트는 복숭아를 옮기다가 한 박스를 실수로 쏟았는데, 마구잡이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복숭아를 줍다가 펑펑 울어버린다.
딸과 아들은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아마도 이 눈물은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이 복숭아 농장을 지키고 싶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슬픔, 버티고 버텨봤지만 이겨낼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힘듦 등의 복잡한 마음이 엉켜 있는 상태에서 터져 나온 아우성일 것이다.
대형유통업체의 부당한 가격 제시에도 농부들이 모두 다같이 분노하고 시위에 참여하며 외부의 위협에 항상 용감하게 맞서왔지만, 결국 복숭아 농장은 철거된다.
영화의 마지막, 하나둘씩 쓰러지는 복숭아 나무들을 어른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옆쪽에서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싱그럽고 열정 가득하지만, 동시에 씁쓸하고 위태로웠던 여름은 그렇게 저물어간다.
한 계절이 지나간다는 것은 슬프지만 마냥 비극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삶의 터전을 떠나는 것이, 매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복숭아 농장과 그곳에 담긴 소중한 기억들이 모두 과거의 일이 된 것이, 고군분투해서 지키려고 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한 우리 가족의 여름이 참 슬프지만 그 다음을 향해 새로 또 도약하면 된다.
이 대가족의 여름은 남들보다 유난히 더 짙고 뜨거웠지만, 늘 그랬듯이 또 다른 여름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리고 또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다.
'난 내 땅을 위해 노력해요
단단한 땅, 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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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찾아왔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볍고 장난기 가득한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영화를 보고 자라온 세대들은 ‘요즘은 그런 로맨스 코미디를 만들지 않아 아쉬워’하고 얘기하고는 한다. 그래서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가 왠지 반갑게만 느껴졌다.
* 해당 시사회는 씨네랩(cinelab)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했습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한국 포스터와 주인공 리쿠와 미나미의 모습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남학생 리쿠(나카지마 켄토 역)와 여학생 미나미(미레이 역) 사이의 첫 만남으로 시작된다. 첫눈에 반한 둘은 아기자기 귀여운 사랑을 키워 부부가 되고, 소설가를 꿈꾸던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런데 둘 사이는 점차 어긋나기 시작하고, 어느 날 눈을 뜨니 그곳은 리쿠가 알던 세계가 아니었다.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일개 직장인이 되었고, 유명 싱어송라이터가 된 미나미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그녀가 자신을 기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번 영화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가 감독을 맡았다. 로맨스 영화로 잘 알려진 감독과 함께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 어느덧 다섯 번째 로맨스 영화를 찍는 나카지마 켄토, 영화 속 역할처럼 실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미레이(Milet)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본 영화는 오는 2025년 5월 22일(목)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사실 ‘일본 로맨스 영화’라고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영화들이 있지 않은가. 기괴할 만큼 연출된 오글거리는 장면에 클리셰로 점철된 영화 말이다. 이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품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다소 오글거리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오프닝까지도 역시 클리셰로 가득한 영화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주인공 리쿠가 다른 세계에서 눈을 뜨며 영화는 급속도로 흥미로워진다. 평행세계에서 눈을 뜬 주인공의 이야기를 제법 흥미진진하게 그리며, 특히 이를 소설가라는 주인공의 역할에 맞게 재치 있게 풀어낸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일본 로맨스 영화 특유의 부드럽고 몽글거리는 상상을 잘 녹여내면서, 일본 영화가 보편적으로 꺼려지게끔 하는 요소는 최소한으로 만들었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영화 외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이번 영화는 앞서 말했듯이 싱어송라이터 미레이가 여자 주인공으로 참여한 영화다. 그런 만큼 영화 속 노래의 여운이 꽤나 남는 편이다. 메인 OST인 “I Still”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고, “Nobody Knows”는 어디론가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 시작의 설렘을 잘 담아냈다.
이미 이 영화를 보고 이 글을 읽는다면, 다음 영화들을 추천하고자 한다. <러브 앳>(2019)은 이번 영화의 원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프랑스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지닌 이 영화를 프랑스에서는 어떻게 풀어냈을까를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영화는 2000년대 초의 로맨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떠올릴 <이프 온리>(2004)다. 잃어버린 그녀, 되돌린 시간을 소재로 한 점에서 이번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이프 온리>가 떠올랐다. 다만 이 영화는 부디 펑펑 울어도 괜찮은 날 만나기를 바란다.
(C) 한국 배급 와이드 릴리즈㈜
마음 편한 로맨스 영화가 줄어드는 요즘,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오랜만의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였다. 일본 로맨스 영화 특유의 감성과 함께 오랜만에 로맨스 코미디를 즐기고 싶다면 오는 5월 22일, 극장에서 이번 영화를 만나보도록 하자.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2025)
감독 미키 타카히로
주연 나카지마 켄토, 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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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묵과한 현실의 비정함이 만들어 낸 비극.
2017년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다음 소희'가 2월 8일에 개봉했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가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영화와 현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그린다. 그렇게 이어진 영화는 같은 공간에 서있지만 서로를 볼 수 없는 시간 속의 그들을 재현하며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굳건함으로 맺는다. 영화관을 나가면 끝날 이 이야기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남아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은 여전히 그 형태로 방식만 바뀐 채, 변하지 않는 환경과 버티고 있는 사람들만이 존재했다.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규칙에 의해 가장자리에 놓인 이들이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렇게 성인 노동자에 비해 취약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소희도 역시 그 학생들 중에 한 명에 속했다. 현장실습생으로서 콜센터 근무를 시작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성희롱을 비롯한 폭언, 극한의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또한 성인 상담사에게도 업무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해지방어 업무를 맡게 되면서 더욱 내몰린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던 소희는 회사와 학교 그리고 가정을 뒤로한 채 돌아오지 못한다.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던 냉혹한 현실은 유독 누군가에게 추운 겨울이었다. 쉴 새 없이 불어닥치는 바람의 틈사이로 비쳐오는 햇살은 소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같이 일하던 누군가가 죽어도 슬픔을 애도할 수 없었고 부당함을 그저 받아들여야 했던 그 상황들이 참으로 버거웠을 것이다. 아무리 외쳐도 침묵을 강요하는 이 사회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소희를 침묵의 방에 가뒀다. 이상과는 괴리감이 있는 이 현실 속에서 그 빈자리는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다. 각자의 이름을 달고 일어나는 비극에 사회는 그저 방관하며 수많은 소희를 외면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변화할 수 없는 사회의 구조는 계속 반복된다.
1부처럼 느껴졌던 소희의 이야기가 끝나고 소희의 발자취를 뒤따르는 형사 유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떤 것에도 동요하지 않던 유진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소희를 외면했던 사회에 분노한다. 본질적인 목적보다는 실적에 의한 실적을 위한 것들로 가득한 것들이 얼마나 생채기를 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것이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에서 마주한 소희의 모습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수많은 무력감으로 점철된 상태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저 개인적인 일에 불과했던 일들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 비극은 형체만 달라질 뿐 또 다른 대상을 찾아 그 자리를 유지한다.
감정을 헤아리는 따뜻함과 해결되지 않은 참혹함이 뒤섞여 착취를 먹고 자라는 친절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무의미한 방관의 침묵의 시간이 끝나고 무기력한 외침이 시작되며 작지만 명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이야기는 그저 개인적인 일일 뿐인 걸까. 버텨내지 못한 소희의 탓일까? 더 크게 소리치지 못한 탓일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그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현재만 남아 현실을 감춘다.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영화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현실적인 문제를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누군가에 의해 희미해질지도 모를 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게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또 다른 소희가 나오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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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 투 그리스> 개봉기념 ! 넷플릭스로 떠나는 방구석 여행 5
여러분 ! <트립 투> 시리즈를 아시나요?
<트립 투 이탈리아>로 시작해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트립 투> 시리즈가
이번 <트립 투 그리스> 2021.07.08 개봉을 마지막으로 시리즈 막을 내린다고 해요.
약 10년간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린다니, 아쉬움이 가득한데요.
코로나 19로 인하여 여행을 못가 몸이 근질근질 하실 여러분들을 위해서
씨네랩이 여행 쿨타임 잔뜩 채워줄 방구석 랜선 여행 영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1. 트립 투 잉글랜드 The Trip - 마이클 윈터바텀
2021.07.15 공개 예정
코미디 / 영국 / 112분
영국 여행
" <트립 투 이탈리아>를 즐긴 당신, 이번엔 잉글랜드다! 막 중년에 접어든 두 남자 스티븐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영국 북부 최고의 레스토랑을 도는 여행을 떠난다.
6일동안 6개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흔적을 따라가며
예술과 사랑, 인생을 논하는 두 남자.
여전히 인텔리전트한 잉글리쉬 듀오의 먹고 마시고 웃는 여행이 시작된다.
Trip Maketh Man! "
2.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 라이언 머피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139
이탈리아, 인도, 발리 여행
" 안정적인 직장, 번듯한 남편, 맨해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지만,
언제가부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긴 서른 한 살의 저널리스트 리즈.
결국 진짜 자신을 되찾고 싶어진 그녀는 용기를 내어 정해진 인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보기로 결심한다.
일,가족,사랑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무작정 일년 간의 긴 여행을 떠난 리즈.
이탈리아에서 신나게 먹고 인도에서 뜨겁게 기도하고 발리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는 동안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
이제 인생도 사랑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
3. 맘마미아 ! Mamma Mia! - 필리다 로이드
코미디, 뮤지컬, 멜로로맨스 / 영국, 미국, 독일 / 108분
그리스 여행
"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엄마 도나와 살고 있는 소피는 행복한 결혼을 앞둔 신부.
그러나 완벽한 결혼을 꿈꾸는 그녀의 계획에 흠이 있다면
결혼식에 입장할 손을 잡고 갈 아빠가 없다는 것!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한 소피는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을 찾게 되고, 엄마의 이름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결혼식 전날, 소피가 초대한 세 남자가 그리스 섬에 도착하면서 도나는 당황하게 되는데 ...
과연 소피의 아빠는 누구일까? 그리고 이들의 결혼식은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 "
4.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To All The Boys : Always and Forever - 마이클 피모그나리
멜로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 미국 / 115분
한국여행
" 한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입시는 결과만 기다리면 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라라 진. 하지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나의 미래, 거기에도 피터가 있을까? "
5.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 벤 스틸러
모험,드라마,판타지 / 미국 / 114분
아이슬란드 여행
"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 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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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공식 예고편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8월 23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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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스펙트> 메인 예고편
내면의 폭풍을 이겨낸 강한 여자
세상을 바꾸고 영혼을 위로한 환상의 디바
아레사 프랭클린.
그녀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