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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슬2021-11-24 23:29:13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광주여성영화제] 단편영화 리뷰 1 -심부름-

이번 제 12회 광주여성영화제에서 단편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심부름, 젖꼭지 3차대전, 행인, 해피해피이혼파티. 이렇게 총 4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에 짧막한 리뷰를 남겨볼까 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심부름’은 ‘남매가 엄마의 심부름을 한다.’라는 간단 플롯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만, 여기서 ‘스릴러’라는 장르가 추가되어 보는이들에게 무언가 계속되는 위험을 감지하도록 이끌어 간다. 엄마에게 연락해서는 안 되고, 표백제와 청소도구, 위험해 보이는 공구 용품 (톱 같은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엄마의 거짓말이다. 

엄마의 거짓말을 남의 입을 통해서 들은 후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누나는 심각성을 느끼고, 비교적 평화로워 보이는 친구네 가정과 잠시 동안 자신의 가정과 비교해본다. 그 외에도 어딘가 아파 보이는 누나의 모습 또 엄마를 경계하는 듯한 누나. 누나의 미심쩍은 행동에 관람객은 위화감을 느끼지만, 정작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동생은 영 해맑게 행동한다. 

장녀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지는 한편, 남성이자 나이가 적은 남동생은 그러한 위험 부담이 없다는 것이 주목할 포인트이지 않았나 싶다. 알고 있기에 느끼는 공포, 모르기에 감당할 필요 없는 공포. 이렇게 나뉠 것이다. 영화는 둘의 모습을 보여주고, 누나의 시선에서 영화가 끝이 난다. 마치 동생은 그저 타인과 같아 보였다. 같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누나에게만 책임감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내겐 많은 단서들을 나열하며 따라 와보라는 식의 늬앙스가 느껴졌었다. 이는 추리보단 확신을 주었고, 흡입력보단 그저 나의 생각이 맞을지 정답을 맞추고 싶어 전전긍긍한 감각을 심어주었다. 만약 주인공의 초점을 남동생으로 맞춰 엄마의 알 수 없는 심부름, 그리고 누나의 미심쩍은 행동에 의문을 품는 이야기로 전개했다면 좀 더 이입할 수 있으며,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 영화제에서도 스릴러 장르의 단편 영화를 몇 번 본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왜 여성영화제에 출품되었는지 궁금했던 영화였다. 아마 주인공이 누나여서일까. 누나와 남동생, 그 구성원에서 짐을 짊어지는 것은 오로지 장녀, 누나이기 때문에? 뭔가 여러므로 아쉬움이 짙은 영화다. 
 

 

 

작성자 . 양예슬

출처 . 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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