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4 23:29:13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광주여성영화제] 단편영화 리뷰 1 -심부름-
이번 제 12회 광주여성영화제에서 단편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심부름, 젖꼭지 3차대전, 행인, 해피해피이혼파티. 이렇게 총 4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에 짧막한 리뷰를 남겨볼까 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심부름’은 ‘남매가 엄마의 심부름을 한다.’라는 간단 플롯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만, 여기서 ‘스릴러’라는 장르가 추가되어 보는이들에게 무언가 계속되는 위험을 감지하도록 이끌어 간다. 엄마에게 연락해서는 안 되고, 표백제와 청소도구, 위험해 보이는 공구 용품 (톱 같은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엄마의 거짓말이다.
엄마의 거짓말을 남의 입을 통해서 들은 후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누나는 심각성을 느끼고, 비교적 평화로워 보이는 친구네 가정과 잠시 동안 자신의 가정과 비교해본다. 그 외에도 어딘가 아파 보이는 누나의 모습 또 엄마를 경계하는 듯한 누나. 누나의 미심쩍은 행동에 관람객은 위화감을 느끼지만, 정작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동생은 영 해맑게 행동한다.
장녀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느껴지는 한편, 남성이자 나이가 적은 남동생은 그러한 위험 부담이 없다는 것이 주목할 포인트이지 않았나 싶다. 알고 있기에 느끼는 공포, 모르기에 감당할 필요 없는 공포. 이렇게 나뉠 것이다. 영화는 둘의 모습을 보여주고, 누나의 시선에서 영화가 끝이 난다. 마치 동생은 그저 타인과 같아 보였다. 같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누나에게만 책임감이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내겐 많은 단서들을 나열하며 따라 와보라는 식의 늬앙스가 느껴졌었다. 이는 추리보단 확신을 주었고, 흡입력보단 그저 나의 생각이 맞을지 정답을 맞추고 싶어 전전긍긍한 감각을 심어주었다. 만약 주인공의 초점을 남동생으로 맞춰 엄마의 알 수 없는 심부름, 그리고 누나의 미심쩍은 행동에 의문을 품는 이야기로 전개했다면 좀 더 이입할 수 있으며,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예전 영화제에서도 스릴러 장르의 단편 영화를 몇 번 본적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왜 여성영화제에 출품되었는지 궁금했던 영화였다. 아마 주인공이 누나여서일까. 누나와 남동생, 그 구성원에서 짐을 짊어지는 것은 오로지 장녀, 누나이기 때문에? 뭔가 여러므로 아쉬움이 짙은 영화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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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곡성> 제친 <파묘>
<파묘>는 16일만에 7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넘어 오컬트 장르 최고 흥행작이 되었는데요. 한국은 지금 파묘들었다. 이번주 주말 박스오피스 씨네픽과 함께해요[국내 박스오피스]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지난 주말에도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적 관객 수 804만여 명으로 <서울의 봄>보다 일주일 빨리 8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다음으로 <듄: 파트 2>가 누적 관객 수 128만 명, <웡카>가 340만명을 기록하며 각각 2위,3위를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선 <쿵푸팬더 4>가 <듄: 파트2>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섰습니다. <쿵푸팬더4>는 모든 쿵푸 마스터들의 능력을 복제하는 빌런 ‘카멜레온’에 맞서기 위해 용의 전사인 자신마저 뛰어넘어야 하는 ‘포’의 새로운 도전을 그립니다. 앞서 <쿵푸팬더> 시리즈는 국내에서 약 1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달러의 수익을 낸 드림웍스 최고 흥행 시리즈로 국내에서는 오는 4월 10일 개봉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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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외톨이별처럼
아직 내가 서울시민이 아니었던 10년쯤 전,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벌이는 설전을 보았다. 한 후보가 세계 최고의 무엇을 도내에 들이겠다고 했고, 상대 후보는 "왜 최고여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최초, 최고 속도, 이렇게 최(最)가 붙는 것들의 존재가 정말 우리에게 필수조건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정치인들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법은 아니었다.
그러게, 왜 최고여야 하지? 우리가 왜 꼭 첨단의 첨단을 달려야만 하지? 지켜보던 나도 같은 의문을 품었다. 그가 도지사 후보로 나갔다는 것조차 가물가물해진 지금도 그 말만큼은 마음 한쪽에 남아있다가 가끔 떠오른다. 아마 지금 내가 서울시민으로, 서울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도시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는데, 내게 서울은 시간의 첨단을 달리는 도시로 보인다. 앉아있으면 온 도시가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첨단의 첨단을 달려야만 한다고.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좇아야 한다고.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어쩌면 내가 음악이든 영화든 앞에 "인디"가 붙는 것들을 좋아하는 이유 또한, 서울에서 받는 그 메시지에 대한 저항인지 모른다. 독립영화나 인디음악은 자본의 영향력이 적다는 뜻이니 뒤집어 말하면 창작자가 더 극명하게 묻어난다는 소리니까. 창작은 어떻게든 창작하는 이의 시간을 헤집으니까. 혹시 첨단의 첨단 기술을 동원한다 해도 그건 창작의 도구일 뿐 결코 전부가 되지 못한다. 창작자의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지 않아, 현재 아닌 시간의 것들이 어떻게든 묻어나게 돼있다.
도시의 욕망과 나의 욕망 사이에서 제각각의 길을 찾는 것이 창작은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영화나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며 했던 생각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같이 떠오르던, 나는 그런 식으로 글을 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 그리고 이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은 어쩐지 그런 상념들을 다시 끌어내 준다.
연주하고 곡도 쓰고, 아직 본인의 앨범을 내지는 못했지만 차곡차곡 음악을 쌓고 있는 주인공 태일(홍이삭)은 동료에게 대형 기획사 대표를 소개받는다. 대표는 "뻔한 사랑 노래" 같은 게 좋다고, 트렌디하고 쉬운 게 좋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면서, 태일의 곡을 들어보자고 한다.
실력이 인정받고 있지만 자기 음악을 하기엔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은 애매한 상태. 그 불안한 자리에 있던 태일은 문득 바닷가 마을로 향한다. 오래전 친구들과 밴드를 하던 기억이 스틸 사진처럼 남아있는 곳. 여전히 그곳에 살면서 음악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원(장하은)을 만나, 찬찬히 시간을 보낸다. 잘 풀리지 않던 곡의 후반부를 지원과 함께 쓰고, 중학생 밴드 아이들의 노래를 보아주고. 그렇게 마음의 코드까지 하나하나 짚는 모습을 살뜰히 보여준다.
그들이 만나는 곳- 내부는 따뜻한 노란 조명으로, 바깥은 푸른 보랏빛 조명으로 덮인 음악학원이라는 공간은 과거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다. 동시에 이제 막 음악에 첫 발을 떼는 중학생 밴드 '더 디스트로이어'가 새싹처럼 자라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필름 사진 속 지금 보면 촌스럽기도 하고 투박하지만 즐거웠던 시절의 그들과, 이제 막 밴드라는 작업의 재미와 신뢰를 알아가는 중학생 손에 들린 필름 카메라. 어쩌면 과거는 미래를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다 카포Da Capo,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흘러가는 시간이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성장과 어른들의 성장이 나란히 포개지며 영화는 흘러간다.
음악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글을 쓴다고 컴퓨터나 노트 앞에 혼자 앉아있는 것밖에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중간중간 부러운 대목도 있었다. 악기라는 도구가 있다는 것도, 합을 맞추며 함께한다는 것도, 코드를 짚으며 음악을 언어처럼 사용해 소통하는 것도. 그러나 그렇게 탄탄해 보이고 함께 있는 듯 보여도 결국 사람 속은 다 알 수 없는 거여서. 과거의 어느 날 태일은 갑작스럽게 그 시간과 공간을 떠났고, 그래서 그 시간을 그리워하는 한편 그래도 더 크고 '메이저'한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놓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태일과 닮은 듯 보이는 인물이 덕호다. 기태, 배돌, 북순이라는 다소 직관적인 작명으로 표현될 만큼 파트 색깔이 뚜렷한 아이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누나와 자신의 쓸모와 락에 대한 마음 같은 것에 이리저리 뒤흔들리는 중인 밴드 보컬. 덕호와 친구들을 보면서 태일은 아이들을 격려하고 또 음악을 다듬어준다. 그 '중2병' 감성을 비웃지도 않고, 과장되게 칭찬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창작이란 어떤 걸까. 영화 속 태일은 척추에서 나오듯이, 일기 쓰듯이 그냥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말한다. 그 안에서 덕호는 성장하고, 태일도 자신을 돌아본다. 무언가 만들어내는 삶을 고민해본 이라면 누구든 그 안에서 쉬어갈 수 있는 쉼표 같은 대사들이 녹아 있다.
태일이 그리는 잔잔한 온기가 영화의 한 축이라면, 반대편에는 지원이 가진 단단함이 있다. 욕망하지 않는 소도시의 작은 음악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설정부터도 그렇지만, 태일에 비해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자리를 지켜온 사람의 느낌이 있다. 기죽지 않고 "야" 한 마디만으로 친구를 지켜줄 수 있는 북순도 어떻게 보면 지원과 닮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원 못지않게 북순이 좋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매력은 캐릭터에만 있지 않다. 싱어 송라이터 홍이삭의 노래와 기타, 지원 역을 맡은 기타리스트 장하은의 연주는 물론이고 중학생 아이들의 장면도 매력적이다. 밴드 아이들은 연주 실력이 훌륭하면서도 귀엽고, 각 캐릭터가 파트와 잘 어우러지면서 톡톡 튄다. 특히 지원과 기태의 '배틀' 장면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배틀 못지않게 흥미로운데, 기태 역을 맡은 양태환은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서도 공연했다고 한다. 연기를 해온 사람보다는 음악을 해온 사람 위주의 캐스팅이다. 위험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빛을 발한다.
주연배우인 동시에 음악감독을 맡은 홍이삭이 만든 곡들도 어느 하나 지나치고 싶은 것이 없다. 뮤지컬 <러브 트릴로지> OST로 알고 있던 곡들이 나와 의아했는데, 엔딩 크레디트 보니 심찬양 감독과 홍이삭이 함께했던 뮤지컬 <러브 트릴로지>가 원안이라고 한다. 자이로부터 시작해서 이나우, 박찬영 등 중간중간 <슈퍼밴드>에 홍이삭과 함께 나왔던 반가운 얼굴들도 눈에 띈다. (엔딩 크레디트에서 김하진, 양지완이라는 이름도 봤는데... 어느 장면인지 놓친 것 같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답게, 영화 구석구석을 좋은 음악으로 빼곡하게 채웠다는 느낌이다. 후반부 각본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아쉬움을 음악이 어느 정도 상쇄해준다.
큰 기대 없이 본 영화였는데, 계절에 잘 어울리는 뜻밖의 위로를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기타를 잡고 밴드를 한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직선적인 열정이 있었던 과거와 유려해졌지만 열정이 사그라든 것만 같은 현재를 톺아보는 사람은 많으니까. 우리의 과거는 미래를 닮아있으니, 나의 오늘을 '메이저'하게 쌓는 것 못지않게 과거와 미래를 일정하게 연결하는 단단한 마음도 중요하다. 그게 뜻밖의 위로가 됐다. 큰 무대에 서지 않아도, 어제와 내일을 잘 이어주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가치가 있다는 것이.
하필 요즘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나의 20대에 쓸 수 있을 최선을 쓴 것 같은데, 좋은 평도 꽤 받은 것 같은데, 될 듯 말 듯 어떤 선을 못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 이제 더 글을 쓰려면 새로운 무언가를 살아내야 할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어쩌면 이 영화 속 태일과 비슷한 시기인 것 같다. 그런 때에 훌쩍 떠날 소도시가 있다는 건, 그 도시를 닮은 사람을 안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얼마나 큰 행운인지.
조바심과 불안해하는 마음은 버리기로 했다. 중학생 덕호가 습관처럼 외치는 빌보드가 아니어도, 뮤직비디오 찍고 앨범 내는 가수가 아니어도, 이들에게는 함께 부른 노래가 있었다. 나도 그런 마음으로, 쓰고 싶은 것들을 소중하게 써내려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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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 동원하는 상업영화부터 아직 개봉하지 못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까지, 빌보드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부터 이제 막 첫 녹음을 한 누군가의 작은 공연까지. 각자의 취향과 자본의 영향력으로 그린 사분면 어딘가에, 지금도 다양한 음악과 영화가 별처럼 흩뿌려지고 있다.
존 버거의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우주의 별 절반 이상이 성운에 속하지 않은 외톨이별이라 한다. 가장 많은 빛은 그들에게서 나오는 거라고. 더 다양하고 그래서 더 풍성한, 독립영화와 인디음악의 힘도 그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나직하지만 힘 있게 빛나는 외톨이별이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도 한 외톨이별로서 빛나고 있을 거라 다정하게 도닥여주는 빛. 따뜻한 마음으로 이 영화 음악을 들으며 나의 별을 밝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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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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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GV, 칸 영화제 특별전 상영
ⓒ CGV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칸 국제영화제 수상을 기념해
16일부터 29일까지 '박찬욱 X 송강호 칸 특별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별전에서는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개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개교 40주년을 맞이해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특별전
'계속된다: 39+1,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상영작은 17편으로 <클라이밍>, <남매의 집>, <들개> 등을 볼 수 있다.
OTT 3사, 일일이용권 업체에 '법적 대응'
ⓒ 페이센스 화면 캡쳐
10일 업계에 따르면 OTT 3사는 이달 중으로 'OTT 서비스 일일 이용권'을 판매하는 회사인 페이센스에
서비스 중단 요청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죄도시2, 개봉 25일만에 천만 돌파
ⓒ 네이버 영화
<범죄도시2>가 25일만에 1000만을 돌파하였다.
코로나19 이후 첫 천만영화이자, 한국 영화 역대 28번째 천만영화이다.
이유미, 영화 <뉴 노멀> 출연 확정
ⓒ 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유미가 정범식 감독의 서스펜스 영화 <뉴 노멀>에 출연을 확정했다.
<뉴 노멀>에는 배우 최지우, 민호, 정동원, 피오 그리고 신예 배우 하다인까지 합류했다.
해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확장판 재개봉
ⓒ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9월 2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15분 분량의 장면을 추가해 확장판으로 재개봉할 예정이다.
다른 재개봉 국가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단오절 입장권 판매 10년 만에 최저
중국 온라인 티켓 판매 플랫폼 '마오옌무비'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단오절 연휴 기간 영화관 입장권 판매액이
역대 단오절 연휴 판매액과 비교할 때 10년 만에 가장 적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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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엘라 - 근래 나왔던 디즈니 영화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최고!
서론
어릴 적, 학교에서는 퇴학 당했지만 손재주가 좋아서 옷을 만들며 살아가던 크루엘라 드 빌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어머니가 죽었다는 생각에 트라우마에 빠져,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다행히 호레이스와 재스퍼를 만난 덕분에 도둑질을 해가며 안정적으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고, 본명을 버리고 에스텔라로 개명해 살아가던 도중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신이 꿈을 그리던 리버티 백화점에 취직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매일같이 하는 건 화장실 청소였고 슬슬 일에 질리려는 찰나, 폰 헬먼 바로네스의 눈에 띄어 얼떨결에 전문 디자이너로 취직하게 된다. 이 덕에 앞으로는 행복길만 걸을 줄 알았으나 얼마 안 있어 알게 된 바로네스의 진실을 안 크루엘라는 에스텔라를 지우고, 크루엘라로 각성해 복수를 하려는 이야기를 그린 [1001마리 달마시안 개]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실망스러웠던 디즈니 전작들
일단 솔직히 말해 최근에 디즈니 영화들 중에서 만족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 불과 3개월 전에 개봉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도 설정과 배경만 다를 뿐 [겨울왕국 2]와 별 다를 바 없는 화법으로 인해서 매우 실망했고, 더 나아가 2019년부터 개봉한 모든 디즈니 영화들이 하나같이 성에 차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던 [알라딘]은 각색된 부분들은 모조리 구려서 보고 나서 많은 아쉬움에 휩싸였었고, [라이온 킹]은 아예 원작을 베껴온 수준, [말레피센트 2]는 그냥 영화 자체가 구려서 실망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느껴지게 만들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쪽은 비교적 낫지만 여러모로 연속된 실망을 안겨주었던 디즈니가 드디어, 그리고 이제야 볼만한 영화를 꺼내와서 참으로 반가웠다. 비록 디즈니의 색은 얕아졌을지 언정 원작과 차별화된 동시에 독자적인 개성을 추가하여 디즈니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리메이크이자 스핀오프였다.
한 걸음 내딛다.
디즈니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는 걸 제외하더라도 이 작품은 장점이 상당히 많다. 우선 디즈니답게 기본은 해주는 재미와 60년대의 느낌이 풀풀 살아있는 연출과 비주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어쨌든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저 안전한 길로만을 선택해왔던 디즈니가 범죄를 저지르는 악역 캐릭터를 전면적으로 내세워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려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고, 하도 많이 나와서 질릴 대로 질릴 칭찬 중 하나인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의 연기력은 당연히 훌륭했다. 거기다 음악의 활용 또한 굉장히 좋았는데, 대표적으로 C.C.R의 'bad moon rising'이나 비틀즈의 'Come Together' 등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을 상황에 맞게 잘 끼워 넣은 덕분에 눈만이 아니라 귀까지 즐거운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크루엘라와 함께 하는 캐릭터인 호레이스와 재스퍼도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악역이고 뭐고 할 거 없이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 제몫을 하고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는 건 확실한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을 훼손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나오는 크루엘라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원작에서는 사악하기 그지없었던 캐릭터가 이번 영화에서는 사연이 있는 인물로 나오고,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담배피는 장면도 없으니 원작의 캐릭터성을 훼손시켰다는 불만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영화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만약에 원작 그대로의 크루엘라가 나왔다면 2시간 동안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 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비윤리적인 영화가 될 뿐만 아니라 흥행이나 교훈을 남기는 디즈니의 성향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각색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정도면 원작을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고, 마찬가지로 캐릭터성을 바꿔서 원작과는 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보여준 2019년에 [조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빌런 캐릭터를 다루기 위한 하나의 방식 정도로 생각하면 보는데 큰 불편함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초반부는 별로...
이렇게 영화에 대해서 쭉 좋은 평만 해주고 있지만, 사실 단점 또한 만만치 않게 있는 작품이다. 일단 가장 거슬렸던 부분은 바로 지나치게 길었던 초반부다. 크루엘라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는 이 초반부는 개인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길었다고 생각하는데, 차리리 속도감을 더 내서 간단하게 처리하고 바로 본론으로 직행하거나, 아니면 크루엘라의 심리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자세하게 그려내서 완성도를 높이거나 했어야 했는데 딱히 둘 다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서 괜히 초반부만 늘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바로네스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분수대 앞에서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도 처음에는 임팩트가 있었으나, 대사가 너무 길어지는 탓에 뒤로 갈수록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앞서 말한 크루엘라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다룬 탓에 중반부터 활약하는 캐릭터인 기자 아니타 달링과의 케미도 딱히 와닿지가 않았다.
생뚱맞은 반전과 의문인 대목
그리고 작중에서 반전으로 나오는 요소들도 충격적으로 와닿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쌩뚱맞는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바로네스가 어머니를 죽였고, 그 바로네스는 사실 자신의 친어머니였다는 반전은 딱히 이렇다 할 복선도 없었다고 생각했고, 애초에 예전 디즈니 영화들에서 지겹도록 써먹은 반전이다 보니 충격적이긴 커녕 당황스럽다는 느낌이 더 컸다. 거기다 크루엘라의 어머니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장면도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웃기게 떨어져서 몰입감을 깨먹었다. 아마 의도라면 어린이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겠다는 디즈니의 의지로 볼 수 있겠지만, 막상 [라이온 킹] 같은 작품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을 매우 충격적으로 그려냈다 보니 과연 이게 의도인지 실수인지 섣불리 감이 잘 안 온다. 그리고 크루엘라가 에스텔라를 버리고 각성하는 첫 장면에서 경호원들을 쓰러트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도 굉장히 이상하다. 왜냐하면 크루엘라가 딱히 과거에 몸을 쓰는 훈련을 배웠다는 묘사가 없음에도, 건장한 경호원들을 쉽게 쓰러트리는 신은 몰입을 깨먹는 것도 있지만 개연성 측면에서도 매우 이상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결론
단점도 만만치 않게 존재하지만, 수많은 장점들 덕분에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디즈니 영화. 제목에서도 써놨다시피 근래 나왔던 디즈니 영화들 중에서 가장 좋았고, 앞으로도 성공적인 스핀오프를 꼽을 때마다 계속 언급될 작품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특전 너무 이쁘게 잘 나왔다.^^ 소장 가치 있을 듯.
평점: 7/10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콩까기의 종이씹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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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필리아> - '햄릿의 여인이 아닌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
오필리아 (Ophelia)
개봉일 :2021.07.14 (한국 기준)
감독 : 클레어 맥카시
출연 : 데이지 리들리, 조지 맥케이, 나오미 왓츠, 클라이브 오웬, 톰 펠튼, 데본 테렐
'햄릿의 여인이 아닌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
2020년 2월, 기생충과 1917이 아카데미에서 경합을 벌였던, 어느덧 1년 반쯤이 지난 그때. 영화관에서 1917을 보고 ‘조지 맥케이’에게 홀라당 빠져버려 그의 필모를 샅샅이 훑던 중, 이 영화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정식 수입이 진행되지 않아 매일 사진만.. 보며 “조지.. 너무 예쁘다....” 하고 눈물만 줄줄 흘렸던 나날들을 지나 드디어 <오필리아>가 한국에 정식 개봉했다.
마치 유화로 그린 명화를 보듯 아름다운 숲의 풍경과 시대극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의상과 세트장,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데이지 리들리, <위아영>, <버드맨>, <멀홀랜드 드라이브>등 굵직한 작품을 남긴 나오미 왓츠, <1917>로 스타덤에 오른 조지 맥케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톰 펠튼 등 화려한 출연진까지. 조지 맥케이를 좋아하는 나의 사심을 제외하고도 <오필리아>를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오필리아>의 개봉을 기다리며 이 이야기가 어떻게 각색되었는지 비교해보기 위해 최근에 ‘햄릿’ 원작도 다시 감상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고전 희곡 ‘햄릿’. 나는 지금껏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햄릿이라 생각했다. 아버지를 잃은 햄릿의 복수심과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고뇌, 오필리아를 향했던 사랑과 그녀를 잃은 슬픔. 대부분 햄릿의 감정을 중심에 놓고 이 작품을 해석했고 그의 심리적 갈등에 집중했었다.
<오필리아>라는 제목부터 감이 오겠지만, 이 영화는 햄릿이 아닌 ‘오필리아’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여기서 오필리아는 닥쳐온 슬픔에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리는 여인이 아닌 누구보다 당돌한 여인이다. 자신의 인생을 누구보다 천국과 지옥을 자주 목격한 인생이라고 칭하는 그녀가 이제 오래된 역사가 되어버린 잃어버린 왕국에 대한 새로운 진실을 말하려 한다.
이 영화엔 사랑에 빠져도 되는지 갈등하거나 슬픔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미쳐버리고 마는 연약한 비련의 여주인공은 없다. <오필리아>는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한 여인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고 와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오필리아>에는 햄릿이 아닌 그날의 오필리아가 있다. 칼이 아닌 꽃을 들었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올곧은 그녀가 있다. 햄릿에서의 오필리아는 햄릿의 여인이지만 <오필리아>에선 다르다.
오필리아 시놉시스
현명함과 자유로움을 지닌 오필리아는 왕비 거트루드의 총애를 받아 왕실의 시녀가 된다. 왕실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오필리아에게 첫눈에 반한 왕자 햄릿은 운명적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의 격차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선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왕국은 혼란에 빠지고, 오필리아는 이 사건의 배후에 커다란 음모가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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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누구보다 자주 천국과 지옥을 목격했어요.
사랑에 빠진 순간의 천국과 잃어버린 왕국의 지옥을 모두 목격한 여인 오필리아. 그녀는 역사가 되어버린 왕국의 중심에서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아주 나직한 목소리로 읊어낸다. 복수와 욕망, 실연과 피로 점칠 되어 결국 파멸해버린 한 왕국에서 분노와 복수심이 아닌 희망 한 줌을 건져 나온 그녀는 지금은 사라진 인물들을 떠올린다.
오필리아는 당돌하고 눈에 띄는 어린아이였다. 평민 출신이지만 온갖 노력으로 왕의 고문관 자리를 꽤 찬 폴로니어스의 여재. 폴로니어스의 유일한 보석. 거트루드 왕비는 꾀죄죄한 얼굴로 힘차게 왕과 귀족들의 앞으로 튀어나온 오필리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시녀로 키우기로 결정한다.
수녀원에서 자라 항상 다른 여자들에게 쪼였던 거트루드와 평민 출신 주제에 왕비의 총애를 받는다며 시녀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오필리아. 시녀들은 보석 대신 꽃을 머리에 꽂은 오필리아를 놀리고 무시하지만 오필리아는 포기하거나 달아나는 대신 항상 자리를 지키며 진심으로 거트루드를 보필한다. 거트루드는 그런 오필리아를 더욱 특별하게 느낀다.
든든한 왕과 사람을 보살필 줄 아는 왕비. 전쟁에 힘을 쏟긴 했지만, 폭력적이지 않았던 왕과 왕비가 통치하는 왕국은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하지만 이 평화는 한순간의 욕망과 복수심으로 인해 망쳐지고 만다.
오직 저만이 그 사실을 잊지 못하겠죠.
“오랫동안 숨겨온 욕망을 여인에게 쏟아부었다.” 거트루드 왕비가 즐겨읽던 책의 한 구절이다. 클로디어스는 왕이 되기 위해 형을 독살하고 거트루드를 유혹한다. 전쟁에만 힘을 쓰던 왕에게 지쳐있던 거트루드는 바보 같은 사랑에 눈이 멀어 클로디어스에게 왕위를 넘긴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뒤늦게 왕국으로 돌아온 햄릿은 왕의 의자 앞에 서서 클로디어스를 내려다보며 분노를 쏟아내지만 이미 옮겨간 왕관의 힘에 밀려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는다.
왕국의 비극은 클로디어스의 욕망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왕의 힘이라는 것이, 눈이 먼 사랑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기에..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노라.
클로디어스의 욕망이 비극의 시작이었다면 비극을 가속화 시킨 건 복수심과 사랑이었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거트루드, 클로디어스, 햄릿과 레어티즈, 그리고 메틸다는 서로에게 독과 칼을 겨눈다. 클로디어스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오필리아와 햄릿의 존재를 없애고 싶어 하고, 클로디어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던 햄릿은 오필리아와 레어티즈의 아버지인 폴로니어스를 찌른다. 아버지를 잃은 레어티즈는 복수를 위해 햄릿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클로디어스에게 배신을 당한 치료사 메틸다는 진실을 알고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사랑은 왕권에 대한 욕망만큼이나 강했다. 클로디어스에게 눈이 먼 사랑을 한 거트루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계급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한 햄릿,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오필리아.
오필리아와 햄릿은 진실되게 서로를 사랑했으나 왕자와 평민이라는 계급 때문에 정식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다. 햄릿은 오랜 시간 오필리아의 머리끈을 간직했고 자신의 반지와 함께 오필리아의 머리끈을 돌려준다. 자신의 온 마음을 담은 물건을 돌려주며 햄릿은 오필리아에게 사랑을 맹세한다. 햄릿과 오필리아가 함께 보낸 시간은 빈틈없이 아름답고 푸르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두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드는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 사랑이 더 애틋하고 아름답게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깨어질 거란 걸 알기에 더 오래 붙잡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내가 궁금한 건 사랑이 어디 있냐는 거야
진짜 사랑은 어디 있는 걸까. 사람의 몸은 온갖 장기와 지방, 근육으로 가득 차있는데 사랑이 들어갈 틈은 어디에 있는 걸까. 사랑과 사랑으로부터 시작된 복수심으로 불타던 왕국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서로 사랑했다고 믿었던 클로디어스에게 버려진 메틸다와 그에게 이용당한 거트루드. 사랑과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복수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햄릿.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 햄릿은 복수심이 담긴 독에 중독되어 죽고 만다. 클로디어스는 왕, 햄릿, 메틸다의 복수를 담은 거트루드의 칼에 죽었고, 햄릿은 폴로니어스의 복수를 담은 레어티즈의 독 묻은 칼에 죽었고, 거트루드는 메틸다의 독약을 마시고 죽는다. 사랑에 배신당한 이의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던 어두운색의 독약은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오필리아는 햄릿과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햄릿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그가 물에 빠져 죽지 않길 바라며 독약을 마셨고, 햄릿의 복수를 말리려 했지만 결국 비극으로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데는 실패한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총명하고 용기 있는 여인이었다. 진짜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직접 노를 저어 나아가던 오필리아의 이야기가 다소 낯설기도 하고 햄릿의 존재감이 아쉽기도 했지만 딱 현시대에 알맞은 각색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유도 모른 채 슬퍼하다 물에 빠져 죽은 비련의 오필리아와 이별한 새로운 오필리아의 이야기엔 깊은 비극을 비집고 나온 희망이 단단히 자리하고 있었다.
햄릿에서의 오필리아는 슬픔에 미쳐버려 연못에 빠져 죽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오필리아는 선왕의 음모를 눈치채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독약을 먹고 연못에 뛰어드는 엄청난 결단력을 보여준다. 왕국 인물 중 유일하게 복수심이란 감정에 빠지지 않은 지혜로운 그녀는 무너진 왕국에서 홀로 살아남는다.
원작에선 ‘연못에 빠져 죽은 여인’으로 끝나버렸던 그녀는 사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이어나간다. 햄릿과 뭇 남성 인물들의 복수심에 가려져 지금껏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오필리아’의 진짜 이야기는 "그대도 언젠가는 당신만의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라는 그녀의 한마디와 함께 마무리된다. 나는 이 한마디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누군가를 향한 위로와 응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적 편견과 넘지 못할 선 앞에서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도 언젠가 오필리아처럼 ‘나의 진짜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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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서사를 덜 폭파시킨 마이클 베이식 추격전
앰뷸런스 (Ambulance , 2022)
“이번엔 서사를 덜 폭파시킨 마이클 베이식 추격전”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액션, 범죄
러닝타임 : 136분
감독 : 마이클 베이
출연 : 제이크 질렌할,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에이사 곤잘레스
개인적인 평점 : 3,5/5 (저에겐 4점짜린데 취향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앰뷸런스 줄거리
인생 역전을 위해 완벽한 범죄를 설계한 형 ‘대니'와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해야만 하는 동생 ‘윌', 함께 자랐지만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형제는 각기 다른 목적을 위해 인생을 바꿀 위험한 계획에 뛰어들게 된다.
그러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모든 계획이 틀어지게 된 두 형제는 구급 대원 '캠'과 부상당한 경찰이 탑승한 앰뷸런스를 탈취해 LA 역사상 가장 위험한 질주를 하게 되는데....
영화 <나쁜 녀석들>로 데뷔해 <트랜스포머 시리즈>, <6 언더 그라운드>등, 거침없는 액션 영화들을 남긴 ‘마이클 베이’감독의 신작 <앰뷸런스>가 개봉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매 작품마다 특유의 쫀득하고 타격감 있는 액션을 보여주며 “제대로 폭파하는 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무려 5편이나 끌고 가며 일각에선 ‘개연성도 폭파시킨 영화’라는 아쉬운 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나는 <앰뷸런스>에 우당탕탕 때려 부수는 액션을 제외하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이 영화는 내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비하면 확실히 개연성과 폭발. 두 가지를 모두 잡은 느낌이랄까. CG는 S**t이라며 어지간한 건 직접 다 폭발시키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뚝심과 최근 그의 작품에서 찾기 힘들었던 감정선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팬데믹으로 인해 예정되었던 차기작 촬영이 미뤄지자 소소하게 찍어보자(폭파시켜보자)는 느낌으로 유니버셜 픽처스의 회장에게 새로운 영화 제작에 대해 어필을 했고, <앰뷸런스>의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트랜스포머에 비해선 약간 힘을 덜 주고 찍은, 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담긴 액션들은 결코 소소하지 않다. 드론이 추가되며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게 된 키메리의 움직임과 제이크 질렌할의 아슬아슬 은은하게 돌아있는 눈빛, “언제 터지나” 기다릴 것 없이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전개와 약간의 서사까지 더해지니 콕 집을 큰 단점이 없다.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
그냥 하는 말, 농담이 아니라 <앰뷸런스>는 영화관에서 만나봐야 할 영화다. 시원하게 터져나가는 액션을 극장의 화면과 스피커로 만나보는 것만큼 스트레스 풀기에 좋은 것이 또 없다. 개봉 전에는 IMAX와 돌비 외 특별 포맷 상영이 없는 게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왜 이 영화가 4DX 포맷이 없는지 알 것 같았다. 사족 전부 제외하고 최소한의 설명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영화이기에 거의 2시간 내내 카 체이싱 장면이 이어지는데, 2시간 내내 모션 체어에 앉아 이리저리 후두려 맞을 생각을 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리고 굳이 4DX가 아니더라도 화면 자체가 입체적이고 어질어질한 느낌이 있기도 하다. 딱 ‘마이클 베이’다운 액션신들이 가득하기에 이건 기회가 될 때, 극장에서 봐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진지하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막힘없이, 멈추지 않는 질주
이야기의 구조는 보통 기승전결로 나뉜다. 2시간 정도 되는 영화라면 30분 정도는 배경 설명을 하고, 30분이 넘어갈 때쯤에 제대로 된 사건이 터지기 마련이다. 근데 <앰뷸런스>는 바로 은행 털기! 카 체이싱!!을 외치며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본론으로 들어간다. “요즘 누가 은행을 털어요?”라며 영화의 소재가 식상하다고 툴툴댈 틈도 없이 일단 냅다 달린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몇 번이고 대사로 강조한다. “멈추지 않아.”라고. 정말 이 영화는 멈추지 않고 달린다. 긴 추격전 중간에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웃음 포인트를 넣어뒀으니 다행이지, 그마저도 없었으면 어깨가 뻐근했을지도.
LA 곳곳을 터트리는 마이클 베이
은행 강도는 빌드업이었을 뿐, 이 영화에서 실제로 보여주고자 하는 건 LA 곳곳을 훑는 앰뷸런스의 모습이다. 처음엔 추격전에 최적화되었다고 보긴 어려운 커다랗고 눈에 띄는 앰뷸런스를 추격전에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했다. 영화는 이 외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앰뷸런스 안에 탄 사람을 볼모로 잡아 간단하게 끝낼 수 없는 긴 추격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혈관처럼 뻗어있는 LA의 도로, 골목을 달리며 온갖 것들을 터트리고 부수고 밀어버린다. 이 정도면 마이클 베이 감독이 LA를 좋아해서 이 영화를 연출한 건지, LA를 싫어해서 폭파시키고 싶어 이 영화를 연출한 건지 헷갈릴 정도다.
제이크 질렌할의 두 가지 눈빛
<앰뷸런스>를 무조건 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제이크 질렌할’때문에.
이 영화의 주연은 세명이다. 형 대니를 맡은 제이크 질렌할, 동생 윌을 맡은 아히아 압둘 마틴 2세, 구급 대원 캠 역할을 맡은 에이사 곤잘레스. 제이크 질렌할을 제외한 두 배우 역시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극의 전체적인 텐션과 분위기를 책임지는 건 당연하게도 ‘제이크 질렌할’과 그의 캐릭터 대니다.
동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형 대니와 마지막으로 큰 한탕을 노리는 미친 은행 강도, 두 정체성 사이를 재빠르게 넘나드는 그의 연기에 이번에도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특히 제이크 질렌할의 큰 눈은 멜로나 서정적인 연기에도 잘 맞지만 광인 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그가 갑작스레 폭발해 소리를 지르거나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침착한 모습을 보일 때면 자연스레 “이 캐릭터 정말 미친놈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트 크롤러>에서 제대로된 잔잔한 미친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제이크 질렌할이 언젠가 <아메리칸 사이코>처럼 진짜 본격적이고 폭발적인 광인 연기를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은근 괜찮게 다가오는 서사
앞에도 언급했듯 <앰뷸런스>는 개연성까지 부숴버린 영화가 아니다. 이야기는 대니와 윌 형제의 뜨끈한 형제애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위선과 갈등, 진심이 뒤섞이며 누구의 말을 따르는 게 맞을지,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누군가의 선택에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서사였다고 생각한다.
거침없이 본론부터 / 이야기의 배경
영화의 주인공인 동생 윌은 해병대에 지원해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남은 건 공로 훈장뿐이고 연금도, 제대로 된 의료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윌은 아내 에이미의 수술을 위해 보험금을 받으려 하지만 임상 수술이란 이유로 지원을 거절당한다. 일자리도 구해지지 않고 도저히 돈 나올 구석이 없자 그는 마지막 보루로 형 대니에게 찾아간다. 윌은 백인인 대니의 집안에서 입양아로 자랐다. 대니는 윌을 ‘진짜 동생’이라고 생각하며 진심을 보여준다. 그 덕분에 둘은 끈끈한 우애를 유지해왔지만 아버지와 얽힌 상황 때문에 갈라져 살게 된다.
윌은 돈이 필요했고, 대니는 때마침 큰돈을 벌 마지막 은행 강도를 계획한다. 계획 시작까지 단 5분 만이 남은 상황,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대니의 말들이 몰아치고 “가족을 위해서!”라는 커다란 이유에 윌은 차에 함께 올라탄다. 이런 상황에서 휩쓸리지 않고 얌전히 집으로 돌아갈 인물이 몇이나 있을까. <앰뷸런스>는 시작부터 강하고 빠르게 보는 이들을 휘어잡으며 시원하게 전개된다. 가장 거침없다고 느꼈던 건 여러 명으로 시작했던 강도 동료들이 한순간에 떨어져 나갈 때였다. 버켄스탁을 신은 동료와 차를 잘못 댄 동료, 윌을 배척한 동료 등등… 이름조차 거의 기억나지 않을 만큼 빠르게 주변인들을 밀어버릴 줄은 몰랐다. 그 덕분에 딱 추격전에 필요한 인물만 남게 되고, 가벼워진 몸체로 거침없는 액션이 시작된다.
추격전 중간에 삽입되는 잠깐의 쉬는 시간
은행을 벗어난 순간부터 이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숨차게 달리는 와중에도 대니의 입과 주변 경찰들을 통해 아주 잠깐의 쉬는 시간을 선사한다. “진정하고 냉정을 찾아”, “아타리 게임기처럼 생겨서 헷갈린단 말이야!”, “이거 캐시미어라고!”라고 윽박지르는 대니의 대사와 플라밍고, 반장의 커다란 개 나이트로, 80년대 음악으로 찾는 잠깐의 힐링 등등… 옅은 웃음이 피식 새어나오는 순간들이 꽤 많다. 여기서 더 재밌었던 건 영화에 나온 그 커다란 개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반려견이라는 사실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해가 질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반려견이 차에 타주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마치 반려견의 눈이 “나보고 이 작은 차에 타라는 거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근데 나였어도 그 몸으로 좁은 차에는… 타기 싫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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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과 갈등이 교차하는 앰뷸런스
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듯 보이지만 앰뷸런스 안에선 별일이 다 펼쳐진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구급 대원 캠, 형과 예전 같은 삶의 선택지에서 갈등하고 있는 윌, 동생의 탈출과 돈을 모두 챙기고 싶었던 대니. 윌과 대니는 함께 멈추지 않는 질주를 하기도 하고, 인질은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반쪽자리 선의 앞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대니는 끝까지 형으로서 동생을 감싸고, 윌은 끝내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한다.
추격전의 끝에서 되새기는 과거의 마음가짐 / 결말 해석
형으로서 보여준 모습과 엔딩 때문인지 희한하게도 대니가 ‘미친 은행 강도’라기보단 왠지 윌과 캠의 초심 찾기를 위한 희생양으로 보이기도 했다. 윌은 오늘 아침 은행 강도가 됐고, 캠은 오랜 구급 대원 생활에 지친 것인지 사건 현장을 떠나자마자 환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얼굴을 지워버리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그는 ‘가장 같이 일하기 싫은’ 구급 대원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추격전의 끝자락에서 다시 정의로운 마음가짐과 따뜻한 구급 대원의 시선을 되찾게 된다. 잔인한 은행 강도였던 양아버지를 떠나 자원입대를 결정한 정의로운 과거의 윌과 사람들을 구하고 그들의 손을 잡는 구급 대원 캠의 모습을 말이다. 윌은 대니에게 총을 겨누면서 은행 강도의 피를 이어받은 형으로부터 인질 두 사람을 구해준 사람이 되었고 아내를 위한 돈도 챙기게 된다. 그리고 캠은 자신이 구해준 아이의 병실을 찾아가 조용히 손을 잡는다.
두 사람에겐 이 추격전이 각성의 계기이자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멀리서 지켜본 이의 시선으로는 대니만 애잔하게 되었다. 대니가 죽는 순간에 지나갔던 어린 시절의 보안관 놀이 장면도 어째 아련함보단 약간의 어이없음을 불러온다. 그럴 거면 쏘지 말든가…!
아니 어쩌면 이 장면을 통해 대니를 나쁘기만 한건 아닌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동생에게 무조건적으로 져주던 멋진 형이었던 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은행 강도를 하다가 죽은 게 아닌 끝까지 동생을 도와주려다 유명을 달리한 형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하려고 한걸 지도.
완벽한 해피엔딩이 되기 어려운 시작이었지만, 언제부턴가 이 형제를 응원하고 있었기에 꽉 닫힌 해피엔딩이 되길 바랐다. 엔딩이 조금 아쉬운 반쪽짜리 해피엔딩이긴 했지만 이만하면 마무리까지 괜찮게 맺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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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라이온 킹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라이온킹 #라이언킹 #lio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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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2]가 새로운 감정들과 함께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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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 스페인 식민지 남미의 한 벽지.
치안판사 자마는 스페인 국왕의 전근 발령을 초조하게 기다리지만 몇 년째 감감무소식이다.
“비쿠냐 포르토” 라는 도적떼에 대한 소문이 지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는 가운데,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자마에게 유일한 도피처는 육체적 욕망을 탐닉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