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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hilarious2022-01-31 15:16:48

로맨스 혐오자의 로맨스 추천

드라마 런온 리뷰

우선 나란 사람의 성격을 1인칭 시점에서 묘사하자면, 본인은 로맨스가 스토리의 주가 되는 영화나 드라마는 굳이 찾아서 보진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주 오글거리는 설정, 대사를 웬만하면 내 시간과 돈을 쓰면서 보진 않는다.  담백한 러브스토리는 가끔 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드문 케이스다. 그런데 간만에 굳이 찾아서 볼만한 로맨스 드라마를 찾은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후로 굳이 시간 내서 본 건 가히 오랜만이긴 하다. 그래서 써본다. 나같이 로맨스 문외한이 추천한다니 읽는 사람도 웃기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쓰고 있는 나 자신도 굉장히 신기하지만 뭐,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니 우선 써본다.

1. 은근히 골때리는 캐릭터의 향연

 

우선 남자주인공.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어 보이는 이 사람은 그렇게 대화가 물흐르듯이 진행되는 상대는 아니다. 보통 처음에 로맨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다가도 중간에 보다가 포기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우선 플롯과 캐릭터가 예상 가능한데, 거기다가 오글거리는 대사까지 곁들여지면 갑자기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갑자기 잃어버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우선 1화를 꽤 문제없이 보게 만들었는데, 그 이유가 뭔가 생각해봤더니 남자주인공이 모든 대화를 상황에 맞추어 융통성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텍스트 그대로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통해 원칙주의적인 것 같다가도 어떤 상황에서는 눈치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눈치 없는 척하는 건지 사람 놀리는 건지 알수 없는 화법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남자주인공이 맞닥뜨리는 모든 인물들과 하고 있는 어이없는 티키타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주인공과 말을 나누는 상대들이 이 남자의 목석같은 반응에 미쳐버리려고 하는 모습도 꽤나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였다. 이 남자주인공 실제로 만나면 진짜 답답해 죽을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사람을 은근히 대놓고 놀리면서 말하는 사람으로도 보였다가, 아닌 것도 같았다가, 참 요주의 인물이다. 하지만 2화까지 보다보니, 그저 모든 일에 크게 놀라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에 반해 여자주인공은 꽤나 클리셰스러운가 했는데, 보다보니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아주 감정적이고, 직설적인 모습이 그렇게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싫음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여주, 아주 호감이었다. 그리고 여자주인공의 직업이 영화번역가여서 더 호기심이 갔을지도 모르겠다. 한 때, 내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직업을 가진 여자주인공인데, 거기다가 살짝 지랄맞은 여자주인공이라니. 여자주인공의 파이터기질, 꽤 마음에 들었다.

2. 어이없는 대사의 흐름과 티키타카 잼

 

그 외, 른 조연 인물들을 그리는 건조하고, 위트있는 드라마 속의 톤 앤 매너 아주 인상적이었다. 남녀주인공과 조연들의 시크한 듯하면서 자조적이기도 하면서 은근히 웃기는 유머 코드도 취향에 잘 맞았다. 약간 개그 코드가 덜한 멜로가 체질을 보는 느낌이었다. 결이 다르다면 다를 수도 있지만 약간 건조하고, 시크하고, 인물들 간의 티키타카가 아주 적절한 것이 이런 대사가 잘 맞아떨어질 때의 통쾌함을 어디에서 느꼈는지 생각해보니, 멜로가 체질을 볼 때였던 것 같다. 멜로가 체질은 작정하고 연극적인 요소도 있는 개그 드라마로 만든 것 같았다면, 이 드라마는 개그 코드가 주가 아니고, 조금 더 흔한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인물들의 대사 합이 찰떡같이 잘 맞는다. 마치, 멜로가 체질을 볼 때, 대사의 신박함에 놀라던 그 때의 통쾌함을 느낀 기분이었다.

예를 들면, 꼰대 교수에게 사과의 의미로 홍삼 세트를 가져가면서 교수의 집문을 두드리는 여주와 집 안의 교수 와이프의 대화 중에서


"(애교 가득한 표정으로)문 좀 열어주시면 안될까요?"

"(까칠하게)바쁘다고 전해달래요!"

"홍삼으로라도 어떻게 안될까요?"

"(냉큼 이거다 라는 듯이) 들어오라네요!!!"

"(어이없어하며)좀팽이, 홍삼은 좋은가 보지?"


라는 대화가 있었는데, 이 대화 속 마지막 대사, 좀팽이, 홍삼은 좋은가 보지? 라는 대사가 너무 적절하고 웃겨서 푸핫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Naver 사진출처

그리고 남주와 여주의 대화 중에서도

 


"덕분에 제 총도 찾았네요."

"그 총 가짜인 건 맞아요?"

"아유, 진짜면 안되죠, 한국에서 총기소지 불법이잖아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하는 변태들도 많아서요."

"저 변태아닌데"

"(덤덤하게)그 쪽이라고는 안했는데"

"그럼 가짜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달린 거예요?"

"지금 저를 심문하시는 걸까요? 그리고 왜 변태예요?"

"제가요?"

"(아오 말 좀 알아듣자 하는 표정으로) 제가요."

"변태에요?"

"(답답하다는 듯이)아니, 아까 불법 그거 있잖아요.... 아 됐어요."


하는 부분에서도 나도 여주처럼 남주를 한없이 답답해 하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남주 캐릭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전개야 하면서 인물들을 티키타카를 바라만 보다가 계속 끄지도 못하고 어이없게 2화를 다 보게 되었다. 기묘하게도.

 

3. 이 드라마를 완주할 가능성?

 

로맨스 드라마를 보다가 시청자가 이탈하게 되는 경우는 남주와 여주가 외부적 상황 때문에 이어지지 못하고 갈등 상황에 처해 있는 고구마 상황을 견디다 못해서 스토리 감상을 하다가 이탈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고구마 상황이 아주 길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전개가 로맨스 드라마 치고 빠르게 이어진다면, 아마 꾸준히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초반 이야기는 꽤나 만족스럽게 봤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봄직한 드라마를 찾은 것 같아서 현재로서는 기분이 나쁘진 않다.

우선, 신세경, 임시완 배우에 대해서 호감이 있으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배우들 연기가 연기 1도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자연스러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를 선정할 때, 대사를 중요시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정도는 보셔도 좋을 것 같다. 꽤 잔잔하게 티키타카가 찰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무 오글거리지 않으면서 잔잔한 드라마, 추리물처럼 머리 굴리지 않아도 되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감성적인 드라마 찾고 계신 분들이라면 정주행을 시도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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